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문서제출명령과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

민사소송법 제344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 법원은 문서제출명령을 할 권한이 있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위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당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위 단서 각호에 ‘문서제출명령’이 발령된 경우는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법원이 민사소송법에 의한 문서제출명령으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을 명했을 때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그 자료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23년 7월17일 선고 2018스34 판결)로 법원은 민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고 전기통신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민사소송법이 정한 문서제출명령에 의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증거에 관한 규정이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②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미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의 방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확장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③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 취지는 법원이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를 거쳐 문서제출명령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이 위와 같이 강한 일반적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법원과 관련된 예외사유로는 조사·송부의 촉탁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94조만을 특정하고 있을 뿐 이에 관한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를 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전기통신사업자가 법원에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해서는 규범의 충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규범 충돌의 상황은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우선함으로써 해소돼야 한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강력히 비판하는 반대의견이 존재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존중돼야 할 것이나, 상당한 반론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법원이 통신사실확인자료에 관한 문서제출명령을 내림에 있어서는 신중한 고려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법률플러스] 볼링장 건물이 경매로 처분되는 경우 볼링장 기계의 소유권

A는 B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면서 B를 위해 본인(A) 소유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줬다. 이후 A는 이 사건 건물 안에 있는 볼링장의 시설인 기계(이하 ‘이 사건 기계’)를 C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던 중 A는 B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했고 이에 B는 위 부동산에 관해 경매신청을 해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고, D가 위 부동산을 매수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C는 D에게 자신이 이 사건 기계를 매수했다며 이를 인도해달라는 청구를 제기했다. 이때 D는 C에게 이 사건 기계를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우선 이 사건 건물과 이 사건 기계의 관계를 통해 D가 이 사건 기계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했는지에 관해 살펴보자. 물건(주물)의 소유자가 그 물건의 상용에 공하기 위해 자기 소유인 다른 물건을 부속하게 한 때에 그 부속물은 종물이다(민법 제110조). 쉽게 말해, 건물(주물)의 소유자가 그 건물에 설치하는 전기설비, 냉난방 설비, 승강기 등은 건물의 종물이다. 그렇지만 모든 부속물이 종물이 되는 것은 아니며, 주물의 경제적 효용을 다하게 하는 것으로서 주물과 소유자가 같고 주물로부터 독립한 별개의 물건이면서, 장소적으로도 밀접하게 결합돼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기계는 이 사건 건물과의 관계에서 종물에 해당하는가? 최근 우리 대법원(2025년 10월16일 선고 2025다213056 판결)은 위와 유사한 사안에서 볼링 기계는 해당 건물이 볼링장으로서 경제적 효용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필수적인 시설물로서 해당 건물의 종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 기계는 이 사건 건물의 종물이다. 그런데,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D는 이 사건 기계에 대한 소유권도 취득했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 민법(재358조 본문)은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 부동산에 부합된 물건과 종물에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부동산에 관한 저당권의 실행으로 개시된 경매절차에서 그 부동산을 매수해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은 그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종물의 소유권도 함께 취득한다. 그리고 이는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전에 저당권이 설정되고 그 후 종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대법원 2005년 5월13일 선고 2005다1223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D는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그 종물에 해당하는 이 사건 기계의 소유권도 함께 적법하게 취득한 것이다. 요컨대 C는 D를 상대로 자신이 소유자임을 내세워 이 사건 기계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

[법률플러스] 추심명령이 있는 채권에 대한 채무자의 이행의 소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해 추심명령이나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법원은 추심명령이나 체납처분이 있는 경우,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 소송을 각하해 왔다. 그런데 최근 위 기존 대법원의 판결을 변경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한다. 최근 대법원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해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국가가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으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압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①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추심명령에 위반되지 않고, 추심명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가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볼 법률적 근거가 없다. ②채무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추심은 압류에 의해 금지되고 설령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피압류채권에 따른 급부를 제공하더라도 이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추심채권자의 추심권능이 제한되지 않으므로, 추심채권자에게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 ③채무자가 피압류채권에 관한 이행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아 집행을 시도하더라도 제3채무자로서는 집행장애사유를 주장하여 이를 저지할 수 있고 민사집행법 제248조에 따라 공탁함으로써 지급의무를 면할 수도 있으므로, 제3채무자에게 불리하지 않고 오히려 응소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④추심명령을 이유로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보면 소송이 장기간 진행됐거나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추심명령이 발령됐더라도 법원은 이를 직권으로 조사해 소를 각하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 경우 그동안의 소송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게 돼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소송경제에 반하고 추심채권자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25년 10월 23일 선고 2021다2529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판례 변경에 따라 이제는 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이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된다. 대법원이 밝힌 바와 같이, 위 판결은 분쟁의 일회적 해결과 소송경제의 관점에서 변경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합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향후 소송 진행과정에서 소송고지나 법원의 석명 등을 통해 추심채권자가 위 이행의 소에 적절히 참가할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가 확립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률플러스] 지역권

