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이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뇌물죄는 공적 권력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얻는 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공무원 범죄의 하나다. 형법 제129조 제1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에 따라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다. 즉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은 뇌물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일부 특별법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어 뇌물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구한다. 최근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례가 선고됐으므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법’) 제4조 제1항은 ‘시장 정비사업과 관련해 이 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중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시장정비사업이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사업과 그 실질이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해 전통시장법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도시정비법의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을 시장정비사업의 관련 사항에 원칙적·포괄적으로 준용하도록 정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도시정비법 제134조가 ‘조합 임원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라고 규정해 조합의 임원을 형법상 뇌물죄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합의 임원은 본래 공무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범죄인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다. 반면 전통시장법은 시장정비사업과 관련해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한다는 내용의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은 재개발사업을 비롯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 임원의 법적 지위를 정한 것으로써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에 대해 도시정비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을 준용하는 것이 그 성질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핵심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2025년 4월24일 선고 2024도16766 판결)은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전통시장법 제4조 제1항에 의해 준용되는 도시정비법 제134조의 규정에 따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안처럼 단체의 설립 근거가 법률인 경우 그 단체의 임원들을 공무원으로 의제해 뇌물죄로 처벌하는 규정이 우리나라의 다수 법률에 산재해 있다. 관련 사무를 처리하는 분들은 혹여 공무원 범죄로 형사처벌 받는 일이 없도록 법률 조언을 받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주택임차인이 이사 후 임차권등기를 하면

A가 B 소유의 주택을 임차하면서, 그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으며, 확정일자까지 부여받았다. 그리고, 보증보험회사 C와 임차보증금 반환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B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위 주택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임대 기간이 끝났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A가 보증보험회사 C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C에게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의 적법절차를 거쳐 양도했다. C가 A를 대위해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내고 A에게 임차보증금 상당의 보험금을 전부 지급하자, A는 이 사건 주택에서 바로 이사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위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의 촉탁과 함께 임차권등기가 마쳐졌다. 이후 위 주택에 대해 강제경매 절차가 진행돼 D가 낙찰받았다. 보험회사 C는 낙찰인 D가 위 주택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고 C가 A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했으니, D에게 미지급된 임차보증금을 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임차인에게 등기된 물권에 버금가는 강력한 대항력을 부여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달리 공시방법이 없는 주택임대차에서 주택의 인도 및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은 대항력 취득 시에만 갖추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계속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주택 소재지로 전입신고를 마치고 주택을 인도받아 일단 임차권의 대항력을 취득했으나 그 후 주택의 점유를 상실했다면 그 대항력은 점유 상실 시에 소멸한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중략) 대항력과 (중략)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경매 목적 부동산이 매각된 경우에는 경매로 인해 소멸하는 저당권보다 뒤에 등기됐거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은 선순위 저당권과 함께 소멸하므로, 임차인은 경매목적물 매수인에 대해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위 사안을 판단해 보자. A가 임차권등기 전에 주택에 관한 점유를 상실했다면 임차권의 대항력도 그때 소멸한다. 그 후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더라도 그 이전에 소멸했던 대항력이 당초에 소급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그와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위 사례의 근저당권이 그 이후에 마쳐진 임차권등기보다 선순위 권리에 해당하므로 경매 절차에서 근저당권이 소멸하면 임차권도 함께 소멸하게 돼 경매목적물 매수인 D에게는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25년 4월15일 선고 2024다326398 판결). 요컨대 임차인은 대항력만 믿고 있는 것으로 부족하다. 이사 시점과 임차권등기 시점 잘 비교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시효중단의 상대적 효력의 예외

민법 제169조는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 간에만 효력이 있다.”라고 정해 시효중단의 상대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여기에서 당사자란 시효의 대상인 권리 내지 청구권의 당사자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판례는 이 규정에서 당사자란 중단 행위에 관여한 당사자를 가리키고 시효의 대상인 권리 또는 청구권의 당사자가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있다. 따라서 시효의 대상인 권리 또는 의무가 수인에게 귀속되는 경우 그 1인이 한 중단행위의 효과는 원칙적으로 중단 행위에 관여하지 아니하는 다른 자에 대해서는 미치지 아니한다. 이런 이유로 공동불법행위자의 일부의 자에 대한 권리행사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에서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 손해배상청구권을 공동 상속한 상속인 중 1인이 자기의 상속분을 행사해 승소 판결을 얻은 경우 다른 상속인에게까지 시효중단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합유관계에 있어서는 다른 법리가 전개된다. 예컨대, 공동광업권자는 조합계약을 한 것으로 보게 되고, 광업권 및 광업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준합유한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광업권자 중 1인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 전부에 대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한편,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채권자가 대신해 행사하는 것으로서, 권리행사의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대위자인 채권자이므로 피대위자인 채무자는 같은 조에서 말하는 당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지만, 채권자대위의 성질상 당연히 그 권리행사의 효과가 채무자에게 미친다고 보고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지역권의 경우는 민법 제295조 제1항에서 “공유자의 1인이 지역권을 취득한 때에는 다른 공유자도 이를 취득한다.”라고 불가분성을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에서 “점유로 인한 지역권취득기간의 중단은 지역권을 행사하는 모든 공유자에 대한 사유가 아니면 그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상대적 효력에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440조는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해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채무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인 차원에서 상대적 효력의 예외를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법 제416조는 연대채무에 있어서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에도 효력이 있다고 절대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연대채무에 관한 중단 사유 중 이행의 청구에 국한해 상대적 효력의 예외가 인정되는 셈이 된다.

