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오랜 시간의 기억을 담다

항전의 고장 강화도. 단군 왕검의 제단인 참성단이 위치한 곳이기도 한다. 강화 삼랑성역사문화축제 특별전이 인천 신세계백화점과 부평역사박물관에서 각각 열린다. ‘천겁(千劫), 기억의 울림’을 주제로 강화도 고유의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특성과 가치를 음미하고 이를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자리다.

현대미술조형연구회 주관으로 열리며, 참여작가들은 강화도를 사전답사하고 이를 화폭에 담았다.

강화도는 역사적으로는 항몽, 강화도 조약이 상기되는 장소이다. 특히 정족산 기슭에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이 있다. 또한 현재는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생태의 여행지로서의 의미도 크다.

특별전에 참여한 34명의 작가들은 강화도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을 바탕으로 오랜 영겁의 세월과 스쳐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전한다. 작가 도지성은 ‘부유·강화별곡’에서 물감을 겹겹이 쌓아가며 원래의 자취와 형상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이미지를 얹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여러 겹으로 쌓여진 공간, 무수한 시간의 겹으로 드러나는 풍경을 보여주는 이 방식은 공간이 지닌 시간의 변화와 흐름을 담아낸다.

정영한은 ‘우리 시대 신화’란 작품에서 바다풍경과 날리는 꽃 이미지를 극사실적으로 재현해냈다. 일상적인 공간과 대상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표현방식은 오늘날 디지털 매체를 통해 새롭게 생산되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일상의 신화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전시 참여작가들은 강화도라는 공간에 대해 추상적인 해석들을 시도한다. 박동진의 ‘COSMOS·거닐다’, 장성복의 ‘Mindscape·Floating 2009’ 등 강화에 대한 기억들은 추상적인 화면으로 형상화된다.

평온한 대지 안에서 잉태되는 생명의 소생을 의미하고 있는 민병권의 ‘한기’, 신하순의 풍경화 작품은 강화도에 대한 인상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 공간이 지닌 생명력을 환기시킨다. 윤기언은 한지 위에 수묵 담채로 그린 ‘푸른 바람’이란 작품을 선보이는데 “푸른 점이 모여 선이 되고 결이 되어 바람처럼 시간 위로 흐른다”라는 작가의 언급처럼 오랜 시간의 기억들을 담았다.

전시는 28일부터 다음달 8일일까지 열린다. 문의 (032)430-1199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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