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노블레스 오블리주

로마에서 귀족의 전쟁참여는 의무이자 명예였다. 현실적으로도 소수의 귀족층은 모범과 희생을 통하여, 평민과 정복민들의 복종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분의 1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중인 1346년 영국군에게 포위된 프랑스의 도시 칼레(Calais)는 식량부족으로 1년 만에 항복했다. 영국은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칼레의 대표 6명을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제일 먼저 최고부자가 나섰고, 이어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이 동참했다. 조각가 로댕은 이를 기려 군상(群像) 칼레의 시민을 제작했다. 1852년 아프리카 희망봉 근처에서 침몰된 영국의 버큰헤이드(Birkenhead)호는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구조하고, 선장과 선원은 끝까지 배를 지킨다는 불문율을 만들어냈다. 1912년 북대서양에서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다. 영화속에서 관람객을 숙연하게 했던, 선원들이 승객들을 구명정에 태우는 동안, 오케스트라단원들이 서서히 침몰해가는 갑판위에서도 연주를 하는 장면이 사실이라고 한다. 영국은 아직 상원(House of Lords)에 세습귀족이 존재하는 신분제사회이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튼 칼리지(Eton College) 졸업생 중 2천여 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에는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 윌리엄과 해리 두 왕자도 군복무를 마쳤다. 625전쟁에는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했고, 이중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사병의 2배에 이르는 사상자비율이다.최근에 1593년 임진왜란 중에도 백성을 걱정하는 이순신 장군의 편지가 공개되었다. 2011년 부산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설봉호에 화재가 발생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선장은 해양경찰에 신고한 후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승무원들도 선실을 돌아다니며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하고, 갑판위로 대피시키고, 구명보트에 태웠다. 신고 후 15분 만에 해경함이 도착하였고, 2시간 만에 전원 구조되었다. 사실 앞에서 언급한 버큰헤이드호에서 구조된 193명 중 여자와 어린이는 20여명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있고, 오히려 버큰헤이드호와 타이타닉호가 예외적이다. 현실에서는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프란체스코 세티노 선장과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 같은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위기상황일수록 일상적이지 않은 고귀한 판단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어야만 한다. 임형백 성결대학교 지역사회과학부 교수

[천자춘추] 남북통일, 김유신 장군이 그립다

남북통일은 우리 모두의 지상과제다. 통일은 분명히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몇일 전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남북통일땐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이미 지난달 28일 드레스덴 구상에서 통일 대박론을 발표했다. 이는 통일을 이룩한 독일의 1970년대 동방정책(Ostpolitik)에 버금가는 선언이다. 독일은 동방정책 이후 17년만인 1989년에 베릴린 장벽을 무너뜨렸던 것이다. 얼마 전 이틀에 걸쳐 김해김씨 문중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경주의 김유신 장군 묘소를 방문하면서 이 시점에서 삼국통일을 이룩한 김유신장군 같은 인물이 나타나 남북통일의 대업을 완성한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일의 통일을 완성한 콜 총리 같은 인물. 경주를 떠나면서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 장군에게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첫째, 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바가 크고 깊어 삼국통일에 대한 비전을 갖고 끝까지 분투하는 모습을 배워야 하겠다. 이는 곧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통일의 주역이 될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능력과 인품을 배워야 한다. 김유신 장군은 몸과 마음을 닦기 위해 화랑이 되었고 백성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김유신이 거느린 낭도는 용화향도라 불렸으며, 신라의 청소년은 누구나 그의 밑에 들어가기를 소원할 정도로 능력과 인품이 특출하였다. 셋째, 의지의 굳건함을 배워야 한다. 젊은 시절 천관이라는 기생을 찾아다니다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고 발길을 완전히 끊는 결단력과 의지는 한 인간의 정신적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넷째, 변치 않는 신의를 배워야 한다. 아홉 살 아래인 김춘추(무열왕)와 어린 시절 맺은 신의를 죽을 때까지 지켜냈다. 김춘추가 고구려에 구원병을 요청하러 갔다가 간첩으로 몰려 죽을 지경에 이르자 죽음을 각오한 삼천 군사를 몰아 고구려로 쳐들어가 김춘추를 석방하도록 했으니 그 신의 빛나도다. 다섯째, 강력한 실행력을 배워야 한다. 김유신 장군은 상장군으로 매포리성 싸움에서 이기고 당당히 금성으로 돌아온 후 백제군이 다시 국경을 침범해 오자 집에도 들리지 않고 자기 집 우물물 한바가지만 받아오라 하여 벌컥벌컥 마신 후 다시 전장으로 직행하여 커다란 전과를 올렸으니 그 실행력이 참으로 뛰어나다. 비록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김유신 장군과 같은 인물이 나와 한시 바삐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해 본다. 김해겸 청덕고 교장용인대 외래교수

