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의 내각인식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10·25 재·보선에서 여당에 완봉승한 것을 ‘반사적 이익’이라고 자평한 것은 맞는 말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이기 보다는 잇단 실정투성이, 그리고 갖가지 비리의혹에도 오만하기만 한 정부 여당에 염증을 느낀 민중의 응징인 것이다. 이 총재가 이어 몸을 낮춰 민중속으로 파고 들어가려는 모습도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거국내각 또는 중립내각 구성제의는 합리적 인식에 미흡하다. 국가위기 상황의 비상시국이라는 시국관은 과장이다. 경제사정이 몹시 나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 하여 비상시국은 아니다. 내년 양대선거의 공정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구성이나 각계의 전문인사들로 요구한 거국내각 구성제의도 그렇다. 중립내각만이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게 아니며, 대통령책임제에서 거국내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를 생각해본다. 내각운영이 식물화로 주도되고 있는 현 정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대통령책임제에서의 내각구성원이 되는 국무위원, 즉 각 부처 장관은 임면권자인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지 직접 국민에게 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내각의 잘못을 대통령에게 문책함으로 인해 장관들은 간접적으로 국민에게 책임을 지고 있는 것 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내각의 실정은 곧 대통령의 실정이다. 헌법이 정한 국회의 장관 불신임 결의는 장관 자체보다는 그같은 불신임 대상의 각료를 임명한 대통령을 문책하는 성격이 강하다. 더욱이 정책심의의 토론은 간곳 없이 국무총리 이하 각 국무위원이 대통령 ‘분부사항’만 열심히 받아쓰기 일쑤인 지금의 국무회의 분위기에서는 내각의 기능은 이미 밝혔듯이 식물화한지 오래다. 대통령이 국무위원의 업무에 속하는 장관의 경륜을 존중하기보단 대통령 자신의 생각만 주입하려는 국정운영 스타일에서는 거국내각이거나 중립내각이거나 내각이 어떻게 구성되든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각부처 업무에 통달하는 것은 아닌데도 이 정부의 내각은 그렇게 운용돼 왔다. 그럼으로 인하여 이총재의 거국내각, 중립내각 구성 제의는 더욱 공허하다. 원내의석 수가 과반수에 육박하는 거대 야당의 총재쯤 되면 대여정책에 각별한 무게가 있어야 한다. 공허한 내각구성 따위 언급보다는 대통령중심제의 핵심인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따지는 정책대결, 정책제시가 아쉽다.

부시의 아프간 ‘워 게임’

부시 미국대통령의 테러 보복전이 예상대로 우려스런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프간을 한달째 맹폭, 3천여발의 미사일을 쏘아댔으나 탈레반의 저항만 완강해 졌을뿐 아무 소득이 없다.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가운데 1천500여명의 무고한 민간인만 폭격으로 숨져갔다. 미 자국에 번진 탄저균 공격은 수사에 단서조차 잡지못해 공포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부시는 이제 B-52를 동원하는등 개전이래 최대의 공습강도를 높여 구겨진 체면 만회를 시도하려 든다. 특수부대 투입마저 정보부재로 실패하고 폭격도 신통치 않아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 전면전을 펴기위한 정지작업으로 공습강도를 높이려는게 그의 의도다. 그러나 섭씨 영하 40도의 살인적 추위가 예사인 겨울철을 앞두고 지상군 공격도 한계가 없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미 자국내의 반전 여론이 점점 세를 형성하고 있어 부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도 야당은 물론이고 노동당 안에서까지 반전론에 부딪혔다. 미국의 오폭으로 아프간 사원, 병원, 민가등을 박살내곤 한 차마 눈뜨고 못볼 참화의 빈발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9·11테러에 대한 응징책 강구는 마땅하나 지금같은 보복전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은 지금도 늦지않다. 미국은 2차테러가 있을것에 대비하는 가운데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핵테러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보복은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들일 수 있는 현실이 두렵다. 미국이 진실로 세계평화를 원한다면 자국의 패권주의, 그리고 부시의 오기에 겸허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는 반드시 그같은 패권주의나 오기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중동정책의 균형화 전환은 충분히 검토해야 할 과제다. 미국에 반대하면 모두가 적이라는 부시의 오만은 심히 위험한 발상이다. 9·11테러는 분명 만행이긴 하나 그 또한 부시의 오만을 화근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약소국이라 하여도 짓밟히면 강대국에 꿈틀대어 타격을 가할 수가 있다. 평화를 전쟁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졸렬하다. 평화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구해야 진정한 평화가 이룩된다. 미국의 대 아프간전은 미국의 전쟁이다. 베트남전과 유사하게 변질될 것을 거듭 우려한다. 미국의 ‘워 게임’으로 세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합당치 않다.

