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스트롱맨 외교서 민주주의 가치외교로

이코노미스트지는 선거과정의 다원주의, 정부의 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시민의 자유의 5가지 기준으로 각국 민주주의를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제한적 민주주의, 혼합정부, 그리고 권위주의로 평가한다. 미국은 민주주의 정부이지만 2016년 8.05(20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7.98 그리고 2019년에는 7.96으로 퇴보했는데 일방주의에 따른 정부의 신뢰 하락이 원인이다. 중국은 같은 시기 2016년 3.14에서 2018년 3.32로 개선되다가 2019년에는 2.26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중국은 민주화 요구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을 감시통제하는 권위주의 정부이다. 러시아는 2006년 제한적 민주주의 정부인 5.02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에는 2.94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2019년에는 3.11로 개선되었지만, 푸틴은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공포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국내정치는 물론 외교정책에서 민주주의 후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국제질서에 중요한 전환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홍콩, 티베트, 타이완 그리고 신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을 지적했지만, 정작 미국은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초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담의 개최를 발표했다. 미국이 다시 세계를 이끌어갈 리더십의 발휘를 위해서 도덕적 가치의 추구와 동맹국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분쟁으로부터 민주적 국제질서를 보편화하겠다는 것이다. 미중의 대결구도는 첨단기술, 군사, 무역, 재정으로 확대되면서 세력교체기에 패권국의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을 의미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대해 우려가 있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에 앞서 미중 경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세계질서의 불안 요인의 증가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세력대결의 위기가 장기화하기 보다는 수년 내로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외교는 표면적으로는 대외정책에서 민주주의의 회복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미중의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목표로 한다. 바이든의 참모들은 사실은 중국이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 판단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시진핑도 이런 위험을 직감하고 소련식 붕괴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은 2000년대 초와 비교해 경제 성장률이 절반 이하로 축소되고 생산성도 10% 정도 감소했다. 중국의 국가부채는 최근 10년간 8배의 증가세를 보이며 GDP 총액의 335%에 도달했다. 향후 30년 내로 중국의 생산인구는 2억이 감소하고 노령인구는 3억이 증가한다. 중국의 엘리트는 자신의 돈과 자녀를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발틱해에서 지다

한겨울의 바다는 더없이 을씨년스럽다. 발틱해의 한가운데 라트비아란 나라가 있고, 검푸른 바다를 낀 길고 긴 해변 중간에 유르말라란 휴양도시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의 불청객이 우리 모두에게 우울과 좌절을 안겨주는 이 시기에 한국인 영화감독이 유르말라에서 갑자기 생을 마감했다. 살아서 명암이 뚜렷하였던 그는 이제 밤하늘의 별빛으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반짝거릴 수 있을까. 자신의 이름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그 감독은 새로운 빛을 찾기 위해 그곳에 갔을까.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창의성이 돋보였던 영화감독이건만 예견치 못한 시나리오에 좌절하였을 것이다. 복선과 반전의 묘미를 터득하였던 감독에게 낯선 땅에서의 허무한 죽음은 각본의 일부가 아니었을 것이다. 팬데믹과 함께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나리오를 미리 읽었을 리가 없다. 중년의 인생 후반부에서 재도전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발틱해 인근에서 새로운 빛을 찾았던 한 남자가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세계 영화계에서 이룬 성취를 이어가기 위해 주야로 고심하던 한 영화인은 교훈 하나를 분명하게 던지며 유성처럼 사라지고 있다. 공명심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누구나 전등의 불빛처럼 밝은 빛으로 남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빛은 고매한 인격의 힘이 갓으로 씌워질 때 더욱 환하게 발산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개인적 능력의 가치를 영속시켜 준다. 명예, 영광, 성취에서 발아하는 화려한 빛 이전에 주변의 사람들을 따스하게 비추는 소박한 빛이 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언제 어디서 인생이 끝날지 모른다. 코로나가 만연하는 이 시대는 누구의 삶도 확실히 보장하지 않는다.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괜찮은 인격체로 다가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평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품성이 아로새겨진 인간관계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주변을 은은하게 비추는 낮은 조도의 가녀린 빛이 더 절실한 때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러시아 시장, 유가와 루블화에 관심 가져야

미국 바이든 시대에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달러화는 약세가 될 것이라는 것이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분석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코로나19로 무너진 미국경기부양에 돌입하면 원자재인 석유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더해져 달러화는 약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미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달러화의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화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의 달러대비 자국 통화가치가 올랐다.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때 달러당 80.55루블까지 떨어졌던 루블화가 지금은 73루블로 상승했는데, 아직도 연초 61루블과 대비해 볼 때 20%가 낮아 향후 얼마만큼의 루블화 절상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러시아 경제흐름의 동맥인 석유가격도 배럴당 50불에 육박하고 있다. 석유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재개해 타협하게 된다면 다시 공급과잉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루블화 변동에 70~80% 영향을 주는 석유가격을 러시아 정부로써도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최근 러시아는 코로나 백신 개발로 경제 활성화의 기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루블화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에 수출을 고려하는 우리기업들은 유가와 루블화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출금액이 클 경우 루블화 변동성의 대비하여 계약조건 및 가격정책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보험 등 회피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 소규모 중소수출기업들은 이러한 대응력을 갖기가 쉽지 않기에 루블화의 가치가 상승하여 바이어들의 구매력이 좋아지는 시기를 선별, 제품 판매나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납기를 최대한 단축시켜 환리스크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러시아연방(CIS) 수출이 77.7억불로 이중 30.4%인 23.6억불이 중소기업수출이다. 국가별 중소기업 수출비율이 평균 18.6%인 것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월등히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내내 러시아 수출이 어려웠지만 루블화 가치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향후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지금이야말로 러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을 때다. 현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장기간의 마케팅이 필요한 시장특성을 고려하여 우리기업이 경쟁력 있는 건강제품. 화장품. 생활용품 및 식품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러시아 시장 진출의 문을 두드려 볼 타이밍이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과 고용불안

