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어촌 등 벽지의 주민 편의를 위해 우편업무 외에 부대업무로 허용한 ‘우체국 금융사업’이 사실상 본업무로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예의주시할 일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검사를 받지 않을뿐만 아니라 예금부분보장제 적용 대상에도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자율 기능과 경쟁체제를 저해하는 것으로 적잖이 우려스러운 일이다. 최근 정보통신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관리하는 우체국예금은 9월 말 현재 2천20만 계좌 수에 28조8천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5조원이 늘어났고 외환위기 직전에 비해서는 4.2배나 급증했다. 또 계약자 486만8천명의 우체국 보험기금 잔액도 15조8천억원에 달하고 있다.우편업무보다 금융사업이 비대해지면서 우체국이 사실상 금융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체국 금융사업부문은 유일하게 금융감독원의 검사 대상에서 빠져 있으며 감사원 감사와 자체 감사만 실시, 금융사고 사각지대로 지적받고 있는 게 문제점이다. 우체국은 예금이나 보험금 가운데 상당액을 위험성이 높은 투신상품에 투자하고 있으며 실제로 소위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모씨가 재직중이던 투신증권에 1조원을 예탁한 경우도 있다. 현행 우체국 예금 및 보험에 관한 법률 3조는 우체국 예금·보험사업은 국가가 경영하며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를 관장한다고 돼 있고 4조원은 국가가 이들 예금과 보험에 대해 지급책임을 진다고 규정돼 있다. 우체국 금융사업단측은 우체국 금융사업은 국회 국정감사나 감사원 등으로부터 철저하게 점검을 받고 있고 상품개발 및 가입한도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자율기능과 경쟁체제를 강조하면서 우체국 예금과 보험에 대해 전액보장해주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체국이 사실상 금융회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우체국도 다른 금융회사처럼 당연히 자산건전성 감독을 받아야 하고 예금부분보장제도 적용돼야 한다. 일부 농어촌지역 신용협동조합이나 금고 등 서민금융회사들이 우체국 금융때문에 존립상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지적이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만일의 대형 금융사고 예방 차원에서 만사를 튼튼히 해두자는 것이다.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불황이 계속되면서 지방대 출신의 취업률이 극히 저조해 지방의 우수 고교생들이 대부분 지방대를 외면한 채 서울로 진학하고 재학생들도 잇따라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방대생을 평가 절하하는 기업과 사회의 인식도 여전해 지방대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인문계열 졸업자에 대한 채용의뢰가 전혀 없는 상태로 기초학문 분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도내 대학 취업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하반기 기업의 대졸자 신규채용 인원은 7만3천여명인데 비해 취업희망자는 43만명으로 군입대나 대학원 진학 등을 고려해도 취업은 5명중 1명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데다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들의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들이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몰리면서 지방대 졸업자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취업정보센터에는 인문계열 졸업자의 채용의뢰는 전무한 상태다. 이때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를 다니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결과 지방대의 기초학문 분야 학과에는 지원자가 전혀 없어 폐과 위기에 몰려있다. 그러나 인간교육의 기초적 학문에 속하는 문학·역사·철학(文·史·哲) 등 인문학이 존폐위기에 이른 것을 가벼이 보아 넘겨서는 결코 안된다. 아무리 첨단과학과 기술이 중시되는 21세기라 해도 기초과학으로서의 인문학은 중시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1960∼70년대엔 국가 개발 논리에 밀렸고, 최근 들어선 정보화·세계화 바람에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같은 지방대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로 이어진다. 나라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 육성은 중요하다. 지방대를 충실히 육성해 인재가 배출되고 그들이 지방 발전을 위해 일하게 되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여러 차례 지방대 육성책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개별대학 지원 등 소극적인 대책이 대부분이었고 이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곤 했다. 당국은 이제 지방대 졸업생의 일반기업 차별을 금지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각종 국가고시에 지역인재 할당제를 검토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또 경제·기술발전도 중요하지만 대학 지성의 핵심인 인문학의 토대 확보가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함을 인식하고 긴 안목에서의 인문학 육성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제 충남 천안서 폐막된 제82회 전국체육대회는 사상 초유의 ‘치욕대회’로 얼룩졌다. 