친목단체의 賣票 손벌리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친목단체들의 손벌리기 행태가 또 빚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지방정가에 따르면 최근 가을철을 맞으면서 등산·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친목단체들이 출마 예상자들에게 행사협조를 요청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 출마 예정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행사주체가 지역내에서 조직력을 갖춰 영향력이 있는 단체들이고 행사에 유권자인 주민들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난처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행태는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과거 선거때마다 보면 무슨 산악회, 무슨 동호회 등의 이름을 대고 찾아와서 우리 행사에 참석해 달라며 손을 벌리는가 하면 아예 음식점에 모여 회식을 하면서 대금 지불을 요구하는등 돈을 뜯어내는 일이 예사였다. 표를 미끼로 거액을 요구해 선거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선거 브로커들도 극성을 부렸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같은 구태가 지금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명선거를 실천하자는 시민운동이 널리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선 이같은 천박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더욱이 이같은 손벌리기 행태가 관변단체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거철만 되면 출마자들에게 접근해 친목모임을 핑계로 손을 벌리거나 표를 몰아주겠다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선거 브로커들이 살판 만난듯 기승을 부리는 것은 고질적인 병폐이자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선거공해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이 선거를 먹자판으로 인식하는 한 공명선거의 기대는 백년하청이 될 수 밖에 없다. 유권자들 중에는 손벌리는 일을 무슨 죄의식이나 큰 잘못이라는 생각없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선거 자체를 오염·부패시키고 자기들이 뽑는 후보를 부패시켜 결과적으로 나쁜 정치를 초래하는 것 아닌가. 이제 우리도 선거를 치를만큼 치러봤고 부정선거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도 체험했으니 깨끗한 선거풍토를 정착시킬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민주시민의 긍지를 살려 공명선거에 앞장서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손벌리기를 부끄럽게 생각해야함은 물론 한걸음 더나가 금권을 동원하는 후보자에겐 표를 주지않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인천공항, ‘안개피해’대비하라

인천국제공항 개항 전부터 우려됐던 안개로 인한 이·착륙 장애문제가 계속하여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 이른 새벽부터 인천공항에 짙은 안개가 끼어 이날 오전 8시3분 도착 예정이던 콸라룸푸르발 말레이시아항공 MH064편이 김해공항으로 회항했는가 하면 호치민발 베트남항공 VN 939편 등 다른 국제선 항공 3편도 짙은 안개로 제때 착륙하지 못하고 인천공항 상공을 선회하다가 20∼30분 늦게 착륙하는등 항공운항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더구나 27일에도 오전 4시부터 7시간동안 인천공항에 시정(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 100m 안팎의 짙은 안개가 끼어 오전 5시44분 도착예정이던 샌프란시스코발 아시아나항공 OZ 213편이 제주공항으로 회항하는등 항공기 21대가 제주와 김해공항 등으로 기수를 돌렸다니 탑승객들이 얼마나 가슴을 졸였겠는가. 안개 때문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올 3월29일 개항한 이후 벌써 12번째다. 피치 못할 자연현상으로만 원인을 돌리기에는 매우 불안하다. 인천공항은 입지선정 때 김포공항보다 안개 발생 일수가 적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측이 관측한 결과, 시정 200m이하의 안개가 연평균 19일에 달했다고 한다. 반면 김포공항은 연평균 44일인 것으로 조사됐다.그러나 인천공항 부지공사를 위한 대규모 간척사업이후 활주로가 들어서면서 기온이 높은 낮에 인근 바다에서 증발했던 수증기가 밤에 차가워진 활주로 때문에 쉽게 응결해 안개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인천공항의 안개는 김포공항과는 다른 ‘해무(海霧)’라 육지안개에 비해 농도가 짙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장시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개항 전인 올 2월20일에는 시정 200m미만의 짙은 안개가 무려 17시간 이상 지속된 적도 있었다. 항공기상대는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습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밤낮의 기온차가 커 ‘농무(濃霧)’현상이 발생한데다 바람도 불지 않아 안개 지속 기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안개로 인한 운항차질을 기상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자주 발생할 ‘해무’와 겨울철에 내릴 눈이 결합해 더욱 짙은 안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조종사를 비롯한 승무원들의 안개에 대비한 세밀하고 강도높은 교육은 물론 안개가 적은 시간대로 이·착륙시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강구할 부문이다. 특히 계기 유도 이착륙 시스템 등은 하루라도 빨리 대폭 보강해야 될 일이다.

