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 實査 엄격해야 한다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경기도 선관위에 신고한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선거비용이 도지사 후보가 18억∼19억원으로 법정 제한액(25억5천400만원)의 74%,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평균 6천525만원으로 제한액(1억1천600만원)의 55.7%, 도의원 후보들은 2천1만원으로 54.2%, 기초의원 후보는 1천256만원으로 법정 제한액의 44.0%만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지방선거비용을 법정 제한액보다 더 쓴 후보는 한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신고된 액수만을 놓고 보면 아마 이런 모범사례는 어디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신고한 선거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렀을까 의문이다. 유권자의 체감비용과는 한참 동떨어진 액수다. 우리 선거관행과 정치현실로 보면 이같은 신고액수는 상식 밖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 6·13 지방선거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간 접전이 치열했던 만큼 상당수 후보들이 법정 제한액을 훨씬 초과 사용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런데도 도지사 후보를 제외한 기초단체장과 도의원들이 기천만원을 쓰고 당선됐다는 신고내용을 누가 믿겠는가. 사무실 운영과 조직가동, 유인물 배포, 크고 작은 유세, 여론조사 등 필수적 경비만 해도 신고액을 쉽게 넘어선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천만원만 썼다는 주장을 과연 납득할 도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앞으로 3개월의 실시기간 중 선관위는 장부조작이나 이면계약·신고누락 여부를 철저히 가려 법의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선관위가 행사할 수 있는 재정신청권도 적극 활용해 앞으로 거짓 신고가 발을 못붙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물론 선관위로서는 현실적인 제약요인이 만만치 않다. 우선 선관위가 실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미약하다. 수사권이 없는 선관위가 비용축소 신고를 작정하고 숨기려는 후보와 그 거래처를 상대로 물증을 확보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실사는 선거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이왕 실사를 벌이는 것이라면 철저히 해서 법을 어기고 주민의 대표 자리를 차지하는 모순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관위의 조사 소홀로 인해 선거비용 회계보고 및 실사라는 절차가 자칫 위법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법적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재고 쌀, 영세민, 사회복지 시설에

정부가 서해교전 사태로 올해 대북 쌀 지원이 사실상 무산됐다면서 ‘재고쌀 처리’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딱한 일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전체 쌀 재고는 1천380만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 기준 989만섬보다 390여만섬이 늘어난 수치다. 총공급물량은 전년 이월 재고량 989만섬보다 390여만섬이 늘어난 것이다.총 공급물량은 전년 이월 재고량 989만섬, 지난해 풍작으로 인한 쌀 생산량 3천830만섬, 의무수입물량 107만섬 등 4천926만섬에 달한다. 반면 수요량은 감소된 쌀 소비량 2천888만섬, 가공용 267만섬, 종자 및 감모량 391만섬 등 모두 3천546만섬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재고물량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장재고율인 16∼17%보다 두배 이상 높은 39%에 달한다. 그래서, 정부는 과잉재고 쌀 특별처리를 위해 북한 식량 지원, 해외식량 원조, 사료용 처분, 가공용 처분 등 여러가지 방안을 수립, 재고처분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가공용 100만섬처분 외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재고쌀 처리에 다급해하는 이유는 10월말까지 창고의 보관 여력은 450만섬인 반면 11∼12월 창고 수요는 650만섬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늦어도 8월부터 재고처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창고 부족으로 수매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해온 200만섬 규모의 대북 지원이 어려워지자 재고쌀 200만섬 가량을 세계식량계획(WFP)등에 무상원조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100만섬을 사료로 만드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쌀이 좀 남아 있다고 하여 가축사료로 쓰겠다니 도대체 이 정부는 결식가정이 상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내 집 뒤주와 곳간에 쌀이 가득찼다고 이웃에 밥 굶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축에게 먹이겠다는 격이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노릇인가. 굶주리는 동포들이 부지기수인데 남의 나라 도와 주겠다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앉아 있으니 이 무슨 당찮은 짓인가. 여러 말 할 것 없다. 처치곤란할 정도로 그렇게 쌀이 많다면 결식가정은 물론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영세민 등에게 무상으로 쌀을 나눠주기 바란다. 쌀 주니까 해상 도전이나 일삼는 북한을 지원하는 것 보다 우리 영세민, 복지시설 등에 골고루 나눠준다면 국민화합 차원에서도 백번 잘하는 일이다.

