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폭행죄 인정의 정도

A는 사무실에서 B와 말다툼을 하다가 화가 나 양손으로 앞에 놓인 책상을 B가 서 있던 방향으로 뒤집어엎어 B를 폭행했다는 내용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은 “당시 A와 B는 1m가 안 되는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뒤집어엎은 책상 파편의 일부가 B에게 튀었으며, A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B가 상당히 놀라고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A의 행위를 폭행죄로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2026년 4월2일 선고 2023도5440 판결)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우선 대법원은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형법상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사람의 심리적 불안감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법원은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폭력이 행사된 사안에서 폭행죄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폭행죄의 보호법익이 ‘신체’의 완전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해당 행위의 신체지향성 유무와 정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위법성의 정도 및 직접성, 행위자와 피해자의 공간적 근접성, 행위의 직접적인 목적과 의도,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행위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신체에 가하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아울러 참작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 사건의 경우 A가 B와 말다툼 중 갑자기 앞에 있는 책상을 정면 방향(A 기준 12시 방향)으로 뒤집어엎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A가 책상을 뒤집어엎은 방향은 다른 책상으로 막혀 있었고, B는 A 기준 약 10시 방향에 서 있었으므로, A의 행위로 인해 B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또 단순히 B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줬다는 것만으로 ‘폭행’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A의 행위를 B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고, 또한 A에게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A가 한 행위의 부수적인 결과로 B에게 책상 파편 일부가 튀었다는 사정들만으로는 A가 B를 폭행했다거나, A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A에게 유죄를 인정한 하급심의 판단은 잘못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비록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당시 정황을 세세히 따져 폭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위와 비슷한 사안에서 약간의 정황 차이만으로도 범죄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수많은 사달을 일으킬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법률플러스] 분묘기지권, 이제는 ‘공짜’가 아닐 수 있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서 분묘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조상을 기리는 공간이었고, 그 위에 형성된 법리가 바로 ‘분묘기지권’이다. 특히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분묘를 설치하는 이른바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전통적으로 ‘무상 사용’이 당연한 것으로 이해돼 왔다. 쉽게 말해 땅 주인이 허락했다면 그 대가를 따로 내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2025년 12월11일 선고된 대법원 2023다261302 판결은 이 오래된 전제를 흔들었다. “처음에는 무료로 쓰기로 했더라도, 사정이 바뀌면 나중에 돈을 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조상의 분묘를 설치했고, 이후 토지가 여러 차례 거래돼 병원 법인이 새 소유자가 됐다. 새 소유자는 “이제는 땅을 쓰는 대가를 내라”고 요구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종전 법리는 비교적 명확했다. 분묘기지권은 성립 유형에 따라 승낙형, 취득시효형, 양도형으로 나뉘는데, 승낙형은 약정이 없으면 무상, 취득시효형도 원칙적으로 무상, 양도형만 유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즉 “허락 받고 쓴 땅에 돈을 내라”는 요구는 쉽게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관습법상 권리의 내용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권리의 취지, 당사자의 이해관계, 사회 변화, 그리고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 속에서 재구성될 수 있다”고 봤다. 그 기준으로 ‘공평의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따라 설령 처음에 지료 약정이 없었거나 “공짜로 쓰라”는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후 ▲토지소유자가 바뀌고 ▲지가가 상승하며 ▲토지의 활용가치가 커지고 ▲사용 기간이 장기화되는 등의 사정이 생기면, 더 이상 무상 사용을 유지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경우 토지소유자는 지료를 청구할 수 있고, 분묘 관리자는 그 시점부터 상당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 판결의 의미는 단순히 한 사건의 결론을 넘어선다. 사실상 모든 유형의 분묘기지권에 대해 ‘조건부 유상성’의 문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승낙형 분묘기지권에서조차 무상 원칙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기존 법리와의 단절이 뚜렷하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관습법은 오랜 사회적 관행에서 형성되는 것인데, 법원이 ‘공평’이라는 이름으로 그 내용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전국 곳곳의 분묘 관리자가 갑자기 지료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 더 이상 분묘기지권은 전통만으로 유지되는 영역이 아니라, ‘재산권과 공평의 균형 속에서 재조정되는 현대적 권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질문은 바뀌었다. “허락 받았으니 공짜인가?”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도 공짜가 공평한가?”이다. 이 변화는 우리 주변의 많은 토지와 분묘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플러스] 민사소송에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의 연장

