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탄소중립이 의미하는 것

이달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UN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다. 이 회의를 앞두고 우리나라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달 18일 탄소 중립 최종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탄소 중립의 문자적 의미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제로(0)가 되게 한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최근 분석(World Energy Outlook 2021)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줄이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천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6.7억톤 가까이 된다. 이를 2050년까지 0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다. 2050년이면 앞으로 약 30년 후이니 아직 먼 미래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탄소중립이 의미하는 변화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30년은 결코 여유있는 시간이 아니다. 탄소 중립은 문명의 대변혁이라고 할 만한 거대한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명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산업화 이전 농경문명의 지배적인 에너지원은 농작물의 성장을 위한 태양 에너지, 그리고 농업 노동을 위한 사람과 가축의 근육 에너지였다. 그러던 것이 18세기말 이후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농경문명은 산업문명으로 전환됐다. 그에 따라 전체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고 또 산업화와 더불어 인간과 가축의 노동력이 점차 기계로 대체됐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에너지원도 일대 전환이 이뤄졌다. 19세기에는 석탄, 20세기에는 석유가 지배적인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석탄과 석유는 지구의 먼 과거에 번성했던 생물의 화석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화석연료라 불리운다. 요컨대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온 산업문명은 화석연료 에너지에 기반한 문명이다. 다른 에너지와 구별되는 화석연료의 한가지 특징은 축적된 형태의 에너지라는 점이다. 즉 화석연료는 태양에너지가 생물 화석의 형태로 변환돼 축적된 것이다. 우리가 예금 잔고만 있으면 그로부터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는 것처럼 화석연료 역시 채굴할 수만 있으면 생산과 소비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문명은 이전의 농경문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팽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고갈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제 화석연료는 고갈에 이르기 한참 전에 퇴출될 운명을 맞고 있다. 화석연료는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화석연료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는 지난 200여년간 지속되어온 산업문명의 에너지 기반이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함을 의미한다. 불과 30년 안에 이같은 대전환을 이루어낸다는 것은 엄청난 과제다. 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지식(기술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의지(행동변화)다. 앞서 언급한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기반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고 중요한 관건은 실행의지와 행동변화라 주장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행동 변화는 우리 모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변화가 그러하듯 이는 적지 않은 불편을 수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자신과 후손의 삶을 위해 이 불편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불편과 고통이 고르게 분담돼야 한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전제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음식점 총량제? 일자리 창출부터

월급쟁이의 꿈인 사장님으로 불렸던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때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뺏긴 많은 직장인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60세 정년은 사문화된 규정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50대, 이르면 40대에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자녀가 어리거나, 자녀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어려운 세상이 된 탓에 이들은 가정의 생계를 위해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 이직은 쉽지 않다. 일자리는 없는데 돈은 계속 벌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가장들은 차리기 쉬운 자영업, 특히 음식점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0년 기준 자영업자는 550만명에 달한다. 취업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다. 경제가 발전하면 기업이 늘어나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자영업 비중은 줄어들어야 한다. 한국과 경제 수준이 비슷한 선진국들을 보면 자영업자 비중은 대체로 10% 내외다. 자영업이 어렵다. 어렵게 만든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다. 자영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데도 정부는 현실성 없는 대책만 양산해 왔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고 대형마트를 규제했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폐점되면 오히려 골목상권이 사라졌다.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도 효과가 거의 없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만든 공공 배달앱은 자영업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혈세로 유지된다. 특히 이번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부터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준비 안 된 52시간 근로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더 나아가 중소기업만 힘들게 했다.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코로나 방역은 자영업자들을 희생양으로 내몰았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선진국처럼 지원할 수 없다. 국가 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두에게 돈을 똑같이 나눠줘야 한다는 포퓰리즘의 기승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은 자영업자들에게 더 많이, 충분한 지원도 어려운 현실이다. 국가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경제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음식점이 많다고 음식점 총량제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는 반인권적 독재국가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북한을 연상시킨다. 대한민국 헌법 제15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국민이 음식점을 할지 안 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란 것이다. 세상에 경쟁 없는 직종은 없다. 음식점 총량제가 필요하다면 모든 국민에게 직종별 총량제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국가가 누구에게 몇 개의 음식점을 어떤 기준으로 허가할지도 궁금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결혼 총량제니 출산 총량제니 하는 주장까지 나올까 봐 두렵다. 국가는 잘못된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면 안 된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선택하도록 만들면 안 된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적 소양과 정책적 능력을 갖추고, 인권을 존중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진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이슈&경제] 당신이 생각하는 아바타는?