[천자춘추] 다시는 발생하면 안되는 비극

지난 주말에는 아는 형님의 아들인 고 안형준군의 발인에 다녀왔다. 실종 일주일만에 시신을 찾았는데 형준이는 그 형님의 늦게 낳은 무녀독남 외아들이다. 너무도 안타깝고 슬프면서도 화가 나던 중에 가까운 곳에 희생자가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장례식장을 다녔어도 자녀상은 처음이라 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지만 나로서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이틀 동안 장례식장에 가서 슬픔을 같이 했다. 조금이나마 형님의 슬픔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발인하는 날 관을 운구했고 울음바다인 단원고를 지나 수원연화장 화장장까지 가서 아이가 하늘나라고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 형님은 울음을 가까스로 참다가도 짐승 같은 울음을 토해내기도 했고 아이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던 형수님은 거의 살아있는 사람 모습이 아니었고 통곡을 하다가 혼절하시기를 거듭했다. 누가 이런 비극을 만들었는가.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적 사고가 아님은 분명하다. 우선 무리한 선박의 증, 개축을 하고 승객의 안전을 뒷전으로 한 채 방만하게 운영한 선사, 그 실질 소유주, 사고 발생 후 승객을 제대로 대피시키지도 않은 채 저희들만 살고자 선박을 제일 먼저 탈출했던 선장과 선원들이 이처럼 큰 비극을 만들었다. 그리고 선박의 운행에 대한 관리, 감독 정부 부처,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 등을 부실하고 형식적으로만 한 업체 또한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을 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에 구조작업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던 정부도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어 죄 없는 아이들이 희생되는가. 너무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매번 이럴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하지 말고 부디 이 비극을 계기로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진 못하겠지만. 이 사회에서는 너무도 많은 부조리와 미숙함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에 일부분이 튀어나와 이 비극을 발생시킨 것일 뿐이다.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고 지속되도록 한 어른들 기성세대가 혹시 아이들을 사지로 몬 것이 아닐까. 형준아, 그리고 친구들아, 미안하다. 이 사회의 어른들이 제대로 못해서 착하고 말잘 듣는 너희들을 고통속에서 먼저 가도록 했구나. 수학여행의 부푼 기대대신 차디찬 물속에서 두려움에 숨을 거두게 했던 이 사회의 어른들이 잘못을 한 것 같구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하늘나라에서 부디 편히 쉬렴. 이병길 법무법인 평정 대표 변호사

[천자춘추] 재난은 어디에나 도사린다

대한민국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에 멈추어져 있다. 침몰된 세월호는 분명 인재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언제까지 이같은 인재로 인한 대형참사를 겪어야 하는지 화가 치밀어오른다. 세월호는 20년 전 일본에서 건조된 여객선으로 선실 3~5층에 승객을 더 태우기 위해 객실을 증축했다고 한다. 무리한 구조변경과 과도한 화물 적재로 무게 중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기본을 망각한 우리 사회 곳곳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여기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는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건축물, 구조물은 안전지대에 있는가도 둘러봐야 할 때다. 건축물 붕괴에 치명적인 지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건축물들은 지반의 지내력을 담보로 구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반이 요동칠 경우 모든 건축물, 구조물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보장할 수가 없기에 이에 대한 안전제도와 대비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요즘 아파트 리모델링시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있다. 90년대 초 주택 200만호 공급시기에 지어진 5개 신도시의 아파트가 이에 해당된다. 주거시설로서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나 시장경제 논리에 밀려서 안전이 무시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증축은 선박이든, 건축물이든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도 무리한 증축으로 인한 건축구조의 한계점이 원인이었다. 성수대교, 경주 마우나 리조트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세종시에 시공 중인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구조벽체 철근을 빼먹고 시공을 하던 사실이 알려졌다. 이로인해 전국 아파트 공사 현장에 비상이 걸려 안전 점검 중에 있다. 아직도 전형적인 후진국형 안전 불감증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우리는 일과 중 70% 이상을 건물 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건물 붕괴사고는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진다. 따라서 대규모 건물이 위치한 도시의 정책은 지금까지의 개발정책 위주에서 유지관리, 점검의 관리 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물의 안전점검 메뉴얼을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재난대응 시스템을 복구보다 예방을 우선으로 하는 선진국 형으로 개선하는 것도 연구해볼 일이다.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에 이러한 것들이 포함된다면 인재(人災)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신계철 경기도건축사회 부회장

[천자춘추] 문화융성과 용인문화재단의 만남

요즘 문화융성이 화두다. 정부는 문화융성위원회의 왕성한 활동을 지원하면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정부의 문화정책을 적극 환영하면서, 진정한 문화융성을 위한 지역 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적인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단순히 지원금을 통해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는 하향식 예산지원 정책을 지양하고, 지역 특성에 맞춰 시민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스며드는 교류형 문화정책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지역문화진흥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충분한 보완 역할을 하겠지만, 차제에 일부 지역 문화재단에서 펼치고 있는 풀뿌리 문화 교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용인문화재단 역시 용인지역은 물론 타 지역 문화재단을 비롯하여 예술단체 및 기업 등과 문화 교류 사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재단은 2012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18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토대로 교류형 문화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용인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의 협업으로 펼쳐진 <용인 뮤지엄파크 페스티벌>의 경우, 지자체 네트워킹이 이룬 성과의 대표적인 사업이라 하겠다.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박물관 밀집지역에서, 용인문화재단의 대표 문화예술 콘텐츠인 용인거리아티스트가 함께 만나 신명나게 어우러진 시민참여형 페스티벌로 큰 관심을 모았다. 또한 용인문화재단과 용인연극협회가 함께 기획하고 제작한 <찾아가는 소설명작극장>은 경기문화재단, 평창문화예술재단, 춘천시문화재단 등과의 협력으로 범위를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 시행함으로서 문화융성의 풀뿌리 역할을 자청했다. 그 외에도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2014 행복수업>, 용인상공회의소와 함께 하는 <예술로 만나는 기업인들의 신년축제>, 농협용인시지부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찾아가는 예술교육> 등이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지역의 풀뿌리 단체가 서로 연계한 다양한 문화사업은 일회성 하향식 예산지원 방식의 단점을 벗어나 함께 동등한 입장에서 향유하는 교류형 문화사업으로 문화융성을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용인문화재단은 용인의 어려운 경제 환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금까지의 성공적인 결실을 토대로 앞으로도 다양하고 체계적인 풀뿌리 문화교류를 통해 진정한 문화융성의 길에 동참하고자 한다.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사람은 책이다

