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K-트로트의 주역 임영웅과 아랍의 전설적 디바 파이루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절망에 빠져있는 지금, 단비처럼 대중에게 위로를 주는 열풍의 주역이 있다. 바로 트로트다. 한 종편 방송의 오디션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돌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전통가요 엔카(戀歌), 미국의 컨트리송(Country song)과 비교되는 국내 트로트의 역사는 한국의 근대사와 괘를 같이한다. 일제강점기, 미국 춤곡인 폭스트로트(Foxtrot)가 일본의 정서에 맞게 일본 민요와 합쳐져 탄생한 엔카가 국내에 유입되고 엔카의 영향을 받아 한국의 트로트가 탄생한다. 1930년대와 40년대를 거쳐 트로트는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세련되고 서구적인 느낌의 고급 음악이라는 인식으로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지금까지 명곡으로 인정받는 목포의 눈물과 나그네 설움등이 당시 발표된 대표적 트로트곡이다. 1950년대 전쟁과 해방을 겪으며 분단과 전쟁의 아픔과 비애를 그린 단장의 미아리 고개, 굳세어라 금순아 등이 유행하며 트로트의 대중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1960년대 군부정권이 집권하면서 트로트는 일본 대중가요의 강력한 영향아래에서 형성된 양식이라는 점에서 왜색, 일제 잔재로 청산의 대상이 되고 뽕짝이라는 비칭으로 불리게 된다. 1970년대 미국 포크 음악 장르가 유입되고 유행하면서 트로트는 비주류로 밀려나고 1980년대를 지나며 중장년층이나 낮은 계층의 취향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1990년대 이후 특유의 비극성에서 벗어나 흥을 돋우는 신나는 노래로 트로트는 변화했지만 여전히 B급 문화를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 트로트가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닌 10대와 20대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르로 거듭나고 있다. 중ㆍ고등학생 위주였던 대중문화 소비계층이 40~60대로 이동하는 문화 주체의 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이 대중 문화의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며, TV시청과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늘어난 상황도 영향을 미치며 갇힌 일상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문화 주체로 K-트로트가 떠오르는 것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최종 우승은 고급스런 목소리의 감성 장인이라 평가되는 임영웅 참가자가 차지했다. 트로트가 라시도미파의 단조 5음계 혹은 도레미솔라의 장조 5음계의 독특한 음계를 사용한다는 것과 트로트의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 필자가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임영웅의 경연 트로트 곡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부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새로운 문화 현상의 주류가 된 듯한 묘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의 노래를 듣고있으니 생각나는 아랍의 전설적인 가수가 있다. 바로 레바논 출신의 파이루즈(Fairuz)다. 이집트 출신인 움무 쿨숨(Umm Kuthum)과 함께 아랍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가수로 평가되고 있는 인물이다. 1934년생인 파이루즈는 아랍 지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지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빌보드지는 60년 후에도 최고로 남을 레바논의 디바로, 뉴욕타임지는 대체 불가한 살아있는 아이콘으로, BBC는 레바논의 전설이자 가장 위대한 살아있는 아랍의 디바로 그녀를 극찬한 바 있다. 파이루즈의 음색과 노래의 곡조는 한과 설움이 녹아있는 우리네 트로트와 매우 흡사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트로트 특유의 꺽임을 파이루즈의 노래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개인적인 느낌은 아닐 것이다. 파이루즈는 80이 넘는 고령의 나이에도 2017년까지 새 앨범을 발매하며 아랍의 전설적 디바임을 입증했다. 파이루즈의 팬들 중 일부는 한국의 한 신예 트로트 가수와 그들의 위대한 전설인 파이루즈를 비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적 상이성과 시대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대중은 그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상처를 치유 받으며 삶의 활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대중 문화의 아이콘을 넘어 대중 문화계의 이노베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는 두 가수의 음악, 이것이 대중 문화의 힘인 것이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日, 슈퍼에서 휴지가 사라졌다… 그 이유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1일에 1천만 장 정도로 알려졌다. 한국의 국민들(약 5천만 명)이 매일 1장의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고 가정을 한다면, 국내 마스크 공급량은 수요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 마스크 5부제는 결국 수요부족 상황 하에서 정부가 만든 고육지책일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마스크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에 의하면, 해외 수입 등을 포함하여, 일본 내 마스크 공급량은 1주일에 1억 장 정도라고 한다. 일본의 인구가 약 1억 2천만 명이므로, 수요에 비해서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즉, 일부 마스크 사재기나 마스크 매점 매석 등이 이러한 문제를 증폭시키지만, 마스크 부족은 기본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일본에서 마스크나 소독제뿐만 아니라, 화장지나 티슈 등이 슈퍼에서 구입할 수 없는 상황에 지속되고 있다. 아마존 재팬 등 온라인 쇼핑몰을 봐도, 화장지 등은 일시재고 없음이라고 표기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은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도 없었다고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인의 질서 정연한 모습이 외신 등에 많이 보도가 되었다. 어쩌면 최근 일본인의 불안감이 동일본 대지진 때보다 큰 것일지로 모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일본에서 화장지 등의 사재기가 발생한 것은 화장지 부족에 관한 루머가 SNS 등을 통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확산된 루머의 내용은 ①마스크 재료에 종이가 사용된다. ②중국에서 원재료 수입을 할 수 없게 된다. ③마스크 공장에 제지회사 사람이 동원된다. 등이다. 그 내용을 들으면 그럴 듯하게 보이는 내용도 있지만, 사실 일본 제지회사 등 업계단체에 의하면, 재고는 충분하다고 한다. 지난 3일 경제산업성에 의하면, 공장재고는 약 3주일치, 유통재고는 약 1주일분 확보되어 있다고 한다. 공장 생산량도 재고도 충분하지만, 왜 드럭스토어 등의 소매점에서는 화장지 등의 재고가 없는 것을까. 이는 기본적으로 루머 등이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화장지 등이 가지고 있는 물류시스템의 취약성이 관계하고 있다. 물류가 기능마비에 빠진 것은 도매에서 소매점으로의 이송경로이다. 휴지나 화장지는 부피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한(경제성이 낮은) 물품이므로, 센터 배송(물류거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즉, 휴지 등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배송업체가 소매점까지 배송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럭스토어, 슈퍼 등에는 화장지나 티슈를 대량으로 보관할 장소가 없다. 즉, 휴지 등 전문배송업체는 매일 매장에 소량 다빈도로 배송해야 하지만, 많은 소매점에 동시에 배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도매에서 소매점으로 물류가 원활하지 못한 것은 트럭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에서 트럭운전기사 부족문제는 화장지 배송업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지만, 특히 화장지 등은 경제성이 낮고, 노동강도가 비교적 높은 품목이므로 특히 운전기사 모집이 어렵다. 일본의 소매점에서 화장지가 사라진 것은 코노나 19의 불안심리를 배경으로 부정확한 루머가 국민의 사재기를 유발한 것이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물류 인프라의 약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향후 일본에서는 트럭운전기사의 부족문제가 심해지면서 점차 물류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도 저출산고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고, 트럭 운전기사 부족 문제는 우리의 미래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위기 상황 속에서도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의 새로운 브랜드