대한체육회는 오죽했으면 경기, 서울 등 7개시·도 총감독들이 폐회식을 거부했는가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전국체전은 한국 체육의 요람이다. 일제시대에는 항일의식의 발상지였다. 6·25 한국전쟁의 포화속에서도 명맥을 이었던 유서깊은 민족의 제전이다. 이같은 전통을 계승, 당당한 스포츠 정신으로 현대사회의 병폐인 지역감정을 해소하여 단합을 도모해야 할 전국체육대회가 대한체육회의 치졸한 처사로 단합을 해치는 전례없는 오점을 남겼다. 개최지 무상점수의 프리미엄을 단체종목에서 개인종목으로 확대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역시 스포츠맨십으로는 불가하나 개최지의 노고, 체육 열세지역의 사기 앙양책으로 굳이 인색하고자 할만큼 협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최지 우승을 거들기 위한 경기진행의 불공정, 판정왜곡이 해도 심한데 대해서는 한국체육의 미래를 위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 체육의 본산인 대한체육회가 어쩌다가 이같은 것을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는 말을 듣게 됐는지 실로 걱정된다. 예컨대 개최지 선수의 현저한 실격 요건은 눈감은채 우승으로 돌리고, 떳떳이 우승한 선수는 종합우승을 저지할 특정지역 소속이어서 억지 실격시킨 판정기준이 무엇이었던가를 묻고자 한다. 산하 가맹단체에서 한 일이므로 대한체육회는 몰랐다고 해서는 안된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불공정행위 규탄, 판정시비가 많았던 사실을 대한체육회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체육회에 돌아가는 사실을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경기도 선수단이 6연패 목표를 이루지 못해 이런 고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달성한 5연패의 위업만으로도 경기체육의 자긍심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마저 이 모양이라면 국내 체육이 오염돼 오점으로 점철될 것을 심히 우려해 지금이라도 부끄러움을 아는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체육인은 비겁한 승리보단 당당한 패배가 더 값진 것으로 아는 스포츠정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줄로 믿는다. 경기도선수단은 악전고투 끝에 비록 3위에 머물긴 했으나 사실상 우승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귀환하는 선수단에게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지역사회가 보내야 할줄로 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방한은 예상대로 기왕 예정된 일정을 마지못해 이행하는 모양새 가꾸기의 인상을 남겼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의전상 극진한 예우를 그가 갖췄을뿐 현안사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회피하였다. 초미의 관심사인 남쿠릴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배제 같은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바란다”는 지극히 원론적 입장표명에 그쳤다. 이밖에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도 이런 수준에 머물러 딱부러진 현안사항 해결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한국인의 일본 입국비자 면제, 김포공항과 하네다 공항간 셔틀항공기 운항에 그의 긍정적 답변이 있었던 것은 일본이 손해볼게 없다는 판단에서 가능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관련,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참배했다는 것 역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라는 것도 새로운게 없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데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말은 말만 앞세운 것으로 전에도 많이 들었던 얘기다.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일제의 잔혹상이 서린 옛 서대문형무소 독립공원을 방문하는등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언행은 짧은 방한기간중 시종 정중하긴 했다. 그러나 그가 막상 책임있는 언질을 남긴게 없는 것은 표리가 같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일의 국민정서를 말로 무마하기 위해 적당히 다녀갔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21세기 동반자관계의 선린국 유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심히 의심된다. 호혜의 인식보다 우월의 잠재의식을 떨치지 못하는 선린관계란 존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외교 당국자간에 현안해결의 실무접촉을 갖는다 해도 이런 실정에서는 전망이 어둡기만 하다. 이 정부들어 유별나게 대일외교에 약하다. 그 이유가 만일 대북 햇볕정책에 일본의 지지를 계속 얻기 위해서라면 외교빈곤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국익의 평준화를 도모하지 못하는 외교는 굴욕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사에 얽매여 매사에 일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에 관한한 사사건건 뒷북치는 외교 또한 각성해야 할줄 안다. 정부는 대일외교에 좀더 역동적이고 앞서가는 비전을 지녀야 하는 사실을 고이즈미 방한 결과가 일깨워준다.