[법률플러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따른 비용 청구권 행사

A는 B소유의 주택에 임차해 거주했고, 차임을 2기 이상 연체함에 따라 B는 계약을 해지했다. A는 보증금 반환을 청구했으나 B는 반환을 지연했다. 이에 A는 새로운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 이후 B가 A를 상대로 연체 차임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경우 A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따른 비용을 B의 연체 차임 청구금과 상계할 수 있는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를 통해 대항력을 갖도록 한다. 하지만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하게 되면 기존에 갖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럴 때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임차권등기명령’이다. 이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임대차가 종료된 집에 대해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에 관한 임차권을 등기해 두는 것으로, 집을 비우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이때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란 임차보증금의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물론, 일부라도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포함한다) 임차인은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가능하며, 법원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대한 재판으로 이를 결정한다. 위와 같이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따라 임차권 등기를 마치는 경우 임차인에게는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대한 재판절차에 관한 비용(인지대, 송달료 등)과 임차권등기에 관련한 비용(등기촉탁 수수료 등, 이하 각 비용을 통틀어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이라고 한다)이 발생한다. 다만 최종적으로 이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이를 청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민사소송 비용은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이라는 절차를 거쳐 소송비용을 상대에게 청구한다(민사소송법 제110조). 그래서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도 이처럼 확정 절차를 거쳐 상대방에게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2025년 4월24일 선고 2024다221455 판결)에서 임차권등기명령 비용은 소송비용 확정 없이도 바로 상대방에게 청구하거나 상계할 수 있는 청구권이라고 판단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임차인 A는 소송비용 확정 신청 없이도 임대인 B에게 임차권 등기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B의 연체 차임 청구권에 관해 위 비용의 상계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즉 A가 B에게 지급해야 할 연체 차임이 있다면, A는 임차권 등기 관련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하도급대금 직불합의에 따른 직접지급청구권의 발생시점

을(수급인)은 갑(발주자)으로부터 교량 가설공사를 도급받았는데, 지난 2019년 4월19일 위 공사 중 일부를 병(하수급인)에게 하도급했다. 같은 날 갑, 을, 병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갑이 병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직불 합의를 했다. 병은 같은 해 6월15일까지 공사를 하다가 위 공사를 중단했다. 그런데, 이후 을의 채권자 정이 을의 갑에 대한 위 공사대금 채권에 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압류 및 추심명령이 이보다 앞선 5월2일 갑에게 도달했다. 위 사안에서 병(하수급인)과 정(수급인 을의 채권자) 중에서 누가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 위 사안에서 제1심과 항소심 법원은 ‘갑(발주자)의 병(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사유는 직불 합의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시공한 부분에 대한 기성검사 및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했을 때 발생한다. 병이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기 이전에 갑에게 정(수급인 을의 채권자)의 압류 및 추심명령이 도달함으로써 병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 당시 을의 갑에 대한 나머지 공사대금 채권 전액에 대해 이미 집행 보전이 이루어진 이상, 병의 직접지급 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판시했다. 즉, 하수급인의 직접지급 청구권은 직불 합의만으로 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시공한 부분에 대한 기성검사 및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는 등의 절차가 이행됐을 때 발생하므로 하수급인의 직접지급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2025년 4월3일 선고 2021다273592 판결)은 위와 같은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발주자인 갑, 수급인인 을, 하수급인인 병이 직불 합의를 한 지난 2019년 4월19일 병에게는 갑에 대해 병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 청구권이 발생하고, 동시에 갑의 을에 대한 대금 지급 채무가 위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하며, 그 부분에 해당하는 을의 갑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병에게 이전된다. 이와 같이 병이 갑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권이 발생한 이후인 5월2일 정이 을의 갑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했으므로 위 공사대금 채권 중 병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한 압류는 이미 병에게 이전돼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직접지급 합의를 한 시점에 이미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 청구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위 판결은 직접지급 합의의 효력을 보다 실효성 있게 보장하고, 하수급인의 권리를 한층 강하게 보호하는 취지의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연체 차임의 공제

