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분리 절대로 안된다

평개항한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은 평택항이 지금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조속히 발전시켜 21세기에 황해권을 리드하는 항구로 키우는 것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항구를 총력을 기울여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지역이기주의에 얽매여 분리하자고 하면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면 과연 평택항이 제대로 발전하여 황해권의 주도적인 항구로 발전하겠는가. 최근 해양수산부는 평택항을 당진항과 분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평택시민은 물론 경기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27일 평택항 분리 결사반대 범시민투쟁위원회는 시의원을 비롯한 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서명작업을 함과 동시에 서울로 올라가 해수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였다. 한편 경기도 역시 임창열 지사가 평택에서 기자회견을 통하여 분리의 부당성을 열거하면서 정부측에 신중한 검토를 주문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평택항 분리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 황해권의 주도적인 항구로 발전하기 위하여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다른 항구와의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다. 때문에 지금 세계 각국의 주요 항구는 대형화 추세에 있다. 항구를 여러개의 소규모 항구로 분리할 경우 각종 시설과 관리 비용이 추가되어 예산의 낭비만 초래하며, 따라서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닌가. 가뜩이나 망국적인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정치는 물론 사회전반에 걸친 발전 동력을 스스로 저하시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개항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항구를 발전시킬 생각은 않고 밥그릇 싸움이나 하려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발상이다. 경제문제에 있어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발전이 저해받는다. 해양수산부는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분리안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 말고 관세자유지역 지정, 장기적 투자계획의 조속한 이행 등을 통한 발전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된다. 경기도 역시 적극적으로 분리반대 운동을 전개함과 동시에 평택항 발전을 위해 도의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평택항 분리는 더 이상 논의되지 말기 바란다.

민생법안 외면하는 국회

서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서민법안들이 국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탄식까지 나온다.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인 상가임대차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 파산법, 이자제한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주요 서민법안은 이미 3∼5개월 전에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러나 이들 민생법안 가운데 상가임대차보호법만 두 차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을뿐 나머지 법안들은 아예 심사일정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이 서민법안들은 한결같이 시간을 다투는 주요한 것들이다. 지난해 10월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정원이 이뤄진 뒤 상가에 세든 상인들이 보증금과 권리금 등을 떼인 피해사례 접수가 1만4천여건에 이른다. 금융기관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이 막바지 수단으로 연리 300%까지 받는 사채를 쓰고 결국 이자를 갚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는 절박한 실정이다. 임대아파트 건설회사의 파산으로 보증금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입주자도 올해 들어서만 7만여호, 20만여명에 이른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들이 급증하면서 문제가 됐던 세입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월세전환 금리를 줄이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나 30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한 신용정보보호법도 서민 생활과 직결된 법안이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서민 법안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공분보다는 이젠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물론 교원 정년 연장 등 몇 가지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날카롭게 갈라지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 및 남북관계와 관련된 법안이어서 대립 양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민생법안은 심사도 안하면서 무슨 ‘서민을 위한 정당’이며 ‘국민 우선 정치’인가. 일년내내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정기국회 막바지에 와서도 중요 서민법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 정치권은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오히려 서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대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곧 여야가 정신을 차리고 추진하면 정기국회회기내 처리가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 나라 정치권이 서민들의 고통을 언제까지 외면하는가를 서민들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정치권이 노리는 그 ‘표 ’는 서민층에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아마 모르고들 있는 모양이다.

