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군주’ 정조를 만나다

조선의 문예군주 정조. 그는 어떤 예술적 자취를 남겼을까. 수원화성박물관은 정조의 예술적 성향과 과정을 총체적으로 다룬 기획전을 마련했다.정조는 세자시절부터 꾸준히 수련한 시서화 작품을 남겼고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김홍도와 신윤복과 같은 화가를 후원하기도 했다. 정조에게 문예는 신하들과 함께 백성을 다스리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신하들과 시를 지으며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의 뜻을 편지에 담아 마음을 나눴다. 또한 바른 정치로 백성들의 삶을 살피려는 어진 마음도 작품 곳곳에 남아 있다.전시는 정조의 예술세계가 탄생하는 계기와 과정을 다섯 파트로 나눴다. 먼저 홀로서다-기원(起源)은 정조실록을 토대로 어린시절 학문과 효성에 초점을 맞췄다. 효성이 지극한 정조의 흔적은 혜경궁 읍혈록에 잘 나타나며, 정조의 어린시절 글씨모음, 한글편지, 12세때 쓴 어필도 선보인다.뿌리를 기억하다-효친 코너는 정조의 다양한 글씨를 감상할 수 있다. 정조는 능원비와 사적비에 많은 글을 남겼는데 그 중 경모궁 편액은 정조가 즉위하던 1776년 사도세자의 사당인 경모궁에 걸었다. 또 사도세자의 글씨를 앞면에 새기고 뒷면에 자신의 글을 남긴 무안왕묘비는 힘차고 장중한 필체가 인상적이다.이어 사람과 함께하다-치인(治人)은 정조의 위민정신을 강조했다. 신하들과 왕실 및 조정의 중대사를 나눈 시문과 지방으로 떠나는 신하를 불러 민생을 당부한 글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채제공과 조심태, 김종수 등에게 내린 글은 아랫사람을 진심과 성의로 대하는 정조의 마음도 엿보인다.이밖에 책과 함께 한 정조의 흔적으로 춘추를 완독한 날 지은 글에서 책 읽는 즐거움이 진하게 묻어 있고, 아들 문효세자 교육을 위해 지은 중희당 편액도 눈길을 끈다. 그림에도 일가를 이뤘던 정조의 파초도와 국화도를 직접 감상할 수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추풍명안도와 사군자도 선보인다.한편 전시장에는 영상코너를 마련해 정조시대 화가인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 등의 작품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김준혁 학예팀장은 그 동안 정조의 예술과 관련된 전시는 특정 주제로 진행됐다며 이번 기획전은 정조의 예술세계 전반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6일부터 2개월간 열리며 글씨와 그림 5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문의 (031)228-4204/이형복기자 bok@kgib.co.kr

‘건반위의 시인’ 백건우 수원시향과 협연무대

수원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김대진)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를 초청, 오는 16일(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19일(오후 7시 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각각 195196회 정기연주회를 열고 러시아적 색채가 짙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4번을 협연한다.이번 연주회는 특히 줄리아드 음대 선후배인 백건우와 김대진이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 한 무대에 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원시향은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바위, 쇤베르그가 교향곡으로 편곡한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를 연주한다. 협연자로 나서는 백건우는 피아노 협주곡 레퍼토리만 70여곡에 이르는 등 섬세한 피아니즘의 극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 10세에 국립 교향악단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고,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과 같은 많은 곡들을 연주했다. 줄리어드 음악학교에서 로지나 레빈(Rosina Lhevine), 런던에서 일로나 카보스(Ilona Kabos), 귀도 아고스티(Guido Agosti), 빌헬름 켐프(Wilhelm Kempff)를 사사했다.백건우는 나움버그 콩쿠르(Naumberg Award)에서 우승했고, 1969년 리벤트리(Leventrill) 콩쿠르 결선 진출과 같은 해 부조니 콩쿠르 입상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부조니의 피아노 협주곡, 포레의 피아노 환상곡과 오케스트라, 리스트의 베를리오즈의 렐리오(Lelio)의 주제에 의한 교향적 대환상곡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세계 주요 음악당 무대에 올랐으며 최근까지 여러 음악 페스티벌의 게스트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VIP석/7만원, R석/5만원, S석/3만원, A석/1만원. 수원 R석/3만원, S석/2만원, A석/1만원. 문의 (031)228-2813~6./윤철원기자 ycw@kgib.co.kr

