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경기도 사찰에서 찾는 마음의 여유 [주말, 여기어때]

매년 이 맘 때면 경기도내 사찰 곳곳을 수놓는 인파 행렬을 목격할 수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찰을 저마다의 이유로 찾는 이들이 많다.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사찰에 깃든 부처의 가르침을 음미해보면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자연스레 생겨난다. 초파일을 맞는 도내 사찰 곳곳에선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 마음의 안식 선사할 힐링 스팟…남양주 봉선사 초파일을 9일 앞둔 지난 18일 오후 남양주 봉선사. 저마다의 명분과 이유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 단순 신앙 생활을 위해 온 사람들보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방문한 이들이 많이 보였다. “신앙심이 깊은 분일수록 초하루나 일요 법회가 열리는 오전 등 특정 시기에 맞춰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면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절을 들렸다가 조용히 사색에 잠기는 분들도 많다”고 운을 뗀 봉선사 보륜 스님의 말처럼 봉선사에 잠시나마 더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고요한 평화가 맴도는 연꽃 군락지에서 찾을 수 있다. 연인, 친구, 부부,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산책하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느리게 흘러가는 이곳만의 시간. 연꽃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있던 이순자씨(79·남양주시 진접읍)는 “연못 주위를 감싸는 둘레길을 돌고, 벤치에 앉아 연못을 보다가 인근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 한 달에 두번가량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는 게 삶의 낙”이라며 “녹음이 우거진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힐링 루틴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나쳐 사찰 내부로 들어가다 보면 오색 연등이 바람에 잔잔하게 흔들리면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렇게 도착한 큰법당 앞마당을 가득 채운 연등 물결을 보고 있으면 각각의 연등을 매단 사람들이 어떤 염원과 소망을 품고 있을지 상상해 보게 된다. 금액이 큰 1년 등은 법당 안에 달려 있고, 바깥에 걸려 있는 연등엔 초파일을 맞아 각자의 염원과 소망을 담은 내용이 담겼다. 딸과 함께 이곳을 3개월만에 찾은 김창실씨(83·여·남양주시 도농동)는 봉선사를 3년째 다니고 있다. 김씨는 “부처님의 뜻을 받들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는 것 같아서 되게 고맙다”면서 “초파일에 오면 사람들이 너무 몰릴 거 같아서 미리 방문했다. 이곳을 오고가는 이들과의 모든 만남이 너무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오고 가는 불자들을 인자한 미소로 맞이하던 보륜 스님은 “단순히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현재 바라는 걸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며 “오래 전 성인들께서 과연 어떤 가르침을 주셨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아서 위안을 받고 가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 봄이 지나 꽃도 지고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이 성큼 다가온 만큼,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라고 덧붙였다. ■ 숨막히는 도심에서 만나는 ‘여유’의 힘…용인 화운사 수도권 도심에서 멀지 않은 용인시 삼가동 멱조산 자락으로 발을 옮긴다. 이곳엔 도시를 감싸는 급박한 리듬과 다른 여유로움을 간직한 사찰인 화운사가 있다. ‘화운’, 부처님이 설법하는 자리에서 꽃빛구름(화운)이 피어난 데서 유래한 이름처럼 사찰에 깃든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화운사는 자연 경관이 수려한 곳에 자리한 사찰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에서 오고가는 이들과 폭넓은 교류의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린이 법회, 어린이 캠프뿐 아니라 템플스테이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사찰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선사한다. 지난달 말 화운사까지 3시간 걸리는 거리에서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던 방문객 A씨는 “호기심에 절을 찾아서 별 기대가 없었지만 자연의 소리를 듣고,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돼서 너무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화운사 서보 스님은 “우리는 굉장히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목소리를 많이 놓치고 산다”면서 “템플스테이를 찾는 모든 분들께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다. 채워가려고 하지 말고 마음을 쉬고 내려놓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드린다”고 설명했다.

