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북핵 25시

전쟁도 아니었고 평화도 아니었다. 도처에서 국지전은 지속되었고, 평화협상도 이어졌다. 2차 대전 이후 45년의 기간을 사람들은 차가운 전쟁(Cold War)이라고 특징지었다. 긴장과 대결의 시대가 지나면 안도가 오게 마련이다. 승자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포효했고, 냉전의 패자는 훗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미국은 자신만만했다. 초대국 소비에트연방을 와해시켰고,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회원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합류하기 위해 과거의 종주국 러시아에 등을 돌리는 모습에 표정을 관리해야 할 정도였다. 1차 북핵 위기는 대국의 자만심과 소국의 자존심 사이에서 잉태되었다. 미국에 동아시아의 소국은 우주에서 보는 하나의 행성이었다. 국제법조차 미치지 않는 우주공간을 관할권으로 둔 미국은 한반도의 절반 정도야 원시시대 이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시간의 문제도 아니라고 여겼다. 유엔이 필요 없다고 직설하는 인사를 유엔대사로 보내는 미국이었다. 잔인한 국제정치질서 속에서 명맥을 유지해 온 소국은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다. 북한도 최후의 수단을 비책으로 삼았다. 운명을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강자를 상대할 때 가장 유효한 유일한 카드라고 여긴 것이다. 마오쩌둥이 닉슨과 세계전략을 논한 지 오래되었고,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아닌 러시아 대통령 복장을 하고 있는 옐친은 러시아의 이익에 집착하고 있었다. 미국의 가장 유능한 국무장관으로 평가받는 존 포스트 덜레스가 창안한 벼랑 끝 외교술(Brinkmanship Diplomacy)을 북한이 원용한 셈이다. 1차 북핵위기는 냉전 승리의 환호 속에 조용히 그러나 조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국제 테러리즘의 발호를 방치한 미국의 잃어버린 10년이 동북아에서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키는 한반도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되어 버렸다. 21세기 초반에 재개된 북한 핵 문제의 두 번째 라운드는 국제협조주의를 무색하게 한 미국의 신보수주의 강경파들이 이끌었다. 2차 북핵위기 이후에는 북한의 대담한 핵실험이 계속되어 레드라인이란 용어가 한반도 안보사전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뻬따 꼼쁘리(Fait Accompli, 기정사실)란 프랑스어만 살아있는 용어가 되어 버렸다.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현 국제정세하에서 만성화되고 있는 북핵 이슈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그 뜨거움이 현재 진행형이란 사실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편치 않게 하고 있다. 작년부터 미국과 북한이 실무협상을 재개하고 역사적인 양자 정상회담까지 하면서 바야흐로 세 번째 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다. 미중 간 관계정상화의 해빙외교사를 연상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정상화로 한반도의 평화의 정원이 가꾸어지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뿐이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가 쓴 25시에는 비강대국이 느끼는 처절한 시간이 형상화되어 있다. 앙리 베르뇌유가 감독한 그 영화에서 주연 남우 안소니 퀸의 마지막 표정에 잘 나타나 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몸짓이었다. 언젠가 북핵 이슈가 사라지고 평화의 수레바퀴가 굴러갈 때쯤이면 협상의 주역으로 참여했던 외교관들은 회고할 것이다. 깜깜한 밤중에 북극성을 찾는 야간 산행의 시절이었다고. 전쟁 속에 평화가 꿈틀대고, 분쟁 속에서 외교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말을 되뇌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 너머까지 생각해 본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창업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응원한다

중소기업창업기본법에서는 사업을 개시한 지 7년 이내의 창업자를 창업기업으로 분류하는데 2017년 기준 창업기업은 200만 개로 우리 국민 25명 중 1명은 창업자인 셈이다. 창업의 유형도 요식 및 숙박업 등 비기술창업이 전체 78%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기술창업은 22%로 이중 절반이 제조업이며 나머지 반은 지식기반의 서비스 창업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로 지금까지 없던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도 하고 전통적인 비즈니스형태를 바꾸어 버릴 수도 있기에 창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양적 성장과는 달리 많은 창업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판로개척의 벽에 부딪혀 중도에 사업을 접고 있다. 기술창업기업의 95%가 내수 위주의 창업이라고 한다. 창업기업 모두가 동일제품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협소한 국내시장을 놓고 95대 1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5대 1의 비교적 낮은 경쟁이 가능하기에 그만큼 생존 확률이 높을 것이다. 창업기업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비단 내수시장의 포화만이 아니다. 기술의 공유 및 서비스가 글로벌화 되는 추세이기에 해외진출은 필연적이다. 인터넷 환경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고, 서비스의 대상고객도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창업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해외로 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답은 분명하다. 창업기업의 글로벌마인드가 우선되어야 하고, 초기 기업들임을 감안 공공부문이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 기업 지원 현장에서 창업기업에 수출을 권하면 대다수가 내수를 하다가 차차 수출을 하겠다고 말한다. 수출은 내수를 하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종업원 5인 이상의 창업기업은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사업 개시단계에서 글로벌 진출 의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얼마 전 만난 유명 외국계 벤처캐피탈(VC) 한국지사장은 우리 기술기업이 미국에서 투자자를 만나려면 실리콘밸리에서 최소 6개월 머물며 홍보 및 네트워크 활동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비용도 100만 불을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창업기업이 이런 조건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경기도가 최근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투자자이자 엑셀러레이터를 유치하여 지속적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고 하니 창업기업의 현실적 애로가 반영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국내에서 해외투자자와 우리 창업기업들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창업기업들이 기존의 해외마케팅 지원프로그램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부와 유관기관들의 해외마케팅 지원프로그램은 셀 수 없이 많은데 창업기업들은 탄탄한 일반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말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우수상품전(G-FAIR)에 스타트업관을 신설해 600여 명의 해외바이어와 창업기업간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창업기업에게 지원문턱을 낮추어 주는 배려가 요구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을 가지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성공을 꿈꾸는 창업초기기업은 물론이요, 깊은 터널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생존하고 있는 기술창업기업에게 글로벌진출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창업기업을 응원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중동, 한국 의료에 매료되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왕족 가문의 한 남성이 오토바이 사고로 부상을 당한 뒤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 발생시 책임에 대한 우려로 현지 병원의료진이 수술에 난색을 표하자 왕실담당 사무실은 이 환자를 현지 UAE우리들병원으로 옮겨 수술에 들어갔고 이 왕족 남성은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올 6월 말 현재 해외 진출 국내 의료기관 수는 15개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 서울대병원, 우리들병원, 보바스기념병원 의료진이 중동지역에 진출해 있다. 중동은 해외 병원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격전장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존스홉킨스병원, 독일 사우디 게르만병원, 영국 킹스칼리지 등 글로벌 병원들이 아랍에미리트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직접 병원을 개설했고 국제적인 의료기관들이 연락사무소를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의료기관들이 중동으로 몰리는 것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중동 국가들이 의료시장 육성과 함께 해외 유명 병원 유치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동은 경제력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반면 운동부족과 기름진 식습관으로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순환계 질환 발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연간 약 63만 명의 중동환자가 의료관광으로 해외에서 약 7조 원가량을 지출한다. 국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뛰어난 의료기술과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비용으로 최근 수년간 한국은 중동환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 상반기 1~6월까지 중동 의료관광객이 국내에서 지출한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천300만 원이었다. 이는 2017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전체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99만 원의 약 12배, 내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45만 원의 약 16배 수준이다. 중동 의료관광객 한 명이 지출한 최고 진료비는 5억 6천만 원이었으며 1억 원 이상 진료비를 지출한 중동 의료관광객은 전체 환자 수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 의료관광객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알려진 의료관광 시장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은 지금 정부차원에서 의료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6월 이란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를 개최했고, 사우디는 지난달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 2019 사우디 의료전시회를 개최했다.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지난 3월 의료전시회를 개최하여 중동,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참관객 총 3만 3천여 명을 유치했고 쿠웨이트는 지난 4월 2019 Arab Medical Travel & GULF Health 콘퍼런스를 개최해 헬스케어, 의료시설, 의료관광 등에 관한 지식공유, 비즈니스 기회 및 해외진료 정보 교류의 장을 열었다. 헬스케어 시장은 2016년 62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8.7% 성장해 2021년 940억 달러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연 22조 원에 달하는 중동 의료관광 시장은 국내 의료서비스의 세계화와 국내 의료기관 및 의료진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중동 의료산업 및 의료관광 시장에서 한국이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일본 경제는 완전히 장기불황에서 탈출했는가