아바타(Avatar) 하면 기성세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009년 영화 아바타를 떠올린다. 그러나 10대 청소년들은 다르다. 네이버Z가 서비스하는 제페토의 아바타를 지목한다. 지난해 미국 10대 청소년들은 하루 중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에 평균 156분(2시간36분) 접속했다. 2위인 틱톡 58분과 3위 유튜브 54분에 비해서 훨씬 길었다. 최근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더 유명해진 넷플릭스 CEO는 우리의 경쟁자는 디즈니플러스가 아니라, 포트나이트라고 언급한 바 있다. 포트나이트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를 예고한 게임회사다. 스트리밍 사업자(인터넷상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가 경쟁자로 게임회사를 지목한 것이다. 메타버스(Metavers)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초월ㆍ가상)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세계ㆍ우주)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 출간한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메타버스로 인해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인터넷 플랫폼 산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새로운 버전으로 현실과 단절되지 않고 연속성을 갖는 가상의 공간이다. 현실을 보완하고 편리하게 해주며,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시도할 수 있다. 현실 세계와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연관성을 가질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이미 실물 경제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지난해 9월 BTS가 포트나이트에서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그리고 같은 시점에 아이돌그룹 블랙핑크가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인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개최했고, 방문자는 4천60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전문 예측기관도 매우 빠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XR(증강현실, 가상현실, 혼합현실을 아우르는 개념) 시장 규모는 연평균 77% 성장해 규모는 2021년 300억달러(한화 약 35조원)에서 2024년 3천억달러(3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이제 유튜브에 적응할 시점인데, 미래 먹거리는 한참 앞서 달려가고 있다. 너무 빠른 기술의 진보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에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형성될 때를 생각해 보자. 그때 만약 관심을 두고 공부를 했었더라면, 많은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메타버스 산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파트는 급여 소득으로 갖기에는 너무 비싸졌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행복보다는 극심한 경쟁과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에게 생소한 곳에서 행복감과 살아있음을 찾지 않을까? 젊은 소비자가 몰리는 곳은 기회가 넘치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메타버스에 주목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슈&경제] 국가계약법, ‘국가조달계약 공정화법’으로 개편해야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대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면 여기서 짚어볼 문제가 있다. 선진국에 오르게 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원도급과 하도급 계약 거래 실정은 어땠는지, 또 얼마나 공정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한건축학회 국가계약법 개정 추진단 등을 비롯한 많은 학술기술 단체에서 국가계약법을 개혁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토론이 화두가 됐다. 공정과 정의를 위한 법체계를 갈망하는 목소리다. 현재 우리나라 계약거래와 관련된 법체제의 모태는 국가계약법이다. 법 제정 이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공정한 계약거래는 기대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는 정부 발주의 공공사업에서 원 수급자 역할을 하는 대기업과 하수급자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 간 대등하지 못한 계약을 뜻한다. 불공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장은 국가계약법이 민법 법리로 제정돼 있어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에서 이익이 원 수급자인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정부도 어쩔 수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후진국형법이라는 이유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모든 법리는 발주자, 원도급자 그리고 하도급자가 권리와 의무에서 대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국가는 공정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해 발주자나 원도급자의 우월적 행위로 인한 불공정 법률 행위를 사전 예방해야 한다. 그러나 실무적 현행 법체계인 국가계약법은 발주자와 원도급자 간의 계약을 중심으로, 하도급법은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의 계약을 중심으로 이원화돼 심각성이 크다. 이원화는 동일 사업에 적용해야 하는 관할 부처만 많아지는 동시에, 발주기관의 집행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변별력만 감소시킨다. 그래서 실무적 상호 충돌 또는 간섭 등의 분쟁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에 따라 미래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는 이 법들을 통합해 하나의 국가조달계약 공정화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업관리를 국가책임제 일원화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의 통합은 모든 기업의 관심이 집중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중소기업의 대응력 강화와 근로자와 하도급자에 대한 인권, 사유재산권 보호 등 발주자의 사전 예방책임으로 개혁돼야 한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계급적 지배구조를 근간으로 한 원하도급 계층 구조, 부당한 형태의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기존 법규 체계였다. 선진국의 상생과 공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법이라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 정의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불공정에 대해 별다른 의구심을 갖지 못했다. 건설 산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인 발주자, 설계자, 원도급자, 하도급자, 자재나 장비 납품업자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상호 존중과 소통의 수평적 협업 구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야말로 발주자를 중심으로 모든 참여 이해관계인이 권리와 의무를 명백히 규정하고, 그 책임을 발주자의 공정한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국가책임제의 국가조달계약 공정화법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이슈&경제] 코로나 경제위기의 교훈

지난해 세계 각국은 코로나발(發)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코로나라는 감염병에서 비롯된 이번 위기는 과거의 경제위기들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성격의 위기였다. 초유의 위기에 직면해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최선의 대응을 모색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다행히 조기에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되면서 적어도 경제위기라는 측면에서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대부분 국가가 경제위기에서 뚜렷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위기로부터 얻은 경험과 교훈을 정책 대응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는 것도 이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가장 먼저 언급할 만한 교훈은 방역과 경제 간의 적절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팬데믹 초기 많은 나라에서는 방역과 경제를 서로 상충적인 관계로 인식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방역의 수위를 조절하는 접근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이런 방식은 방역에도, 경제적 충격의 완화에도 모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의 자료는 인구당 코로나 발병률 및 사망률이 코로나 경기침체의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위해 방역의 수위를 조절하는 접근법은 감염병 통제에 실패함으로써 경기침체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접근방식보다는 질병 통제, 즉 방역에 우선순위를 두는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대응방식을 채택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를 보였다. 다만 이 경우 방역 우선 정책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존재한다. 일부 부문에 경제적 충격이 집중되는 이번 위기의 특성상, 방역 우선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감염병 위협은 모든 부문에 고르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면형 서비스와 같은 일부 부문에 집중적인 타격을 미친다. 특히 대면형 서비스는 취약계층이 많이 종사하는 영세자영업 비중이 높다. 고통의 분담이 아닌 가장 취약한 계층에 가장 많은 고통을 지우는 상황이나 정책은 유지될 수 없다. 더욱이 대면형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협조와 참여는 방역 노력에 매우 긴요하다. 따라서 방역 우선 정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요 피해부문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지원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런 정책을 통해 동부문 종사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이들의 협조와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람직한 접근법은 방역과 경제를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설정하고, 방역 우선과 경제적 피해 보상 및 지원이라는 두 가지 틀로 대응하는 방식이라 생각된다. 경제 충격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인 감염병 통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되, 이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고 지원함으로써 경제적 충격 완화와 더불어 방역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내어 정책의 효과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방역 우선과 경제적 피해의 보상이라는 두 가지 축에 기초한 접근법은 감염병에서 비롯되는 모든 경제위기에 공통적인 대응의 기본방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감염병 전문가들에 의하면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은 앞으로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팬데믹의 재연을 막을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불행히 그렇지 못한 경우, 이번 위기의 교훈은 미래의 또 다른 위기에 바쳐질 희생과 고통을 줄이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플랫폼 규제, 점진적 맞춤형으로