X(임대인)는 자신의 건물을 임대차보증금 1억원, 월세 100만원, 임대차 기간 3년으로 정해 Y(임차인)에게 임대하는 계약(제1차 계약)을 체결했다. Y는 보증금 1억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5개월분 월세를 지급하지 않은 채 임대차 기간 3년이 경과했다. 그러나 X와 Y는 협의 끝에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 계약(제2차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Y는 제2차 계약 기간에도 5개월분 월세를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Y는 합계 10개월분 1천만원의 월세를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2차 계약이 종료했다. Y가 X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원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자 X는 연체된 10개월분 월세 1천만원을 상계한 나머지 9천만원만 반환하겠다고 반박한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가. 이 사안의 월세 채권은 1개월 단위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민법 제163조 제1호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을 연체하는 경우 그 채권의 소멸시효는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지급기일부터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6년 11월25일 선고 2016다211309 판결 참조). 따라서 제1차 계약에서 발생한 차임채권은 현재 소멸시효가 완성해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다만, 제2차 계약에서 발생한 차임채권은 아직 소멸시효가 경과하지 않아 상계할 수 있다. 결국 X는 9천5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X는 보증금에서 연체 월세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1차 계약에서 임차인이 5개월분 월세를 미납했음에도 제2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러한 결론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X는 민법 제495조를 근거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채권자(X)는 상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규정은 ‘자동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이르렀을 때’ 적용되는데 X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때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한다(대법원 2002년 12월10일 선고 2002다52657 판결 참조). 따라서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양 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안에 민법 제495조에 따르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X의 이 주장은 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즉, 임대인이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았으며 차임이 연체되고 있었음에도 임대차 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무시해서는 아니 된다. 이에 대법원(위 2016다211309 판결)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 적용해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할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이 최근이 선고한 판결(2025년 3월 27일 선고 2024다302217 판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결론은, X는 Y에게 9천만원만 반환하면 된다.

[법률플러스] 노사협의회의 정기회의 개최는 의무

‘노동조합’은 익숙하지만 ‘노사협의회’는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에 의하면, 노사협의회란 근로자와 사용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성하는 협의기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는지, 그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비율이 어떠한지에 관계없이, 노사협의회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노사협의회의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만, 상시 3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이나 사업장은 예외다. 노사협의회의 주요 활동 중의 하나는 회의의 개최다. 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노사협의회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야 하고(근로자참여법 제12조 제1항) 필요에 따라 임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이처럼 정기 회의의 개최는 법률에 따른 의무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만일 정기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근로자참여법 제32조). 근로자참여법은 노사협의회의 ‘협의 사항’과 ‘의결 사항’을 규정하면서, 사용자로 하여금 ‘정기회의’에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한 사항,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에 관한 사항,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 기업의 경제적·재정적 상황’을 성실하게 보고하거나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만일 사용자가 ‘정기회의’에서 근로자참여법에 따른 보고와 설명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근로자위원은 보고 및 설명 사항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사용자는 그 요구에 성실히 따라야 한다.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위 자료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벌금형으로 처벌을 받는다. 최근 대법원(2025년 5월1일 선고 2025도2059호 판결)은 노사협의회 의장이 정기 회의를 개최하지 않아 근로자참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와 같은 근로자참여법의 관련 규정과 노사협의회가 근로자와 사용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상시적 협의기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법상 ‘협의 사항’, ‘의결 사항’ 등에 관한 구체적 안건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정기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피고인의 행위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노사협의회를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의 경우, 특별한 안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기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 분야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법률플러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 위반과 분담금 반환

주택법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과 관련해 주택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하거나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중 1명에 한정해 주거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세대의 세대주인 자에 한해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B지역주택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분담금까지 냈는데, A는 조합 가입 당시 이미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2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 후 A는 B조합으로부터 조합원 자격 심사결과 일시적 다주택 소유자로 부적격 판정돼 조합원 자격을 상실했다는 통보를 받게 되자, B조합을 상대로 자신이 납부한 분담금의 반환을 구했다. 하급심은 조합원 자격에 관한 주택법령 규정은 당사자가 임의로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규정이 아니므로, 위 조합원 가입 계약은 체결 당시부터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B조합은 A로부터 받은 분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2025. 2.13. 선고 2024다249040)은 달리 판단했다. 즉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주택법령 규정은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 없어 당사자 사이에 이를 위반한 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당연히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핵심 논거다. 다만, 대법원은, 당사자(조합과 조합원)가 통정해 위와 같은 단속규정을 위반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가 됨을 전제한 뒤, “A가 본인과 세대원인 배우자 명의로 1채씩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A와 B조합이 통정해 위 주택법령 상 단속규정을 위반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이 없는 한, A가 조합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조합가입계약이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 없는데도, 위 조합가입계약을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라고 보아 B조합의 A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한 하급심 판단은 잘못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위 판결은 조합원과 조합 모두 조합가입의 자격 요건을 잘 챙겨 불의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판단이라 하겠다.