일본 정부는 올 1월29일 월례경제보고 발표 후의 기자회견에서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장기호황(아베노믹스 경기)이 기존 이자나미 경기(2002년 2월~2008년 2월ㆍ73개월)의 장기호황 기록을 넘어서 전후 최장기 경기회복이 되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이자나미 경기는 경기확대 기간은 길었지만 실감할 수 없는 장기호황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전후 최장기 호황이 된 아베노믹스 경기는 실감할 수 장기호황인가. 일본의 명목 GDP는 2012년(10~12월) 493조 엔에서, 올해(4~6월기)에는 556.5조 엔으로 상승했다. 기업의 수익은 2012년도 48.5조 엔에서 2018년도 83.9조 엔(1.7배)으로 확대되었다. 유효구인배율은 2012년 12월 0.83배에서 2019년 7월 1.59배로 상승했다. 즉, 일본에는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59개 있다. 이처럼 아베노믹스 경기는 일반 국민이 그 성과를 실감할 수 있는 장기호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내걸었던 디플레이션 탈출은 아직 완전히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베 수상은 2017년 11월20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해서 더 이상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그 성과를 강조했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내각부)는 2006년 3월 디플레이션 탈출의 정의에 관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탈출해, 다시 그러한 상황에 돌아갈 전망이 없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서 최장기 경기회복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가. 향후 일본경제의 전망은 어떠한가. 아베노믹스 경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서는 우선 대규모 양적완화에 의한 엔고의 시정(엔저로의 유도)이 있다. 엔 달러 환율이 2019년 8월에 104엔 수준까지 하락해,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9월 이후 다소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2019년 10월1일부터 소비세(일종의 부가가치세)율이 인상(8%에서 10%로 인상)되었다. 당초 소비세 증세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가 우려되었지만, 현재로서는 개인소비 감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월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2019년 9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일본은행 단칸) 결과에 의하면, 대기업ㆍ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는 플러스 5로, 6월 조사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동 지수가 플러스라면, 현재 체감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의 수가 부정적인 기업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본 기업이 판단하는 체감경기가 다소 악화하고 있지만, 한편 여전히 체감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 향후 일본경기를 전망할 때, 국내적인 변수로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의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도쿄올림픽 이후 예상되는 경기후퇴에서 이를 얼마나 단기간에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다. 국제적인 변수로서는 미중무역 갈등과 미국 등 세계경기 동향이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일본 경제가 다시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만큼 디플레이션이 구조화되면, 디플레이션 탈출은 정말로 어렵다. 한국에서 최근 디플레이션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낙관적으로 경제를 전망하기보다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중소기업의 수출 다변화를 서두를 때다

중소벤처기업부 수출통계에 의하면 2018년 중소기업 수출액은 1천87억 불, 수출국은 224개국이다. 이 중 1억 불 이상 수출국은 68개국으로 전체 수출액의 97.8%를 차지하고 있다. 대륙별로 아시아 64%, 북미와 유럽이 각각 12%, 중동 5%, 중남미 4%, 아프리카와 대양주가 각각 1% 수준이며, 아시아로 쏠림현상은 중국(홍콩), 베트남, 일본 3개국이 아시아수출의 7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국가로 수출 집중은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문제가 없지만, 이들 국가의 경제상황 및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우리 수출기업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 되고 있고, 한국의 제4위 수출국 일본과도 양국이 백색국가 맞지정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 양국에 37%라는 높은 수출 비중을 가진 우리 중소기업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수출 현실을 돌아보면 중소기업당 수출국 수가 3~4개국을 넘지 않을 만큼 제한적이다. 소수의 기업 외에는 수출다변화를 위한 별다른 시도도 없다. 지금까지는 다변화보다는 어디가 되었든 수출확대라는 측면에서 마케팅을 해왔지만, 향후에는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부문도 수출다변화를 위한 선별적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해 중소기업이 한 국가라도 수출국 수를 늘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아울러 우선순위의 수출다변화 대상지역 및 국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지역 중에 아시아경제공동체(AEC)와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이라는 경제블록의 국가들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경제공동체(AEC)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을 회원으로 한다.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핵심이기도 하고 경제성장의 발전모델로서 한국을 닮고 싶은 수요가 높고, 매년 한국과의 무역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태평양동맹(PA)은 중남미를 대표하는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4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태평양동맹에 가입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 올 9월 말 예정된 산티아고 회의를 통해 준회원국 지위를 받게 될지가 결정된다. 준회원국이 되면 우리와 FTA가 체결되지 않은 멕시코와도 FTA에 준하는 혜택이 주어지는데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이자 중남미 최대 수출국인 멕시코와의 무역교류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에 수출다변화의 적지라고 판단된다. 한편 수출다변화를 위해선 공공부문의 지원 인프라도 확충돼야 한다. 중소수출기업이 역량이 부족해 새로운 지역, 새로운 국가로의 도전을 기피하고 익숙한 시장으로만 진출을 도모하다 보니 특정지역, 특정국가로 쏠림이 발생하고 동지역에서 우리 기업끼리 경쟁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공공부문의 몫이다. 현재 경기도는 중소기업 수출 상위 20위 내 국가 중 7개국에 경기비즈니스센터(GBC)를 설치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고 있는데, 지리적으로 원거리이고 정보부족 및 상관습의 차이로 공략이 어려운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도 GBC가 설립되면 중소기업의 수출다변화 수요에 선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원이 빈약하고 시장이 협소해 내수가 경제를 지탱할 수 없기에 수출의존이 불가피하지만, 특정국가로의 수출 집중을 벗어난다면 그만큼 외부충격에 따른 위험이 덜하게 될 것이다. 수출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수출다변화를 서두를 때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대국의 야심과 소국의 자존심

