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왜 무너지나

공권력의 횡포는 국가의 멸망을 자초한다. 그러나 정당한 공권력이 무력해져서도 안된다. 공권력이 정권유지 차원에서 민의를 탄압한다면 징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만일 다중에 의한 탈법수위의 과격한 반발 앞에서 공권력이 무너진다면 국기가 흔들리는 심각한 사태가 야기된다. 작금 우리 사회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막가파식 시위나 돌출행동은 자칫하면 국법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이같은 사례는 특히 불법노점상 및 불법 주정차, 무허가 건물 등 주로 단속업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천시의 경우, 노점상 허가를 불허했다는 이유로 민원인이 부천시청 회의실에 난입,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등 방화소동을 벌였으며, 군포시의 한 공무원은 과태료 처리업무 과정에서 주민이 휘두른 쇠파이프로 구타당하기도 했다. 안양시 공무원은 버스 정류장에서 승차행위를 단속하다 운전사에게 폭행을 당했고, 고양시에서는 노점상들이 시청과 구청에 몰려와 구청장실 등을 검거, 폭언과 폭행, 그리고 인분까지 살포했다고 한다. 파주시에서는 자격미달로 주택건축 허가서를 반려한 공무원이 폭행당했는가 하면, 안산시에서는 시청이 허가처리를 지연시켜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주민이 시청 담당부서에 난입, 집기를 파손했다고 한다. 미성년자를 고용, 주류를 판매한 유흥업소 업주가 오히려 단속 공무원에게 폭행을 가한다면 공권력은 이미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지 아니한가. 경기도에 공식 접수된 공무원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경기경찰청이 지난 9,10월 두달간 집계한 공권력 침해사범도 240여건이 넘는다고 한다. 실로 우려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왜 공권력이 이렇게 침해당하고 있는가를 공직사회에서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정치의 난맥상과 각종 제도의 미비점 등이 그 원인일 수 있겠으나 주민들의 과격한 반발과 시위에 과연 떳떳할 수 있는가. 공무집행 과정에서 착오나 혹 부조리는 없었는가. 또 형평성을 잃은 단속은 하지 않았는가를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시민들 역시 법 질서를 깨뜨리면서까지 공권력을 침해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이유있는 항변이라 하더라도 폭력이 수반되면 결과가 반감된다. 공권력이나 시민이나 모두 현위치를 현명하게 판단, 준법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를 이룩해야 할 때다.

평택 카페리의 예견된 赤字

평택항과 중국 용안항을 운항하는 카페리의 항로가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지난달 17일 요란스럽게 개항식을 갖고 취항한 이후 겨우 한달만의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택시나 선사(船社)의 예측과는 달리 이용승객이 의외로 적어 적자운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하승객으로 붐볐던 취항 첫날을 제외하고는 주3회 매회 출항 때마다 승객이 고작 10∼30명이고 화물은 평균 4TEU(컨테이너 개수 단위)에 불과해 한달간 적자가 벌써 14억6천만원에 이르고 있다. 승객정원 834명에 화물 최대 적재량이 50TEU인 카페리의 손익분기점이 매회 운항 때의 승객이 250명에 적재화물은 10TEU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영업실적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어떤 사업이건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그것도 사업전망이 호전될 것이라는 평가와 기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적자사업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며 도박일 수 있다. 문제는 평택∼중국 용안간 카페리의 운항 적자가 초기부터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데에는 취항시기에만 집착한 행정당국의 책임이 크다. 카페리 취항에 따른 제반 기초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졸속 취항했고 통관절차도 까다로워 주고객인 관광객과 보따리상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평택항 주변은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허허벌판이다.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등을 갖춰놓지도 않고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다. 또 여객터미널(동부두)에 접안시설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평택항에 입항하는 카페리가 여객터미널에 정박하지 못하고 접안시설이 있는 컨테이너 부두(서부두)에 일단 정박한 후 통관절차를 밟기위해 승객을 다시 300여m나 떨어진 여객터미널로 이동시켜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런데다 통관절차도 인천보다 까다롭다. 인천항의 농산물 등 반입허용량이 한사람에 품목당 25kg(전체물량 50kg)인데 비해 평택항은 5kg(전체물량 20kg)으로 보따리상들의 이용기피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평택항은 애초부터 여러 여건이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평택항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계당국의 종합대책이 그래서 시급하다.