[법률플러스] 분묘 발굴, 유체·유골 훼손 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자

분묘는 민법 제1008조의3에 따라 그 분묘에 안장된 망인의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이 승계하는 것이다. 구 관습법에 따르면 선조의 분묘를 수호·관리하는 권리는 제사주재자인 그 종손에게 있었다. 그 후 대법원은 위 입장을 변경하면서 제사주재자는 먼저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망인의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2023년 5월11일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시 종전 견해를 변경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하고, 이 법리는 위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뤄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종중이 공동 선조의 분묘를 수호 관리해 온 경우 해당 분묘의 수호 관리권 내지 분묘기지권은 종중에 귀속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제사주재자가 아닌 후손이 망인의 분묘 발굴 등의 행위를 한 사람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을까. 분묘를 파헤치고 그 안에 안치된 망인들의 유골 4구를 꺼내 양철통에 담은 후 불에 태운 다음 분묘 입구 쪽 땅에 묻어버린 행위에 대해 망인들의 손자 또는 아들이 가해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에서, 하급심은, 위 아들은 위 분묘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갖는 제사주재자가 아니므로 위자료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5년 4월23일 선고 2023다283401 판결)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체·유골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었고 그러한 행위가 어떤 사람의 추모 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사람은 해당 분묘의 관리 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해자를 상대로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 판결에 따르면 이 경우 분묘발굴, 유체·유골 훼손 행위가 추모 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그 행위자가 분묘발굴 또는 유체·유골의 처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분묘발굴 또는 유체·유골의 처리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피해자와 망인 사이의 친족관계 또는 생전 생활 관계, 평소 분묘 등의 관리 상황, 분묘나 유체·유골의 손상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법률플러스] 열람·복사한 판결문의 사용…‘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A씨는 2020년 7월경 자신의 형사 재판과 관련한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재판기록 열람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공동 피고인인 B씨의 성명, 생년월일, 전과 사실이 기재된 다른 사건 2건의 판결문 사본을 제공받았다.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제공받은 B씨에 관한 형사사건 판결문을 탄원서에 첨부해 제출했다. 그러자 B씨는 A씨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본래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목적 외로 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72조 제2호는 이러한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규정한다. 과연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로 처벌받을까. 언뜻 보면 A씨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처럼 보인다. 애초에 열람 목적은 자신의 형사 재판 관련 기록 확인이었고, 민사소송은 그와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이 법 조항의 ‘개인정보처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개인정보처리자’란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며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개인 등을 의미하고, 여기서 공공기관은 일반적으로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이에 대법원은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수소법원은 행정기관과는 그 성격과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재판 기록을 열람·복사하게 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위와 같은 열람·복사의 허가가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대법원 2025년 3월13일 선고 2025도266 판결).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해당 정보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정보의 성격이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누구로부터, 어떤 법적 지위에서 받았는지가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법률플러스] 지명채권의 양도