우리나라 민법 제2편 물권법은 모두 8종의 물권(점유권, 소유권,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유치권, 질권, 저당권)을 인정하고 있다. 법률전문가들이 아닌 독자들도 소유권, 전세권, 저당권 등의 용어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권이나 유치권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지역권’이라는 용어는 아예 처음 들어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역권이란 타인의 토지를 자기의 토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다. 예컨대 맹지인 X토지의 소유자인 A는 X토지의 편익에 제공하기 위해 X토지에 인접하는 B소유의 Y토지에 폭 4m의 통행로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공로에서 X토지로 출입하는 통행 지역권을 설정하기로 B와 약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역권은 물권으로서 이러한 약정에 더해 등기를 마쳐야 한다.) 여기서 서비스를 받는 X토지를 요역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Y토지를 승역지라 부른다. 지역권은 로마법의 역권(役權, servitus)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우리의 역사에서 그 자취를 찾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의용민법(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적용된 일본 민법)에 이미 지역권에 관한 규정이 있었으며 해방 이후 제정된 현행 민법도 지역권에 관한 규정(제291조~제302조)을 두고 있다. 이렇게 보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는 지역권 제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민들이 이 제도를 실제로 활용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았다. 지역권은 물권이기 때문에 요역지 소유권의 변동에 수반한다. 즉 위 사례에서 A가 X토지의 소유권을 C에게 양도했다면 이제는 C가 X토지에 대한 소유권과 함께 Y토지에 대한 지역권을 취득한다. (사실 위 사례에서 A가 Y토지에 통행로를 확보하고 싶다면 B로부터 Y토지를 임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차권은 채권이므로 B는 오로지 A에 대해 자신의 토지를 통행로로 사용하도록 용인할 채무를 부담할 뿐이다. 즉 이후 C가 A로부터 X토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고 하더라도 B는 C에 대해서는 동일한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비슷한 관점에서 A가 X토지의 소유권을 자신이 계속 보유하는 상태로 Y토지에 대한 지역권만을 C에게 양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지가 분할되거나 일부 양도된 경우라면 지역권은 요역지의 각 부분을 위해 또는 그 승역지의 각 부분에 존속하지만, 지역권이 토지의 일부분에 관해 설정됐다면 다른 부분의 토지는 지역권의 통제에서 벗어난다(민법 제293조 제2항). 이처럼 요역지의 일부분을 위해 또는 승역지의 일부분에 대해 지역권을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며, 이 경우 요역지의 편익과 승역지의 이용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당사자들이 맺은 지역권설정계약의 세부 내용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2025년 6월 12일 선고 2024다288915 판결)은 최근 지역권설정계약의 합리적 해석을 위해 고려할 사항으로 지역권설정계약이 정한 요역지의 편익과 이용 방법, 이를 기초로 한 당사자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역권의 본질적 특성, 지역권설정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지역권설정계약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법률플러스]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소송에도 돈이 든다. 예컨대 민사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인지대, 송달료, 변호사 보수, 증인 여비, 감정료 등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다만 승소한다면 상당한 비용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 물론 패소한다면 상당한 비용을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한다. 승소 전망이 매우 낮은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야 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X가 Y를 상대로 1억원의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다행히 전부 승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인지대, 송달료, 변호사비용으로 합계 1천만원을 지출했다고 하자. 법원은 Y가 X에게 1억원을 갚아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동시에 소송비용은 Y가 전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패소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소송비용은 법령에 따라 그 범위가 정해져 있다. 이 사례에서 X는 Y에게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지대, 송달료, 변호사비용으로 구성되는) 약 800만원의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 확인한 것처럼 본안 소송의 판결을 내리면서 법원은 직권으로 소송비용을 누가, 어떤 비율로 부담할지를 정하는 재판을 하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정하지는 않는다. 즉 승소 비율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 ‘소송비용은 원고가 1/3, 피고가 2/3를 각 부담한다’와 같은 방식으로 결정할 뿐, ‘피고는 원고에게 소송비용으로 금 OOO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안 소송이 확정되면 승소한 당사자는 제1심 법원에 소송비용액 확정을 신청해 구체적인 금액을 확정받아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승소한 당사자가 가지는 소송비용상환청구권도 소멸시효에 걸린다는 점이며, 더욱더 주의할 점은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은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본안 판결)이 확정된 때 발생하며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소멸시효의 기간의 측면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원칙적으로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민법 제165조 제1항). 그러나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은 본안 판결이 확정됐을 때 그 권리가 발생하지만, 별도의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을 받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 점에서 그 채권은 아직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이다. 민법 제165조 제3항은 판결 확정 당시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에 대해서는 10년의 시효 연장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송비용상환청구권에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위와 같이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은 본안 판결 확정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그 기간은 일반 민사채권의 경우 10년이 아닌 각 채권의 본래 소멸시효 기간(상사채권 5년, 일반 민사채권 10년 등)이 적용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대법원 2021년 7월 29일자 2019마6152 결정).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금전청구권은 국가재정법 등 법률의 규정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이상의 논리에 따라 승소한 국가가 가지는 소송비용상환청구권에도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금융거래정보의 취득목적 외 이용