교원단체 정치활동 신중해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3일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정치활동위원회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그동안 교총은 교원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정치적 영향력의 행사는 필수적이며, 따라서 노동조합 등 다른 이익단체와 마찬가지로 정치활동을 전개해야 된다고 수차례 주장하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교사들의 집합체인 교총과 같은 전문직 단체도 하나의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동시에 민주시민의 기본권인 정치참여권은 교원이라고 무시될 수 없다. 더구나 전교조는 노동조합으로 등록되어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학교수들은 정치활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초·중·고 교원들에게만 정치참여를 금지시키는 것은 이론상으로 잘못된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교원단체들은 자유로운 정치활동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된다. 그러나 이런 이론적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초·중·고 교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하여 우려하는 것은 아직도 정치문제에 대한 평가능력이 미숙한 이런 학생들에게 교원들의 개인적인 정치적 사고를 일방적으로 투입시켜 특정정당에 유리하게 하거나 또는 학교가 정치투쟁장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더구나 교원들이 정치활동을 이유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은 교육이라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교직이라는 전문성과 교원단체의 정체성이 정립되는 방향에서 정치활동이 이루어지고 이를 위하여 고도의 자율적인 통제장치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된다. 교원단체 스스로 고도의 도덕성·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정치활동을 할 때 국민들도 교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있고 또한 교원들도 정치활동에 대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이 일부 간부들의 정치권 진입을 위한 교두보가 되어서는 안된다. 일부 전문직 단체에서 단체 활동을 통하여 특정 정권에서 권력 상층부에 진입한 예가 많아 단체의 도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교원단체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防火대비 이렇게 허술해서야

화재와 같은 재난은 언제나 사람들의 방심과 부주의한 틈을 노려 일어난다. 평소 방비와 점검만 제대로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법률로 방화설비 정비·점검과 훈련을 의무화하고 있고 화재가 잦은 겨울철만 되면 방화캠페인도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도 법을 지키지 않고 주의를 태만히 해 재난위험 요소가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본보 취재팀이 도내 재래시장 소방실태를 살펴 본 결과 상당수의 소방도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과 고정식 좌판, 노점상들로 막혀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시장 건물 비상구에도 화재 위험이 큰 물품 등을 쌓아 놓아 대형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느 시장은 각 상점들이 마구잡이로 끌어다 쓴 전선이 뒤엉켜 있는등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소화기 소화전 등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은데다 LP가스통이 수개씩 몰려 있기도 했다. 백화점 역시 비상구와 소화전에 상품을 쌓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가 하면 농업용 및 주거용 비닐하우스도 화재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도내 7천800여명이 살고 있는 2천422개의 비닐하우스에는 소화기 등 방화장비나 시설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최근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찜질방 고시원 전화방 산후조리원 등 신종 다중업소들이 개별법상 규제근거도 없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도 소방재난본부가 얼마전 신종 다중업소 494곳 중 137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28%(39곳)가 비상구 설치미비·피난통로 협소·가연성 내장재 사용 등 화재예방 및 소방취약업소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들 신종 다중업소들은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안전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행정기관에 등록 및 신고를 할 필요도 없고 시설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행정기관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재난위험을 막기 위한 규제법이 시급하다. 바야흐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이다. 추워지는 날씨로 연중 화기와 전기를 가장 많이 쓰고 연말연시의 흥청거림마저 겹쳐 방심이 또다른 재난을 불러오기 쉬운 때이다. 화재를 당하고 나서 발구르며 후회할 것이 아니라 당국은 물론 국민 모두가 정신차려 부끄러운 인재를 당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너무 부실한 문화재 관리