부모님 손잡고 ‘찰칵’…가정의 달 첫 연휴 [주말, 여기어때]

온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가고픈 가정의 달 첫 연휴. 갑작스러운 비 소식 예보가 있어 마음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경기도 곳곳에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바깥에서 싱그러운 초록을 만끽하는 것만큼, 알차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실내 공간을 소개한다. ■ 부모님과 손잡고, 추억 되살려볼까…양평 ‘추억의 청춘뮤지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관광단지에 있는 ‘추억의 청춘뮤지엄’은 1970년대 모습을 완벽히 재현한 공간이다. 외관에서부터 7080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청춘뮤지엄은 실내에 들어서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이어지는 공간마다 다양한 놀이와 포토존으로 가득해 옛 향수에 빠져들기 충분하다. 내부에 들어서면 1970년도에 걸렸던 현수막과 점포 간판들이 당시의 거리를 거니는 듯한 상상에 빠진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화려한 색의 꽃들로 만들어진 포토존이 펼쳐진다. 분홍빛 배경과 꽃으로 꾸며진 공중전화와 따듯한 글귀가 적혀 있어 오고 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아 누구라도 사진을 찍게 만든다. 당시 술과 음식을 판매했던 대포집과 공중전화, 극장, 만화방 등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특히 곳곳마다 추억의 놀이인 땅따먹기와 제기차기, 팽이, 고무줄놀이 등을 직접 할 수 있게 마련돼 있어 함께 방문한 사람과 즐길 수 있다. 또 벽면에는 낙서와 각종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2층 공간에는 유료 공중변소, 반짝이는 조명과 그 시절 음악 ‘Sunny’ 등이 흘러나오는 고고장, 나무 책걸상이 놓인 옛 교실, 다방 등 향수를 내뿜는 공간들이 가득하다. 이밖에도 8분가량 상영되는 대한늬우스를 볼 수 있으며, 교복과 교련복 등도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65세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박유민씨(36)는 “엄마가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없다고 하셔서 사진도 찍고 추억 삼아서 방문하게 됐다”며 “얼마 만에 입어보는 교복이냐며 행복해하는 엄마를 보니 잘 왔다고 생각이 들고 추억 사진 남기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커피의 모든 것을 알아볼까…남양주 ‘왈츠&닥터만 커피박물관’ 북한강이 흐르는 강줄기 옆, 마치 영화에 나오는 성처럼 눈길을 확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박물관인 ‘왈츠&닥터만 커피박물관’이다. 건물 2층에 마련된 커피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박물관인 만큼 커피의 역사를 가득 담고 있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서양과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커피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어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장 먼저 커피의 역사를 알아보는 공간으로 들어서면 서양 국가들의 커피 역사와 전통,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이곳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절구통과 19세기 사막에 거주하는 베두인족이 생두를 볶을 때 사용하던 기구인 마흐마스와 마크랍이 전시돼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고종황제가 커피를 마실 때 실제 사용했던 ‘황실 은제 커피스푼’이다. 1926년 이전에 제작됐으며, 고종황제 중손이 기증한 황실유물이다. 커피 판매의 첫 시작과 다방의 출현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벽면에 걸린 다방의 출현과 번성,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인 남대문역 다방의 내용과 함께 보이는 흑백 사진 등은 낯설지만 친근하게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또 세계 각국의 생두와 원두를 직접 만져보고 로스팅 5단계의 원두를 비교해 볼 수 있으며, 황동 커피 그라인더와 커피 로스터기, 커피 보관통, 커피 포장 용기 등 역사가 담겨있는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이밖에도 원두 보관방법, 커피 추출 시 유의사항, 커피와 잘 어울리는 음식 등 유익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커피나무 묘목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3층 온실에서 관람할 수 있고,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체험도 할 수 있다.

