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일본 정부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긴급선언 기한을 3주간(6월20일까지) 연장할 것을 결정했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며,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7월23일부터 도쿄올림픽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외국인들이 대거 일본에 입국한다면,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해 일본의 의료시스템 붕괴를 초래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본의 주요 언론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일본 국민의 약 60% 이상이 도쿄올림픽의 중지 또는 재연기를 지지하고 있다. 일본 내 올림픽 중지 여론의 확산에도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개최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일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스가 수상은 올해 9월 말에 자민당 총재의 임기 만료를 하게 되며, 올해 10월21일에 중의원 임기 만료를 맞이한다. 즉, 스가 수상은 올림픽 중지 여부를 결정할 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장기불황과 동일본대지진원전 사고를 극복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어필하는 계기로 활용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령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을 중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국가의 위신은 추락하고 스가 수상은 위기 대응에 실패한 정치가로서 재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스가 수상이 재임에 실패해도 자민당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둘째, 도쿄올림픽 중지가 경제에 주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추계에 의하면 개최를 중지할 경우 그 경제적 손실은 1조8천억엔(약 18조 2천880억원 상당)에 이른다. 손실 규모는 작년 명목 GDP의 0.33%에 불과하지만 올림픽 개최 실패는 일본의 자신감 상실로 연결될 수 있다. 셋째,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감염병 확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쿄대 나카타 준교수 등의 추계에 의하면 코로나19의 확산 문제는 올림픽에 의한 해외입국자의 영향보다는 도심 인파의 증가에 의한 영향이 크다. 넷째, 일본이 도쿄올림픽 중지를 원한다고 해도 올림픽 중지에 대한 권한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측에 있다고 한다. 만약 일본이 올림픽 중지를 요청할 경우, IOC가 배상금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즉, IOC의 동의가 없다면 일본은 올림픽 중지를 결정할 수 없다. 이처럼 일본으로서는 도쿄올림픽 중지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손실이 상당히 크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인권과 국제정치

인권이 국제정치의 주요 의제로 부상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대량학살과 비인도적 잔혹 행위를 목격하고 이런 비극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국제연합 총회가 구체적인 규범으로 선언한 것이다. 인류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갖는 고유한 존엄과 평등하고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승인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와 정의의 기초이며 인권의 존중이 평화의 출발이라는 것을 밝혔다. 전쟁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에 인간이 서로에 대해서 가져야 하는 기본적 존중과 지켜야 할 금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이 보호하려는 인간의 당연한 권리는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안전에 대한 권리, 시민의 자유, 정치적 권리, 경제적 생존권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인간의 생명, 자유 그리고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다루는데, 그 이유는 폭압적인 독재나 전쟁 상황에서 국가 공권력이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합법적 폭력을 이용한 살인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시민의 자유나 정치적 권리 그리고 경제적 생존권은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다. 우리 역사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의 침해사례는 제주 43을 비롯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 그리고 집권 후 군사 쿠데타 세력이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려고 사법절차에 의한 사형집행, 고문, 실종, 불법적 투옥에서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국가가 국가폭력에 의한 역사적 오점을 인정하고 상처의 치유를 위해 인권을 확대하는 제도화의 과정이었다. 지난 2월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 이후, 이에 저항하는 시민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5월 초까지 800여명이 사망하고, 4천800여명이 체포되고, 1천400명에게 수배령을 내렸다. 미얀마 시민군이 무차별 진압에 저항하는 과정에 무기를 탈취해 진압군인 30여명이 사망하자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고 유혈 진압을 정당화하고 있다. 종교갈등이 무력 충돌로 번진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 당국은 무장단체 하마스를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는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민의 안전을 복원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군사 공격을 테러 목표물에 대한 정당한 공격이라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중재로 극적인 휴전에 합의했지만, 양측의 충돌이 시작된 5월10일부터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1천180회 공습했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3천200발의 포탄을 발사해 이스라엘은 12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의 부상자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232명의 사망자와 1천90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교전에 대한 국제규범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내전은 물론 정당한 명분의 전쟁(jus ad bellum)이라도 전쟁을 수행하는 수단이 정당(jus in bello)할 것을 요구한다.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해야 하며, 군사력의 사용에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인종청소와 같은 반인륜적 목적이나 보복행위를 금지하며, 비인도적인 사악한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는 전쟁의 정의를 무시하는 비인도적 범죄다. 국제사회가 이를 내정 불간섭의 원칙으로 방치하는 것은 범죄를 방기하는 또 다른 범죄가 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아버지의 온기

