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저 흙먼지가 다 밀가루였으면

우간다에 봉사활동 모니터링 차 다녀왔다. 체류기간 내내 옷에서 흙먼지를 털어 냈다. 우리 차량만이들이 박혀 있다 떼로 몰려드는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옷 같지도 않은 것을 걸치고, 맨발로 달리기는 참 잘도 한다. 이래서 세계 육상선수는 아프리카에서 나오나보다. 여기서는 우는 아이를 못 봤다. 예닐곱살 누나들이 안고 있는 한두 살배기 애기들도 울지 않는다. 달래줄 사람 없이 자란 습관인지 모른다. 몰려든 아이들은 새까맣고 커다란 눈동자만 굴리며 기다릴 뿐이다. 낯선 사람들이 손에 쥐어줄 사탕하나도, 연필 한 자루도 마냥 좋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둥~둥~ 북소리나 악기소리만 나면 금새 얼굴과 눈에 해 맑은 미소를 띄우며 어깨와 엉덩이를 마구 흔들어댄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잘도 춘다. 한국 아이돌가수들이 따라갈 수나 있을까? 이 애들에게는 배고파도 슬퍼도 가락에 맞추는 DNA가 있다. 미니버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멈춰선 곳은 봉사단체가 지어준 초등학교 교사(校舍)개소식 마당. 뙤약볕 아래 표지판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Girls, stay virgin! It is healthy 인권을 생각하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문구가 운동장에 팻말로 박혀있다. 어린나이에 무지해서 자의든 타의든 임신하여 애를 낳고, 굶주리며 아기를 돌보거나 에이즈(AIDS)에 걸려 고생하는 어린 소녀들을 위한 경고문이다. 사회제도나 먹고 살기 바쁜 부모가 어린 소녀들의 처녀성을 지켜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기념품점의 자전거 타는 커플인형의 뒷좌석에는 꼭 배부른 여자애가 타고 있다. 풀밭에 드문드문 예쁜 염소들이 풀을 뜯는다. 한화 5만원이면 살 수 있는 염소 한마리. 부지런히 풀을 먹여 새끼를 생산하고, 6마리 염소가 모이면 소 한마리를 살 수 있다니, 염소 한마리가 그들에게는 커다란 희망이고, 소가 생겨나는 집은 그때부터 일어나는 집안이 된다. 학생들의 장래 희망 모두 선생님이란다. 한국의 아이들도 한 때 그랬었다. 동네에서 우러러볼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이고, 선생님 말이라면 누구나 존중하는 분위기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했음에도, 현재는 선생님들은 존중도 존경도 받지 못하는 실태를 그들은 알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마디씩 했다. 교장에게는 교사들의 역량제고 연수를 시켜달라고, 지역유지들에게는 엄마들이 가정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라고. 만델라를 언급하며 애들에게는 꿈을 꾸며 인생의 목표를 세워나가라고 했다. 하지만 저 만치서 불어오는 흙먼지가 밀가루라면, 그들은 꿈이고 희망이고 생각할 겨를 없이 굶고 있을 동생들을 위해 달려가리라. 아스팔트가 없는 그 곳에는 바람만 불면 흙먼지가 분다. /이현숙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행복들 하신지요?

사람이 이 세상에 오는 것은 수억만 겁의 윤회를 거쳐 귀한 인연을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어렵게 이 지구라는 녹색별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자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갖고 있다. 이것은 오히려 의무일수도 있겠다. 그러면 우리 모두는 정말 행복한가? 갑오년 청마의 해를 맞이하는 설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뇌경색으로 입원하신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현대판 오복(五福)이라 하면 어떨까? 첫째,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병장수해야 한다. 자고로 옛부터 수(壽)는 오복(五福) 중 으뜸이다. 수(壽)는 천수를 누리는 행복이다. 천수는 120살을 아무 병 없이 살아가는 것으로, 수야말로 오복의 가장 근원적인 것이라 한다. 이 수가 있지 않고는 나머지 네 가지 복을 누리거나 가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시길! 둘째,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 돈이 없어 아픈 곳이 있어도 치료하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을 보면서 옛 부터 부(富)가 오복의 두 번째에 위치한 이유를 알겠다. 물론 여기서 부란 우리가 어느 정도 저축을 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대부(大富)를 일컫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행복한 노후생활 준비는 잘 되어 가는지요? 셋째, 가족 유대감이 행복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도 사람이 있은 후에 부부(夫婦)가 있고, 부부가 있은 후에 부자(父子)가 있고, 부자가 있은 후에 형제(兄弟)가 있다. 한 집에서 가까운 것은 바로 이 세 가지다. 이것은 인륜(人倫)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니 삼가 돈독하게 생각하라하여 가족의 유대감이 행복의 근원임을 일러주고 있다. 병실에서 형제간에 재산싸움을 하거나 불화로 인하여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않는 등 가족 유대감이 부족한 사람들을 보며 묻고 싶다. 정녕 행복들 하십니까? 넷째, 지족(知足)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행복의 추구는 욕망의 확대와 충족을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반대로 자기를 제대로 알고 만족해하는 마음가짐에서도 이루어진다. 나는 정녕 자신의 인격과 능력에 넘치는 욕심에 사로잡혀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나아가 이 사회를 피로사회로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충족하고도 감사하는 마음 없이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 병원에서 본 한 장애인의 행동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불편한 몸을 이끌면서도 주변의 작은 도움에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며 정상인인 나는 과연 매사 불평없이 그렇게 행하고 있는가? 새로이 맞은 갑오년, 모두가 청마처럼 질주하며 행복을 만끽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김해겸 청덕고 교장용인대 외래교수