시간이 멈춘 능내역에서, ‘인생사진’ 찰칵 [주말, 여기어때]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문득 옛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했던 기억들을 회상한다. 곧 그때의 추억을 다시 느끼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엔 과거로 돌아간 듯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능내역 폐역이 있다.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능내역 폐역은 중앙선 기차역으로 팔당역과 양수역 사이에 있는 간이역이다. 능내역은 1956년 5월1일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간이역으로 사용되다가 2001년 열차의 교행과 대피를 위한 신호장(信號場) 역할을 했다. 이후 지난 2008년 12월 중앙선 노선이 양평군 국수역까지 연장되면서 선로가 이설돼 열차가 능내역을 거치지 않아 폐역으로 남게 됐다. 이 곳에 오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능내역 표지판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준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날 것 같은 목재 출입문과 창문을 보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신비의 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낡은 문을 지나 들어가면 벽면에 붙어있는 흑백의 사진들이 더욱 옛 감성을 끌어낸다. 또 매표소 앞에 놓인 안내 문구, 기찻길로 나가는 문 위에 붙은 열차 시간표와 여객운임표 그리고 나무 의자는 추억의 필름을 더듬는 데 충분하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포토존이 된다. 철도가 보이는 문을 지나 발걸음을 옮기면 녹슨 기찻길과 기차 모형이 눈에 들어온다. 기찻길 옆으로 이어진 푸른 느티나무와 이곳저곳 피어난 노랗고 작은 민들레 꽃, 빼곡하게 자란 붉은 철쭉은 아름다운 추억 사진을 찍기엔 충분하다. 일부만 남아있는 기차는 한동안 전시관이자 쉼터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기찻길 너머로는 4대강 국토종주 남한강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잠시 멈춰 기찻길 위에서, 역사 앞 벤치에서 사진을 찍으며 잠시 쉬어간다. 산들바람을 느끼며 옛 기억을 회상하기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연인과 또는 오래된 친구와 새 추억을 만들기도 충분한 곳이다. 여자친구와 능내역을 방문한 김석문씨(25)는 “자전거 도로로 지나다니면서 보다가 이번에는 따로 시간 내서 왔다. 이 정도까지 옛날 추억은 없지만 사진 찍고 옆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새 추억을 쌓기엔 좋은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벚꽃엔딩' 아쉬움 날릴, 실내 이색 식물 [주말, 여기어때]

따뜻한 봄날이 찾아왔지만 벌써 끝나버린 ‘벚꽃엔딩’에 왠지 섭섭함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실내에서 이색 식물을 만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말, 맑은 공기를 맡으며 봄 기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 김포 ‘이원난농원’ 2대에 걸쳐 40년째 운영 중인 이원난농원은 대지 6천평, 온실 3천평 규모에, 총 2천5백종, 한해 25만벌 정도의 난을 재배하는 동양 최대의 난 농장이다. 동양란과 서양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희귀 난을 관람할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난이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맑고 따스한 날엔 향긋한 꽃향기가 이곳을 가득 채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시에 은은한 레몬향과 달콤한 코코넛 향 그리고 헤이즐넛 향이 코로 전해진다. 난초에서 피어난 꽃 하나하나가 뿜어내는 향기들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곳에선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하고 희귀한 난들을 관람할 수 있다. 꽃을 피우면 한 마리 비둘기가 내려앉은 듯한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는 ‘비둘기 난초’, 최대 2.5t, 높이 약 3m까지 자라는 초대형 난인 ‘그라마토필름’, 향수통이라고 불릴 만큼 향이 강하게 난다는 ‘덴드로비움 아노스멈’을 만날 수 있다. 난초는 아니지만 거꾸로 매달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고사리과 ‘박쥐란’도 보이는데, 박쥐란은 45년을 이곳에서 자랐다. 한껏 즐기며 걷다 보면 비단잉어들이 헤엄치는 작은 연못이 눈에 띈다. 농원 측은 연못에 살고 있는 11마리의 비단잉어 이름을 난의 여왕인 카툴레야 이름으로 지었다고 설명한다. 각각 난의 꽃 사진이 있고, 그 꽃과 닮은 비단잉어를 찾아보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농원을 방문한 유지호씨(28)는 “많은 종류의 난을 구경할 수 있고 예쁘게 잘 꾸며놓은 것 같아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식물을 키우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좋아해서 왔는데 이곳에 있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양 ‘선인장전시관’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호수공원에 있는 고양시 선인장전시관은 990㎡ 규모의 유리온실과 495㎡의 육묘장으로 750품종, 6천800본의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해외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유리온실 전시관의 동선이 5대양 6대주 구성에 맞춰 제작됐기 때문에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녹색의 풍경은 신비롭고 마음의 안정을 준다. 아주 작은 다육식물부터 유리온실의 천장을 뚫고 나갈 듯 자라난 연성각과 투쟁용 등과 같은 선인장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다가스카르의 ‘운카리나데카리’라는 어린왕자의 바오밥 나무과 다육관엽이 반기는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선인장이다. 이처럼 전시관에서는 전 세계에 서식하는 선인장의 다양한 형태와 색상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생지 환경에서는 18m 높이까지 자라며 신기하게도 가시 밑으로 한 쌍으로 잎이 나오는 남아프리카의 ‘카라루마 선인장’, 부를 가져다 준다는 ‘금호 선인장’, 40년을 자라 일생에 마지막 한번 꽃을 피운다는 ‘길상천 선인장’, 금색 빛이 도는 ‘금향환’ 등 희귀하고 다양한 선인장을 만난다. 전시관 바닥에 표시된 오세아니아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투명한 유리 바닥으로 만들어진 배 조형물 아래는 선인장들이 모여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사진 찍기에도 좋다. 또, 전시관과 이어진 육묘장·다육 직판장이 있어 선인장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다양한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관람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를 끄는 요소 중 하나다.