지방의원의 도덕성과 자질문제가 또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1년 기초의회가 첫 개원된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기초의원들이 아직도 범법·불법행위로 구속되거나 입건되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 주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최근의 보도를 보더라도 과천시의회의 전 의장 등 의원 2명이 업자로부터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조례의 통과를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평택시의회 의장 선출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현직 의장이 법정구속 됐으며, 의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3명의 의원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 원조교제 혐의로 구속된 용인 시의원이 낚시터, 임대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로 추가 입건되기도 했다. 이같이 부정부패 사기 등 범죄행위와 관련돼 구속된 지방의원이 지난 98년 민선3기 이후에만도 40여명에 달한다.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범법행위는 아니더라도 지위에 상응한 품격을 잃고 도덕률에 크게 벗어나는 행태를 보인 의원도 적지 않았다. ‘전체의원수’에 비해 극소수라는 말로 호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때문에 국민은 이미 지방의회로부터 도덕성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회 일각에서 지자제의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 지방의원들은 이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를 위해 주민이 뽑은 지역민의 대표이다. 주민들이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봉사와 희생정신, 그리고 도덕성의 확립과 민주정치에 대한 신념과 시대적 책무에 대한 자각이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은 주민들의 권익신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양심껏 일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의원에 대한 기대와 책무가 이러하거늘 이들중에 범법자나 부도덕한 사람이 끼어 있다는 사실은 지역발전을 위해 크게 잘못된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인품도 자질도 떨어지고 그같이 부도덕한 처지에 분수도 모르고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그들의 배짱이 개탄스럽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비관적 현상에 낙담하고 장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때 일수록 의원들은 진정한 봉사자로서 남다른 소명의식을 갖고 사심없이 헌신할 것을 다시한번 다짐해야 한다. 오로지 주민의 심부름꾼임을 잠시도 잊지말고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지방의원들의 자성과 분발을 다시한번 촉구해 둔다.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주최로 최근 열린 ‘동북아 허브항만(Hub - Port)지향 인천시민 대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장들은 정부가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된다. 수출입 업체들이 밀집한 인천·경기·서울·충남지역 등 중부권의 물동량을 기반으로 한 수도권 허브항만이 시급히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한 것은 이 항만이 건설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연간 물류비절감 효과가 4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인천항과 평택항을 연계하는 허브항만 건설은 상하이항 등 세계 일류 항만과의 경쟁을 위해서도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허브항만 개발은 중부권 화물처리뿐만 아니라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환적항만으로서의 성장 잠재력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평택항이 곧 평택항만청으로 별도 설립되는 등 발전을 거듭하는 데 비해 인천항은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인천항 개발 등 대단위 투자가 필요한 곳에 정부지원은 물론 민자유치도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항은 중국 경제의 급부상과 남북경협 확대로 인해 물동량과 그 위상이 더욱 높이질 게 분명한 데도 갑문식 항만이라는 특성때문에 물류비 과다발생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인천항은 중앙정부를 비롯, 인천시·항만관계자·항만업계 등이 결속해 이용료 인하, 항만 추가개발, 하역장비 현대화 등을 조속히 실현해야 앞으로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중간 화객항로의 경쟁력을 조속히 확보하고 컨테이너 운임덤핑 방지, 인천항 국제여객부두 및 터미널 증축 등도 매우 절실한 일이다.남·북항 및 남외항의 조기건설이 선결과제가 되는 이유는 이 곳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구축, 정기항로의 모항역할을 맡기는 동시에 내항과 외항의 기능을 전면 재배치하는 전체적인 항만개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삼남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와 같은 인천항 문제에 대하여 “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북항개발과 한·중컨테이너항로 개설, 삭감된 항만개발 예산 확보 등 현안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동북아 허브항만을 지향하는 인천항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천시와 항만당국의 자구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절실한 것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다. 