민법 제161조는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한 때에는 기간은 그 익일로 만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402조의2(항소이유서의 제출) 제1항은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적지 않은 항소인은 제400조제3항의 통지(항소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항소법원은 항소인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제1항에 따른 제출기간을 1회에 한해 1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위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때에는 민사소송법 제402조의3에 따라 항소가 각하된다. 그렇다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연장하는 결정이 내려진 경우, 연장 전 제출기간의 말일이었던 날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된다면 민법 제161조가 우선 적용돼 원래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일단 해당 토요일이나 공휴일의 다음날까지 연장이 되고, 제출기간 연장결정에 따라 그 다음날부터 다시 1개월 간 제출기간이 연장된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문언에만 따른다면 위와 같은 해석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관련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최근(2026년 4월10일자 2025마9429 결정) ‘민사소송법 제402조의2 제2항에 따라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연장하는 결정이 내려졌다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제402조의2 제1항에서 정한 40일에 연장된 기간을 합산한 기간으로 변경되므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위와 같이 합산해 변경된 기간의 말일로 만료한다. 한편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연장된 경우 연장 전 제출기간의 말일은 변경된 기간의 중간에 불과하므로, 연장 전 제출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이더라도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한 때에는 기간은 그 익일로 만료한다’는 내용의 민법 제16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다소 극단적인 경우로서, 제출기간 연장결정이 민법 제161조가 적용된 원래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만료일인 해당 토요일이나 공휴일의 다음날에 내려진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그 결정 당시에는 이미 원래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민법 제161조의 적용을 받아 연장돼 진행돼버린 상황이고 그 상태에서 다시 제출기간 연장결정이 이루어진 셈이니 1개월의 연장기간은 그 이후부터 산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대법원의 결정에는 다소 의문이 없지 않다. 아무튼 대법원의 견해는 위와 같이 정리가 됐으니 중대한 사안인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준수에 있어 주의를 요한다.

[법률플러스] 상속법 대개편, 무엇이 달라졌나: 2026년 3월17일 시행 개정 민법의 핵심

개정 민법이 지난 3월17일 시행됐다. 개정 민법은 상속 제도 전반에 걸쳐 대폭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류분 반환 방법이 원물 반환에서 가액 반환으로 바뀌었다(제1115조 제1항 개정). 종전 규정은 반환 대상인 재산 자체를 돌려주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유류분 청구에 따라 ▲부동산의 경우 여러 명의 공유 상태가 돼 결국 경매로 이어지는 사태가 빈번하고 ▲기업 주식의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개정으로 반환 의무자는 재산 자체가 아닌 그 가액을 금전으로 지급하면 되고, 가액 지급을 청구한 날부터 이자가 가산된다. 다만 이 조항은 2026년 3월17일 이후 개시된 상속(사망)에만 적용되며 소급해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기여 보상 증여·유증은 특별수익에서 제외된다(제1008조 단서 신설). 이제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대가로 이루어진 증여·유증은 특별수익이 아니므로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제외된다. 종전에는 기여상속인이 받은 재산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그대로 포함돼 기여 상속인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조항은 2024년 4월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도 소급 적용된다. 셋째,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대폭 확대됐다(제1004조의2 개정). 종전에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린 직계존속(부모)만이 상속권 상실 선고의 대상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직계존속·직계비속·배우자 등 모든 상속인이 그 대상이 됐다. 아울러 부양의무 위반의 범위도 성년에 대한 부양의무 위반까지 포함하도록 확대됐고, 범죄행위·부당대우의 피해 범위도 종전의 ‘직계비속'에서 ‘직계혈족'으로 넓어져 형제자매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도 상속권 상실 사유가 될 수 있다. 이 조항 역시 2024년 4월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 소급 적용된다. 넷째, 대습상속 제도가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와 연동되도록 정비됐다(제1001조, 제1003조, 제1010조 개정).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는 2026년 1월1일 시행됐지만, 대습상속 관련 규정이 함께 개정되지 않아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자의 직계비속은 대습상속인이 될 수 없는 법적 공백이 존재했다. 이번 개정으로 상속결격자뿐 아니라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자의 직계비속도 대습상속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상속권 상실자 또는 결격자의 배우자는 대습상속을 받을 수 없도록 명시해, 패륜 행위를 한 상속인의 배우자가 반사적 이익을 얻는 불합리를 차단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상속 분쟁 전략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특히 ‘특별한 부양·기여’의 입증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분쟁이 예상된다면 봉양과 간병 사실을 뒷받침할 진료기록, 간병일지, 지출 내역 등 자료를 평소에 갖춰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각 조항별로 소급 적용 여부와 기준일이 다르므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서도 개정 규정의 적용 가능성을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률플러스]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

