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화재

북한 지역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 유적을 비롯해 동부여, 동예, 예맥, 옥조, 고구려, 고려 시대의 유적들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으며 출토된 유물들은 각 지역 박물관과 평양 중앙역사박물관에 진열, 전시돼 있다. 북한은 1946년 이후 고구려 벽화고분 40여기를 발굴해 20여기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지금까지 많은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 지역에는 국보급 50건, 보물급 53건, 고적 73건, 명승지 17건, 천연기념물 45건, 천연기념물 지리부문 60건 등 299건과 중요유적 266건이 있다. 북한은 또 1946년 부터 문화유산 보호에 대해 법적 뒷받침으로 철저히 대비했고 문화유산 정책도 1945년 8월15일부터 1999년까지 6단계로 나눠 공산주의 역사발전단계에 맞도록 강화해왔다. 그 예로 제4기에 해당하는 1970년부터 1979년까지 민족문화유산을 사회주의 현실에 맞게 발전시킨다는 취지아래 3천200여 개의 유적과 11만9천여 점의 유물을 재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의 전문학자들은 이 운동 기간 중 철저한 사상교육도 끝냈다. 이러한 자료들은 남한의 전문학자들이 직접 입수한 것이 아니라 제3국을 통해 어렵게 입수한 것이어서 더욱 활발해진 최근의 정확한 현황은 잘 모른다. 그 당시 남한은 고도 경제성장의 분위기 속에 전국에 산재한 유적 발굴과 보존관리의 초보적 단계를 겨우 벗어났을 때 였다. 전문기관은 1개, 박물관도 5개에 불과했다. 지금 남한은 6·15 남북정상 회담 이후 남북 교류에 각 분야가 잔뜩 들떠 있으나 역사적 문화유산의 교류와 합동연구 문제는 이상하게도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북한이 갑자기 문화유산 교류를 제의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걱정이 된다. 최소한 북한 지역에 어떠한 역사유적과 유물들이 있는지는 현황을 파악해 둬야 한다. 남한은 북한의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턱 없이 부족해 불안하다. /淸河

개성권 문화유적 훼손 안돼야

현대아산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대로라면 ‘개성공단’은 개성의 동남쪽인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서 오는 11월 착공된다. 2008년까지 800만평의 공단과 1천200만평의 배후도시를 건설한 뒤 공단운영이 성공적일 경우 4천만평, 나아가 최대 1억평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시범공단 100만평은 내년 9월에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원활히 조성되면 남북통일과 경제발전의 획기적인 기반이 될 것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500년간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심각하게 도출되는 문화재 보호 대책이다. 당초 남북 합의안에 개성공단 부지의 유적에 대한 조사가 언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일정표대로라면 사전 학술조사가 수월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공단 부지의 지표상에 나타나는 뚜렷한 유적은 없지만 왕도(王都) 유적으로서의 중요성과 함께 고려시대 지배층의 주거지와 무덤 등이 집중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국내학계의 주장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사안이다. 현재 건설중인 함경남도 신포시 경수로 발전소 부지의 경우 선사시대 및 발해시대 유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사없이 공사가 착공된 사실이 그 실례의 하나이다. 따라서 자금을 대는 정부와 특히 현대아산은 국내의 역사학회·한국사연구회·한국고고학회 등 15개 학회가 주장하고 있는대로 개성공단 조성에 앞서 문화유적에 대한 지표조사와 발굴 등 사전 학술조사를 남북공동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각종 개발에 만신창이가 된 천년고도 경주나 서울 풍납토성지를 비롯한 남한 각지의 문화유적 훼손상태를 상기하면 개성에 대한 우려 역시 여간 깊은 게 아니다. 앞으로 남북경협에 따라 활성화할 북한지역의 경제개발에서 문화재 보호 문제는 계속 주요 이슈가 되겠지만 특히 개성이 지난 날 경기도 땅이었음을 상고할 때 우리가 갖는 문화유적 보호의식은 더욱 절실한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개성공단조성에 앞서 반드시 학술조사가 선행되기를 기대하여마지 않는다.