아무쪼록 인천시민대토론회에서 나온 주장들이 정부 정책에 효율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정부가 금강산사업 회담 연기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측이 돈이 되는 금강산관광사업 회담은 하고 돈이 안되는 4차 이산가족상봉은 제멋대로 미루고 나오면 마땅히 대응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벌써 남측도 발목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형국이긴 하나, 돈 챙기기에만 급급한 정치적 상술에 덮어놓고 끌려갈 수는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정이 계산한 소요액만도 4천억원에 이르는 30만t의 식량지원 또한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의 인도주의를 외면한 터에 무작정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북 식량지원을 계속 하는 것은 걸맞지 않다. 대화와 교류, 협력은 서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기 일쑤인 북측의 횡포를 수용 하는데도 한계가 없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상대를 믿고 의논할 수 있는 것인지 회의를 떨치기가 어렵다. 북측이 밝힌 ‘비상경계 태세의 삼엄한 분위기’란 실로 황당하다. 미국이 당한 테러의 보복으로 대 아프간전쟁이 벌어진 후 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은 테러에 대비키 위한 것이다. 북측도 잘 알다시피 내년엔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린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큰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다. 비상경계를 강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경계강화는 북측 말대로 ‘우발적인 사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데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면 돼 서울방문에 아무 지장이 있다할 수 없다. 그런데도 ‘살벌한 경계’‘삼엄한 분위기’니 하는 조평통의 과장된 표현이 나온 것은 유감이다. 정부는 강경대처와 함께 북측을 설득하는 노력이 병행되길 바란다. 남북문제는 감정적인 생각이 들어도 감정적으로만 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북측당국은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대화상대의 실체이기 때문인 것이다. 북측 역시 내부의 정치적 사정으로 부득이 대화의 판을 깰 수밖에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공연한 구실로 더이상의 피로감을 갖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 정부가 그동안 남북협력을 위해 북측에 쏟은 성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결과 보여주는 북측 자세가 겨우 이 정도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4차 이산가족 상봉일정이 조속히 다시 잡히기를 기대하면서 5차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기를 촉구한다.
사재기 얌체상혼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부터 러시아 남쿠릴 열도 꽁치어장에 대한 국내 어선들의 조업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사리사욕에 눈 먼 중간상인들의 꽁치 매점매석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엊그제(11일) 수원 농수산물시장 공판장에서 형성된 냉동꽁치 경매가는 10kg짜리 한 상자가 2만8천원으로 한달전 보다 3천원(12%)이나 올랐다. 그나마 생물 꽁치는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채 반입조차 되지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고등어·조기·갈치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가 내년부터 제3국 어선의 조업을 금지키로 합의했다는 남쿠릴열도 수역은 우리나라 연간 꽁치 어획량의 30∼40%를 충당해온 어장이라는 점으로 볼 때 멀지 않아 꽁치값이 오르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약삭빠른 중간상인들이 이를 사재기와 판매기피의 호기로 삼고 있는 것은 거기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제 그런 식으로 상행위를 하다가는 스스로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자격과 의무를 저버리는 결과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간상인들이 어획량 격감을 노려 사재기와 판매를 기피하는 것은 상술이 아닌 범법행위다. 수급 불균형을 예상한 중간상인들이 얌체행위를 통해 당장은 얼마간의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이 거래질서를 교란시키고 결국은 그 피해가 자신에게도 돌아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농림수산부 등 관계당국은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세우고 가격안정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악덕 상인들을 적발해 행정조치뿐만 아니라 법정 최고형으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유통구조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가격파동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유통구조개선이었지만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로 끝나곤 했다. 정말 소비자를 위한 유통구조개선이 이루어졌다면 중간상인들의 이번 농간도 사전에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만큼 중간상인들의 횡포를 봉쇄할 수 있는 원천적인 근절책이 시급하다. 물가위기는 거래질서의 교란으로 인해 더욱 증폭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때를 맞아 거래질서를 해치는 행위는 평상시의 질서교란보다 더 무거운 벌을 내리고 더 엄중한 단속이 있어야 마땅하다.