책은 경이롭다. 수천 년 이상 인류의 모든 기록을 담아왔다. 그래서 도서관은 기록문화의 총체이고 역사이다. 인류의 지적 세계와 문화적 조형물이 책이고, 그 책의 집합체가 도서관이다. 그런 책과 마주하는 시간은 경건하다. 때로는 위로와 기쁨을 주고 때로는 지식과 설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책은 동반자이고 스승이다. 나 자신을 대변할 수도 있고, 나 자신의 정보이기도 하다.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국제적인 노력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하였다. 책이 주는 기쁨과 소중함을 되새기며, 세계 각국에서 책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책의 행사가 펼쳐지고, 영국에서는 한 달간 부모가 자녀에게 잠들기 전 20분씩 책을 읽어 주는 잠자리 독서 캠페인을 벌인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지나온 인생을 책으로 만든다면 다큐멘터리, 로맨스, 만화 등 전 주제에 걸쳐 다양한 모습과 분량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궤적이나 경험을 글로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글쓰기 방법이라도 배워야 하고 재정 또한 고려해야 한다. 2000년 덴마크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은 Living Library라는 이름으로 휴먼 라이브러리를 창안하였다. 사람(독자)들은 사람(휴먼 북)과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듣고 배우며 소통하였다. 휴먼 라이브러리는 책으로 지원한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그 책들을 만나 그들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독자들이 만들어가는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표현하였다. 그래서 사람 책의 장점은 많다. 활자를 읽어내느라 피로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고독하지 않다. 그리고 대화로 나누는 책은 인간적이다. 다소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도 이해하며 넘길 만하다. 궁금한 것은 현장에서 질문하고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답을 찾기 위한 소통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장점이 있다. 최근 여객선 침몰사고로 온 국민의 마음을 슬프게 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공유하며 격려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2000년 7월14일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 생존자 김은진씨는 남겨진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잡아줄 것을 당부하였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이 혼재하는 세상 생각과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공자가 말씀하시길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고 했다. 배우고 익히면 기쁜 것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문택 안양시 평생학습원장

[천자춘추] 공유주택서 주거의 미래를 본다

주택시장에는 빚내서 집을 살 것인지 아니면 임대 방식을 통해 최대한의 소비효율을 누릴 것인지를 놓고 가치판단의 뒤섞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전셋값에 돈을 조금 보태 지금 집을 사야하는가 아니면 상승 기대가 없으니 임대해 사용하자는 움직임이다. 아직 이 두 힘의 대결이 팽팽한 것은 사실이나 분명한 것은 주택의 규모를 줄이려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TV나 신문에서는 주거 공간의 효율성 극대화를 강조하는 광고와 뉴스가 많이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안의 주거 형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주거대안을 찾는 에너지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한 예로 서구나 일본에서 익숙했던 주거 형태인 공유주택(쉐어하우스)을 들 수 있다. 이것이 확실한 대안주거가 되어 큰 트렌드를 이룰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우리 자체 토양에서 자발적인 힘에 의해 싹을 틔우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공유주택은 보통 한 주택을 여러 거주자들이 개인공간과 공동공간으로 나눠 가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 월세를 둘이서 나눠서 내기로 하고 각자 자기 방을 가지고 살면서 거실과 부엌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각자 자기 독점의 공간을 일정 정도 포기하여야 하여 각자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공유공간을 적절히 활용하니 실질적으로 집이 넓어지는 일이 벌어져 오히려 이익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일도 추가로 생긴다. 사회적 약자들의 자살을 방지하는 것에서부터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일 등 사실 공동체의 긍정적 기능과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유주택은 복지 제공의 첩경이 되는 것이다. 주거에서 개개인의 독점적 소유를 줄이고 공동체의 영역을 넓힐 경우 그만큼 개인 각자도 우리 전체도 적은 비용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주거문화는 개인 소유가 아니면 전월세 방식으로 자기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것이거나 여러 명이 공동으로 공간을 공유할 경우는 주로 하숙을 통해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공유주택은 생소하고 우리 정서에 안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어선지 공유주택 개념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실현시켜야 할 당위이기도 하다. 차제에 정부는 이러한 싹이 잘 자라서 미래에 큰 동량이 되는 재목이 되도록 정책적으로 잘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유영성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통일 비용은 얼마인가?