공소시효는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법원은 면소판결을 해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범죄의 경중에 따라 1년부터 25년까지의 공소시효를 규정한다(제249조 제1항).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제252조 제1항). 다만 여러 특별법에서 공소시효에 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는 일반적으로 7년인데(범죄의 경중에 따라 공소시효는 달라질 수 있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제34조 제1항은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52조에도 불구하고 해당 아동학대범죄의 피해아동이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아동이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신체적 학대행위를 비롯한 아동학대범죄로부터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2014년 9월29일부터 시행됐는데, 특히 위 제34조는 아동학대범죄가 피해아동의 성년에 이르기 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그 진행을 정지시킴으로써 피해를 입은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도 위 규정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아동학대처벌법은 제34조 제1항의 소급적용에 관해 명시적인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규정의 문언과 취지, 아동학대처벌법의 입법 목적,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특례조항의 신설·소급에 관한 법리에 비춰 보면, 이 규정은 완성되지 않은 공소시효의 진행을 일정한 요건에서 장래를 향해 정지시키는 것으로서, 그 시행일인 2014년 9월29일 당시 범죄행위가 종료됐으나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아동학대범죄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그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21년 2월 25일 선고 2020도3694 판결 참조). 반면 대법원은 위 법 시행일인 2014년 9월29일 당시 피해아동이 이미 성년에 달한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소급적용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3년 9월21일 선고 2020도8444 판결 참조). 즉 2014년 9월29일 이전에 발생한 아동학대범죄의 경우 법 시행일 당시 이미 피해아동이 성인이 된 상태라면 공소시효의 진행은 정지되지 않는다. 결국 위 법 시행일인 2014년 9월29일 당시 해당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다면 위 범죄의 공소시효는 위 날부터 피해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진행하지 않는다. 이처럼 아동학대범죄의 경우, 위에서 살펴본 일부 적용 제한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범죄 이후 오랜 시간이 경과했더라도 처벌할 수 있으며, 이는 형사소송법의 일반 규정에 대한 특례에 해당한다.

[법률플러스] 상가 권리금의 보호

상가 권리금은 통상 상가 건물의 영업시설, 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건물 위치에 따른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이용하는 대가로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금전을 말한다. 이처럼 권리금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보증금·차임과 전혀 다르다. 누구나 상가 권리금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법률과 판례는 권리금의 법률관계를 규율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아 혼란이 벌어졌다. 결국 국회는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에 권리금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위 법률은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이 이를 방해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권리금을 보호한다. 예컨대 임대차 기간이 종료될 시점이 다가오자 기존 임차인(갑)이 신규 임차인(을)을 물색해 임대인(X)에게 소개했다. 갑은 을로부터 권리금으로 1억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X가 을에게 주변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보증금과 차임을 제시하면서 이 금액이 아니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X와 을의 임대차 계약은 무산됐다. 임대인인 X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특정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그의 자유다. 문제는 X의 행위로 인해 갑이 을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갑은 권리금 회수 기회가 소멸됐음을 이유로 X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것이 권리금 보호를 위해 상가임대차법이 채택한 수단의 핵심이다. 반대로 다음과 같은 사례라면 갑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X는 갑이 주선한 을에게 시세에 딱 들어맞는 보증금과 월세를 제시하면서 계약의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을은 자금이 부족해 보증금과 월세를 지급할 형편이 아니었다. 이 경우 X에게 무작정 을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시 말하면 X가 을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정당하다. 따라서 갑은 X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최근 선고한 판결(2025년 11월20일 선고 2024다305605, 305612 판결)에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따른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다. 첫째,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한 경우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인이 사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하는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밝힌 경우라면,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둘째,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자신이 그 상가에서 직접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로 신규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했다면 이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가? 위 판결은 ‘임대인 자신이 직접 영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정당한 이유로 볼 수 없으며,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률플러스] 상속인의 상속포기와 강제집행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약 5억원 상당의 채권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채무자가 사망하자 채권자는 상속인들로부터 채권을 추심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승계집행문을 받았다. 여기서 승계집행문이란 판결 등 집행권원에 표시된 채권자나 채무자가 사망, 상속, 양도 등으로 변경됐을 때 그 승계인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시하기 위해 법원이 발급하는 문서를 말한다. 그런데 상속인들은 법원에 정식으로 상속포기 신고를 해 채무자의 빚과 재산을 모두 물려받지 않기로 했다. 이후 상속인들은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청구이의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제1심과 항소심은 상속인들이 법에서 정한 기간 내에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확정판결에 따른 망인의 채무를 부담하지 않음을 근거로 상속인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여기서 상속인들의 청구를 인용했다는 것은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불허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심 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우선 대법원은 집행문부여의 요건인 당사자 지위 승계 여부는 집행문부여와 관련된 집행문부여의 소 또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에서 주장·심리돼야 할 사항이지 집행권원에 표시돼 있는 청구권에 관해 생긴 이의를 내세워 그 집행권원이 가지는 집행력의 배제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에서 심리돼야 할 사항은 아님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대법원(2026년 4월2자 선고 2025다218671 판결)은 이 사건처럼 채권자가 채무자의 상속인들에 대해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으나 상속인들이 적법한 기간 내에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승계적격이 없는 경우에 상속인들은 집행정본의 효력 배제를 구하는 방법으로서 민사집행법 제34조의 집행문부여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거나, 같은 법 제45조의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확정판결에 따른 채무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지 여부는 집행문부여의 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 등에서 심리돼야 할 사항이지, 확정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에서 심리될 사항이 아니다. 대법원은 이상과 같은 이유로 상속인들의 패소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이처럼 상속인들이 위 청구이의의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위 대법원 판결의 진의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위 판결이 상속인들이 사망한 채무자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상속인들이 사망한 채무자의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그들이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채택한 수단(소송의 형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자신의 주장이 궁극적으로 옳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올바른 법적 절차와 형식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법률플러스] 협의이혼 상대방의 사망과 재산분할청구