편입학철 지방대의 고민

편입학철을 맞아 수도권 내 하위권 지방대학에 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엔 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서울과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으로 빠져나갈 것인지를 걱정해야 한다. 해마다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는 편입학은 전문대에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기 보다는 대부분 하위권 지방대 학생들이 서울과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으로 이동하는 것이어서 대학간 서열화가 뚜렷해져 지방 하위권 대학들이 공통으로 겪는 고통이다. 대량 편입학 사태는 교육부가 지난 96년부터 학과별 여석(餘席)산정을 재적 기준에서 재학 기준으로 바꾼 데서 연유한다. 재적·퇴학 등에 따른 결원만을 여석으로 인정하던 것을 군입대 등에 따른 휴학 인원까지 확대해 전체적으로 편입학 인원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 빠져나간 학생들을 채우기 위해 수도권 중위권 대학들이 편입생을 대거 모집하면서 연쇄적으로 대학간 학생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이로인해 일부 대학의 경우는 최근 학생이 너무 줄어 일부 학과 또는 학교 전체가 존립을 위협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수도권 중위권 대학들 중 비인기 학과들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재학생들이 취업이 안된다는 이유로 잇따라 빠져나가고 지방대생을 평가절하하는 기업과 사회의 인식도 여전하다. 이처럼 지방대는 취업난·학생이탈·재정난 등 3중고에 빠져 있는 것이다. 5공화국 이래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지방대학들이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놓고도 학생 정원을 채우는 일조차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지방대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로 이어진다. 따라서 나라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대를 충실히 육성해 인재가 배출되고 그들이 지방발전을 위해 일하게 되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지방대 육성책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개별대학 지원 등 소극적인 대책이 대부분이었고 이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곤 했다. 지방대에 입학하는 우수학생에 대한 정부의 학자금 등 지원과 함께 지방대 졸업생의 일반기업 취업차별금지 등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획기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대 스스로도 특색 없는 백화점식 교과과정에서 벗어나 지역특성에 맞고, 전문화한 대학으로 거듭나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이젠 대학의 양적 팽창보다는 모든 대학이 그나름의 특색과 권위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사이버 범죄 대책 시급하다

