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자본주의 경제를 끌고 미는 두 힘

자본주의는 개인들이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개인들이 욕망 또는 희망을 좇아 경제활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체제다. 사람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생존과 발전, 나아가 배우자와 자식의 부양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능에 부합하며 자연스럽기 때문에 매우 지속성이 높은 경제체제다. 공산주의가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 기대어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는 인간의 이기적 본능이 사회적 본성보다 더욱 강함을 입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각 개인의 자기이익 추구가 적절히 통제되지 못할 경우 그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연결되어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자본주의 이전의 대다수 경제체제가 사리추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정부가 개인의 경제활동을 강하게 규제한 것도 바로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장과 경쟁이라는 도구가 등장함으로써 우리는 개인의 사리추구 본능을 허용하면서도 그러한 사리추구가 사회전체의 이익이 되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장은 보다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여러 생산자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하도록 경쟁시킴으로써 비효율적인 생산자는 도태시키고 효율적인 생산자만 남긴다. 따라서 생산자는 보다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도 경쟁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도, 즉 도산(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누리게 되는 한편, 전체 경제도 기술 발전과 효율성 향상을 이룩하게 된다. 사리추구가 공익증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이러한 이익의 기회에 바탕한 희망과, 손실 또는 도태의 위험에 대한 공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직면하는 양대 요소로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보다 효율적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만든다. 특히 누구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경쟁은 경제의 효율화와 소비자복지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자본주의 경제의 빛이자 소금과 같은 요소다. 경쟁이 없다면 자본주의도 공익을 달성할 수 없으며 무책임한 이익추구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우리 산업계에서 경쟁이 충분히 이뤄지는지 돌아봐야 한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기술 및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는가?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끊임없이 퇴출되고 있는가? 특히 대기업들도 언제든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가? 배재수 한국은행경기본부장

[천자춘추] 법과 인간정서

철학자도, 학자도 아닌 실무가에 불과한 필자가 너무 거창한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법이란 인간세계에 있어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한자의 법(法)이란 글자도 물 수(水)자와 갈 거(去)자가 합쳐진 글자로 물 흐르듯이 가는 것이 법이라 하였으므로 필자의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법이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한 사안을 놓고 볼 때 그의 갇혀진 생각과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보편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기 위한 법리적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의 개별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과 그 법리를 일괄 적용하기 위한 법적 안정성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것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기술적, 방법적인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큰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에 대해 법률상담을 해주면서 느낀 것은 상식을 규정한 것이 법이라지만 매번 100%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의 상담 중 많은 경우가 상속에 관한 것이었는데 희생된 단원고 학생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부모가 일찍 이혼하고 부모 중 일방이 양육비도 못 받고 혼자 키워 오던 중에 사고를 당하였다. 또 어떤 경우는 부모가 다 떠난 후 할머니가 혼자 양육하다가 변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현행 민법상 상속인은 1순위가 배우자와 직계비속, 2순위가 배우자와 직계존속이므로 희생된 학생들의 경우 부모가 이혼한 경우라도 직계존속인 부모가 공동으로 상속인의 지위에 있고, 할머니가 양육해온 경우도 부모만이 상속인이 되고 할머니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 보험사에서 배상금을 지급하고 추후 선사에 구상금을 청구하는 식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 경우 보험사는 통상적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한 후 공동상속인 각자에게 반반씩 지급할 것이므로 아이를 양육해 온 부모 일방이나 법적 상속인이 아닌 조부모 입장에서 볼 때는 법적 관점을 떠나 인간정서상 다소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법이 인간 사회의 보편타당한 상식을 규정한 것으로 본다면 그러한 법과 인간정서의 괴리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병길 법무법인 평정대표 변호사

[천자춘추] 국민이 진짜 주인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이것은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주인이란 무엇인가? 자기 것에 대하여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하여 알아야 하고 또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사건들에서 과연 국민의 뜻이 확인되고 관철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예컨대 해경이 해체되고, 총리가 바뀌고, 월드컵 출전선수가 결정되고, 전월세에 세금이 부과되고, 노인수당이 지급되는 등등 이런 모든 일들이 과연 국민의 뜻에 따라 진행되는가? 물론 모든 일이 국민의 뜻에 따른다고 하기에는 국민의 생각이 너무 다양하다. 온 국민이 하나의 의사를 가진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더구나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서 다 알기도 어렵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국민의 역할은 바로 그런 문제에서 국민을 대신해서 결정하고 집행하는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일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거하는 것을 말한다. 선거야말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국민이 권력을 맡겨야 하므로 잘 뽑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후보자의 공약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후보자는 당선이 급할 뿐 나중을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허황된 공약들이 통용되었던 과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이 아니라 이제까지의 행적을 보아야 한다. 후보자 개인의 언행을 다 알기는 어려우므로 그가 속한 정당의 정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소속 정당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을 공천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당들의 정책에 큰 차이가 없다면 결국 학연, 지연을 따지게 되고 이른바 네거티브선거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간의 정책차이가 크지 않은데다가 이번엔 특히 정책을 홍보할 시간적 여유도 적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거에서 국민이 정책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을 주인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결과가 된다. 주권행사가 제약되므로 국민의 주권이 일시 박탈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시 후보자와 정당들의 급조된 공약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담보로 모험을 걸어야 하는가?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천자춘추] 아직도 먼, 생활 속의 문화

