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문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될 사회적 문제이다.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장애인들을 우리가 보호하지 않으면 그들은 사회에서 낙오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사회발전에 저해될 수도 있다. 장애인 보호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단순한 동정심이나 지원이 아니라 그들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워 줄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장애인 고용 관련법등을 통하여 장애인 고용을 총정원의 2%로 의무화시켰다. 이는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줌으로써 그들이 일반인들과 더불어 삶을 영위하고 또한 평등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사회적 배려를 규정한 것이다. 사실 장애인들을 고용한 직장에서 일반인들에 비하여 손색없이 일을 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런 장애인들에 대한 의무 고용은 무엇보다도 정부나 공기업이 앞장서야 된다. 정부나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들이 장애인 고용에 있어 솔선 수범할 때 일반 사기업도 따르게 된다. 그러나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정부 부처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공기업들이 오히려 장애인 의무 고용 규정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84곳에 고용된 장애인 수가 4천4백여명으로 정체 공무원의 1.61%이고 88개 공기업에는 1.84%이다. 특히 헌법 기관 4개의 경우 장애인 고용률은 불과 0.63%밖에 되지 않아 과연 이런 곳이 정부기관인가 의심할 정도이다. 물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실시 이후 처음으로 1%가 넘어섰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상당한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인정되지만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위하여 정부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말로만 의무고용 확대를 외치지 말고 정부는 사기업도 의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된다. 장애인 고용촉진공단의 기구와 조직 등의 전면 개편을 통하여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된다.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희망찬 미래를 살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에 최우선을 두기 바란다.
잘 싸웠다. 어제 오후 대구 월드컵축구장에서 가진 한국 대 미국과의 일전은 1대1로 비겼으나 잘 싸웠다. 볼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우리가 월등히 앞섰다. 게임을 거의 주도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없지 않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많이 놓쳤다. 페널티 킥도 실축했다. 선취점을 내준 것은 천려일실의 수비 허점이었다. 우리측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서는 노마크 찬스가 되도록 상대의 공격수, 즉 사람을 놓친 것은 순간적 방심이었다. 이런저런 실책 때문에 게임을 주도하면서도 흐름이 끊기곤하여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선수들도 컨디션이란 게 있다. 실책은 미국 선수들에게도 있었다. 전반전에서 황선홍선수의 유혈은 가슴 뭉클했다. 선혈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아도 낭자하였다. 머리를 붕대로 감아 싸고 그라운드를 종횡무진으로 누빈 것은 투혼이었다. 후반전서 안정환선수가 미국팀 문전에 띄운 미드필더의 도움 볼을 높이 치솟으며 머리로 받아 넘기는 고공폭격으로 실점을 만회한 것은 베스트 골 이었다. 안선수가 골을 성공시킨 헤딩 부위는 이마로 황선수가 부상당한 부위와 같다. 동료 선수의 부상을 골로 설욕한 셈이다. 한국 대표팀이 기량 및 전술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룬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대체로 각국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게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이다. 승패의 실력차가 마치 종이 한장 차이와 같다. 자신이 크게 잘해서 보다는 상대의 실책 때문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 한·미전을 별 사고없이 치른 것 또한 다행이다. 역시 성숙된 면모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라운드에서는 상당한 격전이었다. 선수들이 서로 신경이 날카로웠던 때도 적잖았다. 그러나 추한 모습은 거의 없었다. 스탠드도 그렇고 길거리 응원도 비교적 질서정연한 것은 높이 살만하다. 한국팀은 D조 마지막 경기로 오는 14일 인천 문학월드컵축구장서 갖는 포르투갈과의 대전을 남겨놓고 있다. 이 경기에서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1승2무 승점5로 대망의 16강에 드디어 진출한다. 미국에 덜미를 잡힌 포르투갈은 방심만 하지 않으면 우리 역시 해볼만한 상대다. 