독일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전 후 분단되었다가, 45년만인 1990년에 통일되었다. 당시 서독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었고, 동독도 공산권에서는 소련 다음의 경제대국으로 알려졌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의 인구 비율과 경제력 비율 모두 약 4대 1 정도였다. 이후 독일은 통일 이후 20년 동안 최저 1조 유로(약1천490조원)에서 최고 2조1천억 유로(약 3천129조원)를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격차를 줄이는데 15년이 걸렸고, 예상했던 비용의 2배가 넘는 비용이었다. 현재 독일은 다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자, 글로벌 제조업 강국이 되었다. 해당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3위를 차지하는 매출액 40억 달러 이하의 기업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고 부르는데,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2천734개 히든 챔피언 중 1천307개가 독일기업이다. 한편 독일통일 이후 한국에서도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이 제기되면서, 통일비용을 추계하려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추계된 비용이 연구자의 통일비용에 대한 개념, 추계방법, 기준, 투입시기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91년에 하버드 대학교의 에버슈타트 니콜라스(Eberstadt Nicholas)는 투입시기가 1991년부터 2000년까지일 경우 2천억에서 5천억 달러, 1996년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Marcus Noland)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일 경우 2조2천420억 달러, 2002년에 미국 랜드연구소는 4~5년간 500억 달러에서 6천700억 달러, 2005년에 삼성경제연구소는 10년간 북한주민들의 기초생활보장에 446조 8천억 원 그리고 북한경제 산업화 지원에 99조 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하였다. 한편 2009년에 골드만 삭스는 2000년~2010년일 경우에는 8천300억 달러에서 2조 5천400억 달러, 2005년~2015년일 경우에는 1조700억 달러에서 3조 5천500억 달러로 추계하였다. 동시에 한국이 통일 50년이 되기 전에 독일과 일본을 능가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제시하였다. 한국은 올해로 분단 69년이 되었다. 현재 한국과 북한의 인구 비율은 약 2대 1, 경제력 비율은 약 50대 1이다. 통일비용은 전문가에 따라 그 편차가 커서 예측과 비교조차 힘들다. 또 통일을 화폐가치로만 환산할 수도 없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통일비용을 감내하여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통일비용을 상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또 고정적인 투입비용보다는 북한경제의 조기 회복, 북한의 효율적인 체제전환, 통일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한 투자유치 등 통일비용을 상회하는 가변적인 효과창출이 중요하다 임형백 성결대 지역사회과학부 교수

[천자춘추] 대통령직선제와 대학총장직선제

현행 헌법은 1987년 이른바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이다. 당시 가장 큰 이슈는 대통령직선제 쟁취였다. 물론 직선제만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간선으로 선출된 전직 대통령들의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로 직선제가 주장되었다. 대통령제를 창안한 미국의 경우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다. 하지만 정당을 통하여 본선거의 결과를 알 수 있어서 직선제 같이 운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립대 총장의 경우 법률에는 직선과 간선이 모두 허용되는데도 정부는 간선제를 강요해 왔다. 교육공무원법 제24조는, 대학의 장은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하면서, 학교별로 구성되는 추천위원회는 직접 총장후보자를 선정하거나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파벌조성이나 논공행상 같은 직선제의 단점만을 부각시키며 이를 포기하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대통령직선제도 똑같은 후유증을 낳고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왜 언급이 없는지 모르겠다. 총장직선제 폐지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도 없이 대학들을 압박하여 직선제 포기를 종용했다. 올해까지도 선호도조사와 같은 직선제 요소를 없애라고 하고 있다. 각종 대학평가와 이를 토대로 하는 재정지원 사업에 직선제폐지를 평가요소로 넣었다. 지난 정부에서 구조개혁중점추진대학이나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을 선정하면서 총 평점의 5%를 이것으로 평가한 것이 그 예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이 많으므로 이 항목에서 0점을 맞으면 경쟁이 될 리가 없다. 이것은 규제 중에 가장 나쁜 형태의 규제이다. 즉 법률상 허용되는데도 우회적인 방법을 통하여 법률을 무력화시키고 공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규제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학생정원 감축을 똑같은 방식으로 평가항목에 넣어서 LINC사업, 특성화사업, ACE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설립을 남발할 때는 자유시장경제에 맡기더니 이제 와서는 정부주도로 대학정원감축을 강요하고 있다. 각 대학에 일정비율 정원감축을 강제하면 결국 부실대학을 살려주는 결과가 되고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총장직선제건 정원감축이건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에 맡기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중세 서양에서 유래하는 대학의 자치가 실종된 지 오래다.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규제를 골라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이런 규제들은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규제이다. 오호택 한경대 교수

[천자춘추] 혀(舌)는 공든 탑도 무너뜨린다

중국 풍도(馮道881~954)는 5대10국 시대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면서도 무려 11명의 황제를 모신 재상으로 유명하다. 말에 대한 경고를 담은 그의 작품 설시(舌詩)는 시공을 초월해서 인류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은 한번쯤 시구를 음미해 볼 만하다. 설시의 텍스트는 이렇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舌是斬身刀)/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安身處處牢). 오늘날 자유 민주사회는 말의 홍수시대다. 하지만 말이란 할 말이 있고, 삼가해야 할 말이 있다. 그럼에도 그걸 삼키지 못하고 입 밖으로 쏟아내면 주어담을 수 없다. 실로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요, 품격이다. 열 마디 말 중에 한 마디 잘못된 말 때문에 비난받기도 하고, 친구 간에 우정과 남녀 간에 사랑이 깨진 경우도 있다. 반면 감동 준 말 한마디에 인생미래를 바꿔놓을 수도 있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지 않는가. 예나 지금이나 험담은 적이 되어 돌아오고, 칭찬은 좋은 벗이 되어 돌아온다고 했다. 사실상 혀로 인해 재앙을 입는 일이 설화다. 그 의미를 찾아보면 말의 내용이 법에 저촉되거나,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 입은 화 또는 남의 험담이나 중상 따위로, 입게 되는 불행한 일로 돼 있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설화의 사례들을 되새겨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16년 전 당시 김모 의원은 DJ 현직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박아야 한다는 막말로 인해 형사책임을 졌고, 정치생명의 단명을 가져왔다. 17대 대통령 후보였던 정모 의원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노인들은 투표장에 가지 말라고 했다가 노인에 대한 불경죄(?)로 몰려 상대후보에게 많은 표를 몰아주었다. 공직자도 예외는 아니다. 고위관료인 조모 전 경찰청장은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근거없는 말을 해 징역 8개월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 이처럼 부적절한 말 한마디는 크나큰 파장을 불러와 뜻하지 않는 화를 입게 것을 보면 안타깝다. 조선 후기 문신이었던 성대중(成大中)의 처세어록 편에는 겸손하고 공손한 사람이 자신을 굽히는 것이, 자기에게 무슨 손해가 되겠는가.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니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없다. 교만한 사람이 포악하게 구는 것이 자기에게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사람들이 미워하니, 이보다 큰 손해가 없다는 말이 있다. 박정필 시인수필가