학교정화위 신중해야 한다

경기도내 시·군 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내용에 대한 타당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도 교육청과 전교조 도지부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년간 도내 학교환경정화위원회가 심의한 학교정화구역내 유해업소 건수는 5천873건으로 이중 4천37건(68.7%)을 무더기로 승인해줬다. 이중엔 819개소의 유흥업소가 포함돼 있으며, 특히 정화구역내에는 들어설 수 없는 숙박업소가 179개소나 됐다. 학교주변의 유해환경을 정비·정화해야 할 학교정화위원회가 어떻게 이 많은 유해업소들이 영업할 수 있게 승인해주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는 호텔 여관 여인숙 등 숙박업소를 원칙적으로 세우지 못하게 돼 있다. 다만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면 예외적으로 허가를 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정화위원회는 이같은 유해업소들이 청소년 교육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어떻게 내릴 수 있었는지 그 경위가 궁금하다. 항간에는 학교정화위원회가 정화구역내 유해업소를 승인한 데는 건건마다 그럴만한 사연들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팽배하다. 최종 허가권자인 지자체장이 허가신청자인 민원인의 입장을 동조적으로 강변한다든지, 교육청이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록 공개를 거부하는 것 등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만일 심의내용과 승인근거가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움의 길에 있는 청소년들은 나라의 희망이요 미래다. 그들이 건전하고 올바르게 자라야 나라의 장래도 보장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물들지 않게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할 당연한 책무이며 국가경영의 주요부분의 하나다. 그런데도 학교환경정화위원회가 학교정화구역내에 유해업소를 무더기로 승인한 것은 이들의 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군 교육청은 이제라도 심의록을 공개, 유해업소의 승인경위를 밝히고 잘못된 부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정화위원회에 학부모 시민단체도 참여시키는 한편 심의기준도 강화해 학교환경을 정비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노벨상 0순위?

스톡홀름 발(發)로 공식 발표된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자 중 한 사람인 것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알고 있다는데 정치권의 반응은 코미디적(的)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 한결같이 “관심도 없고,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한다. 남북문제, 경제상황, 의약분업사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노벨상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말은 매우 고약하다. 한국의 대통령과 여당 총재라는 신분을 떠나서 ‘우리나라 사람’이 어쩌면 노벨평화상을 타게 될지도 모르는데 무얼 그렇게 잘한다고 국정수행 운운하면서 신경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인가. 시쳇말로 웃기는 얘기다. “김대통령이 수상만 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이렇게 터놓고 말해도 흉볼 사람 아무도 없다. 반면에 야당은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축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한때 몇몇 야당 인사가 김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 못하도록 하겠다는 참으로 희한한 로비(?) 얘기를 꺼내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래도 축하는 하겠다는 게 아닌가. 야당의 어떤 인사는 “그렇지 않아도 독선적인 김대통령이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된다면 정국운영에 있어서 더욱 야당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세계적인 평화상을 받았는데 국내에서 평화적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지난 2일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부의장이 총재단 회의에서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김대통령이 ‘노벨상 0 순위’에 올랐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한국식 로비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해 또 화제가 되었다. 정치인들의 취중호언이나 돌출발언이라는 것이 원래 ‘터트려 놓고 보자, 나 ‘사실이 아니면 말고’식이지만 정말 수상한다면 국가적 대경사이다. 13일 오후 6시의 외신이 기다려진다. /淸河

러브호텔 더이상 안된다

최근 경기·인천지역은 소위 러브호텔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시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러브호텔과의 일전을 불사하면서 대대적인 러브호텔 저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미 관할 교육장이 사직하고 해당지역 국회의원들까지 가담하여 러브호텔 저지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부천시는 이미 허가된 러브호텔 건축허가 2건을 취소하였는가 하면, 앞으로도 러브호텔 건축 허가는 일절 불허키로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남양주시 별내면의 작은 마을에서도 러브호텔 신축반대투쟁위원회가 결성되어 저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러브호텔 문제는 이미 단순한 지역문제가 아니고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해결치 않으면 안될 문제가 되었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고교생의 41%가 러브호텔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4.4%는 한차례 이상 러브호텔에 출입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13%는 러브호텔에 출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하니, 러브호텔 문제를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 근처나 주택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러브호텔에 왜 관심이 없겠는가. 선정적인 네온사인, 요란망측한 불빛 등은 충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건전한 청소년 여가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러브호텔 문제를 이제 우리는 교육청이나 또는 시청, 건축주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우리 모두 향락업소가 번창하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였다면 왜 러브호텔이 붐을 이루겠는가. 그럼에도 청소년 교육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법한 절차라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준 관청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정치권은 물론 관련 기관은 도시계획법, 학교보건법, 건축법을 개정해서라도 더 이상 러브호텔이 주택가나 학교 근처에 들어설 수 없도록 해야 된다. 정부도 이미 건축 허가를 받은 러브호텔에 대하여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개인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 이미 영업중인 숙박업소는 숙박업소밀집단지를 조성하여 이주토록 한다거나 또는 러브호텔을 매입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된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더 이상 러브호텔 천국의 부끄러운 오명을 가진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연금 관리 이래선 안돼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잘못된 주식투자 등 연금기금을 부실하게 운용해서 거액을 날렸으면서도 가입자들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 이를 축소작성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 더욱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그런 부실과 오류들이 과거부터 여러차례 지적돼 온 적폐들인데도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올 8월까지 공단이 주식투자로 손실본 액수는 모두 503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손실액수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한국통신주식을 ‘투자’에 포함시켜 계산한 액수일 뿐 이를 제외하면 실제 주식투자 손실액은 2천9백20억원이라는 주장이 옳다. 여기에 부실채권 투자손실 62억원과 외부 위탁투자 손실 560억원, 투신사의 간접투자 손실 477억원 등을 합하면 총 투자손실 규모는 4천22억원에 이른다. 이는 공단측이 밝힌 손실액 503억원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그만큼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을만 하다. 문제는 이같은 손실외에도 공단보유 채권과 은행 및 투신사의 신탁 투자 공사채등 펀드들의 시가평가손실액을 포함하면 손실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공적연금 내실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30년부터 운영 적자로 돌아서고, 2040년엔 그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연금체계가 기금을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돼 있는 탓도 있지만 이미 지적한대로 부실관리 책임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단측은 1998∼99년에도 3천억여원의 손실을 낸뒤 17명의 펀드매니저를 고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으나 역시 기금운용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공단구조를 부풀려 인건비 등이 지나치게 지출되는 데다 기금관리도 공공목적이란 명분아래 이자율이 낮은 분야에 대거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에는 책임경영을 요구하고 윽박지르기 일쑤인 정부가 스스로의 판단 잘못과 방만한 운용에 따른 기금손실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손실액을 축소발표나 하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당국은 연금기금을 방만하게 관리해온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한편 운영체계를 바로 잡고 기금관리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기금운용팀의 전문화는 물론 운용의 투명성도 도모해야 한다.

