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들의 철없는 집단외유

지금이 어느 때인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시작된 반테러 전쟁으로 국내 각급 기관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고, 이 전쟁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돼 온 나라안이 몹시 어수선한 상태다. 더군다나 농촌에선 쌀의 과잉생산으로 쌀값 하락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벼수매를 거부당한 농민이 음독자살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비상시국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임시회기를 중단하면서까지 평택항에서 첫 취항하는 중국행 카페리호 승선체험에 경쟁적으로 나서는등 지각없는 처신들로 도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당초 도의회가 17일부터 19일까지 도가 추진하는 평택항∼중국영성항 카페리호 취항기념 승선체험에 평택항특위 및 경제투자위 소속 의원들만 참여키로 한 계획을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도의원 전원으로 참가대상을 확대한 것은 의회지도부의 잘못이 크다. 이 때문에 전체의원 95명중 60여명이 대거 승선을 희망함으로써 18일로 예정된 임시회 일정을 19일로 연장하고, 경기도가 이에 소요될 추가경비 1천만원을 확보하는데 고심이라니 딱한 노릇이다. 지금 전공무원들은 외유자제·골프금지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고, 대테러 안보대책과 비상경제대책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판에 도의원들이 위기의식도 없이 혈세를 써가며 앞다퉈 해외 나들이나 할 뚱딴지 같은 행동만 하고 있으니 제정신들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나 지방의회가 예산을 지나치게 낭비하는 데 대한 비판과 감시가 날로 강화되는 추세다. 물론 평택항과 중국간 역사적인 카페리호 승선체험이나 관광시설 견학 등이 전혀 무익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에는 완급에 따라 선후가 있게 마련이고 일정한 한계와 한도의 조절이 필요하다. 카페리호의 첫 취항 승선체험은 우선 평택항 관련특위 의원들만으로도 족하다. 임시회 회기를 연장해가면서까지 떼지어 해외나들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 도의원들 앞에는 카페리호를 승선하는 관광성 외유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현안들이 수북하다. 환란의 후유증이 아직도 완전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터진 반테러 전쟁으로 국민들은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어 있고 과민한 상태다. 따라서 도의원들은 지역주민을 대변하는 심부름꾼으로서 이들의 애로점이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듣고 의정에 반영하는 일에 진력해야 하는 것이다.

한탄강이 정말 죽어간다

경기도 북부의 상수원이자 수도권시민의 휴식처인 한탄강이 죽어가고 있다. 한탄강은 남대천과 대교천, 차탄천, 영평천, 포천천, 신천 등 지류를 끼고 경사가 급한 추가령구조대의 협곡 185㎞를 흐르는 지방1급 하천이다. 그러나 지금은 신천과 포천천, 차탄천 등에서는 물고기를 찾아보기조차 어렵게 됐고 일부 구역의 수질은 5급수라는 최악의 상태를 맞았다. 갈수기인 지금도 악취가 코를 찌르고 물도 땅도 모두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탄강은 환경지도 단속권이 지난해 환경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후 급격히 환경오염이 악화됐다. 양주군·포천군·동두천시 등에 밀집한 피혁, 섬유, 금속, 화학공장 1천200여개 업소가 지방산업단지 입주를 기피한채 폐수를 무단 방류하고 있어도 단속 인력이 크게 부족한데다 이 일대의 12개 하·폐수처리장 시설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섬유·피혁공장이 밀집한 신천의 경우 올해 월평균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21.8PPM으로 지난해의 17.5PPM보다 더욱 악화됐고, 지난 1999년까지 1.3∼2.5PPM을 유지하던 본류 한탄강의 BOD가 올해 3.1∼4.8PPM으로 뚝 떨어진 것 등이 모두 행정상의 허점과 무관할 수 없다. 한탄강 수질이 3∼4급수, 일부 지천이 5급수로까지 전락한 것은 하천수량을 무시한 무분별한 공장 유치와 난개발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 한탄강은 상수원이며 국민관광지이기도 하지만 귀중한 문화유적지이기도 하다. 한탄강 하안은 신생대 제4기 화산 활동에 의한 용암대지와 현무암 대지에 쌓인 범람원층, 용암 분출이전의 단층 침식, 현무암 침식이 복합, 형성됐다. 범람원층인 전곡리 강변에서는 지난 1979년 아슐리안계의 전기 구석기가 발견돼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한탄강을 살리는 절실한 길은 무엇보다 먼저 공장주나 업주들의 자발적인 하천 보존의식이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의 하·폐수처리장보다 지역별로 여러 개의 작은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업체마다 폐수처리시설을 개선하는 것도 급선무이다. 특히 환경부 산하 임진강·한탄강 유역 정화대책본부가 해체되고 환경오염 단속권이 지자체로 이양된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만큼, 이의 부활 및 환원도 고려돼야 한다. 죽어가는 한탄강 살리는 일에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교원성과급 조속 폐지를