최근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는 AI(인공지능), 디지털 경제,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3D 프린터, 블록체인 등에 관한 신기술의 도입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생산성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한편, AI, 로봇 등 신 기술이 고용을 대체하는 등 사회불안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고용불안의 확대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AI 등 신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2016년 일본 총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은 미국인에 비해서 AI 도입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인의 66%가 AI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인들은 AI 도입에 따른 고용불안 등의 부작용보다 순기능을 크게 보는 것일까.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인구 구조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일자리 부족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1일 기준의 취업내정률은 70.8%이다. 코로나19 국면 하에서도 고용위기의 정도가 양호하다. 일본의 고령화율(2020년 기준)과 출산율(2019년 기준)은 각각 28.4%와 1.36%이다. 한편, 한국은 고령화율과 출산율(2019년 기준)은 14.9%와 0.91%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1995년경부터, 한국은 2015년경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즉, 한일은 공통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수준은 양호하지만, 출산율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고려하면 AI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효과는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부족 문제 해소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본보다 고용불안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진전에 필요한 기술혁신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기술에 의한 노동의 대체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은 경제발전에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신기술 도입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기술개발과 함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미국의 리더십 회복과 대북정책 전망

코로나19로 유례없이 증가한 우편투표로 2020 미국 대통령 선거는 소송전으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정권인수 절차는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내각과 백악관 참모 인선이 발표되는 가운데 여성과 이민자 출신 등 소수파의 약진이 부각되는 가운데, 우리입장에서는 미국의 외교정책 특히 한반도 정책의 향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앤서니 블링큰 국무장관 지명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 국장 지명자, 중앙정보국 지나 헤스펠드 중앙정보국장 지명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를 보면 바이든의 공언대로 여성, 흑인, 이민자 출신이 어우러진 미국 다운 행정부라는 특징과 함께 외교정책 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주요 인사의 복귀가 두드러진다. 외교정책에서 주목할 인물은 사실 당선인 자신이다. 조지 H. 부시 이래 외교정책에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진 대통령은 20년 만에 처음이라는 설명처럼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초당적으로 구성된 집필진을 통해 아미티지 보고서로 알려진 2007년의 미일 동맹보고서를 추진했다.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미일동맹을 축으로 아시아에서 역할 확대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 수준으로 미일동맹의 강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변화가 아니라 회복이라고 공언했다는 것은 세력구도의 변화와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도덕적, 경제적, 그리고 외교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미국의 예외주의를 긍정적 차원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외교정책의 목표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지만, 이들 목표를 추진하는 방법에 있어서 미국외교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아시아와 관련해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오바마 정부로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트럼프의 개인적 변덕으로 실추된 미국의 국격과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외교실책에는 시리아 철군, 쿠르드 족과 동맹의 파기, 터키의 에르도안간 대통령과 친교, 그리고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추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외교를 담당할 블링컨 지명자는 2009년부터 18년간 바이든과 정책행보를 같이하는 과정에 대통령과 생각이 같아진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프랑스어에 능통한 외교관으로서 신중하고 우아한 언행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과도한 낙관주의와 불필요한 강경론이 아닌 엄격한 현실주의에 기초해 추진할 것이라는 평이다. 이를 종합할 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북한 비핵화는 차순위 문제이며 원칙의 준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불필요한 도발을 억제하고, 실무급 협상을 통한 미국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단계적 비핵화 과정의 가능한 통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약속의 땅