천자춘추의 필자로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추억이 자주 떠오른다. 하지만 필자의 추억들은 쓰라린 상처를 동반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 고향 땅에서 무작정 서울로 온 부모님이 자리 잡은 곳은 삼양동 판자촌이었다. 그곳에서 보낸 초등학생 시절, 필자는 동화책 한권 구할 수 없어서 주인집 마루에 뒹굴던 도시행정이라는 서울시청 기관지를 읽고 또 읽었다. 당연히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어린 가슴에 상처를 주는 교과서보다 반가운 소식지였다. 가난 때문에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운동장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배를 채우던 아이들한테 교과서는, 양식 먹는 법이랍시고 포크는 왼손 나이프는 오른손을 사용하라고 가르쳤다. 그런 식으로 교과서는 우리의 생활과 거리가 먼 문화를 들먹이며 상처를 주고 있었다. 필자에게 가장 큰 상처는 오무라이스였다.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공군조종사 출신의 삼촌과 5.16 광장에 다녀왔다. 전시된 비행기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오무라이스를 먹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오무라이스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황당했던 건, 필자의 오무라이스에 대한 질문에 뭘 그런 걸 물어보냐며 화를 벌컥 낸 담임교사의 반응이었다. 도대체 교과서는 왜 그 많은 음식 중에 당시 교사도 먹어보지 못한 오무라이스를 들먹였을까? 어쨌든 그 오무라이스는 훗날, 고교시절 친구들과 몰려간 어두침침한 경양식집 메뉴판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때의 기분, 솔직히 불쾌했다. 이러한 필자의 추억이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대이든 생활과 문화 간의 거리감은 심각한 사회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필자는 아들 녀석만큼은 어릴 때부터 교과서를 벗어나 생활 속에서 문화를 즐기게 하고 싶어 드럼학원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피아노를 배우겠다는 것이다. 뭐? 피아노? 그러다 진짜 음악대학에 간다고 하면 어쩌나? 그 엄청난 교육비를 어찌 감당하나? 그렇게 필자에게 다가온 건, 생활 속의 문화가 아니라 돈이라는 현실이었다.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아, 지금 이 시대에는 이런 식으로 생활과 문화 간에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또 상처를 주는구나. 그래도 다행이다. 딸 아이가 선택한 것은 연극이기에. 고맙다 내 딸아, 경제적 부담이 적은 연극을 선택해줘서.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독서는 희망이고 미래다

요즘 많은 사람은 신문 기사를 훑어보기가 무섭다는 말을 한다. 각종 사건과 관련하여 어느 곳에마음을 두어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에서는 동료들과의 대화 단절과 오해로 빚어지는 허탈감이 있고, 가정에서는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 확산, 이혼 등 가정위기로 정서장애가 따르고 있다. 이러한 풍조로 사행성 심리를 자극하는사회 분위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빈부의 격차로인한양극화문제 등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있는 불신과 신뢰의 붕괴는 누구의 탓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재인식할 때이다. 과거 대가족 체제에서 살던 우리 조상들의 삶과는 다르다. 오늘날은 핵가족화와 대단위 아파트등 주거환경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의 변화, 인터넷 게임의 확산, 휴대폰의일반화 등점점 더 개인주의적이고 고립된 생활패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투신자살과 집단 가출, 이유 없는 폭력 등 끝없는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정체성을잃어버리고 표류하는 혼돈의 삶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필자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용한 독서혁명을 제안하고 싶다. 독서는 미래이고 희망이다. 현대인의 메마른 마음속에 숨겨놓은 불신과 갈등을조용한 독서를 통해 의식을 바로 세우고 마음을 치료하는 방안을찾아야 한다.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이 대부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마음의 병은 우리 몸을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황폐화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마음의병을 적절하게 치료하고 건강한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좋은 책과 함께, 사고과정을바꾸는 독서치료가필요하다. 독서는 사회문제의 부작용을 정화하는 해독제로서 그 역할이 충분하다.조용한 독서를 통해풍요로운 삶을 이웃과 직장인과 함께하고,가족과 함께 만들어 나갈 수있다.풍요로운 삶을 가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을기르는 힘이다. 생각하는 힘을 키울수 있는지름길은 책 속에 있고, 한국의 미래는 국민 개개인의 지식 경쟁력에달려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획득하는 뿌리는 책에서 찾아야 한다. 책은 단순히 글자를 눈으로 읽는것이 아니라, 글자와 글자, 행간과 행간의 의미를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며 조합하는 창조적인 행위이다. 다시 말해 눈을 움직여 글자를 인식하는 물리적인 행위가아니라, 독자 개인이 자신의 감정과영혼을 불어넣어 책의 의미를 재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문택 안양시 평생학습원장