교직사회가 또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일선 교원들에게 지급된 성과상여금 때문에 예상대로 각급 학교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나타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성과상여금제를 반대해 온 전교조 교사들중 약 25%이상이 반납을 결의하는가 하면 어제 경기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성과급 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집단조퇴를 통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낮은 등급을 받은 교사들이 평가기준을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더욱 강도높은 집단 행동을 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학부모들은 저등급 교사들에게 자녀들을 맡길 수 없다고까지 항의하는 경우도 있어 적지않은 파장이 야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교직사회는 계속된 혼란속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후유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근무연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어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호봉에 따른 보너스가 되어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일단 근속 연수를 기준으로 돈을 나누어 준 다음 다시 회수하여 똑같이 나눠준사례도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런 성과급 분배과정에서 교육청이 주도되어 작업을 한 사례도 있어 이는 눈감고 아옹식의 모양만 갖춘 형태가 되어 왜 성과급제도가 도입되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과급 제도는 교직사회의 경쟁풍토를 조성, 연구와 교육열을 제고시키는데 필요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제도 입안과정이나 또는 실시에 있어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인데 이 제도는 그런 과정이 잘못된 것이다. 성과급 제도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교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탁상공론의 차원이 아닌 현장 위주의 차원에서 재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려진 바로는 교육부는 사실상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여 내년부터 수당으로 한다고 하는데 이왕 수당으로 하려면 이번부터라도 성과급 배분을 각 학교 자율에 맡겨 운용토록 하는 것이 좋다. 더이상 교직 사회의 불신감을 증폭시키기 전에 조속히 수당으로 전환해 교직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組暴단속 단호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이용호씨 사건을 계기로 폭력조직에 대한 일제 수사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검찰은 이씨 사건의 핵심인물인 여운환씨의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조직폭력배들이 정치권과 유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수원지검 등 전국지검에 전담 수사팀을 구성, 수사키로 했고 경찰도 조직폭력배들이 합법을 가장해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제 소탕전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직폭력배들이 기생하는 폭력범죄 특별관리구역이 418곳으로 이들의 활동양상을 내사중에 있고, 기존 관리대상 폭력조직이 도내 23개파 563명을 비롯 전국 199개파 4천153명이라니 조직폭력배들이 우리 생활주변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는지 알 만하다. 그러나 이는 경찰이 파악한 숫자일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폭력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치안당국이 그동안 수없이 적발한 통계가 말해주듯이 폭력조직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없어지고 이합집산을 되풀이 하면서도 점차 뿌리를 깊이 내리고 가지를 뻗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안당국이 해마다 여러차례에 걸쳐 범죄일제단속령을 내렸고 그때마다 조직폭력은 집중단속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도 이제 다시 일제 소탕작전을 벌이게 된 것은 그동안 치안당국의 단속이 매번 목표로 내세웠던 폭력조직의 근절은 커녕 확산방지에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 다시 내려진 검·경의 소탕령이 또 한차례 연례행사로 끝나 가뜩이나 실추된 치안기능의 권위와 신뢰만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지않기 위해선 이 문제에 대한 검·경의 인식과 자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최근 폭력조직의 활동이 유흥가 등 상습적 영역을 넘어 공사입찰·기업의 노사관계·선거운동 등 핵심 제도권에서까지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있다. 이는 심각히 우려할 일이며 검·경의 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검·경은 사회적 구조악을 척결한다는 확고한 의지와 각오로 폭력조직과 그 배후세력까지 철저히 단속함으로써 그동안 검·경이 받아온 유착의혹과 국민의 불안·불신을 씻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환경오염의 주범 부실 소형 소각장