사회를 밝게 하는 善人

들인심이 점점 각박하고 살벌해지는 세태에 평생 땀흘려 모은 재산을 불우 이웃을 위해 내놓는 독지가들의 선행이 세파에 시달린 메마른 가슴들을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다. 고양 노(老) 유학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 5억원 기탁과 안산의 ‘얼굴없는 의인’의 매년 1억원대 성·금품 기증 미담은 아귀다툼의 이기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보내주고 있다. 이들의 쾌거에서 우리는 동기의 순수함과 행동의 진지함을 읽게 된다. 한결같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들은 그만한 돈을 벌게 해준 것이 바로 다름아닌 우리 사회라는데 눈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자기를 감추거나 낮추면서 매년 거액의 성금을 이 사회에 내놓는 선행에서 사회의 앞날에 희망을 갖게할 박애정신의 든든한 싹을 보게 된다. 공익을 위해 돈을 내놓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재난을 당하면 의연금을 기탁하는 행사도 연례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칠순 유학자의 헌납과 익명의 기탁자를 보면서 감동을 받는 것은 이른바 재산의 사회환원이나 사회봉사라는 이름으로 내심 반대급부를 계산하는 일부의 매명(賣名) 행위와는 전혀 다른데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노동으로 시작해서 건재상을 하며 젊어서 자신의 묘 자리로 사놓았던 땅이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돼 받은 보상금 5억원 전액을 고양시에 기탁한 78세의 이경무옹은 ‘내 재산이라 하더라도 내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믿음에서 내놓았다고 한다. ‘홍익인간을 실천하기 위한 작은 행동’이었다며 앞으로 가난했던 유·청년기의 역경을 딛고 마련한 5만여평의 땅(시가 50억원이상)도 현금화되면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내놓겠다고 밝혀 또한번 주위를 감동케 했다. 10여년전부터 농사꾼 차림으로 매년 1억여원 대의 성금과 물품을 안산시에 기탁해온 얼굴없는 의인도 감사표시를 하려는 주변의 노력을 뿌리치고 한사코 익명을 고집함으로써 동기의 순수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특히 우리 사회의 부(富)를 크게 나눠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사회복지에 앞장서 주기를 당부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갈등이 재화의 편재에서 온다는 점에서 그렇고, 오늘날의 빈곤층 구제가 국가에만 맡겨 놓기에는 여전히 힘겹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우리는 위와같은 독지가들의 선행이 계속 늘어나 우리 사회의 구석진 응달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촉매제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국민보다 방송을 위하는 정부

문화관광부의 방송정책은 도대체 시청자 위주인지, 아니면 방송사 위주인지 묻는다. 방송사의 광고 임의편성 추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방송사 편익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광고를 프로그램 시간의 10%이내로 해온 제한을 풀어 1일 총량규제로 완화하는 것은 공익성을 크게 해치기 때문이다. 광고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심야나 조조시간, 즉 C.D시간대의 값싼 광고는 비교적 적게 내보내면서 광고효과가 높은 저녁이나 아침 S.A시간대의 값비싼 광고만을 집중적으로 쏟아낼 수 있게 하는게 광고총량제 도입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방송사간에 광고수입과 직결되는 시청률 경쟁이 더욱 심하게 불붙고, 시청률 과다경쟁은 결국 저질프로그램 양산을 유발할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너무나 뻔하다. KBS, MBC, SBS 등 TV3사는 3년전에도 편성 임원회의를 갖고 ‘소모적 시청률 경쟁 지양’을 다짐하면서 드라마 축소 등 공익성 강화를 선언했으나 그간의 사정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의 TV광고 총량제 도입은 프로그램 방영 중간에도 광고를 내보내게 하는 것으로 지난 1월 추진하다가 세찬 반대 여론에 부딪혀 유보한 중간광고 허용방침을 다시 변칙 허용하려는 것밖에 안된다. 이에 일본의 TV방송도 중간광고가 허용되는 점을 들어 반박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의 TV는 NHK를 제외하고는 상업방송임을 자처하고 있다. 국내 TV방송 또한 아예 상업방송을 자임하고 나서면 또 모르겠다. 영색이 저마다 공영방송이라고 입만 벌리면 강조하고 나서는 터에 상업방송 위주의 광고총량제는 결코 타당하다 할 수 없다. 정부가 프라임 타임대에 광고 집중배치를 허용하려는 이유로 내건 지상파 방송3사의 디지털 전환비용과 월드컵 광고특수는 당치않다. TV3사의 연간 순이익은 각 1천억원대에 이른다. 디지털전환 비용을 굳이 필요 이상의 소비자 과잉부담으로 돌아가는 광고비 증대로 충당하려는 발상은 정책입안의 오류다. 월드컵 축구대회의 광고특수는 총량제가 아니라도 능히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방송사측이 누구보다 더 잘안다. 문화관광부가 가뜩이나 흑자경영으로 예산이 방만한 TV방송사에 광고수입을 더 올려주지 못해 안달인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이상하다. 더 이상 공연히 고집하면 일부에서 대선을 앞두고 의아스런 시선으로 보는 방송시녀화 첩지의 우려를 사실화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회 예산심의 제대로 하고 있나