국가 지도자가 전쟁에서 밀리면 갈 곳이 없고, 영토 문제에서 양보하면 설 곳이 없다. 로마를 지배하고 싶었던 폼페이우스부터 청나라 말기 북양대신 리훙장까지 생생한 역사가 말해준다. 영토 이슈는 국가이익의 차원을 넘어 한 나라의 자존의 영역이기도 하다. 1787년 미합중국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232년이 지났다. 미국이 약 2세기 동안 걸어온 모습을 보면 인색하게 표현해도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와 민족들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팽창 과정을 보면 자못 흥미롭다. 몽골 제국이 한 세기 만에 급격히 영역을 넓혀가던 모습이 그려진다. 2천여 년 전 로마가 속주와 자치주를 넓히면서 제국을 팽창시켜 나간 시기도 연상된다. 미국은 건국 초기 동부의 13개 주에 정착한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전을 불사한 전쟁과 상대방 국가의 국내 사정을 십분 활용한 외교를 통해 영토를 확장해 왔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때는 현 미국 영토 3분의 1가량이나 되는 중부의 루이지애나를 프랑스로부터 매입했다.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것 못지않게 영토 매입은 미국의 이익에 중요했다. 19세기 중엽에는 멕시코로부터 텍사스와 뉴멕시코 지역, 그리고 캘리포니아 일부까지 획득했다. 그 직후에는 슈어드 국무장관의 기지로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였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방문을 연기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가원수의 공식 외국방문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합의와 준비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취소나 연기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당연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놓고 미국과 덴마크 양국 간에 신경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이름과 달리 실제 가 보거나, 위성사진으로 보더라도 동토는 별로 없고 아름다운 경관의 녹색이 많이 있다. 국가의 이름이 역설적으로 명명되었다. 북극 지역으로 분류되는 그린란드는 명칭과 전혀 다르게 녹색은 보이지 않고 얼음만 두껍게 뒤덮여 있다. 그린란드 도처에 미군 기지가 있을 것이라고 누구든지 상상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냉전시기의 힘을 재현하려는 러시아의 푸틴도 견제해야 하고, 세계 도처로 시선을 넓히는 중국의 예봉도 꺾어야 한다. 미국이 알래스카를 매입할 당시, 가치 없는 툰드라 지역이라고 하면서 내부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당시 외교수장 슈어드는 미래가치에 투자했고, 720만 불에 매입한 알래스카는 오래지 않아 천연자원의 보고가 되었을 뿐 아니라 전략적 가치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어리석은 슈어드로 비웃음까지 받았던 1860년대의 미국 외교수장이 20세기가 지나면서 지혜로운 우리의 국무장관으로 바뀌어 갔다. 반전이 된 외교 일화가 전해 오면서 지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만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슈어드의 스토리를 모를 리 없는 트럼프와 백악관의 보좌진들은 전략적 이유로 미래가치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덴마크는 19세기 중엽의 제정 러시아가 아니어서 선뜻 달러 한 자루에 한때 북유럽의 맹주였던 자신들의 자존심을 교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트럼프식의 제안에 덴마크 총리는 황당하다(absurd)는 한 마디로 응수하면서 불쾌감을 바로 드러내었다. 외교가에서는 부드러운 외교화법이 와인같이 애용되지만, 상대를 자극하는 직설법이 난무하는 때도 종종 있다. 노골적인 대국의 야심 앞에 소국의 자존심이 갈대처럼 흔들린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던진 한마디가 스산한 가을바람처럼 기억의 한 자락을 스친다. 강대국은 원하는 일을 하고, 약소국은 그저 감내할 뿐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방탄소년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방탄소년단이 오는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7만 명 수용 가능한 킹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가수로는 방탄소년단이 최초로, 한류문화 확산에 획기적인 한 획을 긋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심장부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 3천300만 명의 중동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가장 보수적인 수니파 이슬람국가의 종주국이다. 여성 억압과 인권탄압의 상징이 되어 버린 나라 그러나 세계원유생산량 3위, 석유수출국기구 OPEC의 중심, 걸프협력회의 GCC를 주도하며 석유로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도해왔던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중동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1세 이상 여성들은 이제 남성보호자의 허락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독자적으로 자녀출생신고, 결혼 및 이혼신고를 할 수 있고 여성들이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운전은 사우디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진출과 사회참여를 의미하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의 길도 열리게 되었다. 기존 사우디 비자발급은 이슬람 성지순례나 업무 비자로 제한되어 있었으나 작년부터 관광비자 발급이 시작되었다. 2030년까지 3천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사우디 정부의 계획이며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홍해 연안 지역의 리조트 및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 중이다.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사우디의 변화는 스포츠분야에서도 목격된다. 올해 1월 말 사우디는 세계 유명 골퍼들을 초청해 유러피언 투어를 개최했는데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성들의 축구경기장 입장도 허용되었다.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제다, 리야드, 담맘 등 3곳의 경기장에 여성 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변화의 바람은 문화분야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35년 만에 처음으로 수도 리야드에 상업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1980년 초부터 상업영화 상영 및 영화관 개장을 금지해왔던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350여 곳의 영화관을 개방해 10억 달러의 연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단독콘서트를 개최하고 여성들의 운전과 해외여행을 허용하고 관광비자를 발급하고 스포츠, 문화 분야를 육성하려는 일련의 급진적인 개방과 개혁의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세계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를 넘어서고 셰일 에너지 생산은 사우디의 재정 적자를 악화시켰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의 보급이 늘어나고 중동 외 지역에서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면서 사우디 경제 성장률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탈석유화를 위한 경제구조의 다각화를 목표로 한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30대의 젊고 혈기왕성한 무함마드 빈 살 왕세자가 이끌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때 사우디 유력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지의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던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배후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으로 위기에 처했으나 사우디 구습을 타파하고 석유의존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개혁을 이끌어가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다음 달 열릴 방탄소년단 단독콘서트의 성공적인 개최를 응원한다. 또한 탈석유화 정책을 통한 사회, 경제적 변화를 목표로 한 사우디 개혁 프로젝트의 성공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이번 일본의 소비세 인상은 경기하락을 초래할까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로 아직도 떠들썩하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지만, 일본 경제의 향후를 전망함에 있어서, 올 10월 소비세 증세가 일본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월 일본의 소비세(부가가치세)율은 8%에서 10%로 인상된다. 일반정부 기준(IMF 통계)으로 2018년 일본의 GDP 대비 누적 채무 잔고는 236%이다. 지난해 미국, 영국, 독일의 GDP 대비 누적 채무 잔고는 각각 108%, 86.3%, 59.8%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 일본의 재정 적자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MMT(현대화폐이론)에서 일본의 사례를 들어서, 재정 적자 규모가 커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일본 사례로 통해 그러한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막대한 재정 적자 규모에도 일본에서 명시적인 재정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부채의 대부분을 일본 국내에서 소화하고 있다는 일본적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세 증세는 재정건전성의 확보에는 도움을 주지만, 다음과 같은 부작용도 있다. 우선 소비세 인상으로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개인 소비 감소 등을 통해 경기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1997년 4월 소비세율(3%에서 5%) 인상과 2014년 4월 소비세율(5%에서 8%) 인상 시에는 소비세 인상이 소비침체를 초래한 바 있다. 두 번째로 간접세인 소비세는 소득수준에 무관하게 동일한 세율을 부과하므로, 결과적으로 소득격차를 확대시키는 역진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아베 내각도 충분한 인지를 하고 있으며 증세에 대한 보완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선 올 10월부터 올림픽 직전인 2020년 6월까지 중소소매업 등에서 소비자가 신용카드, 전자화폐, QR코드결제 등으로 결제할 경우 5%(또는 2%)를 포인트로 돌려준다. 이는 소비세 증세에 따른 소비 감소를 회피하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외에도 저소득자, 육아세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권(1인 5천 엔의 재정지원) 지급, 주택구입자 등에 대한 지원 등의 대책이 마련되었다. 한편 소득세 증세 시 저소득층 등의 세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고려해, 식품신문 등에 대해서는 증세하지 않고, 경감세율(8%)을 적용한다. 참고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살 경우에도 원칙 경감세율(8%)이 적용되지만, 편의점 내 공간에서 먹을 경우 세율 10%가 적용된다. 지금까지 소비세 증세 전에는 사재기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증세 후에는 재차 소비가 감소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모테기 경제재생 대신은 지금까지 큰 (증세 전의) 수요증가는 관찰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규모는 이전보다 작지만, 부분적으로 일시적 수요증가는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제한적인 규모로 증세 전에 일시적인 수요증가가 관찰되므로, 10월 증세 이후에 심각한 소비감소로 인한 경기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의 필요성에 대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부터, 적어도 한국의 경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입장까지 다양한 주장이 있다. 경기침체 시에 정부가 지나치게 재정건전성을 우려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활용 못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일단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면 그 이후 증세를 통한 재정재건은 조세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은 물론이고, 경기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재건은 정말로 쉽지 않으므로 미리미리 조심해야 한다.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 도전자들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엔젤(Angel)이라고 애칭한다. 백악관의 닉네임은 크라운(Crown)이다. 왕관을 뜻하는 이 단어가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미국의 제헌회의가 열린 1787년의 그 뜨거웠던 여름, 필라델피아에 모인 건국의 아버지 중 일부는 당시 유럽처럼 미합중국의 국왕 체제도 생각했다.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기 2년 전이니 일면 수긍도 간다. 그러나 중론은 대통령제였다. 국왕에게 지나친 권력을 줘 폐단이 너무 많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무엇보다 초창기 미국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제로 하되 권력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 미국 헌법의 특징 중 하나다. 백악관의 권력은 의회와 언론에 의해 적절히 견제를 받아왔다. 20세기를 거쳐 오면서 미국의 시대가 공고화되고,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되면서 백악관의 권력은 의회와 국민의 견제를 넘어선 존재가 되었다. 100명의 상원의원과 50명의 주지사 그리고 야심 찬 각료들은 언제라도 백악관의 주인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어떤 나라보다 정치지도자가 중요하다. 전 세계 국가 지도자들에게, 지구 도처의 시민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은 일찍부터 언론의 주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백악관 입성을 주시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강한 메시지를 들고 취임에 성공했던 그가 연임 도전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성과를 부각시킬 것은 분명하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힐난하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트럼프식의 성취를 강조할 것이다. 미국의 역사는 모험의 서사시이며, 도전하는 미국인에게 신의 가호가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해 온 그가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예의 득의에 차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조셉 바이든은 노병은 죽지 않고 건재할 뿐이다는 새로운 모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린든 B. 존슨 이후 가장 노련한 의회 정치인인 그는 회담장과 대중 앞에서도 자료ㆍ원고가 필요없는 인물이다. 40대 중반에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그가 80세를 목전에 둔 지금 도전자로서는 기개 면에서건, 경륜 차원에서건 손색은 없어 보인다. 바이든을 추격하고 있는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렌은 진보진영에 특히 호소력이 있다. 232년 전 코네티컷의 대표였던 로저 셔먼이 필라델피아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것처럼, 그녀는 그대가 소수에 속해 있을 때, 나가서 말하라는 명언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월가(Wall Street)의 구체제부터 고치겠다는 매사추세츠 여성 상원의원이 영원한 상원의원 바이든을 제치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과 워렌 뒤에서 역주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는 지명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 것도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자신의 정치철학이 분명한 그는 도전자인 것만으로도 스토리가 충분한 멋진 인생이다. 미국의 시대가 지속하면서 초강대국에 대한 경원(敬遠)의 시선도 많지만, 미국은 과학적 합리주의가 숭상된 시기가 있었고, 결단을 해야 할 시점에 주저하지 않은 지도력도 있었으며, 지금도 도전의 정신만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챌린저호가 산산이 부서지고 나서도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일성(一聲)은 간단명료했다.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We will go on).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서는

