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의 열광속에서도 일상 생활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코 앞에 다가온 장마(24일께부터 시작)를 앞두고 올해도 예외없이 수해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하지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수해가 우려되는 위험지역이 여전히 곳곳에 널려 있고, 집중호우 때마다 피해를 보아온 상습재해 지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장마를 맞게 돼 수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 양평군 청운면 흑천 수해복구 공사 4㎞ 구간 중 1.6㎞ 구간은 착공조차 못하고 있으며, 남양주시의 사릉천 복구공사도 사업비 지급 지연으로 배수문 16곳 중 5곳만 완공된 상태다. 이처럼 도내에는 수해 위험지역 51곳 중 27곳이 아직까지 수방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도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1천600여가구가 침수됐던 굴포천의 범람을 막기 위한 방수로 공사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고, 인근 부평공설묘지 30여m 높이의 가파른 절개지가 방치되어 있는 등 수해위험지역이 3곳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겪는 수해를 당국이 충분히 예견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함에도 장마철이면 하늘만 쳐다보며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니 한심하기만 하다. 종전의 크고 작은 수해를 보면 대부분 사전대비 미흡으로 줄일 수 있는 피해규모를 더 키운 경우가 많다. 천재에 인재까지 겹친 때문이다. 책임있는 행정당국이라면 과거를 교훈삼아 철저한 점검과 대비로 그런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올해도 수해대비에 많은 허점을 드러낸 채 장마철을 맞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큰 비가 쏟아지면 앉아서 재앙을 당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기상청은 올 장마가 예년보다 다소 늦게 시작되지만 지난해 처럼 곳에 따라 게릴라성 폭우와 집중호우가 잦을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각별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당국은 아직도 끝내지 못한 수해복구공사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 대형공사장과 택지개발지 등 수해 취약지역 및 시설물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대비해야 한다. 재앙은 항상 방심하는 사이에 찾아온다. 월드컵 경기로 온 나라안이 들떠있고, 지방자치단체장 교체기에 공직사회가 어수선할수록 정신차리고 챙길 것은 제대로 챙겨야 한다. 장마가 이틀 앞으로 닥친 만큼 가용재원과 인력 장비를 최대한 동원, 재난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숙명의 일전이다. 오늘 오후 3시30분 갖는 한국 대 스페인의 8강전을 승리로 이끈다. 스페인과는 월드컵 무대에서 일찍이 조별 리그 두번, 그리고 이번 8강 토너먼트서 세번째 만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서는 일방적으로 당한 1패, 1994년 미국 월드컵선 2 대 2 무승부에 이어 이젠 우리가 승리를 거머쥐며 설욕할 차례다. 미국 대회에 이어 우리의 홍명보 황선홍선수, 스페인의 이에로 루이스 엔리케 등이 또 격돌한다. 히딩크 감독은 누구보다 스페인 축구를 잘 안다. 이번 대회에서 보인 스페인 전력 또한 파악됐다. 스페인 역시 한국팀의 전력을 분석했다. 그들도 우리를 알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카마초 감독이 펼칠 전술, 비장의 카드가 주목된다. 김태영 등 상당한 수의 선수들 부상이 부담이 되지만 저쪽도 라울 등의 부상 선수들 출전이 불투명하다. 우리측은 엔트리가 다 주전급인 강점이 있다. 이민성 이을용 차두리 등 선수는 이탈리아와 연장전까지 간 대접전에 풀로 뛰어 체력회복이 덜 됐거나 다친 선수들과의 대체 병기로 손색이 없다. 차두리 선수는 폭발적인 가공할 돌파력으로 몸싸움이 능해 노쇠한 스페인 측면 공략에 크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의 4강 진출을 유력하게 보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세계의 축구 전문가들이며 외신등 스포츠 언론이다. 이는 기적이 아니다. 실력이 따르지 않는 기적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한국축구가 몰라보는 가운데 성장한 잠재력과 수준을 거듭 차례차례 확인하는 무대가 이번 월드컵 대회다. 오늘은 바로 이러한 한국축구의 날이다. 길거리 응원이 500만에 이를 것이라 하고 600만명일 것이라고도 한다. 주말이다 보니 여느 때보다 더 할 것은 틀림이 없다. 주말 오후가 대 스페인 전 한판에 쏠려 온 나라가 터질 지경으로 어쩔 수 없이 흥분하는 것은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광도 질서있는 열광이 아름답다. 외국의 언론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가운데 꼽는 것 중 하나로 스탠드 응원의 ‘붉은 악마’를 말한다. 그토록 열정을 뿜으면서도 질서 정연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길거리 응원 또한 마찬가지다. 과불급(過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친 흥분을 자제할 줄 아는 슬기가 있으면 좋겠다. 스페인 축구는 아무래도 이탈리아보단 아래이나 투지는 우리와 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격전이 불가피하다. 우리 선수들이 피닉스같은 투혼으로 스페인함대를 밀어 붙이면서 전천후 미사일을 쏘아 대는 침착성을 살리면 승산은 충분하다. 투혼과 침착성을 거듭 당부한다.