[천자춘추] 출판기념회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책 속에 길이 있다 하여 동서고금을 통해 성현들은 책 읽기를 강조한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많은 책을 읽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감옥살이를 오래 한 김 전 대통령은 갈 때마다 100권 가량의 책을 가져갔다고 한다. 다 읽고 나면 면회를 온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감명받은 책을 골라 추천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책을 읽은 김 전 대통령은 고졸 학력에 그쳤지만 5개 국어를 구사했다. 세계 유수 대학으로부터 받은 명예 박사학위만 20개에 이른다. 세계적인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역시 오늘의 자신은 있기까지는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큰 역할을 했다고 회고한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그는 도서관 장서를 몽땅 다 읽을 정도로 책 읽기를 대학 졸업장 보다 강조했을 정도였다. 뤼순 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안중근의사는 간수로부터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20분만 시간을 주면 읽던 책을 다 읽을 수 있으니 그 시간만 달라던 그다. 그래서 一日不讀書(일일부독서), 口中生荊棘(구중생형극) 즉,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책 읽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화들이다. 요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룬다. 19대 국회 임기 시작 후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달아 열리더니 올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현직과 입지자들도 너나할 것 없이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알리며, 또 후원금도 당당(?)하게 챙길 수 있으니 일석삼조(一石三鳥)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 전까지는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으니 3월 5일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양서의 출판기념회는 아니지만 지역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친분있는 사람들이니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얼마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정치자금법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정비하겠다고 밝힌데다 민주당도 정치자금법상 금지 대상에 출판기념회를 추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니 정치인들도 출판기념회의 폐해를 익히 알고 있는 듯하다. 현존하는 책의 90%는 시원찮은 것이며, 좋은 책은 그 시원찮음을 논파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내려진 최대의 불행은 인쇄의 발명이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소설가인 디즈레일리의 말이 문득 생각나는 요즘이다. /신계철 경기도건축사협회 부회장

[천자춘추] 사랑의 중요성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 연휴가 끝났다. 독자 여러분들도 고향에 다녀와서 부모님과 친척들을 만나보고 행복감을 느끼고 왔을 것이다. 사람은 이렇듯 가족과의 사랑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간의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존재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의 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에서 밀려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완전히 무시를 당하는 것보다 더 잔인한 벌은 생각해낼 수 없을 것이다. 방안에 들어가도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을 해도 대꾸도 안 하고, 무슨 짓을 해도 신경도 쓰지 않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죽은 사람 취급을 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상대하듯 한다면, 오래지 않아 울화와 무력한 절망감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잔인한 고문을 당하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그 사람들이 우리 농담에 즐거워하면, 우리는 나에게 남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자신을 갖게 된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칭찬하면, 나에게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무시를 당하게 되면,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이상적인 세계서라면 이런 식으로 남들의 반응에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시를 당하든 주목을 받든, 칭찬을 받든 조롱을 당하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주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내가 똑똑하다는 증거도 댈 수 있고 바보라는 증거도 댈 수 있으며, 중요한 인물이라는 증거도 댈 수 있고 있으나마나 한 존재라는 증거도 댈 수 있다. 이렇게 흔들린다면 사회의 태도가 우리의 의미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무시를 당하면 속에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쳐들며, 미소나 칭찬과 마주치면 어느새 역전이 이루어진다. 이렇듯 사람이란 존재는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고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동료가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이 멍들어 버린다. 그러나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주고 과일이라도 보내주면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사람에게 있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사랑이 결핍돼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기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사랑이 필요하듯 다른 사람에 대해 사랑을 베풀면서 살아야 다 같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병길 법무법인 평정 대표 변호사

[천자춘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어울려 살다보면 싫은 일 좋은 일 할 것 없이 부딪히며 살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려 먼 길을 떠나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좋아서 만났다가도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초심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해관계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가 성립되면 가족이상의 성의를 보이지만 이해관계가 멀어지면 서먹할 정도로 어색해진다. 이러한 상황이 도래하면 피할 수 없는 아픔을 겪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이는 서로를 이해하며 담아내어 주는 정서를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분들이다.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지 않고 떳떳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잘못을 숨기면 당장은 편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후회만 남게 된다. 나는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찌된 세상인지 쉬운 말도 많은데 어려운 말을 너무 많이 한다. 유식한 사람일수록 어려운 말을 많이 한다. 어려운 말은 칭찬을 어렵게 만든다.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은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이웃과 함께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정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아들에게 제일 엄격하게 가르친 것이 정직이다. 정직은 생활에 가장 큰 자산으로 용기를 갖기 때문이다. 정직은 마음수양에도 좋지만 바른 마음을 항상 지켜준다. 정직은 지도자가 가져야할 큰 덕목이라 생각한다. 법정에서조차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거짓말을 사실인양 말하는 세상이다. 이로 인해 판단의 기준이 무너지고 질서가 무너져 선량한 사람이 벌 받는 모순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한밤에 자신과 이웃과 국가와 인류를 위해 밤새 고민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다. 돈과 권력을 얻고 명에를 얻었다 해도 이타행의 정신으로 밤샘고민이 없다면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 있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불어 함께 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원봉사자를 좋아 한다. 서로를 보듬어 주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아름답게 그리고 삶에 지치지 않도록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다.아름다움은 누군가가 아름답게 보아줄 때 아름다운 것이다. 누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많아 졌으면 좋겠다. /우호철 화성문화원장