[천자춘추] 만시지탄(晩時之歎)…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최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 일부에서 벌어지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도를 넘은 탈법 성형수술행위를 고발하고 무분별하게 성행하는 성형수술 광고를 규제하고자 자정노력 할 것을 천명하였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필자가 지난번 본 칼럼에 기고한 바 있듯 거리에 넘쳐나는 수술을 반 강권하는 의료광고에 이미 국민들은 식상하고 있다. 공공성을 근본으로 해야 할 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 소비자원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같이 의료사고를 입은 의료소비자를 위한 단체를 만들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의료사고 당사자들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다. 가장 신뢰받아야 할 의료인이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잃게 된 현실이 된 것이다. 의료의 산업화는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의료정책의 하나이다. 유사이래 지금같이 수재들이 의과대학에 몰리는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사람들이니 국민을 먹여 살릴 책임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일 만으로는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 되니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미래산업으로서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만들어 보라. 건강보험료로는 원하는 수입이 안 되니 비보험 성형분야나 부대사업을 운영하여 추가 수익을 창출하라. 이런 논리로 상업주의적 의료행태를 용인하고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블루오션이라지만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인프라와 인력을 갖춘 선진국도 연관 제약산업이나 의료기기생산으로 이득을 올렸지 의료행위자체로 부를 이룬 나라는 없다는 점을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다. 별 효과도 없는 제품을 과대선전을 통해 엄청난 매출을 올리나 정작 해외에서는 판매허가를 못 받거나 약효조차 인정받지 못한 유명제약사의 약물들, 게다가 이를 밝힌 의약단체에 소송하겠다고 협박하는 제약사, 현란한 광고로 우리의 자식들을 과도한 성형수술과 그에 수반된 위험에 몰아넣고, 안정만으로도 저절로 좋아질 대부분의 허리통증에 별 근거와 효과도 없는 고가 비급여시술을 권유하고, 갑상샘암 진단수술건수가 선진국의 수십 배에 달하는, 이 모든 터무니없는 현실이 바로 상업주의에 빠진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초래한 결과이다. 더 늦기 전에, 의료인이 영리적 행위에 매진토록 부추기는 정책으로 보건의료가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전에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적정진료를 유도하도록 정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천자춘추] 그곳에 또 가고 싶다

지난해 그곳에 다섯 번 다녀왔다. 연수원길 경충대로에 안개가 끼는 날이면, 진도 바다 해무가 섬과 어우러진 모습이 생각나 마음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지금쯤 온 섬 가로수길에 하얀 벚꽃 눈이 내리고 있으리. 눈 들어 바다를 보면 들판에 핀 노란 유채꽃에 눈길이 꽂힌다. 아~ 또 보고 싶다, 진도! 내 어찌 그곳을 진즉 못보고 살아왔던가? 진도가 내 혼을 빼앗은 것은 단지 세방낙조와 그 너머 섬이 만드는 풍광 때문은 아니다. 흉내낼 수 없는 문화가 있고 지천으로 품격있는 예술이 있다. 과거 조정에서 수백리 이곳까지 유배 온 양반네들은 외로움과 상실감을 한으로 쏟아내고 고고하게 이곳 풍토와 버무려 해학으로 승화시켰으리. 어디 그뿐이랴? 해초말리는 뜨거운 길변, 쑥대밭, 파밭, 시장 속 어디서든 잠시도 손을 쉬지 않는 억척스런 아낙네들의 삶은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그들과 한두마디 나누다 보면 거친 인생살이에서 터득한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틈틈이 창 한가락씩은 하고, 붓을 잡을 줄 알아서 내가 본 식당들에는 화장실에도 그림 한두점은 걸려있다. 금요일 저녁에는 국악원의 공연이 기다린다. 망자의 한을 씻어준다는 씻김굿도 보고 소리와 풍악소리에 절로 신이나 아리랑 후렴구를 응~응~거리다 나오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은 왜일까? 시압씨 모르게 술 돌라먹고 이방저방 댕기다가 시압씨 붕알을 았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낫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낫네 그날 저녁은 그냥 잠만 자기에는 아까와 빨간술 한잔하며 도란거린다. 재수가 좋아 2일, 7일을 만나면 진도장이 선다. 볼것, 살것은 왜 이리 많은지. 한보따리 사들고 아침 먹으러 가는 곳은 듬북국밥집이다. 진도에서만 난다는 듬북이는 못사는 사람들이나 먹었던 해초라지만, 뜨거우면서도 시원한 맛은 잊을 수 없다. 남화의 대가 소치의 운림산방에 가면 여백의 미를 볼 수있다. 우린 반드시 명해설가 도팍선생님을 대동한다. 해학이 있는 그의 해설은 다섯 번을 들어도 물림이 없다. 추사의 세한도 장무상망(長毋相忘)도 그로부터 들었다. 토요일만 열리는 문광부지원 그림경매장에는 괜찮은 가격의 작품성있는 그림이 많다. 지난해 문인화 한점 사서 걸으니, 동양화가였던 큰아버지가 어린 나를 현숙이콩이라 틈틈이 놀리던 생각이 난다. 아직도 그곳에 볼 것, 들을 것이 많아 여섯번째 여행을 계획하는데 시어머님은 미역과 멸치는 그만사오라신다. 이현숙 경기도교육연수원원장