A는 민사소송에서 재판부에 금융거래정보 촉탁신청을 해 B회사와 B회사의 임원인 C의 계좌거래내역을 취득했다. 그 후 A는 C를 상대로 한 사기미수 형사고소 사건과 C와 벌인 다른 민사소송에서 위와 같이 취득한 B회사와 C의 계좌거래내역을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다. A의 행위는 문제가 없을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은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가 명의인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법원의 제출명령 등이 있을 경우 그 사용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거래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거래정보 등을 알게 된 자는 그 거래정보 등을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그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할 수 없다. 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위 사례에서 A는 민사소송에서 B회사와 C의 계좌거래내역을 취득하였으므로 이를 그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A는 C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 사건과 C와 벌인 다른 민사소송에서 위 계좌거래내역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따라서 A는 금융실명법을 위반하였으므로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검사는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A를 기소했다. 다만 위 금융실명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금융거래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 고소·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해 금융거래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형법 제20조(정당행위)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이 사안의 A는 이러한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A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유죄)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2025년 9월4일 선고 2022도16512 판결)은 이와 관련해 정당행위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해당 금융거래정보의 수집·보유·제출 경위·목적, 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 여부, 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 제출한 정보의 내용,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 성질 및 침해 정도, 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등 개별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 대법원은 이러한 일반론의 바탕 위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리한 끝에 A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무죄)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다. 이처럼 비록 이 사건에서 A는 정당행위가 인정돼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타인의 금융거래정보를 함부로 사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매우 위험한 행위임은 반드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

[법률플러스]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적 효력

소멸시효 완성 후에는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된다.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의사표시로 한다. 그 법적 성질에 관해서는 일단 발생한 권리 부인권 내지 시효원용권의 포기라고 보는 학설과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서 이 의사표시에 의해 시효의 이익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는 학설 등이 대립한다. 아무튼 시효이익의 포기는 시효 완성으로 인해 얻은 권리소멸의 이익을 상실시키고 소멸했던 채무를 다시 유효하게 존속시키는 법률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률관계를 변경시키는 행위이므로 처분행위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권리의 포기가 항상 절대적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권리의 종류, 포기의 성격 및 법률관계에 따라 그 효력은 상대적일 수도 있고 절대적일 수도 있다.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력만을 가진다. 여기에서의 상대적 효력이란 포기한 당사자와 그 상대방 사이에서만 효력을 발생하며, 다른 이해관계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인의 채무자 중 주된 채무자 또는 연대채무자의 1인이 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과는 보증인, 연대보증인,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다만 물상보증인이 있는 피담보채권의 채무자가 한 시효이익 포기는 담보권의 부종성 때문에 물상보증인(저당권설정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이와 관련해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상대방이 된 사해행위의 수익자의 경우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사해행위에 의해 얻은 이익을 상실하게 되지만 채권자의 채권이 소멸되면 그 이익 상실을 면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그 채권의 소멸에 의해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므로,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의 경우 위와 같은 상대적 효력에 대한 예외가 인정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2025년 9월25일 선고 2024다254387 판결)은 사해행위의 수익자는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는 채권자의 채권의 소멸에 의해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되지만,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므로 채무자가 피보전채권에 대해 시효기간이 지난 후 변제하는 등으로 시효이익을 포기했더라도, 그 효력이 사해행위의 수익자에게 미치지 않고 수익자는 여전히 피보전채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 사건의 원심은 반대 취지로 판단한 바, 자칫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적 효력에 대한 예외로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경우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법률플러스] 과세전 적부심사를 생략한 과세처분의 적법성

세무서(과세관청)는 납세자에게 100만 원 이상의 세금고지서를 보내기 전에 ‘과세예고통지서’라는 문서를 발송해야 합니다. 과세예고통지서에는 과세근거와 세액산출근거 등이 기재돼 있으며, 납세자는 이를 확인해 과세관청이 통지한 과세예고금액에 대해 다툴 수 있습니다. 이를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라 하는데, 과세전적부심사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내에 통지를 한 과세관청을 상대로 청구해야 합니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2항). 그렇다면 만일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고 과세처분을 한 경우 이는 적법할까요? 최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선고돼 이를 통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A(원고)는 2002년 3월8일 본인 소유의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고 2016년 12월16일 이를 B에게 양도한 후, 1세대 1주택 양도소득 비과세 특례를 적용해 C세무서에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및 납부를 완료했습니다. 지방국세청은 2021년 8월3일 C세무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당초 A가 신고한 양도소득세 신고의 적정 여부 재검토를 권고했습니다. 이에 C세무서장은 2021년 8월3일 피고 D세무서장에게 위 양도소득세 과세자료를 이관했습니다. 그런데 피고 세무서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022년 4월28일에 와서야 A에게 소명자료를 그 다음 날인 같은 해 4월29일까지 제출하라고 통지했고, 2022년 5월2일 과세예고통지 후 2022년 5월9일 일반세율을 적용한 양도소득세 경정고지를 했습니다. 이에 원고인 A는 2022년 5월2일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피고 세무서장이 경정고지 처분을 했으므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기회를 상실했다며 위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관해 피고 세무서장은 위 처분 당시(2022년 5월9일)는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부과제척기간)의 만료가 1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3항 제3호에 의하면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날부터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므로 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피고 과세관청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자료 등을 이관받은 시점이 2021년 8월3일이고 과세예고통지가 있은 시점은 2022년 5월2일이었는데, 그 사이 과세관청이 원고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에 관해 검토하거나 관련 사실을 조사하지 않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후속 절차를 지연시킨 것으로 보이므로 과세예고통지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위 처분에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박탈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5년 6월5일 선고 2025두33014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결은 과세관청이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법률플러스] 공유물의 분할