느닷없이 한국이 전 세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희생정신으로 무장하여 대구로 향하는 자원봉사 의료진들, 서로 격려하는 응원 메시지와 기부행렬, 자가격리하는 시민들, 대형마트에서 사재기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차분히 대처하는 국민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러 대륙으로 퍼지면서 검사를 무료로, 빠르게 해주는 한국이 제일 안전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바이러스 위기 속에 의료시스템과 시민의식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브랜드 파워가 되고 있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검사방식인 드라이버 스루는 찬사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는 선제적이었고 모범적이었다. 긴박한 시점에 신속하였다. 세계 속의 경기도가 초유의 시기에 위기대응능력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가 자존심을 뒤로하고 배우려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강국이다. 선도하는 나라가 선진국이고, 차분히 대처하는 국민이 1등 시민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선진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선진 시민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메디케어 개혁안을 제시한다. 의료체계 개선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보편적 의료보험 도입 이슈가 금년 미 대선 후보들의 이슈 중 하나다. 고가의 의료비 때문에 바이러스 검진 자체도 어렵다고 한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19가 확산하지만 한국만큼 체계적인 검사와 격리,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효율적인 의료 체계가 돋보인다. K-팝, K-무비와 함께 K-메디케어가 일로 확산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점고하고 국제협조주의가 강력히 요청되는 이 시대에 대한민국은 새로운 이미지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속에 경기도가 있다. 지금 당장은 시민들의 생업부터 국가 경제까지 힘들지만 위기의 시간을 잘 넘기면 또 다른 희망이 다가올 것이다. 과거 경제, 금융위기도 최선의 구조조정으로 극복하였고, 지난 몇 년의 어려운 국면에 개혁과 혁신을 거듭해 왔다. 고통과 노력 끝에 내구력이 강해졌고, 시스템은 정비되고 있고, 안정감은 고양되고 있다. 한국보다 쇄신의지가 강한 나라는 없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수차례 찬사를 던진 것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제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매력과 한국민의 투지를 확실히 체득하였기 때문이다. 위기를 겪으면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재난이 닥치면 시민들의 수준도, 국가의 격도 드러난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나름의 자부심으로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은 군사력의 경성권력으로, G-7의 다른 나라는 경제력의 하드 파워로 국가 브랜드 파워를 자랑해 왔다. 화려하지 않았던 한국은 절치부심하면서 소프트 파워를 키워 왔다. 수십 년간 함양해 온 연성권력이 이제야 제대로 비춰지고 있다. 선진국인줄 알았는데 큰 제전을 앞둔 눈앞의 이익에 기속되어 투명하지 않다고 비난받는다. 대국으로 생각했는데 은폐의 장막에 진실이 가려져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평가되고 있다. 중견국으로 알려진 대한민국은 오히려 선제적이고 모범적인 나라로 회자되고 있다. 절제와 온정, 그리고 일치단합 속에 투명하고 정직한 대한민국이 조용히 빛나고 있다. 먼저 위난을 겪어서 오히려 잘 헤쳐나가면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된다. 한국민이 지금 그것을 해 내는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를 원용해야 할 때다.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는 나라가 전략국가가 되고 결국 강국이 된다. 국토 면적보다 훨씬 중요한 한 나라의 정신성(The spirit)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수출 중기의 고립을 극복하려면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감염병 유입 차단을 위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검역을 강화하는 국가가 이미 100개국을 넘어섰다. 초기 중국지역에 제한되어 단기적으로 끝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아시아와 중동,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까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국면 장기화가 불가피해 졌다. 가뜩이나 국내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몰고 올 글로벌 충격이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수출중소기업이다. 중국산 부품의 불완전한 수급문제 해결과 감소폭이 확대되는 중국수출물량을 대체하려면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데 대상 국가들의 입국 규제로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버렸다. 코로나19로 전례가 없이 국제적으로 고립도가 커가는 상황에서 우리 수출중소기업이 수출을 유지, 확대할 대응방안들을 생각해 보자. 첫째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기존거래처를 잘 지켜야 한다. 수출자의 입장에서 기존거래처만큼 거래의 규모와 안전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거래선을 지키려면 절대로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 필자도 한때 구매업무를 담당할 때 거래처가 어려워지면 계약이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AS 대응에 문제가 없을지, 앞으로 지속 가능한 거래가 될지를 고민했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면 돌아선다. 아무리 힘들어도 흔들림 없이 당당해야 기존거래처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둘째로 기존 거래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유연해 져야 한다. 내가 주장한 거래방식 탓에 성사되지 못했던 과거에 만났던 바이어들을 기억해 내어 보라. 어쩌면 그들이 가장 확률이 높은 잠재바이어다. 그들은 B2B가 아닌 B2C를 원했을 수 있고, 자사 브랜드가 아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희망했을 수 있다. 수출기업이 운영하는 현지매장도 한국인 파견이 어렵다면 폐쇄보다 위탁운영으로 전환해 볼 수 있다. 또한, 기존 딜러나 에이전트와 법적 문제가 없다면 다양한 방식으로의 변경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을 활용한 수출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 비단 코로나19라는 상황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디지털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물품거래만을 위한 오픈 플랫폼부터 소셜네트워크 플랫폼까지 다양한 온라인베이스의 도구가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2003년 사스를 계기로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했듯이 이번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가 다시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보고 있다. 온라인 수출마케팅을 시급히 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는 수출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화상 수출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카이프, 카카오톡, 위챗만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상담을 할 수 있다. 온라인을 수출거래와 바이어 발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앞서 기술한 대응방안들을 수출중소기업이 외부 도움 없이 자력으로만 하기에는 무리다. 유관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중소기업의 수출이 많은 9개 나라 12개 지역에 있는 경기비즈니스센터(GBC)를 통해 도내 수출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비록 지금은 터널에 갇혀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경기도가 해외에 설치한 공적네트워크를 잘 활용하여 고립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힘을 보탠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인류 역사와 바이러스, 중동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으로 인한 전염병과의 싸움은 인류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14세기 흑사병과 20세기 스페인 독감을 들 수 있다. 14세기 후반 중세 시대 유럽 인구3분의 1, 전 세계에서 7천5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며, 중세의 사회적, 경제적 대변혁을 일으킨 흑사병의 원인은 쥐벼룩에 붙어사는 박테리아 질환인 페스트균이었다. 1347년 킵차크칸국의 몽골 기마병이 흑해 연안, 크림 반도 동부의 무역 기지 카파 항구를 공격할 때 흑사병으로 죽은 시신들을 투석기를 이용해 적진을 향해 던져 넣었는데 세균도 모르던 시절의 세균전이었다. 이렇게 원정과 교역에 나선 몽골군과 상인과 함께 해상교역로를 따라 서아시아, 이집트, 이탈리아 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퍼져 나간 페스트균은 중세 시대를 몰락시켰다. 흑사병은 감염자의 60~90% 숨질 정도로 치사율이 높았는데 흑사병이 지난 뒤 세계 인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200년이 걸렸다고 한다. 20세기 스페인독감은 약 5억 명이 감염돼 제1차 세계대전사망자보다 많은 5천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으니 전쟁보다 무서운 질병이었다. 1918년 3월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일부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맹독성 독감은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여 당시 전 세계 인구의 3~5%가 목숨을 잃었다. 한반도에서도 무오년인 1918년에 대대적으로 퍼져 무오년 역병으로 불리며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술 작품 The Kiss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 독일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 막스 베버도 바로 스페인 독감의 희생자였다.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21세기 들어서며 또다시 인류를 전염병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아시아 32개국으로 확산한 사스, 2009년 전 세계로 확산한 신종플루, 2012년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인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공포는 중동 전역을 뒤덮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레바논, 이란,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특히 이란은 중동 코로나의 진원지로 지목된다. 중국을 방문했던 이란인 확진자로 시작된 이란의 코로나 확산은 보건복지부 차관과 심지어 부통령까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중동 지역 코로나 확진자 중 다수가 이란에 다녀온 방문자다. 중동 주변국들이 이란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항공편 운행을 중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동이 전염병 대유행을 일으키기에 완벽한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은 중동지역의 종교ㆍ문화ㆍ역사적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슬람 예배당인 모스크에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여 가깝게 붙어 앉아 예배를 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이 용이하다. 