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기강 해이 심각하다

5명의 여성을 살해한 엽기적 연쇄살인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경비업체 직원들이 잡아 준 범인 2명을 출동 경찰이 허술하게 다루다 그중 1명을 놓쳤고, 달아났던 그 범인은 피신한 월세방에서 검거직전 준비한 흉기로 자해, 숨졌다. 검거과정에서 경찰이 범인의 자해를 막지 못한 미흡함을 또 드러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건은 본란이 이미 지적한대로 경찰의 기강해이와 직무수행 태세 및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을 보면서 곳곳에 우리 경찰의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겉도는 검문검색 체제다. 의왕 승용차 남녀살인방화 사건이 드러난 후에도 연쇄살인범들은 검문에 걸리지 않고 수원·용인 등지를 누비듯 활개치며 강도살인을 일삼았다. 경찰이 형식적인 방범활동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동원했을 뿐 효과적인 검문검색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입증하고 있다. 둘째, 사건의 늑장·허위보고다. 삼성반도체 주차장에서 차량 번호판을 훔치려던 범인을 잡은 경비업체 직원의 신고로 파출소 이모 순경이 출동한 시간은 4월30일 0시57분쯤이었다. 이 순경이 범인들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은채 순찰차 뒷좌석에 태웠다가 범인들이 순찰차를 탈취 도주한 시간이 오전 1시3∼5분 사이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순경은 도주보고를 하지않고 범인들의 차적조회를 위해 현장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고 오전 1시40분께 다시 현장으로 가 범인차량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시신 5구를 발견했다. 결국 도주사실에 대한 본서 보고는 오전 2시10분께로 범인 도주 1시간이 지나도록 상부보고가 안돼 범인은 사건현장에서 유유히 벗어날 수 있었다. 더구나 파출소 서면 보고서에는 사건발생시간을 오전 2시로 1시간 이상 늦췄고 시체3구가 발견됐다고 기재하는 등 발견시간과 구체적 상황마저 허위로 보고했다. 그런가하면 경찰서가 경기경찰청으로 보고한 문건에는 발생시간을 오전 2시 30분으로 기재, 30분을 더 늦춰 보고했다. 책임회피에 급급한 나머지 허위보고까지 했다. 셋째, 교육·훈련의 소홀이다. 한달 전 수원 중부경찰서 경찰관이 직무수칙과 범인호송수칙을 어겨 순찰차를 탈취당했던 수모를 겪었으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또 저질렀다. 교육·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경찰은 이제 기강해이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심기일전해서 민생치안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스팸메일 규제 법규마련을

요즈음 인터넷 사용자들은 컴퓨터를 부팅할 때마다 화가 치민다. 컴퓨터를 키자마자 뜨는 것이 불필요한 광고와 같은 스팸메일이다. 단순한 상품광고라면 그래도 참을만 하나 갖가지 형형색색의 요란한 음란성 스팸메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업무시작부터 기분을 망치기가 다반사이다. 이런 스팸메일로 인한 손실은 대단하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금전적 손실도 상당하다. 최근 한 인터넷 조사업체가 스팸메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네티즌들은 하루 평균 45통의 스팸메일을 받으며, 이를 지우는데 7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무려 2조6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니 가볍게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컴퓨터 사용자 한 사람이 스팸메일 지우는데 드는 시간이 연간 총 44시간이나 된다니 이 얼마나 불필요한 낭비인가. 이러한 스팸메일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이 많은데도 이를 제대로 규제할 장치가 없어 스팸메일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행 법규에 의하면 스팸메일은 통신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일정한 광고물임을 표시하지 않았을 경우 행정기관은 일정 금액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을 뿐 사법처리의 대상이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업자들은 이런 미비점을 악용, 스팸메일을 마구 보내고 있다. 업자들이 스팸메일을 보내는 방법은 더욱 지능화하고 있는데 이를 단속할 경찰이나 검찰은 법규의 미비로 인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음란성 스팸메일 업자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미국 등 외국을 경유하여 국내에 교묘하게 전송하는 바람에 더욱 단속이 힘든 상황이다. 또한 자주 발신처를 변경하거나 일반 사업광고로 둔갑시켜 보내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 스팸메일을 단속하는 관계 법령의 제정이 시급하다. 현행 법규인 ‘통신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대폭적인 수정이 이루어지던가 또는 스팸메일 규제에 관한 새로운 법규를 제정, 강력하게 단속해야 된다. 위반자에 대하여 단순한 과태료 부과로 끝내선 안된다. 엄격한 사법처리가 수반된 법규를 통하여 인터넷 사용자들을 스팸메일 공해와 막대한 경제·사회적 손실에서 해방시켜야 된다.