플랫폼 대기업의 갑질과 골목상권 침해로 인해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국회에서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대기업 규제가 대기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듯,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 든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 플랫폼은 청년들이 꿈꾸는 성공을 위한 새로운 자본이다. 혁신 스타트업은 대부분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플랫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가 오히려 스타트업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기업규제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비용과 부담을 주는 원리와 같다. 그래서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규제들이 혁신의 싹을 없애고 청년들의 꿈을 짓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플랫폼의 명암은 모두가 알고 있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독과점을 조성한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불투명하고 조작될 가능성도 있어 이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을 양산하면서 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양극화도 가속한다. 그렇다고 플랫폼의 성장을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혁신의 산물인 플랫폼은 혁신으로 성장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도 없고 혁신도 하지 않은 채 과다 수수료, 알고리즘 조작, 불공정 행위, 이용자 권리 침해, 데이터 불법 이용 등을 하는 플랫폼 기업에는 규제와 처벌을 가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을 만들고 이용자 권리를 보호하고 플랫폼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꼭 필요하다. 문제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플랫폼이 문제가 있다고 모든 플랫폼을 규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배달앱의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전자상거래 전체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지금 국회에 난무하는 플랫폼 규제법들이 과연 시장을 얼마나 충분하게 분석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검토해 신중하게 입안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국회의 입법 행태는 사회적 이슈가 하나 제기되면 정부를 포함해 여야 할 것 없이 제대로 된 논의와 숙고 없이 유사한 법안들을 앞다퉈 제출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를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숙고하고 논의해야 한다. 플랫폼의 혁신과 성장은 앞으로 한국경제의 디지털 전환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에 급급해 경직적이고 과도한 규제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 모든 플랫폼 서비스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 과잉규제나 부처 간 칸막이와 행정편의의 산물인 중복규제가 돼서도 안 된다. 시장을 왜곡시키는 직접 규제보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면서 플랫폼들의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조치들이 우선될 필요도 있다. 국회의원들이나 장관들의 실적 쌓기용 규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관점에서 정확한 실태조사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맞춤형 규제를 도입해 나가야 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이슈&경제] 시대정신이 된 환경산업

1910년대 1인당 GDP에서 미국은 영국을 앞지르며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이 됐다. 미국은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더 부유해졌지만, 달콤함의 뒤에는 환경 문제가 골치였다. 이민자들이 유입되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운송업도 크게 발달했다. 1900년대 초반까지 미국 경제의 주요 교통수단은 말이었다. 1870년에 미국 내 말의 숫자는 850만마리였는데, 1915년에는 2천650만마리로 폭증했다. 말의 증가로 분뇨가 문제가 됐다. 1870년 대비 3.5배나 증가한 2.4억t의 분뇨가 배출됐다. 말의 분뇨는 가장 큰 환경 문제였다. 당시 분뇨는 처리가 곤란할뿐더러 질병 발생의 원인이었다. 이러한 환경 문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중화를 촉진했고,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미국 최대 부자가 됐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교토는 지난 3월21일 첫 벚꽃이 피었다. 일본의 한 대학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교토의 첫 벚꽃은 1천300년 역사상 가장 빨리 피었다고 한다. 과거 동안 일본 교토에서 첫 벚꽃이 핀 날짜를 관찰하면, 약 200년 전부터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주식 투자자들의 마음은 여유롭지 않다. KOSPI는 6월 말에 고점을 기록 후에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테이퍼링(돈 풀기 축소 정책) 우려 등 꼼꼼하게 봐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많고, 거리두기 강도가 크지 않아 야구장과 공원, 거리 식당 등에서 손님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미국의 소비가 가전제품, 자동차 등 상품 소비가 아닌 서비스 소비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되면, 한국처럼 제조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경기가 좋아져도 한국 경기는 같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도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재미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켜볼 변수도 많고, 예측하기도 쉽지 않을 때는 더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환경 문제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각국 정부가 이러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역시 한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환경 문제로 야기되는 변화야말로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슈이고 재료가 될 것이다. 올해 각국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감축 불이행 시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 지구 온난화를 멈추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노르웨이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고, 2030년에는 독일과 네덜란드, 인도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적어도 앞으로 수십년 동안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과 기업들의 변신이 지속될 것임은 자명하다. 당장은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환경 정책 변화에 수혜가 되는 기업들, 즉 친환경 자동차, 에너지, 친환경과 관련된 소재 산업은 가장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산업에서 장기 투자 대상을 골라보면 재미가 클 것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이슈&경제] 공정한 계약질서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을 기대하며

현대사회는 AI, 스마트 기술, 전자화폐, 확장 가상 세계 등 치열한 첨단기술 경쟁으로 흡사 전쟁터와 같다. 이러한 산업 속에서의 상생 발전은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한 공정 계약과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계약이 불공정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면 신뢰와 믿음이 깨지고, 불신으로 인한 사회 경제 구조는 허물어진다. 무한 기술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동반 성장은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이 각자의 역할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20세기 초 근대 철학에 기초한 현재의 국가발주사업 계약 형태는 민간(원ㆍ하도급 혹은 갑을 계약 관계)에 위임함으로써 갑의 위치가 비대해져 불공정하게 변모했다. 약자를 착취하는 도구가 됐고, 시대가 요구하는 소통 기반의 융ㆍ복합 협업의 수평적 산업 구조의 혁신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1995년에 제정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서 계약 공정과 공익에 대한 현대민법 법리가 누락, 사업수행 주체(민간의 원도급과 하도급) 간의 지위 남용으로 인한 불법ㆍ불공정 행위를 국가가 방치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계약과 거래에 대한 사후 제재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한 사전 예방 기능 부재로 그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 왔다. 그 결과 수많은 산업 현장에서는 불공정 계약에 의한 불법 행위가 보편화됐고, 이로 인한 갑ㆍ을 경제 구조는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경제적 강자의 지위 남용으로 인해 약자의 자기 결정 결과에 대한 피해는 법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질서 재정립 여건의 미비로 경제적 강자의 지배가 반사회적 불공정을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이 만연했으나, 1970~80년대에 이르러 계약 공정(Vertragsgerechtigkeit)과 공익 추구 법리를 국가 책무로 추가, 경제적 강자의 지위 남용이나 반사회적 법률 행위에 대해 국가가 계약 이행 절차에 직접 개입하는 예방하는 책임 제도를 강행 법규로 제정했다. 