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민주화가 아니라 법치국가화

최근 반정부 시위로 어수선한 나라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가 친러 주민들을 보호한다며 군사행동 조짐을 보인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면, 친 유럽의 야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한 후 새 의장에 선출된 투르치노프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전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기로 하였다. 또 2004년 오렌지혁명을 주도하여 총리를 역임했으나 2010년 대선에서 패한 후 직권남용죄로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티모셴코 전 총리를 석방하는 결정을 내렸다. 축출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피신하여 러시아를 자극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태국에서는 작년 11월부터 탁신 전 총리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수텝 전 부총리의 주도로 계속되었다. 이에 탁신의 여동생인 잉락 현 총리는 국회를 해산하고 지난 2월 2일 총선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총선을 거부하는 시위대의 방해로 1만 여 개의 투표소에서 투표가 무산되었다.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지만 남부 28개 선거구에서는 일정조차 못 잡은 상태이다. 그밖에도 터키,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등 많은 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난무하거나 내란상태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민주화라는 미명하에 법과 절차가 무시된다는 점이다. 70~80년대의 우리나라도 외국인의 눈에는 비슷하게 보였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시위로 정부가 퇴진한 것은 아니며 결국 선거를 통하여 정권을 교체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시위를 통한 정부교체도 민주화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불완전한 것이다. 온전한 민주국가라면 법치국가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인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확립되었다고 하기에는 민주화의 후유증이 크다. 여야가 각각 국민의 뜻이라고 하면서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가 당연시된다. 오천만이나 되는 국민의 뜻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선거만이 국민의 뜻을 확인하는 법적 절차인데 여야 모두 선거 직후부터 선거결과를 잊어버린다. 국회는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켜본 지 오래되었고, 야당의 장외투쟁은 빈번하다. 재판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누구나 사법부를 비방한다. 국민들도 선거결과를 믿지 않고, 법을 존중하지 않으며, 목소리가 커야 한다고 믿는다. 철도건 병원이건 공공성이 부차적인 관점이 된 지 오래다. 이래서야 민주국가,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러운 것이 요즘 우리 사회다.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ㆍ경기도 선관위원

[천자춘추] 문화가 있는 날

문화융성위원회는 국민들이 퇴근 후에도 가족들과 손쉽게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리기를 기대하면서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방안으로 주요 영화ㆍ스포츠ㆍ공연ㆍ미술관ㆍ박물관ㆍ고궁 등에서 무료 또는 할인 관람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2014년 1월 29일과 2월 26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벌써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서울지역의 일부 정책적 공간을 제외한 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문화공간이 실질적으로 참여했는가라는 계량적 성과는 차치하고 현재의 여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이지 못한 할인혜택도 문제지만, 그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직장인 부모들이 이날을 위해 과감하게 정시 퇴근할 수 있는지, 또 아이들은 방과 후에 자신 있게 학원을 결석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 여건 즉 장애물에 대한 대안 없이 형식적인 할인혜택만으로 문화가 있는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정부는 이미 수많은 문화의 날을 지정해왔다는 사실이다. 10월은 문화의 달이고, 10월 셋째 토요일은 문화의 날이다. 서울시는 매년 도심 일대에서 문화의 밤 행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국의 각 지자체에도 유사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혼란스러운 것은 이미 근로자들에게는 매주 수요일이 가정의 달로 알려져 있고 정시 퇴근 후의 문화생활을 권유받고 있음에도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잠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졌던 마토 연극의 날로 돌아가 보자. 매월 마지막 토요일, 대학로 연극의 거리에서 시민들은 연극을 통해 문화를 체험하며 하루를 보냈다. 연극관객은 사랑티켓을 통해 관람료 할인혜택을 받았고, 시민들은 거리에서 연극인들과 문화를 축제로 즐겼다. 당시 시민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일손을 놓고라도 대학로에 가고 싶게 만든 연극인과 문화관광부 공무원들의 열정은 높이 평가할만했다. 필자는 그때 대학로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과감하게 차량통행제한을 협의하던 장관과 사무실을 벗어나 연극인들과 함께 거리에서 신명나게 어울리던 담당 공무원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앞서 밝힌바와 같이 그때도 시민들로 하여금 마음 편히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을 간과했기에 이 축제가 지속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2014년 오늘, 또다시 지적할 수 밖에 없다.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100세 시대, 평생교육이 행복하다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행복추구권이란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따라서 자기설계에 따라 인생을 즐기고, 자기가 추구하는 행복의 개념에 따라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다. 행복은 삶의 질과도 밀접하다. 특히 행복과 건강은 상호불가분의 관계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하다는 것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양호한 상태로 규정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명심보감에서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고 했다. 2000년 미국 내추럴 마케팅 연구소가 처음으로 사용한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건강과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을 뜻한다. 평생교육은 로하스를 실천하는 디딤돌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앞두고 안타까운 것은 무병장수하는 시대가 아니라 유병장수 시대인 탓이다. 보험 상품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유병장수시대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이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만큼 질병의 가짓수 또한 증가함에 따른 것이다. 유병장수시대의 대비책이 과연 보험뿐일까? 필자는 평생교육에서 답을 찾기를 권한다. 삶에 대한 긍정적 생각이야말로 그 어떤 보험 상품이나 건강 약품보다 유용한 치료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꿈과 이상을 가지고 있어 용감하게 살아 갈 수 있다. 이처럼 꿈과 희망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 강력한 영향을 준다. 이러한 영향력은 곧 긍정적인 생각을 말한다. 또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기도 하다. 호기심을 잃는 순간 인간은 늙는다고 했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기존의 학교 교육만으로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필연적으로 평생 교육을 해야 하는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평생교육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강한 삶을 유지해 궁극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인생 100세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평생학습인 것이다. 하고 싶지 않으면 변명을 찾게 되고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관심 있는 분야의 평생교육을 찾아 문을 두드리고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행복이 보일 것이다. 정문택 안양시 평생학습원장