일본에도 양심적인 사람들이 있다. 목소리가 큰 극우인사들이 부각되다 보니 양심있고 정의로운 인물들이 가려져 있을 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도 있고, 환경운동가는 물론 평화헌법 수호자들도 상당하다. 5월14일은 일본의 한 정치인이 세상과 작별을 고한 날이다. 가장 양심적인 일본인 가운데 한 인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그의 이름은 친숙하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여느 일본의 지도자와는 달랐다. 젊은 시절 배낭 하나 메고 미국으로 유럽으로 혼자 여행도 다녔던 그는 역사의 깊이도 알고 인류사의 비극도 절실히 느껴온 정치인이었다. 1998년 총리대신이 된 후 이웃 한국과 새로운 21세기를 열어가기로 결심한 것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참회와 성찰의 결과였다. 성실한 인간의 표본이었던 그는 새 세기의 벽두인 2000년 총리직의 격무중에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벚꽃이 진 후 오부치 게이조도 지고 말았다. 1년 후 일러스트레이터인 그의 장녀 오부치 아키코는 아버지의 온기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스키와 음악, 사진과 영화도 애호했던 정치인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아로새겨져 있다.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이 남달랐던 오부치 총리는 이웃나라가 감내해온 모진 시간을 충분히 공감하던 지도자였다.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오부치 총리의 정신은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오직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단어다. 큰 딸이 쓴 수필집의 제목처럼 오부치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품이 돋보이던 일본의 전직 총리는 한일 관계에 중요한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 대미 외교에 대한 비중만큼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에 대한 무게도 중시했다. 무엇보다 이웃 한국과 풀어야 할 갈등을 해소하고, 필요한 협력관계를 복원하는데 주저 않고 마음을 열었다. 일본이 태평양에 투척해서는 안 될 원전 오염수를 방류키로 결정한 배경에는 워싱턴의 묵인도 작용한다. 파리기후체제에 복귀하고 대통령 기후특사도 임명하면서 친환경 정책기조로 선회한 미국의 신행정부는 미일 동맹의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도쿄로서는 대미 외교가 중심이다. 지금 일본은 이웃 국가들의 우려와 항의를 외면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G7 그룹의 일원으로서의 본분을 간과하는 근저에는 자민당 본류의 외교방식이 있다. 선한 의지가 결여된 외교방책에는 후유증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후 환경문제의 대의가 무책임해 보이는 한 나라의 국가이익 속에 묻힐 수는 없는 일이다. 장기적 관점과 역사적 시각에서 국제관계를 통찰했던 오부치 전 총리의 지혜가 방사능으로 오염될 바다를 걱정하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글로벌 이커머스의 진화, 드랍쉬핑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판매행사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캐나다 온라인쇼핑 플랫폼 쇼피파이(Sopify)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의 절대강자 아마존을 제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처럼 신흥 플랫폼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이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플랫폼의 높은 판매(입점)수수료 대신 고정된 플랫폼 이용료만 내기에 비용부담이 줄어들고, 진입장벽이 낮아서 제조하거나 재고를 보유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료만 내면 플랫폼 내 상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도 아니고 재고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은 드랍쉬핑(Drop shipping)이라는 독특한 서비스 때문이다. 드랍쉬핑은 원칙적으로 해외직구(Cross-border shopping)로써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D2C(Direct to Customer)방식이다. 드랍쉬핑 플랫폼 내 다른 판매자(물품공급자)들의 스토어에 전시된 상품을 내 스토어로 가지고 와서 팔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드랍쉬핑 시스템 안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받아 자기 스토어에서 판매를 하면 물건의 배송은 물품공급자가 담당한다. 판매자는 판매에만 집중하면 된다. 재고의 관리, 배송, 결제가 드랍쉬핑 서비스 운영자가 제공하는 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조만 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엔 지금의 글로벌 이커머스의 벽은 너무 높은 상태다. 입점부터 마케팅, 재고, 배송, 결제 등의 업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플랫폼 안에서 가격경쟁과 끊임없이 들어가는 마케팅비용 탓에 수익성이 낮아져 중도에 포기하거나 전문 셀러들에게 맡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부상하는 드랍쉬핑서비스가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 이커머스 진출에 답이 될 수 이유가 있다. 우선은 드랍쉬핑 시스템내서는 내 상품을 다른 판매자들도 팔 수 있기에 판매량이 늘 수 있다. 예컨대, 쇼피파이는 자사몰과 드랍쉬핑 자회사 Oberlo에는 175개국 300만명에 이르는 셀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동안 절대 부족했던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 중소기업제품의 노출을 늘릴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드랍쉬핑 시장에서 공급되는 상품은 대부분 중국제품으로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전체매출의 30%가 Alidropship이라는 드랍쉬핑 전용 웹에서 발생한다. 우리 제품만을 다루는 드랍쉬핑 서비스가 제공되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이미지가 좋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문화, 의료, 뷰티분야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한편, 시장도 빨리 반응하고 있다. 중국제품을 취급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성공에 따라 미국, 유럽 제품을 취급하는 Spoket이라는 드랍쉬핑 서비스도 시작됐다. 해외 각국이 서비스의 개발을 서두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조만간 한국제품만을 취급하는 드랍쉬핑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 부는 이런 변화의 바람을 수출중소기업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왜 일본 백신 접종률은 낮을까?

최근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4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백신 확보를 통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주요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 30일 0시 기준으로 한국의 1차 접종 인원은 305만6천4명(접종률 5.9%)이고, 2차 접종 인원은 19만8천734명(접종률 0.38%)이다. 일본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 역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2021년 4월28일 기준으로 일본의 1차 백신 접종 인원은 235만2천255명(접종률 1.87%), 2차 접종 인원은 99만5천758명(접종률은 0.79%)이다. 1차 접종인원 기준으로는 한국의 접종률이 일본보다 다소 높지만, 2차 접종기준으로는 일본의 접종률이 한국보다 다소 높다. 그렇다면,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는 코로나 백신의 공급 부족에 의한 것이다. 일본은 미국, 영국 등 서구국가와 달리, 아직 자체 백신 개발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백신개발에 가장 앞서는 의료 벤처기업인 안제스 조차 3분의 2상 임상실험을 완료했을 뿐이며, 향후 3상을 남기고 있다. 가령 자체 백신 개발에 실패해도, 해외에서 백신을 충분히 수입할 수 있다면, 백신 문제는 해결된다. 미국 등에서는 백신에 대한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우는 가운데, 백신 수입이 늦어지고 있다. 또한, 일본의 백신 공급 부족은 일본의 보수적인 백신 허가 제도의 영향이 크다. 일본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3사와 백신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필요한 양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허가를 받은 것은 화이자 백신이 유일하다. 일본에서 백신 허가가 늦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해외 임상과는 별도로 일본에서 자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더나의 백신(5천만 회 분)이 지난 30일에 일본에 도착했지만, 백신 허가는 빨라도 5월 말 경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에 대해 자체 임상을 생략하고, 빠르게 백신 허가 절차를 진행한다면, 백신 공급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백신 접종 체계의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의 역할은 백신을 조달해, 지자체에 보내는 것까지이고, 실제 백신 접종은 지자체가 실시한다. 일본 정부가 정한 접종 기간은 지난 2월17일부터 내년(2022년) 2월까지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접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쿄와 오사카에 대규모 접종센터를 만들어서 운용할 것을 결정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백신 접종은 지자체의 역할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서둘러서, 접종자 관리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지자체 시스템과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다. 즉,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려면 접종자 관리의 데이터화, 디지털화가 중요하다. 향후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코로나19 하에서 도쿄올림픽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데이터가 국력인 시대