어느때인데 動向조사인가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동향조사인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평택시 시정담당 공무원이 각 읍·면·동에 통·리·반장과 주민자치위원·새마을지도자 등 9개 단체 회원의 정치성향 등을 분석 제출토록한 것은 그냥 덮어 둘 일이 아니다. 입으로는 공명선거를 말하면서 뒤로는 관권(官權)을 동원하던 과거정권의 추악한 행태가 재연될 어떤 조짐도 우리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선관위와 사직당국은 평택시가 왜, 어떤 경위로 이런 조사를 하게 됐는지 명백히 밝혀내고 위법사실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집행을 통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행 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기획참여나 지지도 조사 등을 분명히 금지하고 있고,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6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우리는 과거 신물나게 보아 왔던 이런 구태를 지방자치시대에서 다시 보게된데 대해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평택시장과 시 관계자 스스로는 동향조사 지시를 내린바 없고, 단지 담당직원의 어이 없는 실수였다며 읍·면·동에 보낸 문제의 전자문서는 발송 3시간 뒤 바로 삭제하고 해당 직원을 대기발령했다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현직 시장이 차기 선거에 출마하는 상황에서 시도된 이같은 정치성향조사는 아무 의도없이 직원 한사람만의 생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시장이나, 그외의 상급자가 정말 그런 조사를 지시한 일이 없었는지 부터 철저히 수사, 규명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일선 공무원의 오랜 타성이나 과잉충성으로 이런 일이 저질러졌을 경우라 하더라도 말단 공무원이 단독적으로 주도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최근 각 지역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이용한 단체장들의 관권개입 의혹설로 시비가 잦아지고 있다. 지자제 실시이후 우리가 보아 왔듯이 인사권이나 예산집행권 등 민선단체장의 영향력은 막강하며 그것이 선거에 남용될 가능성은 적지않다. 따라서 선심행정이나 음성적인 개입 등 지방자치와 공명선거를 모두 망칠 단체장들의 무리한 행동은 절대로 있어선 안된다. 선거를 앞두고 어떤 오해받을 소지를 남기거나 암암리에 자기편에 서서 선거에 개입토록 공무원을 줄세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더 이상 관권개입 등 불공정 시비가 일지 않도록 현직단체장들의 각성을 촉구해 둔다.

선심성 축제, 왜 그리 많은가

6·1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마다 각종 이벤트성 행사나 축제 등을 앞다퉈 열고 있다. 지금이 밝은 사회라면 축제가 자주 열려도 좋지만 그러나 이들 행사가 거의 현역 시장·군수·구청장 및 시·군·구의원의 치적 홍보의 장(場)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문제가 된다. 사실상 편법적인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여론도 높다. 행정자치부와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전국 각 시·군 및 구청에서 치르는 축제는 총 6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받아 열리는 각종 축제성 행사까지 합치면 8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행사가 1건당 5천만원 내외의 예산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400여억원의 혈세가 소모되는 셈이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일부 자치단체들이 기존의 축제들을 예년보다 큰 규모로 치르는가 하면, 예년에 없던 걷기대회, 달리기대회 등 이벤트성 행사들을 6월 선거이전에 잇따라 열어 표심잡기 선심공세라는 의혹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예를 들어 남양주시의 경우 최근 열린 ‘시장기쟁탈 생활체육대회’는 생활체조, 검도, 골프, 육상 등 12개 종목을 올들어 추가, 25개 종목이 치러졌다. 또 시장기 유소년 축구대회, 합창대회 등도 신설됐다.더구나 청소년 종합예술제 예선 및 본선대회가 5월과 10월 열리는데도 남양주시는 5월 21일과 2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소년 힙합댄스와 그룹사운드 공연을, 25일과 26일에는 세계야외공연 축제 청소년공연 한마당을 금남리 북한강변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체육행사도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차원에서 물론 권장할만 하다. 그러나 일부 시·군이 개최능력도 없으면서 도비·국비를 지원받아 특색없는 축제나 체육행사를 개최한다면 진정한 축제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겉으로 ‘화합 한마당’을 내세우며 속셈은 현역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치적 과시’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축제나 이벤트성 행사는 양식있는 유권자들로부터 오히려 외면을 당하는 역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역전통과 주민정서가 연계되지 않아 실효성이 낮은 축제는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주민복지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적법여부 판단과 감시활동을 주시하고자 한다.