우리나라의 현행 국가계약법은 사적 자치권 침해를 우려해 근대 법리인 계약 자유만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경제적 강자가 경제적 약자를 상대로 무제한의 불공정 계약을 허용한다면 이는 공정한 법이 아니다. 사적 자치란 각 개인의 법률관계 형성을 당사자 간 의사 결정에 따르고, 국가나 법기관은 여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계약 자유란 당사자 간 형성된 합의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므로 힘의 불균형에 의한 자치권 침해가 있을 경우는 객관적인 법기관으로부터의 법질서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그러나 현행의 국가계약법에서는 이러한 불공정 계약에 대해 약자 보호를 위한 국가의 사전 예방적 관리 책무가 보이지 않는다. 이 법이 강자만이 유리한 법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불공정을 유도하는 악법이 될 수 있다. 국가계약법에서 이러한 결함이 있는지 알고 있는 공공기관, 국민, 기업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난 2월 늦게나마 국가계약법에서의 불공정 계약과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의 사전 예방 책임제도를 도입하는 법 개정을 대한건축학회 등 32개 건설 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우원식 국회의원실에서 제안, 발의했다. 진정한 공정 사회와 경제 실천을 위해 이 법 개정안의 통과와 함께, 정부 발주 사업 등에서 수급 주체자 간의 공정 계약과 거래가 국가책임제도 하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외 선진기법인 종합사업관리제도(Program Management Consultants) 도입을 건의한다. 오상근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슈&경제]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와 인가 쟁점

최근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코인 관리 실패 책임으로 교체됐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9월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와 인가를 마쳐야 하는데,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개설이 어려워 쟁점이 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은행 실명 계좌 발급 의무가 부과되는 특금법 시행이 1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는 신고요건을 갖춘 거래소가 한 곳도 없다고 발표했고 은행들은 거래소에 신규 계좌 발급을 꺼리면서 대규모 코인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업비트 한 곳의 거래소만 FIU에 신고한 상태다. 군소 거래소뿐 아니라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ㆍ빗썸ㆍ코빗ㆍ코인원)마저 계약 연장이 불투명한 처지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거래소 관리 책임은 은행에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다. 특금법은 중소 거래소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 이 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실명 계좌)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데, 계좌를 발급할 권한을 가진 시중은행 대부분이 중소 거래소 제휴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요건을 모두 갖춰도 실명 계좌를 받지 못해 폐업하는 거래소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실명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대 실명 계좌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명 계좌 제휴에 대한 실익은 높지 않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은행 책임이 크다는 측면에서 일부 은행들은 가상화폐거래소에 실명 계좌 발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공개된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과의 실명인증 협약을 마치기 위해 거래소는 100개 항목이 넘는 세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의 복잡성과 모호성 등으로 인해 은행들이 거래소 실명 계좌 확인을 거절하기 위한 명분으로 가이드라인을 내세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사시 일차적인 책임을 민간 금융사에 전적으로 우선 부여하는 先 실명인증-後 FIU 거래소 신고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한, 이런 시장의 존폐를 담보로 한 경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면적인 절차개선이 검토돼야 한다. 가상계좌를 이용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간접규제는 세계적으로 그 사례가 없으며, 자금세탁 위험도가 매우 높은 가상계좌를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정부와 은행의 관계, 금융 현실을 고려하면 허가제 아닌 허가제로써 행정지도 정도다. 주요 코인들만 원화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면 대부분 코인들이 BTC 마켓에서 거래되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재정거래를 제외한 해외거래소를 쓰는 주된 이유는 거기에 거래하고자 하는 코인이나 토큰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수준 높은 인증제를 만들어 명확한 인가 수준의 원화 시장 거래소가 시장에 진입하기를 제안한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안정적인 제도권 진입 유도 방안을 위해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의 한계성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범위의 명확성을 통한 적용 방안으로 단계적 접근(1단계, 2단계) 시행 등을 통한 시장에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금융위와 FIU에서 거래토큰을 유형별로 분류해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 제시와 정부의 콘트롤 타워 구성이 필요하다. 김기흥 경기대 명예교수

[이슈&경제] 전세가구가 살고 싶은 집

경기도 주택은 450만 가구다. 이 중에서 거처로 사용하는 주택은 422만 가구다. 28만 가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비어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집이 부족하다고 정부가 연일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다. 비어 있는 집 가운데 아파트는 15만 가구나 된다. 빈집은 계속 늘고, 집값은 계속 오르면서 집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 뭐가 문제일까. 사람들은 주택이 아닌 곳에서도 산다. 대표적인 것이 오피스텔이다. 거처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이 경기도에만 약 20만 가구가 있다. 고시원, 숙박업소 등의 거처에서 사는 사람도 10만 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사람들은 꼭 집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집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사람이 사는 것도 아니다. 집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비어 있는 것도 있고, 집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잘사는 곳도 있다. 주택 숫자로만 보면 경기도에는 422만 주택에 약 530만 가구가 살아야 하므로 주택이 매우 많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집은 아니지만 사람이 사는 비주택 30만 가구를 보태면 부족의 정도가 낮아진다. 주택수급의 문제를 주택(집)에 한정해서 보면 안 되는 이유다. 앞서 말했듯 경기도에 집은 450만 가구가 있다. 28만 가구는 비어 있다. 비주택에는 약 30만 가구가 산다. 약 530만 가구가 경기도에 있다. 일반가구 510만, 외국인 가구 19만, 집단가구 1만 가구 정도다. 집이 많은 것 같지만 빠듯한 이유다. 최근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주거 마련을 위해 서울 사람들이 경기도로 이동한다. 경기도 사람들끼리 살아도 넉넉하지 않은 주택 수에, 서울에서 이주한 사람들까지 보태지면서 더욱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경기도에 계속 집을 지어도 주택보급률이 101.5%에 불과한 이유다. 경기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시기는 2018년(101%)이다. 외국인 가구를 제외한 일반가구만이라도 살 수 있는 주택이 양적으로 채워진 것이 고작 3~4년 됐다는 의미다. 이러한 양적 주택에는 외국인 가구를 빼고, 빈집은 포함했다. 즉 외국인 가구와 빈집을 고려하면 경기도 주택보급률은 100%가 채 안 될 수도 있다. 주택보급률 100%가 넘은 경기도도 집이 부족한 이유다. 여기에 전ㆍ월세 사는 사람들이 이주하고 싶은 집을 따져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경기도에 전세로 사는 가구는 약 90만 가구(2019년 주거실태조사 기준) 정도다. 이 중에서 이사계획이 있는 가구는 약 20만 가구 정도 된다. 전세가구의 22% 정도는 이사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이사하고 싶은 전세가구가 사는 주택 유형을 보면 아파트가 58.7%로 가장 많다. 그다음이 다가구 단독주택 거주 가구가 19.6%, 다세대주택 거주 가구가 10%로 대부분이다. 그 외 상가나 공장, 여관과 같은 비거주용 건물에 사는 가구가 4.9%, 오피스텔에 2.5% 정도 산다. 이들이 이사 가고 싶은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71.7%로 단연 높다. 기존 아파트 거주 가구 58.7%보다 13%p가 증가한 수치다. 가구로 환산해보면 약 2만6천 가구에 해당한다. 경기도 내 전세가구 이주만으로도 아파트 2만6천 가구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개별적인 사회경제적 조건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거처에서 살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거처를 보면 아파트와 일반 단독주택으로 집중된다. 다가구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는 급격히 줄어들고,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선호도 낮아진다. 사람들의 사는 공간에 대한 선호의 변화로 주택은 늘 부족하다. 질적 시대다. 없어서가 아니라 갖고 싶은 것이 부족한 시대다. 