[천자춘추] 2%로 만드는 세상

얼마 전 있었던 월드컵 대표팀의 평가전. 1대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다음날 언론에서는 일제히 승리는 했지만 아직 2%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더 오래전이지만 한 음료 회사는 2% 부족할 때라는 광고와 함께 같은 이름의 청량음료를 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나름대로 잘 되긴 했는데 그래도 뭔가 조금은 부족한 듯 할 때 우리는 2%만 더 있었으면 하며 아쉬움을 표하게 된다. 그래서 2%는 어떤 일의 완성을 위해 조금 더 채우고, 노력해야 하는 가능성이 있는 미완성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이 숫자는 전혀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최근 UN은 전 세계의 부자 2%가 부의 90%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거꾸로 얘기하면 98%가 전 인류가 가진 재산의 겨우 10분의 1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부의 불평등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심각한 질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혈액은 우리 몸을 돌면서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실어 날라 재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순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이 혈액이 한 곳에 몰려 정체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의 불평등은 이처럼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사회적 혈액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결국은 그 사회가 썩고 병들게 만드는 것은 물론 종내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 몸의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리는 경쟁과 그를 통한 성과의 집중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어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모든 나라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 역시 2% 부족한 상태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현재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은 나눔이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부를 내어 놓는 나눔이야말로 막히고 곪아 터지기 직전인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2%의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은 부자들이 재산의 사회 환원을 개인적인 자선을 넘어서 사회운동 차원에서 시작하고 있는 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내가 가진 2%를 모두를 위해 내어 놓은 나눔. 우리 모두를, 그리고 세상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처방전이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설 최고의 건강선물 ‘전통약초’

필자가 어릴 때에는 집 주변이 온통 논과 밭이어서 친구들과 해가 지는지도 모를 만큼 신나게 뛰어 놀다보면 넘어져 무릎이 까지거나 멍이 들기 일쑤였다. 그때는 요즘처럼 연고나 약이 흔치 않았기에 어머니는 집 앞에서 무슨 약초인지 한줌 뜯어다 돌로 찧어 상처에 붙이고 싸매주셨는데,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처는 아물곤 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다 자주 넘어져 사방이 멍이 들어 어머니가 꾸중 듣던 그때의 기억이 까마득히 생각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상처가 나면 약초는 찧어 상처부위에 바르기도 하고, 겨울철이 되면 성질이 따뜻하고 약간 매운 맛을 나타내는 전통약초를 다려 먹어 몸을 보하여 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 내셨다. 동의보감을 보면, 매서운 한파가 지속되는 한 겨울철에는 계피, 자소엽, 진피, 생강 등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끓여 차로 마시면 겨울철 나기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계피는 성질이 뜨겁고 맵고 단맛이 있어 겨울철 운동부족으로 수축된 근육과 혈액을 통하게 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소화를 돕는 약초로 찬바람에 손발이나 무릎이 쑤시고 시리며 통증이 있을 때 차로 마시면 좋다. 자소엽은 차조기라고 불리는 깻잎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약초로 잎의 색깔이 자주색을 띠고 있는데,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 맛을 지니고 있어 먹으면 인체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줘 면역력을 높여준다. 또한, 겨울철에 많이 먹는 감귤의 껍질로 만든 귤차를 많이 먹는데, 진피라 불리는 감귤 껍질은 성질이 따뜻하고 쓴맛을 지녔는데, 몸의 기운을 원활하게 돌려주는 역할을 하여 겨울철 움츠려든 우리 몸에 기운을 더해주고 활기를 찾아주는 효과가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데,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활용해 몸을 보하는 이러한 약초들을 대추나 꿀과 함께 차로 우려내 수시로 먹는다면 어른신들 막바지 겨울을 나기에 큰 도움이 된다. 민족 대명절인 설날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이번 명절에는 이들 약초를 한 꾸러미 사서 고향에 가는 것은 어떨까. 어르신들께 효와 사랑의 마음뿐만 아니라 건강을 덤으로 선물해드리는 색다르고 뜻 깊은 명절이 될 것이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천자춘추] 젊은이에게 고하는 글

살아가다 보면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다는 인생의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즉, 자신의 능력, 노력과 주위환경이 자신의 추구하는 이상과 괴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이나 사회적 환경 속에 처한 사람은 사회의 양극화라든지 사회의 부조리가 더 눈에 들어오게 되고 마음도 더욱 부정적인 요소로 가득차게 된다. 그래서 언론들도 이런 문제를 더 다루게 되고, 이러한 기사를 보면서 사회에 대한 부정적 요소는 더욱 커진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가 머리에 가득 차게 되면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축소되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노력도 줄고 성공을 향한 발걸음의 보폭과 속도도 줄어들게 되고, 결국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그럼, 이 높은 자신의 이상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생기는데, 이 개인적 이상의 실현에는 계단식 발전을 위한 차근한 준비와 꾸준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신이 어려서부터 갖고 있던 꿈을 어떻게 성취하나의 문제는 자신이 성공을 하기 위해 극기복례하라는 의미로도 들릴 수 있지만, 이왕 할 일이라면 즐기면서 긍정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임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성공의 길에 오르는 것이 아니듯이, 산을 오르듯 매번 산을 정복하고 내려오고 나서는 새로운 산에 대한 도전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일상이 되어 관성을 갖고 생활하게 된다면 이는 강인하고 인성이 풍부한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청년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 자신의 자세를 유지하며 꾸준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환경이나 상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 자신이 의기가 소침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천하의 모든 생물이 자신의 역할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듯이 인간 각자에게는 타고난 각자의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을 모두 사회의 필요라는 요소에 획일시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과 미래 목표와의 연계성을 찾고 꾸준히 즐기면서 자신의 일에 매진해 나가면 미래의 꿈을 어느새 청년들의 앞으로 다가올 것으로 믿는다. 중국말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공의 믿음이 산을 옮긴다는 것이다. 즉, 신념과 노력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말을 해를 맞이하여 생활이 달리기인 듯한 말처럼 오로지 자신을 길을 열심히 뛰어나가는 젊은이들이 되어, 미래 선진 한국 창조에 더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자춘추] 봉사

