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공포’ 언제까지

‘식탁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불량·부정식품 사례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와 국민들이 뭘 먹고 안먹어야 하는지 음식 먹기가 겁나는 것이다. 수입 꽃게에 납조각을 집어 넣어 무게를 늘려 시중에 파는가 하면, 옥수수기름에 화공약품인 황산을 혼합해 참기름으로 둔갑시켜 대량판매한 업자와 쇳가루가 섞인 고추가루를 팔아온 악덕업자가 수사당국에 붙잡혔다. 또 수입 홍어와 복어 뱃속에 돌 또는 물을 강제로 넣은후 급냉동시켜 무게를 늘려 팔거나 아가미를 통해 모래를 집어 넣은 조기가 유통되고, 시중의 묵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2∼3일새 언론에 보도된 불량·부정식품 사례들만 봐도 과연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식품이 남아 있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얼마전엔 농약 콩나물과 농액채소·석회 두부가 식탁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기만 하다. 검사·검역체계도 그렇고 부정식품취급자 처벌 법규도 마찬가지다. 우선 농축수산물의 수입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우리의 검사 검역체계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전에는 수입 농축수산물의 30%까지 정밀검사를 해오던 체계가 시장이 개방되면서 오히려 정밀검사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고작 2%내외의 무작위 추출로 그나마 관능검사에 그치고 있다니 검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없다. 국내 농수산물 검사체계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1천177개 지방 단위농협 중 잔류농약 속성 간이검사소를 갖춘 곳은 213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것은 국민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는 국내외 식품 검사·검역 시스템을 점검을 통해 완벽하게 보완하는 일이다. 인력·장비 등 부족한 것이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구비해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부정식품을 취급하는 악덕업자를 중벌에 처할 수 있게 관련법규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가장 무거운 법정형량은 ‘5년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죄질에 비해 너무 가볍다. 그동안 수많은 사례를 적발했어도 부정식품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당국의 단속도 겉핥기식인데다 일제단속 때마다 되풀이 되는 ‘중형’ 다짐도 엄포로 그쳤기 때문이다. 당국은 더 이상 부정식품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토대를 강화하고 검사·검역기능을 보강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매미소리

매미는 현재 18여종으로 보고돼 있는데 이들 중 참깽깽매미·말매미·봄매미·소요산매매·두눈박이좀매미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의 복부에는 훌륭한 발음기관이 있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다른 곤충과 비교할 수 없는 특징이다. 매미는 생태적으로 매우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유충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땅 속에서 보통 2∼5년을 살며, 성충이 되기 위해 지상에 나와서는 나무에 올라 마지막 탈피를 한 뒤 약 한달정도 살다 알을 낳고 죽는다. 유충은 나무의 뿌리에서 수액을 빨아먹고, 성충은 햇가지 속에 알을 낳아 나무를 말라 죽게 하므로 식물에 피해를 많이 주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매미의 울음소리는 가곡이나 동요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를 여름날에 들으면 마치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 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 그러나 요즘의 매미소리는 아마 소음이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매미는 원래 낮에만 우는 곤충인데 요즘 매미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기 때문이다. 주서식지도 야산이나 숲속으로 알려져 왔지만 지금은 아파트단지나 빌딩 숲 한가운데 까지 점령해 버렸다. 더욱이 수컷이 암컷을 유인할 때 내는 울음소리는 건설현장을 능가한다. 이처럼 도심에 매미가 부쩍 늘어난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규명된 것은 없다. 다만 천적인 말벌과 조류 등이 공해로 감소함에 따른 것이고 매미가 밤에 우는 것은 도심의 불빛을 보고 낮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추정은 한다. 수년간을 땅 속에서 지내고 겨우 지상에 나와 한달 정도 살다가 숨지는 매미의 생애를 생각하면 매미의 울음소리를 소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매정하지 않나 싶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이다. /淸河