주택수급의 문제도 질적인 관점에서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이슈&경제] 코로나 교육격차 해소, 교육행정부터 바꿔야 성공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수업을 하지 못해 교육격차가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교사들은 곱셈과 나눗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75%나 된다고 한다. 학부모는 아이들의 학업이 어떤 학교, 어느 교사에게서 배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초ㆍ중등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교육감의 관심은 이러한 교육격차 문제보다 내년 선거에 가 있는 듯하다. 일부 교육청은 1천600억원 이상을 들여 정부가 주는 일반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교육 재난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학교 무상급식예산을 전용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일반 재난지원금과 달리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으니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교육청의 선심성 현금 뿌리기라는 말이 나온다. 단신 가구나 맞벌이 부부 등의 자녀를 대상으로 급식 또는 학원 지원금 등으로 코로나19 교육격차를 해소하려고 했다면 이러한 비판까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육격차 방치에 대한 비판은 교육부에 대해서도 제기돼 왔다. 교육부는 뒤늦게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결손 회복을 위해 보충수업 등에 필요한 8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교육청은 매년 예산에서 남은 부분으로 기금을 조성해 적립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별도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니 교육재정의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학령 인구는 감소하는데 정부가 주는 예산은 계속 늘어난다. 법으로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시도 교육청에 자동으로 배정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교육재정은 학생들의 수업에 들어가는 돈은 비중이 작고, 교직원의 인건비에 들어가는 돈은 많다. 게다가 열심히 가르치는데 관계없이 학교에 대한 지원과 교사의 급여는 같다. 이러니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 해소는 불가능해지고 돈만 낭비하게 된다. 소득 격차를 해결하는 열쇠는 교육에 있는데, 정작 교육행정 당국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교육감은 주민 직선제로 당선됐다고 교육부와 맞서고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벌인다. 교육부는 독불장군식으로 다른 부처와 협력이나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경제환경의 변화와 담을 쌓고 있다. 교육행정이 학생과 학부모보다 학교와 교사를 더 중시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리 교육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교육의 성과를 높이고 교육격차를 줄이는 일은 수포가 될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이 심각해도 교육행정 당국은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내년 대선은 교육의 책무성을 높이고, 교육감 선출제도를 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다. 자녀가 학생이 아닌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라면 몰라도 교육감 선거에는 관심이 적다. 학부모들조차 학교와 교사가 누구인지,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지금이라도 교육감 선거제도를 바꿔 학교와 교사를 바꿀 유능한 교육감이 등장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밝힐 좋은 교육은 전혀 모르는 선거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렸다. 김태기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이슈&경제] 부동산 정책의 진찰

지난달 이낙연 전 총리를 대표로 여당 의원 30여명은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그리고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의 법안을 발의했다. 180석을 가진 여당의 국회 지배력으로 보아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국회서 의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안의 내용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택지소유상한법은 개인과 법인의 택지 취득 제한에 관한 내용을 담는다. 도시지역에서 택지 취득은 가구당 서울과 광역시 거주 시에는 1천320㎡, 이외 시 지역은 1천980㎡ 그리고 군 지역은 2천640㎡로 제한되며, 법인은 원칙적으로 택지의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개발이익 환수법은 유휴토지에 대한 가산세를 현재 25%에서 2배 수준인 5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는 유휴토지의 가격이 오르면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기존 종부세에 추가해 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지역 내 택지를 국민 다수가 소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 법은 법률의 소급 적용과 지역 특성 등의 참작이 미진해 법률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몇 가지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법 시행 초기 지가(地價)의 왜곡이 예상된다. 같은 법은 법률 시행 전에 소유한 택지에 대해서도 10년 이내에 처분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위반 시 매년 공시지가의 2~9% 수준의 초과 소유부담금을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소유 한도를 초과한 소유주를 중심으로 급매물의 출하가 예상되며 이는 전체 국토면적의 16.7%에 달하는 전체 도시지역의 택지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도시지역 택지 국유화(國有化)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은 개인과 법인의 택지 소유를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법률의 적용에서 배제된다. 따라서 매물로 나온 택지에 대한 공공기관의 흡수력은 높아지고 도시지역 택지의 국유화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셋째, 도시지역 택지의 공시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법이 시행되면 정부는 개인과 법인 등이 소유하고 있는 택지의 빠른 분산 소유 및 공공기관으로의 흡수를 위한 방안으로 공시가격 상승 등의 과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매가 어려운 지방 소재 택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시가격의 징벌적 상승은 택지소유자 간의 갈등 유발의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병이나 증상을 살핀다. 이것을 진찰이라 한다. 의사는 진찰을 통해 환자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을 내린다. 부동산 정책의 발의(發議)도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동산시장이 가진 문제점을 바르게 고칠 수 있는 처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찰이 우선돼야 한다. 진찰에는 각종 부동산 지표와 함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확한 국민의 요구와 바른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의 의견 등이 고려돼야 한다.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진찰 없이 정책을 먼저 내고, 시장의 반응을 관찰하고 이를 수정하는 방식으로는 더는 국민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질 수 없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폐기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지난 1년간 얼마나 많은 임차인과 임대인이 고통을 받았는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임기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델타 변이 전파가 미친 비대면 산업의 파급과 대응

코로나19 델타 변이 감염 공포가 우리나라를 다시 덮고 있다. 비접촉 강화로 경기가 회복되지 못해 자영업은 붕괴하는 반면 비대면(untact) 산업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비대면 산업은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대면 소비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명동, 강남대로, 신촌, 홍대 등 대표 상권이 무너지고, 수억원에 달하던 권리금을 안 받는다고 해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무인상점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연평균 61.0% 성장해 올해 231억원이 전망된다. 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원격진료를 통한 의료 전달 체계 등 비대면 서비스가 실험 중이다. 각 분야 ARㆍVR 빅데이터 접목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플랫폼 개발과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공급 사슬이 망가지자 비용을 더 지급해서라도 국내 공급자들을 찾아 나서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대면 시대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있다. 유연 근무 확대와 재택근무 경험으로 원격 수요가 증가해 비대면 근무를 통한 다양한 협업의 증가가 예상된다. 기업 협업 플랫폼은 줌, 슬랙 등 미국기업이 주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도 스타트업 경쟁에 참여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또 비대면 상품 구매는 소비자에게 편리성과 시간 절약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 첫째는 메타버스와 가상세계, 사이버 사회에서 비슷한 사람끼리만 교류해 집단 사고에 빠질 위험으로 인해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서비스업 소비 감소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와 관광업 위축으로 공연 매출, 그리고 음식 소비 감소가 우려된다. 