도내 일부 시·군의 소형 소각로가 관리 부실로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주민들의 건강 위협은 물론 각종 공해를 유발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하다.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등으로 오염된 소각재는 밀봉 상태로 보관·운반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파주시 법원읍 갈곡리 노고산 기슭에 있는 간이 쓰레기 소각장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소각장 주변 1백여평 부지는 온통 시커먼 재로 뒤덮여 있었다. 20∼30㎝ 깊이로 잿더미가 묻혀 있어 삽질할 때마다 검은 재가 날려 숨쉬기조차 어려웠고 잿더미 안에는 나무조각을 비롯, 플라스틱·페트병·고무·고철 등 타다 남은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계곡 옆 폐쇄된 쓰레기매립장에 쌓여있는 잿더미는 비가 조금만 오면 계곡으로 쓸려내려갈 상태였다. 지난달 초 가동을 중단했다는 시간당 95㎏ 처리 용량의 이 소각장에는 반드시 갖춰야하는 자동온도기록계와 침출수를 처리하는 시설도 없다. 게다가 법원읍사무소에서 작성한 소각일지에는 온도가 적혀 있지 않았고 소각할 수 없는 폐수지나 폐고무를 태운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문산읍 시가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내포리 간이 쓰레기 소각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소각재가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마당 한 구석의 하수배출구에서는 악취가 코를 찌르는 시커먼 찌꺼기가 인근 하천으로 그대로 흘러들었다. 소형 소각장들의 오염 무방비 상태는 도내 곳곳이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밤이면 소각장에서 나오는 시커먼 연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두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당국에 매연 단속을 수시로 요청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도 비슷하다. 이와 같은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서는 소형 소각로에서 반드시 섭씨 850도 이상에서만 쓰레기를 태워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소형 소각장의 오염을 방지하려면 각 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시간당 0.2t 이하 처리 규모의 소형 소각로를 모두 폐쇄하거나 다이옥신 등 공해물질 저감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소형·소각로에 대한 정부, 또는 환경단체의 관리 감독이 있어야 한다. 각 지자체의 환경의식이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점이다. 소형소각장 관리부실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이 더이상 위협을 받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이닉스 ‘구사운동’

하이닉스 노사의 구사운동, 그리고 이천 지역사회의 내고장기업 살리기 운동을 전한 8일자 본지 1면 보도가 있었다. 가슴 뭉클한 그 내용을 새삼 여기에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말은 있다. 채권단의 중국 매각설은 참으로 서글프다. 우리는 하이닉스 부채 구조에 대한 논평은 여기서 거론할 생각은 없다. 이유는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왜 구제 금융지원을 주저하는지도 굳이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이닉스를 꼭 중국에 팔아넘기는 것이 국익에 합당하는가에 대해선 의문을 갖는다. 무슨 1조원대의 시설까지 추가로 포함하여 덤으로 매각을 서두르는데는 회의를 갖는다. 중국측의 하이닉스 인수의사가 단순한 시설 매입이 아니고 실은 기술 이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하이닉스의 대중국 매각은 수출의 총아인 반도체산업마저 종내엔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참혹함을 가져온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당장의 어려움 보다는 미래의 이익이 무엇인가 헤아리는 통찰에 구사운동 등을 통한 자구 노력을 십이분 참작하길 당부해 마지 않는다. 국내기업의 해외매각이 국부유출임을 꼭 믿지는 않으나 잘못된 매각은 국부유출일 수가 있는 점을 일깨워 두고자 한다.