치안부재, 국민은 불안하다

소름이 끼친다. 이 나라에 정녕 민생치안이 존재하는지 허탈하다. 신용카드 빚을 갚기위해 승용차를 택시로 위장해 3일 동안 여성승객 5명에게서 금품을 빼앗고 목졸라 살해한 엽기적 연쇄살인 사건이 또 일어났다. 여성 5명중 2명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몇십만원의 돈을 뺏으려고 저지른 연쇄살인의 대담성과 잔인성이 또 한번 우리를 전율케 한다. 최근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꼬리를 잇고 있어 비상령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범인들이 수원 용인 등지를 누비며 범행을 저질렀으니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답답하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치안상태에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요며칠 사이에 보도된 몇가지 사건만 살펴봐도 우리의 치안상태가 어느 정도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의왕 승용차 남녀살인 방화범들의 31차례에 걸친 강도 살인사건을 비롯, 화성시 서해안고속도로변의 20대 남자 토막사체 유기사건, 공기총 여섯발을 머리에 맞고 숨진채 하남에서 발견된 여대생 살해사건, 그리고 자동차 수원지점 영업 여사원의 실종사건 등은 오늘의 치안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치안력의 확보다. 택시인줄 알고 탄 선량한 시민이 무고하게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치안부재의 책임은 당연히 정부가 져야 한다. 더구나 흉악범 2명이 용인시 기흥읍 삼성반도체 주차장에서 승용차 번호판을 훔치려다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으나 감시소홀로 1명이 달아나 얼빠진 경찰의 모습을 또 드러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수갑도 채우지 않은 채 범인들을 순찰차 뒷좌석에 태웠다가 출동 경찰관이 범인들의 승용차를 살펴보러 간 사이 순찰차를 탈취당했다. 경찰관이 출동할 때는 어떤 상황이라도 대비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는 것은 치안유지자로서의 기본이다. 그러함에도 용인경찰서 산하 파출소 경찰관은 2명 1조로 출동해야 하는 수칙을 어기고 1명만 출동했다가 타고 간 순찰차를 어이없게도 범인들에게 빼앗겼다. 순찰차에서 내릴 때 시동을 끄고 차 열쇠를 뽑도록한 근무수칙도 어겼다. 한달 전 수원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이 범한 실수의 재판이다. 다행히 추격전 끝에 1명은 잡았으나 1명은 놓쳤으니 경찰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동안 경찰당국이 범인검거 및 호송에 대한 교육훈련을 어떻게 실시했는지 의아스럽다. 경찰은 이제 민생치안의 요체가 범죄예방과 범죄발생시 즉각적인 범인검거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주5일근무제 조속 합의를

지난 27일 토요일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첫 토요휴무제를 실시하여 모처럼 따뜻한 봄기운속에 가족들과 즐거운 봄나들이를 하였다. 정부부처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모든 장·차관들, 고위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여 토요휴무를 함으로써 첫 토요휴무제는 그런대로 잘 실시된 것 같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등산, 운동경기 관람 등 취미활동을 하거나 또는 밀린 가사를 돌보아 토요휴무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정부는 앞으로 토요휴무제를 매달 넷째주에 계속 실시하여 민간기업이 이를 따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주5일근무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사와는 달리 경영자측과 노동자측의 입장이 달라 합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개최된 노사정위원회에서 토요휴무제 논의가 상호 입장 차이로 합의되지 못하여 표류하고 있어 이를 실시하려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며 더구나 현재 국회가 여러 가지 정치일정으로 입법화하기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영자측은 임금보전원칙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연월차 휴가일수조정 등은 국제적인 기준을 감안하여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동자측의 입장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구체적 사안에 대하여 차이가 있어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임금보전책 등 쟁점에 대하여 정부, 경영자측과 상당한 합의에 접근하여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부와 한국노총, 경영계가 추진하고 있는 주5일근무제 합의는 그 동안 노동계가 수년간에 걸쳐 쌓아 놓은 노동시간의 단축 투쟁의 성과 등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또한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5일근무제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은행노조나 서울지하철 노조는 임단협 협상에서 독자적인 주5일근무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주5일근무제의 필요성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노사정위원회라는 틀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노총도 협상의 틀인 노사정위원회에 조속 복귀하여 상호 합의 속에 주5일근무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하여 합의하기 바란다.

