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창업의 정체성?

정·관계의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윤태식게이트에서 최대 의문점은 ‘패스21’의 창업 경위다. 이 벤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문인식 기법은 최첨단 기술 시스템이다. 은행 현금인출기에 약속된 손가락만 갖다 대면 본인임이 확인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갖췄다. 어떠한 위해 환경에도 안전하고 설사 본인이라도 사망상태의 온기없는 손가락을 대면 발각되도록 돼있다. 그야말로 사업전망이 매우 밝은 첨단 기술력이다. 이같은 벤처기업을 중학교 1년중퇴 학력의 윤씨가 고안했을리는 만무하다. 그가 어떻게 누구의 창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홍콩에서 부인 수지 김씨의 살해사건이 있을 당시엔 일개 비디오 판매상에 불과했다. 귀국후에는 1994년 사기등 죄로 두차례에 걸쳐 복역했다. 이러한 윤씨가 ‘패스21’을 창업한 것은 불과 몇해전인 1998년이다. 정부의 벤처사업 지원을 받았겠지만 본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자본이 있었다고 믿기는 어렵다. 자본금 37억원 규모의 회사지분 46%를 지닌 대주주로 급부상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 의문투성이다. 그의 창업은 다만 외형상일뿐 외부의 실질적 연출이 있었다고 볼 수가 있다. ‘패스21’자체의 정체성이 의심된다. 이런 객관적 판단에 이의가 있으면 납득될 수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윤씨의 변신이 자력이 아닌 타력에 의한 연출이었다면 그에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백수의 그에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과연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배후가 있었다면 민간의 법인이나 자연인일 수는 없다. 엄청난 힘과 자금을 거머쥔 조직이 아니고는 불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인 주주등 거물급이 포진한 수상쩍은 속사정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윤태식게이트 전모 규명은 창업단계부터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로비자금으로 보이는 수십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리고 구속되기 직전 자신이 보유한 200억원 상당의 주식 28만주를 처분하려 했던 연유에 대한 규명은 창업경위서부터 초점이 모아져야 제대로 풀릴 것이다. 이 희대의 미스터리에 어떤 예단을 가질 생각은 없다. 그러나 궁금한 것은 있다. 윤씨가 검거되자 1998년까지 그를 관리해온 국정원 출신의 전 간부가 잠적한 사실이다.

일방적 택지개발 철회하라

건설교통부가 법규를 무시하고 무엇에 쫓기듯 경기도내 택지개발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중앙정부의 횡포다. 건교부는 얼마전 도지사의 의견을 묵살한 채 토지공사의 화성 동탄 택지개발계획을 승인해 주더니 이번에도 역시 성남 판교·흥덕·오산 세교 등 도내 3곳 446만평을 일방적으로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신규 지정하고, 파주 운정지구의 개발면적을 당초 92만평에서 148만평으로 대폭 확대했다. 물론 건교부는 수도권의 주택공급 부족이 크게 우려되는데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와 시설을 방치하면 난개발이 계속될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미니 신도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택지개발과 신도시 건설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지속해온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책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수도권 팽창과 인구유입의 악순환을 초래해 결국 환경파괴·교통정체 등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특히 그동안 수도권 인구집중을 억제한다며 경기지역에 교육대 설립불가, 공장건립총량제 등 온갖 규제를 해온 정부가 서울서 넘쳐나는 인구유입을 위해 대규모 택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런데도 건교부가 인구집중과 국토의 균형개발 문제 등 중요한 장기정책과제들을 왜 그렇게 졸속으로 발표하고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건교부는 관할 도지사를 주택정책심의위원으로 참여토록 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을 어기고 도지사를 배제시킨 채 일방적으로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 경기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새로 지정된 용인 흥덕지구는 용인 광교산∼신갈저수지로 이어지는 녹지축에 위치해 있고 인근 판교·죽전·동백 등 지역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녹지훼손과 교통난 심화가 불을 보듯 뻔해지고 있다. 때문에 택지개발을 반대해온 지역주민은 물론 수원시 등의 반발도 거세다. 따라서 건교부가 택지개발을 서두르는 것이 대통령이 밝힌 2003년까지 주택보급률 100% 달성과 임대주택 20만호 건설이라는 목표량을 임기내 소화하기 위한 것일지라도 관할 지자체장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옳다. 대통령의 의도라고 해서 허겁지겁 무리해 가며 일을 처리해선 안된다. 선진국들의 경우 신도시 건설에 수십년이 걸리는 게 예사다. 신도시 건설은 보다 신중하고 철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추진돼야 할 것이다. 우격다짐 보다는 개발지구 지정을 일단 백지화 하고 관할 지자체장과 주역주민의 의견을 널리 들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군 미사일이 무용지물이라니