악수나 볼에 입을 맞추는 전통 인사법과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익숙치 않은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시리아, 이라크, 예맨 등과 같이 내전이나 소요사태로 인해 의약품이나 의료시설이 부족한 상황 등이 중동 지역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다. 개발된 치료제에 재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스스로를 돌변시킨다. 바이러스 예방법은 향상됐지만, 치료에 있어서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한다. 인류가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을까? 최소단위의 미생물인 바이러스 앞에서 인류는 다시 작아지고 있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아베노믹스의 성장 엔진은 꺼졌는가?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서 아베노믹스 경기라고 불리는 장기호황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내각부가 발표(2020년 2월 17일 공표)한 2019년 10~12월 분기의 GDP(국내총생산) 속보치(통계)에 의하면 일본 경제는 5 사분기 만에 GDP 마이너스 성장(실질, 0.4%)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의 경기후퇴가 시작되었다, 아베노믹스의 성장엔진은 꺼졌다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GDP의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향후 일본 경제의 전망은 어떠한가. 우선 이번 GDP의 마이너스 성장은 2019년 10월의 소비세(일종의 부가가치세) 증세(8%에서 10%로의 소비세율 인상)의 영향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증세가 개인소비 감소를 통해 아베노믹스의 실속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한편 일본의 재정건전성(GDP 대비 채무잔고가 200%를 넘고 있음)을 고려하면 소비세 증세가 불가피했다. 사실 기존에 일본 내에서는 2019년 10월 소비세 증세에 따른 소비 감소에 따른 경기위축 효과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는 소비 감소 효과를 회피하기 위해 소비자가 현금이외의 결제수단(신용카드, 전자화폐 등)으로 결제할 경우, 소비자에게 포인트를 돌려주는 포인트환급제도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이번 GDP의 성장률은 예상보다 나쁜 결과였다. 이처럼 2019년 10월의 소비세 증세가 그 이후 일본의 개인소비 감소를 통해 GDP 마이너스 성장을 초래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에도 일본의 개인소비 증가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전후 최장기 호황인 아베노믹스 경기 하에서 일본 경제(2013년~2018년)의 경제성장률은 실질 1.2%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인 2008년~2012년 사이의 경제성장률(실질 0.2%)과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이지만, 아베노믹스의 경제성장 목표치(실질 2%)와 비교하면 제한적인 성과이다. 즉, 아베노믹스 하에서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아베노믹스 하에서 개인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소비자들의 디플레이션 마인드(앞으로 물가하락을 예상해 소비 등을 소극적으로 하는 심리)가 해소되었다면 이번 소비세 증세에 따른 소비감소 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며, 증세 이후 소비감소가 발생해도 단기간에 소비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소비세 증세는 일본 소비자들의 디플레이션 마인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2019년 10월의 소비세 증세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일본의 해외 관광객 등의 감소를 초래하는 등 일본의 소비침체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종래 일본 경제는 적어도 도쿄올림픽(2020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호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도쿄올림픽의 연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020년 2월 32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 경제는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위협에 직면해있고, 국내적으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마인드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일본 경제가 대내외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또는 이번 위기에 실속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경제에게 코로나19도 문제지만, 여전히 저출산고령화의 진전과 함께, 일본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디플레이션 마인드의 해소가 중요하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의 풍향계

아이오와 그리고 뉴햄프셔를 거치며 미 대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11ㆍ3 결전을 앞두고 공화당은 재선 전략에, 민주당은 백악관 탈환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면서, 미 국익 최우선주의 공약에 충실하였다는 자평 속에 현직의 프리미엄과 확실한 지지기반, 무위로 끝난 탄핵의 영향을 감안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군사작전 실패나 경제 불황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대부분의 현직 대통령이 어렵지 않게 재선에 성공해 온 전례에 비추어 트럼프의 8년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백악관에 도전할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를 밀어낼 본선 경쟁력이 중요하다. 젊지 않은 샌더스와 무명의 부티지지가 경선 초기에 선전하면서 직전 부통령과 여성 상원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후보가 각축하는 가운데 예측 불허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유력 경쟁자가 없어 독주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호한 경제 실적과 견고한 지지층을 배경 삼아 재선 낙관론의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히스패닉의 진출 확대와 진보의 물결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전통 백인층, 트럼프의 비도덕적 언행에도 낙태 반대만으로도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종교적 보수주의자, 국익 우선주의로 인해 혜택을 보는 농업ㆍ산업 종사자들은 대통령의 앞과 뒤에서 USA와 4년 더를 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충동적이고 비우호적인 스타일로 인해 근사한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으나, 지지 그룹에게는 국익에 충직한 매력적인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금기시해 왔던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 표출,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이란 핵 합의 파기,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정치외교적 강수를 두어 오면서 핵심 지지층으로부터는 확실한 추진력을 평가받고 있다. 야당 지도자나 비판적 언론을 상대하는 국내 정치 무대는 물론 외국 지도자와의 양자회담, 다자 외교 무대 등 어떤 자리에서도 보수 기조와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다. 보수 우파에게는 고집스럽지만 미 국익만 생각하면서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3년 전 힐러리 클린턴과 같은 충분히 강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이 고민이다. 누구도 현직 대통령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현재의 중론이다. 지난달 뉴욕 타임스는 2명의 여성 상원의원이 유력 주자라고 선정한 바 있으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과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가 경선에서 얼마나 역주할지는 미지수다. 버니 샌더스는 79세의 나이와 심장질환의 병력에도 분전하고 있으며 최근 지지도가 반등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아이오와에서의 부상으로 주목받는 사우스벤드 시장 피트 부티지지는 참신성을 갖춘 젊은 정치인이 대통령 선거전에 자주 등장하는 민주당의 전통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진영이 원하지 않는 상대 조셉 바이든은 3ㆍ3 수퍼 화요일에서의 반전을 모색하고 있고, 초반 선거전은 생략하고 있으나 확실한 지명도와 최고의 선거자금력을 가진 마이클 블룸버그 역시 트럼프 측에 일말의 경계심을 던지고 있다. 민주당의 어느 후보가 본선에서 트럼프에 도전할 것인가. 디펜딩 챔피언인 45대 미국 대통령은 여유 있는 선거유세를 하면서 7월 이후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의 중국 비즈니스

