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경기도 방문

올 추석엔 대통령 말대로 기차를 타고 평양에 갈 수 있는 경의선 철길이 이어질 것으로 알았다. 이렇게 알고 시작한 남측 구간은 거의 완공단계에 있는데도 북측 구간은 재원때문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아직 손도 대지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이 “기차타고 평양 갈 날이 내일 모래”라면서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경의선 연결문제가)합의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끈다. 경기도청을 방문,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한데 이어 “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접경지역과 관련된 좋은 내용이 있어 경제협력이 크게 활성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특히 접경지역은 남북교류 협력시대의 전진기지이다. 장차 통일 한반도의 중핵지대이기도 하다. 접경지역 개발은 이같은 큰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이런대도 접경지원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정법 규제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경기도의 현안적 건의를 안정남 건교부장관은 우회적으로 거절했다. 예의 인구 과밀화를 말하면서 다만 접경지역 특성을 3차 수도권정비계획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위법에 저촉되는 접경지역 지원법을 어떻게 활성화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적어도 대통령이 밝힌 접경지역 활성화 수준을 위해서는 건교부와 경기도간에 좀더 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아울러 대통령이 국정혼란의 유감을 표명한 판교문제 역시 해결이 시급하다. 베드타운화한 잇따른 신도시 조성으로 환경·교통문제 등에 심각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경기도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청정의 밴처단지로 주력하고자 하는 노력에 이해가 있어주기를 거듭 기대하고자 한다. 이밖에 평택항 관련 CIQ와 지방해양수산청 설치 및 컨테이너 전용부두 지정, 고양 관광 숙박문화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 집행 조기지원, 파주 외국인 전용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제반 건의사항에 대해 이근식 행자부장관, 김한길 문광부장관, 장재식 산자부장관의 긍정적 답변이 있었던 것은 고무적이다. 노파심 삼아 덧붙이자면 앞으로도 적극적인 관심표명을 당부한다. 과거에 답변은 긍정적으로 해놓고 나중에 말을 달리하거나 막상 이행은 무관심 했던 사례가 왕왕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또한 응분의 추진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행정은 국정의 종착점이면서 새로운 시발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정을 위해 국가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인구가 1천만명에 육박하는 경기도를 찾아 폭넓은 접촉을 가진 것은 뜻깊다.

증인이 신변위협 받는다면…

검·경의 각종 수사기록이 재판과정에서 노출돼 범죄 신고자나 증인들이 범죄자로부터 보복당하지 않을까 신변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다. 국가공권력이 범죄신고자나 증인의 신변을 당연히 보호해 준다는 상식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보복 공포에 빠지게 된 것은 법의 위엄과 공권력의 권위가 그만큼 실추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형사재판에 있어 증거주의는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근거해야만 하고 그 증거도 자백보다는 피해자나 목격자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점에서 증인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거나 압력을 받아 증언을 기피하고 위증을 하게 된다면 증거재판주의는 합리성을 잃고 만다. 우리는 그동안 범죄신고자나 증인들이 범죄자들의 무자비한 보복에 희생된 사례를 적지않게 보아왔다. 지난 1990년 6월 서울 남부지원에서 증언을 마치고 나오던 고소인이 피고인의 동료에게 살해된 법정증인 피살사건과 부산의 한 주부가 그를 폭행한 폭력배를 신고했다가 살해당한 사건이 바로 그 것이다. 이런 일로 인해 범죄신고를 기피하거나 증언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되면 형사재판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사법정의의 실현을 위해서 증인을 보호할 근본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물론 보복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비롯 가해우려 피고인에 대한 보석요건 강화와 검찰작성 참고인 조서의 증거인정 등 법적인 뒷받침은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법이나 규정보다 구체적인 신변안전보장 장치다. 예컨대 조직폭력배의 피해자가 법정증언을 할 때는 증언날짜 훨씬 전부터 안전한 장소에 분리 보호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증언을 한 뒤에도 일정기간 신변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와함께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증거보전제도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있어야 하며 증인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비공개 증언이라든가 전화진술 청취 등 다각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권력이 증인 보복행위에 대해 중형으로 처벌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증인이 신변의 안전을 믿도록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형사재판에 있어 필수적인 피해자 및 목격자증언 기피풍조를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총리유임 ‘有感’

