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청부살인사건 용의자의 사설탐정 노릇을 한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는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실정법규에 따라 업무를 집행해야 할 경찰관이 사적(私的)으로 돈을 받고 현직 판사를 1년간 미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자신의 집 앞에서 납치된 지 열흘 만에 하남시 야산에서 공기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여대생 하모양 사건과 관련, 현직 판사인 자신의 사위가 숨진 하양과 불륜관계라고 의심했던 윤모여인이 구로경찰서 경찰관 5명은 시켜 1년동안 사위를 미행케 했다는 것이다. 경찰관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의 부탁으로 피살자 주변 인물을 수차례 미행, 그 결과를 알려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찰관이 용의자의 피의사실을 방조한 꼴이 됐으니 경악할 일이다. 더구나 경찰은 현직 경찰관 5명이 윤여인의 부탁을 받고 1년동안 피살자 주변 인물을 미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3명을 파면하고 2명을 보직해임 조치했을 뿐 형사입건하지 않고 숨겨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경찰서는 하양의 살인범을 잡는데 수사력이 모자라 사건 마무리 시점에서 처리하려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범죄예방은 물론 모든 사건의 완벽한 수사와 철저한 처리를 기대해 온 우리로서는 하양 피살사건의 전후를 보면서 일종의 배심감과 함께 허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김대중 정권이후 공공기관의 기강이 해이되고 있다는 말을 새삼 하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공명정대한 민생사건 수사와 빈틈없는 내부관리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경찰에서 상식밖의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국민을 극도의 불안감에 빠지게 한다. 경찰 수뇌부가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온 민생치안확립 다짐에도 불구하고 왜 범죄가 갈수록 증가만 하고 있는지, 경찰이 사회정의 구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왜 불신을 씻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권력 행사가 탈법적으로 사리(私利)를 추구한다면 공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고 시민의 신뢰나 협조도 기대할 수 없다. 이제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이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문제를 따져 지위고하를 불문, 엄중한 사법처리가 있어야 한다. 사건의 엄정처리와 경찰의 대오각성을 촉구해 둔다.
제16대 국회 후반기를 담당할 국회의장단을 비롯한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이 이번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주요 정당간에 이에 대한 논의가 크게 진척이 없어 현재로서는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스스로 정한 국회법조차, 그것도 국회 원구성을 위한 법 규정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참으로 한심스런 노릇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운영위원장은 당연히 차지해야 된다는 주장이고, 민주당 역시 자신들이 차지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과반수가 미달하기 때문에 자민련이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어 자민련 역시 최소한 부의장과 일부 상임위원장을 차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당간의 국회 원구성을 위한 협상은 쉽지 않을 것 같으며, 이로 인하여 의장단 없는 식물국회가 될 상황이다. 월드컵 경기기간중 외국의 귀빈들이 많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회의장 없이 국회가 공백상태가 된다면 의회정치 국가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여야 정당의 개념이 없는 현재 국회의 상황에서 국회 원구성은 국회 운영에 관한 일반 원칙과 여야간의 상식적인 차원에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우선 새로 개정된 국회법에 의하여 과거보다 권한이 강화된 국회의장은 입법 취지에 따라 의원들의 자유로운 투표에 의하여 선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개정된 국회법은 의장의 당적 이탈과 자유로운 투표를 명시하였으므로 이를 지키는 것이 순리이다. 공정한 국회운영을 위하여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명시하여 놓고 정당들이 소속당 국회의원을 의장으로 당선시키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닌가. 최근 국회는 거의 개점 휴업 상태이다. 임시회가 개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지방선거 등을 이유로 회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민생법안이 산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처리가 되지 않아 국민들의 비판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더구나 국회의장단 구성조차 못하여 민생법안 처리를 게을리 한다면 이는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이다.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기 전에 원구성부터 서두르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정쟁의 어의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정권쟁탈을 포함한 정치상의 주의 주장 등에 관한 다툼과 인신비방 흑색선전은 다르다. 