일본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정부와 업계는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입다변화의 경우 대상 품목들이 세계시장에서 일본지배율이 높아 대체품 찾기가 쉽지 않고, 설령 찾아도 산업 현장의 생산 및 운영체계가 기존 일본 제품에 최적화돼 있기에 변경에 따른 혼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산화하는 것이다. 정부도 핵심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 연구개발사업 3건에 대해 시간의 중요성을 감안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국가재정지원을 통한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세대 이차전지 위주의 전략핵심소재 자립화 기술개발, 수치제어장치(CNC)를 포함한 제조산업시스템 스마트제어기 기술개발과 연구소 및 학계가 보유한 기술 이전과 사업화를 위한 테크브리지 활용 상용화 기술개발에 2조 원 규모의 예산을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필자는 한때 공작기계 제조회사에서 수치제어장치(CNC)를 포함한 부품소재 조달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어, 이 분야를 참고로 국산화를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생각해 보려 한다. 우선은 국산화의 방향은 단순 대체가 아닌 글로벌 1인자를 목표로 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 2인자의 몫은 조금이다. 같은 방식의 기술경쟁으로는 1인자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지명도를 뛰어넘기 힘들다. 새로운 방식과 기술의 적용, 즉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난 혁신과 변화가 국산화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둘째로 국산화를 주도하는 주체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공작기계를 예로 들면 우리 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인 CNC(수치제어장치)와 서보모터를 일본 FANUC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것도 30년 이상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기술이 부족해 국산화를 못 한다기보다는 우리 기업은 투입해야 하는 자원이 크고, 지금 당장 아쉬울 게 없기에 에둘러서 수입이 효율이요 국제 분업이라고 말해왔다. 동일 제품을 만듦에 있어 핵심 부품 및 소재의 분업(의존)은 효율이 아니고 종속이다. 일본의 무역규제로 이 종속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이윤 못지않게 영속성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기업들이 국산화에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는 개발된 제품을 반드시 이용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에도 많은 부문에서 국산화 시도가 있었지만, 수요자가 이용을 외면해 실패로 돌아갔다. 국산화는 한 번에 완벽한 제품이 나올 수 없기에 이용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향상시키겠다는 이용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과거와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선택이었을는지 모르나 지금은 생존이 달린 필수가 되었다. 최근 모 기업에서 CNC를 개발, 상용화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정부도 국산화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원은 장기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역사 이래 지금처럼 국산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한 적이 없다. 기술면에서 우위인 일본산 소재부품을 대체하는 국산화이기에 필연적으로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다. 어쩌면 수년 걸릴 수도 있다. 그동안 기업이 국산화를 못해왔던 이유가 있다. 국산화에 소요되는 돈과 인력, 기술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속적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1등을 이기면 1등이 되 듯, 글로벌 1인자 제품을 국산화한다는 것은 글로벌 1인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기업이 경제 외적요인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며, 그동안 일본이 부품소재 분야에서 누려왔던 글로벌 시장에서 이익을 놓고 대등하게 일본과 겨루게 될 것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둔 수출규제의 수를 자충수로 돌리려면 국산화에 대한 우리 모두의 비상한 각오와 공감이 필요하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동아시아 국제관계와 한일관계

