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살인게임에 몰두하던 초등학생 2명이 새벽기도 여인을 살해한 충격적 사건은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평택경찰서 조사결과 이 학생들은 PC방 건물 옥상에서 잠을 잘 정도로 살인게임에 중독된 상태였고, 게임비가 필요해 교회 신축현장에서 새벽기도 중이던 여인을 망치로 때려 숨지게 하고 2만2천원을 빼앗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생들이 심취한 게임은 자신들이 직접 캐릭터를 설정, 사람 등을 처치하면서 이 경험치에 따라 칼·갑옷 등의 무기를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내용이다. 사이버 세계의 살인·폭력게임을 나홀로 즐기는 것은 잠재적 범죄학습 효과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적 지적이 현실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얼마전엔 인터넷에 중독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자살사이트 내용을 모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또 다른 중학생은 폭발물 제조사이트를 개설하였다가 적발됐다. 미국에서는 게임 중독증 고교생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있었고, 브라질에서도 극장에서 같은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들도 가상공간과 현실을 혼동하는 게임 중독증이 자살과 범행에 작용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제 인터넷 중독증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할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인터넷상에 살인·자살·폭탄사이트 등 반사회적 사이트가 난립하면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해 범행을 부추기는 폐해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긴급 과제가 됐다. 그러나 게임 중독의 폐해를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것은 범죄의 원인을 가상 공간에 국한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게임 중독의 바탕에는 결국 성장과정과 사회관계 등에서 생긴 일상의 정신적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학생들도 모두 어머니가 가출했거나 아버지가 구치소에 수감중에 있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이었다. 결국 이들의 인터넷 중독과 충격적인 살인행위도 사회와 학교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당국은 이제 인터넷 시대에 파생되는 유해적 게임 중독 예방과 치료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반사회적 사이트를 정화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파주시 일대의 일부 식당에서 팔아온 소위‘부대찌개’가 미군부대 군인들이 먹다버린 쇠고기·소시지·돼지고기 등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꿀꿀이죽’이었다니 실로 어이가 없다. 꿀꿀이죽이 무엇인가. 6·25전쟁 직후 먹을 것이 없어 미군들이 남긴 음식물을 모아 끓여 먹었던 치욕스러운 음식이다. 50여년 전의 그 꿀꿀이죽이 부대찌개라는 이름으로 시중 식당의 식탁에 버젓이 올랐었다니 분노에 앞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5년 전부터 미군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식당관리 한국인이 따로 모았다가 음식물 중간도매상에게 넘겨주면 시중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부대찌개 음식으로 팔아왔다니 구역질이 아니 나올 수 없다. 기가막힌 것은 중간도매상이 공급하는 부대찌개 재료가 미군부대에서 나온 먹다 남은 음식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상재료의 반값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인데다가 이미 조리된 상태여서 양념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계속 납품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식당업주들을 조사한 결과 미군부대 음식물 쓰레기 반출이 20여년 전부터 계속돼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텔레비전 화면에 보도된 음식물 쓰레기 중에는 치즈가 엉겨붙은 고기 덩어리와 잇자국이 선명한 스테이크 등도 있었다. 이들은 미군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개, 돼지 등의 가축사료용으로 반출시켜 부대찌개로 끓여 팔아왔으니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을 가축으로 여겨 온 셈이다. 불쾌하기 짝이 없게도 미군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한국인들이 먹은 것이다. 주한 미군들도 이 사실을 이미 알았을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미군들이 얼마나 한국인을 얕잡아 볼 것인가. 이번 음식물 쓰레기 사건은 국민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점에서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경찰은 파주 외에 동두천, 의정부 등 경기도 다른 지역 식당에도 공급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부대찌개 식당은 미군부대 근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웬만한 도시에서 거의 성업중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부정·불량식품 유통행위는 인명을 해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강력한 단속과 지속적인 계도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은 식품 취급자들의 기본적인 양심이다. 식품 취급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이성을 찾을 것을 당부해둔다.