신종 코로나 사태는 보건과 경제 관점에서 양날의 칼로 어느 쪽을 향하든지 우리에게는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염확산이라는 국민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동시에 경제위축의 우려가 급속히 커가고 있다. 실제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소상공인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의 피해를 시작으로 유통 대기업들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급기야는 중국으로부터 부품이 적기 공급되지 못해 국내 자동차 생산마저도 멈춰 서게 되어 전후방으로 연결된 가치사슬이 도미노처럼 넘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 수출기업은 이런 위기감에서 눈을 돌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길 중국시장의 변화를 보아야 한다. 17년 전 사스 때 세계경제의 4.3%를 차지하던 중국이 작년 16.3%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을 뿐만 아니고, 한-중간 경제 교역 비중도 크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선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기초위생 및 의료제품의 중국수요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에서는 당면한 피해극복을 위해 방역 및 구호를 위한 물자나 의료용품에 대해서는 2020년 6월까지는 신속한 수입통관, 긴급 수입 인허가, 빠른 공장설립 및 생산지원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해당 품목들은 완화된 절차로 중국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로 비대면 비접촉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업은 재택근무를, 학교는 온라인교육을, 의료기관은 원격진료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 가능한 스마트오피스 관련 솔루션, 온라인 교육 솔루션 및 콘텐츠, 원격의료 솔루션, 웨어러블 건강측정 장비 등 관련 산업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셋째로 전자상거래가 확대될 것이다. 2003년 사스를 거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외출을 기피해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서도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도 온라인 구매 확대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우리 중소기업도 현지 전자상거래 파트너 활용 혹은 역직구 형태의 전자상거래 판매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초 위생용품뿐만 아니라 향후 소비자들의 건강의식 강화로 구매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건강기능식품, 개인용 헬스케어 용품 등의 안정적인 판매채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산업이 주목받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의 인과관계 여부를 떠나서 이미 중국은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내 46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음식물 쓰레기 분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향후 녹색시장에 필요한 각종 선진기술 및 장비 수요가 커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의 중국 비즈니스 대응에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기회를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상품을 통해 해당 수요를 끌어내야 한다. 관련분야 수출중소기업과 기술기반 스타트업 모두에게 기회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과 구독 경제

과거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NEC 등의 전자산업이 일본경제를 견인해왔다면 최근 일본의 전자산업은 과거에 비해서 국제경쟁력이 많이 저하했다. 한편 일본이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Animation)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한국, 중국, 유럽, 미국 등을 압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시장 규모은 2017년 처음으로 2조 엔(약 21조 원)을 기록했다. 2002년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참고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수익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에서 특징적인 것으로는 제작위원회(製作委員會) 방식이 있다. 예를 들면 이웃집 토토로 제작위원회, 신세기 에반게리온 제작위원회, 진격의 거인 제작위원회 등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제작위원회 방식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컨소시엄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동 방식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TV 방송국, 영화회사, 게임장난감 등 2차 창작물 제조업체 등이 출자해 위원회를 만들고, 그 자금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구조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용이하게 조달하고,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발생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작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제작위원회를 통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다. 대부분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지 못하므로 지분을 제작위원회에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 제작위원회에 참여하는 출자 기업들 간에 작품의 내용 등에 대한 견해차이, 갈등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그 작품 제작에 필요한 인력을 모아 팀을 구성하지만 1개 작품이 끝나면 팀은 해산한다. 즉, 다음 작품에서는 동일한 팀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 불안한 수입 등이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에 넷플릭스(NETFLIX) 등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등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제작비를 지불하고 있으며,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포괄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0년 2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이웃집 토토로 등 스튜디오 지브리의 21개 작품을 미국, 북미를 제외한 190개 국가에 제공하기로 했다. 넷플릭스(NETFLIX)는 구독 경제 기업이라고 불린다. 구독경제와 공유경제를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독경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제품(서비스)을 제공한다. 구독경제,공유경제,플랫폼 경제는 인터넷상에서 발전하고 있으며 서로 그 성격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구독경제,플랫폼 기업은 승자독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향후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유통,자금 등의 측면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경제,플랫폼 기업에 종속되어 실질적인 하청기업으로 전락할지, 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혼탁한 진실

잠잠하던 호르무즈 해협에 긴장의 파고가 일고 있다. 연초 북한의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에 관한 촉각이 갑자기 중동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은 왜 이 시점에 이란을 자극하고 있는가. 복수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이슬람의 시아파 국가는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이란 주변국들과 전 세계의 이해관계국가들이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심각한 대미 테러를 기획하고 있어 예방타격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선제 드론공격을 하였다는 것이 백악관의 설명이었다.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도 단행하지 못했던 이란의 군수뇌 제거를 트럼프 대통령은 가차없이 실행했다. 솔레이마니가 기획했다는 미국의 군인,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정교한 테러모의가 과연 있었을까. 이번 사건은 911테러 직후 미국의 대아프간 전쟁 개시 때와는 차원이 많이 다르다. 당시 미국은 기습적인 본토공격을 받은 초유의 상황이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 내 일부 여론은 물론이고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다수 서방국가들이 반대했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 타격과 제거를 내세웠던 미국의 명분은 이라크에서의 포연이 멈춘 뒤 설득력을 잃었다. 국가적 자존심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무모함은 그럭저럭 세월 속에 묻혔다. 반미 적대감이 강한 솔레이마니가 미국을 대상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대규모 테러 작전을 감행할 의지가 분명하였더라면 미국의 선제공격은 납득할 수 있다. 이미 2001년 전대미문의 테러공습으로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긴 미국이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에서 명백한 WMD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란의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은 채 그의 반미노선을 구실로 제거하였다면 국제사회에서의 논란은 잠잠해질 수 없다. 미국 내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과잉반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민주당 측을 주축으로 한 다수의 미국인은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탄핵정국의 관심을 대외안보 이슈로 전환하면서 재선 가도에서 유리한 입지를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많다.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함의를 던지고 있다. 이슬람국가(IS)의 일시적인 퇴조로 테러집단의 활동이 다소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솔레이마니의 사망으로 중동을 중심으로 한 테러 네트워크가 다시 준동할 여지가 있다. 자칫 이란과 미국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면 중동의 불안이 심화하면서 국제경제가 혼란에 빠져들 것이고,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자명하다. 이란의 즉각적인 미사일 발사에도 아직 확전으로 진전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어렵게 도출된 이란 핵 합의가 미국의 일방적 폐기로 인해 비확산 이슈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금번 드론 공격에 따라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가속하면서 다시 핵개발에 착수하면 이란의 핵 문제가 북핵 이슈와 함께 글로벌 핵심 어젠다로 재설정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 역시 세계지도 속에서 쳐다볼 수밖에 없다. 중동 문제건 북핵 이슈건 미국이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힐난하는 폴 크루그먼의 따가운 지적이 계속되면서, 국제협조주의를 요망하는 윌슨의 후예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늦출 수 없는 중남미 시장 진출