지명채권은 채권자가 특정돼 있고, 그 채권의 성립·양도를 위해서 증서의 작성·교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채권이다. 지명채권은 그 성질상 양도가 제한되거나(민법 제449조 제1항 단서), 양도 금지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거나(민법 제449조 제2항), 법률규정에 의해 양도가 제한되는 경우 등 외에 일반적으로 양도가 가능하다.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50조 제1항). 통지는 반드시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해 해야 한다. 양수인은 양도인을 대위해도 통지를 하지 못하고, 다만 양수인이 양도인의 사자 내지 대리인으로서 하는 통지는 유효하다. 승낙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양도인 또는 양수인 어느 쪽에 해도 무관하다. 지명채권의 양도와 관련해 채무자 이외에 제3자에 대해 대항하기 위해서는 채권양도의 통지나 승낙을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해 해야 한다(민법 제450조 제2항). 채권이 이중으로 양도된 경우 양수인 상호 간의 우열은 통지 또는 승낙에 붙여진 확정일자의 선후에 의해 결정할 것이 아니라, 채권양도에 대한 채무자의 인식, 즉 확정일자 있는 양도통지가 채무자에게 도달한 일시 또는 확정일자 있는 승낙의 일시의 선후에 의해 결정한다. 이러한 법리는 채권양수인과 동일 채권에 대해 가압류명령을 집행한 자 사이의 우열을 결정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므로,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 통지와 가압류결정 정본의 제3채무자(채권양도의 경우는 채무자)에 대한 도달의 선후에 의해 그 우열을 결정한다. 또한 채권양도 통지, 가압류 또는 압류명령 등이 제3채무자에 동시에 송달돼 그들 상호 간에 우열이 없는 경우에도 그 채권양수인, 가압류 또는 압류채권자는 모두 제3채무자에 대해 완전한 대항력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전액에 대해 채권양수금, 압류전부금 또는 추심금의 이행청구를 하고 적법하게 이를 변제받을 수 있다. 제3채무자는 이들 중 누구에게라도 그 채무 전액을 변제하면 다른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면책된다. 만약 양수채권액과 가압류 또는 압류된 채권액의 합계액이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액을 초과할 때는 그들 상호 간에는 법률상의 지위가 대등하므로 공평의 원칙상 각 채권액에 안분해 이를 내부적으로 다시 정산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4년 4월26일 선고 93다2422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결국 지명채권의 양도에 있어서는 양도인에 의한 확정일자 있는 통지(또는 채무자의 승낙)가 채무자에게 도달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법률플러스] 소송신탁은 무효

‘신탁’이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을 설정하는 등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해 그 재산의 관리 기타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신탁법 제2조). 그렇다면 X에 대해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는 갑(위탁자)이 을(수탁자)에게 위 채권을 신탁하고 을이 X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그 판결금을 갑(수익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신탁계약도 효력이 있을까. 민사소송법(제87조)에 따르면 (일정한 사유를 제외하면) 오직 변호사만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즉, 위 사안의 채권자 갑은 법대를 졸업해 법률 지식이 풍부한 (그러나 변호사는 아닌) 을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갑과 을이 위처럼 신탁계약을 맺는 것을 허용한다면 이는 결국 간접적으로 변호사 대리 원칙을 회피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신탁법 제6조(소송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의 금지)는 ‘수탁자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신탁은 무효로 한다.’라는 명문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면 갑이 을에게 채권을 양도하는 것은 어떠한가? 즉 갑이 을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수여할 목적으로 채권을 양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채권양도를 금지한다는 명문의 규정은 없다. 그러나 대법원(2022년 1월14일 선고 2017다257098 판결 등 다수의 판결)은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채권양도도 신탁법 제6조의 유추 적용에 따라 무효’라는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다. 이처럼 신탁법 및 대법원 판례는 소송신탁 또는 소송 목적 채권양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소송’에는 전형적인 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집행의 신청 등 사법기관을 통해 권리의 실현을 도모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한편 이처럼 법률에 의해 금지하는 소송신탁 또는 채권양도가 이루어졌다면 이후 설사 을이 변호사를 선임한 때도 그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다(대법원 2006년 6월27일 선고 2006다463 판결 참조). 을이 X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소송신탁’ 또는 ‘소송목적의 채권양도’가 밝혀지면 법원은 그 소를 각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갑과 을의 행위는 형사문제(변호사법 위반죄)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일 을이 제기한 소송에서 소송신탁 등의 사실이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을의 승소판결이 선고됐고 을은 판결금을 받았다. 그러나 을은 그 돈을 갑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갑이 을을 상대로 판결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소송신탁 등의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탈법행위를 저지른 을이 탈법행위를 저지른 갑에게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는 것이 옳을까. 이러한 쟁점을 직접 다룬 선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소송신탁 금지 규정의 취지를 관철하기 위해 갑의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법률플러스]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판결을 받은 경우 구제방안