아래와 같은 사례를 가정해 본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A는 자녀를 둔 B와 재혼해 십수년을 함께 살았으나, B의 가정폭력을 견딜 수 없어 B에게 이혼을 요구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이혼 당시에는 빨리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재산분할에 대해서 아무런 협의 없이 이혼을 했으나 막상 이혼 후에는 경제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돼 전 남편 B에게 재산분할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그 사이 B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A는 더 이상 재산분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일까? 민법은 “협의상 이혼한 자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위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839조의2). 따라서 협의이혼 당시에 재산분할 협의를 하지 않았더라도 협의 이혼 후 2년 내에는 전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한편 민법은 “협의상 이혼한 자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위 사례처럼 막상 재산분할 청구를 하려니 상대방(전 배우자)이 사망한 경우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 일반적으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인격적 이익을 위해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로서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진다고 해석되고 있으므로 전 배우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 행사의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지가 모호하다. 재산분할 제도는 이혼 등의 경우에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즉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의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는 민법의 규정을 보완해, 이혼을 할 때는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해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다. 따라서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 있어서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의 청산 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논거로 최근 대법원(2026년 1월15자 2024스876 결정)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지만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해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보면,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 그의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요컨대 비록 전남편 A가 사망했지만 B는 A의 자녀들(예컨대 A와 A의 전처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반려견은 가족, 책임은 온전히 사람의 몫

대한민국은 이미 반려동물 1천500만명 시대다. 넷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고, 반려견만도 500만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반려견은 이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의 기준은 애정이 아니라 책임이다. 실제 판결을 보면 그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인천지법은 2024년 마당에서 기르던 맹견이 대문 밖을 나가 행인에게 달려들어 발생한 사건에서 견주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인천지법 2024고단5430 판결). 피해자는 넘어지면서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법원은 “목줄이나 입마개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고 대문을 잠그지도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잠깐의 방심’이 형사처벌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처벌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진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은 2025년 12월 맹견을 목줄과 입마개 없이 방치해 4차례의 개 물림 사고를 일으킨 견주에게 금고 4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고, 맹견 몰수 명령까지 유지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얼굴 등 중요 부위를 물려 수술을 받았고, 치료 중 급성 패혈증으로 위독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반복적 방치는 더 이상 과실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범죄로 평가된 것이다. 민사상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공원에서 목줄을 놓친 사이 반려견이 어린아이를 물어 치료가 필요해진 사건에서 법원은 견주에게 치료비 전액과 함께 수백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의정부지법 2016가단8442 판결). “평소에는 얌전했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반려견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견주의 관리·감독 의무를 엄격히 보고 있다. 또한, 목줄을 하지 않은 채 키우던 진돗개가 대문을 열자 뛰어나가 애완견을 공격하는 바람에 제지하던 애완견 주인이 넘어져 중상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상해로 인한 노동능력상실 손해까지 더해져 견주에게 2천9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부산지법 동부지원 2018가단209302 판결). “반려견이 직접 물지 않았더라도, 통제되지 않은 행동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반려동물 등록제, 외출 시 리드줄과 입마개 착용 의무는 단순한 행정 규제가 아니다. 이는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특히 맹견의 경우 통제 실패가 곧 중상해와 중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최근 판결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반려견을 가족이라 부르는 사회라면 그 사랑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산책길에서 줄을 단단히 잡는 일, 대문과 울타리를 점검하는 일, ‘우리 개는 안 문다’는 방심을 경계하는 일이 결국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최근 판결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는 애정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이다.

[법률플러스] 임대된 건설기계 관련 산업재해에 대한 보험급여와 구상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위 ‘제3자’의 의미에 관해 그동안 대법원은,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서 재해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 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나 민법 또는 국가배상법의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고 판시해 왔다. 이에 따라 동일한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 근로자, 사업주인 원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와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 및 하수급인에 대해서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그러면서 대법원(2008년 5월15일 선고 2006다27093 판결 등 참조)은 건설기계 임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이 체결된 사안에서는, 임대인의 근로자가 건설기계를 운전한 경우뿐만 아니라 임대인이 직접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노무를 제공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직·간접적인 산재보험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봐 공단의 대위권 행사를 긍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종전 판례에 대해 현실적인 타당성의 관점에서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로, ‘기존의 판단은 제3자에 해당하는지를 산재보험료의 부담관계, 특히 업무상 재해의 가해자에 대한 산재보험료 납부의무를 누가 부담하는가라는 문제로 파악한 것이나, 위 대위권의 행사 범위는 그러한 관점이 아니라 근로자들 또는 노무제공자들이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그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가해자와 그 사용자는 보험급여를 한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상대방인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2026년 1월22일 선고 2022다214040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라 건설기계 임대인 측 가해자가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변경된 판례에 따라 가해자 측은 공단으로부터의 구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바람직한 판례의 변경이라 하겠다.