醫·政 협상 상호 양보를

김대중 대통령의 의약분업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는 언급과 지난달 24일 최선정 복지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한 의료사태에 대한 사과 표명으로 그 다음 날인 25일부터 의(醫)·정(政) 협상이 재개되어 국민들은 지루하게 끌던 의료사태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양측간의 협상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환자들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난달 30일 다시 양측간의 협상이 계속되었으나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서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6일 예정된 의료기관 총파업과 폐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협상의 주축인 전공의들이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고, 또한 서로 다른 의료계 대표들의 합의가 쉽지 않아 협상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민들은 의료사태에 지쳐 있다. 특히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의료사태를 야기시킨 정부와 의료계에 대한 원망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들의 원성을 귀담아 들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여야 될 것이다. 우선 정부의 협상 태도가 중요하다. 정부는 최 장관을 통하여 의약분업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부족, 의료사태에 따른 국민불편, 의료계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의료계에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사과 이외에 지역의보 재정의 국고지원, 대체·임의조제 금지 등 약사법 재개정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여야 될 것이다. 의약분업의 큰 틀을 깨지않는 범위내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해야 된다. 의료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선 의료계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혀 협상에 임해야 될 것이다. 지난 3개월동안 끌어 온 의료사태는 현재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이득을 주지 못하고 손해만 입히고 있다. 특히 죄없는 환자들은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여 고통을 받고 있음을 우선 의사들이 직시해야 될 것이다. 더 이상 환자로부터 불신받는 의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의사들은 의료계 요구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대화를 통하여 이를 해결할 자세를 가지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상을 통해 의료사태를 종결해야 된다.

총재와 대표의 차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서영훈 민주당 대표간에 새삼 격(格)을 둔 다툼이 있었다. 이총재가 김대중 민주당 총재를 정국대화의 파트너로 꼽아 서대표의 대화제의를 거부한데 대해 서대표가 섭섭한 감정을 노출한데서 비롯됐다. 어떻게 보면 치기(稚氣)같기도 하지만, 따져 말하면 여야간 경색이 이와 무관하지 않은 점도 있어 언급할 필요성을 갖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총재와 대표는 격이 같을수 없다. 이모, 서모라는 자연인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조직의 위계가 그러하다. 서대표는 ‘총재가 당이 책임을 지고 처리하라고 위임했기 때문에 야당총재와 대좌할 자격을 갖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내 사정이다. 위임이라는 것도 전권행사에 사실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당수(黨首)의 상대당 대화상대는 당수이지 그 밑의 당간부일수 없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기도하다. 현실적으로 어느 당이고 할것 없이 당의 기구가 독자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총재가 거의 당론을 주도하다시피 하는 국내 정당체질에서는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총재 또한 과거 야당 총재시절에 여당의 총재가 아닌 대표와 애써 격을 같이 해보이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은 것으로 기억한다. 예컨대 청와대서 가진 여야총재회담에서 배석할 자격이 없는 여당대표를 야당총재와 나란히 한자리에 함께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결례였던 것이다. 이제 집권여당이 된 마당에 과거에 당했던 그같은 불공정게임을 지금의 야당에게 강요할 생각이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있다. 대통령의 자리와 집권 여당총재직을 행여 혼동한다면 정치발전을 위해 무익하다. 국민이 보기엔 여야총재가 만날수록이 좋고 대화는 있을수록이 좋다. 어느쪽에서든 만나자는데 한쪽이 거부하는 것은 대화정치, 상생정치의 거부로 해석할 수 있다. 여당총재가 갖는 대통령의 위치는 국민이 선택해준 별도의 국가직이다. 야당총재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여당총재이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상궤다. 많은 국민들도 실제로 이총재와 서대표간의 만남으로 꼬인 정국이 풀릴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총재끼리의 만남이 중요한 사실을 애써 부인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여야총재는 서로간에 권능을 존중해야 한다. 정치인은 있어도 정치는 없는 이유가 그렇지 못한 대화빈곤에 있다.