[천자춘추] 빅데이터 숨고르기

요즈음 스마트기기의 대대적인 보급과 SNS 등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들이 생산 저장되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도처에서 부지불식간에 쏟아져 나오는 빅데이터가 경제적 자산이 되어 사회변화에 따른 삶의 질에 대한 욕구 및 현안 해결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IT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는 빅데이터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의 원유라고까지 할 정도이다. 그런 만큼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빅데이터가 사회적 중심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0대 신흥기술 가운데 첫 번째로 빅데이터 기술을 선정한 2012년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2014년 들어서는 점입가경이다. 여러 기관들이 빅데이터 관련 시장규모를 예측하기도 하고, 언론에서는 빅데이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또한 빅데이터 활용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ㆍ시행하고 있다. 정부 3.0의 핵심과제인 빅데이터 활용 확대 방안에 비춰볼 때 앞으로 국가 정책수립, 대국민 서비스 및 사회현안 대응 등 국정운영 전반에 빅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빅데이터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그에 따른 행동조치와는 별도로 빅데이터가 가지는 약점과 부정적 측면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빅데이터가 그냥 잠시 스쳐가는 유행어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미국의 350개 기업 IT 임원 중에 빅데이터 프로젝트로 효과를 보았다는 응답이 7%에 불과하였다는 조사결과 등 빅데이터가 과잉 기대의 정점을 지나 환멸기에 진입하였고 서서히 거품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빅데이터 분석이 외국계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정보의 대외 유출 위험도 있고, 소수의 글로벌 대형 외국기업들에 빅데이터 수요와 공급 모든 면에서 종속될 수 있으며, 데이터 독점에 따른 빅브라더 정부의 출현 가능성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빅데이터에 대한 너무 지나친 환상과 기대에 의존하여 성급하게 처신하다가는 자칫 되돌이킬 수 없는 큰 재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서 나쁠 것이 없다. 우리의 현 여건과 실력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면 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 지금은 빅데이터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공히 살피고 신생기술로서 빅데이터가 가지는 유인기제와 저해기제의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는데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것이다. 유영성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천자춘추] 新 맹모삼천지교

1980년대 말부터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것은 강남 8학군 효과가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맹모처럼 부모들은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강남으로 이사를 했다. PISA(국제학생성취도평가)에서 한국의 순위는 2~4위로 매우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교육에 대해 높은 경쟁률과 교육시간, 부모들의 교육열과 빠른 인터넷을 수차례 긍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럴 때마다 한국의 지나친 사교육 부작용, 잠자는 교실풍경들이 떠올라 멋쩍었다. 어쨌든 미국의 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위해서 한국으로 이사오지 않는다. 한국 맹모들은 이제 선진국으로 이사하는 것도, 아빠만 두고 떠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모 챠터하이스쿨을 방문한 적이 있다. 95% 이상이 대학에 들어가는 그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한국 부모들은 그 카운티로 이사를 가거나 위장전입도 불사한다. A, B급 성적우수자 중 대부분 한국학생을 포함한 동양인이어서, 급기야 백인 부모들이 반발하여 C급 성적 우수자까지 발표토록 하였다. 그 학교 한국인 교사도 자녀교육 때문에 그곳에 왔고, 자녀를 1등 졸업생으로 키웠다면서 한국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는지 설명했다. 학업 성적이 좋아야함은 물론 AP(Advanced Placement)프로그램 참여, 악기연주와 스포츠, 봉사활동도 해야만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AP프로그램은 성적 우수자에게 부여되는 대학 1~2학년 기초과정 수준 클래스로서 대입의 당락을 좌우한다. 한국 부모들은 그 모든 뒷바라지를 위해 학원에 보내는 등 하루종일 운전과 매니저로 매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만난 한국인 아이는 미국에 온지 2년째로 펜싱과 풀륫을 배우고 있으며 내년부터 시작될 AP클래스에 선발되기 위해 저녁에 학원에 다닌다며 하루 3시간 밖에 잘 수 없다고 했다. 오 마이 갓! 영어 스트레스와 인종 차별을 이겨내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리라. 경기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혁신학교들이 있다. 맹모들의 열성으로 그 학교주변의 집값은 비싸다. 일본, 대만, 브라질, 미국, 북유럽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경기도의 혁신학교를 배워가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 맹모들이 혁신학교 근처로 삼천(三遷)할 때다. 유명한 혁신학교 근처는 집값이 비싸니 부지런히 혁신학교를 일반화시켜 우리 맹모들도 그만 이사하고 이웃과 어울리며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현숙 경기도교육연수원장