자자체 부실 경영 개선해야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중앙으로부터의 재정독립이다. 재정자립이 없으면 지방이 독자적인 사업을 수행하기도 어렵고 또한 지역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역발전을 위한 대형사업이 중앙으로부터의 국고지원에만 의존하게 되면 지방은 중앙에 예속되게 되며, 따라서 지방자치는 허울좋은 이름뿐이다. 이러한 우려가 최근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초단체에서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재 각 시·도 등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진 빚이 무려 18조가 되며, 이에 대한 이자만도 연 1조가 넘는다고 하며, 일부 자치단체는 지방세의 59%를 빚 갚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광역자치단체의 전체 평균 자립도는 59.4%이며, 광역시를 제외한 9개도는 자립도가 불과 40%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전국 248개 지자체 중 지방세 수입만으로 인건비 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무려 58.5%인 144개에 이른다고 하니 이런 재정상태를 가지고 지방자치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자체의 재정상태가 이와같이 어려운데도 각 지자체는 자치단체장들이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지자체를 운용할 생각은 없이 불요불급한 사업이나 선심성 예산에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으니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자체 단체장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여 전시성 사업 등을 실행함으로써 더욱 재정상태를 어렵게 하고 있다. 행자부에 의하면 98년의 경우, 300여개의 각종 지역축제가 대부분 단체장들의 일과성 행사인데도 자치단체 총 예산의 12%나 소요되었다고 하니 지자체 단체장들의 재정에 대한 경영마인드를 짐작할 수 있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국민의 혈세를 무서워 해야 된다. 선진국의 단체장들은 자신들을 세일즈맨이라고 외치면서 틈만나면 지자체 홍보에 열을 올리고 경영마인드에 입각한 재정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우리의 단체장들이 유권자의 표나 의식한 선심성 행정을 한다면 과연 지역발전이 제대로 되겠는가. 물론 지역에 맞는 특화사업을 실시하여 재정 수입을 올리는 단체장도 있다. 그러나 지자체 파산 선고라는 최악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또는 건전한 지역발전을 위해 단체장들이 재정운영에 대한 경영마인드를 갖기를 재삼 요망한다.

道敎委의장 선거가 이래서야

경기도교육위원회의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교육계 주변이 혼탁선거양상으로 얼룩지고 있다. 오는 31일 임시회에서 선출할 의장단 선거에는 특히 교육위원 정원 13명 중 5명이 의장(후보 3) 및 부의장(후보 2)에 출마할 뜻을 밝히고 선거전에 나섬으로써 과열·타락현상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보도된 선거 행태를 보면 어쩌면 이렇게도 고질적인 정치판을 닮았는가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선거전 초반에는 정치판의 지역색처럼 경력·비경력간의 편가르기 대결구도로 진행되다 일부 위원들이 이탈, 상대후보 지지로 돌아서자 상대측에 대한 인신공격과 물고 뜯는 음해성 상호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예컨대 ‘누구누구는 다리가 불구인데다 술을 못하고 독선적이어서 도교위 의장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에서 부터 또 ‘누구누구는 성격이 신경질적인데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다’ 또 ‘누구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부도덕한 인물로 의장자격이 없다’는 등 상대방을 흠집내고 음해하는 얘기들을 퍼뜨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러는 언론인이나 교원의 이름을 도용, 후보자의 학교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자가 사학자금을 빼내 위원들을 매수하는 등 불법선거를 하고 있는데 아느냐’며 인신공격하고, 이같은 내용을 언론사에 알려주기도 한다. 흑색선전 일변도의 치졸하고 낯뜨거운 저질비방이 도를 넘어서 시정잡배 뺨치는 상황이다. 도교위의장 선거까지 오직 당선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심한 풍토를 보면서 당 혹함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교육위의장은 지역의 교육·학예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치한 지방교육자치 의결기구를 대표하는 장(長)이다. 이런 자리를 차지할 사람을 뽑는 선거전이 혼탁한 정치판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일 것이며, 학예 풍토를 진작할 수 있는지 암담할 뿐이다. 도교위의장 선거가 이처럼 혼탁·비방의 난장판 선거에다, 특히 경력·비경력으로 나뉜 분파의 힘이 작용한다면 교육정책에 관한 교육위의 심의·의결에 대해 신뢰가 생길 수 없고 제대로 될리도 없다. 때문에 적어도 지방교육발전을 주도할 교육위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만은 정치판과는 달라야 한다. 후보자들은 이제라도 일선 교직자들과 특히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거가 되도록 이성을 되찾고 자중해야 할 것이다.