일선 시·군의 공직기강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몹시 흐트러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 하면서 경제불안이 확산되고, 잇단 부정부패 의혹사건들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전·현직 단체장을 중심으로 공직사회가 편가르기로 나뉘어진 현상을 보게 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위태로운 시기에 처해 있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각종 의혹사건들로 국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우리 경제를 이끌어야 할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등 경제전망이 어둡기만 하다. 경제와 민생을 챙겨야 할 정치는 영일없는 정쟁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오히려 한술 더 떠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지고 있으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현직 시장의 재출마가 확실시 되는 어느 시에선 현직 시장밑에서 승진을 거듭한 고위공직자와 전(前) 시장파로 그동안 소외당했다고 생각하는 국장급 등이 이른바 주류·비주류로 양분돼 갈등을 빚고 있다. 또 강력한 전직 시장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시의 공무원들은 은밀하게 그쪽에 줄을 대고 있어 내부 갈등을 촉발하고 있으며, 시의원이 시장출마를 표명한 지역에선 집행부와 시의회간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아직도 9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제 할 일은 잊은채 유력시되는 단체장 출마예상자들을 찾아 줄을 대고 끼리끼리 편을 가르며 갈등을 빚는 현상은 일찍이 공직사회에 만연돼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공직자들의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면 행정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민원인이 헛걸음 치거나 주요 시책사업들이 지연된다면 국민의 공복으로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공직사회는 국민의 복지향상과 나라경영을 뒷받침하는 국가기간조직이다. 그런 조직의 기강이 흔들리고 구성원들이 무엇에 쫓기듯 안절부절 못하며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과 정치부재로 구심력을 잃은 상황에서 국민이 믿고 기댈 곳이 없어진다. 공직자는 언제나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책임지는 공직자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개인 영달을 위해 유력한 출마예상자에 줄을 대고 상급자 눈치나 보며 무사안일과 적당주의로 세월을 보내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특히 오늘같은 시국에서는 국가기반이 흔들리지않게 공직자들의 투철한 사명의식이 요구되고 있음을 명념해야 한다.
남아도는 쌀의 처분대책이 시급해졌다. 정부와 경기도 등 지자체가 누적된 쌀 재고 처리를 위해 소비촉진 등 묘안짜기에 골몰해야 하는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쌀 과잉으로 인한 걱정은 모자랄 때의 그것보다 비교할 바 아니지만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소득 격감이 우려되는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80년대부터 남아도는 쌀의 소비촉진을 위해 쌀라면 쌀과자 등의 생산을 허용해 왔고 최근에는 쌀 많이 먹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러나 늘어나는 쌀 재고량에 비해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 96년 104.9kg, 97년 102.4kg, 98년 99.2kg, 99년에는 96.9kg까지 줄어들었다. 이처럼 쌀 소비량이 점점 줄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과 젊은층의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바뀌어 가고, 다양한 쌀 가공 신제품 개발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이들의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미질(米質)위주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군부대와 학교 급식용으로 사용하던 2년이상된 묵은 쌀은 과감히 가공용으로 돌리고 군부대와 학교에도 밥맛 좋은 쌀을 공급함으로써 이들이 쌀밥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특히 누적된 재고 쌀의 효과적인 처리를 위해서는 가공식품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쌀 활용 비율은 99년의 경우 전체 쌀 생산량의 2.2%에 불과해 일본의 활용률 13%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 가공식품으로 사용되는 쌀은 대부분 떡과 술을 빚는 주조용으로 연간 80만석이 소요될 뿐이고 일부가 빵이나 과자·엿 등을 만드는데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일본이 이미 70년대에 음료수, 조미료 등 50여종의 쌀 가공품을 개발한 것에 비하면 미미하기 짝이 없다. 쌀 가공업체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가공업체가 200여개에 불과한데다 대부분 영세하고 생산기술도 낙후돼 신제품 개발을 위한 재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음식문화가 바뀌어 가는 젊은층의 식성에 맞추는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이 급선무다. 아울러 아직도 1천만명의 절대빈곤층이 존재하고 결식학생이 16만명에 이르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미 재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길도 복지차원에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났다. 