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전세가구가 살고 싶은 집

경기도 주택은 450만 가구다. 이 중에서 거처로 사용하는 주택은 422만 가구다. 28만 가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비어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집이 부족하다고 정부가 연일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다. 비어 있는 집 가운데 아파트는 15만 가구나 된다. 빈집은 계속 늘고, 집값은 계속 오르면서 집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 뭐가 문제일까.

사람들은 주택이 아닌 곳에서도 산다. 대표적인 것이 오피스텔이다. 거처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이 경기도에만 약 20만 가구가 있다. 고시원, 숙박업소 등의 거처에서 사는 사람도 10만 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사람들은 꼭 집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집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사람이 사는 것도 아니다. 집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비어 있는 것도 있고, 집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잘사는 곳도 있다. 주택 숫자로만 보면 경기도에는 422만 주택에 약 530만 가구가 살아야 하므로 주택이 매우 많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집은 아니지만 사람이 사는 비주택 30만 가구를 보태면 부족의 정도가 낮아진다. 주택수급의 문제를 주택(집)에 한정해서 보면 안 되는 이유다.

앞서 말했듯 경기도에 집은 450만 가구가 있다. 28만 가구는 비어 있다. 비주택에는 약 30만 가구가 산다. 약 530만 가구가 경기도에 있다. 일반가구 510만, 외국인 가구 19만, 집단가구 1만 가구 정도다. 집이 많은 것 같지만 빠듯한 이유다.

최근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주거 마련을 위해 서울 사람들이 경기도로 이동한다. 경기도 사람들끼리 살아도 넉넉하지 않은 주택 수에, 서울에서 이주한 사람들까지 보태지면서 더욱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경기도에 계속 집을 지어도 주택보급률이 101.5%에 불과한 이유다. 경기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시기는 2018년(101%)이다. 외국인 가구를 제외한 일반가구만이라도 살 수 있는 주택이 양적으로 채워진 것이 고작 3~4년 됐다는 의미다. 이러한 양적 주택에는 외국인 가구를 빼고, 빈집은 포함했다. 즉 외국인 가구와 빈집을 고려하면 경기도 주택보급률은 100%가 채 안 될 수도 있다. 주택보급률 100%가 넘은 경기도도 집이 부족한 이유다. 여기에 전ㆍ월세 사는 사람들이 이주하고 싶은 집을 따져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경기도에 전세로 사는 가구는 약 90만 가구(2019년 주거실태조사 기준) 정도다. 이 중에서 이사계획이 있는 가구는 약 20만 가구 정도 된다. 전세가구의 22% 정도는 이사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이사하고 싶은 전세가구가 사는 주택 유형을 보면 아파트가 58.7%로 가장 많다. 그다음이 다가구 단독주택 거주 가구가 19.6%, 다세대주택 거주 가구가 10%로 대부분이다. 그 외 상가나 공장, 여관과 같은 비거주용 건물에 사는 가구가 4.9%, 오피스텔에 2.5% 정도 산다.

이들이 이사 가고 싶은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71.7%로 단연 높다. 기존 아파트 거주 가구 58.7%보다 13%p가 증가한 수치다. 가구로 환산해보면 약 2만6천 가구에 해당한다. 경기도 내 전세가구 이주만으로도 아파트 2만6천 가구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개별적인 사회·경제적 조건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거처에서 살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거처를 보면 아파트와 일반 단독주택으로 집중된다. 다가구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는 급격히 줄어들고,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선호도 낮아진다. 사람들의 사는 공간에 대한 선호의 변화로 주택은 늘 부족하다. 질적 시대다. 없어서가 아니라 갖고 싶은 것이 부족한 시대다. 주택수급의 문제도 질적인 관점에서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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