A Promised Land. 밀리언셀러를 예고하는 전직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 제목 약속의 땅이다. 하와이 바닷바람의 그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가 태평양 가운데 섬을 떠나 미국 본토에 발을 디뎠을 때 그곳은 약속의 대지였다. 앵글로 색슨의 프로테스탄트가 주류인 세상에서 약속을 품은 유색인종 청년은 뉴욕에서도, 시카고에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고 44대 대통령직은 보상이었다. 유년시절 펜실베니아에서 델라웨어로 이주한 조셉 바이든에게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이란 도시는 약속의 땅 이상이었다. 정치여정 기간 내내 굳게 지킨 지역구였다. 승리할 때도 윌밍턴에 있었고 운명에 저항할 때도 그곳에 있었다. 그가 품었던 포부대로 이제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일할 고귀한 약속을 받았다. 11월 초순 대선 승리연설을 한 곳도, 11월 하순 직접 인선한 외교안보팀을 소개한 장소도 약속의 땅 윌밍턴이었다. 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대통령 오바마와 더할 수 없는 개인적 유대까지 자랑하였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다음을 약속받지 못했다. 2016년의 좌절이후 4년을 견디어 온 바이든이다. 민주당내 경선이 더 큰 고비였다. 민주당원들은 신선한 인물에 대한 선호도가 공화당에 비해 높은 편이다. 70대 후반의 나이에, 동료들이 요트와 산장에서 인생의 황혼을 관조하는 시기에, 격전지에 나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쟁취한 것은 당연이 아니라 극적인 일이었다. 치열했던 당내 경선에서 살아 남았고, 급기야 45대 현직 대통령에게 패배를 안겨 주었다. 조셉 바이든은 그가 품었던 집념의 크기만큼 위대해진 것이다. 내년 1월 20일 제46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바이든은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최고령이다. 부통령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대통령직을 맡게 되면 가끔씩 연설 말미에 아일랜드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읊을 노(老)대통령의 지적인 모습을 보게 될 듯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래 전부터 백발이지만 유머감각은 여전히 퇴색되지 않았다. 19세기의 위대한 미국인 마크 트웨인이 조언한대로 유쾌한 인생을 살려는 몸부림이 있다. 그에게도 검은색의 인간적인 상처들이 온 몸을 감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낙관주의의 가치를 잊은 적이 없다. 오늘도 변함없이 핑크빛 미소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의 에너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국제통상환경의 다자주의 대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달 15일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15개국이 서명함으로써 국제통상 분야에 다자간 FTA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RCEP가 이전 FTA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두 나라 간의 FTA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함께 체결하는 FTA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참여국가수와 경제규모가 양자 FTA에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의미에서 메가(mega) FTA라 불린다. 둘째는 메가 FTA는 글로벌공급망 구축과 연관되어 있다. 글로벌 체인에 속해 있는 국가들이 그동안 양자 간 FTA 적용을 받아온 엄격한 원산지규정을 완화시켜 중간재 도입을 쉽게 하고 공정과정에서도 관세인하 혜택을 보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금번 체결된 RCEP는 GDP규모면에서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는 지구상 최대 경제블록이다.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9.6%(2천890억 달러)가 이 14개 회원국에 집중될 만큼 중요한 지역이다. 정식 발효는 국가별 비준을 거쳐 내년 중반쯤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이용할 수출중소기업들이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금년 초 중소 제조 기업이 밀집해 있는 경기, 부산경남, 강원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인들 90%가 메가 FTA로써의 RCEP를 모르고 있고, 심지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의 FTA 활용이 낮은 것은 기존의 양자 FTA에서 나라마다 다른 복잡한 원산지규정 적용과 사후검증의 어려움 때문이었고, 일부 기업은 수출액이 작아 활용하더라도 관세인하 효과에 비해 투입되는 행정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RCEP라는 게임체인저의 등장에 따라 이런 상황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역내 표준원산지가 적용되어 활용이 쉬워지고,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서비스산업 개방으로 해당 분야 수출이 늘고, 역내 수출거점 확보가 쉬워져 생산, 가격, 납기에서 수출경쟁력이 크게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보호주의와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약화되었던 자유무역 국제통상질서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중소수출기업으로써는 반가운 일이다. 다자주의에 대한 수출기업의 관심이 수출을 늘리는 길이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 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소프트뱅크그룹의 도전

최근 일본의 주요기업들이 2020년 7월~9월기 결산을 발표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 중에 하나가 소프트뱅크그룹(SBG)이다. SBG은 올해 1~3월기 결산에서 과거 최대 적자규모의 적자(1조4천381억엔)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여 변동한다. 올해 3월18일 SBG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3천222엔까지 하락하여, 시가총액은 7조엔 이하가 되었다. 이는 당시 SBG의 통신 자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약 6.9조엔)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SBG의 실적은 4~6월기 결산부터는 흑자전환되었다. 올해 11월 13일 SBG의 주가는 6천667엔을 기록해 시가총액 기준 14조엔(약 147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SBG의 시가총액은 일본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SBG의 주가 및 시가총액이 급변한 이유는 무엇인가. SBG의 도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우선 SBG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SBG을 일본의 이동통신 회사의 하나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SBG은 단순한 통신회사가 아니다. SBG은 통신사업과 투자사업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등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본래 SBG은 이동전화 통신사업을 수행하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9월 ARM의 지분을 미 엔비디아에 매각했다. 한편, SBG은 세계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인 SVF(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을 운용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의 지분을 25% 정도 소유하고 있다. 올해 1~3월기에 SBG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올해 1~3월기 SVF의 실적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SBG은 점차 투자회사로서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SBG이 운용하는 SVF의 규모는 약 10조엔(986억 달러)에 달하며, 투자자금 대부분을 외부(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등 오일 머니)에서 조달하고 있다. SVF는 세계 최대규모의 벤처캐피털로서 향후 20조엔 규모로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SVF는 본래 미국, 영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AI(인공지능) 관련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국 IT 관련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IT 관련 기업의 주가에 대한 SVF의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 투자회사로 진화하는 SBG의 행보에 따라, 전 세계의 AI, IT 관련 산업의 미래나 미국의 IT 기업의 주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향후 SBG이 코로나19 위기를 넘어서 AI,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선도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손정의 회장의 도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美 외교 독트린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1700년대 후반 미국의 건국 초기부터 외교정책을 축약적으로 표명하는 다양한 독트린은 국내외적으로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모순되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맥락의 전개가 핵심이다. 46대 미국 대선이 끝나고 혼돈과 기대 속에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건국 초기 취약한 국력을 극복하고 국가의 존립을 확보하기 위해 고립주의를 주장했던 먼로 독트린에서 1차대전 이후 성장한 국가 위상을 바탕으로 국제적 역할을 강조한 윌슨 독트린으로 변화는 미국 외교정책에 가장 극적인 전환이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세계질서 아래 공산주의의 확산을 봉쇄하기 위한 트루먼 독트린, 그리고 미소 냉전의 양극체제 아래에서 중국과 데탕트를 주도한 닉슨 독트린은 미국 외교정책에서 거대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레이건 독트린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적 호황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의 힘으로 소련을 압박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고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탈냉전 이후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테러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다. 자유무역을 위한 경제적 국제주의와 달리 군사개입 전에 출구부터 확보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정리되는 클린턴 독트린은 분쟁의 위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느라 위협을 방치했다. 911 이후 테러와 전쟁을 주도한 부시 독트린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테러 지원세력을 제거하는 명분으로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군사주의와 일방주의의 결합으로 나타났다. 동맹국의 참전을 강요하던 전임자의 딜레마를 우려한 오바마 독트린은 개입은 하되 미국의 모든 역량은 온전히 보존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제한적 군사개입과 다자주의를 통해 정치적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신중론으로 전환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다자주의, 피봇투 아시아, 그리고 전략적 인내는 중국이 G2로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고 북한의 핵 위협을 방치하는 정책실패로 규정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독트린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동맹국과 충돌도 불사하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다자주의 규범도 무시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예외주의를 넘어 일방주의를 정당화했다. 미국의 외교 독트린을 정리하면 탈냉전시기까지는 상황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갔던 과정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 다음, 테러와의 전쟁에서 출구전략까지는 군사력에 의지했지만, 점진적으로 국력이 쇠퇴하는 과정이다. 트럼프 독트린은 미국의 재기를 위한 새로운 접근으로 중국에 문제제기는 했지만 동맹의 신뢰는 잃었다는 점에서 성공보다는 좌충우돌에 가깝다. 바이든 행정부는 근시안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버리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범을 지키고 동맹을 존중하는 자세로 세계를 다시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미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제질서라는 공공재를 동맹국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환호와 실망의 갈림길