공유는 하나의 물건을 2인 이상의 다수인이 지분의 형태로 공동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각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다.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에 대해 언제든지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으며(민법 제268조 제1항), 공유자들 사이에 공유물의 분할방법에 관해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 공유자는 법원에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협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제로 협의를 했으나 분할방법에 관해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뿐만 아니라, 일부 공유자가 공유물분할 협의를 하지 않을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경우처럼 처음부터 협의가 불가능한 경우도 포함된다. 공유물분할청구의 소는 분할을 청구하는 공유자가 원고가 돼 다른 공유자 전부를 공동피고로 해야 하는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므로, 소송에서 단 한명의 공유자도 누락돼서는 안 된다. 공유물의 분할은 공유자 간에 협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 방법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판에 의해 공유물을 분할할 때에는 법원은 공유물을 현물로 분할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현물로 분할을 하게 되면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 한, 법원은 당사자가 구하는 방법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법원의 재량에 따라 공유관계나 그 객체인 토지의 제반 상황에 따라 공유자의 지분비율에 따른 합리적인 분할을 하면 된다. 그리고 공유 토지를 현물분할하는 경우에는 분할청구자의 지분한도 안에서 현물분할을 하고 분할을 원하지 않는 나머지 공유자는 공유로 남는 방법도 허용된다. 또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해 공유물을 특정한 자에게 취득시키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고, 다른 공유자에게는 그 지분의 가격을 취득시키는 것이 공유자 간의 실질적인 공평을 해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공유물을 공유자 중의 1인의 단독소유 또는 수인의 공유로 하되 현물을 소유하게 되는 공유자로 하여금 다른 공유자에 대해 그 지분의 적정하고도 합리적인 가격을 배상시키는 방법에 의한 분할도 현물분할의 하나로 허용된다(대법원 2023년 7월 13일 선고 2021다304601 판결 참조). 다만 법원은 공유물을 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현물로 분할을 하게 되면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 물건의 경매를 명하여 대금분할을 할 수 있다(민법 제269조 제2항). 위와 같은 공유물분할에 의해 공유자들 사이에 지분의 교환 또는 매매가 있게 되고, 이를 통하여 공유자들 사이에 공유관계는 종료된다.

[법률플러스] 대리모 계약

H(남)와 W(여)는 부부다. 이들 부부는 인터넷 ‘대리모 카페’를 통해 알게 된 X(여)와 다음과 같이 계약했다. ‘X가 난자와 자궁을 제공해 아이를 출산해 주면, 부부는 그 대가로 8천만원을 지급한다’. 이 약정에 따라 X는 자신의 난자와 H의 정자를 체외 수정한 배아를 X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시험관 시술을 받아 S를 임신했고 이후 출산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므15371 판결은 이 사안을 다뤘다. 이 사안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부부와 X가 맺은 계약은 이른바 대리모 계약(보조생식 시술을 통해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다. 대리모 계약은 유효한가. 대리모 계약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의 객체로 삼는다. 대리모 계약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따라서 대리모 계약은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 무효다. 이것이 대법원의 첫 번째 판단이다. 이 사안에서 X는 자신이 출산한 S에 대한 친생모의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대리모 계약의 일부이거나 그 연장선상에서 체결된 것으로 진실한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모(母)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역시 무효이다. 모자 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해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자연적 친자관계이다. 따라서 X와 S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한다면, 설령 무효인 대리모 계약에 바탕을 두었더라도, X는 S의 모(母)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이 대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다. 이 사건에서 X는 자신이 S의 모(母)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을 제기했고 제1심과 항소심 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X의 청구를 인용했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의 전체 사실관계는 위에서 제시한 단순한 사안보다 좀 더 복잡하고 씁쓸하다. S를 인도받은 부부는 S를 친생자로 신고했고, 정성으로 양육했다. 그러나 이후 X는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여러 차례 부부를 협박해 거액의 돈을 갈취했고 결국 공갈죄 등이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S는 11세가 됐을 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미국으로 출국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위에서 검토한 일반 법리에 따라 X의 청구를 받아들여야 할까. 대법원은 일반 원칙에 따르면 특정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그 권리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권리남용으로 볼 수 있다면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 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소송도 예외적으로 소권의 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을 다시 원심 법원에 환송했다.

