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雨)를 소재로한 문학작품, 특히 운문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동양인, 그 중에서 우리 한국인은 비에 유난히 다정다감해서인지 자고로 비를 읊은 운문들이 많다. “한식 비온 밤에 봄빛이 다 퍼졌다/무정한 화류도 때를 알아 피었거든/어떻다 우리의 임은 가고 아니 오는고” - 신흠(1566∼1628)의 시조. “자당에 비 뿌리고 양류에 내 끼인제/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석양에 짝 잃은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노매” - 조헌(1544∼1592)의 시조.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추풍 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 계랑(1513∼1550)의 시조. “비 내리는 봄밤에 낙숫물 소리/노자가 한 평생 사랑한 소리/베옷으로 몸 가리고 등불 돋우며/아내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네” - 권필(1569∼1612)의 한시(漢詩). “찬 비는 밤 새도록 대숲 울리고/가을이라 풀벌레는 침상곁에서 우네/흐르는 세월을 어찌 머물게 하랴/짙어 가는 백발을 막을 수 없구나” - 정철(1536∼1593)의 한시. “가만히 오는 비가/낙수져서 소리하니//오마지 않은 이가/일도 없이 기다려져//열린 듯 닫힌 문으로/눈이 자주 가더라” - 최남선(1890∼1957)의 시조 ‘혼자 앉아서’. 비를 소재로 한 시와 시조는 참으로 많은데 봄비를 노래한 작품은 ‘이별’이라고 하여도 유정하다. 그러나 가을에 듣는 빗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비감에 젖게 한다. 요즘 경기북부지역이 경기남부지역에 이어 또 수해를 당해 심란스럽기 짝이 없는데 이제는 오지 않아도 될 비가 자꾸만 내린다. 수해지역에 내리는 비가 원망스럽고 빗소리가 두려운 이유는 아무리 예술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생존을 앞설 수 없기 때문인듯 싶다. /淸河

경기문화재단 쇄신 기대한다

경기문화재단이 엊그제 도내 예술단체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밝힌 재단운영계획은 비전이 확연해 우선 기대를 걸게 한다. 경기문화재단은 그동안 경기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 문화관광홍보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삼아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실학(實學)전통의 계승, 전통문화 보존과 도민의 문화예술 향수기회 증대, 경기문화예술진흥 등에 주력하여 일부 지적사항도 있었지만 그러나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사업 가운데 특히 실학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문화유산의 발굴 및 재조명, 생활속의 우리 전통문화 실천, 문예창작 및 활동 재정지원 등은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하겠다. 경기문화재단은 예술단체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경기문화예술인 자료관 설치, 월간 ‘기전 문화예술’발간,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만남’ 정례화를 공언했다. 경기문화재단의 독립청사를 마련, 문화재단 건물내에 도내 문화예술인들에 관한 상세한 기록이 비치된 자료관을 개설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많은 음악인, 화가, 사진작가, 국악인, 무용인, 문인 등 예술인들의 인적사항과 작품 및 활동상황 등을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볼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예술인 자료관 설치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현재 계간으로 통권 10호를 낸 ‘기전 문화예술’지를 내년부터 증면과 함께 월간으로 발행한다는 계획도 바람직스럽다. 문학을 비롯 경기도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여 각 지역 문화예술활동을 골고루 상세히 알려주는 예술종합지로 일신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경기문화재단이 현재 추진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들을 환영하면서 앞으로 시행과정을 지켜보고자 한다. 그리고 차제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 문화예술인이 있으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또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의 상급관청이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의 지원부서라는 개념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문화예술인을 위하여 봉사한다는 자세로 매사에 임해 주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보수의 목소리 커져야