환경의식 없는 개발사업장

최근 경기도와 시·군 및 경인지방환경관리청이 합동으로 실시한 경기지역 환경안전특별점검 결과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들이 드러났다. 환경피해가 우려되는 수도권 택지개발 현장 등 대규모 사업장 56개소를 점검했더니 11개 사업장이 환경평가협의내용을 위반한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11개 위반 사업장 가운데 6개소가 공공기관이라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이 대규모 사업을 하면서 환경을 마구잡이로 훼손했다면 도대체 환경영향 평가는 누가 지키라는 것인가. 환경을 파괴한 6개의 공공기관 중 한국토지공사가 시행중인 파주시 통일동산 조성사업은 환경영향평가협의 내용을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사업면적 168만평 중 산림지역 1만8천평은 수림보호 및 생태보전 차원에서 원형보존하도록 1995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협의가 이루어졌었다. 그런데도 토지공사가 공사를 하면서 임진강 제방복구를 위한 토취장으로 사용함으로써 보존지역의 원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환경부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공사중지요청을 했다지만 이미 모두 훼손된 뒤인데 무슨 소용이 있는가. 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화성군 향남면 발안∼반월간 도로공사를 하면서 비탈면 보호대책 및 토사유출 방지대책을 제대로 시행치 않아 환경을 파괴했다. 포천군 회현면 일대의 극동골프장과 포천골프장 공사현장은 진입도로 입구를 환경영향평가협의시 보다 훨씬 많이 절토했고 다른 사업장들은 세륜·세차시설 미설치, 녹지면적 감소 등으로 적발됐다. 우리가 이번 환경안전특별점검 결과를 우려하는 것은 대규모 개발사업체들, 특히 공공기관이 공사를 하면서 정부가 지키도록 한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한 환경의식의 실종이다. 이래서야 정부가 민간업체들의 환경영향평가 준수여부를 어떻게 단속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은 난개발이 극도에 달해 환경이 무자비하게 파괴되고 있는 실정아닌가. 더 이상 산림이 무단 훼손되고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시행기관과 업체들은 부디 각성하고 당국은 강력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 바란다.

꽃게에 납덩이를 넣다니…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중국산 꽃게 수입업자가 무게를 늘리기 위해 꽃게속에 인체에 치명적인 납조각을 넣어 판매한 사실이 검찰수사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구속된 꽃게 수입업자는 중국서 수집한 꽃게 13t을 30∼40마리씩 상자에 재포장하면서 냉동직전 상자당 1∼2마리에 70∼150g의 납조각을 주입시켜 국내 업자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돈에 눈이 멀었기로서니 어떻게 식품에 생명을 위협하는 독성의 납조각을 아무꺼림없이 넣는 그같은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는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분노와 함께 우리를 불안케 하는 것은 구속된 이 업자외에 또다른 수입업자가 25t 가량의 ‘납꽃게’를 수입 판매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현재까지 38t 중 30t이 이미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통해 수도권을 비롯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검찰은 또 이들 외에 ‘납꽃게’를 유통시킨 수입업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그만큼 납꽃게의 수입이 횡행하고 있었다고 검찰은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검역체계는 그 동안 육안에 의존할뿐 허술하기 짝이 없어 꽃게를 비롯한 수입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꽃게는 장을 담그거나 찌게를 끓일 때 통째로 요리하는 경우가 많아 납이 오염된 꽃게를 자신도 모르게 먹기 쉽다. 특히 미세한 납조각은 끓는 물에 완전히 녹기 때문에 찌게 조리과정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아 납중독 위험이 크다. 납은 이미 알려진대로 중금속 중 가장 독성이 강하고 한번 체내에 흡수되면 배설되지 않고 누적돼 사지마비 등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다. 이처럼 생명을 앗아가는 독성물질을 돈에 눈이 어두워 음식물에 넣는 것은 간접 살인행위나 다를게 없다. 때문에 사직당국은 이같은 악덕업자들을 빠짐없이 색출 엄중하게 처벌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부정식품업자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하루 빨리 국민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는 국내외 식품 검사·검역을 어떤 문제보다 최우선적 의제로 삼아 보강해야 한다. 부족한 인력 장비 등은 하루 속히 보완해 완벽한 검역시스템을 갖춤으로써 국민을 먹는 것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중국산 공세