우리나라 공군이 운용중인 나이키 미사일 90% 이상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없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니 불안스럽기 짝이 없다. 그동안 전쟁이 발발하지 않은 게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지금이라도 만일 공중침투가 돌발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 지대공 및 지대지용으로 운용되는 나이키 미사일은 지난 1965년 한반도에 처음 배치된 뒤 주한미군이 운용해 오다 1970년대 말 한국군에 넘겨졌다. 현재 전국 10여개 기지에 수백기가 배치돼 있다고 한다. 나이키 미사일은 1950년대에 개발된 노후 장비로 지난 1998년 12월 인천기지에서 발사 시스템 회로 결함으로 오발사고를 일으킨 것을 비롯, 1999년 10월 충남 대천사격장에서도 화력시범 도중 1기가 공중에서 자동폭발하는 등 사고가 있었다. 대부분의 국가가 1980년대 중반 폐기처분했고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운용중이라고 한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지난 1998년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의뢰, 나이키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1단계 추진체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전체의 19%, 2단계 탄두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8% 뿐이었는데도 아직도 손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이키 미사일의 운용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속사정은 물론 알고도 남는다. 나이키 미사일이 비록 노후한 장비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측에게 적잖은 위협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군당국은 전쟁발발의 경우 대공방어용 미사일을 활용, 침투하는 적기를 가급적 원거리에서 요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사거리 180km로 중거리 대공을 맡아온 나이키 미사일의 대부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고물’이라는 실상이 드러났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 주변에 있고 국토가 분단된 휴전상태의 우리나라 공군력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대공방어망이 이토록 취약한 판국이니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정부가 연내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던 차기대공미사일(SAM-X)사업이 가격 지급방식 문제 등으로 더 이상 연기돼 대공방어 전력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정부는 나이키 미사일 공백을 신속히 메울 수 있도록 차기대공미사일 사업을 신속히 추진함은 물론, 각종 전략 수립과 함께 전투기 초계를 강화하는 등 영공수호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공사중단 채석장 놔둘건가

수려한 산자락을 깎고 파내 볼썽사납게 만든뒤 그대로 방치한 폐석산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전국 최대의 채석장을 보유하고 있는 포천군의 경우 32개의 채석업체가 사업허가를 받은 122만7천616㎡의 석산 중 4개업체 9만217㎡가 허가기간이 만료됐거나 부도로 인한 조업중단으로 산허리가 파헤쳐진 채 팽개쳐져 있다. 흉물스런 몰골도 그렇지만 겨울철에 대규모 낙석사고 및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채석공사는 작업을 중단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해도 만일의 산사태 등 안전대비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장마철 잡석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는 필수적이고 깎아낸 절개면이나 채석작업장의 돌덩이가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조업중인 채석장에서 이같은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하물며 사업을 끝내고도 관련 법규대로 복구하지 않거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석장을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산림을 흉하게 파헤쳐 놓은 것은 물론 채석 때 금이 간 바위들이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상태로 장기간 공사를 중단한 곳이다. 이같은 채석장은 작은 기온차나 미미한 진동에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낙석 및 산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허가기간이 만료된 채석장에 현장사무실과 굴삭기 등을 방치하고 채석 때 생긴 대형 웅덩이들을 메우지 않고 철수한 곳도 있다. 안전관리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겠지만 산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감독관청들도 사고예방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먼저 사업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추궁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채석공사를 계속할 능력이 없거나 장기간 공사를 중단하고 있는 채석장, 그리고 사업만료후 복구하지 않고 떠난 업자는 사업승인을 취소하고 훼손한 산림 등을 원상복구토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사업자들이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허가 때 예치된 복구 예치금으로 복구할 수 있으나 이에 앞서 당국은 사업자들을 추적, 이들로 하여금 복구토록 적절한 행정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채석장에 대해 산사태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일제점검도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진승현 게이트 몸통 밝혀야