현대적 의미의 좌·우파 개념에 선을 딱 그어 설명하기란 어렵다. 소비에트 체제 붕괴이후 유럽의 좌파가 진보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파 역시 냉전에서 벗어난 가치와 목적에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다. 특히 좌파에서도 이데올로기에 신자유주의를 접목한 영국 블레어의 제3의길과 정통사회주의에 중산층의 역할을 강조하는 프랑스 조세팽의 신사회주의 노선이 병존한다. 어떻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서구 여러나라가 사민당 혹은 좌파연합 정권 일색으로 비록 좌파가 집권하고는 있어도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하는 우파적 좌파 노선을 제시하고 있는것은 주목할 점이다. 이런가운데 오스트리아에 이어 스페인은 지난 3월 아스나르의 국민당이 압승, 우파 정권을 수립한바 있다. 우리가 처한 입장역시 좌우파의 개념을 서구와 똑같이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여러가지 견해가 나올수 있다. 특히 6·15 공동선언 이후에는 남북간은 물론이고 남남에서조차 개념의 혼선을 빚어 이에대한 정립이 시급하다. 이런 과제속에 보수와 진보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갑자기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보수세력의 목소리는 찾기가 힘들어졌다. 심지어는 언론도 보수언론은 마치 민족화해와 남북관계 개선을 원치 않는 것으로 매도되는 것은 심히 위험한 발상이다. 동족간의 평화 통일을 바라지 않는 보수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두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는 보수든 진보세력이든 부인될 수가 없다. 남북협력에 철저한 상호주의냐 유연한 상호주의냐 하는 견해 차이를 두고 협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보는 시각과 가는 방법이 다르다고 하여 목적이 다른것은 아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보수성에 있다. 집권여당 또한 보수정당인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의 대북정책 급진은 급진좌경화가 아닌데도 진보세력은 고무돼있고 보수세력은 위축돼 있는것이 기형적 현실이다.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예컨데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촉구같은 것은 보수 진영의 목소리다. 물론 진보세력의 목소리도 계속 나와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의견충돌은 국론의 분열이 아니다. 국론의 조화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존중돼야 하는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요체다. 지금처럼 보수관은 반민족 분자 보듯이 하는 경직성은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돼 있다.

강감찬장군 동상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낙성대(落星垈)’는 고려의 명장 강감찬(姜邯贊) 장군의 출생지로 전해져 왔다.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진 날 강감찬(948∼1031년) 장군이 태어났다 하여 낙성대라고 이름 지었는데 사리탑식(舍利塔式) 석탑이 남아 있다. 강감찬 장군은 고려 현종(顯宗) 9년(1018년)에 거란의 장수 소배압이 고려를 침공하였을 때 서북면행영도통사(西北面行營都統使)로 상원수(上元帥)가 되어 거란군을 격파하였다. 특히 구주에서의 대첩은 대외항전사상 중요한 전투의 하나로 기록돼 있다. 구주대첩에서 거란군은 전멸에 가까운 손실을 입어 고려 침입군 10여만명 중 생존자는 수천명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이 강감찬 장군의 동상이 낙성대에 있지 않고 왜 수원 팔달산에 건립됐느냐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였다. 강감찬 장군의 기마동상은 1971년 6월29일 애국조상건립위원회(위원장: 신범식 문화공보부 장관)와 서울신문사가 공동주관하여 기공했는데 1971년 10월 준공됐다. 제막식은 1972년 5월4일 김종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요인과 많은 수원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남창동 산 1번지 대지 500여평에 조각가 김영준씨의 조각으로 세워진 이 동상은 원상(原像) 높이 4.5m, 좌대높이 5.7m, 전체높이 10.2m, 청동주물상 5t, 마상의 길이 5m의 거대한 기마동상으로 건립기금은 삼양식품공업주식회사 전중윤 사장의 헌납금 1천600만원으로 건립됐다. 그런데 30년동안 팔달산을 지켜왔던 강감찬 장군 동상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20여억원을 들여 정조대왕 동상을 세운다고 한다. 강감찬 장군 동상은 수원시 화서동 숙지산 공원과 군사훈련 장소였던 동장대 (연무대), 장안공원, 만석공원으로의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는데 지금 팔달산에 가면 호국의 용장 강감찬 장군이 적진을 질타하는 듯한 호령소리가 들려온다. /淸河