월드컵 D-31, 시민의식을 갖자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를 불과 31일 앞두고 있다. 남은 한달동안은 최종 점검 기간이다. 그 동안의 준비에 비해 성과가 어떤가를 생각해 본다. 역시 미흡하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는 결국 시민의식의 결집으로 직결된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교통질서, 각종행사, 손님맞이, 안전대책 등 이밖의 제반 분야에 시민의식이 수반되지 않고는 성공을 기하기가 어렵다. 일찍이 1986년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렀다. 그런데도 시민의식은 14∼16년 전에 비해 오히려 퇴조된 감을 갖는다. 예컨대 길 거리마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는 과연 올림픽을 치른 시민 수준인가를 의심케 한다. 무질서와 불친절은 과연 월드컵을 앞둔 지역사회인가를 회의케 한다. 일본은 월드컵 준비를 민간사회가 앞장서고 관은 지원하는데 그쳤다. 결과는 지극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월드컵 준비를 사실상 관이 앞장서왔다. 그럼에도 미흡한 것은 시민의식이 따르지 못한 탓이다. 준비기관에서 아무리 좋은 플랜과 프로젝트를 가져도 이를 받쳐주는 지역사회의 시민의식이 집약되지 않고는 소기의 목적 달성이 어렵다. 기왕이면 일본보다 우리가 더 잘 치르고, 다른 국내 도시보단 수원에서 더 잘 치르고자 하는 역량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실천이 어렵지 않은 기초질서에 속하는 일에서부터 출발된다. 또 월드컵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 때만 잘하자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 같은 세계적 이벤트를 계기로 생활질서의 질을 높여 후대에 물려줄 좋은 생활문화를 이 기회에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식 발현에 준비만 있고 성과가 별로라면 그것은 순전히 우리 시민의 책임이다. 질서, 청결, 친절 등 시민운동 3대 추진의 덕목만 해도 그렇다. 과연 잘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는지, 정작 주변을 돌아보면 부끄럽다. 택시 등을 비롯한 접객업소나 외지인에 대한 길 일러주기 등 시민 안내는 여전히 불친절하고, 교통질서의 난폭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경기장내 난동행위도 여전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시민의식은 시민들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 시민의식을 발현하는 아름다운 노력 갖기를 호소하고자 한다. 남이 안하니까 나도 안한다는 소극적인 생각보다는 남은 안해도 나는 한다는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꽃피울 때, 월드컵 또한 성공의 꽃을 활짝 피운다.

쌀대책, 대폭 수정하라

농림부가 발표한 ‘쌀산업종합대책’은 한마디로 총론은 그럴듯한데 비해 각론이 허술하다. 정책 목표는 있으나 이를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 없고 이에 따른 부작용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과잉과 국제경쟁력에만 초점을 맞춰 쌀 재배면적을 13%나 줄이겠다는 것은 민족의 생명줄인 우리쌀 지키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본다. 농민과 농민단체들이 반농업인적·반농업적이라고 반발하면서 쌀산업대책의 철회 또는 보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기능만으로 쌀 수급 균형을 이뤄낸다는 정책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쌀값이 대폭 하락하고 쌀 농사를 그만두거나 면적을 줄이는 농가들이 대거 나와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은 적당치 않다. 쌀값 안정 없이 정부가 시장을 방임할 경우, 가격폭락에 따른 농가들의 충격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는 2005년까지 쌀 재배면적을 지금보다 13ha를 줄인다고 하지만 벼 이외에 마땅한 대체작목이 없는 농가 입장에서 별도의 인센티브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면적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 벼농사에서 이탈된 논에 대한 대책이 없을 경우 다른 소득작목의 수급불안도 우려된다. 정부 정책이 농가들로 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농가소득을 보장하면서 쌀값하락 추세가 큰 충격 없이 장기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망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재고미 400만섬을 대북지원과 가공용 등으로 특별처분하고 올 가을에 미곡종합처리장을 통해 550만섬을 매입토록해 예년수준의 수급관리를 하겠다는 것이 수확기 대책의 골격이지만, 특별처분외에는 과거보다 새로운 정책수단이 제시되지 않아 쌀 문제가 야기될 요인이 많다. 소득보전직불제나 소득보호직불제 등을 추후에 검토키로 한 농가소득안정대책도 허술하다. 농림부가 내놓은 쌀산업종합대책은 앞으로 누적될 재고물량 처리방안이 없고 쌀시장 방임으로 민간유통 활성화에 장애가 될 소지가 많다. 공공비축제 도입이 늦고 예산확보책이 빠졌을뿐만 아니라 농가소득 보전장치가 미흡하고 재배면적 감축방안도 불명확하여 보완할 점이 많다. 본란의 지적사항을 충분히 보완하여 5월에 확정되는 쌀 대책이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민주당, ‘투톱’체제 출범