전자는 정쟁이지만 후자는 정치모략이다. 정쟁은 정당정치의 상궤다. 반대로 정치모략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배격해야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오는 31일 개막되는 월드컵축구대회기간 중의 정쟁중단 요구는 상궤에 어긋난다. 대통령 아들들 비리 규명을 정쟁으로 우기는 것도 당치 않다. 월드컵을 빙자한 정쟁중단 요구는 이제부터 본격화되는 홍걸씨 관련의 최규선 게이트와 홍업씨 비자금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암수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수사가 앞으로 포스코 주식을 살때 홍걸씨의 역할, 관련 정·관계 인사들의 대가성에 초점이 접근하면 필연코 정치권도 조용할 수는 있다. 특히 핵심인물인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대가로 TPI주식 2만3천주를 차명으로 받은 것 외에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게 최규선씨의 부인에도 20만달러 제공설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져 그의 체포는 진위에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이 된다. 더욱이 6·13 지방선거는 오는 28,29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가열이 노골화되고 여·야가 12월 대선 전초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지방선거 기간엔 월드컵대회가 겹친다. 민주당은 그래서 지방선거를 월드컵 기간이기 때문에 비판과 주장, 즉 정쟁없이 치르겠다는 것인지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지방선거에 패배해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재신임 여부의 절차가 있어서는 안된다며, 노 후보 보호를 위해 벌써부터 나서고 있지만 역시 필사적으로 선거에 임할 것이다. 지방선거의 중대성은 한나라당 또한 다를바가 없다. 여야의 배수진이라 할 지방선거가 이처럼 월드컵 기간에 있는 마당에 월드컵을 구실로 요구하는 정쟁중단이란 것이 얼마나 공허한가를 알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과열양상이 우려되는 터에 정쟁중단의 허구보다는 오히려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고 국민이 보기에도 좋다. 만약 정쟁이란 게 앞서 밝힌 정치모략을 의미한 것이라면 이미 국민이 식상해 굳이 월드컵 기간이 아니어도 추방해야 할 과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객적고 부질없는 정쟁중단의 소릴 더 내세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최근 안성·용인·충북 진천 등지에서 발병한 구제역은 ‘동·식물 방역청’설립을 서두르게 한다. 지금 우리 농·축산업과 국민건강은 개방화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농·축산물 교역과 구제역 등 각종 질병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검역대상 동물전염병의 경우 1995년 58종에서 최근 150여종으로 늘었다. 식물전염병도 224종에서 1천800여종으로 동·식물 방역 및 검역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동·식물 검역체계가 농림부·농촌진흥청·국립수의과학검역원·국립식물검역소·지자체 등으로 분산돼 있어 독립적 권위를 갖고 국경 검역 및 국내 방역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이렇다. 구제역은 사료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는데도 사료검역이 식물검역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동·식물의 국경검역은 수과원과 식물검역소, 국내 방역은 농진청과 지자체로 분산돼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병해충 차단이 힘들다. 수의직이 한 명도 없는 시·군 지자체가 42%에 이를 정도로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중앙방역조직과 방역실행기관인 지자체간의 연계가 잘 안되고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민원을 우려해 적극적인 방역을 하지 않는 것도 심각하다. 그러니까 현재의 조직과 인력으로는 계절병처럼 발생하는 구제역과 콜레라 등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우리 나라와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우 농무부 산하에 7천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동·식물 방역청을 두고 동물과 식물의 검역 및 질병방역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덴마크도 농수산식품부 직속으로 수의식품청을 설치, 동·식물의 검역과 질병관리 및 식품안전성검사를 총괄하고 있다고 한다. 1997년 구제역 발병으로 양돈산업이 몰락할 정도의 일대 홍역을 치른 대만은 동·식물방역과 검역, 도축장 위생, 동물약품관리 업무 등을 총괄하는 동·식물방역검역국을 농림위원회 직속으로 설치했다. 우리 나라는 동·식물방역청 설립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중 개정법률안을 지난해 4월 발의했으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논리에 밀려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작은 정부는 물론 좋다. 하지만 시대 상황에 맞는 방역 및 검역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식물방역청 설립은 농업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말엔 신뢰가 담겨야 한다. 말의 표현이 뚜렷해야 하고 일관성,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만약 입장변화가 있을 땐 이유에 객관성이 분명해 보여야 한다. 