이한동총리 붙잡기는 붙잡힌 쪽과 붙잡은 쪽 가닥으로 생각해 보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이미 그의 정치도의 전락 및 한시적 정치생명 등을 지적하는 객관적 비판이 있었다. 본인이 밝힌 ‘국정연속’등 주관적 변은 상당 부분의 언론에서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벌써 지적했다. 하여, 여기서는 붙잡힌 쪽보다 붙잡은 쪽에 더 비중을 두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알려진대로 김대중 대통령의 간곡한 유임요청이 사실이었다면 우선 정면돌파 의지에 걸었던 국민의 기대에 크게 어긋난다. 명실상부한 민주당 단독정권의 시작은 잘만하면 공동정권에 식상한 면이 없지않은 사회정서를 긍정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한동 총리를 둔 부분개각, 당·청개편은 다만 임기말의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비칠뿐, 국민에게 국정쇄신의 새로운 이미지를 주기에는 지극히 미흡하다. 더욱이 당적이탈을 배제한 총리유임은 국민을 우롱하는 감마저 갖게 했다. 결코 본인의 의사라고 볼 수 없는 자민련 당적 보유의 총리유임은 정도정치가 아닌 술수정치의 극치다. 만약 JP가 백기를 들면 공조를 재복원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아지기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한동을 자민련에서 스스로 출당토록 유발함으로써 공조의 마지막 틀을 깬 정국경색의 심화책임을 자민련에 돌리면서 아울러 더욱 압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총리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의 승부처인 중부권에서 득표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청와대측 견해가 있는듯 싶으나 심히 의문이다. 그가 중부권의 대표성이라는 관점도 의아스러운데다 정치 지조의 훼절이 심한 마당에 그같은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보기에는 매우 당치 않다. 보수색깔 견해 역시 마찬가지다. DJ대 반DJ 구도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보는 청와대측 견해는 큰 착각이다. 대통령 중심제, 특히 김대중 대통령 체제에서 총리의 역할은 제약이 있어도 더더욱 심해 아무 보탬이 될 수 없다. 이총리를 유임시킨다 하여 DJ의 이념적 생각에 변화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개재가 아니다. 되레 부담으로 돌아가 조만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기왕 JP와 결별할바엔 총리를 경질하는 선명성을 보이는 것이 민주당의 당내 결속이나 국민이 보기에 정치적으로 훨씬 유익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너무 많다

건설교통부가 경기도·인천·서울·부산 등 전국 7개 광역도시권에 있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1억1천700여평을 해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집단취락(마을)은 당초 예상됐던 151개소에서 641개소로 대폭 늘어나게 됐고 조정가능 면적도 2천956만평에서 295만평이 더 늘어난다. 이렇게 그린벨트 해제기준을 당초보다 낮춘 이유를 건설교통부는 그린벨트 거주민의 민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반영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해제기준에 따르면 지역별로 30 ∼100가구 이상을 적용키로 했던 그린벨트 해제 대상 집단취락 기준이 지역에 관계없이 20가구 이상으로 완화된다. 또 사회·복지시설 등 지방자치단체의 현안사업에 대해선 시·군별 해제면적의 10% 범위내에서 추가로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준다. 특히 고속도로 역세권 개발,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의 국책사업을 그린벨트 안에서 시행할 경우 별도로 그린벨트를 풀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책사업에 대해선 기존 해제 면적과는 상관없이 별도로 그린벨트 개발을 허용하고, 국책사업과 지자체 현안사업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환경보존 상태가 양호한 1·2급지도 일부 개발을 허용키로 한 것은 큰 환경훼손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역도시계획을 확정한 뒤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해야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려스러운 점은 또 있다. 지난 30년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상으로 많은 불이익을 받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보존은 뒷전이고 ‘민원 들어주기 ’성격같은 인상이 짙다는 점이다. 당장 눈앞의 개발이익만 생각한 나머지 그린벨트를 이렇게 없애 나간다면 가뜩이나 난개발로 훼손되고 있는 국토는 더욱 처참하게 파괴될 게 뻔하다. 마치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우선 쏟아놓고 보자는 것과도 같아 의아스럽기도 하다. 얼마 후에 또 어떤 추가 발표가 없으라는 법도 없지 아니한가. 지난 날 선거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안이 공약사항으로 나왔으나 결국 그린벨트가 존속되었고 그동안 크고 작은 민원이 끊임없었지만 그린벨트는 자연환경을 보존해 왔다. 당국은 자연환경 보존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가를 잊지말아야 한다.

