경찰, 왜 이렇게 허술한가

우리나라 경찰의 직무수행 능력에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25일 대낮 수원에서 오토바이 날치기 현행범을 인계받기 위해 출동한 경찰관이 타고 간 순찰차를 범인에게 탈취당해 권총을 발사하는 등 추격전 끝에 겨우 범인을 잡은 소동이 벌어졌다. 다른 파출소의 비번 경찰관이 잡은 범인을 인계받은 관할파출소 경찰관은 수갑을 채운 범인을 순찰차 뒷좌석에 태웠다가 운전석의 경찰관이 잠시 내린 사이 앞좌석으로 넘어온 범인에게 순찰차를 탈취당했다. 경찰관이 출동할 때는 어떤 상황이라도 대비할 태세를 갖추는 것은 치안 유지자로서의 기본이다. 그러함에도 수원중부경찰서 북문파출소 출동경관 2명은 범인 호송수칙을 어겨 타고 간 순찰차를 어이없게도 범인에게 빼앗겼다. 순찰차에서 내릴 때 시동을 끄고 차 열쇠를 뽑도록 한 근무수칙을 어겼을뿐만 아니라 경찰관 1명은 피해자 진술을 듣느라 범인과 떨어져 있어 2명1조의 범인 호송수칙도 어겼다. 다행히 추격전끝에 범인을 잡기는 했으나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운전대에 매달려 수십m 끌려가다 떨어져 크게 다쳤고, 경관이 쏜 권총에 범인이 총상을 입었다. 총소리에 놀란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범인이 순찰차를 몰고 도주하면서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 등 차량 4대를 들이받아 파손됐다. 출동초기에 범인 호송을 위한 태세가 완벽했더라면 경찰관이 다치지도 않았고 범인이 총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며, 공권력이 유린되는 창피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민생치안의 요체는 범죄예방과 범죄발생시 즉각적인 범인 검거다. 이를 위해선 신속한 기동력, 강력한 대응력, 과학적인 수사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 경찰의 현주소는 이러한 당위성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는 듯하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대응력은 한마디로 한심한 수준이다. 물론 경찰당국은 평소 범인검거 및 호송에 대한 일반적인 교육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관 개개인이 초동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느냐는 것이다. 경찰관의 직무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교육훈련을 반복 강화해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복무자세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되돌아 보고 문제점은 신속하게 개선 보완해야 할 것이다.

1년새 3번 올린 建保料

정부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이 직장인인 것 같다. 도대체 한해에 직장인 의료보험료를 세차례 인상하면 이는 직장인을 완전히 ‘봉’으로 인식한 때문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 이미 정부는 금년들어 직장인 보험료를 두 차례 인상하였는데, 또 무슨 염치로 보험료를 인상하고자 하는 것인지 직장인들은 분통이 물론 정부가 주장하는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다. 직장인 보험료 부가 기준이 다음달부터 국세청에 신고된 지난해 총보수로 기준이 변경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변명은 특별히 인상 요인이 발생하였기 때문이기 보다는 매년 봉급 조정에 따른 지극히 자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인상 이유에 대하여 수긍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생활을 염려한 정부라면 이렇게 기계적인 방식에 의한 보험료 인상이 아니고 단계적인 방식에 의하여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며, 더욱 사려 깊은 정부라면 현재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하여 개선책을 제시한 후 직장인 보험료 인상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 의하면 내달에는 지난해 1년간의 총보수 인상액의 소급 적용분이 일시에 추가 부과될 것이기 때문에 봉급에서 상당한 액수의 보험료가 공제된다고 한다. 때문에 직장인들의 실제 봉급 수령액은 아주 적어질 것 같다. 3월달 신학기 등록금 등으로 인하여 가뜩이나 쪼들리고 있는 살림인데 일시에 보험료를 공제하면 서민들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의약분업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결국 의료보험료만 인상하였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없이 유리알과 같은 직장인들의 지갑만 자꾸 털어가려고 하는 것은 너무도 안이한 발상이 아닌지. 정부는 더이상 직장인을 ‘봉’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의료보험공단의 운영도 개선하고 또한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의료보험 적자만 나면 적당한 이유를 붙여 직장인을 ‘봉’으로 알고 슬그머니 보험료를 인상하는 잘못된 발상은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 직장인들이 분노하기 전에 정부는 직장인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아울러 이 때까지 의료보험 인상은 유보해야 한다.