사연 가득한 ‘나무고아원’ 숲 거닐며 찾는 ‘마음의 안정’ [주말, 여기 어때]

포근한 날씨가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주말, 가족이나 연인 혹은 나 홀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산책하기 적합한 장소가 있다. 아픈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하나둘씩 모여 숲을 이뤄 힐링의 장소를 만들었다. 지나온 한 주를 위로하고 마음을 달래 줄 하남 나무고아원이다.  나무고아원은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버려지고 상처 입은 나무들에게 생긴 터전이다. 1999년 버즘나무는 열매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민원 대상이 됐다. 이후 시가지에서 교체될 위기에 놓였다가 2000년 4월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옮겨놓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한강 변 도로개설 공사로 베여나갈 운명이었던 소나무 159그루와 상처 입은 은행나무 300여그루, 느티나무 1천그루, 메타세콰이어 1천700그루, 홍단풍 450그루 등 수도권 경기지역에서 헌수 받은 수목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외로이 서 있던 나무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숲. 약 8만9천㎡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소나무, 버드나무, 모과나무 등 46종의 나무 2만3천294그루와 초화류 8종 등 수많은 식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고아원 내 일부를 유아숲체험원으로 조성해 나무로 만든 다양한 놀이터(나무, 밧줄, 소리, 창작, 숲속 놀이터)와 체험장(세발자전거, 미로 체험장)은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흙길을 따라 입구로 들어서면 어디선가 새들이 지저귀며 노래를 불러준다. 숲으로 향하는 길 양옆으로 봄의 생동감을 불어 넣는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길 정면에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굳건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자 상처를 감싼 인공수피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무고아원이 조성됐을 때 가장 먼저 들어와 치료받은 약 40년 된 버드나무는 현재 건강을 회복해 깊게 뿌리를 내렸다. 버드나무를 지나 걸음을 옮기다 보면 다양한 종의 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다. 일찍 노란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는 봄이 왔다는 신호를 보낸다. 푸른 소나무와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은 마치 수채화를 그린 듯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나무 사이사이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장과 잠시 앉을 나무 의자들이 잘 마련돼 있다. 체험활동을 하러 온 아이들은 그루터기 나무로 만든 징검다리와 긴 통나무로 만든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신난 모습이 보여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곳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다면, 해맑은 아이들과 나무들이 대면하고 접촉하는 순간마다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구불구불 나 있는 길을 따라 한 바퀴를 거닐다 보면 눈에 담기는 풍광은 그저 소박하고 평온하다. 나무 그네에는 노부부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연인이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걷는다. 남편과 산책을 나온 심영옥씨(49)는 “버려진 나무들이 한 곳에 모여 숲을 이뤘다는 걸 오기 전엔 몰랐다”라며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소중한 나무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봄은 오고 꽃은 핀다…해움미술관 '화주전 사군자' [주말, 여기어때]

얼어붙었던 겨울의 땅을 뚫고 싹이 텄다. 얼어붙었던 가지에서도 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봄 기운이 완연한 주말, 새로운 영감을 주는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기분을 전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원 해움미술관이 지난 3일 개막한 ‘화주전 사군자’ 전시에서는 봄을 상징하는 작품들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회포를 풀어냈다. 전시장 내 ‘치유의 방’에 들어서면 하얀 벽면과 스크린, 붕대가 찢긴 철제로 만든 두상이 놓인 김희곤 작가의 작품 ‘안아 주세요’를 만난다.  관람객이 직접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작성해 치유의 방을 완성해 나가는 작품이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치유의 방에 설치된 두상 작품, 영상화면, 흰 벽면에 그림이나 글로 남기면 된다. 작가는 아이들이 친구의 부상 부위를 감싼 깁스에 낙서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다.  그동안 찢고 뚫고 자르거나 할퀴어서 허상이라는 고통의 프레임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해온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붕대를 감고 마음의 온기를 더해 고통의 프레임을 녹여낸다.  작가는 자신의 역할을 상처에 갇혀 신음하는 이미지를 나타내고 붕대를 감아주는 것으로 제한하지만 관객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제안한다. 작가의 제안에 관람객이 응하는 메시지가 더해져 완성되는 프로젝트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미술가인 윤석남 작가의 유기견 시리즈 ‘108번’도 만날 수 있다. 갈 곳을 잃은 듯한 개의 눈동자, 그 아래 이질적이지만 힘차게 피어난 꽃. 희미한 눈동자가 이 시대 갈 곳 없이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나타낸다면, 그럼에도 피어난 꽃을 통해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화두 ‘갈 곳을 잃고 헤매지만 봄은 돋아난다’가 이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이와 함께 강재욱, 권용택, 김봉준, 김상구, 김선동, 김억, 김영섭, 김재홍, 남기성, 남부희, 류연복, 손기환, 안재홍, 이미경, 이연섭, 이오연, 이윤엽, 이은희, 이재민, 이주영, 이해균, 정세학, 조진식, 차진환, 최세경, 한상호, 황은화, 고강행복 등이 참여해 회화부터 사진,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수원시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해움미술관은 10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를 신춘 기획전으로 마련했다. "우리가 상상 속에서 그릴 수 있는 봄을 선보이려 했다”는 이해균 해움미술관 대표의 말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속에서 다양한 봄과 주제가 펼쳐진다.  전시는 5월3일까지.

