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와 地自體행정

동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심각하게 되새겨볼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안전의식결여와 뿌리깊은 부패구조는 말할 것도 없고 민선 지방자치단체의 빗나간 행정행태도 큰 문제다.

지난 92년 민선 지방자치시대 개막이후 일선 기초단체장들이 인기관리에 치우친 나머지 예전에 없던 소모성 행사를 해마다 늘리고 있어 공무원들이 수시로 행사준비에 동원돼 행정공백을 일으키고, 규제나 단속행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은 무심히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번 화재참사 사건이 일어난 호프집 관할 행정관청인 중구청의 경우 구청장의 인기관리용 행사는 연간 20건에 달한다. 특히 화재사건이 발생한 지난달엔 무려 8건이나 됐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제쳐둔 채 행사준비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접객업소의 불법영업행위 단속 등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푸념이다. 물론 본란이 일선 공무원들의 이같은 고충을 거론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일부 공무원의 직무태만을 옹호하거나, 비리의혹 공무원을 두둔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자체장의 그릇된 인기영합 행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다.

민선장의 인기관리행사의 부작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주민들을 모아놓고 푸짐하게 잔치판을 벌이는 등 단체장이 자리지킬 틈이 없을 정도로 행사도 많고, 씀씀이도 전보다 커지니까 다른 예산을 전용하는가 하면 지역업체나 업소로부터 협찬금을 모집하는 사례도 한 두번이 아니어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중구청도 지난 4월 벚꽃축제때 이런 말썽을 빚었었다. 지자체가 이처럼 행사 때마다 이들에게 협찬금을 요구해야 하니 기업체의 불법행위나 불법업소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형식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선시대에 지자체장이 주민을 접촉하고 위로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행사가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잘못된 행정’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소모성 행사로 행정공백이 초래되고 협찬금 때문에 단속행정이 느슨해져서는 안된다. 지역주민을 위해서는 ‘인기행정’이 아니라 ‘봉사행정’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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