찬바람이 부는 추운 계절이다. 이렇게 추울 때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얼마 전, NGO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함께 아프리카의 한 나라를 방문하여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볼 기회가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운 생활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우리나라의 60년대를 보는 듯 했다. 건물은 너무 낡아서 무너질 것 같았고 더 놀라운 것은 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간이 화장실로 그것도 5개뿐이라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NGO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비영리단체로 지원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지원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해방 후 60년대 초반까지는 전쟁으로 인한 생산시설의 파괴,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 부존자원의 빈약으로 외국의 원조에 의해 국민들의 삶과 나라가 지탱됐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위치가 되었기 때문에 어려운 나라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사회이라고 여겨진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여 건전한 사회를 위한 민주시민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남을 돕는 일은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작은 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왠지 모를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것은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 남을 위한 봉사나 기부는 돈이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부자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남을 더 배려하고 더 많이 돕는 것을 많이 보고 들었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올바르게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맹자는 사단설에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상대방의 어려움을 보면 그것을 약점으로 이른바 왕따를 시키기보다는 측은하게 여길 줄 알고 도울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경쟁과 대결이 아닌 협력과 협업, 융합의 원리와 필요성을 알게 하여 서로 돕고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영일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대마도를 다녀와서

방학을 맞아 경기도 역사교사들과 함께 대마도를 답사했다. 대마도를 향하는 배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다를 보노라니 돌아가신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1940년대 초반 일제 강점기에 광산에서 일하기 위해 이 바다를 건너셨다. 당시에는 식민지인으로 그들의 엄청난 괄시를 받으면서 짐짝 같은 취급을 받고 이 바다를 건넜으리라. 일본이 어디쯤 위치하고,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이 바다를 지나셨을 것이다. 20살의 어린 나이에 어려운 가정을 일으켜보겠다고 두려움을 숨기면서 이 바다를 건넜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아버지와 같은 분들의 고통이 있었기에 나는 좋은 배를 타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마음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아버지가 가셨던 훗카이도는 아니지만 배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통해 70여 년 전의 아버지 체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대마도는 우리나라의 어느 곳과 비교해도 내세울 것이 없는 그냥 평범한 섬에 불과했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우리 관리와 상인들이 수없이 경유해서 일본으로 향했던 섬이다. 조선의 이종무가 이 섬을 정벌하기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가장 큰 도시인 이즈하라의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유적들이 거리 곳곳에 남아 있었다. 예쁜 불상에서는 우리 문화의 흔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최익현 순국비를 보면서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단식으로 저항해야만 했던 결연한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서도 면세품을 싸게 샀다고 웃음 짓는 관광객들의 얼굴이 겹쳐지기도 했다. 제주도의 40%에 해당하는 넓이에 인구가 4만 정도가 살고 있는 대마도에서 우리와 다른 점은 도로가 매우 좁은 것이었다.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하여 무리하게 도로가 넓혀지는 우리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일본 사람들은 1차선의 길을 이용하면서도 서로 기꺼이 양보하고, 거리에는 쓰레기를 볼 수 없는 풍경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하는 점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는 용역을 주어서 화장실이나 복도를 청소하고, 교실은 학생들이 청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교실 청소만 하면 되지만 담임선생님이 솔선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횡단보도에서는 신호가 무색할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건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질서 의식과 책임감 등은 부러울 정도이다.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질서 의식부터 앞섰으면 하는 생각이 커진 답사였다. 그리고 한국을 폄하하는 망언을 하면서도 한글 안내판 많이 만들어 우리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일본의 이중적인 면도 읽을 수 있었다. 우장문 대지중학교 수석교사ㆍ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천자춘추] 너는 행복한 사람