소장부본과 판결정본 등이 공시송달(재판절차나 행정절차에서 송달할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 송달할 서류를 게시해 놓고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의 방법에 의해 송달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과실 없이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불변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다면 피고는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이내에 추완항소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란, 피고가 소송을 회피하거나 이를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송달을 받지 아니했다거나 소 제기 사실을 알고 스스로 주소를 신고했음에도 그 주소로 소송서류가 송달불능되도록 장기간 방치했다는 등의 사정을 말한다(대법원 2021년 8월19일 선고 2021다228745 판결 참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양수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제1심법원은 주소지로 우편송달, 집행관에 의한 특별송달을 했으나 모두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았다. 결국 제1심법원은 피고에게 소장부본과 제1회 변론기일통지서를 각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했고 피고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1회 변론기일을 진행해 변론을 종결하고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같은 날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그 판결정본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에게 송달했다. 피고는 위 판결정본의 공시송달 효력발생일로부터 2주가 지난 후에 판결 등본을 발급받고, 제1심법원에 추후 보완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로부터 제1심 사건번호가 기재된 ‘법적절차 착수 통보’를 받게 되자 이를 문의하기 위해 원고와 통화한 사실이 있었다. 또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 소송이 계속 중인 사실을 알리고 사건번호를 안내했다.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항소심은,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항소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추후 보완 항소를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2025년 3월13일 선고 2024다300266호 판결)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우선, 피고가 이 사건 소제기일, 청구취지와 청구원인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또한 피고는 원고와 2차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는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후 내용을 살펴보고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려 한 것이다. 특히 제1회 변론기일에 피고가 출석하지 않았을 때 곧바로 변론이 종결돼 같은 날 판결이 선고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가 소송을 회피하거나 이를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송달을 받지 아니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법원은 피고가 제1심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에 대해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법률플러스] 임대차계약 갱신 거절의 진정성에 대한 입증책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8호에서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익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었다.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 끝나기 약 3개월 전에 임차인에게 자신과 가족들이 거주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그로부터 5일 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한다는 통보를 했다. 그러나 임대인이 다시 본인이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며 임차인에게 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계속 거주하자,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건물 인도를 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하급심은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에 개연성이 있고 그러한 의사와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위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임대인의 갱신 거절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3년 12월7일 선고 2022다279795 사건)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을 근거로,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정이 있다고 해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내심에 있는 장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위 거절 사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그 진정성에 대해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해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상의 근거로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에 대한 진정성에 의심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들어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는데, 이처럼 ‘실거주 의사’가 없으면서 이러한 갱신 거절 사유를 악용하는 임대인이 새겨들어야 할 판례로 생각된다.

[법률플러스] 종손을 종중회장이 되도록 한 종중 규약의 효력

어떤 종중이 종중 규약을 새로이 제정하면서 ‘종중회장은 본 종중의 종손으로 한다.’라고 정했다면, 그러한 규약 내용은 유효한 것일까. 판례에 따르면 원래 종중 대표자는 종중의 규약이나 관례가 있으면 그에 따라 선임하고 그것이 없다면 종장 또는 문장이 그 종원 중 성년 이상의 사람을 소집해 선출한다. 만일 평소 종중에 종장이나 문장이 선임돼 있지 아니하고 선임에 관한 규약이나 관례가 없으면 현존하는 연고항존자가 종장이나 문장이 돼 국내에 거주하고 소재가 분명한 종원에게 통지해 종중총회를 소집하고 그 회의에서 종중 대표자를 선임하는 것이 일반 관습이다. 위 선례에서 만일 해당 종중의 관례로 그 종손이 종중회장을 계속 맡아 왔다면, 위와 같이 새로이 제정한 규약 내용은 관례를 성문화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규약 내용은 유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관례가 없는 경우에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 즉 그 경우에도 만일 종중 규약에서 종손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나름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종중 규약이 정한 절차에 따라 위 규약 내용을 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종중의 특성이나 종손이 종중 내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지위 등에 비추어 위 규약 내용 자체가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 실제 위와 같은 쟁점이 문제 된 사건에서 하급심은 그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2024년 12월24일 선고 2024다274398 판결 참조)은 회장 지위를 종손에게만 부여할 만한 특별한 필요성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종중의 의사결정, 임원 선임 등을 위한 권리와 의무에 관해 종원 모두에게 같은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그 본질과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점. 위 규약 내용은 종손이 아닌 종원이 대표자에 입후보하고, 종원이 자유롭게 대표자를 선출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했고, 특히 여성 종원에 대해서는 대표자에 입후보할 기회조차 봉쇄하고 있으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종손과 종손이 아닌 종원을 차별하고, 남성 종원과 여성 종원을 차별하는 내용이라는 점. 위 규약 내용은 총회의 회장 선출에 관한 본래적 기능을 무력화시킨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 규약 내용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뿐만 아니라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어긋나므로 무효라고 보고 있다. 이 판결은 기존의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종중의 법리와 관련해 특히 참조할 만한 판결이라 하겠다.