북측의 임진강댐 방류로 파주·연천지역 임진강이 지난 11일 보통 0.5m이던 수위가 최고 3.25m까지 올라갔다. 이 바람에 고깃배들이 떠내려 가고 어구가 망가지는등 3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북방 비무장지대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문제의 댐은 ‘4월5일(발전소)댐’1·2호다. 내평댐이라고도 하는 1호댐 저수량은 2천만t, 장안댐으로도 불리는 2호댐은 770만t이다. 1999년 4월에 착공, 2000년말 준공에 이어 지난 봄부터 6천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댐규모는 1호가 높이 13m 길이 400m이며, 2호는 높이 11m 길이 500m이다. 본란은 일찍이 북측의 임진강댐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 촉구한 바가 있다. ‘4월5일댐’담수땐 중·하류로 흘러내릴 물이 없어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등 임진강 일부 지역은 강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임진강이 이처럼 건천이 됐을 당시, 앞으로도 가뭄 땐 강물을 꼭꼭 가둬 남측 임진강은 물구경이 어렵고, 장마 땐 강물을 몽땅 방류해 수해가 날 것을 염려하면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손을 쓰지않은채 늑장을 부리다가 우려했던 수해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났다. 더욱 한심한 것은 임진강 주민들이 겪은 피해를 보고도 정부당국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측 댐의 저수량이 적으므로 급격한 수위상승은 댐 방류보다 북한지역의 집중호우에 기인한 것 같다’는 당국의 말은 책임회피를 위해 실체를 호도하는 소리다. 2천700만t의 저수량을 적은 것으로 보는 정부당국의 견해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최악의 경우엔 수공도 가상할 수가 있다. 임진강 치수사업은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본란의 일관된 지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임진강 치수계획을 부정한 것도 이때문이다. 상류와 연계되지 않은 중·하류의 치수사업은 아무 보람이 있을 수 없다. 현안의 임진강 남북공동수방사업을 위한 현지조사가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의 일정으로 예정된 것은 뒤늦긴 했으나 다행이다. 지난 5차 남북장관급 서울회담 합의사항에 속하는 이 사업이 돌연한 변괴없이 예정대로 이행되길 소망한다. 또한 북측 댐관리, 이를테면 수문 개폐에 관련한 정보를 이쪽에 미리 알림으로써 때아닌 수해를 막을 수 있는 공식 채널이 이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본다. 임진강 남북공동치수사업은 상호 협력에 북측이 얼마나 성의를 갖는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된다고 보아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정부 역시 적극적인 노력이 물론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의 어민들 피해에 책임을 지고 응분의 보상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으로 안다.
학력, 학식이 많건 적건 미국인이 영어를, 일본인이 일본어를 쓰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언어를 구사하는 데는 나름대로 수준의 차이가 있다. 특히 작문과 문법, 회화 등을 타인에게 가르치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외국인들에게 자기 나라 말과 글을 교육시키는 사람은 ‘지적자격’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일부 외국어 학원들이 정신질환자, 불법체류자 등 무자격 외국인 강사를 대거 고용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는 사설학원 운영의 허상과 한국 교육행정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실소를 자아나게 한다. 외국인들이 국내의 외국어학원에서 강사를 하려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발급하는 E-2비자(자격증)를 받아야 하는데 상당수 외국어학원이 인터넷 등을 통해 값싼 무자격 외국인 강사를 불법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산 신도시 일대의 경우, 외국어학원 중 일부에서 나이지리아인, 우주베키스탄인 등 무자격 강사가 강의하고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 학원들은 원어민 어학교습을 시킨다는 취지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으나 최근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상당수의 무자격 강사를 고용해 고액의 학원비를 받아왔다고 한다. 무자격 외국인 강사의 경우 아프리카인이면서도 영국인으로 위장취업했는가 하면 알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호주인 정신질환자가 강의했다고 한다.이런 사실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저질의 강의에도 고액의 학원비를 낸 것이다. 특히 이들 무자격 원어민 강사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 장기 체류하면서 아무런 제재없이 외국어 어학원에 취업하고 있어 제2의 범죄발생이 우려된다. 이렇게 외국어학원들이 무자격자를 채용하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본토 출신 외국어 강사를 무조건 선호하는데다 유자격 강사 월급의 절반만 주고도 채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무자격자로 밝혀지더라도 외국인 강사는 기간에 따라 50만∼500만원의 범칙금만 추징하고 강제 출국되며 학원은 100만∼1천만원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되는등 처벌이 미약한 것도 무자격 강사 채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고양시 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도·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 교육청 당국도 문제이지만 인건비 절약을 위해 무자격 외국인강사를 채용, 돈벌이에 급급한 비교육적 사설 외국어학원 운영은 더욱 지탄을 받아야 한다. 경찰과 교육청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