[법률플러스] 위임계약서 ‘3개월 전 서면 해지 통지’ 약정과 민법 제689조

A씨는 B의류업체와 영업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숙녀복 원단 판매 업무를 맡아 왔다. 위 계약은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됐고, 계약서에는 ‘상대방 당사자에 대해 3개월 전 서면으로 통지함으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과, 귀책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약정이 함께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B업체는 2022년 3월 A씨에게 직물사업 철수를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같은 해 9월에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 경우 A씨는 B업체를 상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시기에 위임계약을 해지했음을 이유로 영업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위임계약에 관해 민법 제689조는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자유롭게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해지의 시기가 상대방에게 현저히 불리하고 그에 관해 부득이한 사유가 없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대두될 수 있다. 다만 이 사안의 위임계약은 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원인 등을 별도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 약정이 민법 제689조에 우선하는지 나아가 그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로 볼 수 있는지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관해 대법원(2026년 1월8일 선고 2025다215829 판결)은 민법 제689조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들이 계약으로 해지 사유·절차 및 손해배상책임에 관해 별도로 정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안의 영업위임계약이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와 관련해 귀책 당사자가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상대방 당사자에 대한 3개월 전의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약정에는 손해배상에 관한 문언이 존재하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계약 구조는 당사자들이 민법 제689조의 일반 규율과 달리, 일정한 방식의 해지에 관해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예정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에도 원심이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곧바로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당사자들의 의사가 민법 제689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로 해석된다면, A씨가 위 규정을 근거로 B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 곧바로 모든 손해배상청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B업체에게 별도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거나 위법한 행위와 그에 대한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별도로 검토할 수 있으며, 이는 이상의 논의와 별개의 쟁점이다.

[법률플러스] 점유취득시효와 소유자의 변경

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니지만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민법 제245조 제1항). 이를 점유취득시효라고 한다. 그런데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전후해 시효취득 대상 부동산의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될까? 우선 취득시효기간 중 대상 부동산에 대한 등기부상 소유명의자가 변동 없이 동일한 경우, 그 기산점을 어디에 두든지 간에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시점에서 보아 그 기간이 경과한 사실만 확정되면 충분하므로, 점유자는 임의로 기산점을 선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대상 부동산에 대한 취득시효기간의 완성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가 변경된 경우, 그렇다고 하더라도 종래의 점유상태의 계속이 파괴됐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는 취득시효의 중단사유가 될 수 없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다52764, 92다52771 판결 참조). 다만 이 경우 원칙적으로 시효취득의 기초가 되는 점유자의 점유 개시시점이 기산점이 되고, 점유자가 임의로 기산점을 선택할 수 없다. 등기부상 소유명의자가 변동된 경우까지 시효이익을 주장하는 자가 그 기산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이해관계 있는 제3자(대상 부동산의 소유명의를 새로 취득한 자)의 법적 지위가 점유자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한편 대상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상황에서 점유자가 대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고 있는 사이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가 제3자로 변동된 경우, 대상 부동산의 점유자는 그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존의 점유자가 계속 대상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고, 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새로운 기산점으로 삼아 다시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면, 대상 부동산의 점유자는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실제 실무상 점유자가 오랜 기간 동안 대상 부동산을 점유해 취득시효가 완성됐음에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사이에 대상 부동산의 소유자가 변경돼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대상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경우, 점유자는 신속하게 대상 부동산의 등기부상 소유자를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 및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법률플러스] 배우자의 부정행위와 손해배상청구

W(아내)와 H(남편)는 1998년 결혼한 부부다. H는 2017년 무렵 A(여)와 불륜을 저질렀으며 W는 그 즈음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W와 H 사이에 갈등이 누적·증폭됐으며 결국 2022년 W는 H와 A를 상대로 이혼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례에서 W의 A에 대한 청구는 인용될 것인가? H와 A가 벌인 부정행위로 인해 W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이 분명하므로 W는 이들을 상대로 민법 제750조, 제760조(H와 A의 부정행위는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중대한 제한이 있다. 즉,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불법행위의 피해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따라서 W는 대략 2020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W는 2022년에 비로소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W의 A에 대한 청구는 기각된다. 이상의 설명은 W가 일반적인 불법행위 규정을 근거로 통상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음을 전제한 것이다. 그런데 민법 제843조, 제806조는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위 사안의 W는 H와 A의 유책·불법한 행위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면서 민법 제843조, 제806조를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대법원은 이혼에 따른 위자료청구권에 관해 (통상의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와 달리)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한다. ①이 청구권은 이혼의 원인이 되는 개별적 유책행위의 발생으로부터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경과가 전체로서 불법행위로 파악돼 최종적 이혼시점에서 확정·평가된다. ②피해자인 상대방 배우자는 혼인이 해소된 때에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해야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다. ③부부의 일방이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타방 배우자는 불륜 배우자 또는 제3자에 대해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는 가사소송법이 정한 가사소송사건이다. ④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서 당사자의 의사, 혼인관계 유지 여부, 협의 이혼의 성립 여부, 재판상 이혼의 청구 여부, 이혼청구 소송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위 사례의 경우 W와 H는 제1심에서 조정이 성립해 이혼했다. 따라서 W의 A에 대한 위자료청구의 당부가 심리의 대상으로 남았는데 원심은 이 사건을 통상의 민사소송과 동일하게 취급해 W의 위자료청구권이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6년 1월29일 선고 2025므10716 판결)은 이상과 같은 법리를 원용하면서 W의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법률플러스] 퇴직금 산정 시 초과운송수입금이 평균임금에 포함될까