가을

조상들은 계절에 대한 감각이 풍부했던 것 같다. 사계절에 쓰이는 계절 이름이 설흔여섯 가지나 된다. 봄으로는 이른봄 조춘(早春) 초춘(初春) 천춘(淺瑃) 헌춘(獻春), 한봄으로 중양(仲陽), 늦봄으로는 만춘(晩春) 잔춘(殘春) 춘말(春末) 모춘(暮春) 등이 있다. 여름은 초여름으로 초하(初夏), 한여름은 성하(盛夏) 성염(盛炎), 늦여름은 잔하(殘夏) 만하(晩夏) 등으로 불린다. 가을은 초가을을 초추(初秋), 한가을은 계추(桂秋), 늦가을로는 잔추(殘秋) 만추(晩秋) 등이 있다. 겨울은 초겨울을 초동(初冬), 한겨울을 증동(蒸冬), 늦겨울은 만동(晩冬) 잔동(殘冬) 등으로 부른다. 그러나 이는 개념적 철 이름으로 달마다 달에따라 부르는 계절 이름이 따로 있다. 음력으로 정월 상춘(上春) 맹춘(孟春) 2월 중춘(仲春) 3월 계춘(季春) 4월 맹하(孟夏) 5월은 계하(季夏) 라고 한다. 7월은 상추(上秋) 맹추(孟秋) 8월 중추(仲秋) 9월 계추(季秋) 10월 상동(上冬) 맹동(孟冬) 동짓달 중동(仲冬) 섣달은 계동(季冬) 이다. 흥미있는 것은 예컨대 상춘이 있었다 해서 하춘이 있는것이 아니고 철과 달마다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사계절중에도 봄과 가을 이름이 비교적 많은것은 봄 가을에 더욱 생활의 정취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27일 백로를 앞둔 탓인지 초가을이 완연한 가운데 추석(9월12일)이 든 중추가절이 짙어가고 있다. 얼마전 까지만도 밤낮으로 쪄대든 한증막 더위가 사라지고 하늘이 높아 가면서 오히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기까지 하다. 건강에 유의해야 할 때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여 풍성한 가을을 보람있게 맞이 해야겠다. 바삐 살다보니니 어느새 중추로 접어든 한가을속에 묻혔다. /白山

LPG 사용자 고충 덜어줘야

산업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8월 현재 도시서민과 도서·벽지주민 등 800만가구가 액화석유가스(LPG)를 취사 또는 난방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가정 및 상업용으로 사용된 물량은 총 222만7천t이다. 이렇게 LPG는 주로 저소득계층이 사용하고 있는데 가격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보급돼 있는 도시가스(액화천연가스·LNG) 요금보다 훨씬 비싼 실정이어서 빈익빈 부익부의 기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LPG의 가격은 ㎏당 812원인데 반해 같은 열효율을 감안해 비교한 도시가스요금은 절반 수준인 ㎥당 511원에 불과하다. LPG 유통구조가 도시가스에 비해 복잡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LPG 공장도가격이 ㎏당 490.55원, 도시가스는 ㎥당 339.90원인 것을 보면 서민용 연료에 대한 가격정책이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특히 LPG를 수입할 때 부과하는 관세는 1.5%로 도시가스 수입관세(1.0%)보다 비싸며 특별소비세도 LPG 사용자가 도시가스보다 많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LPG와 도시가스에 각각 부과하고 있는 세금을 유효열량으로 환산하면 더욱 크게 벌어진다. 유효열량이 높은 대신 도시가스에 비해 무거운 LPG는 중량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 현행 규정에 따라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용 LPG는 가격만 비싼게 아니다.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해 7인승 이상 LPG 승합차 운행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서해안 고속도로 중 수원에서 평택·안중까지 구간에는 LPG 충전소가 없으며 경부고속도로도 천안휴게소까지 가야만 충전을 할수 있다. 영동고속도로도 용인휴게소에만 설치돼 있을 뿐 나머지 도내 휴게소 등에는 충전소가 없으며 다른 시·군의 국도변에도 마찬가지다. 도시서민층과 도서 벽지의 농어촌주민, 그리고 승합차운행으로 사용하고 있는 LPG 가격은 수송용은 계획대로 인상한다 하더라도 취사·난방용은 현 가격에서 인하해야 한다. LPG를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입관세와 특별소비세를 폐지하는 것도 그 방법중 하나이다. 이와 함께 LPG 충전소를 국도변과 도심에만 설치할 것이 아니라 외곽지역에도 설치하여 연료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승합차 이용자들의 고충을 해소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 水災, 당국 뭘 했나