[천자춘추] 소통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최근 우리사회는 소통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또는 의견이나 의사가 상대편에게 잘 통함으로 돼있다. 혹자는 소통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고 덕목이라고 추겨 세우고, 또한 가장 필수적인 능력이라고도 강조하기도 한다. 소통은 누구든지 원하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소통이 실패할 경우, 내 탓보다 네 탓으로 곧잘 치부하면서 불신과 증오를 키우기도 하고, 대립과 반목으로 날을 세운다. 따라서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보다는 한층 순화된 표현을 써야 한다. 실제로 대화는 애정과 진정성이 배어있고, 상대방에게 편안하게 해 주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소통을 막는 요인들은 선입견과 편견, 고정관념, 오만과 독선, 무지, 이분법적 사고, 자기중심성, 배타성 등이 있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많은 친구도 사귀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받아, 그것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기에 실리 뿐만 아니라 칭찬까지 덤으로 얻는다. 반면 소통이 막히면 불편해지고, 눈길이 마주쳐도 어색해진다. 또한 정치권의 여야도 소통이 끊기면 국정능률도 떨어지고,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낀다. 사실상 소통은 인간사회에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도 필요한 것 같다. 물 흐름이 막히면 주변이 부패하고 바람이 차단되면 공기가 혼탁해져 답답해진다. 이렇듯 공동체의 삶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인 것 같다. 그런데 소통은 상황과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단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신년 기자회견 도중, 소통에 관한 질의응답에서 원칙에 벗어난 입장에서, 소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환언하면 소통은 상호 공감대가 형성돼야지, 찬물을 끼얹은 돌발변수가 생기면 곤란하다는 의미다. 비근한 예로 상대방이 황당한 주장과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거친 막말과 일탈한 행동으로 나오면 매우 난감해진다. 이런 경우,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고 또 상당한 인내가 요구된다. 이런 절차와 과정이 무시되면 소통을 기대할 수 없다. 대다수가 상대방이 뱉어낸 말이 내 생각과 다르면 이내 좋지 못한 감정을 드러내 소통을 깨기 일쑤다. 오늘날 우리는 매우 다원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접근하는 게 좋다. 소통이야말로 일방만의 이익이 아니라, 상호가 이익을 얻는 윈윈전략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막론하고 소통문화가 원활해지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 지고,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박정필 시인ㆍ수필가

[천자춘추] 융합의 시대로 통(通)하다

현 정권에 들어서면서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접한 단어가 있다면 바로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다. 창조적인 콘텐츠 개발과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찾는 것, 이것이 모든 분야를 아울러 화두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보니 요즘 세상에는 융합하지 않은 것이 거의 없게 느껴진다. 핸드폰과 PC의 융합은 이제 일상생활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구글 엔터프라이즈가 IT기술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소비자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이 밖에도 의류와 IT기술이 결합한 웨어러블이 대세다. 웨어러블이란 의류나 신체 일부분에 닿는 시계, 벨트, 안경 등 IT 기기와의 결합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휴대전화와 의류를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건강을 확인하기도 하고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술 융합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그렇다면 전통음악은 어떨까? 사실 알고 보면 전통음악분야의 융합은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전통음악에 전자가야금, 전자해금 등 새로운 음색의 악기를 개발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클래식과 전통악기가 만나 다양한 음색을 선보이는 등의 크로스오버나 퓨전국악도 끊임없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음악의 만남은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또는 전통음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 젊은이들이 조금이나마 우리음악을 접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음악은 아직 퓨전음악 그 이상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문화 창출이 필요한 때다. 최근 문화관광부에서는 앞으로 연중 개최될 융합 콘텐츠 창작자의 날의 첫 번째 행사로서, 게임콘텐츠 창작자의 날을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콘텐츠 창작자 지원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음악, 패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의 전통음악도 새로운 IT의 바람을 타고 전통의 계승을 넘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술과의 융합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다른 산업에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더하는 21세기의 연금술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음악과 함께 하는 융합콘텐츠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앞장서는 신(新)한류의 개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T강대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에서 IT와 전통음악의 융합은 어쩌면 당연히 만나야하는 파트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재영 경기도립국악단 예술단장