민주당 경선, 무엇인가?

민주당 경선이 초반 6개 지역의 투표를 마치고 오는 30일 경남을 고비로 중반전에 접어든다. 이같은 순회경선은 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함인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가 들린다. 정계개편을 위해서는 후보로 선출되어도 사퇴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다. 사퇴 용의가 있는 후보를 두고 굳이 애써가며 경선을 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만약 정계개편이 당론이라면 그같은 당론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 어떤 특정인의 생각이 당론일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 괴이한 것은 당의 정체성이다.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어디까지나 보수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급진개혁이 보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보수정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이념적 성향을 드러내 보이는 건 객관적 판단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민주당이 과연 보수정당인지 헷갈린다. 정계개편을 전제로 하고, 보수 일탈로 의심되는 개혁을 전제로 하는 경선이라면 당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장차 당의 존립마저 의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나도는 음모론 등에 신뢰할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감지되는 어떤 급격한 변화의 추이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집권 여당이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그 파장이 크다. 민주당 경선에서 앞으로 누가 되고 안되고 하는 것은 순전히 당내 사정이다. 당 밖에서 누굴 두둔하고 말고 할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경선 후보자들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판단은 누구든지 가질 수 있다. 정계개편을 위한 후보사퇴 용의, 당의 정체성 의문 등은 바로 이같은 판단에 속하는 우려다. 김중권 후보의 돌연한 사퇴 역시 석연치 않다. 끝까지 가겠다던 의지가 왜 갑자기 훼절됐는지 이유가 불분명하다. 이제 정동영후보 또한 이미 사퇴한 네 명의 후보처럼 사퇴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잇단 사퇴의 배후가 궁금한데 있다. 경선은 오는 4월20일 부산, 21일 경기에 이어 27일 서울을 마지막으로 42일간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경선이 끝까지 순항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외국인 불법체류 대책 세워라

외국인 불법체류 대책 세워라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하자마자 잠적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15일 베이징(북경)발 중국국제항공 CA125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 입국허가를 받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66명 중 43명이 대합실을 빠져 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 중국인들이 단체관광을 가장,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행방불명인 것으로 봐 사실이 그러할 것이다. 국내 알선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당국은 지난 2월말 현재 국내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26만 1천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라 8만∼10만명 규모의 중국인 방한이 예상되고 있어 관광을 위장한 불법체류자는 앞으로 크게 늘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밀입국을 감행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월드컵경기 관람 목적 입국은 합법적인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문제는 월드컵 경기장 입장권만 소지하고 있으면 범죄자가 아닌 이상 입국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40만∼50만명의 다른 외국 관광객들도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불법 체류자들의 입국은 4만∼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불법 체류자는 30만명이 웃돌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단속 후의 조치 문제다. 하루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불법체류자들의 강제 출국은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여명의 수용시설밖에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제출국이라 하더라도 여권수속, 짐 정리 등에 짧게는 3일에서 10일간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이들을 수용할 보호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다.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중국인 불법 체류자들은 1일 400명 강제출국이 가능한 한∼중간 국제여객선을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보호시설이 없는 것이다. 화성시에 4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외국인 보호소가 있기는 하지만 호송중 야기될 혼란도 우려되거니와 그래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불법체류자들이라 하더라도 노숙을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불법 체류자 적발 및 수용시설 특별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하기 바란다.

공무원 노조, 공권력에 도전하나?