올 여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96년 이후 올해도 또 경기북부지역을 비롯한 경기남부 일부에 수마가 덮쳐 주택과 농지가 침수되는 등 적지않은 재산피해가 났다. 몇년째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수재에 우선 할말을 잃고 망연자실할 뿐이다. 한 두번도 아닌 수년씩 똑같은 참상을 겪으면서도 어째서 당국의 수방대책은 그렇게도 허술한 것인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이번에 내린 비의 양은 지난 98·99년에 비해 훨씬 적었는데도 하천 둑이 붕괴되거나 유실됐고, 저지대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등 똑같은 피해가 되풀이됐다. 다행히 이번 비로 작년과 같은 대규모 피해는 없었지만. 그러나 올해 역시 도내 논 1천370여㏊가 침수되면서 10∼20%의 감수가 예상돼 5년연속 대풍의 꿈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매년 물난리를 겪을 때마다 정부가 약속하고 다짐한 항구적인 수방대책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양태의 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은 그 대책 어디엔가 문제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비의 수해양상을 보면 근본적인 수방대책은 커녕 지난해 수해 복구공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이없게도 앉아서 당한 사례가 많다. 배수펌프장만 늘렸을 뿐 하수관로를 확장하지 않아 침수된 의정부시 의정부3동 지역과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일대가 그렇고, 주민의 강력한 요구로 뒤늦게 유수로 확장공사 중에 당한 고양시 풍동 2통지역과 차탄천 둑 높이기 설계용역중에 침수된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 일대가 그러하다. 경기도는 지난해 수해복구비로 5천100억여원을 쏟아부었다. 그러고도 구조적이고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주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행정당국이 그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막대한 돈을 들이고서도 웬만한 비에도 맥못추는 임시 방편식 수방대책은 주민들에게 불안감만 안겨주고 정부를 불신케할 뿐이다. 정부와 경기도는 지금부터라도 치수와 방재(防災)를 위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지성 호우에도 무력하기 짝이 없는 이제까지의 수방대책들을 근본부터 뜯어 고치고, 말 그대로 항구적 수방대책을 새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만약 앞으로 세울 수방대책과 복구계획이 종전의 것과 같은 복사판이 된다면 우리가 수년간 경험한대로 수재는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차원의 획기적인 수방대책 마련을 다시 한번 촉구해둔다.

파주의 평화시유치 ‘당위성’

정부가 계획한 평화공원(평화시) 조성에 파주와 경합, 철원으로 유치하려는 강원도에 재고를 당부코자 한다. 평화공원은 남북교류 및 자유왕래의 거점으로 이산가족 면회소 물류기지 등을 조성, 장차 평화시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군사분계선이 만나는 철도지점엔 남북공동역사가 설치된다. 이를위해 파주시와 경기도는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100만평규모의 평화공원 조성계획 수립에 나섰다. 물론 철원도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원선은 경원선나름의 또 다른 테마가 설정돼야 하는 것으로 안다. 강원도가 주장하는 4차 국토개발계획상의 평화통일 거점지역조성은 경원선과 설악산∼금강산의 연계등이 중심인 것이다. 평화공원은 어디까지나 경의선 중심의 사업으로 파주는 자유로를 통한 개성공단의 배후지역이다. 남북간 물자 및 기술, 자본 등의 교류에 최적지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으로 믿는다. 강원도가 파주를 흠집잡아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과밀억제권역을 들먹인 것은 유감이다. 이에대한 판단은 정부의 몫이다. 같은 광역단체의 입장에서 이를 거론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더욱이 건설교통부는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에서 지역특성의 개발사업을 위해 접경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범위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후속조치로 교류활성화를 위한 여건충족의 변화로 안다. 평화공원(평화시) 조성은 남북간의 단순한 과도기적 조치가 아니다. 장차 통일한반도의 중핵으로 대륙을 연결하는 동북아시대의 거점지역 역할을 하게 된다. 실로 막중한 국가사업인 것이다. 아울러 지역발전의 의미도 물론 있다. 경기도의 발전을 바라는 것처럼 강원도의 발전 또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여기엔 여건이란 것이 있다. 예컨대 관광발전은 두 도가 다같이 지향하는 것이나 경기도는 시설관광, 강원도는 자연관광이 주가 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대립하기보다는 상호연대(보완)하는 것이 더불어 발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평화공원(평화시) 조성 역시 같은 맥락으로 판단된다. 이웃끼리 괜한 소모적 경쟁으로 서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바라고 싶다.