진승현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으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각종 설(說)만 무성하다. 한때 국가 司正 업무를 담당했던 민정수석이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가 하면 정치브로커인 최택곤씨는 대통령의 차남이며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인 김홍업씨에게 자신의 구명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또 최씨는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의 이름을 자신이 적은 돈 봉투를 검찰등 고위인사들에게 돌렸는가 하면 직접 로비를 하였다고 하니 국민들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또는 허위인지 실체를 알지 못하겠다. 또는 영문 이니셜로 K, K, K, H, P 등만 표시하여 궁금증만 더해주고 있으니 정치권과 검찰에 대한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제2차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진승현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진승현리스트에는 현정권 실세를 비롯, 국회의원, 고위공무원등 정·관계인사들에게 준 금품액수, 전달시기, 횟수, 전달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며, 로비 리스트의 신빙성을 보장하기 위해 진승현씨의 지장까지 찍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여당 국회의원은 물론 야당 국회의원까지 포함된 리스트가 괴문서의 형식으로 돌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없으면 또 과거와 같이 불신만 가중된채 미궁에 빠질 수 있다. 검찰은 진승현 리스트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통하여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진승현 게이트가 1년전 발생하였을 때 검찰이 단순히 개인 금융비리로 종결시키지 않았다면 사건의 내막은 이미 밝혀졌을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정·관계 로비사건이며 심지어 검찰, 국정원, 경찰까지 얽혀있는 사건을 단순 금융사건으로 축소시키거나 검찰의 수사가 미흡하면 마땅히 비난받아야 된다. 김대중 대통령도 18일 개최된 국무회의 석상에서 철저한 규명을 지시했다. 부정보다도 사건의 은폐가 더욱 나쁘다고 지적하면서 성역없는 수사를 대통령이 요망한 만큼 검찰은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회복시켜야 된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김대중 정권의 도덕성을 걸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된다. 몸통은 밝히지 않고 깃털만 조사하면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다. 지금 국민의 눈은 검찰에 쏠려 있음을 검찰은 깨닫고 진승현 게이트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된다.

未濟사건 해결에 총력을

올해도 우리를 놀라게 했던 많은 사건들이 ‘미궁’에 빠진 채 해를 넘긴다. 치안당국으로서는 아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사건들이겠지만 그래도 한해를 마감하면서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끔찍스런 사건들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다시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1월말 현재 살인 9건·강도 175건 등 모두 184건의 강력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중엔 용인 여중생 살해 매장사건(92년7월)을 비롯, 남양주 여교사 피살사건(95년11월), 평택 개인택시 트렁크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40대 남자 피살사건(98년9월), 의정부 미군 윤락녀 피살사건(99년2월)등 수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장기간 답보상태에 있는 사건들도 있다. 12월 들어 발생해 미제사건 집계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인 강력사건도 2건이나 있다. 지난 2일의 여주농협 금고털이 사건과 15일 남양주의 지문이 잘려나간 30대 여인 나체 피살사건은 아직도 별다른 단서조차 찾아내지 못해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러한 미제사건들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일뿐 그밖에도 해결되지 않은 작은 사건들은 부지기수다. 이같은 강력사건의 수사미진 원인은 초동수사의 미흡 등 수사능력 부족과 업무과중, 과로로 인한 사기저하 등이 지적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경찰당국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수사본부나 전담반을 편성하는 것이 상례로 대부분 1∼2주간은 전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에 진전이 없으면 수사력을 슬그머니 다른 사건수사에 투입하고 단지 간헐적으로 수사보고서만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수사로 사건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범죄수법은 날로 지능화하고 있으나 수사능력과 장비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유사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상급부서의 질책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건을 축소하려 하거나 비슷한 수법의 다른 사건과의 연계성을 애써 부인하는등 초동수사 단계서부터 수사방향을 잘못 설정하는 예도 흔하다. 우범자들은 경찰이 강력범을 신속하게 과학적으로 잡아내지 못하면 수사력을 얕잡아 보고 제2·제3의 범행을 쉽게 저지르게 된다. 미제사건이 많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예방경찰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경계할 일이다. 치안당국은 민생치안을 기필코 확립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시 다지고 어떤 범죄라도 이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방범·수사활동에 더욱 분발할 것을 촉구해 둔다.