자원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경제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세계경기하락에 따른 원자재의 글로벌 교역감소로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소득불균형의 심화, 사회지도층의 부패, 급진적 개혁정책의 불만 때문에 촉발된 소요로 많은 나라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부정선거로 볼리비아 대통령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멕시코로 망명했으며, 칠레에서는 지하철요금 인상이 발단이 되어 그동안 누적된 소득불평등과 경제난에 대한 반감이 폭발하여 예정된 APEC회의 개최가 취소되는가 하면, 콜롬비아에서는 연금수급조정 및 교육재정을 놓고 사회갈등이 전개되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새로 들어선 페론주의 정부도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통합의 과제를 안게 되었고, 무엇보다 인접한 우파정부 브라질과의 우호관계 여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주축인 남미공동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엔중남미위원회에 의하면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혼란은 없겠지만, 2020년에도 중남미 경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원자재의 수요 증가가 없는 상황에서 금번 소요를 겪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복지예산 확대에 따른 재정 적자가 예상되고, 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친기업개혁을 추구해온 브라질과 오렌지경제로 불리는 지식문화산업과 ICT, 재생에너지 및 건설 분야에 매진하는 콜롬비아는 2020년 각각 2%~2.6%와 3.5%의 안정적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록 2020년 중남미지역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고 해도 브라질과 멕시코는 GDP순위 세계 9위와 15위의 경제대국이다. 멕시코는 이미 우리의 10대 수출국일 만큼 교역의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이 중남미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는 첫째,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정보가 부족하고 마케팅을 위한 시간과 비용 투입이 큰 반면 성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중국제품과 가격경쟁의 어려움이다. 중국은 중남미 원자재의 최대 수입자다. 협상력을 무기로 중남미의 낮은 구매력을 충족시키는 값싼 제품들로 중남미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남미 국가들이 과거 세계 대공항 이후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보다 독특한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수입대체산업화전략을 채택하면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보호무역장벽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중남미 각국과 FTA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칠레, 페루, 콜롬비아와는 FTA가 시행되고 있고, 한-중미(5개국) FTA는 비준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추진 중인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가 회원인 태평양동맹 준회원 가입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남미공동시장(Erecosur)과 FTA가 체결되면 중남미 진출이 훨씬 용이해 질 것이다. 지난해 수출이 2018년 대비 10.3%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중남미 시장 개척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중소기업의 경영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진출 애로를 도와줄 지원인프라와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남미행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는 것이 통상지원업무를 일선에서 수행하는 필자의 바람이며 시급한 과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이란과 미국, 다시 소용돌이 치는 중동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중동으로 향해있다. 중동에 일촉즉발의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늘 테러와 전쟁 그리고 갈등의 온상으로 상징되는 중동 지역이 다시금 전 세계 모든 이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로켓포가 발사됨으로써 미국 민간인 한 명이 사망했고 이 사건의 배후를 친이란 성향의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지목한 미국이 시아파 민병대 기지 5곳을 공격, 7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성난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고 미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한 표적 공격으로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동하는 차량에 타고 있던 이란 혁명 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의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사망했다. 이라크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1980년 시작돼 1988년까지 계속된 이란-이라크 전쟁, 1991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미국이 공격한 1차 이라크전쟁(걸프전쟁),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이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제거의 명분을 내걸고 이라크를 재침공한 2차 이라크전쟁, 그 이후 계속된 내전까지, 이라크는 수많은 전쟁의 상처와 상흔이 아물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금 이란과 미국의 긴박한 갈등으로 인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란과 미국의 원한관계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이슬람혁명 발생으로 어제까지 친미국가였던 이란은 하루아침에 반미를 국시로 내세운 신정국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후 이란의 핵개발로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관계가 오바마 행정부 때 이란의 핵동결과 제재완화를 핵심으로 한 2015년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로 화해의 분위기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2018년 트럼프행정부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로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됐고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양국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전 세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망한 솔레이마니 장군은 정부 위의 정부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인 쿠드스 군을 지휘하던 총사령관으로 이란 대외전략을 기획하고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영웅이었다. 그런 인물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표적 공격을 지시해 암살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내에서는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70여 곳 이상의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고 미 의회는 이란과의 전쟁 반대 결의안을 제출하였다. 미국은 중동에 수일 내로 3천500명의 미군병력을 배치할 것이고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이미 52곳의 공격목표 지점을 지정하며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한 가혹한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 온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중동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긴급 대책반을 구성하고 이 사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으로 중동은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도저히 매듭이 보이지 않는 중동문제이지만 더 이상의 확전(擴戰) 없이 부디 인명피해 없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저출산을 국난으로 규정한 아베 수상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인구동태통계의 추정에 의하면 2019년 출생아 숫자는 86만 4천 명으로 처음으로 90만 명 이하가 됐다. 이와 관련, 아베 수상은 12월 26일, 2019년 출생아 숫자가 과거 최저를 기록한 것에 대해 국난(難)이다. 제대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저출산 대책을 지시했다. 사실 일본의 저출산 문제는 아베노믹스 하에서도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됐다.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은 가계소비의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잠재성장률의 저하를 초래한다. 또한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은 세수 감소를 초래, 기존의 복지제도 유지를 어렵게 만들면서 일본의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아베 수상은 2012년 12월부터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정책을 통해 아베노믹스 경기라고 불리는 전후 최장기 호황을 만들어냈다.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대담한 통화정책(첫 번째 화살), 기동적인(능동적인) 재정정책(두 번째 화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세 번째 화살) 등 3개의 화살이다. 