고양시 일산구 고봉산에 250m 실거리 군부대 사격장을 설치하려는 고양시의 계획은 아무래도 무모하다. 당연히 백지화 또는 장소 변경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난 1999년 2월 일산구 탄현동 자연녹지 일대 6만여평을 ‘주택지 조성사업지구’로 지정하고 올들어 택지개발을 본격 추진하려는 고양시의 사정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업지구내에 있는 사격장(백마사격장)을 고봉산 기슭으로 옮기려고 한다는 것은 성급했다고 본다. 푸른 고봉산을 지키는 사람들·고양환경운동연합·고양시민회 등 고양지역 14개 시민·환경단체와 중산마을 아파트 주민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사격장이 들어서면 고봉산 등산로 폐쇄는 물론 고봉산 뒤쪽 중산마을 주민 3만여명이 유탄 안전사고와 소음공해에 시달릴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특히 27만4천평 일산 2지구에 포함된 고봉산 훼손을 막기 위해 시민·환경단체들이 땅 한 뼘 사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격장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고양시가 먼저 군부대에 사격장 이전 동의서류를 보내 요청했다면 그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본란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해발 209m 고봉산 일대는 고양시 중심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녹지공간이다. 그리고 지난달 24일부터 ‘고봉산 문봉서원 복원 및 역사·문화·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땅 한 뼘 사들이기 운동본부’까지 구성, 천연늪지와 자연상태 보전이 양호한 1만5천여평 매입 범시민 운동을 활발히 전개중임을 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만일 주민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대규모 실거리 사격장을 주민 모르게 이전하려고 했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다. 고양시와 군부대는 사격장 이전 계획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여론 해명 차원에서라도 구체적인 이전계획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해당 군부대는 “현재로서는 사격장을 옮겨야 할 필요가 없다. 주민들의 동의가 없는 한 사격장은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시에선 “군부대의 긍정적인 답변이 있을 경우 이전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하면 어느 측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아무리 산이라고는 하지만 도심에 군부대 사격장을 설치하겠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경기도 공직사회분위기가 몹씨 뒤숭숭하다. 임기말 임창열지사의 도 본청 간부급에 대한 전격적 인사로 비롯된 손학규 당선자측과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고 심화돼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의 편가르기로 어수선했던 공직사회가 퇴임전 막판 인사로 빚어진 마찰로 혼란과 불안에 빠져 있다. 손 당선자측은 이번 간부급 승진 전보발령을 원천 무효 인사라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취임 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인사 당사자와 관계자들은 업무 인수 인계에 응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니 인사 당사자들로서는 설사 어떤 인사상 혜택을 받았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할리 없다. 인계·인수를 준비하는 관계 공무원들도 엉거주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임지사측은 인사 배경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인사요인이 분명치 않아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다. 특히 별정직인 여성정책국장에 지난 98년 선거당시 임지사를 적극 도운 정치인을 다시 전보 발령하고, 제2청 여성국장직무대리에 서기관 승진 2년밖에 안된 과장을 파격적으로 배치한 것은 어떠한 이유를 대더라도 명분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임지사측은 한번 단행한 인사를 철회할 수 없다고 맞서 손 당선자측과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어 소모적 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정부가 지자체의 임기말 불합리한 인사를 막기위한 특별감사를 실시키로 한 만큼 철저한 감사로 신속히 시비를 가려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파행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민주당이 현직지사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 등 정치권이 성명전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이 지자체 일에 너무 개입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령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손 당선자측이 인수위원회를 두지 않고 세부적 업무보고는 취임후 받기로 했던 계획을 변경해 돌연 인수위원회를 구성, 실·국별로 꼼꼼히 챙기는 경직된 분위기로 바뀐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물론 당선자가 업무를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일로 당초 계획을 변경, 옥죄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감정적 대응이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많다. 만에 하나 고압적 자세로 공무원들을 주눅들게 하거나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정치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때다. 이때 공직사회만이라도 안정을 되찾아 나라의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한다. 공직사회가 안정되고 일할 분위기가 될 때 나라의 기강이 서는 것이다. 