[천자춘추] 3D 프린팅

미래예측은 국가정책과 기업경영에 매우 중요하다. 기업과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을 맞이한 것도 어쩌면 미래예측, 더 나아가 미래 대비 능력이 부족한데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해 관망할 수 만은 없다. 우리에게는 여러 분야에 걸쳐 미래예측 연구가 있었고 지식 축적도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관심과 굳건한 의지가 있느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미래 삶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줄 여지가 있는 것으로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3D 프린팅을 살펴보자. 3D 프린팅은 3차원으로 디자인 된 디지털 도면을 이용해 프린터로 비교적 간편하게 입체적인 물건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금껏 컴퓨터 프린팅은 프린터로 2차원의 종이에 인쇄하는 것이란 생각에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3D 프린팅은 다소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3D 프린터로 총기류 제작, 음식물 생산 등 3D 프린팅 세상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수많은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세계 도처의 유명 도시에서 각종 3D 프린팅 쇼가 열리는 일도 빈번하다. 이는 3D 프린팅이 인터넷보다 더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언론 기사가 나온 지 채 2년이 안 돼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3D 프린팅이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겠다. 미래예측 전문가들은 3D 프린팅이 미래의 주거문화에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고한다. 미래에는 우리가 사는 집이 3D 프린터로 프린트해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24시간 내에 인쇄해서 적당히 살다가 버리고 필요하면 원하는 취향에 맞게 새롭게 프린트해서 사용하는 일회용 주택이 된다고 한다. 실내장식이나 외양에 대한 손질을 고려치 않는다면 1시간 정도면 건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지은 보통 규모의 집은 약 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니 12인 가구가 사는 국민생활형 주택에 비교하더라도 그 값이 엄청나게 낮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방식의 주택 제공은 사람들에게 집의 장소적 고정 때문에 생기는 생활공간 상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앞으로 주택은 가구와 같은 내구성 소비재로 인식될 것이다. 실제 사례로 중국에서는 시범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3D 프린팅 주택은 확산되어 갈 것이다. 그 결과, 주택 및 전월세 시장에 일대 변혁이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 기존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미래 예측과 대응 역량에 달렸다. 미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검토와 대비를 기대해 본다. 유영성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규제 완화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직전에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한 달간 40여건의 규제개혁법이 발의되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멈추었다. 무엇을 위하여 규제 완화를 하려는 것인지 되짚어 보자. 첫째, 규제 완화는 규제의 양적 감소가 아니다. 국가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규제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꼭 필요한 규제만을 만들어도, 종류와 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필요한 규제는 존치하되,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여야 한다. 대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여야 한다. 둘째, 철폐할 규제와 존치할 규제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 기준없이 접근하면, 각 기관들은 보고를 위하여 양적 실적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철폐되어야 할 규제보다 철폐하기 쉬운 규제를 철폐할 것이다. 이미 일부 기관에서는 규제 완화를 양적으로 접근하면서, 평가와 연계시키고 있다. 셋째, 규제 완화는 무엇을 위해서 하는가를 생각하여야 한다. 우리는 소득이나 경제성장으로 대표되는 물질적 풍요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규제완화는 경제살리기란 미명하에 이러한 가치들을 희생시키는 것이었다. 눈앞에서 당장 돈이 들어가는 반면, 당장의 이익이 없는 안전에는 소홀해 왔다. 2009년 1월 해운법 시행령 개정은 선박연령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렸다. 해운강국 대한민국이 일본에서 노후선박을 수입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완화된 선박 관련 규제는 20건이 넘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 와서, 안전규제는 완화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한다. 안전이 규제 완화의 대상일 수가 있는가? 이것은 사익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넷째, 규제 완화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잘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규제가 많아서도 아니고 적어서도 아니다. 지켜야 할 규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피아도 그 자체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전문지식을 가진 퇴직 관료들이 기업이나 산하단체에 가서, 전문지식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규제를 엄격히 지키도록 하면 관피아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현직에서는 규제를 만들어서 기업이나 산하단체를 감독하던 관료가, 퇴직후에는 기업이나 산하단체에 가서 규제를 어기고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장춘 전 대사는 공직의 최상자격조건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애국심과 정직이다라고 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후 몇 시간이 지났을 때도, 탑승자는 안전하다고 보고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도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왔는가? 나는 이러한 연대책임에서 자유로운가? 임형백 성결대학교 지역사회과학부 교수

[천자춘추] 우리사회의 공중도덕 불감증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면 사회제도 및 제약을 잘 지켜야 한다. 거기에 질서행위도덕규범윤리법률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준칙들이 있다. 그것을 공중도덕이라 한다. 우리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바람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순기능도 있지만 반면 역기능도 많다. 현대사회는 청소년 비행과 탈선이 도를 넘어서고 또한 자녀들의 과잉보호는 기본적인 생활예절, 인내심부족 등 잘못된 인성교육으로 타인과 이웃한테 피해를 주고 있다. 사실상 사회규범 준수의 정신은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필자가 얼마전 D시를 가기 위해 고속열차를 탔다. 4살쯤 보이는 아이 둘이 객석사이를 오가며 시끄럽게 장난치고 다녀도 30대 엄마는 방관적 태도를 보였다. 주위 승객들을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그 누구도 아이들 행위를 제지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아이 엄마와 언쟁을 빚는 게 싫어서 참는 게 좋다는 생각이었을까? 아이들의 소란은 계속됐다. 마침, 내 곁으로 소리 지르며 달려오자 그때 조용히 앉아서 가야지라고 한마디 했더니 잠잠해졌다. 한편 젊은 어머니에게는 자녀에게 교육을 시킬만한 의지와 능력이 없어 보였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그녀도 부모로부터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이 성장하면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무례한 사람으로 성장할 개연성이 높다. 이 역시 부모교육과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몰상식한 사람이다. 이뿐만 아니다. 아무데서나 술주정 행위, 씹던 껌을 버린 행위, 바가지요금 씌우는 행위, 과도한 스킨십 행위, 길가에 쓰레기 버린 행위, 노약자 자리에 젊은이가 앉아 있는 행위, 전철 안 젊은 남녀의 과도한 애정표현 행위, 층간의 소음행위, 금연지정 장소에서 흡연행위 등을 흔히 보게 된다. 타인에게 조금만 배려해 주고, 신경을 써주면 될 일인데 지나치게 자기위주로 행동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과 도덕성 문제다. 실제로 소수가 지키지 않는 공중도덕 때문에 대다수가 마음을 상하게 하고, 불편을 느끼게 하며 심지어 외국인으로부터 한국인의 이미지마저 구기게 만든다. 이웃 선진국은 어떤가. 일본국민은 길거리에서 휴지나 오물이 떨어져 있으면 그걸 주어 주변 쓰레기통에 버리고, 여의치 않으면 집까지 가지고 와서 규격봉투에 넣어 버린다고 한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이런 부모들의 행동을 본받아 습관이 생활화돼 있다. 이웃 중국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개최 전, 줄 서기 운동을 전개하여 시민을 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잘 지킨 공중도덕이 필요조건이다. 박정필 시인수필가