오랫동안 택시운송업계는 택시회사 소속 운전기사가 하루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이를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은 운전기사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를 사납금제 방식이라 하는데, 사납금제 방식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과속과 승차 거부 현상이 발생하고 운전기사의 피로가 누적되며 저임금 구조를 초래한다는 등의 부작용이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운전기사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는 이를 모두 수납하는 방식의 전액관리제 시행이 권고됐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개정으로 2020년 1월1일부터 전액관리제가 의무화 됐다. 그러나 전액관리제는 택시회사와 운전기사 양쪽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해 여전히 사납금제와 유사한 방식을 유지하는 택시회사가 많다. 따라서 사납금제와 관련된 사용자와 근로자의 갈등은 계속 진행 중이다. 사납금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분쟁이 발생했다. 택시회사는 운전기사의 퇴직금을 산정할 때 기본급만으로 평균임금을 계산했다. 이에 대해 운전기사는 사납금을 초과한 운송수입금 중 카드로 결제돼 회사 계좌에 입금된 금액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할까? 위 사안에서 원심 법원은 초과운송수입금은 운전기사의 개인 수입으로 귀속되고, 초과운송수입금 발생 여부나 금액이 불확실해 회사가 예측하고 관리하기 어려우며, 근로계약에서 초과운송수입금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정했으므로 택시회사의 관리가능성이나 지배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음을 근거로, 초과운송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6년 1월29일 선고 2025다217529호 판결)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대법원이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택시회사 명의 계좌에 입금된 카드 결제대금을 통해 초과운송수입금의 발생 여부와 금액 범위를 명확히 확인·특정할 수 있으므로 택시회사가 이를 관리·지배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근로계약에서 초과운송수입금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액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이 보장한 하한에 미달한다면 위 합의는 퇴직급여법 제8조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등이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퇴직금액이 퇴직급여법이 보장한 하한을 상회하는지 아니면 미달하는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위 판결은 택시 운전기사의 초과운송수입금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의미가 있다.

[법률플러스]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의 범위

A는 다세대주택 및 오피스텔로 이루어진 집합건물의 구분건물 23개를 은행에 공동담보로 제공(근저당권 설정)했다. 공인중개사 B는 위 건물 중 1개를 C에게 임대하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중개대상물을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으로 표시하고 ② ‘권리관계’란에 ‘중개대상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는 내용만 기재했을 뿐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란은 공란으로 비어 뒀다. 이후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위 23개 구분건물들에 대해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돼 매각됐는데 그 매각대금은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권을 보유한 임차인들과 선순위 근저당권자 등에게 배당됐을 뿐 임차인 C는 한 푼도 배당받지 못했다. C는 공인중개사 B가 중개대상물에 관한 확인·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임차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하면서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했다. 위 사안에서 하급심법원은 공인중개사 B가 중개대상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것을 확인·설명했고, 다세대주택은 다가구주택과 달리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때 임차인에게 다른 세대의 임대차 현황(소액보증금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해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5년 12월4일 선고 2024다305087 판결)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기본적인 사항과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 등을 확인해 이를 임차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하며, 그 확인·설명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임대인 등에게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그는 계약서 작성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해야 하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도 기재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의 설정은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공인중개사 B는 중개대상물이 공동주택(다세대주택)임에도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이를 단독주택으로 표시했다. 또한 그는 ‘권리관계’란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는 내용만 기재했을 뿐, 그 근저당권이 공동근저당권이라거나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다른 구분건물에 선순위권리가 있는지 확인한 내용은 기재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그는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다른 구분건물에 대한 임차인의 존부,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를 임대인에게 요구해 이를 확인한 다음 그 내용을 임차인에게 설명하고 그 자료를 제시하거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그러한 내용을 기재하는 등 공인중개사로서의 확인·설명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처럼 공인중개사 B는 부동산 중개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필요한 확인·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임차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유사한 사건으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참조할 가치가 있는 판단이다.

