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동의 식량안보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예상대로 결렬되면서 양측이 서로를 향해 ‘진공폭탄’, ‘백린탄’ 등 금지된 살상용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국민들의 몫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이후 다른 나라로 떠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가 66만명이 넘는다. 인근 폴란드에 입국하기 위해 피란민들은 60시간을 대기해야 하며, 루마니아 입국 대기 줄은 약 20km에 달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비용이 한화로 약 3천266억원 이상 필요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동지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수십억명의 주식인 옥수수와 밀 최대 생산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쟁이 가시화되면서 중동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불안의 조짐이 시작했고 이는 당연히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곡물가격은 지정학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러시아는 세계 밀 생산량의 10%, 국제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시장의 10% 점유율을 가진 다섯 번째 밀 수출국이며, 글로벌 옥수수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동 지역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중동 지역은 세계 최대 밀 소비국이지만 건조한 기후와 제한된 수자원으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우크라이나는 중동 지역에 밀 수출량의 50% 이상을 수출했다. 중동 지역 밀의 주요 수입국인 이집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밀 수입량의 85%를 의존하고 있으며 레바논 밀수입의 절반과 리비아 밀수입의 43%가 우크라이나에서 왔다. 예멘, 튀니지, 알제리 등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곡물의 95%가 수출되는 흑해를 강제로 봉쇄하거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동 지역으로 농산물을 수출할 수 없어지므로 식량 위기와 물가 폭등을 유발할 것이다. 곡물 가격이 아랍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이 발발했던 2011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된 사실만으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동 지역의 식량안보와 정치안정에 약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코로나19, 가뭄, 내전 등으로 어려워진 중동지역의 경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역 경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 높은 실업률로 빈곤층이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이런 경제적 위기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야기된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사태를 위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지금, 알렉산더 대왕의 실타래와 콜럼버스의 달걀의 지혜가 더욱 절실하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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