결과 예측이 쉽지 않았던 이번 미 대선이 미국에서는 오늘 진행된다. 대선 후보의 관점에서는 당내 경선까지 감안하면 1년이 넘는 시간을 전력투구한 것이다. 민주 사회에서 행해지는 가장 신랄하면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일이 국가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아닌가. 민주주의가 낳은 특권이자 소란이며, 축제이자 내전이다. 트럼프는 재선이 되어도 그대로 45대 대통령이다. 부친이 단임 대통령(One-termer) 그룹에 들어가지 않도록 영애인 이방카는 별도 유세까지 다니며 열심히 선거캠페인을 누볐다. 만약 11월3일의 선거에서 패배하여 아버지가 백악관을 떠나더라도 언젠가 최초의 부녀 대통령의 기록에 도전할 의욕을 암시하고 있다. 세속적 영역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모든 것을 이룬 트럼프에게 마지막 남은 기대일 것이다. 질(Jill) 바이든은 남편이 제46대 미합중국 대통령직에 도전하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등을 밀고, 조언하고, 함께 싸워온 여성이다. 워싱턴의 노회한 정치인인 배우자가 가슴 속에 새겨진 젊은 정열이 시들지 않도록 독려하면서 마라톤의 마지막 지점까지 완주케 했다. 교육학에 애정과 조예가 깊은 질 바이든이 차기 백악관 안주인이 될지는 투표에 관한 잡음이 없으면 바로 결정된다. 조셉 바이든은 19년이나 젊은 연배의 대통령 오바마 곁에서 8년이나 부통령의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희망을 저버릴 수 없어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 온 윌밍턴의 사나이다. 지금도 그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에는 연방의회 소재지인 워싱턴DC로 가는 기차 암트랙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상원에서 보낸 36년의 기나긴 세월동안 통근기차 한 켠에서, 자동차 사고로 먼저 떠난 어린 딸과 첫 배우자를 떠올리며,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지우고 써야 할 새 일기를 쓰면서 집념의 길을 걸어온 바이든이다. 월터 먼데일과 함께 역대 최고의 부통령으로 평가받아온 바이든이 필생의 염원이던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유권자들의 결정은 끝이 났고 이제 개표만 남아 있다. 이번에 승리하면 그는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으로서 내년 1월 취임하게 된다. 패배해도 바이든은 승자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인생의 승리자이다. 안일한 생각을 떨치고 가슴 뛰는 일에 매진하는 한 사무엘 울만의 표현대로 여든이 다 되어도 푸른 청춘이다.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온 윌밍턴 시민들도 영원한 승자로 바이든을 기억할 것이다. 격전을 지켜본 미국인들은 환호와 실망의 교차로에 선 대선 무대 위의 두 후보를 바라보면서,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쌓여 온 격한 감정을 걷어내고 결과에 승복하면서 다시 전진하는 미국을 희구할 것이다. 초유의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 회복, 인종 갈등 치유, 중국과의 새로운 협력관계 설정과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 등 산적한 국내외 난제들이 대선 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환호와 실망의 갈림길