[천자춘추] 법조계 불신 해소방안에 대한 단상

얼마 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노역장 일당을 하루에 5억 원으로 판결한 사건과 관련하여 황제노역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는 향판제(지역법관제)에 대한 문제점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필자는 그 제도의 도입취지와 명분과는 상관없이 예전부터 적절한 제도인지 의문이 있었다. 의문을 가졌던 이유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방근무를 덜 할 수 있는 법관들의 이해와 지원자 입장에서는 고등부장 승진의 가능성이 좀 적은 대신 임용성적이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데다 고향에서 법관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며 지역에서 개업을 할 수도 있는 지방출신 법관들의 이해가 맞아서 생긴 제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인해 사법부가 이 제도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한다고 하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또 하나가 흔히 말하는 전관예우란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지방법원 부장이나 지방검찰청 부장까지 근무하다 퇴임한 후 변호사로 개업한 때에는 그리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의뢰인들이 스스로 뭔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사건을 맡기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실제 전관예우의 부조리가 생기는 일은 드물다는 말이다. 실제 전관예우의 문제는 고등부장이나 법원장이상 고위법관으로 퇴임하거나 검사장 이상으로 퇴임한 후 변호사 개업할 때의 문제인 듯하다. 사법부나 검찰에서 최고위직에 있던 분들은 대부분 퇴직 후 대형로펌에 입사를 한다. 그리고 재판을 다니지 않는데도 사건에 이름을 올리는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나 급여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당해 사건 법관이나 검사는 얼마 전까지 모시고 있던 분인데다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람이기에 소신껏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것이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기소나 불기소, 판결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 필자는 가끔 사법부나 검찰의 최고위직에까지 역임하는 경우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평생을 공직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하든지 아니면 변호사를 결심하든지. 최고위직까지 올랐다가 대형로펌에 들어가 변론을 하게 되면 그 의도와는 다르게 부조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실현불가능한 일일지언정 가끔은 이와 같은 경우 스스로 변호사 개업을 안 하든지 아니면 직업선택의 자유를 크게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이병길 법무법인 평정 대표 변호사

[천자춘추] 랜드마크 ‘DDP’

요즘 서울에서는 동대문에 세워진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대한 열띤 논쟁으로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시는 동대문 운동장 공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세계 유명 건축가들을 지명하여 설계를 공모했다. 그 결과 자하 하디드가 제안한 환유의 풍경이 선정돼 5년 간의 시공 끝에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여성으로서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인상적인 이미지와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 인정을 받았던 그는 이제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혁신적인 건축가로 2004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여성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그녀의 작품세계인 비정형의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공간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대표작 2018년 카타르 월드컵경기장, 2020년 도쿄 올림픽경기장 등이 있는데 유연한 곡선의 디자인으로 형태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DDP를 바라보면서 많은 국내 건축전문가들은 불시착한 우주선, UFO, 괴물 등으로 건물형태를 비판한다. 동대문 운동장을 부수고 새로 지은 점과 정확한 사용계획없이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공사비로 수천억원의 천문학적 금액이 들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 장소성, 주변과의 조화, 문화적 고찰의 부족 등으로 이질적이고 도발적 디자인이라고 혹평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동대문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토대 위에 새로운 미래적 가치와 비전을 더한 동대문의 새 풍경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나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답게 역사의 큰 혼을 담는 그릇이 될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인류 역사는 진화하고 있다. 문화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랜드마크 역시 한 시대의 엑스레이로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랜드마크가 높이를 통해서 20세기의 자본력을 보여주며 매력을 강조하였다면, 21세기형 랜드마크는 건축과 조경이 융합된 환경이 대중과 소통을 통한 공유의 장으로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길과 땅에서 시민을 위한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DDP라는 낯선 그릇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다른 미래를 그릴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계획되었다는 자하 하디드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신계철 경기도건축사회 부회장