지난 22일 경영자총연합회가 발표한 개인신용카드 데이터 분석 소비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숙박, 여행, 외식 교육 서비스 등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2019년 3월 대비 52.5~88.1%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를 회복하지 못하고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영업 붕괴로 기업의 신규 구인 인원은 감소하고, 구직자 수는 증가해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셋째로는 재택근무에 대한 생산성 저하, 승진 임금 차별화 우려, 노사 간 신뢰 관계 불신임 시 노동조합 지지 기반 약화, 재택근무 시 업종 업체 규모에 따른 양극화(1차 노동 중심)가 나타날 수 있다. 근로 방식의 유연화, 임금체계의 변화(호봉제ㆍ성과연봉제), 외주 가속화 진행 등도 예상된다. 정부는 비대면 산업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정보 보안과 개인의 정보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원격 의료 추진에 따른 개인 정보 보호가 침해될 수 있어 보호를 위한 보안 개발 및 제도화가 우선 되어야 한다. 더불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 의료는 새로운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 구축과 비대면 형식 실험실 개방 구축, 디지털 인프라 구축, 스타트업 펀드 구축 등이 필요하다. 정부는 개인 의료 정보 보호, 재택 근무자의 정보 보호와 재택근무에 대한 지침이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는 기술 혁신 센터와 원격 의료 시범 서비스 구축, 개인은 재택 유연 근무에 대한 적응과 기업은 노동조합 역할 위상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슈&경제] 잘못된 규제가 만들어낸 주택시장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불렀다. 겹겹이 쌓인 규제는 서로 충돌하면서 기상천외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달라진 규제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본다. 가까스로 적응하려고 하니 환경이 또 달라진다.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다. 달라진 규제환경으로 이전의 생활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버린 사람도 적지 않다. 되돌아갈 수조차 없다. 그냥 또 버텨야 한다. 이들에게 남은 건 원망과 분노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규제라고 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잘못된 규제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이 1년 만에 철회됐다. 등록임대주택 제도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시장작동을 어렵게 하던 잘못된 규제를 걷어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앞으로 또 무엇을 잃게 될지 우려스럽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 강화로 지난해 많은 단지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세입자를 내보내고 낡은 주택을 고쳤다. 집주인으로서 분양권을 받으려는 조치였다. 재건축 단지서 밀려난 세입자는 갈 곳을 잃었다. 재건축 단지는 입지 등에 비해 전세가가 매우 낮다. 통상적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60~70% 선이지만 재건축 단지는 30~40% 수준이다. 재건축 단지에서 살던 전세금으로는 인근의 주택을 구할 수 없다. 임대차 3법 도입으로 매물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있어도 전세금은 부르는 게 값인 수준으로 높아져 버렸기 때문이다. 대출받아 높아져 버린 전세금을 충당하던가 주거 형태를 인근의 연립, 빌라로 바꾸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조용하던 연립, 빌라시장마저 가격이 들썩이게 된 이유다. 이마저도 어려우면 입지를 포기하고 외곽에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통근ㆍ통학을 위한 교통량 증가 원인이다. 세입자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주택 매수에 나선다. 김포, 고양, 파주시 등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았던 수도권 지역까지 집값이 들썩인다. 수도권 전역의 주택시장이 혼란스럽다. 정부는 재건축 단지에 대한 투기 억제를 위해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다. 임차인의 거주 안정 보장 및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했다. 각각의 정책 수단을 개별적으로 보면 뭐가 문제일까 싶다. 문제는 재건축이 낮은 임대료를 내는 아파트 전ㆍ월세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또 저가 아파트 전ㆍ월세 시장의 불안이 인근 비아파트 저가 전ㆍ월세 시장과 매매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집주인뿐만 아니라 사는 세입자의 거주 불안도 크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했다. 이처럼 주택시장은 거미줄 같다. 상당히 복잡하다. 집값 외에도 주택 유형, 주택입지, 점유방식, 주택규모, 건축 년도 등 다양한 요인의 하위시장으로 얽혀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심리가 의사결정에 크게 작용한다. 규제만으로 주택시장을 관리할 수 없는 이유다. 주거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내 집 마련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집값이 크게 상승하면 사람들의 집에 대한 투자 욕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택정책은 실종된 지 오래다. 집값에 매몰된 주택 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택시장 내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집값 잡기에 매몰된 주택 정치를 멈추고 국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제대로 된 주택정책의 틀을 다시 마련해 잘못된 주택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이슈&경제] MZ세대여 성공하라!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가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1980년대 대학을 다닌 586운동권이 장악한 문재인 정권을 흔들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MZ세대는 야당 후보를 대거 지지해 문 정권을 참패하게 했다. 또 이들은 국회의원에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MZ세대 이준석 후보를 제1야당의 대표로 만들었다. 이들은 문 정권을 지지하다가 반대로 돌아섰고, 권위주의적인 제1 야당에 관심조차 없었다가 기대를 걸고 있다. 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 경제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기득권을 줄이지 못하고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소득도 성장도 없고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에는 불공정이 넘쳤다. 제1 야당은 문 정권을 비판했지만 기득권 타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이들은 고학력에도 고실업ㆍ저소득의 함정에 빠지고 부모 세대보다 못살게 된다. 이들의 분노는 내년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는 물론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MZ세대의 돌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들은 586운동권과 달리 조직화하지 않았다. 끈끈한 유대관계가 없고, 586운동권을 묶었던 좌파 이념이나 북한 추종 철학도 없다. 이들은 오히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공동체에 대한 의식은 약해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 MZ세대 내부는 나이에 따라, 성에 따라 의식이 다르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남녀의 갈등이 그렇다. 이들은 감성적이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MZ세대는 포퓰리즘의 선전과 선동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들이닥친 기술과 경제사회변화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이 크고 속도가 빨라 불확실하기에 더욱 그렇다. 디지털 기술변화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대전환이 진행되고, 고령화로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은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체제를 요구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미래를 대비한답시고 그럴싸한 포퓰리즘 정책들만 난무하고 있다. 세계사를 보면 기득권의 장막이 큰 나라는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결국 쇠락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고 있다. 기득권을 과보호하는 법제도 때문에 노동시장은 소수의 인사이더와 대다수의 아웃사이더로 나뉘어 있다. 고임금 일자리는 줄어왔고 소득격차는 커져 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주역은 피해자인 MZ세대가 될 수밖에 없다. MZ세대는 내년도 3개의 선거에서 기득권 타파 돌풍을 일으켜야 한다. 그 힘으로 법 제도를 만드는 국회도 개혁하게 하여야 한다. 시대를 앞서가지 못하면 시대에 잡아먹힌다는 독일 슈뢰더 수상의 주장처럼 낡은 정치경제사회체제를 개혁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 부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부를 재분배한다는 말, 기업을 키우지 않으면서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말은 착각이다는 프랑스 마크 롱 대통령의 주장처럼 포퓰리즘을 거부해야 한다. 현재와 과거를 경쟁시키면 미래를 놓친다는 영국 처철 수상의 주장처럼 폐쇄적 민족주의 역사관도 물리쳐야 한다. 젊다고 개혁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개혁은 노련함이 필요하다. 39세에 수상이 된 영국의 캐머런 보수당대표나 40세에 프랑스 대통령이 된 마크 롱보다 오히려 70세에 대통령이 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더 성공적이었다. 말을 잘한다고 개혁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개혁에 성공하려면 실력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등에서 언변만 좋고 무지한 연예인 출신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설치는 시간에, 슈뢰더 수상은 투박하지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개혁을 함으로써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슈퍼스타로 바꾸었다. MZ세대여 여야를 넘어 구체제 타파 개혁에 나서라.