정보화 시대는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지만 이를 악용하면 정보화는 오히려 인간세상을 망칠 수 있다. 늘어나는 컴퓨터로 인하여 우리는 대부분의 중요한 업무를 집에서 하거나 또는 현장에 가지 않고 쉽게 처리하게 된다.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사용, 핸드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확대 등은 앞으로 점점 대중화되어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에게 더욱 편리함과 안락함을 줄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의 이런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초래되어 있어 새삼 우리 인간들에게 정보화의 폐해를 실감케 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정보화의 발달로 인한 사이버 범죄가 전년도에 비하여 무려 14배가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난해 사이버 범죄는 총 3만3천여건으로 2000년도의 2천4백여건에 비하면 인터넷 사기가 총범죄의 42%를 차지하고, 그 다음은 해킹 및 바이러스 유포, 개인정보 침해와 음란 및 도박 등으로 나타났다. 증가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비하기 위하여 경찰은 사이버 범죄수사대를 설치, 운용하고 있으나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사이버 범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우선 경찰에서 사이버 범죄를 수사할 전문요원이 부족하다.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의 범죄와는 다른 유형의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예산과 전문인력의 부족 등으로 충분한 범죄 예방 및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 범죄는 우선 익명성이 보장됨으로써 범죄에 이용되기 가장 쉽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사이버 공간을 통하여 오직 쌍방향 대화만을 통하여 은밀하게 거래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범죄에 빠지기 쉽다. 또한 역으로 사이버 공간 활용에 익숙하지 못한 부녀자나 노인들 역시 사이버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는 정보화를 촉진시킨다고 정보화 확충에만 예산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정보화로 인한 피해를 극소화하는데 역시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사이버 범죄는 고도의 기능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므로 계속적인 예산과 인력 투입은 물론 새로운 정보 수집이 요구된다. 더 이상 사이버 범죄가 증가되지 않도록 정부관련 부처는 물론 컴퓨터 관련 회사들의 실천적 대책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김대중 대통령이 어제 기자간담회를 자청, 국정 소신의 일단을 피력한 것은 결코 부정적일 수 없다. 국민을 의식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웬만하면 흠 잡을 생각이 없는 것은 임기 말년에 굳이 그럴 이유가 없어서다. 이런 가운데나마 거론치 않을 수 없는 것은 아들들 일을 비롯한 몇가지 문제에 대통령의 인식이 미흡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우선 아들들 문제는 수차 거듭한 대국민 사과와 관련된다. 간담회 내용을 보면 대통령은 아들들 비리를 개인적 범법행위로 치부하는 것 같다. 정녕 그렇게 여긴다면 그 아버지의 대국민 사과는 공허하다. 두 아들들 비리는 안정남 전국세청장, 신승남 전검찰총장,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 전예금보험공사 전무 등이 연관됐다. 전·현 국가정보원장도 연루됐다. 대통령의 집안 살림꾼 이수동 전아태재단 상임이사도 관련이 깊다. 대통령 아버지를 등에 업은 권력형 비리인 것이다. 국기를 문란케 하였다. 이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그저 아들들의 단순 개인 비리로 한정하는 또 한번의 기자 간담회 사과는 몇번을 거듭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제와서 친인척 감시 강화를 말하는 것 역시 사후약방문이다. 감시기구가 없어서 친인척, 아들들 비리가 생긴건 아니다. 친인척 및 아들들에 대한 대통령의 관리의지가 빈약했던 게 근원적 원인이다. 말썽 많은 아태재단에 대해 어정쩡한 점을 보인건 유감이다. 아태재단 문제는 무슨 개편을 한다 해서 국민정서를 달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일해재단처럼 아태재단 역시 사회에 헌납, 대통령은 임기 후라도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그래야 한다고 보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이러지 않는 아태재단은 대통령 재임기간의 재산 형성에 항상 의문이 동반할 것이다. 장상 총리서리의 사전 검증이 미흡한 것 또한 대통령의 책임이다. 미국 아들을 둔 어머니, 학력 허위기재 문제, 부동산 투기의혹 등을 사전 검증에서 파악하고도 지명한것인지 궁금하다. 대통령 말처럼 첫 여성총리의 의미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하필이면 첫 여성총리 지명이 국정 경험도 없는 그런 의문투성이의 불안한 인물이냐는 데 있다. 향후 국정기조로 ‘포스트 월드컵’의 성공을 다짐하고 중립내각을 표방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원론적 수준이다. 하긴, 김대통령에게 더 기대하고 말 것도 없다. 남은 임기 7개월 동안에 더는 대과없는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바랄 뿐이다.

공익성 너무 부족한 은행들

은행이 본래 ‘돈장사 ’하는 곳이긴 하지만 최근의 행태는 그 도가 너무 심하다. 그동안 있었던 일부 은행원들의 불상사는 덮어두고 몇가지 예를 들겠다. 금융감독원은 올해초 고객신용도나 연체기간에 관계없이 연 18∼19%로 획일적으로 적용해온 연체대출금리를 상반기까지 개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만 1월과 3월에 각각 개편했을뿐 나머지 은행들은 종전의 연체대출금리 적용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연체대출금리를 연체기간 및 금액, 고객의 신용등급 등에 따라 다르게할 경우, 은행별로 2∼3%포인트 정도의 금리인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은행권 전체로는 연간 2천500억∼4천억원의 대출이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전산시스템 변경작업을 하느라 연체대출금리 개선이 후순위로 밀린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은행측의 해명이다. 한마디로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평균 연체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감소를 우려해 굳이 서둘러 개편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금감원의 지시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서비스 개선은 인색하고 수수료 챙기는 일엔 능숙한 것도 고객을 얕잡아보는 처사다. 창구를 이용한 송금과 자동화기기(CD/ATM)를 통한 이체 역시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계좌이체의 경우 동일지역으로 보내거나 타지역으로 보내거나 발생원가는 같은데도 타지역은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 타행환 송금의 경우, 은행별로 차이는 있으나 창구를 이용할 때 100만원 이하는 보통 2천원의 수수료를 내야하지만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면 1천300원대로 700원의 차이를 보인다. 100만원 이상은 창구가 3천∼4천원, 자동화기기는 2천∼2천500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또 창구 담당 직원이 줄어들어 대기시간이 늘어나는데다 주5일 근무제 실시로 거래은행까지 가서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보다 근처 타은행이나 편의점 등의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그러나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인하하기는 커녕 오히려 높이려는 현상이다. 아쉬운 것은 이용자들이니 은행은 급할 게 없다는 식이다. 수익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경영이겠으나 은행은 공익성이 우선해야한다. 연체대출금리 변경에는 늑장을 부리고 수신금리는 신속하게 내리는 것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금감원의 보다 강력한 방침을 촉구한다.