노벨 문학 수상작인 모리스의 파랑새 이야기다. 숲속의 가난한 나무꾼의 아들 치르치르 와 미치르가 어느 할머니의 죽어가는 손녀 딸을 위해 파랑새를 구하기 위해 세계 여러 곳을 헤매다가 돌아오게 된다. 집에 와 보니 자기 집 새장 안에 있는 새가 파랑새인 것을 알게 된다. 즉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내용이다. 행복은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 혹은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깨달음에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나와 홍해를 건너 직선거리로 열하루면 다다를 수 있는 가나안 길을 무려 40년에 걸쳐서 광야를 헤매게 된다. 그야말로 세월을 허비하고 낭비한 것이다. 끝임 없이 불평, 원망, 낙심, 좌절하며 살아온 삶은 결국 낭비하는 삶이요 허비하는 삶인 것을 보여주는 교훈이다. 그들에게 지도자 모세를 통해 들려주는 말씀은 너는 행복자로다라는 말씀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가나안 땅은 밟아 보지도 못했는데, 환경은 힘들고 어렵기만 한데 너는 행복자로다. 너는 행복한 사람이야, 행복하게 살아야 해 이것이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었다. 어떻게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는가? 누가 행복한 사람인가?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불평, 원망은 받은 은혜를 잊어버린 데서 온다. 며칠 후면 설 명절이다. 명절이 되면 조상과 부모에 대한 효를 제일 먼저 생각한다. 서울 중앙청 뒤쪽 효자동에는 효자동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유래가 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손자와 낮잠을 자다가 그만 손자가 질식사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며느리가 남편에게 이야기 하니 남편은 죽은 아이 뺨을 때리면서 이 자식아 할아버지를 그렇게 속상하게 만들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하면서 죽은 아이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죽었던 아이가 살아났다고 하는 유래가 있다. 성경은 신앙의 척도를 부모공경에 근거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부모를 공경하지 못하고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옳게 섬기겠는가라고 말씀한다. 마땅히 자식은 부모의 뜻을 높여 드리는 것이 효이다. 또한 부모의 자녀 됨의 긍지를 갖고 부모의 소원을 우러러 따르는 것이다. 또한 낳아준 데 대해 감사해야 한다. 더 나아가 받은 은혜를 나누고 축복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받은 은혜를 기억 할 뿐 아니라 감사를 표현하며 나누고 섬기는 사람이 행복하다. 물질이 아니더라도 좋다. 반가운 얼굴로 두터운 정을, 미소로, 덕담으로, 눈빛으로 함께 하는 시간으로, 물질, 재능으로 섬기고 나누는 행복한 사람이 되라 말씀한다. 이스라엘아 너는 행복한 사람이로다 이관호 수원기독교총 연합회 사무총장ㆍ목사

[천자춘추] 꿈은 ‘꼭’ 이루어진다

새 해 좋은 꿈들 꾸셨는지요? 혼자서 꾸는 꿈은 꿈이 되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거기에 이 한 구절을 더하면 어떨까? 여럿이 힘을 모으면 누군가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며칠 전 새벽, 인천 공동모금회 배분사업 팀장이 한 학부모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았다. 지난 14일 일본에서 열린 피아노 경연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의 어머니가 감사한 마음에 돌아오자마자 잠자는 것도 잊은 채 새벽 4시에 보낸 감사의 인사였다. 당초,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회 참가가 어려웠던 이 학생의 부모는 대회 참가 경비를 지원받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한 끝에 공동모금회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대회 날까지는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상 지원 결정이 되더라도 대회 참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한 신속한 상황파악과 지원결정으로 대회 이틀 전에야 극적으로 2백 만 원의 대회 참가비용을 지원해 줄 수 있었다. 어머니는 편지를 통해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가슴이 뭉클하고 멍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양 쪽 눈에서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고 가슴 아픈 하루하루지만 훗날 언젠가는 환경이 좋아지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꿈을 꼭 이뤄서, 꼭, 어려운 사람들과 아이들을 도와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참석한 대회라 모녀는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물 한 잔 값도 아껴 쓰며 대회에 참석해 결국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피아노도 없이 피아노를 공부해야만 하는 한 어린 학생의 작지만 소중한 꿈은 그 꿈의 가치를 인정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어 준 많은 이웃들의 관심과 배려로 현실이 된 것이다. 한겨울, 추위를 이겨낸 나무가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처럼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기부와 나눔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소리 없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인천 시민들이 모아주신 111억4천783만9천139원은 이렇게 하나하나 작고 소중한 꿈을 현실로 꽃 피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14년 한 해도 좋은 꿈을 꾸고 또 누군가의 꿈을 꼭 이루어 주는 아름다운 기적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조상들이 즐겨먹던 건강식품 ‘시래기’

지난주 오랜만에 은사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게 됐다. 영양보충도 해드릴 겸 갈비 집을 찾았는데 은사님은 메뉴판을 보시더니 우거지 갈비탕에 시래기 무침을 한 접시 시키신다. 이렇게 좋은 것을 요즈음 애들은 왜 잘 안 먹는지 모르겠어하시며 시래기 예찬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래기 요즈음 청소년에게는 이름도 낯선 먹거리다. 김장재료로 많이 이용하는 무의 잎과 줄기를 시래기 또는 무청이라고 한다. 김장 후 대부분 버려지는 시래기는 카로틴과 토코페롤, 캄페롤 등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뿌리보다 많이 함유돼 있는데, 된장과 궁합이 잘 맞아서 어르신들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지는 음식이다. 특히 겨울철 운동부족이 되기 쉬운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푸른 채소가 귀했던 시절에는 겨울 동안 온 가족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식품이었다. 예전에는 김장을 하고 남는 무청을 집집마다 처마 밑에 매달아 말려 시래기를 만들었지만,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시래기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간혹 솜씨 좋은 주부는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어놓고 신경을 써서 잘 말리지만, 환기를 게을리 하거나 뒤집기 시간을 놓치면 색깔이 변하거나 썩어 김장 담구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시래기 보기가 어려웠는데 최근 시래기의 건강기능성이 알려지면서 시래기 열풍이 불고 있다. 충남 예산에서는 시래기를 위생적으로 가공해 컵라면처럼 물만 부으면 즉석에서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한인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강원도 양구에서는 전통 시래기의 억센 식감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재배기간을 줄여 보드랍고 연한 시래기로 가공하여 도시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해마다 시래기 축제도 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푸른 잎채소를 소금에 절이지 않고도 상하지 않게 보관하며 겨울동안 먹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까? 김장 후 버려지는 무의 잎과 줄기가 기능성이 많은 우수한 식품재료인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생각할수록 먹거리 생산이 어려운 시절을 지혜롭게 극복하며 삶을 영위해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따름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이미 놓쳐버린 선조들의 지혜의 끝자락에 다행히도 무임승차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천자춘추] 어느 병사의 정치투쟁 3원칙