[법률플러스] 친부에 대한 혼외자의 과거 부양료 청구

부모는 미성년의 자녀를 부양할 의무가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법도 같은 취지로 규정한다. 즉, 민법 제913조는 친권자는 자(子)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제974조는 직계혈족은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규정은 윤리적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만일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지 않았다면 그 자녀는 부모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혼외자(법률상 혼인 관계가 없는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부모도 그 혼외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 남녀가 있고 둘 사이에서 혼외자(X)가 출생했다고 하자. 어떤 사정이 있어 생모는 생부에 대해 양육비 청구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 혼자 힘으로 어렵게 X를 양육했다. 빈곤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된 X는 생부를 상대로 과거 부양료의 지급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서 생모가 이미 생부에 대해 양육비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던 사실에 어떠한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있는가. 위 사례와 유사한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2025년 9월11일 선고 2023므11758 판결)은 최근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으며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자녀 양육의 의무는 부모 중 누가 친권을 행사하는 자인지 또 누가 양육권자이고 현실로 양육하고 있는 자인지를 물을 것 없이, 친자 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로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한다. 이혼한 부부나 혼인외 출생자의 생모, 생부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추상적인 청구권일 뿐이다. 또한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됐어도 그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의 양육비 채권은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해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 미리 장래의 양육비 채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을 한 경우에도 자녀의 복리에 반해 그 포기의 효력이 자녀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요컨대 설령 생모가 과거 생부에 대해 양육비 채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도 그 포기의 효력은 자녀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결국 자녀(X)는 생부를 상대로 과거 부양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이 내린 답변이다. 남녀 사이의 사랑은 쾌락만을 추구할 수 없고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 경우 부양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며, 이는 법률상 혼인 관계의 유무를 묻지 않는다. 부양의 의무는 도덕과 윤리의 영역을 넘어 법적 의무에 해당하므로, 부모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법률플러스] 계약명의신탁과 자주점유

A는 B와 계약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명의신탁약정을 모르는 C로부터 토지를 매수하면서 B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A는 위 토지를 20년 이상 계속 점유하면서 경작해 왔다. (여기서 계약명의신탁이란 A가 배후에서 실제로 매수대금을 지급하면서도 단지 B의 이름만 빌려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하는 계약을 말한다.) A가 사망하자 그 상속인들은 A가 위 토지를 20년 이상 소유의 의사로 점유(자주점유), 경작해 왔으므로 부동산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면서 명의수탁자 B를 상대로 위 토지의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은 ‘명의신탁약정’은 당사자(즉, A와 B) 사이에서 명의신탁자 A가 목적물의 소유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명의신탁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있다고 보아야 함을 전제로 A의 자주점유 추정은 깨어지지 않았고 위 토지에 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즉 B는 A의 상속인들에게 소유권이전을 해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2년 5월12일 선고 2019다249428 판결)은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했다. 우선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제2항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초 소유자 C가 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면 (A와 B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라고 하더라도) B 명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고 B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결국 계약명의신탁에서 A는 C가 명의신탁약정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함은 물론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아니므로 원 소유주 C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은 A도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A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는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되는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 즉 A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가지지 않았으므로 소유의 의사로 점유(자주점유)한다는 추정은 깨어진다. 이처럼 A의 점유는 타주점유라고 보아야 함에도, 원심은 계약명의신탁과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법률플러스] 급발진 사고의 인정 기준

근래 고령자들이 운전 중 사고를 내는 경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법원(2025년 7월18일 선고 2020다263758 판결)은 이러한 ‘급발진’ 사고에 참고될 만한 판결을 선고했는바, 이에 관해 살펴본다. 위 판결 사안은 만 66세 여성이 승용차를 운전해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갓길 약 300m 구간에서 약 10초 동안 비상등을 켜고 200km/h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다가 우측 진출로에서 그대로 직진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하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유족들이 이른바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면서 차량 제조업자를 상대로 제조물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원심은 사고 경위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는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던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고,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차량 제조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른바 ‘급발진 사고’ 유형에서 결함 및 인과관계의 추정 요건인 ‘운전자가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음’을 증명하려면 ①운전자가 급가속 당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사정을 증명해야 하고 ②페달 조작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추인시키는 간접사실을 통해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③이 사건 사고 당시 제동등이 점등돼 있지 않았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페달 오조작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2는 “피해자가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했고 그러한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 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으며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의 판례도 제조물책임에서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증명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러한 법리에 따르면서도, 피해자 측의 완화된 증명 책임의 정도에 관해 여전히 다소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법률플러스] 독립 점유자 강제집행 효력과 방해 행위의 형사책임