[법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단순 불안감'으로 손해배상 어렵다

2025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여러 차례 겪었다. SK텔레콤, 쿠팡, 넷마블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내 정보는 괜찮을까?’, ‘범죄에 악용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감만으로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2025년 12월4일 선고 2023다311184 판결)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2021년 9월 학습자료 공유 플랫폼 해피캠퍼스가 해킹을 당해 40만여 명의 이메일 주소와 암호화된 비밀번호가 유출됐다. 회원 A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3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우선 유출된 비밀번호는 암호화돼 있어 제3자가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한 이메일 주소만으로는 누구인지 식별하기 어렵고, 실제로 2년이 넘도록 스팸메일 증가나 2차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도 사고 직후 즉시 관계기관에 신고하고 회원들에게 통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대법원은 위 판결을 통해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경우까지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려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는 아니다”라며 원심을 확정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피해자가 손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법정 손해배상 제도를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손해가 없는데도 무조건 배상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를 판단할 때 ▲유출된 정보의 종류와 성격 ▲정보 주체 식별 가능성 ▲제3자의 열람 가능성 ▲정보의 확산 범위 ▲추가적 피해 가능성 ▲사업자의 정보 관리 상황과 유출 경위, 피해 발생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단순히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출된 정보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거나, 명의도용으로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거나, 민감정보 유출로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된 경우라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판결이 개인정보 유출을 가볍게 봐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철저히 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유출 시 72시간 이내에 정보 주체에게 통지하고 보호위원회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제34조). 이용자 입장에서도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서비스마다 다른 비밀번호를 사용하며, 의심스러운 연락에 주의하는 등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정보는 디지털 시대의 소중한 자산이다. 기업과 이용자 모두가 그 가치를 인식하고 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집합건물에 대한 분양자와 관리단의 관리시점 구분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3조에 따르면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되면 관리단이 당연 설립된다. 그러나 관리단의 당연 설립 시점에서도 관리단이 현실적으로 곧바로 집합건물을 관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집합건물법 제9조의3 제1항은 ‘분양자는 제24조 제3항에 따라 선임된 관리인이 사무를 개시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건물과 대지 및 부속시설을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해, 관리인이 사무를 개시할 때까지는 분양자로 하여금 관리할 책임과 권한을 주고 있다. 구 집합건물법 제9조의3 제1항은 ‘분양자는 제23조 제1항에 따른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건물과 대지 및 부속시설을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동일 취지의 조항이다. 현행법이 관리단의 관리 개시시점을 좀 더 명확히 한 셈이다. 아무튼 관리단의 관리가 개시되면 집합건물법 제9조의3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하던 분양자는 그때에 관리비 징수권한을 포함한 관리권한을 상실하게 되고, 관리단이 그 관리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다만 판례는, 분양자가 집합건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관리업무에 관한 법률관계는 관리단에 당연히 승계되는 것은 아니므로 분양자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관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관리위탁계약의 효력을 관리단에 주장할 수 없다고 한다. 실제로는 어느 시점에 관리권한이 분양자에서 관리단으로 바뀌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구 집합건물법이 적용되는 시점에서는 어떠한 상태가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한 때인지가 더 명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구 집합건물법 제9조의3 제3항은 ‘분양자는 예정된 매수인의 2분의 1 이상이 이전등기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구분소유자가 규약 설정 및 관리인 선임을 하기 위한 관리단집회를 소집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위한 관리단집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판례(대법원 2025년 12월11일 선고 2025다214166 판결)는 위 규정의 취지는 분양자가 관리단의 업무 개시 전 집합건물을 장기간 독단적으로 관리해 구분소유자들의 관리 권한을 침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하면서, 관리단이 관리업무를 개시하지 않고 임시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해지지 않은 이상, 예정된 매수인의 2분의 1 이상이 이전등기를 마친 후 3개월 이내에 관리단집회가 소집되지 않았다고 해 곧바로 분양자의 한시적 관리권한이 소멸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률플러스] 사망한 피고인에게 선고된 유죄판결, 상소 가능할까

피고인 A씨는 항소심 재판 도중인 2023년 4월26일 사망했다. 그런데 항소심법원은 그 다음 날인 2023년 4월27일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이러한 경우 A씨에게 내려진 유죄판결은 적법할까? 본래 재판 도중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 A씨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하 ‘원심판결’)은 적법하지 않은 판결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위법한 판결에 대해 누가 어떻게 다퉈야 하는가? 형사소송법 제341조 제1, 2항에 의하면 피고인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또는 원심의 대리인이나 변호인(이하 ‘원심의 변호인 등’)은 피고인이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피고인을 위해 상소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원심의 변호인 등에게 ‘고유한 상소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상소권을 대리해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사망한 때에는 그 상소권을 가지고 있는 권리자가 사망한 것이므로 상소권의 대리권자인 원심의 변호인 등은 상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편 우리 대법원(2005년 3월11일 선고 2004오2 판결 참조)은 법원이 판결 선고 전에 피고인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해 공소기각 결정을 하지 않고 실체 판결로 나아간 경우, 이는 사망이라는 전제사실을 법원이 오인한 것으로 형사소송법 제441조에서 정한 비상상고의 사유인 ‘법령에 위반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비상상고로도 위법한 판결을 시정하는 것이 곤란한 것이다. 그런데 위 사안과 관련해 최근 대법원(2025년 12일15일 선고 2023도6106 판결 참조)은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위법한 판결을 시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즉,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2호나 제363조 제1항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어야 함에도 사실심 법원이 피고인의 사망사실을 간과한 채 유죄판결을 선고한 때에는, 그 시정을 위해 원심의 변호인 등이 예외적으로 공소기각 결정을 구하는 취지의 상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본 사안의 경우 피고인 A의 원심 변호인 등이 피고인의 사망에 따른 공소기각 결정을 구하기 위해 상고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82조, 제328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법률플러스] 공동임차인 중 1인의 채권자가 한 압류 및 전부명령의 효력