중미관계는 각국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무역수지 마찰에서 IT와 기술을 포함한 첨단산업으로 확대되며 중국 첨단산업은 미국의 중점 제재대상이 되었고, 이에 중국은 미국 농산품 수입제재와 환율 방관 및 중국 내 일부 미국기업에 대한 조사로 미국 무역 관세와 첨단산업 제재의 창에 방패로 대립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희토류 수출과 중국 보유 미국 국채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즉, 안보와 경제이익이라는 측면에서의 미국의 우세와 현상유지가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요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 1997년 반환된 홍콩 사회 소요문제는 홍콩사회 내 존재하는 가치관과 체제 간 혼돈이라는 모습과 더불어 중국과 외부세계의 대립이라는 측면에서도 복잡한 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가치관과 체제의 충돌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일국양제가 실시되고 있는 홍콩이 심천(深)을 대표하는 광둥성 개혁개방특구의 발전과 중국경제력에 홍콩 특유의 자체적 역량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 즉, 과거 중국의 대외 창구였던 홍콩은 이제 중국 중앙정책인 대만구(大灣區ㆍ광동성과 홍콩, 마카오 경제권)에 포함되는 일부이고 이 중심축은 심천과 광저우(廣州)가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총통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만에서는 미국과 역사적 협력을 같이한 중국 국민당이 대만의 국민당으로 변하고 현재 집권세력인 민진당에 고전을 면하고 못하고 있다. 미중간의 대립에서 현재 대만은 중국대륙과 경제, 문화적으로 교류하며 안보적으로 미국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지역인데, 중국의 일국양제가 실시되는 홍콩과 마카오의 변화는 양안관계(중국대륙과 대만)에도 영향을 미치며 미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에 대만과 홍콩문제는 미중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대만에서 어떠한 색채의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에 맞게 협력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국을 경쟁하게 위해서는 그들에게 이들 국가의 여당이나 야당은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이러한 경제와 산업 전반의 문제뿐만 아니라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의 국내외정책의 종합편인 일대일로 정책과 러시아의 동아시아 전략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대립하고 있는데, 한미일 동맹과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에서 한반도의 남북한도 미묘한 변화의 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일본은 미일동맹에 근거하여 중국과는 관계를 개선하면서 러시아에는 대립각을 갖고 있는 형상이다. 이와 비슷하게 동북아의 분쟁지역인 한반도의 북한도 중국, 러시아와 안보와 경제적 협력을 하며 미국과의 관계는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아시아 정치는 미국, 중국, 러시아와 일본뿐만 아니라 북한도 현안인 국내문제를 중심으로 국제협력을 풀어나가는 형세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의 국내 상황은 이러한 국가들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게 복잡하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한 문제를 비롯한 한미, 한중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현안은 경제와 안보라는 측면에서 정부정책이 종합적으로 집중되어야 할 영역이다. 미중마찰이라는 동북아 구조에 한일마찰은 진영 간 안보대립과 첨단산업과 경제의 대립으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외국의 분위기는 한일대립에서 일본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그래서 국민적 단결과 기업과 정부의 협력은 한일경제마찰에서 안보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제이익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국가의 안보와 경제이익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주변국과 세계가 우리를 다르게 볼 때 한국의 지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왜 일본은 한국에 경제제재를 가한 것일까

박성빈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7월 1일(시행은 7월 4일)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한 올해 8월 2일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하는 결정(시행은 8월 28일부터)을 했다. 일본은 왜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일까? 우선,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판결과 그 이후의 조치(특히 일본기업의 자산 압류)에 대한 일본 측의 반발이 존재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취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존재, 이에 대해 일본 측이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음에도 3년간이나 수출통제협의회가 없었다. 즉,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문제와 이번 수출규제와는 관련성을 부정한다. 이는 이번 조치가 GATT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정당한 조치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참고로 GATT 21조에서는 안보상 필요할 경우 무역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일본의 조치는 아베 정권이 선거(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선거와 이번 수출규제와의 관련성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부정한다. 어느 주장이 사실일까? 일본의 이번 조치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선거에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조치는 일본이 한국에 경제 제재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적어도 일본 정부는 경제 제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규제를 가한지 한 달 만에 개별허가 품목인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등 수출을 허가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의 수출을 완전히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며,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수출은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화이트국에서 제외된 이후,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은 원활하게 이루어질까? 화이트국에서 제외되면 이전보다 포괄적 허가를 받기가 어려워지지만, 모든 품목에 대해 개별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반포괄허가(이른바, 화이트포괄)와는 달리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화이트국이 아니어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화이트국에서 제외되면 일본의 수출업자는 수출물품의 용도와 수요자에 대한 확인을 해야 한다. 다만 일본 경제산업성의 통지를 받은 경우 리스트 규제 이외의 품목에 대해서도 경제산업성의 개별허가가 필요하다. 아직 개별허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지, 얼마나 특별일반포괄허가가 적용될지 불확실하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번 위기를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 위기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최근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단, 이러한 불매운동은 어디까지나 민간의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이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 보이콧 운동을 주도ㆍ조장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최근 취업난 속에서 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일본 기업에 취업을 해왔는데, 고용노동부는 최근 일본만을 대상으로 하는 하반기 취업박람회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의회는 전범기업에 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한국 측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초래하고 또한 한일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다행스럽게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일관계가 어렵지만, 문화체육교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국 시민들 간, 지자체 간 교류는 양국 간 정치 갈등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수출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보수정권에 대해 반대를 할 수 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홍콩, 샹강, 형꽁