[천자춘추] 음악의 또다른 언어 감성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민족의 민요이자, 얼마 전 소치 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통하여 알려진 우리의 아리랑. 아리랑의 선율을 들을 때 어떤 이는 신명나게, 어떤 이는 구슬프게 듣는데, 바로 이것이 음악이 가진 독특한 특성이 아닐까 한다. 음악은 감성과 연결되어 있다. 요즘 스마트세대의 출퇴근 모습을 보면, 이어폰을 꽂은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인지 혹은 어학과 관련된 그 무엇을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 시대의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개인의 시간 활용을 듣는 소리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음악의 속성을 가장 잘 이용한 곳이 음원다운로드 시장이다. 감성적 위안을 필요로 하는 현대인들의 니즈(needs)에 맞춰 음악을 다양한 감성분류로 나누어 감정분류 뿐만 아닌, 상황과 장소 날씨에 따른 다양한 분위기적 분류를 통하여 음원을 제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감성이라고 하는 무궁한 느낌의 능력 안에는, 음악이라고 하는 또 다른 감성언어가 숨겨져 있다. 슬플 때나 기쁠 때, 화가 나거나 평온한 상태일 때, 또는 아무런 생각이 없을 때 등등 여러 상황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선택에 의한 다양한 행동 중 하나로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이때 사람들은 음악을 통하여 위로를 받거나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음악을 듣는 시간 속에서 힐링(healing)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선택하는 음악들의 장르와 내용에 대하여 지식적으로 깊이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의 감성은 그 선율과 함께 어우러져 바쁜 일상의 쉼터가 되어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를, 요즘 삶이 각박해 지고, 이기주의화 되어가며, 많은 것이 부패하였다고 한다. 그설령, 표면적으로 들어난 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그것이 극히 작은 일부분의 일들 일 것이며 이웃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삶은 보다 아름다우며 훨씬 더 많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들 가운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예술적 감성이 우리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줄 뿐 아니라 우리를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따뜻한 삶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아리랑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웃기도 하며, 가끔은 춤을 추기도 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음악을 통한 마음의 치료, 지금 이 시간, 아리랑 하늘에 수많은 따스한 별들이 우리 마음에 사랑으로 울려 퍼지길 기도한다. 김재영 경기도립국악단 예술단장

[천자춘추] 건강식품에 대한 일고

무엇을 먹어야 좋나요? 수술 후나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다. 예로부터 음식과 건강의 관련에 관한 수많은 믿음과 이를 이용한 비방(秘方)으로서 건강식품이 존재해 왔다. 80년대 말경한소아환자의 사망이요즘유명한 모 회사의 심해상어 간유로 만든 건강식품이 폐로 들어가 생긴 흡인성폐렴이었다는 의학적 견해가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당연한 결론 같아 보임에도 그 식품의 지지자들은 물론 심지어 일부 의료전문가 그룹들까지도적극부인에나서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다. 글루코사민, 오메가3, 무슨 무슨 기름과 버섯, 각종 생약재부터 각종 비타민 류, 영양제등 셀 수 없이 광고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건강기능성 식품들이 우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한편에서는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다고 하고, 다른 편 연구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다. 우리나라 전체 제약회사총매출을합해도 한 대형 외국계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서 이토록 수많은 만병통치약이 우리나라에서 개발, 판매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보인다. 과학적 의료의 눈부신 발전에도 그 많은 의학관련 연구소가 어찌 건강식품 몇몇의 효능에 관해 제대로 된 데이터 하나 발표하지 못하는 것일까? 건강염려증은 혼란한 사회를 반영한다. 그냥 드시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의사의 반농담으로여기어 믿지 못하고 기어이 무언가를 구입,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런 풍토는 건강과 식품에 대한 정보를 가르치고 판단해 줄 전문가들조차 이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데서 기인하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침몰하는 배의 구난에 우선적 책임을 져야 할 공공기능(국가)이 제대로 구조지침을 내려주지 않고 배 안에 갇힌 선장에게만 판단의 책임을 미룬다면 어느 선장이 그 모든 짐을 스스로 지려고 할까? 국민건강은 난립한 건강식품을 통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옥석을 가려 불필요한 복용을 줄여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공포마케팅을 통해 이루어지는 불필요한 지나친 건강식품복용과 마찬가지로 영리목적을 위해 이루어지는 과잉진료를 막을 대안이 적정진료를 수행하는 공공적 병원을 보호 육성하는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까? 헌법적 권리인 건강권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난무하는 건강정보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착한 규제를 강화하고 착한 적자를 많이 내도록 공공의료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 져야 건강을 해치는 불량 건강식품으로부터국민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천자춘추] 도시의 안전