방심이 부른 콜레라 공포

콜레라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지 나흘만에 김포 경산 경주 대구에서 37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 80명으로 늘어났고 김포 군산 등 경북 이외의 지역에선 7명의 의사(擬似) 콜레라 환자가 발생, 설사환자를 포함해 의사 콜레라 환자는 모두 115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김포 등에서 발생한 진성 및 의사 콜레라 환자들은 모두 콜레라 집단 발병의 진원지인 경북 영천의 식당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뒤늦게 허둥대는 방역당국을 보고 있노라니 그저 한심하고 답답할 뿐이다. 후진국형 전염병으로 이미 1970년 이후 자취를 감추는듯 하던 콜레라가 근년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공중보건행정이 과연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대체 보건복지부의 존재가치가 무엇인가. 정부기구의 구색이나 갖추자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의 보건·위생·방역·사회복지·의정 등을 총괄하는 곳으로 그 기능과 소임은 어느 부서보다도 막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라할 방역행정은 전염병이 발생한 뒤의 사후수습보다는 발생하기 전에 미리 손을 써서 병균 침입을 막거나 확산을 최소화하는 예방의학적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경북 영천 환자 발생의 경우 설사증세를 일으킨지 수일이 지나서야 진성으로 판정이 났고, 음식점 종업원들이 콜레라 감염여부를 모른채 7일간이나 영업, 이 기간중 식당이용객이 2천여명에 이르러 콜레라가 급속 확산케 된 것은 그동안 방역당국이 방심한 나머지 일격을 당한 결과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 4월18일 인천공항에 들어온 필리핀 마닐라발 항공기에 이어 7월4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발 항공기 가검물에서 각각 콜레라균을 발견하고도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긴 것은 해외여행자들에게 경고해야 할 방역행정의 직무태만이 아닐 수 없다. 콜레라는 생활환경이나 위생상태가 엉망인 나라에서나 발병할 수 있는 「빈민병」이다. 선진국 문턱에 와있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나라에서 콜레라가 집단발생했다는 사실부터가 창피한 일이다. 콜레라는 병균자체의 두려움 뿐만아니라 발생국의 수출활동과 관광객 유치 등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는 점에서도 당국은 행정력을 총동원, 조기박멸에 발벗고 나서야 하며 온국민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도자전시 에어돔의 문제점

세계 도자기엑스포 광주·여주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에어돔의 안전에 이상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각 동당 800∼900평에 이르는 전시 및 판매장인 에어돔의 환기불량으로 인한 실내공기 혼탁으로 판매점 업주 및 직원은 물론 관람객들이 두통, 기침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랜 시간 머물러 있어야 하는 업주들은 기침약과 두통약을 구비해 놓고 수시로 복용하고 있다니 이들의 고통을 짐작할만 하다. 각 동마다 120여 판매점이 자리잡고 수많은 관람객이 왕래하는 대형 에어돔의 유일한 공기유입구가 출입구 뿐인데도 공기정화시설이 미비한 것도 그렇거니와 수십대의 대형 에어컨은 공기배출구 등에 먼지가 쌓인채 작동되고 있어 공기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관리자들의 공중위생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기오염은 신체에 직접 증상을 나타내게 마련이다. 대표적 증세가 두통·기침과 호흡기 질환이다. 밀폐된 구조물 안에서 장시간 근무하면 두통·현기증·메스꺼움·집중력 감소 등이 일어난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구조물일수록 공기정화를 하지 않으면 미생물성 물질·실내 진드기 등이 건강에 막심한 피해를 준다. 그런 점에서 입점업주들이 두통약 등을 복용할 정도라면 실내공기 혼탁도가 인체에 주는 영향이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봐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에어돔의 비상구가 열리면 공기가 빠지면서 무너져 내려 대형사고가 우려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도 소홀하다. 공기가 빠질 경우 비상구가 1개소에 불과하고 출입문도 회전식이어서 대피에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도 배치 직원에게 대피교육조차 시키지 않았다. 비상구와 출입구 표시가 없는 것은 물론 비치해야할 소화기마저 소방당국에 신고한 수량보다 모자라는 상황이다. 이처럼 문제 투성이인 전시 및 판매장이 어떻게 시정되지 않고 계속 운영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개막일에 맞추어 공사를 서둘렀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다면 이제라도 다시 점검해 보완할 곳은 보완하고 보수할 곳은 고쳐야 한다. 또 에어돔 시설이 건강과 안전성보다 엔지니어링 측면을 중시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이 생기지 않았는가도 검토해 봐야 한다. 공기오염도 측정을 실시하고 환기시설을 보완하는 한편 사고위험요소도 제거해야 한다. 도자기엑스포가 성공적 축제로 끝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노력을 다시한번 촉구해둔다.