지방政街도 기회주의 물드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내 상당수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당적 바꾸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와 정치인의 현주소를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10.25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당소속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당선에 유리한 당을 좇는 말 갈아타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기회주의적 철새 정치의 본보기로 정치도의상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물론 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현직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차기 선거때 당적을 옮긴다고 해서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헌법상 ‘정치활동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에 따라 당적을 바꾸겠다면 그것을 막을 법은 이 세상에 없다. 그야말로 그것은 각자의 자유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가 정치적 소신이 아니라 오직 당선에 유리한 당을 찾아가는 당적변경이라면 이는 정치도의는 고사하고 인간의 상도(常道)를 모르는 세속적 처신이다. 정치철학도 소신도 없고, 지조도 염치도 팽개치려는 이런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중앙 정치인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철새처럼 세(勢)를 따라 이리저리 당적을 바꾸는 일이 많아 불신을 받아온 터다. 그런 철새 정치인들을 지방정치인들이 또 닮는다면 가뜩이나 불신받는 정치를 더욱 비하시키고 국민들의 정치혐오감을 증폭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정당들도 능력있는 인물을 내세워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당선 가능성만을 보고 사람을 원칙도 없이 끌어모은다면 또한 국민들의 빈축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이합집산 하다보면 여당이건 야당이건 정체성의 구분이 없어지고 주의 주장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못하게 될 것이다. 어제까지 똑같은 신념과 동지애를 나누며 형님 동생하던 사람들이 오늘은 각기 다른 당명을 등에 지고 사생결단을 하겠다고 으르렁 댄다면 유권자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신과 지조도 없는 사람이 원대하게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하겠다고 떠들어 댄들 유권자들이 얼마나 믿어주겠는가. 지역사회의 일꾼으로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요행을 바라며 오직 당선에 유리하게 보이는 정당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은 정치의 정도(正道)가 아니다. 선거때마다 자신들이 외쳐온 ‘뚜렷한 신념’‘흔들림 없는 소신’과도 거리가 멀다.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가를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

흔들리는 교단, 대책없는 정부

교육계가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다. 요동의 정도가 너무 심해 이대로 두면 한국 교육 자체가 뿌리째 뽑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이 요망된다. 기준 모호한 교원성과급제, 여론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발표한 자립형 사립고 도입, 땜질식으로 도입한 초등학교 교사 임용제도, 학생들의 자율학습권 강화라는 이름하에 입시경쟁만 부추기는 제7차 교육과정시행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들이 교육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뿐아니다. 여기에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공동으로 교원 정년을 62세에서 63세로 환원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으로 있어 다시 교원정년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가 하면 교육대생들은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명하려는 교육부 계획에 반대하여 무기한 동맹 휴학에 돌입하였으니 그야말로 교육계의 혼란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런 혼란스런 교육정책을 불신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10일의 조퇴 투쟁, 27일 집단 연가(年暇)를 통하여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였는가 하면 오는 4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통하여 파업도 불사할 자세이다. 더구나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도 오는 10일 5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교원단체들간의 투쟁 수위에 대한 경쟁까지 겹쳐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렇게된 중요한 요인은 교육계 일선의 충분한 여론수렴없이 밀어붙이기 식의 교육정책을 추진하는데 있다. 교육정책의 추진이 군사작전도 아닌데 중요 정책을 졸속으로 수립하여 갑자기 밀어붙이니 반발은 당연한 것 아닌가. 예로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는 일을 교원수급 계획도 없이 시간을 정해놓고 할 수 있는가. 자립형 사립고 문제도 무엇이 급해 1년 앞당겨 실시하는가. 교단의 혼란은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학생들만 수업도 제대로 못받고 있지 않은가. 교육부도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제도라는 강변만 하지 말고 교육계와의 대화를 통하여 타협점을 모색하여야 된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될 것이다. 교육정책 당국과 교사, 그리고 교원단체 모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위하여 첨예화된 갈등을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된다.