세월호의 참사로 안전이 온 나라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도시 안전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70% 이상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 안전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현대사회의 생활과 주거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들이 일어나는 하나의 공간이다. 인구 밀도가 높고 인공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중심이 되는 곳이다. 이 같은 도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편리성과 안정성이다. 그럼에도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 현상으로 고층 건물과 위험물 시설의 증대가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과거의 재해는 주로 자연으로부터 발생하는 천재(天災)가 대부분이었다. 인간은 자연스레 이에 대한 기술적 대응방법을 개발하여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등 그 피해를 줄이는 데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운용하는 주체가 사람이다 보니 인재(人災)가 발생하고 있다. 도시인들은 반복되는 사고와 예기치 않은 재해에 생명과 재산을 잃고 있다. 기술력의 발달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편리성이 도시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었지만 자그마한 실수와 부주의, 시스템의 고장 등으로 기반시설의 작동 오류도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편리성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가 발전하면 할수록 사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시형 재해나 사고를 맞게 된다.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 인천호프집 화재, 서울메트로 지하철 추돌사고 등 인재에 의한 안전사고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보건기구(WHO)는 도시의 기본 조건으로 건강성과 편리성 그리고 안정성의 기준을 정해 안전도시를 인증해주고 있다. 도시생활에서의 최우선은 안전이라는 것을 제시해준 것이다. 따라서 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안전을 염두에 두고 예방을 위한 안전 계획도시 공간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안전한 미래의 도시는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범죄와 재해, 재난으로부터 사고 근절을 위하여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재난에 신속하게 대처할 능력을 길러야 할 때다. 신계철 경기도건축사회 부회장

[천자춘추] 미래교육에 대한 몇가지 단상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짧은 시간에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마주할 정도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교육의 역할이 컸다. 이를 통해 배출된 인적자원은 사회와 산업발전의 기초 자원으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희망이 됐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시점에서 우리의 미래교육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시대가 바뀌면 교육의 방식과 내용도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정의 실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즉 공정한 게임(fair play)을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우리의 고질병인 혈연, 지연, 학연이 불공정 사회를 만드는 주범이다. 불공정 사회는 언젠가는 폭발하는 화약고와 같다. 이로 인해 수많은 인재가 실망하여 자포자기에 빠지거나 타국으로 이주하여 우리가 입는 손실이 막대하다. 러시아에 귀화하여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겨준 빙상선수 안현수의 예를 익히 보지 않았는가? 아마 보통사람들은 국적을 바꿔서라도 꿈을 이룬 안현수에게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차세대에는 편가르기와 사회 부조리가 없도록 어릴 때부터 정의 실천 교육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둘째, 의무 실행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앞으로는 최소한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이수하지 못한 자들은 고위직에 임명되거나 선출직에 진출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뚜렷한 사유 없이 국민의 4대 의무도 이행하지 않는 자들이 득세하고 군림하는 세상이 과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인가?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부조리와 박탈감은 결코 우리나라를 꿈이 있는 살만한 나라로 만들지 못할 것이니 어릴 때부터 기본의무를 수행하도록 교육해야 하겠다. 셋째, 준법 실천 교육을 해야 한다.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놓고 토의하고 결정하며, 결정된 내용은 반드시 준수하게 하는 준법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의 목표가 반듯한 민주시민의 육성인 바, 어릴 때부터 사회적 약속인 법을 준수하도록 교육하는 일이 필요하다. 넷째, 학생들의 꿈, 끼, 가능성을 존중하는 진로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조류에 편승하여 대학에 가지 않고 본인의 적성에 따라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도 차별대우 없이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스승이라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으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며 제자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 무관의 제왕 선생님들께 힘찬 격려를 보낸다 김해겸 청덕고 교장ㆍ수필가