선거비용 실사 다시해야

지난 25일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의원총회에서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선거비용을 축소 신고토록 교육을 시켰으며, 또한 기소되어야 하는데 기소 안된 사람이 열손가락을 넘는다는 발언은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여당 총무까지도 개별적으로 선관위와 검찰과 연락하면서 부탁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여당 지도부가 선거사범처리에 개입되었을 의혹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여당은 사실과 다르며 일부 발언이 과장됐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당 대표가 선관위와 검찰에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과정이나 발언 내용을 보면 단순한 실언이나 과장된 표현으로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파장이 크다. 선거의 실무 총책인 사무부총장과 원내 총무가 공개석상에서 행한 발언이 어떻게 똑같이 실언일 수 있겠는가. 그 동안 국민들은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의 근절을 위하여 깨끗한 정치, 돈 적게드는 선거를 염원하였으며, 대통령도 깨끗한 정치의 실현 없이는 한국정치는 발전할 수 없다며 기회있을 때마다 깨끗한 선거를 강조해 왔는데, 여당 고위당직자가 오히려 선거부정을 획책하였다면 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 지난 4·13 총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혼탁하게 치러져 깨끗한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실망시켰었다. 때문에 선관위에서 수백명의 국세청 직원까지 동원하여 선거비용을 실사, 법정비용을 위반할 경우 여야를 불문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하여 이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선관위는 불과 19명밖에 고발하지 않아 결국 선관위도 기대할 것이 못 된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이제 여당 당직자들 스스로 선거비용을 축소·보고토록 했다고 하니 선관위는 이제부터라도 선거비용 실사를 철저하게 재실시, 위반자는 전원 검찰에 고발하여야 한다. 선거법 위반자 기소 시한이 오는 10월31일까지이므로 아직도 시간적 여유는 있다. 선관위가 스스로의 명예회복차원에서라도 민주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 정도의 소극적 방법에 그칠것이 아니라 선거비용 실사의 전면적 재조사를 통하여 의혹을 밝혀야 된다.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으면, 정치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이며, 또한 깨끗한 선거는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판단의 오류

1997년 8월30일 자정이 넘어서다.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중 하나인 CBS에 지방가맹사들의 비난 전화가 빗발쳤다. CNN, NBC등은 정규프로그램을 중단, 영국의 다이애나비가 파리에서 교통사고 당한 참혹한 장면과 함께 현장뉴스가 중계되고 있는 시간에 CBS는 한가롭게 프로레슬링 중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CBS가 다이애나비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다루기 시작한 것은 한시간이 지난 뒤였다. 헤이워드 CBS 사장은 멍청했던 한시간을 ‘악몽의 시간’으로 규정, 베나르도스 뉴스담당 부사장을 특집담당으로 좌천시키고 맥기니스 런던 지국장을 승진 발령했다.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때의 일이다. 인민군이 38선을 넘어 진격해 오고 있는 시간에 신모국방부장관은 이승만대통령에게 ‘각하, 용맹무쌍한 국군이 일제히 반격을 가해 격퇴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육군수뇌부는 전날(토요일) 밤 육군회관 준공파티에서 만취한 술이 덜깬 작취미성의 상태였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참사로 국민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것은 늑장 대처한 탓이다. 조난 보고를 받고도 흑해 별장에서 계속 휴가를 즐기다가 사태가 심각해진 이틀날 마지못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서구에 구조지원 요청을 한 것은 또 이틀이 지나서 였다. 푸틴은 1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쿠르스크호 참사와 관련, 지난 23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유족들에게는 10년분 봉급, 아파트 제공등을 약속하는 등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섰으나 이반된 민심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 태어난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모든일은 이처럼 대처하는데 시기가 있다. 시기를 놓치는 것은 판단의 오류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 주변에 판단의 오류로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는지 정부는 다각적인 성찰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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