3D업종 인력난 푸는 길

3D업종의 병역특례업체들이 인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소요인력의 상당수를 현역병 입영대상의 산업기능인력으로 채용해온 병역특례업체들이 병력자원의 감소로 배정인원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인천지역만 해도 2만여명의 산업기능요원이 내년엔 1만7천명으로 줄게 된다. 더욱이 최근 3D업종 기업의 병역특례업체 지정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달리 2005년에는 병력자원이 전체 국방소요 인력과 수급균형을 이뤄 2006년부터 산업기능인력 공급이 중단될 전망이어서 인력수급대책이 다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90년대초 도입한 산업기능요원제는 남아도는 병력자원을 일정기간 훈련을 거쳐 소정의 자격을 따면 해당기업체에 3년간 취업시켜 병역의무를 마치게 함으로써 그동안 3D업종 기업의 인력수급에 기여한바 적지 않았다. 또 의무복무기간을 마치면 본인의 희망에 따라 근무업체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 병역의무와 취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가적으로 볼때도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는 3D업종 기업의 인력난 해소의 궁여지책일 뿐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더군다나 현역병 입영대상 병력자원이 군(軍)소요 규모와 비교해 수급 적정수준을 유지케 됨에 따라 더이상 병역특례업체에 산업기능인력을 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선 특단의 인력수급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3D업종을 기피하는 일부 사회분위기를 바꾸는 일이 급선무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제일 근면하다는 우리 근로자들이 이제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힘들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 우리 사회에 만연되면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유휴인력을 산업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직종에 따라 임금 및 세제상 차등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실업자들이 3D업종을 기피하고 서비스업종 쪽으로 취업하려는 것은 편하고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3D업종 근로자의 상대적 불이익을 임금체계나 세제에서 찾도록 해야 한다. 경영주의 책무 또한 중요하다.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처우와 복지개선을 통해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복돋워 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 기형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해외인력 수입이나 병역혜택자 산업체 의무근무 등 고식적 방법이 더이상 안정적인 인력수급대책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地自法개정, 빨리 확정해야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3대1을 넘어서면 평등권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헌재결정이 있은 이후, 지방의원 선거구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방의원 선거구도 국회의원 선거구에 준하고 있는 만큼 인구편차의 위헌 요소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지방의원은 인구 규모에 상관없는 지역대표의 의미가 강하므로 국회의원 선거구 선에서 인구편차를 따지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실은 서울과 광역시를 제외한 시·도에서는 위헌선의 인구편차가 적지않다. 이같은 논란은 헌재의 위헌 결정이 비단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국한하지 않을 수 있어 정치권의 조속한 결론이 요구된다. 본란은 이에대한 의견표명을 유보하면서 우선 여·야의 활발한 논의를 촉구하고자 한다. 다만 지방의원의 수는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이지만 너무 적어도 의결능력에 공신력이 삭감될 수 있어 이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의회에서 이같은 폐단이 있기 쉽다. 또 지방의원 수와 무관하지 않는 선거구 조정은 지방의원 유급제 여부와 관련이 없지않다. 본란은 광역의원의 경우 지금도 연간 약 2천500만원, 기초의원은 1천200만원 가량의 의정활동비 및 수당등을 받는 입장이어서 유급제는 시기상조임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유급제가 추진되고 있는 터여서 만일 유급제화 하면 지방의원, 특히 광역의원 수는 훨씬 더 줄여야 하는 문제가 수반되므로 이 역시 선거구 조정과 연관이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지방의원 및 단체장 등 지방자치법 문제의 유동적 사항은 또 많다. 그 내용의 상당부분은 엊그제 전국기초단체장협의회의 건의사항과 관련하여 언급한바 있으므로 되풀이 하지 않겠으나 검토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행정자치부가 구상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의 개정시안이 또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개정시안이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헌재 결정 여파로 선거구 마저 논란이 돼 불과 7개월여 남겨놓은 지방의원 선거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의 공론을 조속히 매듭지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을 처리할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당장 여·야 그리고 정부에서 제각각 구상하는 개정의 방향을 통합 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치권 생각만이 반영돼서는 안된다. 지방정치권의 의견 역시 반영돼야 한다.