[천자춘추] 이 어둠 속에서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이 침묵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 모두의 일상이 침묵하고 있다. 그것이 문화예술이건 일상이건 하나의 하늘아래 살고 있는 우리 모두, 어찌 침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문화예술계도 외적으로 표출되는 정서를 삼가고 모두 하나가 되어 마지막 한순간까지 희생자의 눈물이 되어 함께 느끼고 함께 아파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축제를 취소하고 공연장에서는 공연을 취소한 채, 억누를 수 없는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어찌해야 하는가? 필자는 과연 이 시기에 이런 상황에 문화예술은 어찌해야하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저 무거운 침묵만 흐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멈춰있을 수는 없다. 멈춘다는 것은 우리의 역할을 우리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계가 문화예술인이기에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분명, 의무이기도 하다.그렇다. 문화예술은 무의식의 세계가 의식화 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창의적 정서를 창출하고 그 정서를 통해 삶의 가치를 높이는 소중한 분야이다. 그 소중한 문화예술이 이대로 침묵만 하고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야 말로 무책임한 자세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볼수록 참으로 기막힌 사고였다. 픽션을 토대로 구성되는 연극무대에서도, 원고지 한 쪽에서도 아니 세상 그 어느 예술가의 상상 속에서도 있을 수 없는, 용서할 수 없는 사고임에 틀림없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누구를 탓하기보다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자고 외쳐도 어찌 탓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한심한 재난대비 시스템을, 이 경악할 책임자들의 범죄 행위를... 책임져야 한다. 또한 우리 문화예술계 역시 각자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세상을 달리한 이들을 위한 지금과 같은 우리의 의지 표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용서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한, 또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 늦었다는 불안감도 떨칠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시급히 우리 문화예술인이기에 가능한 바로 그 것, 예술을 통한 정서 치유라는 역할이 시작되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삶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문화예술인들은 항상 앞장서서 정서의 나눔을 통해 우리의 삶에 희망을 불어 넣었다. 바로 지금, 문화예술인들만이 할 수 있는 그 소중한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진정한 재발방지 대책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 이번 세월호 참사 얘기가 아니다. 10명의 희생자를 낸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건, 5명의 희생자를 낸 작년 7월 태안 해병대캠프 사건, 멀게는 선생님 포함 23명의 유치원생들이 희생된 1999년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 502명이 희생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등 대형 안전사고 후 피해자 가족의 인터뷰에 꼭 나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이 다 수습되기도 전에 지하철 추돌사건과 몇 건의 선박사고가 더 일어났다. 매번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을 보면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는 반증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중복규제만 양산하고 규제를 빌미로 감독기관과의 유착이 더 심해져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대형사고가 나면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거쳐 관련법률을 개정보완하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다. 그런데 법과 제도개선이 문제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있는 법을 잘 안 지킨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만 해도 선박법, 선박안전법, 선박직원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수난구호법,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 각종 법률에 수십 가지의 안전담보 장치가 있었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그 중 몇 가지만 제대로 기능해도 가능한 일이었다. 준법정신과 생명존중 정신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법을 도입해도 무용지물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은 선박회사 관계자와 관련 공무원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준법의식의 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처벌과 징계는 개인적 차원의 대책일 뿐이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아니다. 물론 이것도 필요하기는 하다. 현재 검찰과 경찰, 감사원, 국세청, 금융당국 등 온 나라의 사정당국이 나서서 세월호 관계자들의 비위를 밝히려고 조사 중인데, 평상시에 왜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결국 법과 생명을 경시하는 우리사회의 풍토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건이 마무리되면 금세 잊어버리는 습성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소한 사례지만 운전하다 보면 신호를 무시하는 운전자와 보행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다. 그러니 자신의 행위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것이 많은 국민의 의식인 한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법이 지켜지고 생명이 존중되는 그런 안전한 나라를 만들 때까지 주변을 살피고 또 자신을 살펴야 할 때다.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천자춘추] 책이 주는 선물

책은 사람들에게 많은 선물을 준다. 필요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지식을 주고, 마음이답답할 때는 위로와 조언을 주기도 한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하고, 미래를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른 시각으로살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올바른 감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고, 밋밋하던 가슴을 달아오르게도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도 선비의 청아한 글 읽는 소리가 담장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집안의 자랑으로 여겼다. 오는 15일은 세종대왕 탄생일이다. 과거에 독서는 양반의 전유물이었고, 일반 백성은 무지하여 늘 약자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가엾게 여긴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창제하기에 이르렀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표현할 수 있는 소리의 숫자만도 로마자, 알파벳이 300여 개에 불과한 데 비해 한글은 9천여 개이다.한글은 가독성이 높아 독서의 속도에서뿐만 아니라 이해력을 높이는데도 뛰어난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한글의 위대함과 더불어 세종의 정신은 우리가 계승시켜 나가야 할 중요한문화적 유산이다. 이덕무는 문을 닫고 앉아 글을 읽어도 천하의 일을 알 수 있었다고 했고,칼라일은 책 속에 과거의 모든 영혼이 가로누워있다라고 표현했다. 책의 중심에는 문자와 기록의 역사가 있다. 파피루스와 점토판, 양피지, 그리고 양장본 형태로 발전해왔다. 국내만 해도 연간 약 4만여 종의 출판물이 발행되고 있어, 과거 집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책은 이제 부자든 가난한 자든 국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가 있다. 그런데 1년에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의 비율은 71.4%이다. 스웨덴 90%, 네덜란드 86%에 비하면 독서 후진국 수준이다. 독서량은 1년에 9.2권이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독서의 중요성은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미래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가독성 높은최고의 문자를 지닌 국민이기 때문이다. 정문택 안양시평생학습원장