어렸을적 가을논에 새를 보면서 메뚜기를 잡았다. 논엔 (지금은 농약과 비료바람에 다 없어진 메뚜기뿐 아니라) 미꾸라지도 있고 우렁도 있었다. 며칠전 어느 자리의 뷔페음식 가운데 메뚜기볶음이 있어 반가워했더니 누군가가 “아마 냉동된 중국산일 것”이라고 말해 듣고보니 아직은 메뚜기 철이 좀 이른 것으로 미루어 그럴것 같았다. 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 줄기를 빼 꿰어 매거나 사이다병에 담았다가 참기름과 소금에 볶은 맛이란 일품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에겐 이런 자연친화적 놀이와 맛을 안겨주지 못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그러고 보니 저임금을 무기삼아 밀물처럼 쳐 들어오는 중국산 공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산물로는 참깨 땅콩을 비롯해 수산물엔 꽃게 조기등 민물의 미꾸라지까지 중국산 투성이다. 심지어는 뱀(보신용)까지 별의 별것이 밀수입되기도 한다. 우리 농촌에서는 고사리나 도라지를 캐어 팔아봐야 품삯도 나오지 않는 틈새를 타 산채도 중국산이 판친다. 이런 중국산이 신토불이어서 아무래도 토종과는 달라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기도 하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공해오염이다. 우리가 6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고도성장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은 환경보다는 경제가 우선이어서 수질오염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또 우리의 공산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농수산물 수입이 불가피한 입장이다. 이바람에 지난 봄엔 마늘수입으로 국산 마늘값이 떨어져 농민들을 울상짓게 하더니 이젠 가을 고추값의 폭락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 농가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농업인들에 대한 이같은 피해는 정부의 적정가격 수매가 요구되지만 참 걱정이 많다. 올 추석 차례상에 자칫 잘못하면 조상이 잡수어보시지 않은 중국산 제수가 오를 판이니. /白山

평양가기

세상 많이 달라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하고 찍은 사진을 집 거실에 걸어두는게 자랑이 된 세상이 됐으니. 불과 몇달 전만 같아도 혼쭐 날 일이었던 것이. 북측에선 “누구든 와서 보고싶은 사람은 와서 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갈수 없지만) “뿔달린 사람 없으니 와서 보라”는 것이다. (남측도 뿔달린 사람 없기는 마찬가지인 동족 …) 초청이란 것이 참 묘하다. 방북초청을 받으면 굳이 안간다고 우기는 것도 그렇고 오라 한다고 냉큼 달려가는 것도 그렇다. 두가지 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모양새가 좀 그렇다. (남북간에 왕래는 많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평양에가면 대접 잘받고 구경 잘하고 사진찍고 통큰말 들으면서 ‘아 그게 아니었구나?!’하고 종전의 인식이 흐물흐물해진 가운데 돌아 오는것이 아닌지? 새로운 인식이 꼭 나쁜건 아니지만.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평양 가기를 미룬것은 잘한 일이다. 야당총재로서 김정일국방위원장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싶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집권자인 여당총재의 방북이 있었으면 야당총재의 방북이 있어야 하는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야당과는 사전 양해 한마디 없이 이총재 방북요청을 발표(북측의 응낙 및 초청여부는 알수 없으나)한것은 경솔한 처사임이 맞다. 입장을 바꾸어 서울을 다녀간 북한 민간인이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 놓을수 있을 것이라는 가상은 성립하기 어렵다. 그럴만하게 다녀간 북측 민간인도 아직은 없지만, 세상 달라진것은 이쪽만 달라졌을뿐 저쪽은 달라진것이 없지 않겠는가 싶다. /白山