세계 경제의 핵심을 데이터가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영화, 음악, 책, 논문과 같이 디지털 자료로 이용될 수 있는 상품이 온라인을 통해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됐다. 실제 물건이 전달돼야 하는 상품도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에 따라서 국내는 물론 국경을 넘어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2018년 3억3천만명이 2조5천억달러의 상품을 구매했는데,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 추세다. 이 과정에 개별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관련된 데이터는 정보와 지식이 되고 이것은 다시 상품과 서비스로 전환돼 경제적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3차 산업혁명시대에 석유가 경제의 원동력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데이터가 석유의 자리를 대처할 것이다. 강력한 국력을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첨단의 높은 생산력을 유지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데이터의 축적이 기술과 경제를 혁신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이다. 모데나가 코로나19 백신을 RNA 메신저 방식으로 만들기로 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의 활용이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이처럼 돈이 되는 데이터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따라 국제적인 규범이 생겼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일관성이 없고 애매하게 단편적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이 가입하지 않았지만 CPATPP에는 데이터를 받은 국가가 이를 저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국경을 넘는 전자적 상품에 관세부과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북미 국가의 USMCA도 유사한 규정을 만들어 제한 없는 데이터의 흐름에 합의했지만, 북미지역에 한정돼 있어서 규범으로 확립된 것은 아니다. EU의 GDPR은 데이터 보호를 위한 일반적 규제라는 이름처럼 개인의 데이터를 기업이 사용하는 과정에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려고 하지만 유럽에 지사를 둔 역외 기업에는 제도적 준비의 높은 비용 자체가 무역장벽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제도를 통칭해 레짐이라고 하는데, 상품과 자금의 국제적 흐름을 규제하는 세계무역기구가 있었고 항공 교통의 발달로 비행기의 운항과 국경횡단을 규율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가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세계는 과학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치로 등장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는 흐름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미중 패권경쟁이 데이터 규범에 대한 주도권 경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 바이든 행정부는 21세기 디지털 규범의 형성과정에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려고 한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기술과 법령을 통해 이른바 만리방화벽을 세워 중국 국경으로 데이터의 입출을 막고 자국민의 해외 웹사이트 접속도 통제해왔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데이터 관리 제도를 기술민족주의 및 기술권위주의 모델로 비판한다. 미국은 데이터가 가진 공공재의 특성 중 하나인 비경합성을 내세워 데이터 자산의 자유로운 접근을 의미하는 개방성과 민주성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차별화를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한다. 미국이 민주주의 가치동맹을 언급하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경기도 청소년들을 위한 제언

봄이 다가오기 전에 그를 만나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었다. 익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이것만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주한 스위스 대사는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는 자부(自負)가 분명하였다. 스위스가 유럽에서 청년 실업률이 가장 낮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스위스인의 긍지가 배어 있었다. 유럽에서 최저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이다. 한국은 혁신지수가 세계 1위라고 말해 주면서 나름의 자부를 삼았지만, 청년 실업률에 대한 지표는 실로 중요한 것이고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개선이 요원한 이슈다. 4년이나 한국에 근무한 스위스 대사는 한국 사정에도 정통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학입시와 입사시험의 심대한 비효율에 직면하고 있고, 사회적 낭비요인이 크다는 점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스위스인들은 10대 초반에 자신의 인생을 설정한다고 하였다. 바젤 출신의 주한 대사가 강조한 스위스식 도제학교(Apprentice System)가 핵심이었다. 대다수 국민은 10대 후반에 벌써 직업인이 돼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정답은 스스로에게 있었다. 종종 보도되듯이 대학 진학률도 유럽에서 가장 낮았다. 그 대신 가장 빨리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국제경쟁력도 최상인 스위스의 비밀은 10대 청춘들의 실용적인 생각과 인생 초반에 체득하는 인생철학에 있었다. 조기에 독립적인 사고를 하면서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한다. 건실한 시민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 사회적 고민이 가장 적은 나라 스위스를 만들어 왔다. 인생에서 가장 큰 죄는 시간 낭비죄일 것이다. 장 칼뱅의 프로테스탄티즘이 아니더라도, 밀도 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열심히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스위스의 젊은이들은 이 점에서 모범이다. 사회가 그렇게 구조화돼 있고, 개인도 철저히 부응한다. 알프스의 만년설 너머에 자리잡힌 스위스인들의 건실한 자세를 진지하게 실행해 볼 때가 됐다. 그들은 중학교 시기를 중시하고, 이때 인생설계를 마친다. 그래서 길고도 길 수 있는 고민과 방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줄인다. 국가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바라기 전에 우리 자신부터 단호하게 자신을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이 시대 최대의 난제인 청년실업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직업학교를 가건, 정규학교를 가건, 독자적인 길을 가건, 10대 초반에 승부를 걸어야 20대에 직업인으로 걸어갈 수 있다. 매력적인 자신만의 스토리도 만들 수 있다. 주변의 시선과 부모의 기대에만 자신을 맡기면 끌려가는 삶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고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엘리너 루스벨트의 저서명 스스로의 힘으로가 떠오른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최고의 사랑이라고 노래한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도 다가온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노래한 우리나라 어느 여가수의 음성도 들린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아프리카 바이어와 비즈니스 하는 법