[천자춘추] 공해가 돼버린 병의원 광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많은 광고가 눈에 띤다. 그 중 유독 많은 것은 아마 각종 의료광고인 것 같다. 거의 모든 병의원들이 국내최고, 특수한 기술, 첨단 장비 보유를 외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용인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사람들에게 홍보한다면 이를 고운 눈으로 너그럽게 용서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몇 해 전 국내 유수 의과대학의 한 유명 척추전문교수가 국내에 시행되고 있는 과도한 수술치료와 효과가 과장되고 불필요하게 시행되고 있는 비보험 시술에 문제점을 제기하여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물론 그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상당부분 일리가 있음을 필자도 알고 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가 되었을까? 사회적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가장 공공적이어야 할 의료계의 모습은 그 자정작용을 잃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 공공병원 병상 수는 작년기준 12.8%로 OECD 평균인 75%에 턱없이 못 미치고 가장 영리적인 의료시장인 미국 25%, 일본 26%의 반 밖에 되질 않는다. 공공병원의 설립 목적은 취약계층진료, 국가 재난적 질병에 대한 대비, 정책적 제도의 시범실행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적정진료를 통한 합리적인 의료행위를 선도하는 역할일 것이다. 시장에 맡겨진 수익성 중심의 병원경영이 당연시 되어있고 낮은 수가로 민간병원의 정상적 수지맞춤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보험 진료로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유혹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이로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감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적절치 못한 의료행위를 내세우는 의사들의 마음에 드는 멍은 스스로의 몫이라 하여도 말이다. 과잉진료보다 무서운 것은 과소진료이다.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은 필요한 낮은 수준의 과소진료에 몰려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아파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비율이 저소득층에서 25%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어느 의대교수가 우리나라에서 노숙자는 큰 병에 걸려도 왜 강남의 S의료원에 입원할 수 없어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적이 있다. 한편에서는 불필요한 비싼 진료를 무작위로 뿌리는 광고를 통해 유혹하고 한쪽에서는 병이 있어도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의 확충을 통한 적정하고도 표준적인 진료를 확립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분이 동의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오늘도 덕지덕지 붙어있는 병원광고 속에 똑같은 모양으로 가공된 여인들의 사진을 씁쓸히 보며 지나간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 원장

[천자춘추] 다문화사회 피상이 아닌 이면을 보자

서구에서 다문화사회의 원인을 보면 △미국, 캐나다처럼 이민(immigration)에 의한 경우 △독일처럼 이주노동(contract worker)에 의한 경우 △영국, 프랑스처럼 구식민지와의 포스트식민주의 상황에 의한 경우로 구분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결혼이민자가 한국에서는 다문화사회의 가장 큰 원인인 반면, 서구에서는 문화적인 병합(amalgamation)의 대상일 뿐이다. 한국은 약 80만명의 단기거주노동자, 약 20만명의 결혼이민자, 10만명을 조금 넘는 귀화(naturalization)인을 합하여 규모를 부각시킨 후, 정책 의제선정(policy agenda setting)과 정책채택(policy adoption)에서는 약 20만 명의 결혼이민자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배타적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성가족부가 전체 예산의 약70%를 사용한다. 법무부는 이민정책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여성가족부 등은 다문화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용어도 통일되지 않았다. 흔히 다문화사회의 장점으로는 경쟁력 강화, 단점으로는 사회통합의 약화가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서구의 경험을 보면, 단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양성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사회통합을 약화시킨다. 역설적이게도, 서유럽에서 극우주의자들이 이민에 대하여 강력하게 저항한 이유로, 다문화주의가 관용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다문화주의의 관용의 이미지 보다는, 숨겨진 갈등에 주목하여야 한다. 최근의 유럽에서의 인종갈등과 호주의 인종범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들 국가의 경우, 외국인의 유입규제는 강화하고, 유입된 외국인에 대한 관용을 강조한다. 즉 다양성은 인정하지만, 다양성의 양적 증가는 억제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마치 단일민족국가가 잘못된 것이어서, 더 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오도(誤導)되고 있다. 심지어 정부 중앙부처가 외국에서 결혼이민자 현지 사전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사업까지 시행하였다. 무엇보다 입으로는 다문화주의를 외치면서, 그들을 우리보다 못한 수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이미 잘못된 시각이다. 이들을 수혜의 대상으로 각인시키면서 지원하게 되면, 국민들이 역차별이라고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회통합을 방해한다. 인권적복지적 시각에 기초한 단기성 지원보다, 이들이 자립적인 동등한 한국의 구성원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임형백 성결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자녀교육, 이제 아버지가 나서자

엊그제 둘째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다녀왔다. 졸업식 후 점심을 먹으며 12년의 초중고 학창시절을 마감하고 이제는 성인으로서 새 출발하는 딸을 바라보며 나는 과연 자식이 여기까지 성장해 오는 동안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뒤돌아보았다. 아이들의 표상이 되도록 솔선수범해야 하건만 사회생활에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 교육의 악역을 모두 애 엄마에게 맡겨버리고 방관한 것은 아닌지? 사실상, 오늘날의 아버지들은 외롭고 힘들다. 사회에서 열심히 일해 가정의 안위를 돌보려 노심초사하지만 가정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시인은 이러한 아버지의 처지를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들이여, 그래도 우리는 힘을 내 사랑하는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와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녀 교육에 나서야 한다. 학교교육과 사회를 탓하기 전에 다음 세 가지만이라도 실천해 봄이 어떠한가. 첫째, 늦기 전에 가정에서 효행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을 대략 인성교육과 지성교육으로 나눌 때 인성교육은 주로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부모에게 흉기를 들고 심지어 부모를 살해하는 끔찍하고 반인륜적인 범행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효행교육을 강화하는 일은 시급하다. 둘째, 어릴 때부터 반듯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정당하게 승부를 겨룰 것, 사람을 때리지 말 것, 뒷정리를 잘할 것, 자기 물건이 아닌 것엔 손대지 말 것,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할 것, 조그마한 도움에도 감사를 표할 것, 식사 전에는 손을 씻을 것, 변기의 물을 내릴 것 등 기본 생활습관을 가르쳐야 한다. 셋째, 태어난 모습 그대로 적성에 맞는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사람은 본래의 자기 자신이 되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자기 자신으로 태어난 사람이 현실과 사회라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여러 가지로 왜곡되고 굴절되지만 결국 그가 가야 할 길은 자기 자신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개성화 과정이고 자아실현인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경하는 아버지들이여, 비록 바쁘고 힘들지라도 우리의 사랑스럽고 소중한 자녀들이 인격과 능력을 겸비한 반듯한 민주시민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모두 함께 자녀교육에 나서 봄이 어떠한가. 김해겸 청덕고 교장ㆍ용인대 외래교수