주민자치센터 개선점 많다

오는 12월부터 서울과 6대 광역시, 도농복합시를 제외한 전국 도시지역 1천6백55개 동사무소가 주민 문화와 복지 공간의 기능을 하는 주민자치센터로 탈바꿈을 한다. 경기도의 경우, 이미 군포시는 지난해 9월부터 전국 최초로 시범운영되고 있으며, 도내 다른 지역들로 금년 11월까지 준비를 완료, 실시될 예정이다. 주민자치센터는 종래 행정위주의 동사무소 기능을 다원화시켜 주민들의 문화여가활동, 사회교육진흥, 지역복지 향상, 주민편익기능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주민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에서 실시되는 것이다. 행정업무의 정보화로 인하여 불필요한 인원을 감축, 예산을 줄이고 주민과 행정간의 거리감을 좁힘으로써 저비용·고효율의 행정을 추구하는 것이 본래의 의도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일과 일본 등에서 주민자치센터가 기능을 제대로 수행, 발전된 지방자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민의 기대와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센터 준비나 운영에 있어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자치센터 운영에 전권을 가진 주민자치위가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동장이 과거의 동 자문위원 중심으로 임명, 구성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반영하지 못함은 물론 주민참여의 활성화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실질적으로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자치위 구성부터 과거의 관료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난 인선이 되어야 한다. 둘째, 시설과 예산 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예산 배정이 충분하지 못하고 더구나 지역 특성에 따른 충분한 고려가 미흡하다. 일부지역에서는 구조 조정의 수단으로 자치센터를 이용하여 자치센터 운영의 주축이 될 공무원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과거와 같은 방만한 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를 인원감축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셋째, 자치센터는 주민이나 공무원 스스로의 선진화된 자치의식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공무원들의 관주도 관행과 주민들의 자치 경험 미숙은 말뿐만의 주민자치센터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스스로 자치 의식을 제고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는 정말 잘사나?

꽤나 부유한 것처럼 행세한다. 정부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다. 예컨데 여행수지가 적자인 마당에 지난 여름휴가철의 해외여행으로도 모잘라 추석연휴의 외국관광 예약이 벌써 동이날 지경이다. 사회가 온통 흥청망청으로 들떠있다. 정부는 대북관계에서 큰 부자나 되는 것처럼 달러를 펑펑 퍼댄다. 우리는 과연 잘사는 것인가. 아직 IMF도 졸업 못했다. 남의 빚으로 살아가는 주제아 씀씀이는 정말 잘사는 나라 사람들보다 더 헤푸다. 정부 살림부터가 수년째 심화한 적자예산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정 적자의 만성화는 경제파탄을 부를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안고있는 공식부채가 111조8천억원 이다.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23% 수준이다. 이가운데 16개 시·도가 걸머진 18조의 부채만도 이자가 연간1조원을 넘는다. 전체 공식부채의 이자로 한해에 4∼5조원이 나가는 판이다. 빛은 이것만이 아니다. 금융구조 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69조원에 이른다. 이역시 재정에서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또 있다. 대북비용과 사회보장비용 등 통계수치에 나타나지 않은 부채가 더 큰 문제다. 여기에 단기외채가 압박하고 있다. 아직은 약 500억달러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이 60% 미만 이지만 언제 경계수위인 60%선을 넘어설지 모른다. 만기가 1년내에 돌아오는 사실상의 단기외채까지 포함하면 600억달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한 정부의 단기외채 억제는 가뜩이나 고유가로 허덕이는 수출을 위축시키고 있다. 수출용 원자재의 상당수를 수입신용에 의존한 마당에 외상수입 규제로 수출 경색화를 가져오고 있다. 단기 외채문제는 외환보유확충, 신인도 제고로 해결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가마저 심상치않다. 원유가격 상승의 지속, 농수산물수급불안, 공공요금 인상에 이은 서비스료와 생필품 및 공산품가격 등이 줄줄이 인상대기 중이다. 다가오는 추석을 고비로 한차례 예상되는 물가파동은 2.5% 이내의 안정 목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빚투성속의 풍요를, 사회는 양극화속의 구가를 잘사는 나라의 부라고 말할수는 없다. 이러다간 또 언제 IMF 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 닥칠지 모른다. 정부부터 정신차린 모습을 보여 사회에 검소한 기풍이 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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