아프리카 바이어들은 매사 느긋하다. 속도가 효율인 우리 기업은 답답할 수 있지만, 미리 알고 대응한다면 비즈니스의 반은 성공하는 셈이다. 또한, 남아선호 탓에 사회 각 부문이 남성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서 상대 바이어가 여성인 경우 존중과 배려만으로도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다. 한편 아프리카인은 피부색으로부터 오는 열등감이 있으니 피부색을 부득이 이야기해야 할 때는 Black Skin은 절대 금물이며, Dark Skin이라고 용어를 순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선물도 아프리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한국의 전통적인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토종 민간요법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다. 현지 약초를 달인 증기를 흡입하거나 자연 약재를 섞어 만든 음료를 마시면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아프리카 대통령들도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건강식품을 선물할 경우 차별화된 효과를 설명해 주면 선물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문화가 체화된 한국의 전통공예품도 아프리카인들의 평화로운 정서에 반할 수 있다. 예컨대 기괴하고 무서운 표정이 들어 있는 공예품은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공산품이 부족한 아프리카에는 실용적인 선물이 좋은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한국산 마스크다. 수출 상담 중 무료샘플 요구가 많은데 이는 중국 수출업자들의 영향이다. 샘플이 고가가 아니라면 운송비만이라도 부담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다.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아무리 장점을 설명하고 눈으로 보여주고 만지게 해도 직접 써보지 않으면 구매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신용사회가 형성되지 못한데다 지금까지 속고 산 경험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현지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이런 정서를 이해하고 미리 일정 물량을 가져와 저렴하게 판매해 직접 사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례로 지난해 경기도 생활마스크 1천장을 경기비즈니스센터(GBC 나이로비)를 통해 판매해 본 결과, 고가임에도 사용해 본 사람은 계속 찾아 5만7천장의 추가 오더를 받은 바 있다. 소량의 주문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큰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아직 도내 수출기업들은 이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원거리 탓에 비용 부담과 정보 부족으로 아프리카 시장진출에 소극적이었으나, 화상상담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비즈니스는 서로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진출을 희망하는 수출기업이라면 이들의 문화와 상관습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미중 갈등과 쿼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의 폐해를 강조하고,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후에 타결이 이뤄진 것도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을 중시하는 외교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은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동맹국 중시 외교는 한국 입장에서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향후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관계 개선은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높지만,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불완전한 형태로 관계 개선이 진행되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 중국 견제봉쇄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대 중국 봉쇄망에 대한 참여 요구가 강해질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으로써는 쿼드(Quad)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올해 3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Quad) 정상들이 첫 회담을 개최했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협의체로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쿼드는 외교안보 협의체에서 시작됐지만, 그 협력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쿼드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 백신, 환경, 중국의 해양 진출인권, 사이버 보안 및 5G 통신 규격, 반도체 및 자원의 중국 의존 경감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흔히 일본이 미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미일 간에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정치경제적 봉쇄를 목표로 한다면, 일본은 동 전략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한편, 안보에 관계되지 않는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한국으로서는 한일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한일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대중국 정책에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한국의 공공외교

미얀마의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시위에 미얀마를 도와주세요라는 한글 피켓이 등장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공공외교를 평가할 계기가 됐다. 한글 피켓은 태국의 민주화 운동과 아르메니아 평화운동에도 이미 등장했는데, 한국의 아이돌 팬클럽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른 한편, 우리의 1987년 민주항쟁과 2017년 촛불혁명의 성공을 미얀마 시민들도 스스로 이루고 싶은 간절함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군부독재의 벽은 생각보다 견고하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주의 핵심인 삼권분립 원칙을 무력화시켜 입법행정사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타트마도우(Tatmadaw)라는 미얀마 군부는 국내 133개 이상의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해 국가 경제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60년간 부당한 재산축적으로 권력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민주주의를 견인할 중산층과 시민사회의 성장을 막아 정치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2020년 11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상하 양원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자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군부 집권에 위협으로 판단하고 쿠데타를 통해 선거 결과를 무력화했다. 미얀마의 시민들이 쿠데타에 저항하자 군부는 무고한 시민을 조준사격으로 살해하며 유혈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쿠데타 초기부터 미얀마 군부에 경고와 함께 전면적 제재를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군부와 시위대를 향해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는 미온적인 태도로 미얀마 시민의 반중 정서를 악화시켰지만, 아세안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과 정세 안정에 역할 수행이라는 원칙만 반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처럼 21세기 세계질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기준으로 동맹의 진영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세계질서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자 우리 정부는 우선 최루탄과 같은 군사치안 및 전략 물자 수출 중단, 군과 경찰의 인사교류와 정례협의 중단, 그리고 우정의 다리 건설과 같은 공적개발원조의 재검토를 발표하면서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공공외교의 목표를 주요국에서 모범이 되는 선도국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인도주의 위기에 적절한 대응을 통해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며 관련국의 지지를 얻고 외교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모범적인 대한민국 공공외교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제도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민주주의 공고화는 독재자를 타도의 대상으로 하는 저항 민주주의에서 시민 스스로 행동하는 주체가 되는 실천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것이다. 실천민주주의는 일반시민과 함께 저소득층, 장애인, 북한 이탈주민, 결혼이주민, 이민노동자, 그리고 성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소외계층이 정치적 권리, 시민의 자유, 그리고 경제와 분배의 정의를 동등하게 보장받는 사회를 말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한국의 딜레마, 미국의 딜레마