공무원 노조, 공권력에 도전하나? 한국공무원노조총연맹에 이어 전국공무원노조 출범으로 복수 공무원노조가 형성됐다. 가뜩이나 발전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사회가 어수선한 판에 공무원들까지 불법 노동운동을 서슴치 않아 불안감을 더 한다. 우려스런 것은 경찰 군인까지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황당한 주장이다. 한국공무원노조는 경찰 소방관 등 특수직군을 제외한 6급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비해 전국공무원노조는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여 다만 경찰 군인 등은 단체행동권을 제한 하겠다고 한다. 또 노동3권을 다 인정받으므로써 예컨대 공무원 보수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엔 파업도 강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유례없는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그 실체가 궁금하다. 경찰, 심지어는 군인까지 노조를 결성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고 단행행동권이 인정된 공무원노조가 어디에 있는지 해도 너무 한다. 정부가 연내 공무원노조 관련법을 제정, 3년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것도 우리의 실정엔 너무 이르다. 하물며 한국공무원노조가 내년 시행을 주장하는 것도 모잘라 즉각 시행을 주장하는 전국공무원노조의 논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민간노조의 탈법행태로 노동운동의 성숙이 저해받고 있는 터에 공무원들까지 불법노조를 출범, 가당치 않는 요구조건을 내거는 초법적 단체행동은 국가기강을 문란케 한다. 공무원의 법외노조, 공기업의 발전노조가 하나같이 불법을 일삼는 게 정권의 레임덕을 틈탄 밀어붙이기식, 그리고 해임 등 집단조치가 어려울 것으로 믿는 다중의 위세로 보여 심히 당치 않다. 김대중 정부가 비록 도덕성을 잃어 국민의 신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가 공권력이 도전받는 것을 용인할 사회정서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사태가 더욱 불행 방향으로 확산되는 일이 없기를 소망 하면서, 그러나 실로 바라지 않는 정부의 어떤 강력한 조치가 만약 이루어져도 변호하기가 어렵다는 부득이한 생각을 갖는다. 이런 불상사가 없기 위해서는 공무원노조, 공기업노조가 자중해야 하는 게 순리다. 노동운동의 투쟁이 행여 체제를 일탈해서는 체제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대문이다. 노동운동 본연은 단순한 집단이기가 아니다. 노동운동 역시 사회공익의 수반이 요구된다. 국가 공권력에 도전하는 공무원노조, 공기업노조의 강성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는다.

특검, 그리고 검찰

이용호 특검법 개정안 표결처리가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오는 25일 법정시한으로 사실상 마감하게 됐다. 차정일 특검팀 또한 100여일의 강행군에 지친 탓인지 수사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검찰인 점을 들어 특검 연장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듯 싶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특검이 못다한 일은 마땅히 검찰로 넘어가 수사가 어뤄져야 한다고 차정일 특별검사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섭섭한 점이 없지않다. 그간 특검팀 수사의 진전을 보는 것으로 살맛 나는 속시원함을 달랠 수 있었던 게 대체적인 사회정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검수사는 아태재단이 이용호게이트와 관련, 의혹 짙은 자금 흐름 추적의 막바지 단계에서 시한을 다 하게돼 앞으로의 검찰수사를 주목케 하고 있다. 특검팀이 처음 출발했을 땐 역시 수사의 한계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관측이 지배적 이었다. 그러나 차정일 특검팀은 그같은 예상을 뒤엎고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를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점조직처럼 지화화한 이용호게이트의 실세에 접근한 것은 특검수사의 완전개가다. 미진한 특검수사를 이송받는 검찰이 이제 큰 짐을 떠안게 된다. 특검수사 과정을 일일이 여기에 열거하는 중복은 굳이 필요없을 것 같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있을 검찰수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아태재단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다. 아태재단 자금 및 이수동씨 국정개입 의혹 등 권력 핵심부와 민감한 사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굉장히 궁금하다. 검찰 역시 고충이 없지 않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고충이 어떻든 다시는 부실수사 오명의 전철을 되풀이 해서는 안되는 것이 검찰의 소명이다. 이명재 검찰총장 취임이후 검찰 내부에 오랜만에 활력의 기운이 도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 이같은 검찰 분위기의 쇄신이 탄력을 얻기 위해선 더는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초연한 검찰이 돼야 하며 아태재단 수사는 이의 시금석이 된다고 믿는다. 언제나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무한하다. 검찰 조직이 정치세력에 휘말려 검찰의 권위가 더이상 훼손되는 불행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국민의 소망이다. 검찰내부 역시 그러했음에도 과거 일부의 정치검사로 인해 조직이 힐난의 대상에 올랐던 것은 유감이다. 이제 시한을 다한 특검의 그간 노고를 거듭 치하하면서 검찰의 새로운 분발을 간곡히 기대해 마지 않는다.