이렇지 못한 정치지도자의 말은 큰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말은 이 점에서 심히 우려스런 점이 많다. 우선 시장주의자인지 아닌지가 분명치 않다. 시장주의의 좋은 점을 인정한다는 것과 시장주의자와는 구분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 규제의 관치시장을 강조하면서 시장주의를 말하는것은 단순히 독점폐해 방지 이유로만은 설명이 안된다. 남북관계에는 이렇게 말했다. “가능하지 않은 적화통일을 전제로 연방제를 해석하고 매달릴 이유가 없다”면서 “고려연방제에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전후가 맞지않아 도시 무슨 뜻인지 알수 없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게 건 기소중지자의 전화청탁을 두고 “옳은 일은 아니나 양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강변에선 그의 양식은 도대체 뭣인지를 의심케 한다. “부산·울산 광역단체장 선거중 1곳이상 승리하지 못하면 재신임 받겠다는 약속은 유효하다. ∼부산시장 떨어지면 후보직을 내놔야 한다.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해달라”고 했던 게 “부산시장 선거가 대선의 전단계처럼 얘기되는데 대선은 그 다음 문제이다”라고 말이 달라졌다. 재신임 약속이 무효화 된 논거가 희박한 것은 말이 너무 헤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에 대한 정치공세는 망발의 극치다. “야당의 정치공세 회피에만 급급, 민주당과 청와대만 몰아 붙인다”는 비난은 명색이 대통령 후보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설령 당과 청와대가 대통령 아들들 비리수사를 정치공세로 호도해도 품격있는 대통령 후보라면 그 자신만은 삼가야 한다.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비리추궁이 정치공세일 수 없고, 또 야당에 어떤 혐의점이 있으면 고발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권이 잘못된 과거의 검찰을 탐닉한 잘못된 미련을 그 역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 후보의 이해되지 않은 근래의 말은 이밖에도 많다. ‘현장논리’란 것을 말한 적이 있다. 정치인 대 정치인끼리의 말이라면 현장논리, 즉 상황논리의 트릭이 있어도 상대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피해를 입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국민을 상대로 하는 말은 다르다. 오로지 실체만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국민을 상대로 하는 말에 트릭이 끼면 신뢰를 잃는다. 물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말에도 지적할 허점은 있다. 그러나 노 후보의 말은 흡사 ‘내 맘’이라는 식으로 종잡을 수 없는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민주당 당내 일각에서 조차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 땅에서 이름도 남기지 못한채 이역에 뼈를 묻은 광복운동 선열들이 많다. 다행히 이름을 남겨도 대부분의 독립운동 지사들은 광복된 조국에서 아무 영화를 탐내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의 일신을 희생하는데 대가나 보답을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어려운 생활을 해야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정권들어 “우리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감옥을 제집 드나들듯 할 때 너희들은 뭣 했느냐”고 하는 권력 실세들이 있었다. 인정한다. 그래서 정권을 맡겼으면 나라 경영에 웅지를 펴라는 것이었지 나쁜 짓 하라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씨 구속 역시 그렇다. 그 어머니되는 이희호씨가 검찰 출두전에 전화를 건 아들에게 성경구절을 읊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했다”느니, “참회록을 쓰는 심정으로 TV를 지켜봤다”느니 하는 박지원 비서실장 말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혐의의 전후 사정에 비추어 성경이니, 참회니 하는 걸맞지 않는 말은 민중정서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김홍업씨가 “나나 형(김홍일의원)이야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도 받고 여러가지 경험을 했지만 홍걸이는 걱정”이라고 한 것도 틀렸다. 문제의 본질을 감상으로 물타기 해서는 안된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법처리를 민주화운동의 탄압과 비유하는 것 자체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때 아버지가 연금 또는 구속되고 사선을 넘는 충격을 겪은 게 아버지를 등에 업은 오늘의 비리를 있게 한 상처로 변호될 수는 절대로 없다. 그렇다고 DJ가 수차 죽을 고비를 넘기고, 김홍일의원이 걷기조차 힘든 육체적 고통을 겪게 된 게 안기부 고문 때문인 사실을 간과하진 않는다. 그래서 DJ가 잘못하지 않았으면 크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고 김의원 또한 사회적 연민의 정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냉소의 대상이 됐다. 그 책임은 순전히 본인들에게 있다. 민주화 운동이 간곤했던 것은 맞지만 그래도 내 나라에서 했다. 일제치하 이민족에 항거한 독립운동과는 다르다. 민주화 운동은 또 이 정권의 몇몇 사람만이 한 게 아니다. 수 많은 유명, 무명의 희생이 있었다. 대통령가의 비리규명에 그 어떤 면죄부가 있을 수 없다. 홍걸씨에 이어 홍업씨도 검찰에 불려가 김성환씨와의 돈관계에 대한 사법처리가 예상된다. DJ의 아태재단 기부금 의혹도 규명돼야 할 과제다. DJ집안 수사는 아무리 철저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다. 이 소명을 이행해 가는 검찰수사에 감상적 접근은 그 어떤 것도 배격돼야 한다.