겨울이 금방 지나가듯 현대 외교사의 한 페이지가 훌쩍 넘겨졌다. 펼쳐지는 외교안보의 낱장들이 말해준다. 언제 순탄하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북방외교의 닻을 올린 지도 30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이룬 적지 않은 성과를 간과할 수 없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맨 먼저 기술된다. 적대적 관계가 다면적 동반자 관계로 변환됐다. 구소련 일부이던 많은 중동구 국가들도 대부분 수교 25주년을 넘기면서 한류를 품고 우리와 우호협력국가가 됐다. 데탕트와 앙탕트, 즉 화해와 협력의 공존외교로 발전돼 오면서 우리의 외교공간도 한참 넓어졌다.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면 그림자도 생기듯이, 북방외교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고민도 잉태하였다. 폴란드부터 카자흐스탄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로 오면 문제가 달라진다. 두 대국은 북한 카드를 넘어 한반도 카드를 쥐고 미국과 게임을 하면서 우리에게 외교안보적 딜레마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 역시 외교군사적 딜레마는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 광범한 영역에서 복잡한 딜레마로 나타나고 있다. 먼로 독트린에서 발원된 고립주의 외교노선은 행정부가 바뀌거나 국제정세의 변환기에 다시 출현한다. 베트남전쟁에서 좌절한 이후, 중동과 아프간에서의 무익한 개입주의로 실망한 이래, 미국은 지역분쟁에 영속적인 안정과 평화 만들기가 지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슈퍼파워의 보안관적 책무보다는 국익이란 외교용어를 선호하게 됐다. 러시아와의 새로운 힘겨루기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전개됐고, 중국과의 전략적 세계경쟁은 남중국해의 항모전단에서부터 중국 기업 텐센트 밀어내기까지 폭넓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벌써 30년 가까이 중국, 러시아와 씨름하고 있다.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란과 북한을 상대로 강경과 유연 사이에서 배회해 왔다. 한반도 문제는 대북 협상론과 강경론 사이에서 전략적 딜레마의 문제로 남아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동 결과에 대한 비판론의 연장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만 높아져 있다. 지난주 미국의 국무, 국방장관이 동시에 방한하여 방위비 분담금 가서명도 하면서 다시 한미공조를 다지는 장면을 비춰준다. 만성화된 비핵화의 난제는 물론 쿼드 플러스,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여 등 현안들이 딜레마로 다가온다. 계절의 봄은 오고 있는데 한반도 외교의 봄이 다시 올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미북 관계정상화를 위요한 제도화된 평화정착만이 외교안보의 딜레마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비대면 시대, 비즈니스 매너

비대면 상담이 대면상담과 다른 것은 2가지다. 제품을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것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 문제다. 전자는 미리 샘플을 보내든가 디지털 홍보자료로 대응할 수 있지만, 신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신뢰감은 상대방의 비즈니스 자세와 매너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1만건이 넘는 화상상담에서 바이어들이 들려준 사례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들이 갖추어야 할 비대면 비즈니스 매너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비대면 상담은 사실과 진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화장품 수출기업들이 여성바이어와 상담할 때 예쁘다, 아름답다라는 외모에 대한 평가라든가 피부에 잘 맞는다 어울린다 와 같이 화상으로만 보고 무리하게 단정 짓는 말들은 오히려 독이 된다. 사실 관계를 화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던지는 진정성 없는 영업멘트는 바이어한테 수출기업의 신뢰만 잃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화상이지만 대면에 준하는 비즈니스 매너가 요구된다. 첫인사부터 전 상담과정에 바이어가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영상으로 교환된 명함을 통해 누가 수출기업이고 누가 통역원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상담 중 통역원을 수출기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또한, 비록 직접 보지 못하지만, 화면 속 바이어와 눈 맞춤을 유지해야 한다. 수출기업이 옆에 있는 통역원만 보고 얘기할 때 바이어는 집중이 떨어질 수 있다. 의상도 비즈니스 정장이 좋고, 상담 장소를 집이 아닌 사무실로 해야 하는 이유는 1시간 남짓 짧은 시간 만나는 바이어에 대한 존중이고 배려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능하면 휴대전화 보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전용장비 이용을 권한다. 조금이라도 더 질 좋은 정보를 바이어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휴대전화는 영상의 크기, 소음, 흔들림 등 불편하기 그지없다. 또한, 대면상담 때는 다소 외국어 실력이 떨어져도 표정과 몸짓으로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지만, 비대면의 경우에는 그럴 수 없다. 외국어가 자신이 없으면 반드시 통역을 쓰는 것이 바이어를 괴롭히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담바이어가 초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친밀하지 않기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바이어의 구매력을 알아보려고 회사규모나 매출액, 종업원 수 같은 것을 묻는 것들이 그것이다. 비록 화상이지만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 참여하는 크고 작은 바이어들로서 이런 질문들을 받게 되면 자신과 회사 수준에 대해 평가받는 것 같아 상담이 잘될 리 없다. 코로나19로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한 비대면 글로벌 무역시대, 비대면 비즈니스 매너를 장착하는 것이 수출기업의 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코로나 위기와 고용난