강화지역에 있는 많은 문화재들이 당국의 관리소홀 등으로 인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본보의 보도가 얼마 전(11월10일자 18면)에 있었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적 제137호인 하점리 부근 고인돌과 마니산 정상의 사적 제136호 참성단 등 국가지정 문화재 28종과 지방지정 문화재 등 강화지역 106종의 문화재들이 무심히 방치돼 있어 원형마저 훼손되는 지경이라고 하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의 얼과 역사가 서린 귀중한 문화재가 이렇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은 비단 강화 등 인천·경기지역만이 아니다. 한국의 문화재 관리 상태는 한 마디로 전국 도처가 ‘총체적 부실’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감사원이 지난 6∼7월 두 차례에 걸쳐 문화재청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 관리·보존 업무는 민망스러울만큼 무계획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올해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존 및 관리를 위해 2천725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법·규정에 따른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다고 하니 달리 무슨 일은 하였겠는가. 이로 인해 1998년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판명된 129개 문화재 가운데 40개 문화재는 보수 대상에서 제외된 채 훼손됐다고 한다. 보존관리의 소홀로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무려 5천665점이 도난 또는 해외로 밀반출된 사실도 충격적이다. 더구나 문화재청이 2000년에 보조금을 지원한 321개 보수·정비사업중 123개 사업은 불요불급한 것이었다고 하니 대상 선정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립박물관이 조선총독부로부터 인수한 발굴유물과 지난 1963년부터 1999년까지 11개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 역시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유물대장에조차 등재되지 않았다니 분실 또는 훼손됐어도 그 내용을 모를 것 아닌가. 최근 보도된 강화지역을 한 예로 들었지만 문화재가 무참하게 훼손되고 쓰레기장화하고 있는 것은 실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물론 시·도, 시·군의 주먹구구식 문화재 행정이 이대로 계속되고, 여기에다 국민들의 문화재 보호 인식마저 점차 퇴색한다면 한국의 문화재들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당부 또 당부하거니와 부디 문화재 행정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美항공기 추락 남의 일 아니다

12일 뉴욕에서 추락한 미 여객기 참사는 또 한번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격 이라고나 할까, 미국에 대한 항공기 테러공격의 공포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던 미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더욱이 승객·승무원 255명 전원이 사망한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는 무엇보다 미국을 겨냥한 제2테러 위협경고가 잇따라 내려진 가운데 국제무역센터 빌딩이 붕괴된지 불과 두달만에 같은 지역인 뉴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테러의혹이 한때나마 증폭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충격과 불안감을 더해 주었었다. 특히 문제의 항공기 추락으로 수십명의 주민이 실종·부상당하고 14채의 주택이 불탄 퀸스지역은 지난 9월 테러 때도 십수명이 사망·실종된 지역이어서 그 슬픔은 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추락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정비불량 등 기체결함에 의한 추락 ▲조종미숙에 의한 추락 ▲이륙후 기내 폭발에 의한 추락 ▲제2 항공테러에 의한 추락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만에 하나 항공테러일 경우 그 여파는 미국의 대 아프간전과 향후 테러전 확전, 그리고 민심동향 등 모든 분야에 일파만파로 번져나갈 것이기 때문에 추락원인 추정과 규명에 세계인의 눈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정확한 추락원인은 블랙박스 분석결과 밝혀지겠지만 미 항공연방청은 지금까지 다각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종합하여 일단 테러공격보다는 기체결함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직후 테러 가능성에 긴장했던 미 당국이 뉴욕의 3개 주요 공항들과 유엔본부 건물 문을 다시 열게한 것을 볼 때 테러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비록 테러에 의한 추락이 아닐지라도 전세계의 하늘을 뒤덮고 있는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항공기 추락이 조종미숙이나 기체결함에 의해 일어난 것이 확인될 경우 이는 안전제일을 자랑으로 하는 미 항공업계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되는 불운의 사고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9월 항공테러 이후 전세계적으로 항공수요 감소로 인한 도산 항공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생긴 이번 사고는 다시 한번 항공안전에 대한 국제적 대책이 테러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강구되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지구촌 곳곳에 민항기를 취항하는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의 완벽한 대책을 다시한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항공안전 2등급의 낙인이 찍힌 우리로서는 더욱 그래야 함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WTO와 중화경제권의 세계화