[천자춘추] 불법 건축물의 양성화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다. 불법 건축물 양성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되는 말인가?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국토교통부에서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작년에 발표하여 2014년 1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내용을 보면 2012년 12월31일 이전에 사실상 완공된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건축물로 건축허가를 받지 않거나, 허가 이후에 위법시공 등으로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건축물이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전국적으로 약 3만 가구 이상이 혜택을 받아 서민의 주거안정과 재산권 보호에 일조 할 것으로 본다고 한다. 또한 각 시도 자치단체와 건축사협회를 통해서 양성화 대상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홍보요청을 하고 있다. 이번 양성화 시행이 서민의 주거안정과 재산권 보호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정상적으로 법을 준수한 건축주들에게는 할 말을 잃게 한다. 과거에도 이러한 양성화제도가 있었고, 잊힐 만하면 몇 년에 한 번씩 고개를 든다. 이해 못할 일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건축허가에서 사용검사까지의 건축법과 시행령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토록 되어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공사감리 건축사와 사용검사현장조사 건축사들은 불법, 위법한 건축물을 사전에 차단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업무소홀이나 과실이 발생하면 공무원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소위 말하는 업무정지부터 사무소등록 취소까지 행정처분을 받게 되며 이는 불법건축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이다. 어느 지역에는 전체 건축사의 40%가 행정처분을 받아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불법, 위법을 자행하는 건축주들은 생각이 다르다. 일단 지어놓고 일정기간 견디면 양성화로 합법적인 내 재산이 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팽배하여 있다. 또한 위법으로 인한 이웃 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며 건축행정 질서를 파괴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특별법으로 양성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상대적으로 개인의 이익보다는 법을 준수하여 건축행정질서에 동참한 건실한 건축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본다. 또한 업무정지라는 행정처분을 받은 건축사와의 형평성 논리에도 맞지 않는 제도이다. 21세기에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하는 길목에서 철학이 없는 이중 잣대의 제도를 더 이상 지속한다면 우리의 건축행정 질서와 건축문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이 된다. 신계철 경기도건축사협회 부회장

[천자춘추] 법조인 단상

필자가 사회생활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중 하나가 변호사님 전문영역은 무엇인가요?이다. 언제 우리 법조계가 전문영역별로 세분화됐나 싶다. 변호사와 더불어 대표적 전문직인 의료분야에 전문의 제도가 있는 것에 기인한 듯도 하고 또 우리와 가까운 미국식 사고로 인해 미국의 전문변호사 얘기와 헷갈리는 탓일 듯도 하다. 아니면 사무실이 아닌 사회적 관계에서 만나는 자리에서 말을 걸때 가장 쉬운 질문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고 아주 가까운 관계의 국가이긴 하나 법제는 완전 다르다. 미국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영미법국가이면서 불문법 국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프랑스와 같은 대륙법계이면서 성문법 국가이다. 즉, 미국은 판례가 법 그 자체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법에 명문으로 규정을 해야 법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고 판례 자체는 법이 아닌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근대화가 되면서 변리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의 유사직역이 만들어지면서 자격이 세분화되고 법정화되어 그러한 직업군이 있는 반면, 미국은 변호사라는 자격증으로 그러한 영역들의 업무를 취급하고 있어 무슨 일을 주로 하는 변호사인지 전문분야가 세분화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중에 많은 법정영화가 있는데 이를 보면 우리나라 법원 풍경과 다른 것으로도 이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가 있는 나라인 반면 미국은 약 240년 전에 여러 민족들이 모여 만들어진 나라이다. 미국에선 법대로 하자!고 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대로 하자고 하면 거의 끝장을 보자는(?), 관계를 끊자는 의미로들 많이 한다. 이렇듯 미국과 우리는 아주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법계와 제도, 법문화가 다름에도 우리국민들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것을 유사한 것으로 여겨 얘기하곤 한다. 어찌 되었건 필자가 위와 같은 질문을 들었을 때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곤란한 적이 있었다. 우리 사무실은 민, 형사, 가사, 행정, 각종 기업자문 사건 등을 하고 있어 모든 영역을 한다고 하면 전문지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행정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적이 있어 행정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는 하지만 행정사건만을 하고 있지는 않기에 행정 전문이라고 답하기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얘기한 여러 전제를 달리하고 접근하게 되면 법조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넓게 되고 서로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본다. 이병길 법무법인 평정대표 변호사