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슈&경제] 솔선수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고사성어 중 솔선수범(率先垂範)이란 말이 있다. 남보다 앞장서 법규를 지킴으로써 모범을 세운다는 의미다. 학급의 반장을 뽑을 때도, 마을의 통장을 뽑을 때도 자주 요구되는 리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아무나 갖지 못한 중요한 자질이다. 지난달 17일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 방편으로, 재벌과 대기업 그리고 금융공기업의 대주주에 대한 배당과 임원근로자의 급여를 3년간 동결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마련된 돈으로 하청 중소기업들의 납품 단가 상승과 근로자 급여 인상 등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방편이라는 해명을 들었음에도 대선에서의 지지층 확보를 위한 단순하며 편향적인 발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대주주의 배당 동결로 인해 기업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근로자의 급여 동결은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니 말이다. 솔선수범에 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자로 얻는 수익을 불로소득으로 간주,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25번이 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한 지방 주요 도시의 주택값과 전셋값은 상승하고 있다. 왜 그럴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고위 관료의 대처에서 원인 중 하나를 찾아보자. 지난달 27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는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형식은 사의지만, 부동산 투기에 대한 경질의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김 비서관이 받는 의혹은 크게 두가지다. 대규모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광주시에 맹지를 매입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부동산 재산 91억원 가운데 금융권 대출이 약 55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로 얻는 이익을 불로소득으로 보며 적폐로 몰고 있는 현 정부의 요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대출을 얻어 부동산을 사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부동산 투기 논란이 있었던 청와대 고위인사는 김 비서관뿐이 아니다. 흑석동 투기 논란을 일으킨 김의겸 전 대변인, 반포 아파트로 논란이 됐던 노영민 전 비서실장, 청담동 아파트 임대료 문제로 언론에 거론됐던 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 다수의 청와대 주요 인사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물론 이들이 받는 의혹이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에 맞춰 사는 집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의 소유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할 청와대 고위 관료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수시로 휩싸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솔선수범이야말로 정책 성공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정치와 정책은 성공할 수 없음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글로벌과 국내 빅테크 기업 독점 규제 방향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화와 개인 정보 침해를 발생해 사회적 반감을 사는 데에 대한 테크래시(tech-lash)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도 상상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마이크로 소프트의 시가총액은 4조달러(약4천700조원)로 미국 GDP의 20% 수준이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신생기업들이 시장에서 성공 신호를 보일 때, 주식이나 현금으로 해당 기업을 인수해 잠재경쟁력을 제거한다. 킬 존(Kill zone)으로 거대 ICT 기업들의 자금력과 플랫폼을 이기지 못해 결국 스타트업 기업들이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혁신의 상장인 빅테크 기업들이 독과점화로 자유 시장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미 의회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4대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확장을 강력하게 저지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불공정 반독점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반독점정책을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 양상이 기존 독점기업과 다르다는 것이다. 기존 독점기업들은 독점한 뒤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 후생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은 기술혁신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편리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대응에도 플랫폼을 무기로 한 이들 ICT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유럽에 진출하려는 중소 ICT기업들에게는 GDPR이 빅테크 기업들보다 더 큰 장벽이 되는 셈이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불안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망 사용료다. 작년 4분기를 기준으로 구글의 국내 하루 트래픽량은 전체 25.9%로 카카오(1.4%)의 18.5배, 네이버(1.8%)의 14.4 배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EU는 구글이 유튜브, 크롬 등의 구글 앱을 깔도록 강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이 트래픽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망 중립성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망 중립성 의무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다. 넷플릭스는 미국 유럽에서 망 사용료를 내면서 한국에서는 버티고, 구글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결제수단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도 망 사용료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는 없애야 한다. 현재 국회와 정부는 앞다퉈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법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플랫폼 업체만 제재가 가해져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현상과 중복규제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파지티브(positive) 규제 체계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부처의 개입은 플랫폼 산업의 혼란과 파편화를 일으킬 수 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슈&경제] 주택시장 정상화 위한 길

주택시장은 다양한 하위시장으로 얽혀 있다. 거미줄과 같다. 거미줄을 우습게 보고 달려든 벌레는 꼼짝없이 거미줄에 걸려 거미의 먹잇감이 된다. 주택시장도 다르지 않다. 뒤엉켜 있는 주택시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면 거미줄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칼끝이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 주택시장이 그렇다. 국회에서 연일 부동산대책을 쏟아낸다.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상위 2%에게만 부과하고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 또 연일 논란의 중심에 있던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잘못 들이댄 칼끝을 거둬들이는 모양새다. 이 정도로 거미줄에 빠진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만의 독특한 주택시장 구조를 면밀히 뜯어보고 살펴서 이해해야 한다. 해외국가와 상당히 다르다. 집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관습, 그리고 사람들의 사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84.1%가 집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기 집에서 사는 가구는 58%에 불과하다. 집을 가진 가구는 61.2%다. 즉, 집이 있지만 전월세가구로 사는 가구도 전체 가구의 3.2%나 된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임대인이면서 임차인인 이중적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구자산의 80%가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고, 전월세 가구의 큰 자산은 임차보증금이다. 금융자산의 비중이 작다. 해외국가와 상당히 다른 대목이다.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은 단순히 거처로서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유독 아파트를 좋아하고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규모 단지를 선호한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해외국가와 또 다른 점이다. 게다가 강남 접근성이 주택구매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며 매달 임차료를 내야 하는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 자가와 월세의 이중시장으로 형성된 해외국가와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전세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보증금제도가 특화돼 있다. 같은 월세라 하더라도 해외국가와 우리나라 제도는 다르다. 해외국가의 월세는 보증금 규모가 매달 지불하는 월세의 3~4배 수준이다. 