중국과 대만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중국은 지난 일요일, 그리고 대만은 어제 새벽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WTO각료회의에서 회원국으로 정식 승인됨으로써 세계경제권에 공식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번 중국의 WTO 가입은 15년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앞으로 13억 인구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다. 더구나 이번 회의에는 중국 뿐만 아니라 대만까지 WTO에 가입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화경제권이 확대될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2008년 올림픽까지 개최할 예정으로 있어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그 비중은 점차 증대될 것이다. 특히 대만까지 WTO에 가입되어 있어 비록 중국과 대만이 정치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나 중화경제권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중국은 이번 WTO 가입으로 세계 경제권의 일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중국은 그동안 값싼 임금을 무기로 세계 농산물시장 질서를 혼란시켰는데, 이번 WTO 가입으로 농산물 수출 보조금 폐지 등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지니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인접하고 있어 값싼 농산물 수입 때문에 국내 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한국은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농업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수립을 추진해야 될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그 동안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시장으로 생각하고 다소 소극적인 정책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근시안적 태도에서 벗어나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상호협력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추구하는 공생의 관계를 수립해야 될 것이다. 이번 WTO회의는 21세기의 새로운 경제를 가름할 뉴라운드 출범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 뉴라운드는 세계 경제가 개방화를 통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인가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은 농업보조금의 철폐이다. 선진국은 자국의 농업 보호를 위하여 막대한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에 이의 철폐와 동시에 농업시장의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공무원들에게!

공무원 사회는 국가의 중추 조직이다. 특히 행정공무원은 국가직이든 지방직이든 국민생활 및 주민생활과 직접 피부를 맞댄다. 모든 시책에 행정가치를 창출, 배분하는 것이 바로 행정직 공무원들이다. 비록 정치가 불안하고 경제가 어둡고 사회가 험난해도 공무원 사회만 건강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소임이 그만큼 막중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막중한 행정직 사회가 안정된 기미를 갖지 못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국가직 행정공무원은 내년 대통령 선거, 지방직 행정공무원은 역시 내년의 각급 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동요의 기미를 감지하는 게 이즈음 관아를 보는 세간의 관측이다. 또 공직사회에서 나오는 그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향은 국가직이나 지방직이나 고위 공무원에게 더 심하다. 그렇지만 공무원 조직 성격상 고위직의 눈치 보기나 줄서기는 중·하위 공무원에게 영향파급이 불가피해져 공무원 사회를 이완시키고 있다. 이같은 불안은 본연의 소임충실을 저해한다고 보아도 거의 틀림이 없다. 물론 이는 작금의 폐습은 아니나 중앙정치를 엿보는 국가직 고위 행정공무원의 눈치놀음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심하다. 또 지방공무원 역시 단체장 직선제 이후 해가 갈수록 줄서기가 심화한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 중앙, 지방을 막론하고 정치세력 유착의 출세주의가 공무원 사회의 기풍을 망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공무원들이 이런 것은 아니다. 일부의 공무원들로 인해 흐려진 분위기를 쇄신해야 하는 것도 역시 공무원이 주체가 돼야 한다. 우리가 그런 가운데나마 희망을 갖는게 곧 이 때문이다. 입신의욕은 공무원 사회의 본능이긴 하나 우리는 직업공무원 사회가 언젠가는 본연의 궤도에 오를 것을 믿는다. 공무원들로 하여금 줄서기를 강요하는 중앙 및 지방정치 세력을 우리는 단연코 배척하면서 공무원 사회의 자정 노력이 있을 것을 간곡히 기대한다. 아울러 일상행정은 물론이고 행정가치를 창출, 배분하는 노력이 끊임이 없기를 바라고 싶다. 정치는 중단되어도 국민사회, 지역사회가 마비 상태까진 이르지 않는다. 그러나 행정이 중단되면 제반 사회생활이 마비된다. 행정은 막힘이 없어야 하는 국민사회, 지역사회의 혈맥이기 때문이다.