1970년대 초반, 아주 어린아이 때 홍콩에서 살았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부친께서 꼼꼼히 정리하신 컬러 사진을 통해 홍콩에서의 4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지금 봐도 홍콩의 부(富)는 대단했다. 막 홍콩에 자리 잡던 터라 집이 잘 사는 편이 아니었는데, 사진 속의 아이는 시리얼을 우유에 타 먹고, 고급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하드를 맛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보릿고개를 벗어난 가난한 나라였지만 홍콩은 영국의 직접적 영향 아래 있는 세계 무역의 중심지였으니 그럴만했다. 여러 사정으로 가족이 국내로 돌아온 후, 사진은 흑백으로 바뀌었고 홍콩에서 누리던 모든 것은 우리나라에서 10년, 20년 후에나 만날 수 있었다. 홍콩은 별세계였다. 아시아이면서 동시에 아시아가 아닌 어떤 곳, 가볼 수 없는 해외 선진국을 같은 인종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후 다시 홍콩을 가보게 된 것은 1989년 대학생 체험단의 일원으로 중국 탐방을 하게 되면서였다. 아직 중국과 수교하기 전이라 중국으로 직접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일 보편적인 방법은 홍콩을 통해 우회하는 것이었다. 2층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본 홍콩은 더욱 화려한 곳이 되어 있었다. 마천루들이 연이어 들어선 곳에서 화려한 야경이 빛나고 디즈니랜드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이 매혹하고 있었다. 여전히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자본주의가 빛나는, 세계와 중국을 연결하고 세계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독특한 제3지대였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이 제3지대의 성격은 상당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약속하며 홍콩의 체제를 인정했지만, 본토의 정책이 양제보다는 일국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광둥어 대신 중국 표준어가 중시되기 시작했고, 상호 간 교류 의존도가 되돌릴 수 없이 커졌고, 수많은 본토인과 본토의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홍콩의 삶 속으로 침투했다. 가장 가시적인 일국의 상징은 홍콩과 주하이를 잇는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일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홍콩과 광둥성을 엮어 통일적 경제체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해왔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감수하면서 홍콩과 광둥을 직접 연결하는 다리를 놓은 것은 경제적 이익 못지않게 상징적 이유도 커 보인다. 홍콩은 이제 대륙의 일부다. 홍콩의 범죄자를 본토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인도법안 때문에 대규모 시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법 자체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 시위의 배면에는 홍콩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홍콩인들의 열망이 숨어 있다. 근대의 역사 속에서 좋든 싫든, 긍정적인 역사에 의해서건 부정적인 역사에 의해서건, 오랜 세월 형성된 홍콩만의 삶의 방식, 특성 등이 갈수록 부정되어간다는 공포가 송환법에서 폭발했다. 지역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옹호하는 것은 시대의 정신이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선정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토록 노력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오랜 세월 유지되어온 홍콩만의 색깔이 문화다양성의 가치 아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아시아의 제3지대로서의 가치를 살리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리라 본다. 그러고 보니 홍콩은 영국에서 이곳을 부르는 이름이고, 샹강은 본토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이곳 사람들 스스로 부르는 이름은 형꽁이다. 형꽁은 형꽁만의 뉘앙스가 있다. 최민성 한신대 한중문화콘텐츠학과장

[세계는 지금] 뉴미디어 커머스로 해외 판로 개척하자

글로벌전자상거래 트랜드의 변화속도가 빨라 일선 현장에서 마케팅 담당자도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G마켓, 옥션, 인터파크, 이베이, 아마존 같은 오픈마켓이 주류이지만 최근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동영상(유튜브), 생방송(인터넷TV) 등 다중채널네트워크(MCN)를 연계한 뉴미디어 커머스가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한 수단으로 대두하고 있다. 뉴미디어 커머스를 표방하며 창업한 지 불과 2~3년 만에 수십, 수백억 원의 매출을 일으킨 기업들이 나타나다 보니 현재 우후죽순처럼 관련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콘텐츠 기획 및 제작능력을 보유하고 채널을 활용할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기에 스타트업으로 많은 젊은이가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가 경기콘텐츠진흥원과 뉴미디어 커머스 크리에이터 육성사업을 만들고 참여할 크리에이터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콘텐츠 제작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 실전교육과 예산을 지원해 전문가로 키우려는 사업으로 시장의 필요와 수요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뉴미디어 커머스의 특징은 첫째, 홍보콘텐츠의 차별성이다. 압축된 짧은 동영상 및 라이브방송을 통한 재미와 공감, 체험이 가능하기에 고객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둘째는 구매 동기의 차이다. 오픈마켓은 이용자가 구매의도를 가지고 방문하는 데 반해 뉴미디어 커머스는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기획된 광고를 통해 구매 욕구를 발생시킨다. 이용자의 성별, 연령별, 선호별, 국가별로 플랫폼 빅데이터를 활용한 타겟마켓팅을 하기에 효과가 높다. 셋째, 상품을 파는 인플루언서 혹은 크리에이터와 고객(follower) 간 형성된 강한 신뢰와 유대감이다. 추천 상품을 믿고 구매하기에 만족도가 높고 반품율도 현저히 낮다. 마지막으로는 유통단계가 축소되기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뉴미디어 커머스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홍보 콘텐츠의 디자인, 아이디어 및 창의성이 뒷받침된다면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중소기업에는 충분한 이점이 있다. 다만 뉴미디어를 활용 글로벌마케팅을 하는 경우에 나라마다 다른 플랫폼의 특성 및 선호 콘텐츠, 결제방법, 물류 등이 고려돼야 한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 같은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지만 중국의 경우는 자국의 플랫폼을 이용해야만 한다. 지난주 중국 상해에서 뷰티, 유아용품 및 생활소비재 위주의 한국상품전인 G-FAIR가 개최됐다. 전시장을 방문한 중국바이어들은 우리 기업정보를 얻기 위해 회사 정보가 들어가 있는 QR 코드를 찾았다. QR 코드로 검색된 기업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위챗 계정에 축적하고 이를 향후 커머스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SNS플랫폼은 위챗이다. 위챗에 자신의 계정을 등록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가 있다. 중국시장 진출을 원한다면 계정등록이 필수지만 등록한 우리 기업은 드물다. 등록과 계정운영의 어려움 때문이다. 생활소비재 분야 제조 중소기업의 뉴미디어 커머스 이용 확대를 위해선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진출국의 플랫폼 활용 교육과 현지인에게 맞는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도와주고, 상시로 업데이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전문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개막된 5G 시대에 뉴미디어 커머스는 더욱 확대ㆍ발전할 것이다. 최신 마케팅 트렌드를 인지하고 따라가는 것이 이제는 기업의 생존 문제로 되어가고 있다. 수출중소기업과 콘텐츠 전문인력 양성기관 및 컨텐츠 창업기업 간 협업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존 볼턴의 방문과 미국의 대외관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보좌관이 일본을 거쳐 23일(한국시간)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하러 미국을 21일(현지시간) 출발했다고 한다. 존 볼턴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직접 일본으로 가는 길에 알래스카에서 급유하는 동안 설리번 상원의원을 만났고, 서로 핵심적 국가안보 이익과 곧 있을 도쿄와 서울 방문에 대해 논의할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댄 설리번은 알래스카 지역구의 상원위원으로 현재 미국의회 외교위에서 활동 중인 인물인데, 볼턴이 한일 순방에 앞서 설리번 상원의원을 만난 것은 미국의 대외관계와 동아시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의 한국과 일본 방문이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 본다면, 이 방문 의제에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지지나 참여 그리고 북핵문제와 미국의 동아시아정책 그리고 현안인 한일 무역마찰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9일 한일 갈등 중재 의사를 내비치면서 한일 양쪽에서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며 바라건대 그들이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사자 간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한국과 일본의 미군 주둔경비를 포함한 방위비 인상을 거론하고 나온 것을 보면 한일 간의 갈등이 결국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지난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일본 아베 정부의 대외정책 의지를 알고 있는 트럼프 정부에 있어 미국의 대외전략에 대한 일본의 동참 및 미일 간 동북아전략 협력에 대한 얘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과 만난다는 것은 한미동맹의 틀에서 한미 방위비문제 및 북핵문제 그리고 한국의 미국 대외전략에 대한 협력내용도 나올 수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현재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이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동참을 일본과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지난 19일 자국 주재 60여 개 외교 사절을 초청해 합동 브리핑을 갖고 기본적인 구상을 공개했고, 일본 언론도 이미 미국이 현재 구상 중인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연합체 구성에 일본의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볼턴 보좌관이 한국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꺼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내놓을 수 있다는 반증도 된다. 이밖에 북핵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의견 조율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포함한 한미일 협력 및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도 볼턴 보좌관이 갖고 올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 문제와 함께 북미 실무협상 재개 등의 문제를 한일 양국 담당자들과 논의하며 동시에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동맹구조와 대외전략에 대한 협력을 얻어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강경파 볼턴의 방한이 한일 갈등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그가 갖고 올 보따리의 내용이 부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日 수출규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지난 6월30일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을 재검토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 첨단소재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보도했다. 올 7월1일 일본의 경제산업성(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관할하는 중앙부처)은 대한민국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에 관해서라는 발표를 했다. 동 발표에서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토대로 해 구축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일한 간의 신뢰관계 손상과 대한민국과 관련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해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동 자료에서는 3개 품목에 대한 포괄적 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허가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일본이 말하는 한일신뢰 관계의 훼손은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것이다. 다만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아직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일본은 8월 중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27개국)에서 제외할 것을 공언하고 있는데, 실현될 경우 3개 첨단 품목뿐만 아니라 공작기계, 첨단소재, 화학약품 등 군사전용이 가능한 폭넓은 소재(식품, 목재 제외)도 한국 수출에 대해 개별 허가가 필요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일본경제신문에서 전 징용공을 둘러싼 대항조치의 응수를 자제해야라는 사설(7월2일)을 발표하는 등 일본의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비판하는 기사가 적지 않다. 다만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7월 13~14일 실시)에 의하면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 일본 국민의 56%가 타당하다는 응답을 했다. 과거 한일 관계에서 오랫동안 공격은 한국이고, 수비는 일본이었다. 그러나 2012년께부터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오히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는 일이 빈번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해서 아베 수상이 7월21일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취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불만은 보다 구조적인 것이다. 과거 일본은 한국의 역사 등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지만, 이제 일본은 한국의 역사문제 등의 제기에 대해 지나치다고 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 관련해 한국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일본관광 불매운동, 일본인 연예인 퇴출운동 등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르지만, 이러한 대응은 오히려 일본의 반감을 가중시켜 한국의 피해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재화 중에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소비재의 비중은 5%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38%로, 일본의 수출의존도(13.1%)보다 월등히 높다. 만약 이번 한일 간의 무역마찰이 심화해 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확산할 경우 보다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다. 한국 내에서는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존재한다. 다만 미국의 중재가 있다고 해도, 미국의 중재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그 이후 한국은 IMF 외환위기 시에 일본의 지원을 요청한 경위가 있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 아베 내각은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와도 비교적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대일 외교에서 감정적인 접근을 자제하고, 실리적으로 국익을 최우선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행정학과교수