어쩌면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과 폴란드를 제물삼아 한국과 미국이 나란히 16강에 동반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대표팀은 D조리그의 마지막 일전을 위한 컨디션 조절과 기동력 및 전술력 발휘에 배수진의 각오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국민적 성원의 열기는 여전히 더욱 높아가고 있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강호 폴란드를 2대0으로 격침시킨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오늘 오후 3시30분 대구월드컵 경기장에서 D조 리그 두번째 상대인 미국과 대망의 결전을 벌인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이목이 이제는 대구월드컵경기장으로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브라질의 ‘축구 황제’펠레가 전망했듯이 한국팀은 지난 4일 D조 리그 첫 상대인 폴란드를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폴란드의 예지 두데크도 황선홍·유상철 선수가 발사한 거포를 막지 못했다. 외국의 언론들은 한국축구팀을 일컬어 ‘환상적이다’, ‘탁월하다’‘지극히 강렬한 투지를 보여 줬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4일 있었던 월드컵경기에서 중국이 코스타리카에 2대 0으로 패하고, 일본은 벨기에에 2대2로 비긴 데 비해 한국이 폴란드를 2대 0으로 물리치자 전세계 각 언론들은 “손상된 아시아인들의 체면을 살린 쾌거”라고 보도했다. 한국인이 아시아의 얼굴을 빛냈다는 찬사는 절대 과장이 아니다. “ 16강뿐 아니라 깜짝 놀랄만한 그 이상의 이변도 일으킬 수 있다 ”는 펠레를 비롯한 축구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지금 한국축구의 목표는 이제 16강을 넘어 ‘8강 진출’이라는 평가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폴란드전을 승리로 이끈 한국이 16강에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승리 분위기를 계속 고조시켜 나가는 것은 사기진작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오늘 한국팀과 일전을 벌이는 미국은 현재 FIFA랭킹 순위 13위인 축구강국이다. 1990년 이후 4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이번 월드컵의 우승 후보로까지 꼽히는 포르투갈을 3대2로 꺾었다. 그렇다고 추호도 두려워할 것은 추호도 없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된다. 한국팀이 오늘 미국을 이기면 대망의 16강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는 것이다. 그만큼 미국과의 경기는 중요하다. 거듭 치하하거니와 폴란드와의 일전에서 태극전사들은 정말 잘 싸웠다. 48년만의 숙원을 푼 월드컵 본선에서 첫승을 거둔 여세를 몰아 한국팀이 오늘 미국도 격파할 것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우리 모두 태극전사들의 건투를 믿는다. 태극전사들! 파이팅!
이변의 연속이다. 유럽의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연일 일격을 당해 비틀댄다. 프랑스는 세네갈에 1패를 당한 뒤 우루과이와도 비겨 16강 탈락의 위기에 처했다. 이탈리아는 1승을 따 순항하는가 싶더니 크로아티아에 역전패 당했다.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이었던 인구 5백만여명의 남슬라브족 국가다. 그런가 하면 역시 우승후보 포르투갈이 미국에 1패를 당하면서 한국이 속한 D조를 갑자기 사생결단의 혼전 속으로 몰아 넣었다. 한국이 미국 포르투갈과 모두 비겨 1승2무로 승점 5를 기록하면 조2위로 16강 진출이 가능하나, 만약 두 나라에 1승1패로 승점 6이 되면 16강 진출이 유력하면서도 골 득실을 예상할 수 없어 복잡해진다. 물론 3전승이거나 2승1무면 대망의 조1위로16강에 무조건 진출한다. 우리 대표팀이 폴란드와 가진 1차전 승리에 이어 오늘 갖는 미국과의 2차전은 이래서 더욱 중요하다. 자력 진출의 발판을 굳히기 위해서는 이기고 보아야 한다. 미 본토에서는 경기가 야간 시간대 인데도 실황중계를 기다리는 미 국민들이 많다. 경기를 갖는 대구 월드컵구장에 직접 나가 열띤 응원을 벌이는 미국인들 또한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사정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시작되는 시각이 오후 3시30분이므로 아예 오후 한나절을 휴무하는 업체 등 직장이 많은 것으로 들린다. 오늘은 사실상 ‘월요의 토요일’이 될 정도로 한·미전에 갖는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뜨거운 성원과 무지한 행동은 구별된다. 행여 감정에 치우쳐 이성을 잃는 행위가 있어서는 참된 나라사랑이라 할 수 없다. 스포츠 게임은 어디까지나 스포츠 게임이다. 잉글랜드가 숙적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격침시킨 게임을 가리켜 ‘스포츠 이상이었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스포츠 게임에 그친 것을 두 나라 국민들은 잘 보여 주었다. 미2사단 캠프에서 한국군 카투사들과 미군들이 공동응원단을 구성, 서로가 페어 플레이를 다짐한 것은 참으로 좋은 본보기다. 또 경기장마다 한국인 서포터스가 국경을 초월한 응원을 벌이고 있다. 인구 4백만여명의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이같은 응원에 감격했다. 경기장에는 우리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붉은 악마’의 응원단이 있지만 남을 응원하는 서포터스의 조직적인 응원도 있어 국제사회의 민간사절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의 대전에서 승리를 기약하는 것과 아울러 서로가 잘한 대목에서는 서로가 격려하는 장·내외의 페어 플레이십이 발휘되길 바란다.