태평양을 가로질러 시차가 있으므로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한국보다 하루 늦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 예측이 쉽지 않았던 이번 미 대선이 미국에서는 오늘 진행된다. 대선 후보의 관점에서는 당내 경선까지 감안하면 1년이 넘는 시간을 전력투구한 것이다. 민주 사회에서 행해지는 가장 신랄하면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일이 국가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아닌가. 민주주의가 낳은 특권이자 소란이며, 축제이자 내전이다. 트럼프는 재선이 되어도 그대로 45대 대통령이다. 부친이 단임 대통령(One-termer) 그룹에 들어가지 않도록 영애인 이방카는 별도 유세까지 다니며 열심히 선거캠페인을 누볐다. 만약 11월 3일의 선거에서 패배하여 아버지가 백악관을 떠나더라도 언젠가 최초의 부녀 대통령의 기록에 도전할 의욕을 암시하고 있다. 세속적 영역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모든 것을 이룬 트럼프에게 마지막 남은 기대일 것이다. 질(Jill) 바이든은 남편이 제46대 미합중국 대통령직에 도전하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등을 밀고, 조언하고, 함께 싸워온 여성이다. 워싱턴의 노회한 정치인인 배우자가 가슴 속에 새겨진 젊은 정열이 시들지 않도록 독려하면서 마라톤의 마지막 지점까지 완주케 했다. 교육학에 애정과 조예가 깊은 질 바이든이 차기 백악관 안주인이 될지는 투표에 관한 잡음이 없으면 바로 결정된다. 조셉 바이든은 19년이나 젊은 연배의 대통령 오바마 곁에서 8년이나 부통령의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희망을 저버릴 수 없어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 온 윌밍턴의 사나이다. 지금도 그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에는 연방의회 소재지인 워싱턴DC로 가는 기차 암트랙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상원에서 보낸 36년의 기나긴 세월동안 통근기차 한 켠에서, 자동차 사고로 먼저 떠난 어린 딸과 첫 배우자를 떠올리며,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지우고 써야 할 새 일기를 쓰면서 집념의 길을 걸어온 바이든이다. 월터 먼데일과 함께 역대 최고의 부통령으로 평가받아온 바이든이 필생의 염원이던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유권자들의 결정은 끝이 났고 이제 개표만 남아 있다. 이번에 승리하면 그는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으로서 내년 1월 취임하게 된다. 패배해도 바이든은 승자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인생의 승리자이다. 안일한 생각을 떨치고 가슴 뛰는 일에 매진하는 한 사무엘 울만의 표현대로 여든이 다 되어도 푸른 청춘이다. 바이든 후보의 배우자가 그렇게 느끼고, 조(Joe) 할아버지로 부르는 손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온 윌밍턴 시민들도 영원한 승자로 바이든을 기억할 것이다. 격전을 지켜본 미국인들은 환호와 실망의 교차로에 선 대선 무대 위의 두 후보를 바라보면서,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쌓여 온 격한 감정을 걷어내고 결과에 승복하면서 다시 전진하는 미국을 희구할 것이다. 개표 시비로 얼룩졌던 2000년 대선의 반복을 유권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할 리는 없다. 초유의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 회복, 인종 갈등 치유, 중국과의 새로운 협력관계 설정과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 등 산적한 국내외 난제들이 대선 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화상상담 시대, 수출기업의 경쟁력

코로나19로 바이어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신규거래처에 의존하는 기업들과 기존거래처의 물량이 줄어들어 위기를 느끼는 수출기업들이 화상으로라도 바이어를 만나려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신규예산을 투입하거나 기존 사업을 변경해 화상상담으로 기업의 수출애로를 덜어주려고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여 연결해주는 전문기관에 사업대행을 의뢰하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화상상담 도입 초기에 기업들은 화상상담 경험이 없어 장비와 지원인력이 갖추어진 전용상담장을 이용했지만, 최근엔 화상미팅의 70%가 회사사무실, 자택, 심지어 카페 등 편리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주 킨텍스에서 개최된 지페어코리아 화상상담회에 러시아 바이어가 운전하면서 참여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았는데 향후 화상상담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장점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상 비즈니스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1대 1 메칭 상담 위주에서 온라인전시회와 결합해 기업홍보와 상담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상전시회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가 시범적으로 11월초 해외 경기우수상품전인 G-FAIR 뭄바이를 인도 최대 B2B마케팅 플랫폼사인 트레이드인디아(tradeindia)의 가상전시장을 빌려 트레이드 쇼를 펼친다. 가상부스를 방문하는 많은 바이어들과 상담을 할 수 있고 이들의 정보가 데이터로 쌓이도록 설계되어 있어 기대를 모은다. 한편 화상상담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기업들도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디지털 홍보 컨텐츠로 제품을 직접 보거나 만지지 못하기에 바이어가 필요로 하는 정보 중심의 영상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는 제품에 따라 상담내용을 달리 준비해야 한다. 원자재와 부품류는 품질과 기술 자료에, 소비재는 회사의 판매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소비재의 경우 상품만 찾는다면 바이어는 수백 수천가지 경쟁 상품이 올라와 있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온라인플랫폼을 검색할 것이다. 마지막으론 소통역량이다. 기업들은 화상으로 처음 대하는 바이어의 표정과 반응을 읽을 수 없어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할지 몰라 한다. 디지털시대 소통기술도 미리 익혀야 한다. 코로나19로 새 질서가 되어버린 비대면 시대, 수출마케팅에도 디지털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앞서가는 것이 제품의 품질 못지않게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日 스가의 내각 선언, 성공할까?

9월16일 스가(菅) 내각이 출범했다. 헌장사상 최장기 수상인 아베 수상에 이어 일본 정부를 이끌 간판이 8년 만에 바뀐 것이다. 일본에서 세습 정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스가 수상은 오랜만에 세습 출신이 아닌 자민당 총재이자 수상이 된 것이다. 스가 수상은 구체적인 정책현안에 강하고, 관료 장악력이 뛰어난 정치가이다. 다만, 외교에 대해서는 경험이 부족해 당장은 외교정책 면에서 본인의 색깔을 내기는 쉽지 않다. 스가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내년 9월 말까지이므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9월16일 밤 내각 발족 직후 개최된 첫 각의(한국의 국무회의에 해당)에서 코로나 19, 인구감소, 저출산고령화 등의 과제를 극복하고 일본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 행정의 전례주의와 부처 간 칸막이를 타파하고, 규제개혁을 전력으로 추진하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 것을 스가 내각의 기본방침으로 각의결정(국무회의 의결)하였다. 일본의 휴대폰 요금은 국제적으로 비교해서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가 수상은 취임 직후부터 휴대폰 요금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결국 일본의 통신회사도 이러한 요청을 수용하고 있다. 또한, 스가 수상은 디지털화의 지연이 코로나 19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했다. 스가 수상은 각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별로 별도로 운용되는 운전면허의 IT시스템을 통일하고, 향후 운전면허증과 마이넘버카드의 통합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불과 20%에 불과한 마이넘버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 발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가 수상은 마이넘버의 활용도를 사회보장, 납세, 예금 등에도 확대를 추진할 생각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강했던 일본이 점차 행정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가의 리더십이 필수적이지만, 정치가는 종종 실질적인 문제해결보다는 문제해결을 추진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는 것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스가 수상의 주장이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치적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끝날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남기고 이와 동시에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여, 자민당 총재 재임에 성공하여, 내년에도 스가 내각이 유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민주주의 퇴보와 국제정치