연안항로 운영, 지자체가 맡아야

인천항특별위원회가 획기적인 건의사항을 내놓았다. 현재 정부에서 갖고 있는 전국의 연안항로 운영권 중 단일 지역내 연안항로 운영권을 해당 광역시·도로 이관해야 한다는 건의사항을 채택한 것이다. 본란은 인천항특별위원회의 건의사항에 공감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지하고자 한다. 인천 앞바다에는 수많은 섬들이 산재하여 있다. 하지만 연안항로의 면허권 및 운항 감독권을 해양부가 갖고 있는 이유로 늘어나는 수송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특히 인천시에 감독권이 없어 불법영업이나 안전수칙 미이행 등을 제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시·도를 넘어 운송되는 역외 항로의 면허권과 감독권 등은 기존과 같이 정부에서 갖되 이를 제외한 단일 지역내 연안항로에 대해서는 관할 시·도로 시급히 이관해야 한다는 인천항특별위원회의 건의는 지극히 타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동안 경기부진에 따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인천항이 2002년 월드컵 특수와 관세자유지역 지정, 그리고 한·중 컨테이너 항로개설 등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시기여서 그 시의성이 매우 적합하다고 본다. 내년 3월 중구 북성동1가 251만5천71㎡가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 운영되고, 이 지역안에서는 관세·부가세 등 각종 간접세가 면제된다고 하니 인천항을 통한 물류 이동이 크게 활성화될 게 분명하다. 여기에 내년 5월31일 월드컵 대회에 앞서 세계 각지를 운항하는 싱가포르 크리스탈크루즈사의 크리스탈심포니호와 하모니호 등 1만5천t급 등 초호화 유람선이 대거 입항할 예정이라고 하지 않는가. 국가로부터 인사와 재정이 독립된 항만공사제(Port Authority)가 내년중으로 도입되고 단일지역내 연안항로 운영권이 인천시로 이관된다면 인천항은 개항 이후 최고의 열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만에 하나라도 권력을 광역시·도에 빼앗긴다는 개념을 가져서는 안된다. 지방정부에 행정권한을 적절하게 이관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제도이며 나아가 국가가 발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인천항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광역단체에 지역내 연안항로 면허권 부여 및 감독권 이양’등을 골자로 한 11건의 건의사항이 더욱 심도있는 의결을 거쳐 곧 바로 정부에 전달되기 바란다.

안양천 살리기 성공하려면…

맑은물 대책은 수자원 보존차원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 과제다. 특히 먹물 같은 폐수로 가득차 수도권 도심을 흐르는 안양천의 수질개선은 더이상 미루거나 시간을 끌 수 없는 절박한 문제다. 군포 의왕 안양 광명 등 도내 7개 시와 서울의 7개 자치구 지역을 관통하는 안양천이 시커멓게 썩어가고 죽은 하천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져 있으니 이보다 더 심각하고 중대한 일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런 때에 경기도가 2010년까지 1조1천억원을 투입, 총연장 32.4㎞의 안양천을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살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개의 하수종말처리장을 신·증설하고 하수관거 등 환경기초시설을 건설, 수질을 상류는 3급수 수준인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5PPm, 중류는 5급수 수준(10PPm이하)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 대책이 사전 예방보다 오·폐수처리장 건설 등 사후 대응에 더 치중함으로써 과거처럼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맑은물 대책의 기본 전제로 오염원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가를 인식하는 일이다. 과거 정권 때 수천억원을 퍼붓고도 맑은물 사업이 실패로 끝난 것은 지자체들이 강과 하천변에 음식점 등 오염시설을 앞다퉈 허가해줬고 공해공장의 난립을 방관했기 때문이다. 시설투자 또한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 환경시설 확충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폐수 등 하수관로가 미비한 상태에서 하수처리장 건설에만 급급했고, 사후관리도 부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양천의 경우 지자체들의 독자적인 사업추진으로 안양천 전체에 대한 수질개선이 체계적으로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안양천 주변 등 인공시설이 들어설만한 곳은 공동주택 단지와 공장 식당 등 각종 오염시설로 거의 메워져 있다. 그런만큼 더 이상 오염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하는 한편, 이미 들어선 오염원에 대해선 감시기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규격에 맞는 정화시설을 갖추도록 함은 물론 그 시설들이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감시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수질기준에 위반하는 시설은 아예 폐쇄시키고 야간이나 장마때 비밀 배출구를 통해 오폐수를 방류하는 행위도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적극대책으로 현재 들어서 있는 고질적인 오염원들을 단계적으로 철거 또는 이전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산국회 유감