宋전법무와 비서실

송정호 전(법무) 장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됐다면 주무장관으로서 ‘면목없다’며 물러나는 게 동양적인 가치관에 맞는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특히 송전장관이 “싸워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내줄수 없다”는 퇴임사를 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상의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은 실로 놀랍다. 송전법무의 경질을 보복성으로 보는 세간의 시각을 청와대 스스로가 인정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도대체 김대중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된 것을 두고 왜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면목없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청와대 사람은 동양적 가치관을 말했다. 두 아들의 권력형 비리는 아버지의 잘못이다. 윗사람이 아버지로서 불민하여 아랫사람에게 차마 못할 일을 하게 했으면 윗사람이 미안하게 여기는게 오히려 동양적 가치관이라고 믿는다. 이 경우,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게 참다운 동양적 공직관으로 안다. 국민들이 그런 모습을 보았다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마지못한 것이 아닌 충정어린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되레 법무부장관이 면목없어야 한다는 이유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청와대측의 선처 압력설이 무성했다. 청와대는 압력설을 부인, 상황을 알아본 것 뿐이라고 말했지만 어떻든 두 아들을 구속시킨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유감이다. 송전법무의 퇴임사는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이 길을 내줄 것을 요구한 왜장을 호통 쳤던 기개높은 말이다. 송전법무의 경질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내 이명재 검찰총장이 굳이 임기내 사표를 냈던(물론 반려됐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송전법무의 퇴임사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다 아는바와 같이 대통령의 두 아들은 가지가지 이권에 개입하면서 수십억원을 받아 들였다. 둘째 아들은 세탁용 뭉칫돈을 아파트 베란다에 숨겨놔야 했을 정도였다. 검찰이 이에 두 아들을 구속하는 결단에 엄정 중립을 지킨 주무장관을 두고 비서실측은 업무장악력이 없다며 트집 잡더니 이젠 대통령에게 면목없어야 한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은 국가의 공기구다. 대통령 개인의 사기구가 아니다. 이럼에도 공·사를 구별치 못하고 개인 집사로 전락하는 면모를 보이는 것은 보기에 심히 민망하다. 비서실이 집사실이 돼서는 남은 임기가 얼마 안된다 하여도 국정운영에 우려되는 점이 많다. 맹종이 능사가 아니다. 청와대 비서실은 뭣이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필하는 지에 대해 냉정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지방의회가 利權場인가

요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상임위원회 배정을 놓고 벌였던 추태를 보면 한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국회에선 의원들이 건교위·산자위·통일외교통상위·재경위 등 이른바 ‘물좋은 상임위’에만 몰려 배정과 관련 각 당 지도부와의 잡음이 곳곳에서 불거졌고, 경기도의회 역시 너도나도 건교위와 자치행정위·문교위 등 이권과 관련있는 위원회에 몰려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였다. 상임위원회 배정을 놓고 겪는 진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도의회 다수당 의원들이 벌인 싸움은 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추태였다. 대표의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막말이 오고간 행태가 마치 이권쟁탈전을 벌이는 것 같아 향후 이들이 진정 주민을 위해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게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런 사례만으로 도의원 모두가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한다는 대의(大義)나 책무보다는 자신들의 사리추구나 이익보호에 열중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겠으나 의원 개개인의 직업과 관련, 그런 가능성도 없지 않음을 보여준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러한 일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법적 규정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물론 그러한 일은 제도적 장치만으로 완벽하게 방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지역민의 감시와 의원 각자의 도덕성에 달린 문제이기는 하나 비리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판은 마련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의원 개개인의 직업 등을 고려, 상임위 배정에서부터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 선진 각국에서는 국회든 지방의회든 상임위구성 때 그 상임위 직무내용과 연관되는 직업을 가진 의원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어쩐 일인지 우리는 국회에서조차도 이런 원칙은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지방의회에서만이라도 그것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는 지방의원들이 수주할 수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비단 공사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어떤 일이라도 그것이 의원들에게 직접 주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분위기로 볼 때 이러한 것이 자율적으로 규제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각 지방의회가 의원들이 해서는 안되는 일, 또 의원들에게 주어져서는 안되는 것 등을 명시한 준칙을 만들고 이를 법제화 해야 할 것이다.