[세계는 지금] 유가사상의 전통을 다시 부른다

올해도 중국언어문화를 배우려는 학생들 지도차 산동(山東) 제남(濟南)에 머무르고 있다. 어느덧 삼 년째다. 학생들 연수받는 사이 시간을 내어 산동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제남이 산동의 성도(省都)라 산동성을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여기에 있다. 경기도 박물관과 미술관이 수원에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올 때마다 들렸으니 벌써 이곳도 세 번째이다. 같은 박물관을 일정한 기간을 두고 찾다 보니, 전시물이 조금씩 바뀌는 걸 보고 중국 사회의 변화를 읽어볼 수 있다. 이번 방문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유교를 중심으로 한 전통 사상의 강조이다. 산동 박물관 13번 전시실의 전시내용을 바꾸어 새로 만세사표(萬世師表)라 이름 짓고 공자와 유가사상을 설명하는 전시관으로 꾸며 놓았다. 박물관 표지판을 새로 고친 흔적이 여실하다. 들어가자마자 공자의 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 있고, 사마천이 사기, 공자세가에서 공자를 높은 산과 큰 길에 비유한 구절이 빛나고 있다. 본격적인 첫 전시물은 시진핑 주석이 유가사상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글이다. 유가사상이 중국민족의 핵심문화일 뿐 아니라 세계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할 유산이라는 것이다. 국가 주석의 글이 제일 먼저 전시된 것으로 보아 정부가 나서 유가사상을 중심으로 사회질서를 잡아가고자 함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의 변화를 중국 정부가 이끄는 이유는 사회주의 사상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사회도덕 측면의 발전을 도와주는 것이 유가사상이기 때문이다. 그 사상에 담긴 효제(孝悌)의 정신, 농경사회 가족관계에서 발전시킨 수직적 질서의 본인 효와 수평적 질서의 본인 제의 정신이 공산당 중심의 중국 공동체 질서를 위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유가사상은 실용적이고 이성적이어서 중국이 걸어온 개혁개방의 기조에도 잘 맞는다. 백성의 살림이 일정해야 인의의 마음도 유지된다(恒産恒心)는 맹자의 말은, 경제가 발전해야 도덕,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중국 개혁개방의 논지와 일치한다. 또 유가사상이 지닌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논하지 않는 태도는 사회주의 국가가 근거로 삼는 유물론과 충돌하지 않으니 더 안성맞춤이다. 유가사상은 하늘의 뜻을 이야기하지만 절대적이고 인격적인 신을 이야기한 바 없다. 그러니 종교는 아편이라는 종래의 마르크시즘과 갈등할 일도 없고, 신앙의 열정이 현실 정치를 압도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주석의 글에도 유가사상이라 하지 유교라고 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거대한 중국의 사상도덕적 안정을 위해 공자를 다시 강력하게 소환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한나라가 유학을 국학으로 채택하여 천하를 안정시켰듯이. 지난 칼럼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중국은 이미 유가사상 중심의 관료제 국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덧 중국에서 말이 좀 통하려면 마르크스를 논하는 게 아니라, 공자와 맹자를 인용하는 게 빠른 방법이 되어가고 있다. 유가사상을 교과의 일부분, 생활 일부분으로 배우는 미래세대가 자랄수록 그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다. 그러고보니 산동미술관에서도 들어서자마자 건물 2층 높이의 공자 조각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뿐인가. 제남 원보원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공자 조상(彫像)이 서 있다. 건물 10층 높이는 돼 보인다. 중국에 이보다 큰 마르크스 동상이 없고, 아마 이보다 큰 모택동 동상도 없을 듯하다. 이 거대한 동상의 크기가 바로 오늘 중국에서 공자가 가지는 위상 자체이다. 최민성 한신대 한중문화콘텐츠학과장