코로나19 위기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의 고용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 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들을 조사했더니, 코로나 여파로 취업할 곳이 줄었다는 학생이 10명 중 7명이었다. 또한, 대졸 신입사원을 1명이라도 뽑는 기업은 전년보다 20% 감소했고, 또한, 대부분(75%)이 한 자리 수 채용이었다고 한다. 한편, 통계청의 고용동향(2021년 1월)에 의하면, 15~64세 고용률은 64.3%로 전년 동월 대비 2.4% 하락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연령 계층에서 고용률이 하락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코로나 19의 여파가 있는 가운데에도 고용 상황이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총무성 통계국의 노동력 조사(2021년 1월 기준)에 의하면, 15~64세 고용률은 77.3%로,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했다. 15~64세 고용률을 비교하면, 한국(64.3%)보다 일본의 고용률이 10% 이상 높다. 또한, 전년 동월 대비 생산가능인구(15~64세) 고용률의 하락폭을 비교해보면, 일본(-0.2%) 대비, 한국의 하락폭(-2.4%)이 크다. 또한, 올해(2021년) 3월 졸업 예정인 일본 대학생의 취업 내정률(문부과학성 조사)은 82.2%로, 지난해(87.1%) 보다 4.9% 하락했다. 최근에는 고용상황 자체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어 가고 있다. 일본의 취업정보회사 DISCO에 의하면, 내년(2022년 3월 말) 졸업 예정인 대학생의 취업 내정률은 3월 1일 시점에 21.2%로, 오히려 전년 대비 높다. 일본에서는 인재 유치를 위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학 졸업예정자를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관행이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 학급환경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조기 채용을 제한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종래 기업(게단렌: 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대학 간에 체결된 취업 협정을 통해, 회사에 의한 과도한 조기 채용을 제한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정부가 동 사항을 주도하고 있다. 2022년 졸업예정자에 대한 기업에 의한 채용정보제공은 지난 1일부터 해금(금지 조치의 해제)되었고, 면접은 오는 6월부터 해금 된다. 공식적으로 2022년 졸업예정자에 대해서는 2021년 6월부터 면접을 시작할 수 있지만, 2021년 3월1일 시점에 이미 많은 기업이 2022년 졸업예정자에 대해 조기에 취업 내정을 주고 있다. 이는 취업활동 관련 협정을 기업들이 거의 지키지 않고, 경쟁적으로 인재 채용을 서두르는 실태를 보여준다. 일본의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정말로 부러운 일이다. 인건비는 회사 입장에서 억제해야 할 고정비용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한편,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꼭 필요한 투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고용 창출은 회사의 사회적 책임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바이든 국제주의는 한국 외교의 새로운 기회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 설정에서 핵심은 초강대국의 지위를 위해서 군사와 경제의 양면에서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 국력을 투사하는 것이 국익에 긍정적인가 여부를 기준으로 국제주의와 고립주의로 나뉘어 논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 국익은 도덕적 정당성과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두 기준이 적용되었고,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군사적 개입과 경제적 관여를 활용했다. 패권경쟁으로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자 트럼프는 경제적 효율성에 충실했던 만큼 도덕적 정당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고 여론도 이를 지지했다. 세계공동의 위기인 기후변화와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미국은 어떤 비용도 지불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미국은 자국의 농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해 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거래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일방주의와 예외주의에 근거한 잘못된 힘의 투사로 도덕적 존경심과 효율성을 모두 상실했다고 판단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바로잡아 도덕적 정당성을 우선 확보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되찾는 도덕적 국제주의를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부의 오류를 비난하기보다 국제사회의 불만을 확인하고 이를 교훈으로 국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대응 수준을 결정하려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제공했지만 러시아는 미국에 구체적 항의 없이 묵인하는 형식으로 넘어갔다. 이란군 최고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습으로 폭사시켰지만 이란은 별다른 대응조치가 없다. 성주군에 배치한 사드 엑스밴드 레이드가 베이징을 겨냥한다고 주장하던 중국이 미국에 직접 항의는 못하고 한한령을 내려 한국 기업에 화풀이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에 대해서도 미국보다 중국의 피해가 더 큰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경제협력을 완전히 와해시키는 수준의 대결은 피하면서 타협점을 찾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한 시리아 민병대에 대한 공격을 허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군사적 고립주의가 아니라 도덕적 명분을 갖추어 국제질서에 힘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역할과 관여를 통해 국제질서의 평화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려고 한다. 미국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초강대국으로서 도덕적 의무를 수행하여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경제와 무역에 있어서도 지속 가능한 국익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국익의 확보이며 이를 같이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는 D10을 근간으로 군사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체 Quad를 확장하려고 한다. 첨단기술에서 배터리 소재인 희토류와 반도체 완제품을 연계하여 호주, 동남아,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을 연결하는 반중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바이든의 국제주의 외교정책의 모든 기준에 교집합으로 포함되는 핵심 파트너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표현의 미학

조셉 바이든 대통령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넘어진 후에 얼마나 빨리 일어나느냐, 그것이 판단의 준거이다. 강해 보이는 그도 낙담에 빠질 충분한 계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처럼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먼저 떠난 모친의 음성만은 그를 떠난 적이 없다. 자기연민. 그것이 46대 미국 대통령의 적이었던 것이다. 최근 전직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의 어느 방송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하면서 자신이 주재한 나라에 대해 던진 표현이 있다. 한국은 고래 등의 새우가 아닙니다. 한국에 근무하였던 미국 대사의 말이었다.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의 표현이었다. 설령 한반도의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표현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 끝이 없다. 샌드위치 처지에 처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비판적으로 표현할 이유도 없다. 위대함이란 무엇인가. 열세의 전황을 승세로 바꾼 조르쥬 클레망소는 위대함의 한 척도이다. 1차 대전의 그 지루한 참호전도, 유혈 낭자한 백병전도, 프랑스 병사들이 참아내도록 독려했다. 마지막 승리는 끝까지 견뎌낸 프랑스의 것이었고, 패배주의를 집어던진 클레망소 수상 투쟁의 산물이었다. 세계지도에서 변방의 지역에 주목하고 투자하는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은 항시 주목의 대상이었고 미래에도 투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지리학적 요충지이자 지경학의 허브이다. 방치돼도 좋을 시시한 땅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이다. 외교안보적 고민은 수반되겠지만, 주변국으로부터 끊임없이 파트너십을 요청받고 있다. 30여년 전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한국과의 수교에 그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한국의 매력 때문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구 상에서 제일 값어치 있는 땅 위에 있기 때문에 도전요인과 기회의 요인이 공존한다. 대나무가 마디가 많은 것처럼 21세기 한국은 경쟁력의 날이 선 마디가 많아서 도전요인을 극복해낼 지혜와 역량이 강하다. 외교안보적 강풍으로 종종 흔들림은 있을 수 있어도, 유연성과 내성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대나무보다 더 강한 대한민국이다. 경성국력과 함께 연성국력도 키워 왔기 때문에 기회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힐 준비도 돼 있다. 이제 앞으로 10년 안에, 적어도 30년 안에,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낼 한국이다. 표현부터 바꿔 보자. 패배주의 레토릭을 계속 쓰면 부지불식간에 정신성부터 패배자로 전락하고, 진취적 기상으로 전진하면 강인한 승자로 변한다. 자식을 키울 때도, 나라를 떠받칠 때도 피그말리온 효과를 유념하면 좋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해야만 잘 될 가능성이 열린다. 우리는 모두 가슴에 품는 포부의 크기만큼 위대해 질 것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나 미래로, 번영의 나라로, 질주하고 있는 나라다. 새우와 샌드위치라는 단어부터 바꾸어 보자.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국가로.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기회의 땅, 미얀마