여성총리, 張裳 말고는 없었나?

헌정사상 초유의 여성총리 지명이 하필이면 미국 아들을 둔 어머니인 것은 지극히 유감이다. 축하해야할 모처럼의 첫 여성총리 지명을 모독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는 역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장상 총리서리가 미국에서 낳은 아들의 국적을 한국과 미국 둘중 택일하면서 미국시민권을 희망, 미국 국민이 된 그 아들은 합법적으로 병역면제까지 받았다. 그 어머니가 학자로 그치거나 보통사람 같으면 이것이 굳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공직, 그것도 국무총리 자리에 취임하는 것이라면 그가 아무리 학식이 깊고 또 과거의 일이라 할지라도 공인으로서는 의식에 문제가 없다할 수 없다. 장상씨의 재미중 아들 분만은 비록 유학길이어서 요즈음 말썽이 되고 있는 원정출산과는 형태가 다르다 하겠으나 결과적 효과는 원정출산과 아무 다름이 없다. 한국의 부모는 군대에 보낸 아들의 부대에서 회송한 평상복을 받아보고 아버지는 가슴이 미어지듯 찡하고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 지은 그런 경험이 없고서는 가히 한국의 부모가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전통적 한국의 어머니상 경험이 없는 장상 총리서리가 과연 총리로서 적격자인지가 심히 의문인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번 개각은 서해교전에 따른 민심수습이란 게 그 이유다. 진정 북측의 기습공격으로 전사하거나 전상당한 젊은이들을 염두에 둔 개각이라면 자기 자신의 자식은 미국사람으로 만들어 군대도 보내지 않은 사람을 총리서리로 지명한 것부터가 개각의 명분과는 당치않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함에도 장총리서리는 ‘총리가 될 줄 알았으면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건데 그랬다’고 말하는 건 실로 낯 뜨겁다. 그의 편의적 상황논리는 다분히 기회주의적이어서 공인의 자질을 갖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총리 지명을 탓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하필이면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지명한 김대통령의 단견이 잘못이다. 국회는 두말할 것 나위없이 장총리 서리의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 굳이 미국 아들을 둔 어머니 말고도 여성총리를 맡을만한 훌륭한 여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통령 또한 여성총리를 다시 지명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책무에 부응하는 길임을 뒤늦게나마 깨달아야 한다. 장총리서리는 서해교전에 따른 민심수습 개각과는 거리가 멀기보단 정반대로 상충되는 민심이반 요소의 인물임을 지적해 둔다.

대형유통업체들의 문제점

v 도내에 산재한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본보의 보도가 있었다. 대부분의 백화점이 통로와 에스컬레이터 옆, 심지어 비상구 및 계단 등에도 각종 물품과 박스 등을 잔뜩 쌓아 놓아 통행에 불편을 주고, 소화전은 입주업체의 브랜드 등으로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매장 통로·계단 곳곳에 물품박스가 즐비하고 더구나 소화전·비상구 위치조차 모를 정도여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고객들의 통행불편은 물론 대형사고가 심히 우려된다고 한다. 농축산물에 대한 원산지표시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이다. 일부 백화점들이 국내산과 수입산 제품을 섞어놓은 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7월1일부터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됐는데도 수족관에 국내산과 수입산 활어를 함께 섞어 넣는가 하면, 축산물, 곡물 등은 국산·수입산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용도변경 허가도 받지 않은 채 편의시설인 주차시설을 야적장으로 사용하고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돼있는 조경공간을 관리 소홀로 훼손하고 있는 실태 역시 문제가 크다. 판매·주차시설 공간으로 허가 받았으나 판매시설은 전무한 채 화물차들만이 즐비하고 장애인전용 주차공간마저도 화물차들이 버젓이 차지하고 있어 장애인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 주차장 건물 입구 조경면적에도 준공 당시의 조형수목들이 있어야 하지만 관리 소홀로 인해 대부분 고사하고 병든 나무들만 있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렇게 용도변경 허가 없이 곳곳마다 상품박스를 적치하고 장애인 전용공간을 화물처리장으로 사용하는 등 장삿속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은 고객불편을 ‘나 몰라라’하는 배짱 영업이다. 지역 주민들이 각종 상품을 손쉽게 또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최근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경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쇼핑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계속 외면한다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물론 소비자들로부터 무시당할 것은 뻔한 노릇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자율적인 개선은 물론 당국의 지도, 단속 실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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