A는 B와 C가 함께 사는 주택에 대해 B를 상대로 주택인도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A는 위 판결문을 근거로 해 주택 전부에 대한 강제집행을 실행하고 현관문 잠금장치를 변경했다. 그런데 이후 C가 변경된 잠금장치를 열어 주택에 다시 들어간 경우 C는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에 해당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까? 참고로 형법 제140조의2(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는 ‘강제집행으로 명도 또는 인도된 부동산에 침입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사안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2025년 7월16일 선고 2025도5553 판결)이 다룬 사건이다. 위 사안의 쟁점은 크게 ① B만을 상대로 한 판결문을 집행권원으로 해 B, C가 함께 사는 주택 전체에 대해 이루어진 강제집행이 적법한지, ② 강제집행이 적법하지 않음에도 이를 마친 경우, 그 강제집행을 방해하는 것이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에 해당하는지로 나눠진다. 우선 B와 C가 위 주택의 독립된 점유자라면 A가 B를 상대로 승소한 주택인도 판결의 효력은 C에게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통상 2인 이상이 점유하는 부동산의 경우 점유자 모두를 피고로 해 그 인도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즉, B를 상대로 주택인도소송에서 승소했다 하더라도 그 판결문을 근거로 C에게 주택을 인도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위 사건의 경우 B와 C는 남매였으므로 동생인 C가 독립된 점유자인지 아니면 단순한 점유보조자인지가 문제됐다. 왜냐하면 하나의 주택에서 가족들이 거주하는 경우 소유자(또는 임차인) 외의 가족은 통상 그 소유자(또는 임차인)의 점유보조자로 보며 그 경우에는 점유보조자에 대한 별도의 판결 없이 강제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위 사건의 B와 C가 주택 일부를 각자 관리한 것으로 보아 각 독립된 점유자로 보았다. 이처럼 B와 C가 독립된 점유자로 인정된다면 B에 대한 판결에 효력은 C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그 판결을 근거로 주택 전체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법한 부동산 강제집행을 방해한 경우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가 성립할까. 이에 관해 대법원은 “일부 위법한 집행이 있었더라도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은 지속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는 보호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즉“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는 강제집행으로 명도·인도된 부동산에 침입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 성립하는 것이며 공동점유자 중 일부만을 상대방으로 해 이루어진 부동산 인도 집행은 위법하지만 그러한 집행으로 취득된 점유도 보호돼야 하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주택 침입 행위는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에 해당한다.”라는 것이다. 즉 위 사안의 경우 주택 전체에 대한 강제집행은 위법하지만 이미 집행이 완료돼 잠금장치까지 변경된 이상 이를 열고 주택에 침입한 C에게는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임대차보증금 채권 양수인의 권리행사

갑은 2023년 5월1일 을로부터 을의 임차 주택(임대인은 병이며 임대차계약 기간은 2022년 4월1일 ~ 2024년 3월31일)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채권 1억원을 양도받았다. 같은 날 양도인 을은 위 주택의 병에게 임대차보증금 채권의 양도를 통지했으며 병은 그 다음 날(5월2일) 위 채권양도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후 위 주택에 대한 임대차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을과 병은 위 주택에 대한 임대차계약 기간을 갱신했고 2025년 8월22일 을은 위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 위 주택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채권의 양수인으로서 갑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채권의 양도 통지를 받은 후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의 갱신이나 계약기간 연장에 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더라도 그 합의의 효과는 보증금반환채권의 양수인에 대해서는 미칠 수 없다. 채권자가 자기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통상이지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한 채권자가 그 이행을 청구하기 위해 임차인의 가옥명도가 선 이행돼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 명도를 구하는 경우에는 그 채권의 보전과 채무자인 임대인의 자력 유무는 관계가 없는 일이므로 무자력을 요건으로 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89년 4월25일 선고 88다카4253,4260 판결 참조). 위 사안에서 갑은 2023년 5월1일에 을의 병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1억원의 채권을 양수했고, 을은 같은 날 병에게 위 채권양도를 통지했으며 병은 2일 위 채권양도 통지를 수령했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에 의할 때, 그 이후 임대인 병과 임차인 을 사이에 임대차계약의 갱신이나 계약기간 연장에 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더라도 그 합의의 효과는 임대차보증금 채권의 양수인인 갑에 대해서는 미칠 수 없다. 즉, 을과 병의 주택에 대한 임대차계약이 2024년 3월31일 종료됐으므로 갑은 병에게 자신에게 임대차보증금 상당의 돈 1억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을이 주택을 여전히 점유하고 있으며 이에 병은 주택을 인도받기 전에는 보증금을 내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주장을 대응하는 방안으로 갑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위 대법원 판결이 명시하는 것처럼, 임대인 병의 무자력은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갑은, ① 을에 대해 병을 대신해 이 사건 주택을 병에게 인도할 것과 ② 병에 대해 을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갑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플러스]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의 일부 변제