아베 수상은 2015년 9월 24일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는 제2단계로 이동한다고 선언하고, 신(新) 3개의 화살을 통해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을 저지, 50년 뒤에도 인구 1억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아베노믹스의 신(新) 제2화살에서는 보육원 대기아동 제로화 정책 등을 통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치바현(千葉) 아비코시(我孫子市) 등은 인가 보육시설의 대기아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됐지만, 도쿄도(東京都)의 중심부는 여전히 인가 보육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기아동이 상당히 남아있다. 다만 도쿄도(東京都) 보육원 등의 대기아동수의 추이를 보면 2017년부터 2019년에 걸쳐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다. 보육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동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일본의 출산율은 2015년 1.45에서 2018년에는 1.42로 저하하고 있다. 즉, 아베노믹스 2단계에서는 출산율의 증대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오히려 출산율은 저하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면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 2019년 일본의 연호(年)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가 변화된 것을 계기로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연호 변경에 따른 출산율 상승효과를 크지 않고, 오히려 2019년 출생아 숫자는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일본에서는 법적으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남성의 출산휴가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성과 남성의 출산휴가 취득비율(2018년 기준)을 비교해보면 남성의 출산휴가 취득비율은 불과 6% 정도에 불과하고, 여성의 82%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출산휴가기간은 여성 대부분(90% 이상) 6개월 이상이지만, 남성은 절반 정도(56%)가 5일 미만이고, 대부분(80% 이상)이 1개월 미만이다. 일본 사회에는 남성이 출산휴가를 신청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출산율을 높이기는 정말로 쉽지 않다. 아베노믹스의 저출산 대책이 아직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본은 저출산 문제를 국가의 핵심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2018년 0.98이고, 올해 3분기 출산율은 0.88로 예상되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이 최저기록이고, 2012년부터 1.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일본의 최저출산율보다 낮은 상황이지만, 아직 한국 정부는 저출산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충분하지 못하다. 저출산 대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저출산문제를 정책대응의 최우선과제로 두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는 인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인도만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이 4.5%로 전년동기 7.1%였던 것에 비해 1년 새 2.6%나 낮아졌다. GDP 성장률 순위도 2018년 1위에서 금년은 베트남, 중국, 이집트, 인도네시아에 이어 5위로 내려앉았다. 글로벌교역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인도는 낮은 대외의존도와 내수시장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에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 성장이 예측되었고,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이 클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기대했는데 예측이 빗나가는 것이다. 성장률이 7분기 연속 하락하자 인도정부는 인프라 투자확대와 법인세 인하가 핵심인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투자와 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해 최악으로 치닫는 실업률과 소비부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인프라 투자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법인세를 30%에서 22%로 인하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확대재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로 인한 막대한 세수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제부터 살리겠다는 의지다. 기업이 다시 살면 장기적으로는 법인세 감면분 이상의 세수가 발생 될 것이라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눈여겨 볼 점은 자국 제조업 육성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설립법인에 15%의 법인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3년 안에 생산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주어진 혜택이기에 제조 기술력이 부족한 인도는 해외기업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시장 진출과 공급망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인도로 옮기고 싶어 하는 글로벌기업과 전통적인 제조 강국들에는 이번 조치가 인도 진출을 서두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 2018년 10월 기준 인도로 진출한 일본기업은 1천441개 사로 우리의 488개 사의 3배에 이른다. 투자액에서도 5배 가까이 많다. 지난달 합의된 RECP(포괄적 지역동반자협정, 알셉)을 두고 인도가 빠지면 일본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인도와 강한 유대를 보이는 점도 향후 인도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도 신 남방 지역의 한 축인 인도와 경제협력 확대의 필요성에 따라 양국 정상들이 상호방문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경기도는 지난 15년간 인도에 경기비즈니스센터(GBC) 운영을 통해 인도 현지생산거점 없이 단순 수출만으로는 가격에 민감한 인도시장 공략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협상테이블에서 수많은 바이어들의 요구사항이었음에도 중소기업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것은 선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 때문이다. 이질적 문화와 상관습, 부족한 정보가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을 막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의 부담을 덜어 주려면 민관주도의 중소기업전용 아파트형공장을 현지에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 인도 진출의 다른 방법으로는 현지 인도기업과 합작(조인트벤처)하는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과거 중국에서의 실패 경험 탓에 합작하는 것을 주저하지만, 서구민주주의 시스템이 정착된 인도는 다르다. 사전 충분한 협의와 계약서를 갖춘다면 중국보다 훨씬 안전하다. 인도는 2차 산업의 토대가 약한 상태에서 바로 3차 산업으로 이동되었기에 제조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커서 파트너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다. 침제 국면을 극복하려고 쏟아내는 인도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불황을 극복하려는 우리 중소 제조기업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어느 여가수 이야기

때로는 과거가 지금이다. 그때 그 사람이 지금 내 가슴에 있으면 지난 과거도 살아있는 현재다.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 불가리아는 역사적으로 존재감을 찾기가 어려웠다. 왼편에는 오스트리아ㆍ헝가리 제국으로 재편되는 천년 왕국 합스부르크 왕가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소비에트 제국으로 변모하는 대국 러시아가 있었다. 남쪽에는 지중해로 향하는 길목을 막은 오스만 투르크가 항시 위협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했고, 공산주의 압제에 시민들은 숨이 막혀 왔다. 외교관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희망을 찾아 프랑스로 향했다. 아버지를 따라 망명한 어린 나이의 여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불가리아 가요가 아닌 프랑스어로 부르는 샹송이어야 했다. 생존을 위해 프랑스어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약간은 어설픈 발음이 비치지만, 노래하는 젊은 이방인 여자가수의 마음은 어설프지 않았다. 마리짜 그건 나의 강. 세느강이 그대의 것이듯. 하지만 나의 아버지 외에 누가 그것을 기억하리 실비 바르땅은 자신 있게 가사를 이어갔다. 내 나이 막 10살이었을 때,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지. 그 흔한 인형 하나도 없었고. 낮은 소리로 흥얼대는 후렴구절 밖에는. 라 라 라 랄라라랄라 라라라 처연함을 감출 수 없는 무명 여가수의 얼굴에서 마리짜 강변의 추억의 후렴은 더욱 경묘하게 뿜어지고 있었다. 절박한 심정을 공중에 뿌려 버리듯이 후렴을 빠르게, 힘차게, 더욱 빠르게 반복했다. 그녀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국땅, 낯선 도시 파리에서 스스로를 찾았다. 더 이상 이방인일 필요가 없었다. 변방 코르시카 섬의 아작시오 마을에서 온 보나파르트가 그 역겨운 텃세와 멸시를 헤치고 프랑스의 주인이 되었듯이, 마리짜 강변 출신의 실비 바르땅도 고적한 회색지대 세느 강변에서 굳건하게 서기 시작했다. 혼자뿐이었고 혼자여도 충분했다. 지울 수 없는 프랑스의 찬연한 영광은 나폴레옹이 만들었고, 쉽게 사라지지 않을 샹송의 메아리는 이방인 실비 바르땅이 확산시켰다. 1970년대부터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샹송의 울려 퍼짐 뒤에 그녀가 서 있었다. 세상의 지평선을 아는 프랑스는 외부로부터의 발길을 받아들였다. 이민자의 설움도, 망명자의 고독도 포용했다. 국법(國法)의 한켠에 검푸른 날의 단두대도 있었지만, 이방인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주었다. 삶의 의지와 냉정한 정열을 품고 승리의 인생을 만들 준비가 된 외지인들에게 폐쇄의 문지방을 낮추어 주었다. 불가리아 시골 출신의 실비 바르땅(Sylvie Vardan), 그녀는 외연을 넓히며 한 걸음씩 승리의 길을 걸어왔다. 가슴 깊이 숨어 있는 처절함을 가벼운 리듬으로 전환하며 노래해 온 그녀는 인생의 승자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이 있다. 훼리스 나비다(Feliz Navidad). 귀에 익숙한 가요다. 그 노래를 부른 수많은 가수 중에 호세 펠리치아노가 있다. 그는 화사한 노래도 많이 부른다. 앞을 못 보지만 세상을 보고 있다. 인생을 누구보다 잘 읽고 있다. 부드럽게 기타까지 치면서 노래한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약자인 것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중동의 경제개혁과 ‘사우디 비전 2030’