여소야대와 상생의 정치

지난 3일 국회에서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됨으로써 지난 3년7개월동안 유지되었던 DJP공동정권이 붕괴돼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맞게 되었다. 이한동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 여당 수뇌부, 그리고 청와대 비서진이 이미 사표를 제출하여 빠르면 오늘중 국무위원을 비롯한 여권 진용이 개편될 예정이다. 혼란스런 정국을 조속히 안정시킨다는 측면에서 정부·민주당·청와대 개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문제는 앞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방식에 의하여 운용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대통령이 속한 정부와 의회가 서로 다른 정당에 의하여 지배되는 분점정부를 경험하였으며, 이들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은 정치력을 발휘하여 여야간의 별다른 충돌없이 국정을 운영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여소야대는 지난 1985년 노태우정권때 경험하였으며, 또한 지난 4·13 총선 후에도 여소야대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소야대와 정치상황을 정치 본래의 모습인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해결하기 보다는 국회 의석수(議席數)에 의한 힘의 정치를 구사하기 때문에 항상 여야간의 충돌이 잦았으며, 또한 정치는 상생(相生)의 정치가 아닌 상극(相剋)의 정치를 하였다.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게 되며, 또한 국회는 파행 운영되어 민생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렸다. 정치권은 이제 DJP 공종 붕괴가 현실이므로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한국정치를 한차원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념과 조직기반이 다른 정당간의 권력욕구를 채우기 위한 공조보다는 정당의 정체성을 살려 정책별로 공조하는 새로운 정치의 룰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부터 민주당, 자민련 모두 상대방의 눈치볼 필요없이 국민을 상대로 한 떳떳한 정치를 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명실공히 원내 제1당으로 당당하게 의정의 주도권을 가지고 국정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이 정책과 이념에 따라 공조하고 또한 타협과 조화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DJP 공동정권의 붕괴는 한국정치발전의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각 정당은 여소야대 구조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 상생의 정치를 하기를 절실히 요망한다.

기초질서 단속, 더욱 강력하게

우리 사회에 기초질서가 없어도 너무 없다.시민의식이 결여됐어도 지나치게 결여됐다. 왜 이 지경인지 안타깝다. 당국의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기초질서 위반행위가 더욱 만연하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각종 쓰레기 무단 투기, 교통법규 위반, 공중도덕 상실 등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몰상식한 행위가 우리 사회 도처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데 의왕시 백운호수 부근의 경우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행락객들이 도로변 풀밭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바람에 호수 주위가 마치 가든 파티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인도까지 점령한 행락객들의 차량때문에 행인들이 차도로 걸어다녀야 되는가 하면 벤치마다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즐비하다. 심지어 대소변 보는 일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어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호수변에 즐비한 카페에서는 콜라 한병 값이 1만원을 넘는 바가지 요금을 받는다. 한 마디로 무질서가 난무하는 무법지역인 것이다. 물론 백운호수뿐만이 아니다.자연경관이 좋은 곳이면 어느 계곡이나 강이나 낚시터나 거의 마찬가지다. 경기경찰청이 지난 1일 밤 11시부터 2시간동안 도내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기초질서 위반사범에 대한 저인망식 단속을 실시한 결과 기초질서 위반사범 7천80명, 교통사범 6천5명, 형사범 309명, 유흥업소 불법행위 132명 등 모두 1만3천526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인천경찰청도 같은 날 1천730명을 적발했다고 하니 평소의 무질서 실태를 한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시청 앞 공원 잔디밭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판을 벌이다니 말이 되는가. 금연구역인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의 흡연, 유원지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각종 쓰레기들은 아무리 계도와 단속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계도요원은 물론 단속요원이 오히려 사범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실정이다. 교통위반 차량이 뺑소니를 치고, 법규 위반자가 되레 경찰과 입씨름하는 것은 다반사가 되었다. 공공기관을 무시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중도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만 편하고 좋으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위법 단속을 겁내지 않는 단속불감증은 어디에서 기인된 것인가. 불행하게도 올바른 시민의식 정립은 각자의 자성과 자율에 맡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당국의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규제와 단속이 불가피해졌다.