전국의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의 3천만명의 대이동도 이제 끝이 나고 우리는 다시 일상의 일터로 가서 정상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운 부모님과 일가 친척들을 만나서 소시민의 삶과 애환을 나누고, 귀성객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일터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과는 달리 우리의 현재 상황은 희망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비관적인 전망이 더욱 우세하다. 추석 연휴때 정치인들은 특히 선거구에 내려가 더욱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 많은 민심들을 들었다. 추석과 같은 명절이야말로 정치인들이 민심을 가감없이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귀담아 들은 민심은 무엇이며, 또한 이런 민심을 어떻게 정치에 반영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의 공통된 의견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민심이 정치권으로부터 이탈되고 있으며 정치불신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게 되면 여야 모두 공멸할 처지에 있다고 한다. 정치권은 우선 민심을 추스르는 작업을 해야 된다. 현재의 국정난맥은 제1차적으로 집권당에 책임이 있다. 건설교통부의 경우 불과 40일만에 3명의 장관을 맞아야 하니 어떻게 올바른 행정이 수행되겠는가. 여당의원들까지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집권상층부를 비판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원내 제1당인 야당도 결코 국정운영에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여야는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쟁만 일삼지 말고 우선 영수회담부터 조속히 개최하여 국정현안에 대한 상호인식을 공유, 민생에 주력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가뜩이나 미국의 테러대참사로 인한 전쟁분위기의 고조 때문에 세계정세가 불안하여 국내경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닌가. 민심부터 안정시키고 차분하게 여야가 함께 국정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영수회담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추석때 정치인들이 파악한 민심을 일회성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정치권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이용호 게이트와 같은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를 과감하게 파헤치고, 또한 쌀값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분명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정치권이 불신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추석민심을 정치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사회복지전문요원(복지사)들의 인원충원과 임금인상이 매우 시급해졌다. 700명의 복지사가 일선 시·군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9월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가 20만7천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아 복지사 1명이 평균 170가구 300명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읍·면·동사무소에 배치된 복지사들은 의료보호 종별 변경과 진료비 청구, 장애인 수첩 작성과 배부·등급 조정, 노인 경로 연금 및 교통비 지급, 자활사업, 모자가정 및 영유아 복지 등 10여가지의 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업무가 많아 퇴근시간이 따로 없는 것은 물론 다가오는 추석 연휴 등 공휴일에도 출근해야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다. 지난해 안양과 부산에서 복지사 2명이 과로가 원인이 돼 사망하고 여성복지사 10여명이 유산하거나 정신병 치료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복지사들은 고유사무가 아닌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학생들의 가정환경 확인서 발급업무다. 일선 학교에서 중식지원자 선정을 위해 학생들의 가정환경 확인서를 발급해줄 것을 요청하자 이 업무가 그렇잖아도 업무량이 과다한 복지사에게 맡겨진 것이다. 업무량의 과중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조사나 자료수집, 상담 등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특히 지난해부터 읍·면·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전환되면서 업무가 폭증, 고유 업무인 현장방문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고 있어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현장방문 대신 전화로 일을 처리하거나 몸이 불편한 수급자들을 사무실로 오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선결 대책은 물론 인력 증원이다. 또 복지사들의 원활한 승진과 수당문제를 현실화하는 사기진작이 필요하다. 특히 인원증강은 가장 시급한 과제중 하나다. 복지사 1인이 80가구 정도를 담당하는 선진국 수준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1인당 100가구 이내로 낮추기 위해서는 앞으로 복지사 1만명 가량을 증원해야 할 것이다. 310명의 복지사가 있는 부산과 180명의 복지사가 있는 대구가 10월말쯤 대폭적으로 인원을 충원한다고 한다. 수급대상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데 비해 복지사는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한 경기도 당국도 과감한 증원으로 복지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현장을 활발하게 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안전망의 마지막 보루역할을 하는 복지사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인원을 대폭 충원할 것을 재당부한다. 그 길이 저소득층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다.