중동하면 떠오르는 것은 테러, 전쟁, 자살폭탄 등 부정적인 이미지이며 이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가 석유다. 중동지역 내 국가들의 경제파워는 산유국과 비산유국으로 분명히 나눠지는데 산유국들은 그동안 석유를 무기로 세계경제흐름을 좌지우지해왔다. 그런 중동지역에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바로 산유국들의 경제개혁 물결이다. 카타르는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통해 인적자원, 사회, 경제, 환경 등 4대 부문의 개발을 위한 세부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토대로 한국과 에너지, 건설 중심의 양국 협력 관계를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보건, 의료, ICT, 스마트농업 등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 오만은 국가개발전략 및 경제 다각화 전략인 오만 비전 2020에 이은 오만 비전 2040을 발표하고 사회, 경제 등 4대 부문 개발의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 비전 2030을 근간으로 관광 및 산업 분야의 민간기업 지원 관련 30개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며 이를 중심으로 항공, 해양, 식음료, 산업기계 등 6개 핵심산업 육성을 위한 개별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중동지역 경제개혁의 선두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는 경제다각화를 통한 석유의존형 국가경제 탈피와 정부개혁을 통한 민간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 주축이다. 사우디의 석유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을 차지하며 재정수입의 70%, 수출 이익의 80%가 석유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사우디는 유가 추이에 따른 국가 경제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최근 저유가 추세의 장기화로 작년 GDP의 4.6%였던 재정적자가 올해는 7%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은 예측했다.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사우디는 작년 1월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고 공무원의 각종 특권을 줄였지만 유가 하락으로 내년에는 적자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사우디정부는 보고 있다. 또한 사우디 국내총생산 중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사우디는 2030년까지 이를 6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내년까지 비정부 부문 일자리를 45만 개 창출하고 기존 12.5%에 달하는 실업률을 9%대로 낮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가장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로 알려진 사우디가 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사우디에서 발견되고 있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관광비자를 발급하고 극장에서 대중 영화를 상영하고 증권시장에서 외국투자자가 상장사에 지분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우디정부는 일상생활부터 기업 환경까지 곳곳에 있던 제한 규정을 풀고 그간 각 분야에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주로 무슬림들에게만 시민권을 주었던 사우디가 이번 달 5일에는 의약,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분야 등의 외국인 전문가에게 시민권을 주겠다고 발표하며 혁신 인재와 지식인 영입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 비전2030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의 43.8배 규모 크기 지역에 조성되는 네옴 프로젝트다. 에너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16개 분야에 특화한 12개 구역으로 구성될 네옴은 독자적인 세금, 사법 체계를 갖춘 특별경제구역으로 조성된다. 이 사업에 5천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으로 약 1천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사우디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국 투자금에 의지해야 하는 막대한 예산과 목표 달성 기간이 너무 짧아 일각의 회의론이 있지만 사우디는 지금 커다란 변화의 파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우디의 변화는 중동지역의 변화를 견인하는 큰 의미를 갖기에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성공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라인·야후 재팬 연합, 글로벌 플랫폼 도전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과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의 검색포털 야후 재팬이 경영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야후 재팬은 구글(Google)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검색엔진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구글이 검색엔진으로서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라인은 전 연령대가 폭넓게 사용하는 일본의 국민 SNS다. 한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 앱 순위는 라인(1위), 페이스북, 트위터(Twitter), 야후 재팬(Yahoo Japan)의 순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은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의 순이다. 이번 라인과 야후 재팬의 통합은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의 통합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라인과 야후 재팬의 통합으로 한일 양국에 기반을 두는 1억 명 규모의 플랫폼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기존 일본의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간편 결제 서비스는 라인이 제공하는 라인페이(LINE Pay)와 야후가 제공하는 페이팔(PayPal)이 각각 업계 1위(사용자 3천690만 명)와 업계 2위(사용자 2천만 명)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양사가 제공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가 통합된다면 일본 국내에만 5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게 된다. 라인과 야후 재팬의 통합 회사는 검색 엔진, SNS 서비스,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라인과 야후의 통합회사는 한일 양국시장에서는 독과점을 우려할 정도의 IT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IT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IT 시장은 미국 기업이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가 주도하고, 중국의 IT 기업인 BATH(Baidu, Alibaba, Tencent, Huawei)가 이를 추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IT의 세계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계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시가 총액 순위(10월 말 기준)의 상위기업을 살펴보면 애플(1위), 아마존(3위), 구글(4위), 페이스북(5위) 등 미국의 글로벌 IT 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GAFA 기업은 단순한 IT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서 전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이란 제품, 서비스가 모이는 장을 의미한다. 플랫폼 기업은 IT, 금융 등 모든 비즈니스 생태계의 핵심이 될 것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자율주행차의 보급이 예상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며, 도요타나 현대 등의 자동차 회사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플랫폼 기업을 경유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GAFA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일단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가 좋은 플랫폼을 구축하면 많은 사용자가 모이고, 더욱 편리성이 좋아지면 더욱 많은 사용자가 모인다. 예를 들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경우 회원이 증가하면 많은 판매자가 모여서 더 많은 상품제공이 가능해지고, 또한 회원 수가 더욱 증가하면 더 많은 판매자가 모인다. 한번 우위에 선 플랫폼 기업은 획득한 풍부한 자금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기 위한 광고 등을 할 수 있다. 라인과 야후의 통합회사는 규모의 확대를 통해 일정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GAFA와 경쟁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라인-야후 재팬 연합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효과와 과제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아ㆍ태지역 경제통합의 초석이 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ㆍ알셉)의 협정문 타결이 이뤄졌다. 한ㆍ중ㆍ일, 뉴질랜드, 호주, 인도, 아세안 10개국 총 16개국이 2012년부터 7년간 협상을 진행해 오다가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협정문에 동의했고, 세부조율을 거쳐 내년 상반기 정식 발효하기로 했다. 인도가 최종 가입하면 알셉은 전 세계 인구의 50%, GDP는 3분의 1, 교역량의 30%를 차지해 외형적으로 지구상 최대 자유무역협정으로 내용 면에서도 관세와 비관세 장벽 뿐만 아니라 서비스, 지식재산권까지 내포하고 있어 각국에 미칠 영향도 크다. 알셉이 그동안 한국이 맺어온 FTA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자간 즉 여러 나라가 동시에 맺는 FTA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알셉 회원국 중 일본을 제외한 14개국과는 양자 FTA를 이미 체결하고 있다. 알셉은 발효되면 그동안 국가별로 진행해온 서로 다른 FTA 절차와 서류가 단일화되어 우리 수출기업의 이용이 쉬워지는 것과 역내 생산품에 대한 미관세 적용으로 생산거점의 역내 이전이 늘어나게 된다. 