공정한 인사로 유능하고 성실한 공무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손 당선자는 힘써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13일 실시된 제3회 동시지방선거가 역대 선거에 비하여 불법·탈법 선거운동 적발 사례가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의 자료에 의하면 이번 선거시 선거법 위반행위가 전국적으로 무려 7천9백여건에 달한다. 또한 격전지였던 경기도와 인천의 경우도 1천6백여건에 달하고 있어 다른 선거때 비하여 더욱 많은 불법·탈법 행위가 자행된 것이다. 선거는 민주정치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선거시 불법·탈법 행위가 난무하고 있어 민주정치가 저해 되었다. 더구나 최근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부정부패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공직선거에서 불법·탈법 행위가 묵인되면 그 후유증은 결국 유권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특히 선거시 매표를 위하여 금품살포를 할 경우, 이는 선거자체를 돈으로 오염시켜 당선자가 직무수행시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제2기 광역단체장의 경우, 16명중 31%에 해당되는 5명이 사법처리 되었으며,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제1기의 23명에 비하여 2배에 달하는 46명이 사법처리되었다. 기초자치단체장 5명중 1명이 부정부패에 관련되었다는 증거이다. 이들 모두가 선거시 과도한 선거자금을 지출하여 당선 후 이를 보전하기 위한 차원에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으나, 그런 개연성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번 선거시 선거법 위반행위가 과거보다 많이 적발된 것은 선관위를 비롯한 선거관련 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감시활동을 더욱 강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위반자 신고시 1천만원까지 포상을 하는 등 각종 공명선거운동 캠페인이 있었던 것도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일부 단체장 후보자들이 법정 선거 비용보다 수배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사용하였다고 실토하고 있어 금품살포 행위가 많았음을 인정해야 된다. 선관위는 위반자에 대하여 상당수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하였다. 이들 위반자에 대하여 검찰이 더욱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위법행위를 한 당선자는 당선무효가 되도록 해야 된다. 낙선자의 경우도 철저한 사법처리를 통하여 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일정기간 제한되도록 함으로써 불법·탈법 선거가 더 이상 자행되지 않는 공명선거 풍토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부천 신앙촌부지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가 새로운 의혹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1995년부터 시작된 범박동 일대 10만여평에 5천500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이사업의 당초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새로 사업권을 따낸 K건설측이 각종 이권과 비리무마 등을 위해 거액의 로비자금을 검찰직원과 경찰 뿐만아니라 정·관계에 폭넓게 뿌린 사실이 일부 확인됐고, 특히 대통령의 처조카 2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K건설측과 재개발주택조합사이에 공사도급금액과 철거용역업체 선정, 철거비용, 조합원 지분 문제 등의 마찰로 인한 고소·고발로 촉발된 이 사건은 처음부터 각종 의혹만 무성한 채 지역비리사건으로만 묻혀 있었다. 그러나 K건설 전 상무의 폭로로 비리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K건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전 사업자의 부도어음을 저가로 매입하는 등 각종 이권과 비리무마 등을 위해 거액의 로비자금을 정·관계에 뿌렸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검찰은 534억원대의 부실어음을 149억원에 매입하기 위해 여러 금융기관 관계자에게 19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K건설 회장 등 7명을 지난해 12월 사법처리한 바 있다. 그런데 뇌물리스트를 폭로한 K건설 전 상무는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이용호게이트 연루 수감중)에게도 로비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K건설측 로비스트를 이형택씨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또 다른 대통령 처조카로 드러나 또다시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으로 확대되는 형국이어서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형택씨 관련 의혹은 검찰이 이미 지난 1·2월께 사건관련자들로부터 관련진술을 받아 내사를 해왔으나 이형택씨에 대한 수사는 소극적이었다는 말을 들어왔다. K건설 전 상무가 폭로한 뇌물리스트에는 이밖에 K건설측이 재개발 사업과 관련 고소사건 무마등을 위해 현지 경찰관과 검찰직원 등 6명에게 각각 500만∼6천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돼있다. 또 K건설이 부천시 고위간부 부친 명의의 팔리지 않는 그린벨트땅 1천500평을 시세보다 비싼 8억원에 사들인 사실도 드러나 그 배경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K건설 전 상무가 폭로한 뇌물리스트는 그 정황이 구체적이다. 검찰은 뇌물리스트의 공개를 계기로 범죄사실을 확인하는데 수사초점을 맞추고 있다니 그 결과를 주목하고자 한다. K건설이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와 사용처, 그리고 K건설측 로비스트의 활동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 불법로비에 관여한 인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은 엄정하게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혀 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야 한다.