學運委 위원 선거가 이래서야

도내 일선 초·중·고교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학부모위원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비민주적 행태가 매우 우려스럽다. 학부모, 교원, 지역사회 대표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은 앞으로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선출결과는 교육계의 큰 관심이 되고 있다. 그런만큼 이들의 선거 절차와 방법은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 20일 실시된 도내 일선 초·중·고교의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과정을 보면 상당수 학교의 학부모 총회가 요식행위에 그치는 비민주성을 드러내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학교운영에 적극 참여하려는 학부모들의 자유스런 출마와 경선에 의해 선출되어야 할 학부모 위원 선거가 기존 위원들의 적극 개입과 학교측의 사전 조율로 후보가 사퇴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마다 기존 학부모 위원 중 30∼50%가 재선됐고 학교측의 조율로 학교장이 원하는 학부모 위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중 ‘지역위원’은 학부모 위원과 교원위원(교사회의서 선출)의 협의로 선임되는 만큼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학교장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4월18일 실시될 도교육감 보궐선거와 관련 특정인을 지원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어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별로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의사결정을 하고 예산집행을 감시 감독하는 교내기구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권한도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다. 이처럼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본 취지가 학교운영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확보하자는 것인데 학교와 기존 위원들이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에 개입하는 것은 이같은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벌써부터 이런 편법들이 동원될 정도이니 앞으로 선거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닥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교육자치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 선거는 출마자들이 교육자들이라는 점이 무색하게도 상호비방 등 각종 추문으로 얼룩져 왔다. 학교운영위원 전원에게 교육감 선출권을 부여한 것은 교육자치 초기에 채택한 교육위원들에 의한 교황식 선출방식이 낳은 금품거래, 파벌조장 등의 부작용을 배제하고 교육자치를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투표권의 확대가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면 우리의 자치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자들의 맹성이 있어야 한다.

성 범죄자 공개, 계속해야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19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443명을 발표했다. 정부 중앙청사와 16개 시·도 게시판, 관보, 청소년 보호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성범죄자의 직업, 범죄사실 등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파렴치범들 가운데 대학 교수, 교사, 중소기업 대표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성 범죄자들은 청소년의 나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 크다. 특히 고용주와 이웃, 친구 아버지, 동료 등이 전체 443명 중 209명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오히려 성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더 높아 앞으로가 정말 염려된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이 무려 69.3%인 307명에 달해 같은 성범죄자가 계속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된 16세 소녀를 여관에서 집단 성폭행했는가 하면, 13세 미만의 여자 어린이들에게만 흉기를 들이대며 성폭행한 강간 전과범도 있다. 영어 등을 교습해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가진 학원강사, 심지어 친딸을 성폭행한 범죄자도 있다고 하니 무참해진다. 이번 신상공개는 지난해 1차 때 169명보다 2.6배나 늘어났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점점 증가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위헌소지가 있고, 특히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공개대상자의 가족이 받게 되는 피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있다. 가족의 입장에 서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방어능력이 없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한 가해자는 자신의 인권이나 권리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피해자 가족의 분노 앞에서는 공감이 약해진다. 일순간의 무책임한 성욕으로 인해 어린 청소년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절망을 생각하면 성범죄자의 명단 공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성범죄자 명단을 확보,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채용 금지자료 및 상벌 회부자료로 활용하는 기업체는 그래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범죄자 명단 공개는 가해자의 인권침해가 아니라 재발을 차단하려는 예방차원의 고육책으로 인식돼야 한다. 아울러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범죄자에게 더욱 중벌을 적용해야 한다.