퇴폐업소 난립은 허술한 법망 탓

최근 퇴폐·변태영업이 법 무서운줄 모르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관련법망이 허술한 탓으로 하루 빨리 강화해야 한다. 2000년 1월 공중위생관리법을 개정할 때 ‘숙박업소나 유흥업소를 개설하거나 명의를 변경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은 민원인편의를 위해서였지만 아무래도 성급했거나 잘못된 일이다. 법규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가 업주 명의만 바꾼 뒤 영업을 계속해도 단속할 근거가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법원측이 개정 법 규정을 들어 행정처분이 새로운 업주에게 승계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어 불법 행위를 계속하여도 행정기관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개정된 공중위생관리법은 이용·숙박업소 단속기준이 크게 완화됐을뿐 아니라 종전 허가제에서 통보만 하면 영업이 가능토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시·군 등 일선 행정기관의 경우 숙박업소 침구의 청결 상태와 식수, 욕실 수질, 환기·조명의 적정 여부 등 위생관리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만 점검할 수 있고, 윤락·매춘 등 불법영업은 경찰이 단속토록 하고 있다. 고양시 소재 A숙박업소의 경우 미성년자를 출입시키고 출장마사지 여성에게 매춘장소를 제공한 것이 적발돼 올 4월 고양시로부터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영업을 계속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직후 업소를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꾸고 영업정지·취소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관련법 개정 이전에는 명의변경을 할 경우 시장군수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이 조항이 삭제된 후 명의 변경과 관련해서는 달리 제제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명의만 변경하고 실제로는 종전 업주가 영업을 계속하는 이와 같은 사례는 도처에 있다. 불법영업 단속은 신고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일부 이용업소들도 각종·퇴폐·변태영업을 일삼고 있으나 방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행정기관 관련 공무원들이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업소를 방문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경찰이 이용·숙박업소 단속에만 주력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이용업소와 숙박업소의 불법영업 예방차원에서라도 영업통보를 허가제로 강화해야 한다. 공중위생업소 불법행위 단속권을 지자체에 부여하지 않는 한, 법망의 허점을 악용하는 불법·퇴폐영업은 더욱 번져나갈 게 분명하다. 강력한 제제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

국립과학관 이전, 서울은 당치 않다

국가시설의 탈 서울은 시대적 추세다. 정부기관도 가능한한 이래야하는 마당에 일반 국가시설의 이전 확장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서울 혜화동에 있는 지금의 국립과학관은 낡고 협소해 신설규모 차원의 이전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지방 이전이 마땅한 일반 국가시설이다. 국립과학관 이전을 두고 서울시가 뒤늦게 월드컵축구대회 상암 주경기장 일대 등 부지 두곳을 제공하겠다며 유치에 나선 것은 심히 당치 않다. 과학기술부가 선정기준으로 삼는 접근성, 연계성에도 어긋난다. 접근성은 단순 교통편의, 연계성은 시설의 중복을 의미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상암 주경기장은 세계적으로 내놓을 만한 축구전용 경기장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인근에 국립과학관이 들어서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국가시설의 편중을 드러내는 중복성의 결함을 갖는다. 교통편의라는 것 역시 계절적, 그리고 시차적 제한을 면치 못한다. 상암 경기장에 게임이 있을 것 같으면 되레 교통불편이 막심할 것이다. 서울의 다른 곳에 유치한다 하여도 당치 않은 터에 항차 상암 경기장 주변이 가장 타당한 것처럼 내세우는 이유는 허구다. 국립과학관은 예정대로 당연히 지방수도권에 건립돼야 한다. 2천18억원을 투입, 내년부터 2006년까지 부지 10만평에 건평 1만5천평 규모로 첨단과학관 자연사관 과학기술관 어린이 과학관 탐구체험관 문화예술관 등 옥내 시설과 멀티미디어 쇼 탑승전시물 휴식공간 등 옥외시설을 갖추는 국립과학관은 국민적 과학입국 시설이다. 이를 통해 훌륭한 과학인의 꿈을 키워 과학정신을 배양할 수 있는 국민과학관의 전당이 곧 국립과학관이라고 믿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팔도를 연결하는 지방수도권에 건립하는 것만이 국민적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 이는 부정될 수 없는 객관적 판단이다. 국가시설의 투자는 목적의 효율성과 일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과학관 유치는 경기도, 인천시의 여러 기초자치단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지제공은 비단 서울시만이 갖는 의사가 아니다. 유치에 나선 경기, 인천의 자치단체도 소요부지의 무상제공을 이미 밝힌바가 있다. 이 가운데 어디가 적지라고 본란이 말할 입장은 아니다. 앞으로 심의기구에서 제반 사항을 참작하여 결정할 일이다. 다만 여기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서울만은 당치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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