민주당의 당권파가 말하는 제2쇄신안은 부질없다. 거국내각 구성은 당의 소관이 아니지만, 설사 청와대에서 들어줘도 내각이 정치적 승부처가 되는 단계가 아니다. 아태재단 헌납, 김홍업씨의 검찰 자진출두, 김홍일의원 탈당 등을 다시 공론화했다. 다 맞는 말이긴 하나 이도 때가 너무 늦었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에도 이 정권의 실정과 비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김심의 적자’란 사실 또한 부인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업보를 당과 후보가 애써 떼어낸다고 하여 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캠프 일각에서 제기되는 DJ밟고 넘어가기를 한다해도 사리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제2의 쇄신 논란은 지방선거 후의 책임 전가를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대선을 이대로 치르기가 곤란하다는 게 당에 갖는 후보진영의 불만이다. 한화갑 대표가 노 후보를 위해 아무리 진력해도 후보측에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지않는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그렇게 판단돼 왔다. 더욱이 정치권은 월드컵 축구대회가 끝난 7월쯤이면 어떤 지각 변동이 있을 조짐이 다분하다. 이 와중에서 후보 교체론과 정계 개편론이 당내에서 맞물릴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장차 당과 후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있다. 민주당이 지금의 틀을 그대로 지키고자 한다면 잔꾀정치로는 안된다. 예컨대 제2의 쇄신안 따윈 시효가 지나도 한참 지난 묵은 처방이다. 민주당이 말하지 않아도 대개는 그렇게 될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감을 가지면서도 대처가 안일한 것은 정신을 덜 차렸다는 것 밖에 안된다. 당이 더 DJ의 사당처럼 보이고 후보의 수사가 진지하지 못해서는 정치적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들어 노 후보가 “판사와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지낸 나를 검증하려 든다면 짜증이 난다”는 말 같은 건 더 해서는 안된다. 당은 실정과 비리로부터 도피하려 할수록이 더 무책임해진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당이나 후보나 모두가 책임지려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 대한 사과 한마디 들어보지 못했다. 민주당이 진실로 국민을 두렵게 안다면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데서부터 재출발 해야한다. 민주당이 요구받는 당면 과제는 자체의 변화다. 후보 역시 예외 일 수 없다.
지방자치란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그 지역의 일은 그 주민 스스로 결정, 집행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6·13지방선거로 곧 제3기 민선 자치가 출범하고 지자제가 정착단계에 들어가야할 시기에 아직도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분권화가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지방자치제가 미숙상태임을 방증한다. 그간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이다. 관료적 권위주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행정 서비스가 다양해졌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반면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자체끼리의 갈등, 인기주의의 행정, 지역 및 집단이기주의의 확산 등과 같은 부정적 측면도 함께 드러났다. 그러나 지방분권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다. 21세기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전략적 차원에서도 지방자치의 정착은 시급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제의 전제조건인 자치여건은 상당부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과거 중앙집권시대의 법령 제도와 관행도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최근 행자부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조사한 법령상 국가사무 중 지방으로 이양되어야 할 사무는 2천200여건에 달한다. 그동안 중앙부처가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하나 아직도 지자체가 관장해야 할 권한과 사무를 상당부분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혹시 중앙부처의 권한이양 지연이유가 그동안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몸에 밴 권위주의와 독점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지자제 발전을 위해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자체들의 미숙성을 구실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면 이 역시 단연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분할이 명확해야 하고 조직과 인사의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같은 이유에서 자치권 확대를 위한 관계법령의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식의 개선이다. 아무리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할 단체장의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헛일이다. 주민이 어떤 대표를 뽑느냐가 지방자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의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오늘은 현충일이고 오는 25일에는 한국전쟁 기념일이다. 그러나 월드컵과 같은 큰 행사로 인하여 호국영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저조한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오늘 현충일행사로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추념행사가 예년과 같이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많은 정부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고 전국방방곡곡에서 역시 각양각색의 호국행사가 거행되고 있으나, 과거와 같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조국에 몸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동시에 먼저 가신 님의 묘지를 찾아 새삼 슬픔을 가누고 유가족들에게 한없는 위로를 보낸다. 호국의 달을 맞아 최소한 이번 한달 만이라도 조국을 위하여 귀중한 생명을 바친 선열들에 대한 최대한의 감사와 애도의 표시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우리들이 오늘과 같이 안정되고 풍요한 삶을 누리고 있는 데에는 조국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초개같이 버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조국애 덕분이다. 