[천자춘추] 선거법 개정은 선거직후에…

6ㆍ4지방선거의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던 지난 4일, 국회에서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 교육감의 피선거권을 교육경력 3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급히 처리하려고 국회 본회의를 긴급 소집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출마준비 중인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결국 본회의가 취소되었다. 사실 4년 전 지방선거 때도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교육감 직선제로 인한 불필요한 정치화를 방지하고자 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제나 교육관련자들만 참여하는 제한적 직선제 등이 제시된 바 있다. 급기야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는 여야 공히 대선공약으로 채택하였다. 그런데 국회는 4년 동안 쌈박질만 하다가 선거가 코앞에 닥치자 논의를 시작하였다. 교육감의 교육경력문제는 다음 보선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통과되었고, 기초자치 선거 공천배제의 경우 아직도 논의 중이다. 여야의 입장차이로 합의통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반면 지방의원수의 증가와 같이 이해가 일치하는 사안은 쉽게 합의처리되었다. 이는 마치 선수가 링에 올라가 복싱을 할지, 킥복싱을 할지, 아니면 이종 격투기로 할지 논의하는 형국이다. 서로 유리한 것으로 하자고 할 것이 뻔하다. 여야의 입장 차이는 겉으로 말하는 이유와는 다른 속내가 있다. 여당은 기초선거 공천폐지가 위헌소지가 있다고 하지만, 그걸 모르고서 불과 1년 전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단 말인가? 야당의 공천폐지 주장은 지난 번 지방선거의 압승으로 인한 현직 프리미엄 때문에 주장하는 것은 아닌가? 공천제도는 정당을 통하여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반면, 중앙정치에 예속되거나 공천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단점이다. 그렇다면 돗공천을 폐지하면서도 책임정치를 담보할 방법이나, 공천제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자치권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야의 행태로 보면 아무 합의도 못하고 현행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서 이번이 아니라 차기선거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늦어도 6ㆍ4 지방선거 직후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당장의 이해관계자가 없기 때문에 합리적 의견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결국 국민이 원하는,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링위에 올라가서 룰미팅을 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너무나 지쳐서 정치권에 대한 모든 기대를 다 버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호택 한경대 법학과 교수ㆍ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천자춘추]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동반자

경기도문화재단협의회(의장 엄기영)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가 지난 1월 27일, 용인문화재단 포은아트홀에서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14년 신년하례회를 개최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경기도문화재단협의회는 경기도 내 12개 기초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이 지역에서 느끼는 문화의 벽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발족한 조직이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조직으로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던 차에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경기도와 함께 첫 출발을 선언한 자리였다. 이번 협약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정책부터 기획 및 실행까지 두 기관이 공동으로 임한다는 즉 동반자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와 용인문화재단을 비롯하여 안산문화재단, 오산문화재단 등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동반자의 입장에서 출발을 도모하고 있다. 필자는 경기도문화재단협의회와 용인문화재단을 통해 경기도와 용인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향유기회 확대 사업을 기획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 관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의지를 읽을 수 있어 반가웠다. 더구나 지금까지 중앙 중심 및 성과 중심의 문화정책에 실망해왔던 지역 문화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협약은 아주 적절하고 효율적이며 고무적이었다. 사실 그동안 정부의 문화 정책은 지역 곳곳에 스며들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필자가 지역문화재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느낀 것 또한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지역문화재단은 차치하고 지역 문화가 정부의 문화정책과 어우러지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여러 정책이 제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가장 급속하게 발전해온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는 지역 공연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방식이다. 공모를 통한 심사 그리고 지원이라는 갑과 을의 방식은 동반자는커녕 소통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각설하고 정부의 지역문화정책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려면 지금의 사업에 대한 지원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지역 문화정책 기관과 동반자로 소통해야 한다. 의도는 좋지만 아직까지 형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현장과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정책, 그 이유는 바로 동반자의 역할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평생학습이 행복지수를 높인다

21세기는 평생학습시대이다. 정부도 국민 행복을 키워드로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배움의 끈을 놓친 국민에게 배우지 못한 설움을 풀어주고, 국민의 행복한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행복을 이끄는 주요 요소인 평생학습 참여율은 매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13년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통계를 보면 OECD 국가 중 평균대비 4.8%가 낮은 19위로 저조한 상태이다. 사회의 급속한 변화와 직업의 다양화, 여가와 인간의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평생교육(life-long learning)이란 전 생애에 걸쳐 일정한 이상과 가치를 지향하며 인간을 지도하는 의식적 활동이나 자아실현을 위한 인간 형성의 사회적 과정을 의미한다. 즉 평생교육은 개인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생애에 걸친 교육이다. 평생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평생교육법에 따르면, 평생교육의 이념을 통해 평생교육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명시하고 있다. 첫째 모든 국민은 평생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는다. 둘째, 평생교육은 학습자의 자유로운 참여와 자발적인 학습을 기초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평생교육은 일정한 평생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대우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평생교육의 정의를 바탕으로 평생교육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일정한 시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평생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특정한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피교육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행동 변화를 추구하며,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평생교육의 특성을 고려하여 분야별 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그 유형으로는 국민 기초 강화교육, 지역사회개발교육, 인력양성교육, 여가선용교육, 교양증진교육, 시민의식함양교육 등이 있다. 이처럼 평생교육은 시민의 문화적응, 생활개선, 직업 확장, 여가선용의 기회를 확대함은 물론, 시민의 실현감, 성취감, 자아발전, 참여의식을 고취해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사회적으로는 지역연대, 지역 정체성, 공동체 의식을 창출하는데 비전을 두어야 한다. 정문택 안양시평생학습원장