갑과 을은 상가를 공동으로 임차하고 임대인 병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후 을(공동임차인 중 1인)의 채권자 정이 을의 병(임대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4천만원에 관해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다. 갑, 을과 병 사이의 위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자, 갑은 병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 원을 전액 반환할 것을 청구했는데, 병은 정의 압류 및 전부명령을 이유로 위 4천만원의 반환을 거부했다. 이와 같은 병의 임대차보증금 일부에 대한 반환 거부 주장은 타당할까? 우선 대법원(2012년 3월29일 선고 2011다95861 판결 참조)은 공동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불가분채권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전제로 대법원은 위 사안에 관해 다음과 같은 법리를 판시하고 있다. 우선 ①수인의 채권자에게 금전채권이 불가분적으로 귀속되는 경우 불가분채권자들 중 1인을 집행채무자로 한 압류 및 전부명령이 이뤄지면 그 불가분채권자의 채권은 전부채권자에게 이전된다. 그러나 ②그 압류 및 전부명령은 집행채무자가 아닌 다른 불가분채권자에게 효력이 없으므로 다른 불가분채권자의 채권의 귀속에 변경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③다른 불가분채권자는 모든 채권자를 위해 채무자에게 불가분채권 전부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모든 채권자를 위해 다른 불가분채권자에게 전부를 이행할 수 있다. ④이러한 법리는 불가분채권의 목적이 금전채권인 경우 그 일부에 대하여만 압류 및 전부명령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우선 정(공동임차인 을의 채권자)의 압류 및 전부명령으로 병(임대인)의 을(공동임차인 중 1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4천만 원은 정에게 이전된다. 그러나 다른 공동임차인인 갑에게는 위 압류 및 전부명령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므로 갑은 위 압류 및 전부명령에 관계없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정은 갑과 더불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위 압류 및 전부명령으로 전부받은 채권액 범위 내에서 불가분채권자의 지위를 갖게 될 뿐이다. (이상 대법원 2023년 3월30일 선고 2021다264253 판결 참조). 결국 정의 압류 및 전부명령의 효력은 다른 공동임차인 갑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갑은 임대인 병에게 불가분채권인 임대차보증금 2억 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병의 입장에서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일부에 대한 정의 압류 및 전부명령이 존재함에도 갑에게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반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병은 법원에 임대차보증금을 공탁함으로써 복잡한 법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법률플러스] 무효인 근저당권과 임의경매

채권자 Y는 채무자 X가 소유하는 A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X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Y는 A토지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그 절차에서 Z가 낙찰자로 결정됐다. Z는 매각대금을 지급했고 Y는 자신의 채권액(편의상 1억원이라 하자)을 전액 배당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Z는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반대로 X는 소유권을 상실함) 이것은 임의경매(담보권 실행)의 전형적인 전개 과정이다. 그런데 이처럼 상황이 모두 종료된 이후 X가 위 근저당권에 여러 가지 흠결이 있어 Z는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 경우가 있을까? 즉 임의경매 절차 자체는 법률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Z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까? 더구나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민사집행법 제267조를 감안하면 X의 위 주장은 애당초 법률 규정과 충돌하는 억지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X의 주장이 타당한 경우가 있다. 임의경매의 정당성은 실체적으로 유효한 담보권의 존재에 근거하므로,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면 그에 기초한 경매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Y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당시 X가 의사무능력자(중증의 정신질환자처럼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사람)였다면 담보권 자체가 무효이므로 그에 따른 임의경매 절차도 무효다.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이후 X는 Y에게 채무 전액을 변제했다. X는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근저당권 등기를 방치했다. Y는 이 기회를 틈타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Z가 경락을 받았다. 이 사례에서 X가 채무를 변제함과 동시에 근저당권은 소멸한다. 그럼에도 잔존하는 근저당권 등기는 단지 껍데기일 뿐이다. 껍데기인 근저당권에 근거한 임의경매도 무효다. 여기서 임의경매가 무효라는 것은 Z가 경매절차에서 매각대금을 완납했고 A토지에 대한 소유권등기를 마쳤음에도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X는 Z를 상대로 소유권등기의 말소, 토지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Z에게 날벼락 같은 일로 느껴질 수 있다. 다만, Z는 Y에게 배당금 1억원을 부당이득으로 자신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는 있다. 대법원(2022년 8월25일 선고 2018다205209 전원합의체 판결)은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적용범위를 이상과 같이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적용되는 것은 어떠한 경우일까? 예컨대 채무를 변제받지 못한 Y가 임의경매를 신청하자 비로소 X가 채무를 변제했다. 그런데 이처럼 변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Y는 경매를 계속 진행했고 X는 이를 방치했으며 결국 Z가 낙찰을 받았다. 대법원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즉 경매신청 이후 비로소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적용돼 매수인(Z)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권을 상실한 X는 Y에게 배당금을 자신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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