민주당은 4·27 전당대회를 통해 노무현 후보, 한화갑 대표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최고위원 선출에서 개혁파 득세, 동교동계 소침이 두드러진 게 이번 전당대회의 특징이다. 영호남 통합과 개혁성향의 외양을 일단 갖추었다. 그러나 앞길은 험난하다. 첫째, 투톱 체제의 관계다. 한 대표는 ‘후보 중심의 당 운영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갈등의 소지가 다분하다. 노 후보는 정권 재창출을 내세워 사실상 당을 주도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다듬기나 대야 관계에 사조직 캠프와 당 공조직간의 조율이 결코 원만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노 후보가 사조직을 완전해체 하지 않는한 필연적이다. 특히 YS 민주계 등 과거 민주화 세력이 헤쳐 모이는 ‘신민주연합’의 노후보 정계개편 구상을 막상 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정계 개편 과정에서 후보는 기득권 포기를 당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이다. 노 후보는 “DJ와 의리를 저버리는 천박한 차별화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의리란게 ‘김심’에 대한 보은인지 이념적 승계인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같은 말은 DJ 조기 탈당의 불가피성을 시인하면서도 그야말로 의리상 체면치레로 한 것일 수 있다. 그렇게 보는 객관적 시각이 많다. 민주당 지지율이 근래 대통령 아들들을 비롯한 권력형 비리의혹 심화로 한동안 상승 추세이던 게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는 후보의 부담이면서 또 당의 부담이 되기도 한다. 12월 대선에 앞서 6·13 지방선거에 이어 국회의원 8월 재·보선이 있다. 이런 중간선거를 앞두고 후보와 당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보일 것인지가 주목되는 또 하나의 과제다. 셋째, 경선 및 지방선거 후유증이다. 이인제 전 경선 후보는 중도 사퇴후 독자노선 모색 의지를 이미 밝힌바가 있다. 그를 후보와 당이 무슨 카드로 붙잡아 둘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노 후보의 정계 개편 구도가 이인제 전 경선후보가 주장한 중도보수 개혁 노선과 크게 차이가 날 땐 탈당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경선 후유증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6·13 지방선거 결과는 노 후보와 당에 결정적 변수요인이 된다. 민주당의 신출범은 민주정당의 면모를 과시하는덴 일단 성공했다. 앞으로의 난관 타개는 당이 국민에 대한 후보검증을 통해 ‘개혁과 통합의 정치’실체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밝히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명태는 필수품이 아니다”

이 정부는 국민에게 다중적 생선인 명태마저 하나 제대로 먹이기가 어렵게 됐다. 명태의 국내 소비는 연간 40만t이다. 가공 등 부가가치를 포함, 1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명태 값의 폭등이 앞으로 우려된다. 러시아 어장의 민간쿼터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와의 어업협상에서 북태평양 해역의 허용어획량이 60%나 줄자 ‘정부쿼터가 줄면 민간쿼터를 늘리겠다”고 큰소리 쳤다. 한데, 바로 이것이 무산됐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실시한 민간쿼터 입찰에서 입찰 물량 전량을 자국 어민들이 싹쓸이 해갔기 때문이다. 국제입찰에 붙일 유찰 물량이 전무해진 것은 지난해 처음 실시된 쿼터 입찰제에 반발, 참여를 거부했던 자국 어민들이 올핸 대거 참여한 탓이다. 정부는 민간쿼터에서 연간 소비량의 35%에 해당하는 14만t을 확보할 계획이었던 것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로써 국내 올 명태 원양어업은 정부쿼터 2만500t 확보에 불과해 지난해 정부 및 민간쿼터 20만t의 12.5% 조업에 머물게 됐다. 합작사업, 공동어로 사업분이 있다고 하나 4만5천t에 그쳐 수급차질을 면하는데는 역부족이다. 또 정부와 민간 재고가 6만여t이 있지만 이 역시 명태시장의 안정을 기하기는 심히 어려울 전망이다. 지속적인 물가단속으로 매점매석을 엄단한다고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수급 불균형의 원천적 요인을 극복하는 것은 아니다. 어선을 폐선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면 소요자금을 융자하겠다는 정부의 폐업권장 방침은 이런것도 정책이라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원양어업을 활성화해야 할 정부 당국이 위축화를 권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단견이다. 인도양의 심해 어장과 칠레주변 어장 등 새로운 어장을 개발한다는 해양수산부측 얘기는 절실한 과제이긴 하면서도 전부터 너무 많이 말로만 들어 이젠 믿기지 않는 소리다. “명태는 필수품이 아니다”라고 한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의 인식은 정책빈곤이 우연한 사실이 아님을 절감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공급이 줄면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과 4∼5개월 후에 있을 민간쿼터의 실패를 예견 못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마지막 차선은 러시아 어장의 합작 및 공동 어로 사업이나마 늘리는 방안을 러시아 정부와 협의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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