민주주의 평화이론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 전쟁하지 않는다라는 일반법칙을 찾아내고 세계평화를 위한 대안으로 민주주의의 확산을 제시했다. 민주화를 분석한 「제3의 물결」에 따르면 20세기 중반 남유럽을 시작으로 남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그리고 벨벳혁명으로 불린 동유럽으로 이어진 민주화를 제3의 물결로 규정하고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21세기에 시작된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의 재스민 혁명은 제4의 물결로 확대되지 못하고 내전으로 좌절되었다. 지난 반세기에 걸친 민주화의 확산에 따라 세계적으로 군사적 충돌이 감소하는 가운데 중동만 여전히 분쟁의 화약고로 남아있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민주화의 완성은 권위주의를 끝내는 정권교체뿐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는 부패 청산, 인권과 삶의 질의 향상 그리고 정책 결정에 시민사회의 참여와 감시를 포함하는 제도의 안착을 의미한다. 시민의 통제를 받는 민주주의에서는 정치지도자가 실정을 감추고 여론의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군사적 분쟁을 이용할 수 없기에 민주주의가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 2020년의 세계는 코로나19, 경기침체, 그리고 보호무역과 같은 국가주의의 확산에 따라 민주화의 역진과 국제분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퇴직 부동산 사업가 렌지쾅은 시진핑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비판했다가 엉뚱하게 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18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러시아에서는 5선 출마를 준비하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초크에 중독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경기 악화로 여론조사가 불리하게 나오자 우편투표의 절차적 투명성을 구실로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언급을 계속하면서 민주주의를 인질로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 세계적 리더를 자처하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기본가치로 지켜오던 미국의 일탈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의 중산층이 공동체의 선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가치를 민주당의 독선이라 생각한 주류 중산층의 반발이 트럼프 행정부를 출범할 수 있게 했다. 선거 막바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소식은 미국 민주주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중산층의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 중러에 더하여 미국의 민주주의 역진은 세계평화에 최대위협이 될 수 있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초가을의 상념

19년 전 초가을은 경악과 분노로 시작됐다. 태풍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미국의 두뇌집단 중앙정보국(CIA)은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행할 수 없었다. 아프간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9월 11일을 공격일로 설정했고 기습공격의 버튼은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날 아침, 냉정의 재킷을 걸친 조지 태닛은 악몽의 현실 앞에 아연실색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장은 당장 반격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느닷없이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10년 뒤인 2011년 봄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처인 파키스탄의 조용한 도시 아보타바드에서 극적으로 피살되고, 신장개업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알 바그다디까지 2019년 제거됨으로써 20년 가까이 전 세계를 공포와 혼돈으로 교란시킨 국제 테러조직은 일단 퇴조현상을 보이게 됐다. 눈에 잘 포착되지 않는 적들로 알려진 테러집단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이번에는 손에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세계 전역이 다시 고전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처럼 적들의 집결지도 없고, 대테러전같이 은신처이자 서식지였던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역도 없다. 테러와의 격전에서 사회주의권과 자유 진영이 따로 없었다. 세계의 공적(公敵) 앞에 유럽연합도 한마음이었고, 중국도 동참했으며, 러시아도 협력했다. 코로나 대유행병 앞에 전 세계가 방역과 퇴치에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인간안보(Humane Security)의 대의 앞에 국제협조주의의 깃발이 나부낀다. 저개발국의 절대빈곤과 자유세계의 양극화의 그늘은 차치하고라도, 매년 심각성을 더해 가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진화하기 힘든 미증유의 팬데믹에 인류는 서로 경계하고 쓰러지고 실려 가면서 상처받고 있다. 한반도에서 숨 쉬고 있는 우리는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도 시달려 왔다. 핵을 평화적으로만 활용하더라도 치명적 순간들이 다가온다. 미국의 쓰리마일 아일랜드의 참사와 우크라이나 북단도시 체르노빌의 원전 사고는 인간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고, 후쿠시마의 대참사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지론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인류의 위기 앞에 공동의 선(善)과 집단적 지혜가 절실하다. 셀 수 없이 많은 우주의 행성 가운데 70억 인구가 숨 쉬는 지구만큼 매력적인 행성이 또 있을까. 하나뿐인 이 멋진 지구를 평화로운 대지로, 아름다운 공간으로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현 세대의 고귀한 책무가 아닌가.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인도 원산지검증 강화’ 수출기업 대비 필요

