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국화, 새로운 길을 찾다

한국화의 맥을 튼실히 이어가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열린다. ‘한국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인천에 연고를 두고 활동하는 한국화 전공의 신진작가들과 중진작가 37명이 참여하는 ‘한국화 젊은 발언과 모색’전을 18일부터 24일까지 인천 신세계갤러리에서 연다. 전통에 기본해 왕성히 활동하는 중견작가 신근식, 신찬식, 양창석, 이창구, 임원빈, 장 진 등과 강성오, 권소영, 박우진, 서건원, 손창범, 신재연, 이수빈, 이현호 등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전통 한국화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소재를 그리거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표현기법을 사용해 새로운 형식의 한국화를 모색했다. 특히 수묵산수화와 인물화, 진채의 화조화 등 전통적 표현 양식에 근거한 작품, 추상적 표현, 오브제를 활용한 현대적 작품 등 다양한 형식의 한국화 작품들로 구성했다. 푸른 초원 위에 양떼를 재현한 서건원과 인간 모습의 곤충을 표현한 이수잔, 꽃·나비·집 등 일상의 소소한 소재와 풍경들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재현한 신재연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손창범은 순지에 먹으로 그린 작품으로 대범한 화면구성을 보여주고 이수무와 양창석은 먹으로 강렬한 흑백의 대비가 인상적인 추상작품을 출품한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검은 곡선따라… 잠든 듯 누운 여체

한지·먹선 동양적 오브제로 새 기법 시도 “생명의 원천 大地와 여성의 몸은 닮은 꼴” 갤러리 같은 넓은 화실이다. 벽마다 걸려 있는 100호(1호 엽서크기) 정도의 대형작품이 작가의 스케일을 가늠케 한다. 장지 위에 황토색과 검은색, 푸른색 그리고 옅은 몇 가지 색이 칠해져 있고, 섬유질이 얼기설기 엮여 있는 닥나무 껍질 조각을 군데군데 붙이기도 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그림을 연구한 김윤 경기대 교수의 분당 작업장이다. 그는 무엇을 그리고 싶었을까. 그는 선뜻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생명을 잉태하는 자연처럼 여성과 땅의 생성과 회기를 작품에 담고 싶어요.” 황토색이 주조를 이룬 것도 그런 이유다. 태고적 자연의 빛을 기운생동하게 담은 것이 특징이고 작품 속 검은 선은 여성의 누드다. 추상성이 짙은 그의 작품은 멀리서 감상해야 한다. 그래야 신체의 곡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성의 누드는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상품성이 아닙니다. 신화적 차원에서 여성이 지닌 생명력을 담고자 했죠.” 이는 작품제작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작품의 형태를 그리기 앞서 배경색을 칠한 후 모양을 찾아간다. 한지나 장지 조각을 붙이고 군데군데 색을 입혀 간다. “작품 오브제를 배치하고 조율하는 콤퍼지션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먹선으로 여성의 형태를 잡아가죠.” 그에게 새로운 시도는 늘 즐거운 작업이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한지와 같이 우리 것을 사용하며 늘 변화된 기법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종이죽 같은 한지 덩어리를 캔버스에 넓게 펼쳐 덮은 후 그 위해 콤포지션을 시도하고 있다. 또 여인의 선을 그렸던 먹선 대신 검은색 한지를 붙여 다른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 류석우 월간 미술시대 주간은 “그의 화면 속에는 늘 여인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 누드에서 단순한 에로티시즘을 느끼기 보다는 자연과 인생이란 광의가 느껴진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제8회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참가, 18일부터 22일까지 작품을 선보인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유럽파 오페라 주역들 초청 무대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주역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성악가들이 경기도내 주요 공연장을 돌며 화려한 무대를 선사한다.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의 소프라노 임세경과 테너 이정원, 피렌체극장의 바리톤 한명원, 독일 비스바덴극장의 베이스 손혜수 등은 17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18일 고양아람누리, 1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을 순회하며 오페라의 진수를 선보인다. ‘유럽오페라 주역가수 초청 오페라 갈라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 반주는 금난새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금씨는 지휘와 함께 기존에 클래식 대중화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곡 해설을 맡아 관객들에게 오페라를 쉽게 전달할 예정이다. 무대의 주인공인 4명의 주역가수들은 화려한 경력으로도 주목받는다. 서정적인 목소리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관객을 매료시킨 소프라노 임세경, 한국인 테너로는 최초로 라 스칼라 극장에 데뷔하며 정상급 성악가로 급부상한 테너 이정원, 베르디 국제 성악 콩쿠르 1위와 이탈리아 아싸미 국제 콩쿠르 1위 등 화려한 콩쿠르 입상경력을 지닌 바리톤 한명원, 마리아 칼라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 입상하며 독일 및 프랑스 방송사가 공동 기획한 ‘세계의 젊은 음악가들’에 선정돼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린 베이스 손혜수 등이다. 이들은 카탈라니 오페라 라 왈리 중 ‘나 이제 멀리 떠나가리’,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조르다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아 중 ‘조국의 적’, 로시니 오페라 세실리아의 이발사 중 ‘만물박사의 노래’, 베르니 오페라 돈 카를로 중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중 ‘나팔을 올려라’ 등 주요 오페라의 아리아와 듀엣, 감미로운 칸초네 등을 들려준다. R석/5만원, S석/4만원, A석/3만원, B석/2만원. 문의 1588-7890 /윤철원기자 ycw@kgib.co.kr