작금의 국방부가 이상하다. 지난 20일 북측 무장 인민군 13명이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침입한 사실을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지않기 위해 발표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인민군은 국군의 세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에도 물러가지 않아 부득이 가한 경고사격 끝에 철수한 것으로 보도됐다. 작전기밀이 아닌 피아간의 군사 동태는 국민에게 신속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국방부의 소임이며, 인민군의 MDL 침입은 군사기밀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의 테러사건 이후 국민불안을 우려해 발표 안했다는 변명은 오히려 국민불안의 요인이 된다. 6·25 한국전쟁 때 인민군은 이미 개성을 넘어 의정부로 쳐들어오고 있는데도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은 연이어 국민불안을 내세워 ‘용맹무쌍한 국군이 반격을 가하고 있다’며 사실을 숨겨 이승만 대통령이 ‘서울시민은 동요치 말라’는 방송까지 한 전철이 있다. 장병 교육용의 ‘월간북한’지 9월호에서 대북정책 비판을 삭제한 조치 역시 이상하다. ‘8·15 통일축전 무엇을 남겼나’ ‘2001년 8·15 민족통일 대축전 평가’ ‘대북정책 재점검 할 때다’ 등 3편의 글을 삭제한 게 정부의 햇볕정책을 의식한 것이라면 정말 우려스런 처사다. 정부의 햇볕정책이 국방부의 햇볕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의 국군기무사 국감에서는 “군내 좌경세력의 활동양상이 신세대 장병들에 대한 적 개념 희석책동, 군기문란 유도 등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야당의원의 주장이 기무사가 만든 ‘좌익세력 대군(對軍)투쟁 실상’자료와 관련해 제기됐다. 그러면서 이 자료를 작성한 책임자가 지난 6월에 갑자기 전역조치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적이 있다. 이상한 일은 또 있다. 1948년의 여순(여수·순천) 반란사건은 국군 제14연대에 잠입한 남로당 프락치가 주도했던 사실은 그들이 자랑하는 일로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달라질 수 없는 진실이다. 그런데도 국군이 공연히 양민을 학살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무슨 영화촬영에 국방부가 군헬기 등 장비를 지원한 것은 또 어떤 의도였는지 의아스럽다. 조선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는 조금도 달라진게 없는데 비해 대한민국 국방부는 왜 이처럼 흐물흐물 해졌는지 알 수 없다. 햇볕정책을 힐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정권차원이다. 그리고 국방부는 나라의 국방부이지 정권의 국방부가 아니다. ‘남북 평화공존은 강력한 안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과 거리가 먼 김동신 국방부 장관 행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 무척 의구스럽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학교가 학생을 범인 다루듯 지문을 채취한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군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차량 3대가 학교 뒤편 5층 건물에서 떨어진 타일조각들로 앞 유리창과 보닛이 파손되자 이를 학생들의 짓으로 보고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6학년 전학생을 대상으로 지문을 채취했다는 것이다. 사건 경위는 간단하지만 학교가 수사기관에서나 하는 지문채취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학교의 역할이 학생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인데 교사가 어쩌다 수사기관이 현행범이나 형사 피의자들에게나 하는 지문채취를 제자들을 대상으로 하게 됐는지 교직자들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날로 메말라 간다지만 ‘사람’을 키워내는 학교는 사회와 무엇인가 달라야 한다. 학교 내에 사랑과 믿음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스승과 제자, 급우와 급우들끼리 서로 아끼고 신뢰하지 않으면 학교라고 부를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학교내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비교육적인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는지 우려를 갖게 한다. 또 학교의 교육적 지도력이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학교측은 교사 차량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자 수업시간에 타일에 남아있는 지문과 대조하기 위해 지문을 채취해야 한다며 6학년 180명 전원을 대상으로 강제로 지문을 채취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차량파손 학생을 찾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고 교내방송으로 공개해, 망신을 주겠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학교측은 생활지도 차원에서 차량파손 학생을 찾기위해 지문을 찍게 했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당치도 않은 말이다. 학생들이 설사 장난치다 차량을 파손하는 일을 저질렀다 해도 선도위주로 다뤄야 할 대상이다. 아직 인격과 신체가 덜 성숙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이 ‘경찰에 신고’운운하며 학생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것은 교육자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기가 지도할 책임이 있는 학생을 경찰에 알려 처벌하겠다는 것은 교육상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것은 교사들이 학생지도를 자포자기하는 것과 같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통제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교육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교육당국은 지문채취 경위를 철저히 조사, 다시는 이같은 비교육적 행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날이 급속도로 변하는 국제해양환경에 대비한 해상영토 수호가 중차대한 오늘날 해양경찰의 전력이 너무 허약한 것으로 드러나 믿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 정부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 국토의 현실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이 간다. 