선거 때마다 가장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공직사회의 안정이다. 공직자들이 이쪽 저쪽 눈치나 보면서 괜히 서성대거나 무사안일에 빠지면 공명선거는 물론 행정의 일관성도 무너지고 만다. 공직사회가 흔들려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각종 선거를 치러왔음에도 아직 선거철만 되면 그런 현상들이 더하면 더했지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 여러 걱정들을 또 하게되니 딱한 노릇이다. 이제 한달 남짓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염려하는 것도 이같은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해로 그 어느 때보다도 행정이완현상이 두드러질 때다.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의혹사건으로 정치판도 뒤숭숭하다. 그런데다 현직 도지사와 인천시장을 비롯한 일부 현직 기초단체장들의 출마 포기로 지방공직사회도 레임덕 현상이 일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덩달아 마음이 들떠 자리를 뜨는 등 공직사회가 술렁대고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심하게는 기강과 질서가 흐트러지고 유력 출마자에게 해당 지자체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매우 부정적인 측면의 편가르기 조짐마저 나타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미묘하고 복잡한 현실정치 상황에 얽혀 적잖은 공직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눈치만 살피느라 산적한 업무를 눈앞에 두고도 일손을 놓고 있기도 하다. 공직자가 제 할일은 않고 ‘인사’문제와 ‘승진’편익과 ‘연고’에 따라 이리 저리 기웃거린다면 그것이 바로 무사안일이요 기회주의·보신주의의 행동거지가 되는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행정의 비능률과 불합리한 업무처리, 그리고 행정공백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되면 친절과 봉사행정은 뒷전으로 밀리고 민원(民願)업무는 민원(民怨)의 대상이 되고 만다. 관료사회의 기강해이는 불법·탈법행위를 부채질하고 그로인해 사회기강마저 극도로 문란해지기 일쑤다. 당면한 경기진작에도 막대한 지장을 준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에 온 국민이 혼연일체로 뭉쳐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때에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 국기(國基)는 어찌 되겠는가. 공직기강이야말로 국가기강의 근간이다. 공직사회가 항상 공명정대하고 꿋꿋한 버팀목의 역할을 다한다면 우리사회 기강도 바로 설 것이다. 정치의 계절일수록 행정의 줏대는 꼿꼿해야 한다. 대권을 누가 잡고 누가 단체장에 당선되든 공무원 사회는 의연한 마음가짐으로 공복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15일 공식적으로 출범한 경기관광공사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경기도지역의 관광객이 연간 3천700여만명이나 돼 전국 관광시장의 12%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수입은 4천633억원에 이른다.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의 80%가 집중하는 경기도지역은 오는 2011년에는 연간 1천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판문점 등 안보관광자원 10개소, 지정관광지 14개소, 온천지역 16개소, 국립·도립공원과 국가지정문화재 268개소, 그리고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수원의 화성 등은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이렇게 경기도지역은 동북아의 국제적 관광중추지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매우 많다. 경기관광공사가 우선 추진해야 할 사업은 관광의 기반이 되는 숙박시설 건설이다. 고양시 일산구에 30만평 부지를 조성, 앞으로 10년동안 8천실 규모의 특급호텔을 건립하는 일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된다. 서울에서 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광주시 곤지암에 80만평 규모로 조성할 문화콘텐츠 산업단지는 필히 관광산업과 연계한 수익사업을 벌여나가야 한다. 외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큰 조수간만의 차와 갯벌 등 서해안 해양문화자원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흥시 해안매립지에 조성한다는 하버갤러리 역시 설계단계부터 완벽을 기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관광업무의 국제교류와 남북협력 사업등을 펼쳐 경기관광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우수 관광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관광지와 관광자원 등을 지도상에 입체적으로 연결, 관광지 정보를 제공하는 ‘관광지리정보시스템’과 ‘통역서비스지원시스템’은 빠른 시일 안에 구축할 수록 좋다. 가시적인 자원도 중요하지만 숨겨진 자원을 찾아내고 가공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자리잡는 방안을 추진하기 바란다. 관광기념품을 개발, 보급하려면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전문디자이너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 경기도가 자본금 200억원 전액을 출자한 경기관광공사는 오는 2005년까지 총 6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올해와 내년에는 적자가 예상되지만 2004년부터는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손익누계상 27억원의 흑자를 시작으로 오는 2012년까지 942억원의 흑자를 내겠다는 경기관광공사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임직원들의 개척자적인 추진력이 절대 필요하다. 