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의 문턱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우듬지를 살포시 자극하면 초록맥박이 거세게 뛴다. 아직도 깊은 계곡엔 동장군의 하얀 입김이 군데군데 서러있는데도 봄의 전령사인 귀엽고 앙증맞은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등 야생화가 찬 기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망울을 터뜨렸단다.
하순쯤 남녘에서 시작하여 개나리, 벚나무가 시샘이라도 하듯 앞 다퉈 피어내어 온 누리를 환히 밝혀줄 것이다. 그중 양지바른 산자락의 개나리가 제일 먼저 꽃등을 들고 봄 마중을 나간다. 네 갈래 노란꽃잎에 코끝을 갖다 대보면, 물씬 풍기나온 향긋한 냄새가 온 몸에 배어든다. 그 순간, 어릴 적 불렀던 봄나들이 노래가 절로 흘러나와 흥얼거리게 된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이처럼 동요가 나이에 상관없이 기억에 남은 것은 부르기 쉽고 가사가 간단하며 국민정서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또 뒷동산에 올라가 진달래 꽃잎 따먹고 입안이 온통 붉게 물들었던 시절도 잊지 못할 것이다. 머지않아 흐드러지게 핀 꽃들의 축제가 열리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실제로 이런 아름다운 꽃축제는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기도 하고, 지역 주민의 끈끈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아울러 홍보효과도 크다. 그뿐만 아니다.
아낙네들은 취나물, 두릅나무새순, 씀바귀 등 산나물을 뜯어다가 요리솜씨로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또한 길거리의 여인들 옷차림과 표정도 한층 밝게 만들고, 제주도 유채꽃도 활짝 피어주며, 강남 간 제비도 불러 들려서, 처마 밑에 둥지를 틀면 한 가족처럼 된다. 풀냄새 물씬 풍기는 산야에 누워서 아내와의 정다웠던 시절로 돌려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어내면, 사랑의 기운도 충만해지고, 막혔던 가슴도 뻥 뚫린다. 한편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돈과 명예만 집착하게 됐다. 도에 넘친 탐욕은 나도 해치고 이웃도 해치며 더나가 사회도 불행하게 만든다.
인간의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다고 한다, 사실상 손에 쥔 게 적어도 낭만과 휴식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봄의 정취 속에서 만끽하게 되면 애틋한 감정도 새록새록 생겨나 기쁨이 배가 된다. 잠시 일상을 접고 봄 여행을 다녀 오면 에너지도 충전되어 일의 능률도 오르고, 자신을 괴롭힌 정신적인 고질병도 치유될 것이다. 찬란한 새봄이 가기 전 가정에 웃음꽃 활짝 피어보면 활기가 더욱 넘칠 것이다. 박정필 시인ㆍ수필가
오피니언
박정필
2014-03-17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