즉 매달 지불하는 월세가 100만원이라면 보증금은 300~4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증금은 상당히 큰 규모다. 때로는 집값에 맞먹는 보증금도 있다. 이처럼 같은 집이지만 집을 둘러싼 제도와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정책수단을 가다듬어 꼬일 대로 꼬인 주택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주택정책의 목적이 집값 잡기가 돼서는 안 된다. 집값은 안정적인 주택정책을 통해 구현되는 결과다. 집값이 형성되는 수많은 요인과 메커니즘을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주택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시장 안정을 통한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이다. 소외되는 국민이 없고 정책으로 인한 피해계층보다 수혜계층이 더 많은 그런 정책꾸러미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더는 OECD 국가가 우리의 기준점이 돼서는 안 되며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이슈&경제] 저성장 속의 지역 불균형과 MZ세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제1야당은 대구 출생 30대 청년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나라의 미래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안에다 고실업-저고용으로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야 하는 MZ세대의 분노가 작용한 듯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4년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 났고,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도 폭락했다. 경기와 충청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덜 했지만, 부산과 대구 등은 대폭 하락했다. 1인당 지역총소득(GRI)도 격차가 벌어졌다. 2000년 대구, 인천, 광주, 부산은 모두 전체 평균과의 격차가 77% 정도로 비슷했는데 2019년 인천과 광주는 격차를 좁혔지만, 대구는 74%로 벌어졌다.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과 규제강화정책이 중소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큰 지방 대도시에 타격이 더 컸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에 의하면 제조업 경쟁력이 한국은 2010년 3위에서 2020년에 6위로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규제가 많기로 회원국 중에서 최상위권이고, 서비스업 규제는 제조업보다 4배 많다. 저성장 속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커지면서 청년의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대폭 늘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역 인구이동 분석(2020)에 의하면 2019년 기준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비중은 50:50이었지만 2030대의 비중은 54:46으로 벌어졌다. 19~34세 인구의 수도권 순 이동률(전출인구 대비 전입인구 비율)은 저성장-저소득지역일수록 높았다. 청년이 비수도권 지역을 떠난 핵심 원인은 일자리에 있다. 청년 고용률은 2020년 1분기 기준으로 수도권은 전국 평균(42.6%)보다 높았다. 일자리의 질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보였다. 한국고용정보원(2019)이 소득학력숙련에 따른 일자리 질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17개 광역시도에서 서울과 대전은 일자리의 질이 높고 반면, 비수도권은 낮고 경기는 중간 정도였다. 또 252개 시군구에서 일자리의 질이 높은 32개 지역은 수도권에 집중했고 반면, 일자리의 질이 낮은 54개 지역은 비수도권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역 간 불균형 해소는 국가의 핵심 과제로, 지방분권은 불균형 해소의 핵심 수단이 됐다.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은 한편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지방에 재정지원을 우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이 지속하면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역설이 발생했다. 주된 이유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돼 규제와 지원이 남용 및 오용되고, 지방분권은 지역의 이익집단과 정치권의 담합을 키우도록 변질한 데 있다. 이 문제는 문 정권에서 악화됐다.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며 지방분권 시대를 선언했지만, 국가균형발전을 노골적으로 정치에 이용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을 빌미로 개헌을 추진한다며 갑자기 1천만명 관제 서명운동을 벌였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며 공공투자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대거 면제했다. 지방분권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조건이 있다. 다른 나라도 정부가 혁신적이지 못하고 책무성이 없으면 지방분권은 지역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그 피해는 지방의 청년층이 컸다. 정치가 포퓰리즘에 빠지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도가 변질하면서 정부는 혁신을 외면하고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균형발전은 정치인의 달콤한 말이 아니라 제도의 개혁에 달렸다. 내년에는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지방선거도 있다. 국민의 자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슈&경제] 얻는 것과 잃는 것

중국 역사서 사기에는 사목지신(徙木之信)이란 말이 있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부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주는 고사다. 간단히 살펴보자.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재상인 공손앙은 부국강병을 위한 새로운 법을 만들었으나 새 법을 공포해도 백성이 믿고 따르지 않을 것을 걱정했다. 이에 그는 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성문 앞에 약 9m 크기의 나무를 세우고, 이를 옮기는 자에게 십금(十金)이라는 큰 상금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금과 비교하면 너무 간단한 일이라 아무도 나무를 옮기려 하지 않자, 상금을 5배로 올렸고 백성이 나무를 옮기자 즉시 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는 나라의 약속에 대한 백성의 신뢰를 높이는 큰 계기와 함께 진나라가 강국이 되는 기틀이 됐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여당의 부동산 특별위원회가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임대의무기간이 만료되면 사업자가 자동 폐지되며, 지난해 7월 이전 등록한 사업자에 대해선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시한을 6개월로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간 양도세 중과배제 기간을 너무 오래 줘 임대사업자가 가진 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았고, 이것이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으니 매입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 및 혜택을 축소하면 그들이 가진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여기서 문재인 정부 초기의 주택정책을 되짚어 보면 이번 부동산 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얼마나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든 정책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세입자에게 전월세 및 이사 걱정을 덜어주는 집주인에게는 상응하는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지속적으로 종용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순응하며 주택임대사업에 등록한 다주택자가 많아짐에도 집값 급등 현상이 가라앉지 않자 정부는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몰며 임대사업자에게 내걸었던 혜택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매입임대 사업을 폐지하고, 이번에는 양도세 중과배제 기간 축소 등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줬던 혜택을 대폭 축소하며 임대사업자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한지 불과 4년 만에 말이다. 부동산 특별위원회가 내놓는 이번 정책으로 주택가격이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 원안대로 시행된다면 우리 사회는 많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은 임대사업 만료 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주택을 팔아야 하므로 시장에는 주택매물이 증가하며 일시적이나마 주택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또한 6개월이라는 짧은 매도 기간 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한 임대인에게는 보유세 등 세금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다. 더불어 급매로 나온 주택 매물이 소진된 후에는 임차 주택의 감소로 임차인의 주거 부담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감소로 향후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의 합의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25번이 넘는 주택정책의 변경도 모자라, 이번에는 임대주택 공급의 대가로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약속한 혜택을 일방적으로 폐지한다는 정책을 만들려는 정부를 어느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국가의 정책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입안되고 실행돼야 한다.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조삼모사 식의 정책을 내놓는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과 같다. 국가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국민이 국가의 정책을 신뢰하는 것이야말로 선진 복지국가의 기본이 됨을 정책 입안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