정기국회가 종반을 치닫고 있다.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내년도 예산심의이다. 내년도 국가 살림규모를 결정한 세입과 지출에 관한 예산안의 심의는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의 입법행위 중 가장 큰 기능의 하나다. 그러나 현재 국회의 움직임을 보면 과연 국회가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또는 헌법에 규정된 법정 기일을 준수할 지 의문이다. 현행 헌법 54조에 의하면 국회는 회계년도 30일 개시 이전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도록 되어 있다. 만약 이 때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도 예산집행에 있어 차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법정기일의 준수는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조항일 뿐만 아니라 국회 스스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따라서 이 조항에 의하면 국회는 오는 12월1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예산통과의 법정 기일인 12월1일은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국회가 5일 동안 112조5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안을 제대로 심의하여 법정기일 내에 통과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국회는 매일 관련 상임위와 예산결산위원회를 개최하여 예산심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 예산계수소위는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도 문제로 인한 여야간의 공방은 별로 보도되고 있지 않다. 현재 국회의 관심은 예산심의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여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함으로써 리더십 공백에 의하여 당내 세력간의 파워게임만 계속되고 있어 국회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실질적으로 국회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도 교원정년 연장, 검찰총장 국회출석문제 등과 정치적 문제에 집착하고 있어 예산심의는 뒷전인 양상이다. 국회가 스스로 헌법에 규정된 사항을 준수하지 못하다면 이는 국회 스스로 위법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다. 더구나 예산심의는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발전 계획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인데 겉핥기식으로 대충 심의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 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막판에 허둥대면서 정치적 타협에 의하여 일괄 처리되는 방식으로 심의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부터 야간국회를 열어서라도 예산심의를 하여야 된다. 법정기일은 반드시 지켜져야 되며, 동시에 국민의 편에서 낭비가 없는 예산이 되도록 철저한 심의를 해야 된다.

대형 국가사업들 왜 안하나

경기도지역에서 추진중이던 대형 국가사업들이 수년째 지지부진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파주 통일동산 조성과 일산대교 건설,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시대에 대비할 목적으로 1990년대부터 파주시 탄현면 일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통일동산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3차례나 연기됐으나 여전히 그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총 168만평 중 50여만평이 분양조차 되지 않았고, 분양된 땅도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공원묘지 등을 빼곤 황량한 벌판으로 방치돼 있다. 일산대교 건설도 마찬가지다. 날로 심각해지는 고양·파주시 일대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가 1999년에 1천312억원의 민자를 유치, 일산신도시 이산포 I C와 김포시를 잇는 1·8km의 일산대교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당초 경기도는 1999년 말 착공에 들어가 2005년말 완공하기로 하고 (주)대우건설 등 6개사 컨소시엄과 일산대교 건설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컨소시엄측이 전체 공사비 1천312억원 중 108억원을 도비로 지원해주기를 요청했으나 경기도가 거부하면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획조차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비용 분담 문제를 놓고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줄다리기를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울∼춘천 전구간(85·2 km) 중 청량리∼마석구간(27·2 km)이 늦어지고 있는 이 사업은 주무부서인 건교부가 서울시와 남양주시에도 공사비를 부담시키기 위해 광역전철화 사업을 고집하고 있으나 서울시와 남양주시 등이 재원부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국가사업들이 중단되고 있는 것은 사업계획 당시 관계 기관간의 협조없이 정부가 무리한 청사진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파주 통일동산의 경우 정권 교체 속에 주무부서인 통일부와 문화관광부가 당초 계획을 보류한 탓으로 사업진도가 늦어지고 있다. 일산대교 역시 2003년까지 고양 국제전시장과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건설지연에 따른 심각한 교통혼잡이 예상된다. 사전에 면밀한 검토없이 무리한 계획을 세워 놓고 뒤늦게 예산 부족만을 탓하는 이런 국가사업들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들이어서 계속 지연될 경우 다른 산업에 까지 막대한 폐해를 준다.