이미 중국기업들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입지가 좋은 지역으로의 이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내 공장부지 확보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알셉은 역내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기술산업 및 한류 콘텐츠 부문의 수출확대가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중국의 사드 보복 및 일본수출규제에서 보듯이 강대국의 일방적 무역보복도 역내에서 제어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알셉 발효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FTA 체결 효과가 있기에 일각에서는 대일무역역조가 막대한 상태에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은행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수입관세율은 5.05%로 일본의 2.51%보다 배가 높은 수입장벽을 갖고 있어 FTA로 인한 충격은 우리가 크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일본이 주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에 우리 정부가 소극적이었다. 인도가 이번 알셉 협정문 동의를 못한 것도 인도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연 530억 달러에 이를 만큼 심각한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체결되면 더 악화 될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정부예산이 투입되어 일본산 부품, 소재분야의 국산화 노력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알셉을 통해 일본산 제품이 더 쉽게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한일 알셉 상품양허에 대한 의견서를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작정 내 문은 닫고 열린 남의 문으로만 들어갈 수는 없다.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를 통해서 수출영토를 넓히고자 하는 것처럼 상대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알셉 협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알셉 14개 회원국과 양자 FTA를 체결했기에 알셉으로 인한 추가적인 수출 확대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출기반에 구축에 기여될 것이다. 피해가 불가피한 것들은 우리의 산업구조를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대응해야만 한다. 혁신을 통한 기존기술의 고도화와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어느 총리부인의 이야기

북해를 거슬러 발틱해 입구로 가면 북유럽의 도시들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독일 북단의 항구도시 함부르크가 제일 먼저 초겨울 바람을 뒤로하고 차분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유서깊은 천년 도시에 들어서면 로키 식물원이 있다. 함부르크 식물원의 이름이 이렇게 바뀐 것이다. 로키 슈미트. 그녀는 2차 대전이 시작되던 시기에 함부르크에서 10대의 학창시절을 보냈다. 혼돈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가 지나고 나치 독일이 제3제국의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기갑부대가 바르샤바를 점령하고 곧이어 파리까지 입성했다. 머지않아 독ㆍ소 불가침조약을 파기하고 소련을 공격할 채비까지 하고 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궁핍해진 도시 함부르크에서 가난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로키는 용모가 준수한 청년을 만났다. 조용한 성격의 두 청춘은 차분한 사랑을 키웠다. 애정이 깊어지던 시기에 헬무트는 한마디를 던지고 전장 깊숙이 나갔다. 살아 돌아오면 결혼하겠다고 로키에게 다짐했다. 행운이 외면하지 않았던 두 남녀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결혼했고, 불행도 비켜가지 않아 갓 출산한 영아가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다. 전후 독일은 패전의 상처와 굴욕 속에 상상 이상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도시들은 모조리 폐허였고, 빈곤은 끝을 몰랐으며, 수도 베를린은 갈갈이 나뉘어 점령군들이 활보했다. 로키는 초등학교 교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남편이 정치 무대에 발을 들여 분투할 때 그녀는 학생들에게 독일정신을 가르쳤다. 근면과 단합 속에 독일은 다시 일어서고, 헬무트와 로키는 각자의 영역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30년 초등교사직을 마친 로키는 자신을 찾았다. 배우자 헬무트 슈미트가 연방총리로 재직할 때도 자신의 영역이 있었다. 총리공관을 떠난 이후에는 온전히 자신의 일에 전념했다. 멸종 식물에 대한 연구가 그녀의 새로운 본업이 되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남편이 강연과 대담, 집필 활동에 전념할 때 로키는 세계 도처를 다니며 위기에 처한 식물 보호와 연구를 위해 정열을 소진했다. 91세에 세상과 작별한 로키 슈미트는 생전에 붉은 카펫 위에서 그리고 땅 위에서란 저서를 통해 북유럽 여인답게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다. 총리부인의 시간은 그녀의 인생 여정에서 극히 일부분이었다. 소시민적 스타일과 시대의 상처 속에서도 자기 인생을 찾기 위해 분투한 여성이었다. 함부르크 시민들은 아직도 바라볼 여성이 있다. 독일 국민은 오늘도 기억하고 싶은 총리부인이 있다. 30년 전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독일이 다시 하나가 되는 통일의 전야제 같은 날이었다. 독일통일의 진짜 장벽은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이 아니라 파리의 엘리제궁과 런던의 다우닝 10번가였다. 놀라운 일도 아니듯이, 독일 분단을 끝까지 고집한 국가는 프랑스와 영국이었다.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 부처 그리고 영국의 마거릿 대처 내외와의 특별한 친교를 통해 통일의 초석을 놓은 인물은 헬무트 슈미트 부부였다. 통일의 위업은 그저 다가올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독일인의 성취였다. 그들 민족을 강제 격리시켜 놓은 주변 강국들의 오만과 견제를 유럽의 정신 관용으로 바꾸어 놓게 했다. 헬무트 콜과 한스 디트리히 겐셔로 이어지는 독일인들의 견고한 대오에 강인한 함부르크 여인이 기나긴 세월동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굳건히 서 있었던 것이다. 로키 슈미트(Loki Schmidt), 그녀는 독일인의 전형이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셰일 혁명과 대중동정책

중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가 석유다. 1970년대 석유를 무기화한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주인공이 바로 중동이다. 중동이 기침하면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던 그런 시대였다. 그러나 중동이 그런 호시절을 구가할 수 있는 상황은 이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정유 시설에 가해진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생산량 570만 배럴이 증발되는 역사상 가장 큰 손실을 보았고 당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장중 19%까지 치솟았음에도 2주 만에 원유 가격은 모두 원상 복귀됐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히려 드론 테러 전보다 낮은 배럴당 52달러까지 내려갔다. 또한 지난 6월 13일 오만해에서 발생한 대형 유조선 두 척에 대한 피격 사건 이후 국제 유가가 한때 급등했으나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2.2% 상승하는데 그치는 등 국제 원유 시장이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유가가 더 이상 중동 지역 긴장의 척도가 아니라는 사실이 수차례 드러나고 있다. 그 배경에 셰일 혁명이 있고 셰일 혁명을 주도한 미국이 있다. 미국은 작년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랐고, 해외 원유 수입량은 2005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셰일 혁명으로 인해 작년 미국에서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점이 최근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일련의 긴장 상황으로 인한 공급 우려를 상쇄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셰일 혁명은 19세기 후반 석유 채굴 기술 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에너지 개발 기술혁명이다. 전통적 원유는 사암층 특정 구간에 집중적으로 매장된 반면, 셰일 에너지는 셰일층 전 구간에 넓게 분포해 기술력 부족과 낮은 채산성을 이유로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수평시추법과 수압파쇄 공법을 적용한 기술 발전과 비용 감소로 상업성을 띠게 됐고 미국이 가장 먼저 셰일 에너지 플레이어가 됐다. 현재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 증가분의 97%와 전체 원유 생산분의 59%가 셰일 오일로 구성돼 있는데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내년 미국이 67년 만에 에너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 셰일 오일 수출로 국제 원유 가격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셰일 혁명을 주도하면서 에너지 패권이 이미 중동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셰일 혁명 덕에 중동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미국이 최근 시리아에서 철군을 감행한 것도 에너지 자립이 낳은 자신감의 발로였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경찰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에너지 독립뿐 아니라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를 추구한다는 공언은 향후 미국의 대중동정책 변화를 예측하게 한다. 미국의 보호 아래 중동의 맹주로 군림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놓고 유가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었지만 차분한 원유 시장의 반응을 볼 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대로 사우디가 여전히 유가를 주물 수 있다는 생각이 망상에 가까울 수도 있다. 셰일 혁명이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를 견인하고 세계 질서까지 바꿔놓고 있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