2013년 10월 수원에서 개최된 세계작가페스티벌 전야제에서 중국의 비판적 문인이며 우리에게 쌍전으로 잘 알려진 류짜이푸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현재 세계는 과도한 개발과 소비의 길 위를 급히 행군하면서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시대의 큰 사고 틀이 전환될 것을 기대한다는 기조였다. 노학자의 내공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후 나는 시간을 내어 인상적이었던 기억을 이어가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기 위해 책방을 찾은 적이 있다. 류짜이푸는 1989년에 천안문 사태로 중국을 떠나 아직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살아가는 중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의 한사람이다. 이러한 삶의 이력은 이 책에 독특한 아우라를 덧씌워 다가왔다. 내용을 요약하면 수호지와 삼국지를 통해서 살육, 권모술수, 기만, 반란, 여성 혐오 등을 모두 위형적 문화로 단정짓고 그것은 중국인들에게 후대에 기입된 것이지 중국 문화의 근원적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고 이런 위형 문화에서 벗어나, 멀게는 산해경에서부터 가깝게는 홍루몽까지 이어지는 원형 문화로 회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주장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앞서 눈에 들어온 것은 문혁기간 중 홍치(紅旗) 잡지사의 책임자가 사회과학원에 어떤 홍위병 조직이 폭로한 승리의 비결을 건네 준 정치투쟁 3원칙이었다. 성실성은 필요 없다, 사당(死黨)을 결성한다, 상대방에 먹칠을 한다 일단 3원칙이란 내용에 충격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같은 걸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외치면서 소통을 위한 불통을 원칙이라 천명하고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를 일삼는 현실에서 자신의 역할이 한없이 작음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한 대학생의 안녕하십니까? 란 질문에 이 사회는 아직도 답하지 못하는 것일까? 수많은 질문이 실타래처럼 꼬리를 물고 내 앞에 다가온다. 그러면서 야당대표의 정치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다짐의 신년기자회견문 중 혁신을 통해 당 조직의 역동성을 회복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받는 당으로 거듭나겠다. 우리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해서 하나로 뭉치는 데에 전력할 것이라는 말에 국민들이 6.4지방선거에서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류짜이푸의 연설 기조처럼 시대의 큰 사고 틀이 전환될 것을 기대한다면 이 시대의 사고의 틀 전환을 위해 나 자신은 자기의 역할의 실천원칙으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작금의 정치현실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이미 승리가 확인된 홍위병의 정치 3원칙은 아직도 유효한 것인가? 김상회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바보가 되어야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이나 바보도 똑똑해 졌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아니 요즘 세상에서는 바보가 있을 리 없다. 매일 접하는 TV신문은 똑똑한 사람들로 꽉 차있고 좋은 말이 가득한데 삶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는 도리의 근본인 질서를 지켜야 하는데 질서를 지키는 진짜 바보가 없기 때문이다. 가정의 건강이 절실히 필요하다. 2012년 혼인은 32만7천건 이혼은 11만4천건이라는 보건복지부의 통계가 있다. 통계상 30%가 싫건 좋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가정이 가져야할 행복한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반증일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형성된 이기려는 습관에서 바보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이 우리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 옛말에 처녀가 시집을 가면 벙어리 3년,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도합 9년의 세월을 스스로를 인내하며 바보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것을 규약처럼 만들어낸 우리의 선조들은 다들 바보였을까? 왜 말하고 싶어도 말을 안했을까? 왜 보고도 못 본 척 했을까? 왜 들어도 못 들은 척 했을까?. 선조들의 생각은 누구나 사회적 경험이 10년은 되어야 주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 진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가족은 참고 인내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지혜를 습득했으리라. 이러한 노력으로 가족의 소중함과 참아내는 인내력을 배워 집안을 지키고 가문을 지키고 사회를 지켰으리라.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고 못난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 못 배운 사람이 고향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거꾸로 생각하면 바보가 되어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바보의 위대함이 설명 없이 설명되어지는 순간이다. 스마트폰 시대다. 초를 다투는 세상이 되어 늘 자신 스스로 자신에게 쫓기며 살아가고 있다.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이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알 수가 있을까. 기다릴 줄 아는 인내의 시간을 견디지 못했으니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빨리 소모될 수밖에 없다. 자연에 순응하며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은 바보가 된 세상이다. 자연의 이치 순리를 따르자고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는 바보가 되기를 꺼려한다. 우리에겐 진짜 스마트한 정신이 필요하다. 진짜 스마트한 바보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바보가 되어 쉬어간 만큼 자연은 건강해 질 것이다. 선배의 말 한마디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나 같이 바보가 되면 세상이 편해져. 우호철 화성문화원장