震檀학회, 화성 ‘古典’심포지엄

진단학회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4일 수원서 가진 ‘화성성역의궤의 종합적 검토’ 심포지엄은 전례드문 백미의 문화행사다. 1934년 창시된 유서깊은 진단학회가 1973년부터 스물아홉해 동안 해마다 가져온 올 29회 한국고전연구 심포지엄을 화성의 설계 및 공사시행 종합보고서 격인 ‘화성성역의궤’간행 200주년을 기념해 주제로 선정한 것은 뜻깊다. 조선조가 유일하게 건설한 지방 도시계획의 신도시, 화성 축성이 완공된 해가 지난 1996년으로 200주년인데 이어 2000년은 조선왕조 후기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정조가 붕어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제 화성을 199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데 결정적 사료가 된 ‘화성성역의궤’발간 20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고전의 가치를 집중 조명한 것은 학계의 경사이며 화성을 지닌 지역사회의 긍지가 아닐 수 없다. 총괄적 고찰이라 할 ‘화성성역의궤의 구성과 역사적 의의’(최홍규 경기대교수), 군사적 측면으로 검토한 ‘정조대 오위체제 복구론과 화성방어 체제의 개편’(노영구 서울대교수), 자재 및 인력 조달을 분석한 ‘화성성역에서의 물자 확보와 부역노동’(조병로 경기대교수) 등 역사학자 3명과 미술 및 건축사적 측면의 ‘화성성역의궤범의 회화사적 연구’(박정혜 홍익대교수), ‘화성성역의궤범에 나타난 건축사적 의미’(김동욱 경기대교수)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포지엄은 화성을 입체적으로 검토하기에 충분하였다. 당시엔 일종의 보고서인 ‘의궤’를 필사본으로 썼던 관행과는 달리 정조가 유달리 최초의 활자본 의궤로 많은 도설까지 그려 남긴 화성성역의궤는 역사적 의의와 함께 미술사 건축사 분야에까지 소중한 고전으로 규명된 것은 큰 수확이다. 1796년 준공된 화성은 ‘동서양을 통해 고도의 과학적 특성을 고루 지녔다’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측의 평가를 듣고 있으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18세기 군사건축물로 유럽과 극동지역 성곽의 특징을 함께 갖춘 독특한 역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국민과 수원시민은 화성을 가까이 하면서도 막상 잘 몰랐던 축성의 깊이있는 내역을 이에 관련한 고전 심포지엄을 통해 폭넓게 알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이를 알기쉽게 간추려 대중에게 접근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심포지엄이 있기까지 우리 고장 출신이며 서강대교수인 홍승기 진단학회 회장이 베푼 많은 노고에 감사하며 아울러 경기문화재단에 격려를 보낸다.

거야정국의 책임

여소야대의 국회운영이 좀 이상하다. 한창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원정년연장법안의 소관 상임위 통과를 두고 말하는 것 만은 아니다. 지난 재보선 선거에서 야당이 완승한 이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몸을 낮추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본란은 밝힌 바가 있다. 그랬던 한나라당 총재가 작금에 와선 낮췄던 몸을 갑자기 높여 군림하려 드는 인상을 주는 것은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난데없이 선 국정쇄신 후 청와대회담으로 당초의 말을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제반 국정을 위해 회담을 갖기로 기왕 작심했으면 갖는 게 거야 총재의 금도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이유를 달아 새삼 압박하는 정략이 과연 합당한지는 의문을 자아낸다. 만약 대통령과 갖는 회담에서 요구한 자신의 국정쇄신 방안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가 있다면 그에 대한 대처는 그 다음 차례의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가 아직은 베일에 싸여 있다고 보는 관측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이를 부정적 정치대응 요인으로 삼아서는 졸렬하다. 과거의 민주당이 자민련을 우당삼아 수의 우위로 밀어부친 것을 이회창 총재가 마땅치 않게 여겼다면 이제와서 민주당서 일탈한 자민련과 연대하여 수의 우위로 밀어부치는 것 역시 민주당 행태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못하면 되레 민주당의 실정을 한나라당이 함께 뒤집어 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흔히 정치를 가리켜 예술이라고도 말한다. 이 잠언에 의미가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이총재가 예술적 정치작품을 창출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야당의 원내의석 다수 소임은 집권을 주도하는 대통령을 견제하는데 있는 것이지, 대통령의 시책을 근원적으로 방해하는데 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대통령책임제를 보는 본란의 판단이다. 검찰총장등의 탄핵문제도 그렇다. 사퇴를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탄핵안 발의로 몰아부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야당이 대통령의 국정에 사사건건 원내의석의 힘을 빌려 간여하려 드는 것은 대통령책임제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원내 거야의 힘을 견제와 협상으로 조정, 국민생활을 편안하게 할줄 알아야 할 것으로 안다.