지방공직사회의 선거후유증이 걱정스럽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경기도와 인천시 등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대대적인 인사태풍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돼 공직사회가 술렁이는 것도 그렇지만 더욱 우려되는 점은 단체장이 교체될 지자체 공무원들이 당선자의 눈치를 보며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는 행정공백 상태다. 이번 지방선거가 공식선거 전부터 일찌감치 과열돼 지방행정이 어수선했는데 선거가 끝나고도 다시 이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 당선자에게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생부 명단이 나돌고 반대로 논공행상·줄서기에 따른 특혜인사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출마하지 않았거나 낙선해 퇴임할 단체장이 막판 자기사람을 챙기기 위해 무더기 승진 및 전보인사를 한 경우까지 나타나 당선자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또 낙선한 단체장이 이권성(利權性)민원 등 밀린 결재를 한꺼번에 처리한 뒤 휴가채비를 하고 있어 단체장이 없는 일선 공무원들의 기강해이가 우려되고 있다. 이미 단체장이 교체될 지자체에선 현직 단체장 측근으로 분류된 고위공직자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고, 그외 간부들과 하위직 공무원들도 업무를 제쳐둔 채 인사정보 파악에 매달리고 새로운 연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추진하던 사업도 당선자를 의식, 중단된 상태다. 아래 위 가릴것 없이 근무태만은 물론 무책임·무소신·무기력 등 ‘3무’현상에 당선자 눈치보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직자들의 마음이 딴 곳에 가있으면 행정이 제대로 될리 없다.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며 국가기관의 근간으로서 언제나 국민전체에 봉사하고 책임지는 공직자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단체장 교체를 앞두고 어수선하다고 해서 이쪽 저쪽 눈치나 보며 무사안일과 적당주의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나라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표류하고 있으며 단체장 교체로 공직사회가 어수선할수록 공직자들의 솔선수범과 흔들림 없는 공직수행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당선자들은 업무인수 과정에서 유능하고 성실한 공직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큰 관심을 갖고 힘써야 한다. 또 단체장 교체 기간에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되면서도 철저한 인계인수가 이루어지도록 신·구단체장간의 자발적인 협조와 감독기관의 철저한 감독 및 지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2-1, 대역전극의 명승부였다. 연장 90분에 걸친 용호상박의 대혈투였다. 한국축구는 마침내 이탈리아팀을 ‘집으로’ 돌려 보내는데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역시 세번의 월드컵 우승국다운 저력을 보였으나 한국팀의 파상공세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우리는 당당히 감격의 8강고지에 올라섰다. 경기 초반의 페널티 킥 실축, 이탈리아 코너킥에 상대를 놓쳐 내준 헤딩슛 실점, 이런 것들을 새삼 말할 이유는 없다. 우리측 수비는 이밖의 결정적 위기를 타이트한 밀착방어로 여러차례 선방하고, 공격은 수차 이탈리아 문전을 위협했으며, 이탈리아 공격 또한 좋은 찬스를 수차 놓쳤다. 이같은 내용이 엮어져 형성되는 게임을 두고 앞으로를 위한 참고의 반성은 있어도 탓은 부질없다. 후반전 44분 설기현 선수의 왼발 슛은 드디어 목말랐던 동점골을 이루면서 게임종료 막바지에서 한국팀을 기사회생 시켰고, 연장 후반들어 날린 안정환 선수의 회심에 찬 슈팅은 대역전극을 장식하면서 초반의 페널티 킥 실축을 멋지게 만회했다. 한국에 불패의 승리를 다짐한 이탈리아 벤치와 선수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넋을 잃은채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듯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외신은 “월드컵을 새로 써야 할 믿기 어려운 기적이 이루어졌다”면서 한국 선수들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르투갈에 이어 이탈리아를 침몰시킨 한국팀은 이로써 우승 후보국 킬러의 성가를 얻었다. 오는 22일(토) 가질 스페인과의 4강 진출전도 결코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 일찍이 월드컵 무대에서 비긴바가 있고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객관적 전력 또한 충분히 파악됐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은 400만명의 길거리 응원단을 비롯한 5천만 내외 동포의 뜨거운 폭발적 성원에 아주 화려하게 보답해 주었다. 투혼의 승리며 기량의 승리며 스피드와 조직력의 승리여서 더욱 높이 평가된다. 공동개최국으로 아깝게 터키에 0-1로 덜미를 잡혀 8강 진입에 실패한 일본도 우리의 승전보를 축하한 것은 아시아 축구가 유럽축구를 잇따라 연파한 아시아축구의 개가로 보기 때문이다.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은 순간 순간이 피를 말리다시피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거머쥔 승리는 월드컵 사상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한국축구의 자존심이다. 