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때에는 집 주변이 온통 논과 밭이어서 친구들과 해가 지는지도 모를 만큼 신나게 뛰어 놀다보면 넘어져 무릎이 까지거나 멍이 들기 일쑤였다.
그때는 요즘처럼 연고나 약이 흔치 않았기에 어머니는 집 앞에서 무슨 약초인지 한줌 뜯어다 돌로 찧어 상처에 붙이고 싸매주셨는데,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처는 아물곤 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다 자주 넘어져 사방이 멍이 들어 어머니가 꾸중 듣던 그때의 기억이 까마득히 생각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상처가 나면 약초는 찧어 상처부위에 바르기도 하고, 겨울철이 되면 성질이 따뜻하고 약간 매운 맛을 나타내는 전통약초를 다려 먹어 몸을 보하여 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 내셨다. 동의보감을 보면, 매서운 한파가 지속되는 한 겨울철에는 계피, 자소엽, 진피, 생강 등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끓여 차로 마시면 겨울철 나기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계피는 성질이 뜨겁고 맵고 단맛이 있어 겨울철 운동부족으로 수축된 근육과 혈액을 통하게 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소화를 돕는 약초로 찬바람에 손발이나 무릎이 쑤시고 시리며 통증이 있을 때 차로 마시면 좋다.
자소엽은 차조기라고 불리는 깻잎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약초로 잎의 색깔이 자주색을 띠고 있는데,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 맛을 지니고 있어 먹으면 인체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줘 면역력을 높여준다.
또한, 겨울철에 많이 먹는 감귤의 껍질로 만든 귤차를 많이 먹는데, 진피라 불리는 감귤 껍질은 성질이 따뜻하고 쓴맛을 지녔는데, 몸의 기운을 원활하게 돌려주는 역할을 하여 겨울철 움츠려든 우리 몸에 기운을 더해주고 활기를 찾아주는 효과가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데,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활용해 몸을 보하는 이러한 약초들을 대추나 꿀과 함께 차로 우려내 수시로 먹는다면 어른신들 막바지 겨울을 나기에 큰 도움이 된다. 민족 대명절인 설날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이번 명절에는 이들 약초를 한 꾸러미 사서 고향에 가는 것은 어떨까. 어르신들께 효와 사랑의 마음뿐만 아니라 건강을 덤으로 선물해드리는 색다르고 뜻 깊은 명절이 될 것이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오피니언
고관달
2014-01-26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