이풀실내정원이 전시장으로 ... '오가닉 스펙트럼'전 [주말, 여기 어때]

하늘과 땅, 수직과 수평, 자연과 인공. 각종 대비와 충돌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혼란을 겪거나 중심을 잃곤 한다. ‘오가닉 스펙트럼’은 이런 대비에 정면으로 맞서며 이 안에서 연결고리를 찾고 조화를 이룬다. 지난해 6월30일 안산 이풀실내정원에서 문을 연 ‘오가닉 스펙트럼 ORGANIC SPECTRUM: 최성임’은 식물원에 작품을 입혔다. 전시는 대비 간 조화의 산물이다. 이는 전시장에 들어섬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산책길이 마련된 1층은 길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걸어 올라가는 구조로 돼 있어 시선이 자연스레 위로 향하는데, 이때 시야엔 낯선 장면이 가득 들어온다. 천장 부근에 매달린 채 아래를 향하는 작품과 발아래엔 땅속 깊이 뿌리내린 채 하늘을 향해 잎사귀를 뻗어내는 식물들. 이들이 주는 대비가 새로운 감각을 자극한다. 두 눈을 빈틈없이 채우는 풍경은 마치 일상과 분리된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낯섦 속에서 금세 그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발견하게 된다. 단조로운 초록색 식물로만 이뤄진 정원에 알록달록한 작품들이 색을 더하며 첫 번째 조화를 자아낸다. 반투명 천장을 뚫고 스미는 햇볕에 반짝이는 잎들과 그 빛을 반사하는 우레탄 비닐로 만들어진 작품 ‘잎’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또 다른 화합의 무대를 만든다. 작가는 이 같은 충돌과 조화를 우리의 일상과 연결 지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작품은 특정 형태로 고정돼 있지 않고 날씨나 계절, 시간대,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니게 된다. 관람객들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유리천장을 통해 매분 매초 다르게 들어오는 빛과 갈지자형으로 난 산책로를 십분 활용해 작품을 설치했다는 작가의 수고가 몸소 느껴진다.  2층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색감의 ‘맨드라미’가 눈을 사로잡는다. 화병 속의 꽃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는 이 작품은 잘 손질된 꽃송이와 닮아 있다. 작가는 아크릴과 털실 등으로 만들어진 인공품에다 생명력을 잃고 꺾여 있는 꽃송이를 표현했지만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관람객의 몸짓에 미묘하게 움직일 때마다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같이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이 서로를 닮아있는 모습, 이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서 ‘오가닉 스펙트럼’의 묘미를 발견한다. 최성임 작가는 “설치 작업은 늘 정원 가꾸기와 같다고 빗대어 설명해왔는데 이번 전시는 실제 자연 정원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을 옮겨 놓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며 “앞으로도 식물원이나 정원에서 하는 전시를 기획해서 자연 속에서 실제 식물과 어우러지는 작품을 만들어 충돌과 화합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30일까지.