국민적 성원은 갈수록 더욱 뜨겁다. 8강벽을 깨고 4강 진입의 대 기적 창출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대표팀의 노고에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월드컵에 임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나 국민들의 수준은 최고인데, 국회는 원(院)구성도 되지 않아 국민적 비판이 대단하다. 한마디로 국회를 움직이는 정치인의 수준은 4류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외국의 대통령 등 귀빈들이 한국을 많이 찾았으나, 정작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식물국회가 되어 외국 귀빈도 접대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무슨 창피한 노릇인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더불어 한국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상황인데, 이를 물거품 시키니 한심한 노릇 아닌가. 제16대 국회 후반기를 담당할 국회의장단을 비롯한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을 넘긴지 벌써 20여일이 되었다. 국가를 운영할 법규를 제정하는 국회가 스스로 개점 휴업 상태를 만들고 있으니 누구에게 탓할 명목도 없다. 그동안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이유로 변명할 지 모르겠으나, 현재로는 여야간의 입장 차이로 빠른 시간 내에 원구성이 될 가능성이 적어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8월 재보선 이후까지 연장될 지 모른다고 하는데,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는 국회책무의 포기나 다름없다. 우선 국회 원 구성은 국회법의 규정과 정신에 따라 자유투표로 의장단을 비롯한 원 구성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 권위와 중립적 운영을 위하여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과 자유로운 투표를 국회의원 스스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를 지키는 것은 순리이며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자유투표를, 민주당은 전반기 원구성 원칙을 지켜야 된다고 하고 있으나, 상임위원장은 정당간의 합의대로 하더라도 의장단 구성은 자유투표로서 국회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는 임시회를 개회 중에 있다. 일부에서는 타이거 풀스 로비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라는 비판도 있다. 각종 민생문제에 관련된 법안이 산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처리가 되지 않아 국민들의 원망이 대단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국회의원들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기 전에 국회 원구성부터 서둘러 국정을 챙겨야 될 것이다. 국회가 계속 직무유기를 한다면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음을 국회의원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의 진로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민주당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에 관여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객관적 관점이란 건 있다.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선대위 중심으로 당 운영을 재편하는 것이다. 이는 노 후보의 평소 생각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당 대표등 공식기구는 사실상 식물화 한다. DJ차별화 등 진로 또한 후보의 재량에 맡겨진다. 또 하나는 노무현씨가 후보를 사퇴하고 제2 창당으로 가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수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 거론된 노 후보 재신임 절차는 신임을 묻는 자리가 어떤 것이든 의미가 없다. 모양새 가꾸기 만으로는 설득력이 빈곤하다. 신임을 묻겠다던 노 후보나 신임 논의를 말하는 측이나 모두 후보를 내놔야 한다고 믿는 생각은 조금도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저 형식적 요식행위로 치부해 보이는 게 객관적 판단이다. 제3의 방안으로 노 후보 선대위 중심에 외부의 정치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을 가상할 수 있겠으나 이는 현실성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오히려 후보중심이 되면 비주류측에 이탈 명분을 줄 가능성이 매우 짙다. 민주당은 아직도 지방선거의 참패 요인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 같다. 대처 방안을 놓고 각 계파가 자기 좋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게 이때문이다. 노 후보가 어제 전격 제의한 ‘8·8 재·보선후 후보 재경선’도 알고보면 자신의 책임하에 재·보선을 치르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문제는 일단 덮고 넘어가면서 차제에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불과 며칠전 “재·보선은 어디까지나 재·보선일 뿐이다”라며 소극적 입장을 취했던 것과 또 다르다. 8·8 재·보선후의 거취표명 역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보는 당내 일각의 분위기엔 이래서 이유가 있을법 하다. 민주당이 이대로 재·보선을 맞아 얼마나 선전할 것인지조차 의문인 것이다. 책임은 실종되고 대책은 없는 가운데 난파가 우려될 정도로 마냥 표류하는 것이 작금의 민주당이다. DJ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일찍이 민주적 운영 질서에 숙련되지 못한 탓이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는 그 어떤 것도 더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과감한 변화가 두려워 아직도 미봉책에 급급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