먹통 단속카메라가 추돌유발?

고속도로상의 무인단속 카메라는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장치물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기기가 허수아비로 작동되지 않아 오히려 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있다면 역설적이긴 하지만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서해안·경인고속도로 등에 설치된 무인단속 카메라 20개 중 작동안되는 10여개 구간이 바로 사고위험지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고속도로를 매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무인단속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 구간을 지날 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속으로 달리고 있으나 카메라가 먹통인줄 모르는 운전자들은 단속카메라를 발견하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다 뒤따라 오던 과속차와 추돌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안전수칙과 운전예절만 제대로 지킨다면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이같은 점을 모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하물며 단속카메라가 설치돼있어 모든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켜야 한다는 뻔한 상식을 기기가 고장났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함으로써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우려를 낳는다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교통사고율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제 모두가 깊은 자괴감을 갖고 그 불명예를 씻기 위해 나쁜 운전습관을 고치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도심에서는 신호위반·차선위반·끼어들기·곡예운전을 밥먹듯 하고 앞차의 속도가 조금만 더뎌도 비상등을 깜박이며 재촉하는 게 우리다. 주말 고속도로에서는 안전거리를 무시한 과속질주와 앞지르기를 잘하는 사람이 운전솜씨가 좋은 사람으로 통하는 그릇된 인식과 굴절된 운전관행이 몸에 밴데서 사고가 잦아 윤화왕국이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길은 예방운전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속을 강화해서 난폭운행을 규제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고장난 무인단속 카메라를 속히 고치고 고속도로 요소요소에 순찰대가 지키고 있다면 과속이나 무리한 추월따위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운전자의 자질향상을 위해 운전면허의 요건과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표류하는 수원시 행정

지방자치단체 행정의 책임자는 단체장이다. 단체장이 없으면 부단체장이 단체장의 권한을 대행, 지자체 행정을 이끌어 감으로써 행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에 새삼 재론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수원시의 경우와 같이 시장이 형사사건에 연류, 구속되어 있어 상당기간 시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예상될 경우 부시장은 시장 직무대행으로서 더욱 막중한 책임을 통감해야 되며 다른 시 공무원 역시 시장 부재로 인한 시 행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수원시의 행정을 보면 민선시장의 부재가 얼마나 시 행정의 차질을 가져오고 있는가를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 3월 심재덕 수원시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수원시 행정업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점증하고 있다. 한마디로 새로운 사업의 추진도 제대로 되지 않고 또한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업도 특별한 이유없이 중단되거나 답보상태인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우수시책 사업으로 평가된 4개도로의 차없는 거리 운영과 같은 사업까지 아무런 해명없이 중단되고 있다. 이런 시의 행정업무 태도는 시장 대행체제에 따른 무사안일한 행정업무 자세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식에서 야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태도는 사업부서별로 새로운 사업계획이 제출되어도 이를 심도있게 검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또한 이미 예산이 책정된 사업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추진하지 않으려는 등 신규 사업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다. 수원은 인구 1백만명을 포용하는 웅도 경기도의 수부도시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2002년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행사가 개최된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수원시의 국내외적 이미지 제고에 있어 결정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호기(好機)에 있는 수원이 민선시장 부재라는 이유 때문에 실기(失機)한다면 이는 수원시 발전에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역동성을 가지고 공무원과 시민이 일체가 되어 21세기의 비전을 가진 수원의 미래를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도 국내외 여건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수장(首長)이 없다고 무사안일이나 책임 회피성 행정만 한다면 결국 손해는 시민만 보게 된다. 시민과 더불어 활력이 넘치고 비전있는 수원의 미래를 언제 볼 수 있을지, 수원시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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