흐린 날씨 속 힐링 쉼터…경기도 이색 나들이 스팟 [주말, 여기 어때]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서고 싶지만 궂은 날씨에 집을 나서기 망설여진다. 여행은 부담스럽고, 늘 갔던 복합쇼핑몰이나 번화가는 따분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유튜브와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기엔, 왠지 아까운 주말. 반복되는 일상의 쳇바퀴를 잠시 멈추고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곳은 없을까. 경기도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이색 나들이 스팟을 소개한다. ■ 날씨에 상관없이 찾는 ‘힐링 쉼터’…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 곳곳에 색이 사라진 겨울, 자연의 형형색색 빛깔을 두 눈 가득 담고 싶다면 지난해 6월 개관한 부천 상동호수공원의 식물원 수피아를 찾아가보자. 돔형으로 건축된 덕분에 악천후에도 굴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실내 공간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식물원에 들어서자 마치 숲을 거니는 착각에 빠진다. 발끝부터 천장까지 시야 가득 들어오는 식물들이 도심 속 일상 풍경을 접하느라 지쳐 있던 눈을 포근하게 어루만진다. 바깥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가는 이곳만의 리듬을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걸음의 속도를 늦춘 채로 길목에 놓인 식물들과 교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1층과 2층 연결목에 있는 카페에선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고, 그저 경치를 눈에 담으며 가만히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걸음을 옮기다 보면 코끝에 향긋한 냄새가 스치기 시작한다. 오렌지자스민, 남방치자, 일랑일랑 등 열대꽃 중에서도 향기가 나는 식물들이 모여 있는 향기원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꽃에 얼굴을 가까이 한 채 숨을 깊게 들이 쉬면, 온몸에 퍼지는 향기 덕분인지 겨울에도 봄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다. 식물원 한쪽에 마련된 테마온실은 식물원을 찾은 어린 학생들에게 단연코 인기 1순위다. 온실 안에서는 퀘이커앵무새 등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새들과 거북이, 도마뱀 등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슬로우모션이 걸린 듯한 거북이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이 손을 잡고 식물을 눈에 담고 있던 한지유씨(39)는 “초등생 아이가 방학해서 집에 있다 보니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 식물원을 찾게 됐다”며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밖에 나갈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곳은 실내면서도 바깥에 나와 있는 느낌이다.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도 볼 수 있어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고 웃어 보였다. ■ 그림에서 향기가 난다고?…파주 센티드뮤제 갤러리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속 한구석엔 방문객을 맞이하는 아담한 갤러리가 있다. 헤이리스 갤러리에서 운영했던 센티드뮤제 공방이 지난해 10월부터 확장 이전하면서 특색 있는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선 클림트·고흐·모네의 그림을 향과 함께 감상하는 상설 전시 ‘그림, 향기를 만나다’를 만날 수 있다. 전시를 즐긴 뒤 향수·패브릭퍼퓸·디퓨저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1층 데스크에서 전시에 대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시향지 7장을 받아든다. 책갈피처럼 생긴 시향지 상단에는 그림과 화가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종이마다 조향사가 직접 만든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세계부터 시작이다. 도입부에 ‘헬레네 클림트의 초상’이 보인다. 클림트가 동생 에른스트의 딸인 헬레네의 옆모습을 그려낸 이 작품 앞에서 시향지를 천천히 코로 갖다 댔더니 마치 그가 뿌린 향수 냄새를 맡는 듯하다. 정사각 프레임 속 호수의 풍경을 담아낸 ‘아터제’의 시향지에서는 코를 시원하게 감싸는 물의 향기가 느껴졌다. 싱그러운 레몬향으로 인해 그림 속의 하늘빛 윤슬이 더욱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 이어지는 3층에서는 고흐와 모네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밤의 카페 테라스’ 앞에서 시향지를 꺼내드니, 도시의 밤거리 냄새가 물씬 피어났다. 테라스 주변의 소음, 사람들의 대화 소리, 짙어져 가는 밤공기가 그림과 시향지를 타고 전해진다. 인상파의 대표주자인 모네가 포착했던 자연의 정경은 향과 만나는 과정에서 더욱 생동감 넘치게 변한다. ‘센 강의 봄’을 향과 함께 음미하면, 물내음인지 나무나 열매의 향인지 모를 기분 좋은 냄새들이 맴돈다. 그림 속엔 강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노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 중 한 사람이 자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에 빠져든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김남호 전시기획자는 “다양한 감각을 통해 대상을 인지하면 더 오랜 시간 기억에 남기에 감정적인 요소들이 깊게 각인될 것”이라며 “화가들이 겪었던 삶을 전시에 녹여내고자 했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향기가 맴도는 한 권의 일대기처럼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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