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국 총선과 스타머 내각의 향후 계획

한민주 영국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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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각국의 정치권 흐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영국 또한 총선을 치렀다. 지난 7월4일 치러진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해 보수당의 14년 집권이 막을 내리게 됐다. 오랫동안 저조했던 보수당의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조기 총선이라는 무리수를 던진 리시 수낵 전 총리의 계획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수낵은 영국 역사상 첫 동양계 총리다. 그는 옥스퍼드대와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나와 금융계에서 일하고 어린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소위 ‘엘리트’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으나 브렉시트 이후 계속됐던 경기 침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난민의 인권을 완벽히 무시하는 ‘르완다 정책’을 의회에 통과시키려는 등의 끊임없는 정치적 실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 변화가 절실히 필요했던 영국 국민들은 이번 투표로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수낵 전 총리는 지난 5일 사임한다고 발표하며 곧 보수당 대표 자리도 사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투표로 나타난 국민의 의견을 인정하고 차기 총리인 키어 스타머의 당선과 노동당의 승리를 축하했다.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새로운 총리인 스타머는 수낵 전 총리의 ‘르완다 정책’을 폐기하고 유럽연합과 새로운 관계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8년 전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를 국민의 대부분이 후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심각한 경제난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스타머는 예전부터 브렉시트에 반대하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의 큰 사회적 문제인 불법 이주민 유입 급증 또한 유럽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지난 보수당 집권 시기 당시와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수낵과 보수당의 불법 이주민에 대한 과거 해결 방식이 종종 제노포비아적이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도 마찬가지다. 영국이 현재 안고 있는 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는 유럽 국가들 간의 협력과 이주민의 이동을 반대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노동당은 다시금 유럽과의 교류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당이 다시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머는 총리관저인 다우닝 10번지 앞에서 취임 연설을 통해 국가의 변화와 ‘재건’을 약속했다. 국경과 인종의 경계가 희미해져 가는 지금, 외국인과 이주민을 통제하고 자국민의 이익만을 따지는 포퓰리즘 정치를 펼쳤던 영국이 빠르게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의 어깨에 놓인 짐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나 많다. 영국 사회는 정권이 교체된 만큼 앞으로의 변화를 꿈꾸며 현재 매우 희망적인 분위기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노동당도 바쁘게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긴 시간 이어진 국민들의 불만과 경제적 불안감으로 인해 그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럴수록 더더욱 스타머 내각이 분발해 국가가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과 제노포비아적 정치의 말로를 보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배울 점이 많다. 스타머와 그의 노동당이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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