1주에 천만원짜리 과외

수도권 신도시지역의 고액 족집게 과외 보도를 접하는 서민들은 허탈감을 지울 수 없다. 환란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한층 심화되는 경제난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몇만원짜리 학원에 보내기도 힘겨워진 터에 1주일에 최고 1천만원이 드는 고액과외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족집게 과외를 받는 학생들은 주로 수시모집에서 명문대학에 1차합격했거나 수시모집에서 실패한 상위권 학생들이다. 명문대학들은 수시모집에서 많은 학생들을 선발해 놓고 인기학과마다 수능시험 성적이 1∼2%안에 들거나 과목별 성적이 5%이내에 들어야만 최종합격 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명문대 수시모집에 1차합격한 학생은 수능점수가 예상치보다 낮아질까봐 초조해 하고 수시모집에 실패한 학생은 수능성적이 곧 명문대 합격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족집게 과외교습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수능점수를 2∼3점 올리기 위해 학부모들이 지출하는 과외비는 1주일에 700만∼1천만원이다. 보통 봉급생활자의 몇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여기에 또 3∼4점을 올릴 경우엔 웃돈을 지급하는 계약과외까지도 있다. 교육부가 수험생들에게 기회를 늘려주고 특기와 적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문호를 넓혀준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도입한 신입생 연중 수시모집제도의 폐해중 하나가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거액의 과외비를 지출하는 학부모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와 빗나간 교육열이 상류층에 널리 뿌리내려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잖아도 대학입시는 투자한 만큼 거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래서 대다수 서민의 심정은 답답하다. 물론 학교에서 부족한 공부를 집에서 보충하는 행위는 권장할 일이지 처벌할 대상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일률적인 과외금지가 자녀교육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과외금지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그러나 사회상규(常規)에 어긋나게 고액을 받는 기업형 고액 족집게 과외는 단속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이점을 유념하면서 고액 과외비를 받은 강사가 과외교습자 신고를 한 사람인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시 방편의 과외 단속보다는 과외가 필요없는 공교육과 입시제도를 갖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이다.

도자기 엑스포 성공과 과제

‘세계도자기 엑스포 2001 경기도’가 지난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80일간에 걸친 행사는 도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행사준비 관련 요원들의 열정 하에 600만명을 넘는 관람객이 도자여행에 참가함으로써 새로운 도자문화를 창출하였으며, 도민들은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되었다. 이천, 여주, 광주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전체 도민이 일체가 되어 웅도 경기의 발전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은 가장 큰 보람이었다. 이번 도자기엑스포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행사였지만 문화행사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초기에는 성공적인 개최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화행사는 준비 자체도 어렵고 도민들도 대규모의 국제적인 문화 행사, 더구나 도자기라는 단일 문화 행사에 익숙하지 못하여 잘못하면 문화라는 이름하에 상업성만 띤 행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문화와 상업성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는 행사기간중 경제 파급 효과가 무려 1조원을 넘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도자기 엑스포가 성공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치밀한 계획과 지역 전통을 살린 것이다. 이천·여주·광주 등 3곳에서 분산 개최됨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려 재원을 적절히 배분하고 또한 조화를 모색한 것이다. 문화행사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세계 각국에 있는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정보 교환과 자문도 큰 도움이 되었다. 도자기 엑스포는 비록 끝났지만 미래의 도자 산업에 미칠 영향은 대단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많은 학생들이 관람하여 한국 도자기의 우수성을 몸소 체험하였다는 것은 앞으로 새로운 도자기 세대를 창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 이들을 앞으로 도자기산업 발전에 어떻게 참여시키느냐는 한국도자기 산업 발전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사용된 각종 시설은 박물관 등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기적인 사용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될 것이다. 대전 엑스포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된다. 일시적 상업성 효과보다는 장기적 차원에서 문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계획이 수립되어야 될 것이다. 이번 도자기 엑스포를 기점으로 경기지역이 세계 도자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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