X는 2014년 2월 지인 Y의 부탁을 받고 돈 1억원을 빌려줬다. Y는 이 돈을 2015년 2월에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시점이 지난 후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나 X는 여러 사정으로 소송의 제기 등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 2025년 8월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Y는 X에게 위 차용금을 변제할 의무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대여금 채권은 10년의 기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하며, 소멸시효가 완성하면 채권은 소멸한다. 다만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채권자(X)가 소송을 제기하거나 가압류를 신청했다면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채무자(Y)가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도 같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 그러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X의 대여금 채권은 2025년 2월에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해 소멸했으며 결국 Y는 차용금을 변제할 의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2025년 8월의 어느 날 Y가 X에게 연락해 “대여금 중 2천만원을 변제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 2천만원을 지급했다. 그러자 이 기회에 대여금 전액을 회수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X는 Y에게 나머지 돈도 빨리 갚으라고 요구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Y는 X에게 나머지 돈을 갚아야 할까.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것)했다면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즉,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의 채무 승인은 효력이 없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 채무자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알면서 이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채무자는 더 이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지 못하게 된다. 즉 ‘채무의 승인’이든 ‘소멸시효의 이익 포기’이든 채무 존속이라는 결과는 동일하지만, 양자는 분명 서로 다른 개념이다. 위 사안의 Y는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이후에 차용금 중 일부를 변제했다. 그렇다면 Y는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일까? 지금까지 대법원은 채무자가 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 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를 구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이러한 법리를 번복하는 중요한 판결(2025년 7월24일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 위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채무 일부를 변제했다는 사실만으로 ‘채무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 채무자가 일부 변제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및 자발성, 일부 변제액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액 사이의 차이, 일부 변제 당시 시효기간을 도과한 정도, 일부 변제 당시 및 전후의 언동, 당사자들의 관계와 거래 지식 및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결국 X는 대법원이 제시한 이상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통해 ‘Y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시효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했음’을 증명해야만 나머지 대여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법률플러스] 재판에서 제출한 증거서류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입주자대표회의회장 및 동대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사건에서 채무자인 동대표 회장(A)이 관리소장과 공모해 담당 재판부에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보관 중이던 세대주, 직업, 차량번호, 가족 사항, 세대원 생년월일,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입주자카드 총 584장을 제출한 사건이 있었다. 검사는 아파트 동대표 회장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함과 동시에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A를 기소했다. A는 처벌받아야 할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하는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제17, 18조),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아니 된다(제59조). 그러나 위 규정은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예컨대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있다. 고소·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형법 제20조에 따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인정받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원칙과 예외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위에 제시한 사례에서 원심은, 피고인과 개인정보처리자인 관리소장이 재판부로부터 석명을 받아 입주자카드를 증거로 제출했더라도 그 행위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및 ‘누설’에 해당하며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보아 A의 행위가 죄가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2025년 7월18일 선고 2023도3673 판결)의 판단은 원심과 전혀 달랐다. 즉, 대법원은 ①입주자카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는 행위는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되고 ②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삭제함으로써 침해의 위험성이 큰 정보에 대해는 어느 정도의 보호조치를 취했으며 ③관리소장은 입주자의 관리를 위해 적법하게 입주자카드를 작성·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고 ④입주자카드의 취득 과정에서 다른 법익을 침해했다는 사정은 기록상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입주자카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다고 보아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개인정보는 전자상거래, 금융거래 등 사회의 구성, 유지,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데이터경제 시대를 맞이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위 판결은 개인정보의 제공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판단기준의 하나를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법률플러스] 고용유지지원금 수령시 유의사항

고용보험법 제21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르면 사업주가 매출이 급감해 경영이 어려워졌음에도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한 채 1개월 이상 휴직을 부여하고 그 휴직 기간에 대해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금품을 지급하는 ‘고용유지조치’를 했을 때,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에게 고용유지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고용보험법 제35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고용안정사업의 지원을 받은 자에 대해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받은 금액을 반환하도록 명하고, 이에 추가해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금액의 5배 이하의 금액을 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사안을 검토해 보자. 영화관을 운영하던 사업주 A는 코로나 기간에 매출이 급감하자 근로자들에게 1개월 이상의 휴직을 부여했으나, 그 휴직 기간에 일부 며칠 동안 영화관에 출근해 일을 하게 했다. 그러자 해당 고용노동청은 “고용유지조치기간 중에 휴직 대상 근로자가 사업장에 출근·근로한 사실이 있음에도 고용유지조치계획과 다르게 부정한 방법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수급했다.”라는 이유로, 사업주 A에게 지원받은 전체 금액에 대해 반환 및 추가징수처분을 했다. 이에 A는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법원(항소심)은 “A가 지원받은 전체 금액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휴직 기간에 실제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만이 부정수급액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가. 이 사건에 관해 대법원(2025년 5월15일 선고 2024두48893 판결)은 고용보험법시행령 제19조에서 고용유지조치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1개월 이상 휴직을 부여하는 경우’란 ‘근로자가 사업주의 조치로 인해 직무에 종사하는 것이 금지된 기간이 연속해 1개월 이상이어야 한다.’라고 보았다. 따라서 실제로 휴직한 기간이 연속해 1개월 이상이 되지 않았음이 분명한 경우, A가 수령한 고용유지지원금 전액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받은 금액’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결국 실제 계획한 휴직 기간에 일부라도 일을 하게 함으로써 연속해 1개월 이상 휴직한 것이 아님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경우, 지원받은 금액 전부 반환에다가 추가징수처분의 불이익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고용유지조치를 고민하는 분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법률플러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성 유무