[천자춘추] 교권이 존중돼야 교육이 바로 선다

예로부터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매우 봉건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말에는 전통사회에서 스승은 어떤 존재 였는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함축되어 있다. 이는 우리 선조들이 반드시 익혀야 했던 소학 에 잘 표현되어 있다. 사람은 세 가지에 의해 살아가므로 세 분 똑같이 섬겨야 한다. 부모는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고, 스승은 나를 가르쳐 주신 분이고, 임금은 나를 먹고 살게 해주신 분이다. 부모가 아니면 태어나지 못하고, 먹을 것이 아니면 장성하지 못하며, 가르침이 아니면 알지 못하니, 이는 모두 나를 살아가게 만든 것들이므로 한결같이 섬겨야 한다고 하여 아버지와 임금은 육체적 존재로, 스승은 정신적 존재로서의 삶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감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스승에 대한 예의는 유효한가? 한국교총이 얼마 전에 발표한 2013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보고서를 보자. 지난해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사례만도 총 394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12년에 비해서는 17.6% 늘어난 수치이고 2009년에 비해서는 5년새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학생학부모의 폭언협박폭행에 의한 피해가 약 40%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부당행위 피해의 세부적인 원인을 보면 생활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 피해가 74.7%, 학생체벌에 대한 학부모의 폭언이 17.5%, 학교운영 관련 부당한 요구가 7.8%에 이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당한 학생지도에도 폭언협박하거나 사직전근담임박탈 등의 책임을 요구하고, 학교가 분쟁조정을 시도하면 무차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여 교육활동을 심하게 퇴보시키는 일들이 빈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권침해는 교원의 교육활동 위축과 권위사기 저하, 교원명퇴 급증으로 교육의 위기를 초래한다. 그리고 교원뿐만 아니라 학습권 침해로 피해는 선량한 학생학부모에게도 고스란히 되돌아간다. 이 시점에서 교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교실, 학교가 붕괴되고 그 결과 국가적 위기가 올 수 있다. 교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교육을 위해서 교권존중에 모두가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김해겸 청덕고 교장ㆍ한국교총자문위원

[천자춘추] 기초선거 공천배제의 허와 실

이제 두 달도 채 안 남은 지방선거에서 아직도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게 신기하다. 계속 룰 미팅만 하다가 진짜 실력은 언제 보여줄 것인가? 야당은 일부 의원의 농성과 대표연설을 통하여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대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했던 여야 모두의 원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초선거 공천배제의 실체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대선공약은 개별 대선 캠프에서 정치지향의 몇몇 전문가들이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때의 최대 관심사는 득표에 도움이 되는가다. 역대 대선에서 급조되어 공약으로 채택된 뒤 국익과 상관없이 정치적 혼란만 야기한 이슈들이 얼마든지 있다. 기초선거 공천배제는 정치적 불신에 기초하여 중앙당이 지방자치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행태에 대한 국민적 염증 때문에 채택된 공약이다. 한번 이슈가 되자 여야 모두 코앞의 대선에서 표를 빼앗길까봐 깊은 논의 없이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거에서의 공천배제는 선거 이후에도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기초자치는 그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란 말인가? 예컨대 수원시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지만 인구 118만을 넘어 광역시인 울산시보다 크다. 그런데도 국가와 중앙정치가 모른 체하고 수원사람들이 알아서 하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지방자치에서 고유사무보다는 국가나 상급자치단체의 사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비중이 훨씬 높은데도 방관만 할 것인가? 더구나 법률개정 없이 공천을 안 한다는 것은 위험한 쇼에 불과하다. 공천제도가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보았듯이 후보경력, 총재와 함께 찍은 사진, 홍보물의 색깔 등을 통하여 소속 정당을 모를 수 없다. 편법으로 정당을 표시하다 보니 공천절차도 없이 정당 수뇌부와의 인맥이나 친밀도로 비공식 지지가 결정된다. 여러 후보를 지원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특정 정당이 그런 혼란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해지고 결국 주민의 선택권이 제약될 가능성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다. 현재는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냐의 여부가 쟁점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 약속이 정말 국민에게 약이 되는지 독이 되는지 실체를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 빨리 정당과 후보들의 실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실상은 지방 차원의 행정서비스를 누가 더 잘 해서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느냐 일뿐 대선후보의 약속이행여부는 아니다.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교수ㆍ경기도선관위원

[천자춘추] 제2인천의료원 설립 필요한가

최근 한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인천에 제2 시립병원 건립타당성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아시다시피 2013년 인천발전전연구원에서 시행한 인천시민을 위한 10대 정책아젠다 선정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제 2인천의료원 설립염원이 경인고속도로 통행료철폐에 이어 2위에 오른 바 있다. 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지금 논의되어 차기 공약에 포함할 시민이 염원하는 중요한 요구임이 분명하다. 인천은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는 광역시이다. 현재 293만이 넘었고 조만간 300만을 넘게 될 서울,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350병상 남짓한 인천의료원이 이 많은 시민의 공공의료를 책임지기는 불가능하다. 이같은 인천시민의 대한 바람은 지나치게 민간병원 중심인 인천에서 좀 더 믿음직한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인천시소재 종합병원 병상수는 이미 6천병상을 넘었고 최근 몇 년 전후로 역시 민간에서 3천병상 가량 증설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병상의 증설이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증설할 병상은 인천의 공공의료를 담당할 공공병상이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는 흡연, 비만, 자살사망률 등 여러 가지 건강지표에서 전국 7개 광역단위 중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 서울보다 2배 이상의 면적을 가지고 있고 사람이 사는 섬만 40개가 넘는 넓은 도시다. 그럼에도 시립병원은 달랑 하나다. 그 마저도 동구 송림동 공단 한가운데 위치하여 대중교통이 드물고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인천에는 대학병원급 병원이 3개포함 15개의 종합병원이 있으며 각종 전문병원이 또한 상당수 이다. 그럼에도 40% 가까운 환자가 타 도시의 병원을 찾아 나선다. 또한 타도시에서 찾아오는 환자 비율도 20% 남짓하여 전국 광역시도중 최하위이다. 우리나라 의료상황과 같이 인천소재 병원은 대부분이 치료중심의 민간병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곧 이윤창출이 되지 않는 분야인 질병예방이나 사회안전망으로서 보건의료를 소홀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인천에도 이제는 제대로 된 규모의 공공병원을 신설하자는 시민의 요구가 이번에 출마하는 모든 정치인들의 공약에 포함될 때가 되었고 실현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천자춘추] 옴니채널 부상과 유통패러다임 변화