아프간 전쟁과 우리의 자세

예정된 전쟁은 마침내 8일 새벽 1시27분(한국시간)에 터졌다. 미국과 영국군의 대 아프가니스탄 공습은 테러리스트의 활동기지와 탈레반 정권의 군사시설에 국한하고 있으나 이미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배치된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군함을 거느린 두개의 항공모함 전단과 350대의 공군기, 4천400명의 해병과 1천명의 지상군 병력이 또한 속속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 소식통은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가 거처하는 칸다하르 공관 등에 2차 공격이 있었으나 오마르가 머물렀을 것으로는 관측하지 않고 있다. 이는 즉,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전면전, 그리고 장기화할 조짐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인 희생을 극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전폭기 공격, 미사일 공격, 지상군 투입 등 다양하게 전개될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비전투원의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면 이는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들에게 또다른 테러의 빌미를 주어 미국은 물론이고 온 비이슬람 국가에 테러의 위험을 초래할 수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슬람 국가들의 단결을 가져와 문명충돌의 전쟁양상으로 확전할 우려가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민간인 사상자는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쟁이 본격화 할수록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점을 깊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공격은 그런대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빈 라덴의 대미 테러, 즉 세계무역센터 폭파와 여객기납치 충돌로 무고한 시민 6천여명을 숨지게한 미증유의 테러참사에 빈 라덴이 개입된 사실을 탈레반 역시 간접시인이 불가피했던 상황은 응징할만 하다. 아울러 이 기회에 친테러의 탈레반 정권을 전복하고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을 중심으로 국민의 지지정서를 받고있는 자히르 전 국왕을 옹립,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최종 목표다. 그러나 빈 라덴의 확실한 거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최대 걸림돌이다. 그의 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 자행되는 공격은 파상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시가 그의 말대로 참다운 전쟁의 승리를 이끌자면 시급히 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 그를 조기체포함으로써 무고한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전쟁은 아무리 명분이 서도, 또 비전투원을 보호한다 하여도 인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수반한다. 날이 갈수록 더하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공포와 기아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도덕성의 발현이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전의 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비상대책이 강구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오늘 새벽에 긴급 경제장관 회의가 열려 3단계 비상대책과 관련한 구체적 시행지침을 확정한 것은 기민한 조치로 평가된다. 경제악화에 대비해 추경예산 조기집행과 10조원 규모의 기금을 증시에 집중 투입하는 한편, 석유와 식량 등의 수급에 대한 준전시경제체제 가동 돌입에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 아울러 국민들 또한 추호도 동요됨이 없는 의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국제사회가 어려울수록 안보태세 강화와 함께 국민이 의연하게 대처해야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가 있다. 21세기 들어 처음 일어난 불행한 전쟁이 불행한 가운데나마 유종의 미가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학교정화위원회 재구성하라

감사원이 전국의 대도시 20개 교육청 관할지역 학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최근 국회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도시 학교주변 환경은 한마디로 극도로 오염돼 있다. 그동안 교육 관계당국 및 경찰, 행정관청의 지속적인 단속 방침에도 불구하고 학교주변 환경이 개선은 커녕 날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브호텔, 단란주점, 티켓다방, 전화방, 안마시술소 등 교육환경을 저해하는 숙박·유흥업소들의 도시지역 학교주변 설치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유해업소의 전입을 저지, 감시해야할 교육부와 각급 교육청 및 일선 학교정화위원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할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정화위원회가 유해시설에 대한 사실상의 합법화 및 조장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초·중·고 학교정화구역내에 청소년 유해업소 5만5천130여개가 영업중이며, 그 중 4천100여개가 학교 담장과 붙어있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심지어 정화구역내에 절대금지시설인 전화방 및 성기구 취급업소가 영업중인 경우도 130여개이며, 금지시설로 분류돼 1990년말까지 이전·폐쇄키로 되어 있는 기존 유해업소 1천여개도 버젓이 영업중이라니 관계당국에 응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본보의 취재를 통해서도 이미 여러차례 밝혀졌듯이 성남, 부천, 안양 등 수도권 주변 신도시 개발지역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정화구역내에 러브호텔 등 유해시설 설치를 불허하지만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내주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예외조항이 오히려 유해업소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법규상 정화위원의 50 % 이상을 학부모로 구성토록 돼 있으나 절반 이상을 교육청 관계자나 위생·주택 등 인·허가 담당부서 공무원 위주로 선정, 업주들의 로비에 집중 노출돼 있고,학부모나 시민단체 인사가 아예 한 명도 위촉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요인때문에 학교장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정화위원회 심의에서 설치 허용한 비율이 전국적으로 무려 72·6 %나 된다고 한다. 학교정화위원회가 유해업소 합법화 창구가 된다면 있으나 마나한, 아니 존치할 필요가 없는 제도이다. 학부모·시민단체가 50 % 이상 참여하는 학교정화위원회를 즉시 재구성하고, 학교정화구역내 유해업소 정비를 강력히 실시할 것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통일시도’논쟁의 是非