[천자춘추] 미래교육에 대비하자

미래학자들은 학교는 지식제공 장소라는 전통적 역할을 점차 상실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그동안 변화와 혁신에서 가장 뒤처진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고 앞으로 가장 강력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2014년 이 예측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교육현장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학생들이 강의실에 모여서 수업을 듣는 일이 사라져가고 대신 온라인 수업이 부각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스탠포드, MIT, 하버드 등 미국의 유력 대학에서 무료 온라인강좌가 개설되었고 수백여 국가의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수십, 수백 개의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대학의 온라인 강좌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무료 대중공개강좌(MOOCs)가 플랫폼 형태의 사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전에 국내 유력 과학기술분야 대학교 총장은 교수들에게 강의는 이런 강좌를 활용하고 수업을 학생들과의 토론으로 이끌어갈 것을 주문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높은 대학등록금 논란을 경험하는 우리 실정에 비춰볼 때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앞으로 이러한 인터넷 플랫폼 사업체에 의한 강좌 개수는 조만간 정규대 수준인 3천~5천 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이나 특수한 전문 영역을 다루는 강좌나 평생교육 차원의 사회적 수요가 있는 강좌들까지도 다양하게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 강좌는 세계적인 수준의 석학들이 만들어내는 교육 내용을 담고, 다른 언어로도 번역돼 보급된다. 전 인류의 지성과 문명에 가히 혁명적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할 것이다. 최근의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비춰볼 때 미래의 교육은 지금까지의 온라인 교육 현상을 뛰어넘어 상상하기 힘들만큼 다양한 변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미디어랩 설립자만 하더라도 미래의 교육은 교실과 교사 없이 이루어진다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현재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어떠한가? 사이버대학, 심지어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인터넷 강좌 등 사이버 교육이 널리 퍼져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은 그 정도이다. 정부와 학교 모두에 걸쳐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변화의 충격은 국가적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창조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유영성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어버이날에 대한 소고

1956년 국무회의에서 5월8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가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개명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자식들은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다. 요즘 세태는 고령인 부모들은 자식에게 폐를 끼친다며 함께 사는 게 불편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거동이 어렵고, 몸이 아프면 요양원을 자청한다. 이 사이 부모자식 간 연대감, 효는 희석됐다. 누구든지 50이상 나이에 이르면 심신이 지치고 경제적으로 쪼들린다. 자식들의 대학, 취업, 결혼 등 갈등과 고민이 깊어진다. 누구나가 이런 삶의 사이클을 비켜갈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일까. 노부모님에 대한 관심이 부지불식간에 소홀해진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효도는 천륜이며 만고불변의 소중한 가치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날 단원에서 부모님 은혜는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고 배웠다. 돌이켜보면 어버이께서는 아들딸이 잘 먹는 것을 보고도 배불러했다. 결혼 후에도 고향집에 갔다가 떠나올 때, 농사지은 이것저것 싸주시면서 차 조심 하라며 신신당부하신다. 또한 뱃머리에서 장승처럼 서서 눈앞에서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기신다. 이처럼 자식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에게 온 효도를 하지만 자식은 반 효도 밖에 못한다는 속담이 만들어진 것 같다. 한편 우리나라가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전통적 관습인 효도정신이 잠시 자식들 가슴에서 떠났다. 그렇지만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섬기는 것을 일상의 즐거움으로 여기게 되면 효문화가 절로 되살아날 것이다. 실제로 자식을 낳고 길러봐야 부모의 은덕이 하늘보다 크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다른 한편 젊은이들 결혼적령기가 늦어짐에 따라 부모들은 이순(耳順)이 넘어서도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자식 뒷바라지위해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 부모님들의 고달픈 자화상이다. 현실적으로 효도란 거창하고 힘든 일이 아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도 효도가 된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은혜 노래를 불러보면서 부모님한테 내 자신이 불효는 않는지, 깊이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박정필 시인ㆍ수필가

[천자춘추] 문화예술, 의류시장에서 배우자

유난히 빨리 찾아온 계절 탓일까? 변해버린 날씨 탓에 외출 시 신경 쓰이는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낮으로 기온차가 커져서 주말에 가까운 쇼핑타운을 찾았다. 요즘 최신 유행하는 유니크한 브랜드의 의류부터 대형유통망으로 인해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자랑하는 브랜드 및 흔히 명품이라고 말하는 화려한 고가의 의류 등 정말 다양한 제품들이 즐비했다. 문득 우리음악을 소비하는 관객들도 이렇게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책으로 내놓은 생활 속 문화융성을 기조로 한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저렴한 가격대로 질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예전부터 추진되어 왔으며 본래의 정책 의도와는 다르게 질 좋은 공연이든 질 낮은 공연이든 너무 많은 공연이 무료티켓으로 남발되고 있는 현실이다. 소외계층을 비롯한 문화향유의 기회제공은 좋은 취지지만 기존 공연의 경우에도 일반 관객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 낮은 공연이 파다하다. 물론 저렴한 비용으로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은 대단히 지향해야 한다. 다만, 공연의 고급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품을 소비하는 이유처럼 음악에도 명품이 있다. 그렇다고 명품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질 좋은 음악을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는 정책도 유지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우리 문화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프로그램의 고급화가 만들어져야한다. 현재 국내에 수많은 창작품들이 생산되고 있지만 국민 브랜드로서의 가치는 희박하다. 다양한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이 깊이 있는 작품으로서 모두가 꼭 한번 봐야하는 프로그램으로 제작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음악은 의류시장에서 배워야할 부분이 분명이 존재한다고 본다. 비싸지만 분명한 가치가 있는 명품과 저가 브랜드지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의류처럼 우리음악에도 그런 분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적인 문화향유가 아니라 수준 높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적절한 배치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음악이 의류시장의 구조를 벤치마킹해야 되는 이유다. 모두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다양한 음악을 관객들이 향유할 수 있을 역할과 방법이 필요하다. 김재영 경기도립국악단 예술단장