잔혹한 현실속 ‘작가의 성장스토리’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었지만 항상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심리적 혼란을 담은 성장 스토리가 펼쳐진다.사진작가 양재광이 나는 새를 주제로 전시를 갖는다. 전시는 크게 성장 과정에서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을 3개의 이야기로 전개했다.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어린시절의 꿈을 비롯해 잔혹한 현실 앞에 맹렬히 날개를 떨구고 매번 되풀이되는 좌절을 겪은 흔적이 안양 스톤앤워터와 석수시장의 빈 점포 곳곳에서 펼쳐진다.작가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작업한 Nightswimming(할머니와의 이별에서 기인한 유년시절의 혼란), 리스트 컷 신드룸(히끼꼬모리와 같은 생활을 하며 느끼게 된 청소년기의 절망), 사건의 전야(성인이 되어버린 후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사회와 개인과의 갈등) 3개의 시리즈다. 나이트스위밍은 맞벌이 부모님을 대신해 작가 자신을 돌보았던 한 파출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유년시절 어머니라 믿었던 할머니와의 이별, 당연히 진짜 부모와 할머니란 존재와의 혼돈 등이 작품 이미지로 펼쳐진다.사건의 전야는 매번 충격적인 사건으로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기사의 내용을 연출했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교수가 석궁을 이용해 판사를 쏘고, 쌍둥이 초등학생이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흉기로 친구를 찌르는 현실. 사건의 전야는 그들이 저질러 버린 엽기적인 사건들을 재현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 밤의 이야기로써 악인이 되기 전 이들의 환경과 심리 속에서 고뇌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리스트 컷 신드룸은 지난 1995년 4월간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던 작가의 히끼꼬모리(은둔형 외토리)에 대한 것. 무기력한 우울 속에서 때로는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져 일상에서 벗어나길 꿈꿨지만, 인생은 날마다 무료하고 심심하다. 전시는 7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문의 (031)472-2886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고양의 가을밤, 유럽 전통 선율로 물든다

깊어가는 가을, 고양시가 유려한 유럽풍 전통 선율에 젖어든다. 오는 11월3일 오후 8시에는 인간의 서정성과 교감하는 아름다운 하모니로 유명한 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트라가, 이어 6일 오후 8시에는 불가리아를 대표하는 80년 전통의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를 아름다운 하모니로 수놓는다. ◇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트라 1980년 창단된 타타르스탄 국립 전통 오케스트라는 지난 28년간 100여 가지의 공연 프로그램으로 세계를 순회, 전 유럽은 물론 매년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통령 궁에 초대 받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연주단체. 특히 이번 내한 공연은 초대 지휘자였던 아나톨리 슈티코프 타타르스탄 카잔 국립음악원 교수가 이끌어 오케스트라와의 오랜 호흡으로 다져진 깊이있는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과 유사한 전통이 많은 타타르스탄은 우리의 전통음악과 같은 5음 음계를 사용, 더욱 친근하면서 특색있는 음악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차이코프스키, 글링카, 보르딘 등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은 물론, 슈베르트, 멘델스존 등 저명한 작곡가들의 작품들과 함께 타타르스탄 전통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VIP석/10만원, R석/7만원, S석/5만원, A석/2만원. 문의 1577-7766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러시아 최초의 오케스트라, 상트페테르부르트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성이 되살아난다. 동양인 최초로 상임지휘자가 된 이영칠이 이끄는 소피아 필의 이번 무대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비롯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바딤 루덴코(Vadim Rudenko)가 협연한다. 바딤 루덴코는 화려함이 돋보이는 빠른 연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러시아 피아니즘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밖에도 글링카의 ‘루슬란 루드밀라 서곡’과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8번 G장조 Op.88’이 연주될 예정이다. R석/7만원, S석/5만원, A석/3만원, B석/2만원. 문의 1577-7766 /윤철원기자 ycw@kgib.co.kr