[천자춘추] ‘경기고법 설치’ 소망 다시 새기며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보름가까이 지났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몇 가지 소망을 가슴에 새겼다.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소망이 없으면 더할 나위없는 행복이다.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경우 작년에 새기고 새해에도 다시 새긴 소망이 있다. 경기고등법원 설치다. 경기고등법원 설치는 필자 개인의 소망일뿐만 아니라 경기도민의 소망이기도 하다. 2013년도 한 해 동안 필자가 경기중앙변호사회 공보이사를 맡으면서 경기고등법원 설치를 위한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경기도민의 관심과 기대를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 2006년 설문조사 결과 당시 경기도민의 66.2%가 경기고법설치에 찬성의견을 표시하였고, 경기고등법원 설치 운동이 본격화된 현재는 찬성이 압도적이다. 필자는 2013년 한 해 동안 각종 도내 행사장에서 경기고등법원 설치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경기도민의 뜨거운 열망을 체험했다. 심지어 서울시민조차 경기도에 고등법원이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대해 놀라며, 경기고등법원 설치 서명에 동참했다. 경기도가 타지방 자치단체에 비하여 차별을 받고 있는 정도가 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2013년도 사법연감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경기도 전체를 놓고 보면 서울을 제외한 4개 고등법원이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비하여 평균 인구는 2배가 많고, 의정부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 항소심의 사건수는 서울을 제외한 4개 고등법원의 평균 사건수의 4배에 달한다. 수원지방법원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관할지역의 인구수에 있어서 서울을 제외한 4개 고등법원 관할지역 인구수 보다 10% 이상 많다. 수원지방법원 항소심의 사건수만 하더라도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고등법원 평균 사건수의 3배에 가깝다. 고등법원은 고사하고 고등법원 원외재판부조차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2곳뿐이다. 서울로의 인구집중을 막아 서울시민의 쾌적한 주거 및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수도권규제의 굴레가 경기도민의 사법절차적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다는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해가 거듭될수록 소망을 다시 가슴에 새기는 작업은 늘어난 깊이의 고통만큼 더욱 절실해진다. 2014년도에는 반드시 경기고등법원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경기도 정치인들 중 경기고등법원 설치 법률안 통과에 행동으로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이 나타나 경기도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오도환 변호사

[천자춘추] 그 놈이 먼저 불었어요!

한 농부가 한 마리의 암소를 기르고 있었다. 가난한 농부에게는 소중한 재산이기에 가족처럼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 어느 날 아침 이 농부가 수의사를 찾아왔다. 자신의 집에 소가 병이 나서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의사는 커다란 알약 하나를 주면서 소에게 먹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의사가 준 알약은 거의 탁구공만 했다. 농부는 이렇게 큰 알약을 어떻게 먹여야 합니까?하고 먹이는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수의사는 커다란 호스에다 이 약을 넣고 그리고 한쪽 끝은 소의 입을 벌리고 목구멍에 넣은 후 한 쪽 끝을 잡고 힘껏 입으로 훅 부세요. 그러면 쉽게 약이 소 목구멍 안으로 들어 갈 것입니다. 농부는 알겠다며 약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저녁때 즈음 이 농부는 아침에 수의사를 찾아왔던 때 보다 더 심각한 얼굴로 수의사를 찾아왔다. 웬 일이십니까? 소가 상태가 더 안 좋아졌나요? 아닙니다. 그게 아니고요 그러면 무엇입니까? 약은 먹이셨어요. 예 그런데요. 왜 그렇게 걱정스런 얼굴로 찾아오셨습니까? 그런데요. 저~~ 그 놈이 먼저 불었어요. 마태복음 4장에는 예수의 공생애 첫 시작이 기록돼 있다. 광야에서 40일 금식하시면서 기도하심으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뜻을 펼쳐 가신다. 그러나 마귀는 그때를 노린다.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이신 주님을 시험한다. 경제적인 논리로, 세상의 인기 논리로, 세상의 권력과 부의 논리로 주님을 시험한다. 그러나 주님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마귀의 궤계를 물리치신다. 그리스도인은 믿음으로 세상을 이겨야 한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은 세 가지 면에서 정직해야 세상을 이길 수 있다. 첫째는 자신과 타인에 있어서 정직해야 한다. 배우자에게 정직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에게 정직한 자만이 행복한 가정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정직을 보여주는 부모가 되기를 소원한다. 제자에게 정직을 가르칠 수 있는 스승이 되기를 기도한다. 둘째 자신의 소득에 대해서 정직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털어서도 먼지가 나지 말아야 한다. 셋째는 자신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 정직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누리려는 사람에게서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부모의 부정한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면제 받은 자식에게서 어떻게 이 나라의 안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주님! 세상이 나를 향해 불기 전에 내가 세상을 향해 먼저 불게 하소서! 이관호 수원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ㆍ목사