[천자춘추] 초연결 세상 대비 우리의 역량 키우기

현재 우리들은 사이버상의 연결을 보편적인 삶의 태도로 받아들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실시간 연결이 가능한 삶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연결대상의 확대로 인해 이제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기기들 간의 연결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미래학자들은 연결성이 매우 높거나 연결성 자체를 초월한다는 뜻을 담은 초연결성으로 표현한다. 실제로 우리들의 삶속에서 초연결성을 일으키는 강력한 동인이 작동하는 것을 도처에서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대학이나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세대들은 정보통신기술에 친숙한 세대로서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거대한 양의 정보를 생산소비하며 연결을 지향한다. 이들은 C세대(연결세대)로 불리며 사회의 중추세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초연결성은 비록 개인의 사생활 감시나 정보침해 우려 등 부정적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지만 사회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가치 창조의 플랫폼으로 작용하게 하며, 사회 전반에서 실현될 수밖에 없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으로 인식된다. 그만큼 미래에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에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초연결성의 혁신적, 가치창출적 동인들을 신성장동력 확보와 국가발전의 지렛대로서 활용하기 위해 국가경쟁 차원의 전략적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으며 사물인터넷 관련 정책 및 R&D 투자를 통한 인프라 구축,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연결성 정도, ICT플랫폼화 가능성, 창의적 인재 수준, 빅데이터 경쟁력 등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처진다. 2011년 기준 DHL 연결지수에 의하면 26개 혁신국가 가운데 중간(14위) 수준이다. 특히, ICT플랫폼화 가능성 역량은 선진국의 50% 수준이고, 창의적 인재수준은 싱가포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빅데이터 역량의 경우는 아예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제로에 가깝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의 초연결성 역량 확충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노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의 역량을 확충하는데 기여할 수많은 정책사업들이 있겠지만 특히, 공공에서 유선기반 행정정보 시스템 및 서비스의 무선기반화 전환을 빠른 시일 내에 시도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더 나아가 시범사업으로 광화문-과천-세종-대전(대덕지구)의 네트워크형 초연결 미래특구 사업을 한번 추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유영성 경기개발연구원 미래비전연구실 연구위원

[천자춘추] 통일의 대박은 방법에 달려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통일은 대박이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2020년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순서로 경제규모가 재편된다는 예측이 있었다. 한국은 분단된 상태로는 영원히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통일은 개인이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른 선택사항이 아니다. 영원한 이류 국가로 안주하기 보다, 일류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다만 통일은 그 방법에 따라 대박이 될 수도 있고, 쪽박이 될 수도 있다. 첫째, 통일은 한국(남한)에게는 민족공동체에 기초한 남한 주도의 자본주의 체제로의 흡수 통일을 의미한다. 반면 북한은 통일을 남조선 해방으로 규정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간에도 통일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효율적인 통일의 방식에 대한 합의와 고려가 필요하다. 둘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 적어도 공식적으로 한국의 통일을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통일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예를 들면, 러시아 연해주의 인구는 약 200만 명 정도로, 인접한 중국 동북3성의 인구의 60분의 1에 불과하다. 한편 연해주에는 전 세계의 약 5%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러시아는 연해주를 개발하여, 연해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면서, 천연가스를 한국 등에 수출하고 싶어 한다. 또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연결되는 대륙횡단철도의 노선에 대하여도 러시아와 중국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한국의 통일이 다른 국가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 셋째, 세대가 흐르면서 청소년들의 민족의식이 약화되고, 청소년들은 통일에 대하여 장년층보다는 회의적이다. 거기에다 통일 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통일 비용에 대한 추산은 각 전문가나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그 수치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통일을 정치권에서 주장하면서, 비용은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지지받기 어렵다. 수사학(修辭學)을 넘어 통일 한국의 지정학적(geopolitical) 위치를 활용한, 투자 유치, 고용 창출, 경제적 효과 창출 등을 통하여, 통일 비용을 상회하는 경제적 효과와 통일 한국의 비전도 같이 제시하여야만 한다. 임형백 성결대 지역사회과학부 교수

