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대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면 여기서 짚어볼 문제가 있다. 선진국에 오르게 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원도급과 하도급 계약 거래 실정은 어땠는지, 또 얼마나 공정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한건축학회 국가계약법 개정 추진단 등을 비롯한 많은 학술·기술 단체에서 국가계약법을 개혁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토론이 화두가 됐다. 공정과 정의를 위한 법체계를 갈망하는 목소리다.
현재 우리나라 계약거래와 관련된 법체제의 모태는 국가계약법이다. 법 제정 이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공정한 계약거래는 기대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는 정부 발주의 공공사업에서 원 수급자 역할을 하는 대기업과 하수급자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 간 대등하지 못한 계약을 뜻한다. 불공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장은 국가계약법이 민법 법리로 제정돼 있어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에서 이익이 원 수급자인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정부도 어쩔 수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후진국형법이라는 이유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모든 법리는 발주자, 원도급자 그리고 하도급자가 권리와 의무에서 대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국가는 공정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해 발주자나 원도급자의 우월적 행위로 인한 불공정 법률 행위를 사전 예방해야 한다. 그러나 실무적 현행 법체계인 국가계약법은 발주자와 원도급자 간의 계약을 중심으로, 하도급법은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의 계약을 중심으로 이원화돼 심각성이 크다.
이원화는 동일 사업에 적용해야 하는 관할 부처만 많아지는 동시에, 발주기관의 집행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변별력만 감소시킨다. 그래서 실무적 상호 충돌 또는 간섭 등의 분쟁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에 따라 미래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는 이 법들을 통합해 하나의 ‘국가조달계약 공정화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업관리를 국가책임제 일원화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의 통합은 모든 기업의 관심이 집중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중소기업의 대응력 강화와 근로자와 하도급자에 대한 인권, 사유재산권 보호 등 발주자의 사전 예방책임으로 개혁돼야 한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계급적 지배구조를 근간으로 한 원·하도급 계층 구조, 부당한 형태의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기존 법규 체계였다. 선진국의 상생과 공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법이라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 정의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불공정에 대해 별다른 의구심을 갖지 못했다.
건설 산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인 발주자, 설계자, 원도급자, 하도급자, 자재나 장비 납품업자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상호 존중과 소통의 수평적 협업 구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야말로 발주자를 중심으로 모든 참여 이해관계인이 권리와 의무를 명백히 규정하고, 그 책임을 발주자의 공정한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국가책임제의 ‘국가조달계약 공정화법’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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