인도정부가 이달 21일부터 원산지 관리규정을 강화한 관세 규칙 2020를 시행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인도수출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제도시행은 저품질 제품의 인도 유입과 FTA파트너 국가를 경유해서 인도로 들어오는 제3국 상품의 덤핑수출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인데 그 배경에는 최대수입국인 중국 및 인도와 FTA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만성적인 무역적자 때문이다. 2019년 인도의 무역적자는 1천520억 달러로 중동국가들로부터의 석유수입을 제외하면 중국과의 교역에서 적자폭이 가장 크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아세안 등과 같은 수입시 관세를 우대하는 FTA 체결국들이 다음이다. 한국과 인도 간에는 FTA격인 CEPA(포괄적경제협력동반자협정)가 2010년 1월 정식 발효되었지만 양국 간 윈윈(win-win) 의도와 달리 일방적으로 한국의 수출만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인도의 한국수출은 제자리인데 비해 한국의 인도수출은 88.7% 증가했고, 무역수지 흑자도 2.5배가 늘어 지난해 95억불을 기록하는 등 양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무역수지 불균형이 커질 경우 미국처럼 환율조작국 지정 같은 강력한 제제수단이 없는 인도로서는 수입물품에 대한 통관을 까다롭게 하는 비관세장벽을 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중국산 원부자재와 부품이용률이 높고, 중국공장에서 제조한 완성품의 제3국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우리기업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관세청도 이런 우려 때문에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도 수출시 역내가치비율, 품목별원산지기준 등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한다는 원산지 입증정보를 잘 갖추어 인도 세관당국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이번 FTA체결국에 대해 원산지검증이라는 수입억제책과 병행해 해외기업이 정부주관 프로젝트 참여시 인도산 소재 사용 확대 및 특정 산업과 품목에 대해 추가 인증 및 기준을 요구하는 무역기술장벽(TBT)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라는 거대시장이 탐나면 들어와서 생산하라는 말이다. 이제 우리 기업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공급시스템이 약화된 틈을 타고 불어오는 인도의 보호무역이라는 바람과 맞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원산지검증 강화조치에 대비해 증빙서류는 물론이고 물량 및 가격관리 등 적극적 대응을 통해 사전에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산 원부자재 의존도를 낮추며 인도기업과 합작 혹은 인도산 원부자재를 이용하려는 역발상이 위기대응의 방법일 수 있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스가 자민당 총재와 일본의 미래

아베 수상은 일본의 헌정 사상 최장기 재임 수상이다. 지난 2019년 11월20일에는 아베 1차 내각과 합산한 아베 수상의 재임기간이 헌정사상 최장기가 됐고 2020년 8월24일에는 아베수상은 연속재임일수 기준 최장기 재임 수상이 됐다. 아베 수상은 경제활성화 정책을 통해 엔저와 디플레이션 탈출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고용안정을 달성했지만 한편으로는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등 보수적 색채를 숨기지 않았다. 아베 수상의 사임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일본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은 의원내각제 국가이므로 수상은 국회(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선출되며 되며 일반적으로는 여당의 총재(대표, 당수)가 수상으로 지명된다. 지난 14일 스가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고 16일에는 중의원과 참의원의 수상지명선거를 통해 스가 자민당 총재가 아베 수상을 대신해 수상으로 선출될 전망이다. 아베 수상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미일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노선은 유지될 것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스가 자민당 총재는 기존의 아베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기시다(岸田) 정조회장과 이시바(石破) 전 간사장의 경우, 다소 유연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향후 누가 일본의 수상이 되어도 강제징용문제 등에 대해서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일 간의 경제적 격차가 축소되는 가운데 일본은 한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해지고 있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 스가 관방장관은 경제정책에 관해 아베노믹스의 전진을 표명하면서도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한편 기시다 씨는 소득격차의 문제를, 이시바 씨는 지역경제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가 자민당 총재는 환율, 주가, 고용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베 수상의 사임으로, 대규모 양적 완화를 비롯한 통화정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시장에서 판단하면, 엔고(달러 대비 엔화가치의 상승)가 진행되고, 주가 하락, 고용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스가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내년 9월 말이다. 또한 중의원 임기는 최대 2021년 10월21일이므로 반드시 그 이전에는 중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 빠르면 올해 안에 중의원 선거가 있을 수도 있다. 스가 내각의 향방은 고용, 주가 등 경제적 성과와 국민적 지지에 달렸지만 향후 일본의 외교정책이나 경제정책상의 불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미국 대선과 한반도 비핵화