弘益人間

오늘은 단군의 고조선건국을 기념하는 개천절이다. 이에 대한 단군 관련서적은 불행히도 1910년 조선총독부 데라우치 초대총독이 국내 고사서(古史書) 51종 20여만권을 약탈, 소실하면서 없어졌다. 민족혼을 말살키 위한 만행이었다. 이때문에 삼국유사등 일부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군 관련 사서는 오히려 일본이 더 많다. 최기철 서울대명예교수는 “일본 궁내청 황실도서관에 단군조선 관련서적이 많이 쌓여 있다”며 공개되지 못한 것을 심히 안타까워 하고 있다. 북한은 단군 유해(뼈) 발견을 주장, 단군릉을 만든 이후부터는 단군신화를 고대사적 의미로 재평가하고 있다. 단군연대도 우리가 BC 2333년으로 잡는데 비해 662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2995년으로 산출한다. 북측의 이같은 단군숭배는 고조선의 수도가 평양이었던 점을 들어 자기네들이 민족의 정체성임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남한에서는 단군관련의 연구도 빈곤하지만 일부 종교단체에 의해 학교 교정에 세워진 단군상마저 훼손되는 실정이다. (수원지법은 근래 단군상을 훼손한 모교역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단군은 우상도 종교도 아니다. 역사가 오래된 나라의 민족에선 어디서든 찾아 볼수 있는 건국신화다. 단군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이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을 지닌 홍익인간은 민족애, 나아가 인류애로 집약된다. 인간애, 즉 박애정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교육법은 교육의 목적을 ‘홍익인간 이념 아래…’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 겨레의 건국이념은 이처럼 홍익인간의 따뜻한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개천절을 맞아 우리는 지금 과연 얼마나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사는가 저마다 자신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白山

‘올림픽 美’의 경연

‘올림픽 美’의 경연 새천년의 첫 인류의 잔치, 시드니올림픽대회 성화가 열전 17일만인 어제 밤 화려한 폐회식과 함께 석별의 정을 나누며 꺼졌다. 올림픽의 다양한 변화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에로티시즘이다. 남자선수에게보단 여자선수에게 더 찾아볼 수 있다. 육상에서 여자선수들이 목걸이 귀고리 팔찌를 끼는 것은 기본이 됐다. 헤어스타일 또한 갖가지로 신경을 쓴다. 서울올림픽의 히로인이었던 미국의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 조이너가 화장을 선보인 뒤로는 화장 역시 점점 짙어졌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선수복 차림이다. 육상뿐만이 아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단체경기는 여체의 율동미를 최대한 과시한다. 리듬체조 역시 형형색색의 타이트한 옷차림이 시각에 따라서는 선정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텔레비전 중계방송의 느린 동작 영상은 인종을 초월, 늘씬한 여자선수들의 건각미를 한층 더 육감적으로 전한다. 이래서인지 이라크같은 나라에서는 올림픽중계방송의 음란물 검토설이 있었다. 검토로 끝났는지 방송을 중단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음란물로 보는 것은 그렇게 보는 관점이 이상하다. 에로티시즘과 음란은 다르다. 인간의 체력한계, 인간의 기교한계에 무한히 도전하는 것이 올림픽정신이다. 인간의 체력 및 기교한계에 대한 도전과 함께 기왕이면 미를 추구하는 것이 현대적 올림픽 추세로 돼간다. 처절한 승부의 현장에서 아울러 펼치는 미의 경연은 진솔한 인간적 면모라 할 수 있다. 2004년 아테네에서는 ‘올림픽 미’의 경연이 더 짙어질 것이다. 역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좋은 것이므로. 고대올림픽을 가졌던 로마인들은 미(美)는 곧 선(善)이라고 믿었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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