[법률플러스]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고의 인정 시점

A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B씨의 주점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지난 1월6일 오후 11시경, B씨가 운영하는 주점의 비상 출입문을 통해 내부로 침입했다. 이후 A씨는 매장 카운터에 설치된 포스기를 발견하고 이를 열어 그 안에 들어있던 현금 19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A씨는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지만 “주점에 침입할 당시 포스기의 존재를 몰랐고 돈을 훔칠 의도가 없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이때 법원은 A씨에게 야간주거침입절도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까.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주거침입죄와 절도죄가 결합한 범죄이다. 결합범이란 각각 독립된 범죄로 성립할 수 있는 행위들이 결합해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후 타인의 금품을 절취한 경우, 폭행죄와 절도죄가 따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강도죄가 성립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야간에 타인의 주거 등에 침입해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따라서 야간에 타인의 재물을 절취할 목적으로 주거에 침입해야 성립하며, 주거침입 단계에서 이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평가된다(대법원 1999년 7월13일 선고 99도1229 판결 참조). 언뜻 보면 A씨처럼 야간에 주거침입과 절도죄를 모두 범한 경우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주거침입죄와 절도죄의 결합범으로, 시간상으로 주거침입이 먼저 발생하기 때문에, 주거침입 시점에 이미 절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A씨가 주점에 침입할 당시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5년 1월9일 선고 2022도5573 판결 참조). 다만, A씨는 독립된 2개의 범죄, 즉, 주거침입죄와 절도죄의 경합범(이는 ‘결합범’과 다른 개념)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모든 주거침입을 수반한 결합범에서 주거침입 시점에 고의가 있을 것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및 주거침입강간죄의 경우, 대법원은 “가해자가 주거침입 당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후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주거침입 성폭력범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년 9월14일 선고 2006도2824 판결 참조). 이처럼 동일한 결합범이라 하더라도 적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법률플러스] 채권자대위권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가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그의 채무자에 속하는 권리를 대위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민법 제404조 제1항). 그 요건으로 ①채권자의 채권(피보전채권)이 존재하고, 그 이행기가 도래했을 것 ②채권보전의 필요성이 있을 것 ③채무자가 그의 권리를 스스로 행사하지 않을 것 ④채무자의 권리가 일신전속적 권리(예: 인지청구권, 친생부인권, 재산상속회복청구권 등 신분법상 권리나 인격권 등)가 아닐 것이 요구된다. 여기서 위 ②채권보전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보전하려는 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가 무자력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피보전채권과 피대위권리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피보전채권을 유효·적절하게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무자력 요건은 필요하지 않다. 또 채권자의 등기청구권의 보전을 위해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와 같이 채권이 특정채권인 경우에는 무자력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채권자는 자기의 이름으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취소권과 달리 재판상 행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 외에서도 행사가 가능하다.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채무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한 후에는 채무자에게 이를 통지해야 한다.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통지를 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해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05조 제2항). 채권자가 통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자기의 채권이 채권자에 의해 대위 행사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그 처분을 가지고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1977년 3월22일 선고 77다118 판결 참조).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에 의해 채권자는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그 행사의 효과는 직접 채무자에게 귀속된다. 그리고 채권자대위권의 내용은 제3채무자에 대해 채무자에게 일정한 급부행위를 할 것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채권자는 자신의 채권과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동종의 것이고, 상계적상에 있는 것인 때에는 상계를 함으로써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는 일종의 법정위임의 관계에 있으므로, 채권자는 민법 제688조를 유추 적용해 채무자에게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률플러스] 민사소송과 항소이유서

형사재판의 제1심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원심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항소장을 받은 원심법원은 항소법원에 소송기록을 송부하고 기록을 송부받은 항소법원은 피고인에게 소송기록 접수를 통지한다. 피고인은 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며 만일 그 기한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한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 민사소송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제1심판결을 수용할 수 없는 당사자가 원심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점, 항소장을 받은 원심법원이 소송기록을 항소법원에 보내는 점은 형사소송과 동일하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에는 ‘항소한 당사자가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에 관한 규정이 없다. 실무적으로는 항소법원이 기한을 지정해 그날까지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것을 명령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제재 규정이 없다. 덧붙여 민사소송 실무에서 ‘항소이유서’라는 용어가 흔히 사용되지만 엄밀하게 보면 민사소송 절차에서는 ‘항소이유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민사소송규칙 제126조의2는 ‘항소심에서 처음 제출하는 준비서면’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뿐이다. 항소이유서에 관한 이러한 규율 태도가 민사소송 절차의 지연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한 국회는 2024년 1월16일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항소이유서 제도를 명문으로 도입했다. 개정 법률(제400조, 제402의조의2, 제402조의3)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항소장을 받은 원심법원이 소송기록을 항소법원에 보내면 항소법원은 그 사실(소송기록을 접수한 사실)을 항소인에게 통지한다. 항소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항소인이 기한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결정으로 항소를 각하한다. 다만 항소법원은 항소인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제1항에 따른 제출 기간을 1회만 1개월 연장할 수 있다(제402조의2 제2항). 그러나 항소법원이 실제로 연장해 줄 것인지 보장할 수 없다. 결국 항소인이 항소 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 각하라는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민사소송규칙 제126조의2에 의하면 항소인은 항소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만일 항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위 기한이 경과한 후에 항소이유서에 기재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을 제출하면 법원은 이를 기각할 수 있으므로, 항소이유서는 기한 안에 작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잘(제대로)” 작성해야 한다. 만일 제1심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항소심 기록 접수의 통지를 받은 후 40일에 근접하는 기간이 경과하도록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가 갑자기 변호사에게 사건처리를 부탁한다면 2~3일 안에 항소이유서를 작성·제출해야 하는 변호사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 도입된 제도로 인해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제도는 2025년 3월1일 이후 최초로 항소장이 제출되는 사건부터 적용한다.