[천자춘추] 한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

지난달 16일, 중국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됐다. 일본의 반응은 민감했다. 그들 언론은 한중 안중근 기념관 개관은, 일본압박 공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는 기자회견을 통해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고 막말했다. 그럼 이토 히로부미는 과연 누구인가. 1905년 대한제국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보호조약을 체결, 동남아 평화를 짓밟고 인권을 유린한 침략자의 거두였다. 안 의사께서는 침략자에 대한 응징의 당위성을 깨닫고,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서 저격하여 최후를 맞게 했다. 이처럼 용기 있고 정의로운 거사의 주인공은 한국이 낳은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다. 아직 그 자손들의 피눈물과 뼈아픈 고통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일제침략 역사를 왜곡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극우 정치인의 행태는 과거 군국주의의 부활을 꾀하려는 파렴치한 행위다. 지금도 일제의 잔악무도한 범죄흔적은 여러 곳에서 널려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제암리교회 신도집단 학살, 독립투사 고문살해, 위안부 강제동원, 국보급 유물약탈 등 수없이 많다. 그뿐만 아니다. 아베신조가 양심과 이성가지고 평화를 펼치려는 정치인인지 의심스럽고, 여태껏 일제 향수에 젖어 있는 모습에서 연민마저 느껴진다. 만약 일본이 과거사를 청산 않고 미래로 간다는 것은 화약을 품고 불길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지만 과거 피해국가의 국력은 그때와는 딴판이다.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한 아베신조의 인식이 정치행위나 언행에서 묻어난다. 이렇듯 노골적인 탐욕의 본색을 드러내 것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일본에는 황당한 속담이 있다. 거짓도 백번을 우기면 진실이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비양심적이고, 인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문화가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본은 독도가 그들의 고유 영토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다가 그 거짓을 진실로 위장시켜 역사교과서에 담았고, 향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들먹거린다. 사실상 한국에 이미 일본의 침략이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인 신채호 선생께서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런 고귀한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유비무환의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박정필 시인ㆍ수필가

[천자춘추] 청마의 해, 전통음악도 말처럼 달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류 3.0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전통음악은 과연 빠른 소비의 패턴에 맞춰서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가령 하루에도 수 십 곡이 쏟아져 나오는 대중음악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음악을 소비하고 있는데 전통음악은 소비의 대상에서 어쩌면 철저하게 배제되고 계승의 가치에만 치우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앞으로 전통음악의 미래를 위해 시대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어떻게 앞장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4년 문화예술 키워드 10중에는 스낵 컬쳐(Snack Culture)가 있습니다. 스낵 컬처란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라는 의미를 지닌 새로운 콘텐츠 유형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콘텐츠 유형에 전통음악도 발맞춰 나아가야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문화를 소비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생활 속에서 전통음악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전통음악과 결합하는 방법, 혹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식사 후나 또는 간편한 식사를 하면서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런치콘서트 등 이외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습니다. 물론,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 이라는 말이 있듯이 빠르게 달리면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전통음악이 K-pop을 넘어서 진정한 한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러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맞게 소비되어야 하며 그 멋을 즐길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독립운동가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전통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역사의 가치가 주목되면서 문화유산이 지닌 스토리의 가치를 넘어서 과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재생시키려는 히스토리텔링(Historytelling)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전통음악의 미래이며 우리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2014 청마(靑馬)의 해, 달리는 말처럼 시대에 맞는 스피디한 콘텐츠 신발을 신고 힘차게 나아가야 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김재영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천자춘추] 공공의료의 현실과 희망

작년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주의료원 폐업사태가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OECD 평균의 반의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대의 공공병원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있던 지방의료원 한 곳을 없앤 일은 한심한 노릇이었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세계최고에 가깝고 국내의 의료자원이 넘쳐 국부창출을 위해 해외환자 유치에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또 혹자는 전국민건강보험과 요양기관강제지정제로 사실상 모든 의료기관이 공공병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답답한 통계수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난적의료비 지출(가처분소득의 40%이상을 의료비로 지출)가계의 숫자가 전 가구의 20%가 넘어 전체 가계파산의 30%에 이르고 OECD평균의 2.5배에 이른다. 병원에 가야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 환자(미충족의료)가 20%에 이른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싼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주로 아는 미국, 일본, 대만 등 몇몇 시장중심, 개인병원 중심으로 운영하는 나라에 비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의료제도 자체가 공공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고 있다. 보고에 의하면 전 국민의 70%, 가구당 약 3.8개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월 평균 23만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민들이 건강보험에 내는 액수와 엇비슷하다. 2012년, 인천발전연구소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10대 아젠다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했다. 놀랍게도 제2인천의료원 건립을 바라는 시민의 의견이 그 중 3위로 나타난 것이다. 놀라운 결과였는데 병원과 병상수로 보거나 서울에 인접한 위치로 보아도 인천에 병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은 현실에서 공공병원을 더 지으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우리나라에는 병원과 병상이 충분히 많고, 의료기술은 물론 병원의 규모와 장비 또한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그 대안으로 공공병원이 좀 더 확충되기를 원한다. 그러면 공공병원은 모두가 공공적일 것인가? 정부가 운영하면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공병원이 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공공병원은 무엇보다 이윤추구보다 적정진료로써 가족 같은 정성으로 성의있는 진료를 하는 병원일 것이다. 그러기에는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여러 면에서 한참 부족하다. 그나마 있는 공공병원도 생존을 위해, 이윤창출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국민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공공병원을 위해 갈 길이 너무나 멀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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