대통령의 ‘국군의 날’치사 가운데 “통일시도…”대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자꾸 거론하는건 유익하지 않다. JP(김종필자민련명예총재)는 자민련 구로을 재선거 후보 선출대회에서 ‘6·25를 통일시도라고 한 것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DJ(김대중대통령)의 치사대목을 재거론하고 나섰고 이에 앞서 국회 국방위에서는 같은 내용을 두고 여야간의 공방이 격돌했다. 또 이보다 앞서서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써 한차례 있었다. 이미 자세히 알려진 치사의 문제 대목을 새삼 나열할 것 없이 대통령의 말 뜻은 평화통일을 강조한 것임을 믿는다. 그러나 6·25남침 전쟁을 통일시도로 비유한 것은 적절치 않은 비유인 것이 또한 사실이다. 남침전쟁은 공산주의 혁명사상이 가져온 동족상잔의 민족적 범죄행위다. 이같은 공산주의 혁명을 통일시도라고 한다면 대통령의 본의와 다른 엉뚱한 해석을 일부 환상주의자들이 갖지 않을까 하여 심히 우려된다. 6·15선언 이후 그렇지 않아도 신기루를 쫓는 통일 환상론자들이 설치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공산주의 통일도 통일로 보는듯한 경향마저 없지 않다. 행여 이들에게 잘못 알아들릴 수가 있는 점에서 6·25남침의 ‘통일시도’표현은 매우 당치않다. 통일을 싫어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통일이 아무리 절실한 소망일지라도 공산주의 혁명은 통일이 아니다. 그같은 통일관은 건국이후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바친 수많은 호국영령을 욕보인다. 일천만 이산가족, 수백만명에 이르는 전상자 및 전쟁 미망인과 그 자녀들의 전쟁 상흔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들의 뼈저린 아픔이 북측의 통일시도에 기인했다면 이를 저지하다가 당한 남측 희생은 그럼 반통일 세력이 돼야하는 가설은 황당하다. 6·15도 사실은 6·25를 짚고 넘어갔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를 문제삼자면 더욱 복잡해지므로 일단 묻어두고 먼저 평화를 모색하자는 것으로 안다. 6·25남침의 ‘통일시도’비유는 이런저런 논리적 모순을 내포해 본의대로 평화통일을 강조한 것이어도 비유가 될 수 없는게 자명하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이를 자꾸 확대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 하지 않다. JP말대로 ‘잘 지켜봐 달라’는 말은 있을 수 있겠으나 ‘국회에서 다시 따지겠다’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통일시도’논쟁은 그만 이쯤해서 일단 봉합해 두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갖는다.

민주당 정권의 오만?

정권 이반의 추석민심을 근거없는 의혹부풀리기로 보는 민주당의 생각은 민심을 또 한번 짓밟는 오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의 이용호게이트 공세에 불쾌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한다. 그래서 민주당이 더이상 수세에 몰리지 않는 모든 수단을 동원, 대응하는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인식의 결함이란 판단을 갖는다. 국민은 야당의 정치공세나 의혹부풀리기에 현혹될 만큼 결코 우매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여당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대책위 가동에 덮어놓고 넘어갈 만큼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문제는 진실이다. 이용호게이트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의 인척 인사가 이용호와 접선된 사실에 대한 이면 규명없이 국민에게 무작정 의혹부풀리기 인식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논리의 비약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이 정말로 자신의 인척 거론에 무작정 불쾌감을 나타냈다면 다분히 권위주의다. 예컨대 수백억원의 불로소득과 패가망신의 투자자들로 양극현상을 가져온 보물선 커넥션 의혹의 핵심은 접어둔채, 그것이 아니다라고만 주장해서는 납득할 국민이 있을 수 없는건 지극히 자명하다. 지금은 국력을 결집해 세계화의 높은 파고, 예를들면 무역적자를 흑자전환 하기에도 바쁜 시기다. 이런 판에 정치권이 의혹부풀리기 정치공세를 일삼는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반역이며, 반대로 의혹 덮어두기 정치 역공세를 일삼는다면 이 역시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이용호게이트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진실규명의 의지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딱한 것은 시대를 주도할 책임이 있는 권력의 핵심층이 민심을 몰라도 너무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 특히 윗분의 뜻보다 사리와 법리를 우선하는 것이 법치며 사리와 법리보다 사람, 특히 윗분 뜻 헤아리기가 우선하는 것은 인치다. 이 정권이 법치인지 아니면, 인치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지만 모든 의혹의 연유가 법치로 보기엔 어려운 불행에 함몰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실정에서 나도는 부정부패 척결이나 사정설은 공허하다. 국민적 공감대를 갖는 정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많이 늦긴 했지만 그런 면모는 영 기대할 수 없는 것인지 실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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