토슈즈 벗고 대중 속으로

국내 정상급 발레리나의 해설과 함께 전 세계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모던 발레의 명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발레리나 김지영(국립발레단)의 해설로 주요 현대 발레 작품을 소개하는 ‘김지영이 들려주는 모던발레’가 26일 오후 5시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펼쳐진다. 이날 몬테카를로 발레단 예술감독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도베 라 루나’, ‘신데렐라’, 러시아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뮤자게트’, ‘차이코프스키’ 등 연극적인 성격이 강한 모던발레의 주요 장면이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몸짓으로 선보인다. ‘달은 어디에’라는 뜻의 ‘도베 라 루나’는 정해진 줄거리 없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달빛과 무용가의 몸짓으로 표현하고 ‘신데렐라’는 주변 인물을 입체적으로 살려냄으로써 원작 동화를 신선하게 비튼 모던발레의 대표작이다. 20세기 최고 안무가 조지 발라신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헌정된 ‘뮤자게트’는 무대 위에서 안무가의 창조적 작업과 사생활이 어떻게 엮이는지를 보여주고, 국립발레단의 신작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창작 고뇌와 혼란스런 내면을 춤으로 풀어낸다. R석/2만5천원, S석/1만5천원. 문의 1577-7766 /윤철원기자 ycw@kgib.co.kr

창작곡·춤 어우러져… 가슴 울리는 ‘독립만세’

양손에 태극기를 든 독립만세의 물결이 하남을 적신다. 하남이성문화축제의 일환으로 22일 오후 8시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질 허성재 창작무용극 ‘님의 침묵을 그리며’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언어와 춤, 노래를 잃고, 정체성마저도 말살된 36년간의 나라 잃은 슬픔을 하나의 몸짓에 담아 하남시민들의 가슴을 울린다. 중앙문화예술협회(회장 허성재)와 DIMA컬처스(대표 김상교)가 주최하고 하남무용단, ㈔한국무용협회 하남시지부가 주관하는 이 공연은 허 회장이 총안무 및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김 대표가 연출을 맡아 독특한 연출로 새로운 창작춤과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전통춤과 향토소리, 애국노래와 현대적 이미지를 살린 창작곡·춤이 함께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애국 공연을 선사한다. 극은 21세기를 사는 한 여인이 인터넷을 통해 우리의 아픈 과거인 일제시대를 보게 되고, 슬픈 아리랑을 부르는 이 여인의 모습과 조선 후기 기생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시작된다. 이어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벌어지고, 유관순의 아우내 장터에서의 3·1운동이 펼쳐질 때에 이르러 극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다시 고적한 밤이 오면서 무대는 고요해진다. 슬픈 아리랑과 함께 진혼무는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의 넋을 달래고, 독립을 기원하는 연등춤이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모둠북과 비보이까지 등장해 여명의 북소리와 함께 독립을 기뻐하는 춤사위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허 회장은 “3·1독립운동은 대한제국의 독립과 함께 우리가 현재까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준 우리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며 “특히 이 공연을 통해 3·1운동의 정신을 살리고 어려운 세계 경제난 속에서 우리 국민 모두의 힘으로 다시 한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특별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석/2만원. 문의 (031)791-5404 /윤철원기자 ycw@kgib.co.kr

락 뮤지컬 ‘헤드윅’ 안양서 만난다

폭발적인 락 사운드와 이색적인 볼거리로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뮤지컬 한 편이 안양을 찾는다. (재)안양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형식)은 오는 19일 오후 3·7시 평촌아트홀 공연장에서 김수용·이주광의 더블 캐스팅 무대로 뮤지컬 ‘헤드윅 2009’를 올린다. ‘헤드윅 2009’는 오리지널 캐스트이기도 한 존 카메론 미첼이 대본과 가사를 쓰고, 오리지널 기타리스트인 스티븐 트래스크가 곡을 붙인 락 뮤지컬이다. 헤드윅의 원제는 ‘Hedwig and the Angry Inch’다. 우리말로 옮기면 ‘헤드윅과 열 받은 1인치’. 괴상한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주인공 헤드윅의 모놀로그와 노래, 하드락 밴드,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서서히 관객들의 마음을 젖어들게 만든다. 공연은 1961년 동독으로 시공간을 옮겨 동 베를린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한셀에게 옮겨간다. 좁은 아파트에서 여자 아이같이 소심한 소년 한셀에게 유일한 낙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듣는 락 음악. 하릴 없이 소일하던 우울한 한셀에게 어느날 미군 병사 루터는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결혼을 제의해 온다. 한셀은 엄마의 이름인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싸구려 수술의 실패로 인해 그의 성기엔 1인치의 정체불명의 살덩어리만 남게 된다. 특히 이번 무대는 2005년 한국뮤지컬 대상 신인상에 빛나는 우울하고 처절한 연기로 인간적인 헤드윅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 김수용과 4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헤드윅역에 발탁된 이주광의 더블 캐스팅, 이츠학 역의 전혜선이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다. 전석/3만원. 문의(031)389-5200, 5252 /권소영기자 ksy@kgib.co.kr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