내신성적 조작한 빗나간 교사

참으로 개탄과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안산의 어느 현직 중학교 교사가 수험생 2명의 성적을 조작,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외국어고교에 원서를 접수했다가 합격이 취소된 것은 입시행정 자체가 농락당한 것과 다름없다. 특수목적고의 입학전형이 필기시험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악용, 성적순위까지 위조의 표적에 이른 도덕성의 타락이 한심스럽기 그지없지만 더욱 기막힌 것은 입시관리가 이 정도로 허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문제의 교사는 학급을 맡은 담임교사가 아닌 미술담당 교사로 외국어고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 2명의 원서를 평소 알고 지내던 학부모로부터 전달받은 뒤 담임교사의 도장을 위조, 5개 과목의 2·3학년 석차를 상순위로 조작했다. 원서에 담임교사의 도장만 찍히면 확인과정 없이 교감을 경유, 행정실에서 학교직인을 찍어주는 허술한 절차를 악용한 것이다. 서류전형의 생명은 내신내용의 철저한 정확성과 공정한 심사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구나 우수학생을 선발, 특수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고의 입학전형은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막중지사라는 데서 한치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도록 ‘정확·공정’에 만전을 기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내신성적이 멋대로 조작됐고, 우수학생이 떨어진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학생과 담임교사의 확인으로 조작사실이 밝혀져 합격이 취소되는 혼란을 빚게된 것은 입시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린 중대사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석차조작 교사의 형사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해당 중학교의 관리소홀 책임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입학원서와 내신성적 확인서 관리에 그토록 소홀했다는게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담임교사가 작성한 내신서를 교감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데다 원서접수 고교에서도 진위여부 확인과정이 없다면 입시관리 체계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당학교 못지않게 교육당국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대입을 겨냥한 일선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 사례가 있었음을 감안, 모든 학교에 주의를 환기시켰어야 옳았다. 해당 학교의 책임자에 대한 응분의 인책과 함께 다른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장치를 강구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같은 불상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부와 각 학교는 이번 사건을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문화재관리법 강화하라

문화재 관리의 부실과 허점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는 본란이 또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은 백번을 거듭해도 지나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부적정한 문화재 관리 체계다. 문화재청은 국가지정 문화재 보존·관리 활용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는 기본계획에 따른 세부 시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과 시·도는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어 문화재 보존·관리 업무가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 지역에서의 건설공사 등에 대한 허가기준도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문화재 발굴·조사는 또 어떠한가. 문화재청은 매장 문화재 보호를 위해 1999년 3만㎡ 이상의 대형 건설사업에 대해서는 공사 착공 전 지표조사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지표조사대상 사업에 대한 현황 파악도 안돼있을뿐 아니라 지표조사를 하지 않고 사업을 시행, 매장문화재가 훼손되거나 공사 시행중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된다. 문화재 관광자원화사업 부실도 그렇다. 문화재청은 2003년까지 시·도에 85억원을 지원, 문화재 안내판 정비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시·도에서는 일반인이 알기 쉽게 안내문안을 작성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 전문용어를 계속 사용하거나 문법도 틀린 안내판을 작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정 문화재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어 보존할 필요성이 있는 근대건축물에 대해 문화재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아무리 지침을 보내도 대상건축물 현황만 파악하는체 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비해 근대건축물의 문화유산 등록은 너무 늦게 이뤄진다. 보수공사가 정작 시급한 곳은 놔두고 다른 곳을 손대는 엉터리 보수·정비 사업은 또 어떠한가. 인력이 부족하여 발굴유물조차 관리하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문화재청이 소위 특권부서가 아니라서 ‘물’로 보는가. 문화재가 홀대받는 국가는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와 시·도는 물론 시·군에서도 문화재관리 업무를 중요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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