[천자춘추] 문이과 통합교육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해 고조선 지역 조사차 중국 랴오닝(요녕)성과 지린(길림)성을 답사했었다. 조사단에는 천문학자, 화가, 고고학자, 암석전문가, 복원전문가 등이 함께 했다. 조사를 하며 전문성을 가진 고고학자들이 자연과학 쪽의 식견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고고학을 하며 자연과학적 지식의 필요성을 느꼈던 적이 많다. 한계는 많았다. 대학때도 자연계열 관련 강의는 수학 하나로 끝났다. 고고학에서는 역사, 인류학, 기후학 등 인문학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도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대 의대를 문과생에도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가 취소한 바가 있다. 교육과정의 파행 우려가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적 감성도 의학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 소견도 그와 같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래희망이 수없이 변한다. 인문교육을 받았다 하여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문제다. 2021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놓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미 예고를 했음에도 막상 닥치면 철저한 준비 없이 실시하려 한다고 많은 비판이 가해질 것이다. 오랜 예고를 거쳐서 도로명주소를 올해 본격 시행했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이과의 통합은 근본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과거 한때는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싸이가 단순히 가창력이 돋보여서 주목을 받지만은 않았다. 세계인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과 영상기술은 물론이고 영어에 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교육과정상으로는 선택의 폭을 최대한 존중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같은 계열 내에서의 선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계열을 초월한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게 진행된다면 대학 진학시 학과 선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지금은 입시 과정에서 자연계는 인문 과목을 인문계에서는 자연 과목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인문계열을 선택한 많은 학생들은 과학과목에 관심을 끊어버린다. 물론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도 역사나 사회과목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입시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역사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일었던 것이다. 우장문 대지중학교 수석교사ㆍ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천자춘추] 생각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하게 된다. 단지 일상처럼 달과 날이 바뀐 것뿐인데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새해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한다. 새해가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연말처럼 정리단계가 아닌 새로운 계획과 각오를 세워야 할 마음가짐이 생긴다. 이렇게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사람은 물질적인 면에서도 영향을 받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실제로 심리학자인 하버드대의 엘런 랭거 교수는 이러한 마음가짐, 즉 생각만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청소부 84명을 관찰했더니, 하루에 15객실을 청소하는 이들은 대부분 과체중으로 복부비만과 고혈압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 중 42명에게만 청소활동이 운동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설명을 했고 나머지에게는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후에 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보니 설명을 들었던 42명 청소부들은 복부비만이 없어지고 혈압도 낮아지는 등 건강상태가 매우 좋아졌다. 그 이유는 청소를 할 때마다 칼로리가 소모된다고 생각하니 실제로 지방이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명을 듣지 않은 나머지는 변화가 없었다. 청소하는 것이 운동효과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로와 독소만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실험을 일반인에게는 할 수 없어서 사형수를 대상으로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형수를 의자에 묶은 다음 동맥을 자르면 피를 많이 흘리게 되어 죽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손목에 작은 상처를 내고 그 옆에 수돗물을 떨어뜨려 피가 떨어지는 효과를 냈다고 한다. 그 결과, 실제로 사형수는 사망을 했는데 그 사유는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과다출혈로 심장이 멎는다는 생각만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다. 새해에 새로운 마음가짐을 하듯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생각을 고집하기보다는 시대에 맞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혁신이 아닌가 한다. 매트 리틀리는 이성적 낙관주의자라는 저서에서 인구 폭발과 자원 고갈, 전염병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집단지성 등의 혁신으로 이러한 것들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가 생각하고 나아갈 길은 바로 혁신인 것이다. 김영일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교육장

[천자춘추] 취업과 상아탑

대학이 상아탑이라고 불리어지던 시대가 있었다. 이 당시 대학생이라면 사회에 대한 관심도 갖고 사회도 이들에게 초보 어른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하였던 시기로, 이들은 대학에서 학문에 대한 자유도 누리며, 이성 교재도 그리고 친구들과의 간단한 술자리도 허락되던 시기였다. 이 당시 대학생이라면 가정, 사회, 국가 그리고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이상을 펼쳐가기 위해 목표를 갖고 노력해 사회에 진출하는 준비를 해나가던 시기이다. 이 시기는 아침부터 도서관에 앉아 자신이 목표한 시험을 준비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친구들의 자리를 같이 하며 사회에 세계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뜬 밤을 세기도 했던 시기이다. 이 당시 대학생들은 현실이 고달프기는 했지만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자신과의 꾸준한 경쟁을 하던 시기로, 경제적으로 힘들어 일부는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근로생활도 하고, 돈이 없어 세끼를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대학 학보사나 근로가 가능한 부서에 들어가 경제적 부담을 줄이며 가끔 회식 때나 먹을 수 있는 자장면을 행복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사회에 진출하여 이제 사회의 기성세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제 이들에게는 이들이 어렵거나 힘들게 지내온 과거에 대한 보상의 장밋빛 보다는 자식들에 대한 의무에 힘들어 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들이 늘어난 방면에 취업의 기회는 더욱 줄어, 현재의 대학생들은 대학 학점관리에 외국어 능력에 기타 취업을 위한 자격 맞추기에 바빠졌고, 외국에는 한번쯤 갔다 와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되어 대부분의 부담이 부모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다른 집도 하고 있는데 우리 자식만 몰라라 할 수 없는 시기이기에 취업을 해야 하는 대학생들과 부모들이 모두 서로에게 고통을 주며 자신도 고통을 느끼는 이중고를 느끼고 있다. 대학은 학문을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젊음과 지식의 광장이다. 이러한 대학이 취업을 위해 취업자를 많이 만들어 내야하는 취업준비 학원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우리 시기의 여러 분야의 학문은 어떻게 발전해 가야하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취업이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교육의 중장기 목표를 갖고 대학교육에서의 창의성에 기반한 여러 종류의 취업의 길을 만드는 것이, 나라의 100년대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취업이 중단기 계획이라면 교육은 국가의 중장기 청사진이라고 본다. 취업을 위주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상아탑 무너뜨리는 선진국민 교육에 역행하는 일이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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