최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그동안 해양경비상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이 발생했었지만 아닌 말로 그만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감에 의하면 한·일어업협정에 이어 지난 6월 30일 한·중어업협정의 발효에 따라 해경의 경비영역이 종전의 12해리 영해기준에서 남한 전체면적의 4.5배에 달하는 80∼100해리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신속하게 단속하고 우리 어선의 안전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경비체제가 너무 부족하여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는다. 특히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경비함정 236척 가운데 배타적 경제수역(EEZ)출동이 가능한 200t급 이상 경비함정은 50척이고 이 가운데 높은 파도나 안개 등 기상악화 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1천t급 이상 대형함정은 4척에 불과해 1척당 577㎢의 거리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더욱 불안한 것은 100t급 이상 경비정에 구축된 주력 장포의 경우 전체 196문 가운데 180문이 지난 1942∼1945년에 제작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군으로부터 인도받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또 먼 바다에서 해상경비가 가능한 200t급 40%인 20척이 선령 20년을 넘긴 노후선박이라는 것이다. 해양경찰청은 오는 2004년까지 1천t급 6척, 1천500t급 4척, 3천t급 2척, 5천t급 1척 등 모두 13척의 대형함정과 항공기 3기, 헬기 3기 등 15대의 항공기를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예산확보가 불투명해 과연 예정대로 시행될는지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미군으로부터 인도받아 내구연한이 초과된 경비정들이 해상경비에 투입되다보니 고장 잦은 경비정이 1999년 81척, 2000년 50척 등 매년 21∼35%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해상전력 확보는 서해, 남해, 동해를 지켜야 하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상 매우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정부는 국감에서 드러난 해양경찰청의 문제점인 부족인력 확충은 물론 노후선박의 교체와 함께 함정의 현대화에 대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원시민의 최대 관심사였던 쓰레기 봉투값이 40% 인하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수원시가 25일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골자로 하는 ‘수원시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개정안을 심의·의결함으로써 오는 11월 20일부터 100ℓ짜리 쓰레기 봉투는 현행 5천원에서 3천원으로 인하되며, 동시에 이미 구입한 쓰레기 봉투에 대하여는 차액만큼 새 봉투로 교환해주거나 환불해 줄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선 수원시의회의 결의로 쓰레기 봉투값이 인하된 것에 대하여 환영한다. 지난해 10월 수원시가 쓰레기 봉투값을 평균 117% 인상하여 시와 시민들간에 첨예한 갈등이 제기되었다. 특히 수원경실련, 수원여성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근거없이 급격히 인상된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위한 시민연대를 조직하여 무려 9개월 동안 강력한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이번 봉투값 인하는 비록 수원시의회에서 조례 개정을 통하여 단행된 조치이기는 하나 시민들의 지속적인 인하운동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의미가 깊다. 이번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주도한 시민운동은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가리지 않고 수원시내 곳곳에서 전개되었다.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한 서명운동은 15차에 걸쳐 전개되어 수많은 시민들이 호응하였으며, 시청앞에서 1인 릴레이시위를 무려 20일간 전개하였고 또한 관계기관들과의 면담, 시민공청회 등 수많은 과정을 통하여 결실을 맺은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 봉투값 인하는 시민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오랜 투쟁과 시민적 합의를 통하여 이룩하였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값진 시민의 승리인 것이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권익쟁취를 위한 운동은 지속될 것이며, 이는 민주행정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쓰레기 봉투값 인하를 계기로 수원시는 앞으로 겸허한 자세로 시민들의 의견을 행정에 최대한 반영하는 태도를 취해야 된다. 그동안 쓰레기 봉투값 인상으로 시와 시민간에 얼마나 갈등이 심화되었는가. 미래를 예견하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치 못하는 정책은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행정당국은 직시해야 될 것이다. 시민들도 쓰레기 봉투값 인하에만 자축하지 말고 늘어나는 쓰레기를 시민 스스로 줄여 나가는 운동을 전개해야 된다. 결국 쓰레기 문제는 쓰레기 발생의 주체인 시민들에 의하여 야기됨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