그들은 특히 한국전쟁과 같은 전장에서 적과 싸우면서 조국을 지켰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조국은 세계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오명 속에 국가안보를 항상 걱정하고 있다. 휴전선은 지금도 남북을 갈라놓아 같은 동족이면서도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으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과거와 같은 긴장상태는 아니지만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남북관계는 언제나 돌발적인 변수에 의하여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더구나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국가 이익과 결부시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주변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호국영령에 대한 보답은 우리 스스로의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이며, 이는 월등한 군사력의 강화이다. 그러나 군사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상호 신뢰와 일체감 속에서 민족발전의 사명감을 가지고 내적 충실을 기하는 것이다.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서로를 포용하며 세계 속에 한국을 건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월드컵본선 첫 승리에서 보여 준 자신감과 하나됨을 호국에 대한 국민적 의지와 결부, 새로운 한국을 건설하는 것이 고귀한 선열들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올들어 처음으로 엊그제(5일) 도내 12곳에서 발령된 오존주의보가 어제 또 다시 발령돼 비상이 걸렸다. 의정부지역에서는 5일 시간당 평균 오존농도가 주의보 발령기준(0.12ppm)을 초과한 0.124ppm을 기록했다. 이어 평택·김포는 오후 2시, 수원·성남·구리는 오후 3시, 안양·안산·과천·고양·군포·의왕은 오후 4시를 기해 각각 주의보가 발령됐다. 특히 월드컵 미국과 포르투갈 경기가 열린 수원시 권선동에서는 오후 3시 0.122ppm을 기록했고, 경기 시작 한시간 뒤인 오후 7시까지 주의보 발령이 계속됐다. 오존주의보 발령은 한국대표팀이 강호 폴란드를 격파, 본선 진출 반세기 만에 첫승을 올려 온 나라가 감동과 열광에 훔뻑 빠져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씁쓸하고 개운치 않다. 수원 등 수도권 공기를 이대로 두고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체면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을 꿈꿀 수도 없을 것이며 삶의 질을 말할 수도 없다. 이미 알려진대로 오존은 대기중에서 햇빛에 의해 자연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들어 있는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류 등이 대기오염물질과 햇빛에 의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발생한다. 오존은 공기중 농도가 0.12ppm을 초과하면 호흡기와 눈을 자극해 기침이 나거나 눈이 따끔거리게 하며 심할 경우 폐기능 저하를 초래하고 특히 노약자나 심폐질환자에게는 큰 피해를준다. 오존 오염으로 인해 월드컵 경기를 보러 온 외국인들이 이같은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그동안 ‘환경 월드컵’을 표방해 쾌적하고 청결한 대회가 되도록 시민들의 협조를 강조해왔다. 월드컵 개최도시의 자동차 강제 2부제 실시도 교통난 완화는 물론 대기 오염원을 줄이자는 데도 목적이 있다. 오존발생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배출가스나 매연을 우선 줄여 보자는 궁여지책인 것이다. 이처럼 가장 직접적인 대기오염 개선방법이 배출원의 규제인데도 대기 오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것은 관계당국의 책임이 크다. 대기 오염의 주범인 매연단속은 60년대부터 해왔지만 아직껏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버스와 트럭들은 줄지 않고 있다. 이는 단속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우선 급한대로 운행자동차의 오염배출을 철저히 단속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업계가 기술적 측면에서 저공해 자동차 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존 월드컵’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당국의 응급대처가 있어야 한다.
6·13 지방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갖가지 형태의 불법·탈법운동이 적발되는가 하면 합동 연설회 등에서는 인신공격과 비방이 난무하는 무차별 폭로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할 정책대결은 뒷전으로 밀린 채 상대 후보를 흠집내는 흑색선전이 판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선관위가 이번 선거와 관련 적발한 불법사례는 1천16건으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엔 하루 평균 20여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정당하고 적법하게 최선을 다해서 승패간에 후회없는 선거전을 치르려고 하기보다는 당선을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작태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유감이다. 비열한 방법을 써서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들이 중반전이 되면서 더 두드러 진다. 상대방 후보의 이름을 대면서 한표 부탁한다는 전화를 한밤중에 걸어 상대측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는 방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있지도 않은 사실을 그럴듯 하게 꾸며 퍼뜨리는 흑색선전도 있다. 단체장 업무나 지방의정활동을 할 수 없을만큼 지병이 있다든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병역을 기피했다든지, 어떠 어떠한 전력과 학력은 가짜라든지 또는 악랄한 방법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꾼이라든지 하면서 헐뜯는다. 여성 편력이 많은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몰아 붙이기도 한다. 다소 근거가 있는 경우라도 침소봉대되기 일쑤다. 비열한 방법이긴 하지만 진위를 잘 모르는 유권자에게는 먹혀들 소지가 있는 것이 흑색선전이다. 특히 40%가량 된다는 부동표의 경우 이런 흑색선전에 말려들 때 그릇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같은 비열한 수법의 승리가 우리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선거운동이 시작된지도 벌써 여러날이 지났다. 후보자에게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으로서의 결격사유나 비리가 있다면 그동안 충분히 드러났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까지 폭로한 의혹들을 재탕·삼탕식으로 부풀리거나 이제와서 새롭게 폭로되는 비리가 신빙성이 있을리 없다. 이런점에 유의하여 유권자들은 속지 말아야 한다. 속아서 표를 찍어준 결과 그들이 단체장에 당선되거나 지방의회에 진출하여 벌이는 작태가 어떤 것일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불행을 막는 길은 결국 유권자의 현명함에 달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