특히 경기관광공사의 자본은 혈세라는 점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일이 아직 열흘 남았는데도 선거운동은 벌써 과열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히 과열만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불법·탈법과 합법을 가장한 교묘한 사전선거운동이 공공연히 그리고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번번이 경고조치를 하고 유권해석이나 지도안내 등을 통해 불법행위의 지적과 그의 자제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이에 귀를 기울이거나 순응하는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선관위에 따르면 올들어 도내에서 353건의 불법·탈법선거운동이 적발돼 98년 6·4지방선거기간에 적발된 341건을 이미 초과했고, 인천에서도 154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돼 지난 6·4선거당시 동기의 8건과 비교하면 과열·혼탁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케 한다. 경기·인천지역 도처에서 연일 적발되거나 폭로되고 있는 불법·탈법사례들을 보노라면 도대체 선거법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각 예비 후보자 진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상대방을 음해하는 수법은 점점 지능화·악랄화해가고 있다. 선거브로커들은 노골적으로 매표흥정을 벌이고 있으며 선심·향응을 요구하는 일부 몰지각한 유권자들의 행태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현직 단체장들에 의한 관권개입도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이런 기막힌 일들을 목도하면서 양식있는 다수 국민이 낙담하고 정치를 혐오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같은 불법·무법상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지방선거의 본래 의미가 실종되는 것은 물론, 심각한 후유증을 수반할 게 틀림없다. 지방선거에 이어 실시될 대통령선거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선 선거를 관리하는 입장에 있는 공직자들은 과거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온 관권 개입시비가 없도록 시종일관 엄정한 중립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은 철저히 하되 자유로운 선거분위기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과잉단속은 삼가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공명선거의 실현은 부정선거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이 나라의 주인된 자세를 확고하게 할때 가능한 것이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돈으로 유권자를 유혹하려 한다면 그들은 결국 우리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 눈앞의 이익때문에 출마자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또다시 썩은 정치를 물려주게 된다는 점을 유권자들은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경기남부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인 광교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이 찾는 광교산은 이제 경기남부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명산이 되어 서울 등 인근지역에서 등산을 즐기기 위하여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수원시가 광교산을 보호하고 또한 등산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광교산 입구 도로를 넓히고 등산로를 보수하고 주말에는 시에서 등산객 전용 수송 버스까지 운행하여 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용인시 수지지역의 광교산은 너무도 훼손되어 과연 이대로 가면 광교산이 제대로 보호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에서 최악의 난(亂)개발 지역으로 비판받고 있는 수지지역의 광교산 긴 산자락은 수지지역의 난개발만큼이나 훼손되어 있다. 산자락 중턱까지 아파트와 전원 주택으로 파헤쳐졌는가 하면 수십년 된 소나무들이 마구 베어져 등산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영덕과 양재간 고속화도로를 추진하면서 군부대를 지나가는 도로의 개설 등이 어려워지면서 광교산 허리를 관통할 가능성이 높아져 수만평의 산림이 훼손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군부대 우회 등을 이유로 노선 변경을 하게되면 광교산은 심각한 환경위협을 받게 된다면서 노선변경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전망을 예측하기 힘들다. 소위 전원주택이라는 이름 하에 개발되는 주택단지 공사 역시 광교산 훼손의 주범이다. 특히 신봉리 택지지구는 산허리가 예외 없이 파헤쳐지고 있어 산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허가 가능한 곳은 모두 택지로 개발되고 있다. 더구나 일부 택지의 경우, 쌓아 놓은 흙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보호막까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장마 때에는 수해 우려까지 염려되고 있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원상 회복이 어렵다. 단순히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마구 개발하면 주민들의 휴식처는 없어지게 된다. 난개발의 대명사인 수지지역의 광교산까지 마구 훼손시킨다면 수지지역은 오명(汚名)의 지역이 될 것이다. 더 이상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명산 광교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은 물론 주민들의 각별한 관심과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