미얀마 상황이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다. 54년간의 군부 통치에서 벗어나 민주화의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다시 군부로 회귀한 것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미얀마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달라 국제사회는 아직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문제는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에서 봐야 한다. 중국은 독보적 1위의 미얀마 투자국이자 미얀마 총 교역액의 35%를 차지하는 최대무역국으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다. 또한, 인도차이나반도의 남서해안 2천800를 끼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미얀마는 중국의 입장에서 대서양 진출의 관문으로 중동의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막대한 수출입물량의 물류루트가 될 수 있다. 중국이 그토록 공들이는 해상 일대일로의 완결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에 미국은 미얀마와의 경제교류 규모는 작지만, 정치적으로는 미얀마 민주화의 최대 지원국으로 이번 군부쿠데타로 인해 미얀마가 친중국화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민주화 가치와 더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지키려고 한다. 올해 발효를 앞둔 중국 주도의 메가(mega) FTA인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RCEP)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잠시 내려놓은 다자주의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다시 꺼내어 미국 주도의 판을 짜려는 것도 대응의 일환이다. 한편, 우리 기업의 미얀마 진출은 패권국들이 풀어가는 어려운 방정식과 다르다. 우리는 이미 미얀마가 속해 있는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고 있고, RCEP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TPP에도 적극적으로 가입해 정상적인 기업의 경제활동을 하면 된다. 단기적으로 혼란은 있겠지만, 미얀마의 개방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어떤 정부도 자국 경제성장의 당위성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인력을 쫓아 봉제와 의류를 시작으로 일반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까지 우리 기업의 미얀마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개방 이후 한국 상품과 국가인지도가 전체 1,2위를 다툴 만큼 높아진 한류 프리미엄 덕분에 미얀마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수출기업이 늘고 있다. 필자도 공공부문에서 지원 사업을 만들어 달라는 도내기업의 요청을 받고 있다. 미얀마는 우리 기업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아세안의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다. 그동안 미얀마가 개방과 민주화의 토양에서 힘겹게 성장시켜온 경제 환경과 여건이 군부쿠데타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한국은행 적극적인 국채 매입 필요할까?

최근 정치권정부를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한국은행이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채 인수에 관한 논의는 실질적으로 재정건전성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량의 국채를 발행하고자 할 경우, 국채금리 인상 요인이 되고, 극단적인 경우,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은행은 이전부터 통화정책(물가안정 등)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해왔다.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에 관한 논의는 국채 매입의 규모와 국채 매입의 목적 등이 기존과는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법 75조에서는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 국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 자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일반적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연준)의 총자산(2021년 1월 28일 기준, 총 7.47조 달러)의 약 63.6%는 미국 국채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총자산(2021년 1월30일 기준, 총 709조엔)의 약 75.6%는 일본 국채가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행의 총자산(2019년 12월31일 기준, 총 492조원)에서 한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즉, 일본은행이나 FRB는 대량의 자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차이점은 미국이나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것은 타당한가? 중앙은행의 대량의 국채 인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대외 신인도 저하, 국채금리 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시장에서 정부가 원금상환을 보증하는 국채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의심한다면, 이는 재정파탄과 금융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에 대해서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통화정책상의 중요한 목표인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탈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미 달러나 일본의 엔화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재정 적자를 충당하는 것으로 대외적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새우와 돌고래 논쟁은 그만

바이든 당선 축하전화 순서로 소란이 있더니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고 신년 정상통화 순서가 다시 논란이다. 한중정상 통화 다음 날 미일정상의 전화외교 순서를 두고 우리 내부에서 한국외교를 친중 반미의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설령 미국이 의심해도 우리는 통화순서와 외교적 중요도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 한국외교를 친미반중 아니면 반중친미로 규정하고 미중 양자택일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우리의 국가 위상에 맞지 않는 단편적 도식화다. 국력을 가늠하는 지표의 하나인 GDP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980년 세계 28위(650억달러)에서 2005년 10위(8천980억달러)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 이후로 세계경제지형의 변화에 따라 10등 언저리에 머물러 있지만 2020년 GDP총액 기준으로 10위(1조5천867억달러)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겸손하게 고래 사이에 낀 새우를 자처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우리 외교정책의 현자들은 한국의 산업경쟁력은 국제분업체계에서 일본의 하청업체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지혜를 뽐냈다. 2020년대에는 우리의 국력에 부합하는 위상과 역할을 획득하고자 대외정책의 방향을 수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정치는 스스로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무정부상태라는 점에서 흔히 무법천지인 폭력배들의 뒷골목에 비유한다. 현재 대한민국 외교정책의 핵심은 새우와 돌고래 사이에서 정체성 논란이 아니라, 고래가 될 것인가?라는 의지와 결단의 문제다. 그리고 고래가 되려면 어떻게, 언제까지 우리 앞의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를 넘어 영국까지 추월할 것인지 방책을 세워야 한다. 외교란 원래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면 접촉은 다면화되고 의제도 다양화되면서 국익을 위하는 기준 이외에는 일관성없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신임 블링컨 국무장관은 취임 첫 브리핑을 통해 미중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신장지역에서 위구르족 집단학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책임 문제도 언급했다. 한국 외교도 다변화다양화 속에서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의 사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축하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이다.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오기(America is back) 위해서는 동아시아전략은 물론 세계전략 차원에서도 정상의 통화순서를 이유로 한국을 외면할 수 없다. 중국도 미국의 반중연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중국 편에 끌어들이지는 못해도 미국을 적극 지원하지 않도록 해야 할 만큼 한국은 중량감 있는 국가다. 바이든의 미국은 우리 외교에 기회다. 지금은 막연한 비관론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과 해줄 수 있는 것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더 생산적인 논쟁이 될 것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새 닻을 올린 아메리카號