민법 제449조(채권의 양도성) 제1항은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채권은 원칙적으로 양도성이 있지만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양도성이 부정된다. 한편, 같은 조 제2항은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는 경우에도 당사자 간의 양도금지특약으로 양도성을 상실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여기에서는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경우 그러한 양도성이 있는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얼핏 보기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단순히 재산권을 이전받는 권리이므로 그 양도성 인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매매의 효과로서 매도인이 부담하는 재산권이전의무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매도인이 물권행위의 성립요건을 갖추도록 의무를 부담할 때 발생하는 채권적 청구권으로 그 이행 과정에 신뢰 관계가 따르는 것이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권리의 성질상 양도가 제한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성이 부정되는 근거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양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 확보라는 점에 있다 할 것이므로, 그 양도에 채무자의 승낙이나 동의가 있게 되면, 원칙으로 돌아가 양도성이 되살아나게 된다. 채권양도 대항요건의 측면에서 보게 되면,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에 있어서는 통상의 채권양도와 달리 양도인의 채무자에 대한 통지만으로는 채무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기지 않으며 반드시 채무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대항력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매수인이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경료해 놓으면 양수인이 위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를 마치고 본등기까지 마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초의 소유자 겸 매도인이 그 양도에 대해 동의하거나 승낙하지 않고 있다면 양수인은 매도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등의 권리행사를 할 수 없으므로, 그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 및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는 이에 부합하는 양수인과 매도인 간의 적법⋅유효한 실체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해 원인무효의 등기가 된다고 한다.

[법률플러스] 자녀 인도의 강제집행

A는 B와 혼인해 슬하에 7세 자녀 C를 두던 중 협의이혼을 했고 C의 양육권은 B가 갖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자신이 C를 양육하겠다며 일방적으로 C를 데리고 간 후 아이를 B의 거소지로 보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우 B가 C의 학교로 찾아가 C를 데려와도 될까. 자녀의 양육자는 자녀를 자기의 보호 하에 둘 필요가 있다. 이때 상대방이 자녀를 데리고 가 보내주지 않는다고 해 임의로 자녀를 데려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법에서는 개인의 실력행사(實力行使)에 의한 자력구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자녀를 되찾기를 원하는 양육자는 가사소송법에 따라 가정법원에 유아인도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미성년자인 자녀라도 민법상의 책임능력이 있는 정도의 연령에 달했다면 독립한 인격의 주체로서 신체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인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자녀는 그와 같은 연령에 달하지 아니한 비교적 어린 나이의 미성년자인 자녀를 말하는 것이고, 그러한 의미에서 가사소송법 제634조는 ‘유아의 인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유아인도심판은 양육에 관한 처분의 하나로 부모의 한쪽이 다른 한쪽을 상대로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통상 양육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비양육친)이 유아인도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양육자의 지정 또는 변경청구와 함께 인도를 청구한다. 다만 유아인도심판이 확정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만약 자녀를 신속히 인도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유아인도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자녀를 데려올 수 있도록 법원에 유아인도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유아인도심판이 확정된 이후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유아인도 의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그 의무이행 상황을 조사해 의무자에게 그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령한다. 이를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권리자의 신청에 의해 결정으로 30일의 범위 내에서 그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의무자에 대한 감치를 명할 수도 있다. 유아인도심판 청구에 아동의 인도 집행 장소가 ‘채무자(상대 부모 등)의 주거 기타 채무자가 점유하는 장소’로 정해진 경우 집행관이 아동의 학교에서 인도 집행을 한 것은 적법한가. 대법원(2025년 5월26일자 2025그514 결정)은 집행관은 아동의 복리와 집행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채무자 및 아동의 등록된 주소, 아동이 현재 재학 중인 학교 등에 관한 자료 또는 정보의 제공 등을 채권자 및 중앙 당국에 요청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주거지나 아동의 주거지에서 인도 집행을 해야 할 것이나, 아동의 학교 등 제3의 장소에서 집행개시 전 관리자나 점유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사가 표시됐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리자 등의 협조를 얻어 인도 집행을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위 사례의 B는 A를 상대로 가정법원에 유아인도 심판청구와 사전처분을 함께 청구한 다음 그 결정에 따라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뿐 스스로 C의 학교에 찾아가 자녀를 데리고 올 수는 없는 것이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