[천자춘추] 공공적 사회안전망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피어보지도 못한 수백 명의 학생을 포함한 승객들이 목숨을 잃었다. 생환을 기대하던 승객 가족과 국민들은 점점 구조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선장과 해운사에 대한 원망이 정부와 국가로 향하고 있다. 재난대비 매뉴얼은 수천 가지에 달하지만 이것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건강하지 않고는 무력하다. 정부는 재난에 대비하여 국민을 안심시키고 세금과 공권력을 가지고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훈련시킨다. 이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을 때 국민은 불안에 떨고 정부를 원망하며 국가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된다. 세월호 침몰현장에서 해양경찰, 해군, 소방안전본부 등 잘 훈련된 인력과 장비를 갖춘 공조직이 있었음에도 정작 생존자를 구출하고 인양하는 일은 민간구난회사가 담당하였다. 수 많은 가족들이 오열하다 탈진한 현장에 공공의료안전망 또한 주목 받지 못하였다. 여러 공공병원이 나서긴 했지만 의료지원의 주역은 역시 대형민간병원이었다. 그 많은 공공적 재난대비조직은 어디로 간 것인가?재난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은 가장 시장중심주의 국가들에서도 당연히 정부가 주도하며 재난 상황에 대한 구호와 지원 또한 공공조직이 담당한다. 국방과 치안을 민간회사에 맡기지 않듯이 국가적 재난에 대한 걱정은 국가정부가 대신 하여 주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이름 만 있지 않고 제대로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내용과 실력을 갖춘 수준 높은 공공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작년 개정된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민간병원도 공공의료를 수행하면 정부가 지원을 해줄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 개정법률의 취지는 약화된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부족한 공공인프라를 민간이 보조해 줄 근거를 만들고자 함인데 한편에서는 거꾸로 이 법을 공공병원 역할을 민간병원에서 대신할 수 있는 논거로 삼아 경상남도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킨 바 있다. 혹여나 우려되는 것은 세월호참사에서 제 역할을 못한 공공재난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려는 노력보다는 정부가 할 공공의 임무를 민영 안전행정부에 맡기자는 논의의 출발점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의료안전망이 극도로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영리화)는 위험하다. 제대로 된 공공의료 시스템을 확충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의료의 산업화는 언젠가 갑자기 전복된 세월호의 악몽을 대한민국호라는 배에서 국민건강을 볼모로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천자춘추] 교육의 요람 연수원

이곳 장호원 벌판에는 바람이 세차게 울고 있다. 세월호 전복으로 일찍 간 아이들의 울음소리다. 그러나 벌판은 금세 울음그치고 주위 밭고랑 따라 고구마 심고 비닐 씌우는 농부들의 트랙터 소리를 틀어댄다. 어쨌든 삶은 살아야하는 것이므로 연수원 정원에는 꽃잔디, 철쭉, 조팝꽃들이 다투어 피어있고, 이름 모를 새 울음소리에 밖을 내다보면 대화를 나누며 걷는 연수생들과 산책길이 보인다. 교육의 요람인 연수원은 교원들의 요람이기도 하다. 그들의 전문성을 제고시키고 문화예술과 힐링 등 최상의 가치있는 연수를 제공해야 한다. 최적의 교육과정 편성과 최고의 강사, 예술팀 초청 등을 고심하느라 진지하게 연구사들의 눈이 반짝인다. 우리가 원하는 연수가 바로 이거예요라며 두 엄지를 치켜세우는 연수생들에게 난 곧바로 덧붙인다. TST 연수는 2분이면 마감될 정도로 인기예요. 그네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디 그뿐인가? 생애주기별연수, 인문학, 미래를 보는 과거, 법과 문학, 징계와 소청, 철학갤러리 역사의 거짓과 진실 등 제목만으로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본 연수 후 저녁에 만나는 음악과 해설이 있는 공연, 생생두레 활동 등 소통과 힐링의 에너지가 생겨나는 곳이 우리 연수원이다. 점심식사를 마치면 바깥으로 통하는 산책길을 택한다. 왼쪽으로는 분홍 복사꽃, 오른쪽으로는 하얀 배꽃을 바라보면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다. 길옆에는 쑥이 덕지덕지하다. 뜯어다가 오늘 저녁 쑥국 끓일까?하는데 갑자기 투다닥 소리가 나서보면 고라니 녀석은 벌써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우리가 뭐 저를 어쩌기라도 할까? 아쉬운 내 눈은 여전히 그 녀석 꽁무니를 고 있다. 고라니도 금세 잊고 어떤 프로그램으로 교원들을 이리로 모셔올까? 내 생각은 거기에 머문다. 교원들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실무능력이든 감성을 겸비한 리더십이든, 청소년들의 생태이든, 학교시설 혹은 안전문제이든, 교육상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취하기를 원한다. 연수원의 임무는 그들을 충족시켜 우리의 아이들을 잘 길러내게 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교사들은 수업 때문에 평일에 연수원에 오기가 수월치 않다. 그렇다고 두고 볼 수만은 없다. 평일에는 원격연수, 토요일에는 집합연수로 통합운영을 한다. 스마트패드 활용수업 프레지를 이용한 프리젠테이션 등 다른 교사들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집안 살림이나 휴식을 취해야 하는 토요일에도 기꺼이 시간을 낸다. 이렇게 일년에 13만명의 연수생들이 보약먹고 젖먹이는 엄마가 된다. 그래서 내 머릿속은 늘 꽉 차있다. 또 창밖나무들은 소리내며 일제히 팔을 흔들고 있다. 이현숙 경기도교육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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