워싱턴의 하루는 분주하다. 취임 첫날은 대통령에게 가장 일정이 많은 날이며 가장 긴장되는 하루이다. 최연소 상원의원이자 최고령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서 굵은 획을 긋고 있었다. 퇴임하는 대통령은 결국 취임식장에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축복을 받으며 떠나지 못하고, 취임하는 지도자에게 무거운 짐을 던지며 홀홀히 남쪽 플로리다로 날아갔다. 역대 미국의 대통령들이 세운 고매한 전통의 성벽에 선명한 균열이 생겨나고 제46대 대통령은 심각한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짧지 않은 분량의 취임사 대부분은 국내정치적 통합에 할애됐다. 미국 국민의 단합을 위해 영혼을 불어 넣겠다는 강렬한 레토릭까지 나왔다. 이미 깊어진 팬데믹의 상흔도 치유해야 하고, 가볍지 않은 경제적 여파도 헤쳐나가야 하지만 무엇보다 갈라진 이음새를 붙여야 하는 정치력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첫날 저녁 바이든 대통령은 링컨 기념관으로 향했다. 16대 대통령이 남북전쟁으로 갈라진 미국을 하나로 만들었듯이, 46대 대통령은 지금 준 내전으로 비치는 분열된 미국을 단합된 나라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거대한 조각상으로 앉아 있는 에이브러험 링컨 옆에 선 조셉 바이든은 연로해 보이지도 작아 보이지도 않았다. 완연한 은발(銀髮)의 새 지도자는 자신의 역사적 책무를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날 오후 카메라 앞에 선 전직 대통령들은 신임 대통령이 키를 잡은 아메리카호(號)가 순항하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는 2009년 1월 취임 당일 전임자였던 조지 W. 부시가 덕담해 줬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국가 지도자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감(私感)을 떨치고 미국을 위한 대의에 동참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내려간 직전 대통령은 위대한 패배라는 말을 잊은 듯이 보였다. 심각한 코로나19 상황과 97세의 고령으로 이날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고향 조지아의 플레인스에서 독서하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역사책 속에는 새겨야 할 지혜가 많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정치 지도자는 동시대인들에게 비칠 이미지도 중요하고, 역사에 새겨질 한 줄은 더욱 중요하다. 팔순이 다 된 백인 대통령 조셉 바이든이 취임하던 지난 20일의 피날레는 젊은 흑인 여성 아만다 고어먼이었다. 그녀가 읊은 자작시의 구절구절을 들으며 신임 대통령은 미국민들이 오르는 언덕을 함께 힘차게 걸어갈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단일대오(單一隊伍)의 힘만큼 미합중국은 위대해질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19세기 지도자 링컨이 21세기 지도자 바이든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신임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영세기업 수출 회복의 길

우리나라의 수출기업은 9만7천418개(관세청, 2019년 기준)이다. 중소기업이 9만4천529개(97%), 중견기업이 2천32개(2.1%), 대기업이 857개(0.9%)로 중소기업의 비율이 월등하다. 반면, 기업당 평균 수출액은 대기업이 4억불로 100만불인 중소기업에 비해 400배나 많다. 더욱이 연간 10만불도 수출을 못 하는 기업이 전체 절반을 넘어설 만큼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통상지원 사업에 참여한 도내수출기업 90%의 평균 근로자 수는 21명의 소규모 기업이다. 이 중 상당수는 고정 수출물량이 없어 매년 신규 해외바이어를 찾아야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영세 수출기업이다. 2021년에 들어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국가 간 인적 물적 교류가 여전히 차단되고 있기에 수출기업들이 상황 타개를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희망적인 것은 나라마다 경제방역에 대한 의지가 강해 어떻게든 기업의 경제활동을 독려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백신 접종이 이미 시작되었고 치료제도 속속 나오고 있기에 다가올 시장의 활력을 기대하며 수출기업과 공공부문이 함께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은 공략할 시장의 선별이다. 주목할 지역은 미중 갈등으로 신규 수요처로 떠오르는 인도 및 동남아,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미-일 등 선진국,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인상으로 구매력이 향상될 러시아와 중동 등 자원 부국이다. 이 지역을 위주로 공공부문이 미리 지원 사업을 만들고 수출기업은 시장조사와 진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공략 시기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 상반기는 화상상담과 온라인전시회 같은 비대면 방식을 추진하고, 하반기는 대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프라인 전시회 및 통상촉진단의 파견을 검토해볼 만하다. 한편, 판매방식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전통적인 방식과 더불어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시도다. 코로나19의 상황에도 전화위복이 되어 많은 수출기업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온라인 장터에 입점하거나 소셜네트워크기반(SNS)의 플랫폼과 뉴미디어를 활용해 오프라인 거래보다 높은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전문 인력이 없어도 할 수 있다. 경기도와 유관기관의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수출시장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경계가 없다. 내 상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곳이 시장이고 사주는 사람이 바이어다. 디지털 시대가 길을 보여 주고 있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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