[세계는 지금] 수출기업의 희망 아세안, 시장진출 방안을 생각하다

요즘 아세안이 화두다. 생산거점으로 압도적이던 중국이 베트남의 추격을 받고 있고,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시행에 따른 경영악화를 우려해 동남아로 이전하려는 기업과 어려운 수출환경 탓에 신시장을 찾아 아세안행 발길을 재촉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정부도 아세안 진출을 권장한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한-아세안 미래공동체구현이라는 비전하에 사람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 큰 틀의 외교정책이다. 무역투자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구축, 신남방지역 인프라개발에 참여, 중소중견기업의 시장진출 및 상호 교류지원 등 경제분야 협력을 도모해 현재 1천600억 달러 상담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2천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홍보와 노력에도 현장에서 기업들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거의 매주 아세안으로 모여들지만 신수요의 발굴은 쉽지 않다. 공급자로서 우리 기업들만 넘쳐나는 상황이다. 연간 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세안시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략할 것인가. 실천 방안들을 인프라프로젝트, 일반제품 및 소비재로 좁혀서 생각해 보자. 우선 인프라프로젝트 참여를 위해선 현지에 프로젝트지원 테스크포스 조직이 필요하다. 아세안 국가들은 도로, 철도, 에너지, 항만 등의 대형 국책사업과 각종 스마트 기술이 도입된 도시 인프라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 강점이 있는 분야다. 문제는 이런 프로젝트는 대부분 입찰방식으로 조건이나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지원현장에서 필자는 기업들이 스스로 해보려다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서 아세안은 안 되는구나 하는 절망감을 드러낼 때 안타까움을 느껴 왔었다. 우리 기업들은 인프라프로젝트 참여 성공시 파급 효과가 막대하지만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수주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공공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둘째, 일반 제조품의 아세안 시장진출활성화를 위해 마케팅지원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아세안은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산업별 커뮤니티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시장의 수요와 기업정보 파악이 어렵다. 또 국가별로 시장 규모가 작아 전시회 등의 마켓플레이스가 미흡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신뢰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업체의 경험과 네트워크에 의존하거나 독자적으로 진출을 시도해 보지만 투입대비 산출이 적거나 없다.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사후 소통의 애로로 거래를 지속하거나 확대하는데 어려워한다. 마케팅인프라 확보로 정보의 축적 및 검증을 통한 양질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경기도가 아세안의 현실을 미리 알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 경기비즈니스센터(GBC)를 설립해 중소기업들의 시장진출활동을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셋째, 소비재의 경우 한국상품 전용쇼핑몰을 구축해야 한다. 소비재의 진출은 현지국에 한국영토를 구축하는 것이다. 상품을 판다는 생각보다는 한국문화를 판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쇼핑몰 같은 플랫폼을 만들면 제품 하나하나, 기업 한 곳 한 곳 진출이 아니라 플랫폼에 편성되어 많은 제품과 기업들을 진출시킬 수 있다. 소비재뿐만 아니라 각종 프랜차이즈 및 서비스 분야도 들어와야 한다. 한국의 상품, 문화, 서비스를 구매하고 소비하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초기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인구 6억 4천 명, 경제규모 세계 7위의 아세안이 점점 힘을 붙이며 세계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처럼 대규모 차관이나 인프라투자 같은 진출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하지만, 이곳에 뿌리내린 한류가 있다. 한류를 등에 업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아세안을 휘젓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부상하는 아세안은 수출기업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통합 아세안시장 공략에 경기이니셔티브가 기대되는 때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시진핑의 방북과 G20 정상회담

시진핑(習近平)의 방북이 오사카 G20 회의를 앞두고 전격 이루어졌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 등을 포함할 미중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일부는 현재 홍콩시위와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의 대만 편들기에 국내여론과 대외정책에 시진핑 외교정책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이고 어떻게 보면 필연적 과정이다. 중국에서 말하는 외교는 국내정치의 연장이라는 정치술어를 보아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정책결정과 실행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중국은 최근 들어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사실을 중국의 국내외 언론을 통해 꾸준히 홍보해 나가면서 중국의 군사, 과학기술 등의 발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또 대만 통일을 염두에 둔 일국양제의 연장으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입장인 민족의 공동번영과 협력적 교류에 대해서도 꾸준한 홍보를 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올해가 중조(중국과 북한) 수교 70주년이라는 특이한 상황을 고려하면 시진핑의 북한 공식방문은 우연과 필연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시기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4번이나 방문한 입장에서 중국의 한반도 남북한 방문 계획을 신중하게 고려해 보면 중국은 충분한 준비를 했는데, 북중회담의 지지부진함과 중미관계의 각종 모순 속에서 그 기회를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영부인을 동반하고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고 이번 G20 회의에서도 한국과 정상회담이 잡혀 있기에 현 시점에서 중요한 방북을 먼저 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면 한미동맹이라는 중국에는 잠재적 부담인 지역보다는 전통우호가 우선인 북한을 먼저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시진핑의 방북은 전통 북중(조중)관계의 회복과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서 본격적 중국의 개입과 대만과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미중관계에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중국 대외정치가 국내정치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심화개혁과 일대일로 등의 정책을 고려해 보면, 시진핑의 대만문제의 임기 내 해결이라는 과제와 연관된 외교적 선택은 필연성을 갖는다. 한반도 국제관계에서 북핵문제와 한반도 비핵화의 문제가 이제는 중미관계라는 대국관계의 틀에서 한국, 미국, 북한, 중국 및 이 뒤에서 영향을 발휘하는 러시아와 일본과의 복잡한 관계로 변화됐다. 여기서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한국 패싱(Korea passing)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배제하게 되면 미중소와 한미일의 대립구조는 더욱 심각해지고 중국이 한국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경제와 교류를 통한 중국 영향력 확대라는 계획은 미국의 안보능력 강화라는 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세계경제와 중국경제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대립각 세우기는 중국 국내여론을 통일시키는 작용을 할 수도 있기에 이러한 전략이 실행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지역마찰과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다. 현재 무역갈등을 포함한 미중관계는 결국 한반도문제와 대만문제를 포함한 중미관계의 외부마찰 정도를 봉합하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보수들의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는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활용도를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동북아 국제정세와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관건은 이번 G20 회담에서 이루어질 미중회담을 포함한 다자 정상회담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정부의 각별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G20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종래 세계 정치ㆍ경제 문제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협의체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참여하는 G7(Groups of 7)이었다. 그러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해, 총 20개 국가가 참여하는 G20(Groups of 20)이라는 새 논의체가 탄생했다. G20에는 기존 G7 국가 이외에 BRICS 국가들, 한국 등의 신흥공업국, EU의장이 참여한다. G20은 당초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여하는 장관급 회의체였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해,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체로 격상되었다. G7은 여전히 국제정치경제문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협의체이지만, G20의 탄생은 한국 등 신흥공업국의 위상이 강화된 것을 보여준다. 물론 G20 국가 간에는 여전히 국력의 차이를 반영해 국제 사회의 영향력에 있어서 막대한 차이가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올해(2019년) G20 정상회의는 일본(오사카)에서 오는 28ㆍ29일 이틀간 개최된다. 올해 G20의 관전 포인트로서 미중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주목이 모이고 있다. 미중간의 무역마찰은 미중 양국은 물론이고 한국 등 국제사회에 많은 영향을 준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고, 일본과 한국 등의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제재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의 대형통신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4G 설비의 일부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상용화할 5G 설비에 대해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를 선정했다. 소프트뱅크의 미야가와 부사장은 올해 4월 5G에 화웨이 설비 도입 여부에 대해 일본 정부와 논의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발언을 하는 등 일본 정부의 방침에 협조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화웨이 문제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 미중 마찰은 단순한 통상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중통상 마찰은 팽창하는 중국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이 충돌하는 가운데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중경쟁구도에서 일본은 명시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화웨이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청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남중국해를 비롯한 해양의 영향력을 확대해 오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 등의 국가와 공조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중에 하나를 양자택일해야 하는 선택을 요구받는 것이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G20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점차 한일관계 개선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협조가 중요하다. 최근 한일갈등은 정말로 최악의 상황에 있다. 미국은 거듭 한일관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한일관계 개선을 미루면 안 된다. 최근 일본과 중국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에 대항해 양국 간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의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G20에서 미중갈등 해소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그리고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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