요즈음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단일채널에서 제품을 구매했지만 이후 인터넷의 출현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행위가 가능해지고 이제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거래가 확산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개인용 컴퓨터, 모바일기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구매가 이루어지는 다중채널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중채널 유통시장 환경이 스마트 시대에 발맞춰 한발 더 진화하고 있다. 소위 옴니채널(Omni-channel)이 그것이다. 옴니채널은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Omni)와 제품의 유통경로를 뜻하는 채널(channel)의 합성어로 소비자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모든 채널을 유기적으로 융합한 유통 패러다임을 말한다. 이는 다중채널과 달리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여러 채널들의 단순한 종합을 넘어선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최적이라고 판단되는 채널의 조합 방식으로 구매행위를 하게 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쇼루밍현상이나 온라인에서 정보검색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역쇼루밍 현상 등은 실제 우리 주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유통시장에서는 옴니채널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 최대 백화점 체인 존루이스(John Lewis)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사이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찾아가는 클릭앤콜렉트(Click and Collect) 서비스를 실시하여 온라인매출을 크게 신장시키고 있다. 옴니채널은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의 필요에 부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현 정보통신기술은 RFID, 빅데이터, 증강현실 등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다. 이런 점에서 옴니채널 현상은 미래 유통시장의 트렌드를 형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노키아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조차 모바일 세상으로의 전환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기업이 쇠망하고 그 결과 국가경제가 악영향을 받았던 사건이 발생한 지가 불과 얼마 전 일이다. 미래 유통시장에서 대세로 부상할 옴니채널 환경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정부도 차제에 이러한 옴니채널 현상에 주목하여 미래 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영성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평생학습이란 무엇인가

평생학습이란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활동이다. 다시 말해 개인이 주체적 학습자로서 평생에 걸쳐학습활동을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평생학습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와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평생학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참여하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작년 92세의 나이로 시집을 출간한 소녀시인 오금자 할머니는 젊은 시절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굴곡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한글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82세가 되었을 때 평생교육원 문예반에서 늦깎이 한글 공부를 시작하며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틈틈이 자연과 벗해 숲 속에서 본 대로 느낀 대로 낙서하듯이 기록한 100여 편의 시들이 탄생했다. 배움에는 늦은 때란 없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바야흐로 인생 100세 시대에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다. 생애주기에 맞는 재취업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와 자아실현의 행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평생학습의 목적이기도 하다. 평생학습도시를 지향하는 안양시의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5만5천180명(9%)에 이르고, 100세 이상이 106명(0.01%)이다. 앞으로도 한국사회의 인구 고령화는세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노년 인구 층에 대한 사회문화 활동 여건과 관심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평생교육은 학습자를 수동적 존재가 아닌 능동적존재로 학습자의 입장에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노년의 건강, 가족, 일, 죽음준비, 등 인식개선을 위해 마련한 안양시의 그린나래 사업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노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희망의 초록 날개를 그릴 수 있다 라는 희망 메시지를 전해준다. 자체 양성교육을 통해 배출한 노인통합교육지도사가 경로당 100개소를 대상으로 3인 1조로 순회 방문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처럼, 평생학습을 통해 시민이 함께 일구어가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인 평생학습과도 일맥상통한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꾸준히 익히고 배우라는 사회적 요구가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문택 안양시 평생학습원장

[천자춘추] 정치인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사퇴한 공직자만 156명이다. 각 정당별로 예비후보자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하여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약 중 일부는 타당성이 있겠지만, 상당부분은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을 제시하는 후보자도 문제지만, 이러한 후보자들을 당선시키는 유권자가 더 문제이다. 유권자에게 세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첫째, 스스로 성숙한 유권자인가 되물어야 한다. 경기침체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에 충실하고, 힘든 이웃을 배려할 줄 알아야만 성숙한 유권자이고 민주시민이라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은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상박하후(上薄下厚)이어야 한다. 내가 받지 않아도 될 것을 주겠다는 후보 또는 내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과 동등하게 주겠다는 후보에게 한표를 주기 전에 나는 이 정도의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무능한 사람인가 이 정도의 이익이 내 민주시민의 양심을 저버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이다. 둘째, 달콤한 공약(空約)과 진실된 공약(公約)을 구별해야 한다. 세금을 더 걷지 않고 복지를 늘리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돈 먹는 하마를 양산하는 전시성 토건사업도 안 된다. 예산없는 정책은 허구이고 정책없는 예산은 낭비다. 유권자가 귀를 즐겁게 하는 달콤한 공약(空約)을 멀리 하고, 진실된 공약(公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포퓰리즘을 배제하여야 한다. 포퓰리즘을 제시하는 후보는 앞에서 작은 이익을 제시하고, 뒤에서 커다란 이익을 훔쳐가는 도둑이다. 나아가 유권자를 가볍게 보고, 그 정도로도 유권자의 표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포퓰리즘의 수혜자는 당선에 성공한 후보이지만, 비용을 감당하는 사람들은 바로 유권자다. 다만, 유권자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의 사회화되는 것이다(privatization of profit, socialization of loss). 당나라 고사(故事)에 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그 위에 뜬 일엽편주다라고 했다. 한편, 장 자끄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며칠 전 강원행정학회, 경인행정학회, 충북행정학회의 공동학술대회에 토론자로 갔었다. 한 발표자의 내용 중에 정치인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이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임형백 성결대 지역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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