[법률플러스] 토지 소유자의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

우리 헌법 제23조 제1항은 재산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재산권의 내재적 한계로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어느 사유지가 종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도로예정지로 편입돼 사실상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그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거나 그러한 사용 상태를 용인함으로써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이 이를 무상으로 통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의 점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 토지 인도청구 등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 기준에 대해 대법원(2019년 1월24일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은 소유자가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소유자가 토지를 공공의 사용에 제공하거나 그 사용을 용인하게 된 경위와 그 규모, 토지 제공 당시 소유자의 의사, 토지 제공에 따른 소유자의 이익 또는 편익의 유무와 정도, 해당 토지의 위치나 형태, 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소유자가 보인 행태의 모순 정도 및 이로 인한 일반 공중의 신뢰 내지 편익 침해 정도, 소유자가 행사하는 권리의 내용이나 행사 방식 및 권리 보호의 필요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해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토지 소유자가 도시계획시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도로 부지의 기부채납 확약을 했고 관할관청도 실시계획인가에 기부채납 부관을 붙였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가 사업시행을 마치지 못하고 파산했고 도로 부지 소유권을 확보한 새로운 소유자가 도로를 개설해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 부지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원심은 종전 소유자가 도로 부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보아 그 특별승계인인 새로운 소유자가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5년 1월23일 선고 2024다277885호 판결)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즉, 기부채납 확약은 실시계획 등 승인을 위해 부득이 이루어진 것으로 실시계획인가가 실효되고 그 사업계획이 확정적으로 취소된 이상 기부채납 확약만을 들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포기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종전 소유자는 사업이 무산돼 도로 부지를 기부채납으로 제공함으로써 얻고자 했던 이익을 실현하지 못한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아니한 채 도로로 사용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은 종전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법률플러스] 허위신고와 위계공무집행방해죄

A는 B로부터 머리채를 잡고 가슴을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 신고는 허위 신고였다. 경찰관들은 이러한 범행이 발생했다고 오인하고 현장에 출동해 수사하고 A에게 임시숙소 제공 및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취했으며 그 이후에도 이러한 범죄 혐의 확인을 위한 수사를 했다. 결국 A는 위계로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취지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하급심은 ’담당 수사관은 A가 강제추행 피해의 증거로 제출한 휴대전화 동영상의 촬영 경위, 내용, 종료 경위 등에서 발견한 미심쩍은 점을 자세히 물었고, 강제추행범으로 지목된 B의 진술을 청취하고 B가 제출한 모바일 채팅 내역을 확인함으로써 A의 신고가 허위라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A의 허위 신고로 많은 경찰 인력이 투입돼 주변 수색, CCTV 영상 확인, 피해자 지원 업무 등을 했으나 이는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가 있는지 수집·조사하는 수사기관의 본래 직무 범위에 속하는 것일 뿐이므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고, 단지 거짓신고라는 경범죄처벌법위반에 해당할 뿐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4년 11월14일 선고 2024도11629 판결)은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대법원에 의하면 거짓 신고로 인한 경범죄 처벌법 위반죄는 ‘있지 아니한 범죄나 재해 사실을 공무원에게 거짓으로 신고’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상대방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위계에 의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공무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전자는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반면, 후자는 국가 기능으로서의 공무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이처럼 양 죄는 그 보호법익이나 규율대상 및 구성요건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죄이다. 그러므로 거짓 신고 행위가 원인이 돼 상대방인 공무원이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게 했고 이로 인해 공무원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대응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로써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무집행이 방해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경찰관의 직무에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 범죄피해자 보호, 그밖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등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경찰관이 신고의 거짓 여부를 확인하거나 검토할 여유 없이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등을 위해서 다른 업무보다 우선해 긴급하게 현장에 출동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그러한 대응조치가 이루어졌다면 경찰관의 위와 같은 직무에 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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