미국의 패권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 대선은 세계적 관심거리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자유무역과 안보협력을 축으로 2차대전 후 지속해온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에 가까운 급선회를 추진했다. 미국의 정책 변경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큰 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바이든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패권강화라는 트럼프의 강경노선은 유지할 뜻을 밝힌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섣부른 정상회담보다 원칙에 입각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정책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8월2022일 C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중에 52대 42로 바이든이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2016 대선에서 힐러리가 전체 득표에서는 2% 앞섰지만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1% 지면서 선거인단(10명)을 뺏긴 전력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언론과 학계는 바이든이 주도할 외교정책의 변화에 관심이 높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의 행정부 교체에 따른 엇박자로 비핵화의 중대 고비를 넘지 못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19932001) 행정부를 설득해 대북 관여정책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공조를 이루었지만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승계를 거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노무현 정부(20032008)는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부시 행정부와 의견 차이로 북핵 대응이 공전하다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6자회담을 재가동했지만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20092017)은 취임 직후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하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한반도 문제에는 전략적 인내로 북핵을 방치했고 그동안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마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대북 강경대응에서 극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비핵화는 재선 이후 과제로 미뤄뒀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미북 정상회담은 가능하지만 선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 말고 북한의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면서 부분적 제재완화와 같은 적극적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에 대한 바이든의 선택 중에 미북 정상회담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는 추측이다.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으로 전략적 인내를 주도했다. 민주당 주류보수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를 주도할 경우는 다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샌더스 진영의 진보파는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선호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단계적 접근의 문제는 비핵화가 CVID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선제불사용과 비확산을 전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미국 대선과 한반도 비핵화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의 패권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 대선은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트럼프는 미국이 자유무역과 안보협력을 축으로 2차대전 후 지속해온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에 가까운 급선회를 추진했다. 세계지도국을 자임해온 미국의 정책 변경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큰 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바이든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패권강화라는 트럼프의 강경노선은 유지할 뜻을 밝힌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섣부른 정상회담보다 원칙에 입각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정책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8월 2022일 C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중에 52대 42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실망으로 바이든 후보가 10% 앞선 상황은 대선 승리에 필요한 평균 지지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지만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CNN 조사에서는 바이든의 우세가 8%로 줄었다. 문제는 선거인단 270표 확보를 기준으로 경합 주에서 여론지지를 보면 실제 우세는 5%에 불과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2016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전체 득표에서는 2% 앞섰지만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1% 지면서 10명의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한 전력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 측은 전당대회 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컨벤션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직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패인은 힐러리와 트럼프 모두 적극적으로 지지할 만큼 매력적인 후보가 아닌 경우에 유권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선택을 쉽게 변경하는 경향이 있는데, 후보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힐러리의 지지자들이 투표장에서 트럼프를 선택했기 때문이라 본다. 바이든도 힐러리처럼 대선 2개월 전에 유권자 과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투표장까지 유지할 만큼 확실한 매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처럼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다수 언론은 바이든의 당선을 전제로 외교정책의 변화를 논의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의 행정부 교체에 따른 엇박자로 비핵화의 중대 고비를 넘지 못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19932001) 행정부를 설득해 페리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대북 관여정책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공조를 이루었지만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승계를 거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노무현 정부(20032008)는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부시 행정부와 의견 차이로 북핵 대응이 공전하다가,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직후 6자회담을 재가동했지만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20092017)은 취임 직후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하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한반도 문제에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핵을 방치했고 그동안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마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대북 강경 대응에서 극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담대하게 비핵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재선 이후 재협상을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미북 정상회담은 가능하지만, 선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 말고 북한의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면서 부분적으로라도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적극적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에 대한 바이든의 선택 중에 미북 정상회담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는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다. 우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으로 전략적 인내를 주도한 인물이다. 민주당 보수파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를 주도할 경우는 다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샌더스 진영의 진보파는 단계적 비핵화와 단계적 제재 완화를 선호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단계적 접근의 문제는 비핵화가 CVID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선제불사용과 비확산을 전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역사의 한가운데서

이스라엘에 가면 홀로코스트라는 말을 자제한다. 제물로 바쳐져 새카맣게 타 죽은 동물을 의미하는 그 용어를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유대인은 제물이 아니었고,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엄밀하게는 반인륜적인 한 인간과 그 추종자들에 의해 자행된 만행의 피해자인 것이다. 독일인들도 이스라엘에 가거나, 이스라엘 인사들과 대화할 때면 홀로코스트란 말보다는 쇼아(Shoah)라는 용어를 쓴다.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대학살, 예기치 못한 대재앙이란 의미가 담긴 쇼아를 언급하면서 독일인들은 한때 잘못된 역사 앞에 가슴에서 스며 나오는 고개 숙임을 한다. 독일 지도자들의 진지한 사과와 성찰을 이스라엘인들은 잘 받아들인다. 재통일을 이룬 지금의 독일인들도 현재 자신들의 과오가 아닌 나치시대 사람들의 죄과를 가지고 역사적 고뇌가 담긴 사죄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독일인들의 진심을 이스라엘인들이 잘 느끼고 있다. EU의 중심이 되어 있는 강국 독일의 태도를 유대인들은 제대로 감득하고 있다. 피해자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용서하느냐가 중요하다. 역사를 직시하는, 양심이 있는 독일인들은 아우슈비츠에 가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와 이스라엘을 자주 방문해 온 앙겔라 메르켈 만이 아니다. 그러나 추모석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은 마음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철학적이고 이성적인 독일인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방문하거나 특별한 추념의 자리에서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절절히 노력하는 모습을 간간이 읽을 수 있다. 문제는 마음이다. 예루살렘에 소재한 야드 바셈에는 어린이 희생자 추모공간이 잠시 전율의 시간을 불러온다. 150만명 아동들의 영혼이 그 어둡고 어두운 동굴 속에 단 3개의 촛불이 뿜어내는 희미하고도 희미한 빛으로 살아 있다. 시리고도 시린 푸른빛의 동굴을 걸어 나오면서 인간의 광기가 빚어내는 가증스러운 비극의 단면을 슬픈 눈으로 느끼게 된다. 동굴을 벗어나면 갑자기 쏟아지는 하얀 햇살에 질식한다. 빛과 어둠에 질식하고, 전쟁의 광란과 평화의 온기 사이에서 현기증을 느낀다. 운명의 철문 사이에 서 있는 인간의 실존에 대해 회의한다. 독일인은 국가 이성으로 회의하고, 성찰하고, 진지하게 다짐한다. NEVER AGAIN. 앙겔라 메르켈은 자신의 인생 전반부에 관해 잘 언급하지 않는다.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구동독의 암흑기에 관해 상기하고 싶은 기분이 아닐 것이다. 광기조차 부재했던 그 시기에 그녀는 물리학 실험실에서도, 드레스덴 길거리에서도 자유를 갈망했고, 독일 총리로 네 번째 연임하고 있는 지금도 진정한 자유를 위한 고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떤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아야 할까. 개화된 국가 이성이 아쉽다. 역저 승리의 영광과 비참을 남긴 프랑스 수상 조르쥬 클레망소의 고뇌의 시간이 다시 진지하게 다가온다. 최승현경기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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