새해 예산이 내일쯤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라고 한다. 새해 예산 집행시점을 불과 12일 정도 앞서 놓고 예산이 통과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산통과 법정 기일인 12월1일은 지난지 이미 오래되었다. 입법행위를 주 업무로 하고 있는 국회의원 스스로 헌법에 규정된 예산통과 법정 기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누구한테 법을 준수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임시국회까지 개회하여 예산안을 심의한다고 야단을 떨고 있으나 현재 진행중인 예산심의를 살펴보면 과연 누구를 위하여 예산심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다. 무려 112조5천억원에 달하는 방대한 예산이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것이고 또한 국민들이 내는 세금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세수부담을 줄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여 세금을 줄여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구 민원을 예산에 반영키 위하여 오히려 1조원 정도를 증액 요구하고 있다니 과연 누구를 위한 예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공개석상에서는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최대한 보호한다고 하면서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여야 된다고 큰소리로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들의 선거구와 관련된 사업을 챙기기에 정신이 없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의 경우 해당지역 국회의원들 단체명의로 지역의 고속도로 건설을 위하여 1천억원의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지역간의 기싸움을 하는 곳도 아닌데 집단이기주의 형태로 증액을 요구하니 모양이 좋지 않다. 예결산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 운영은 더욱 실망스럽다. 지난 해 조정소위는 국민들과 시민단체 요구로 회의진행이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밀실에서 여야가 나눠먹기식의 예산심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 하에 공개된 것이며 의원들도 진일보한 국회상을 보인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올해는 웬일인지 비공개로 소위를 운영하고 있다. 불과 1년전에 한 약속을 의원 스스로 뒤집고 있으니 이런 예산 국회가 어디 있는가.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예산 심의도 국민을 위하여 해야 되며 또한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이나 달성키 위하여 지역구 사업이나 챙겨서는 안된다. 예결위소위도 공개하여 떳떳한 예산심의를 하기 바란다.

마권세 지방세입을 줄여?

국내 지방재정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국가재정(64%)대 지방재정(36%)의 비율이 무려 28%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지방재정이 더 큰 일본의 45.4% 대 54.6%에 비해 천양지차이다. 조세중 지방세 비율은 19.2%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의 36.9%, 미국의 45.7%와는 비교가 안된다. 잘못된 국세위주의 세제개편이 요청된다. 국세위주의 세제를 뜯어 고쳐야 할 시기에 오히려 마권의 지방세수를 낮추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중앙정치권에서 발의하는 것은 해괴하다. 발매액의 10%인 지방세수를 6%로 인하하는 개정안은 경기도의 경우만해도 연간 4천243억원에서 1천697억원이 줄게 된다. 지방세수의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는 2천725억원의 손실을 가져온다. 경마고객에 대한 현행 환급률(72%)을 올리고 축산발전기금을 증대하기 위한다는 제안사유는 일견 그럴듯 해보이지만 실은 그를 이유로 지방세수를 삭감할 이유가 못된다. 마권세입에서 2%의 농어촌특별세가 나간다. 정 축산발전기금을 증대할 요량이라면 마사회 수익금으로 나가는 10%에서 기금도 늘리고 환급금도 늘리는게 순리다. 지방세수와 마사회 수익금이 다 같은 10%인데서 지방세수를 4%나 무 자르듯 잘라내는 것은 중앙우위의 편의적 발상이다. 마사회의 방만한 예산집행은 오늘의 주제가 아니므로 자세히 언급지 않겠으나 이미 감사원 감사에서도 수차 지적된 바가 있다. 돈이 남아돌아 흥청망청인 마사회 수익보다 지방재정을 더 가볍게 보는 국회의원들의 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 역시 지방출신의 국회의원이다. 지방재정을 원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차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지방자주재정의 확립은 궁극적으로 지방자치를 성공시킨다. 지방재정 발전은 또한 지방자주재정으로 가는 이정표다. 자율성, 효율성, 형평성, 종합성을 기본가치로 하는 지방재정 발전의 모색은 결국 지방재정 자립기반의 확충, 재정자주 권한의 확대, 중앙과 지방의 연계강화, 지방재정 격차의 완화, 지방재정 운용의 제고 등을 목표로 한다. 이에 예견되는 지방세 및 재정에 관한 여건과 환경변화를 대응, 관련법규를 개선해야 할 시기에 개악을 들고 나서는 입법추진은 경악할 일이다. 본란은 이같은 입법추진의 저의가 심히 마땅치 않는 모종에 있다고 보아 강력히 항의한다. 시대는 전진한다. 이를 거역하고 퇴행코자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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