가스폭발사고 속수무책인가

퇴근시간 도심에서 어이없는 가스폭발사고가 또 일어났다. 인천 부평5동의 3층짜리 다세대 주택 가스폭발은 한마디로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사고였다. 60여명이 다친 부천 가스충전소의 폭발이나, 65명이 부상한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등 대형 가스폭발사고가 잇따랐는데도 다세대 주택에서 부주의로 이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경찰 감식결과 밝혀지겠지만, 사고발생 10분전에 LP가스 판매차량이 다세대 주택에 도착해서 가스통 교환작업을 했다는 목격자의 진술로 보아 교체과정에서 가스관 연결이 잘못돼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경찰은 이와는 별도로 입주 가구 중 일부가 사용하는 도시가스의 누출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어느 경우라도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집계된 피해만 6명 사망에 2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피소로 허가난 반지하층에 들어선 교회에서는 수요예배가 예정돼 있었으나 그전에 사고가 발생,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조그만 안전관리 소홀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또 한번 뚜렷하게 보여준 셈이다. 고막을 찢는듯한 굉음과 함께 지은지 2년밖에 안된 3층건물이 순식간에 폭삭 주저앉은 모습에다 반경 100m안의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주차중인 3대의 차량이 건물 더미에 깔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현장은 가스사고가 얼마나 위험하고 위협적인가를 피부로 느끼게 해줬다. 가스는 이제 가정이나 공장·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본 연료다. 서민들의 집 외벽이나 지하와 지상에 각종 가스관이 얽혀 있어 가스속에 둘러싸여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용해서 편리한 만큼 위험성도 커지게 마련인데도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철저한 시설관리와 안전교육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형사고가 터진 후에야 비로소 각종 대책과 온갖 처방을 마련하느라 법석떠는 것이 우리의 악습이다. 하지만 평소 안전의식을 생활화·습관화하는 것만이 원시적 사고의 재발을 막는다는 점에서 시행중인 LP가스 안전공급계약제를 보완할 필요가 없는지 제도적 개선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15일간 교육 이수 후 시험합격자에 주는 가스관리 자격요건과 배달자의 안전교육강화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우롱하는 인터넷 쇼핑

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거의 2천만명의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어 서구 선진국에 비하여 인터넷 강국이라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최근 인터넷 쇼핑이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의 판매 신장률을 능가할 정도로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어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는 교통혼잡, 시간낭비 등을 피하여 편안하게 집이나 직장에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더구나 막대한 투자를 요하는 점포 등이 필요치 않아 상품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아 소비자들이 더욱 많이 애용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에 따른 서비스가 많은 문제를 나타내고 있어 시급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정보수단을 매체로 하여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품 배달 지연이나 불량품이 배달되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처리할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배달 지연 등에 대하여 항의를 하지만 인터넷 쇼핑 회사로부터 ‘미안하다’ ‘이해해 달라’ ‘곧 배달된다’라는 판매원의 전화 목소리나 이메일을 통한 답신을 받는 것 이외에는 소비자로서는 더 이상 취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소비자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광주광역시에서만 지난해 소비자보호원 분원과 소비생활센터에 접수된 사례가 무려 2배가 증가된 사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음식물의 경우, 배달 지연으로 부패된 경우가 있음에도 적절한 보상이 지연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인터넷 상거래는 철저하게 신용을 매개로 거래되는 상행위이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회사가 소비자를 면전에서 대하지 않는다고 일시적으로 이윤에 팔려 소비자에게 값싼 불량품을 보내거나 또는 무책임한 배달지연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인터넷 쇼핑회사에 부메랑으로 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21세기 상거래를 리드하는 인터넷 쇼핑이 발전되기 위하여 더욱 철저히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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