강화도, 오랜 시간의 기억을 담다

항전의 고장 강화도. 단군 왕검의 제단인 참성단이 위치한 곳이기도 한다. 강화 삼랑성역사문화축제 특별전이 인천 신세계백화점과 부평역사박물관에서 각각 열린다. ‘천겁(千劫), 기억의 울림’을 주제로 강화도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특성과 가치를 음미하고 이를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자리다. 현대미술조형연구회 주관으로 열리며, 참여작가들은 강화도를 사전답사하고 이를 화폭에 담았다. 강화도는 역사적으로는 항몽, 강화도 조약이 상기되는 장소이다. 특히 정족산 기슭에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이 있다. 또한 현재는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생태의 여행지로서의 의미도 크다. 특별전에 참여한 34명의 작가들은 강화도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을 바탕으로 오랜 영겁의 세월과 스쳐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전한다. 작가 도지성은 ‘부유·강화별곡’에서 물감을 겹겹이 쌓아가며 원래의 자취와 형상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이미지를 얹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여러 겹으로 쌓여진 공간, 무수한 시간의 겹으로 드러나는 풍경을 보여주는 이 방식은 공간이 지닌 시간의 변화와 흐름을 담아낸다. 정영한은 ‘우리 시대 신화’란 작품에서 바다풍경과 날리는 꽃 이미지를 극사실적으로 재현해냈다. 일상적인 공간과 대상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표현방식은 오늘날 디지털 매체를 통해 새롭게 생산되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일상의 신화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전시 참여작가들은 강화도라는 공간에 대해 추상적인 해석들을 시도한다. 박동진의 ‘COSMOS·거닐다’, 장성복의 ‘Mindscape·Floating 2009’ 등 강화에 대한 기억들은 추상적인 화면으로 형상화된다. 평온한 대지 안에서 잉태되는 생명의 소생을 의미하고 있는 민병권의 ‘한기’, 신하순의 풍경화 작품은 강화도에 대한 인상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 공간이 지닌 생명력을 환기시킨다. 윤기언은 한지 위에 수묵 담채로 그린 ‘푸른 바람’이란 작품을 선보이는데 “푸른 점이 모여 선이 되고 결이 되어 바람처럼 시간 위로 흐른다”라는 작가의 언급처럼 오랜 시간의 기억들을 담았다. 전시는 28일부터 다음달 8일일까지 열린다. 문의 (032)430-1199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장애인을 위한 문화나눔 콘서트

고양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석준)이 내달 8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1천여명의 장애인을 무료 초청해 가을 내음이 가득한 서정적인 선율을 들려준다. 이번 ‘장애인을 위한 문화나눔 콘서트’는 지난 8월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 무료 공연에 이은 두 번째 무료 초청공연이다. 이날 음악회에는 지휘자 유광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테너 강무림 연세대 성악과 교수, 소프라노 이승희 강남대 음악과 교수가 출연해, 감성적인 곡들로 가을 저녁을 수 놓는다. 이들은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인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비롯해,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로 부터’ 등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클래식 선율을 선사한다. 조 대표이사는 “지난 8월 가족 오페라 ‘마술피리’에 무료 초청받은 시민들은 지역 공공문화예술기관으로서 예술에 있어 공공성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며 “앞으로도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예술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테너 강무림 소프라노 이승희 지휘자 유광> /윤철원기자 ycw@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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