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그러나,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다른 계절에 다녀온 느낌이었다. 지난주 특강을 위해 경남 창원에 내려갔을 때였다. 길가에 만발한 벚꽃에 눈이 부셔서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못했다. 얼마 동안이나 흐드러졌던 걸까, 그새 꽃비로 흩날리고 있었다. 서럽게 눈이 부셨다. 좁디좁은 수도권에서 올망졸망 사느라, 하마 자연의 아름다움마저 잊고 지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새삼 아프고, 부끄러웠다. 문득 우리 강토의 넓이와 깊이를 생각했다. 함께 올라오길 바랐으나 한 이틀 말미를 주기로 하고 먼저 올라왔다. 인간의 욕망을 실어 나르는 문명의 이기는 남녘의 봄기운을 탑승시키지 않은 채 서둘러 날아올랐다. 화사함과 따사로움을 떨치고 돌아왔을 때 서울의 하늘은 예의 잿빛이었다. 하루 동안의 짧은 외출은 그렇게 아쉬움과 시샘으로 마음 한 구석에 유폐됐다. 411총선 이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심란해하고 있다. 허무와 좌절의 카르텔이 반도의 반쪽을 뒤덮은 듯하다. 와중에 북한이 장거리로켓미사일을 발사했고, 유엔의 제재가 운위되고 있다. 저마다 총선 분석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본질을 헤집지는 못하고 있다. 혼돈스런 풍경이다. 그렇기로 봄은 봄이다. 봄이 봄이 아닐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해서 올라오지 못할 일이 아니다. 때 되면 오르고 때 되면 사멸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움트는 꽃망울과 상승하는 대지의 기운에 설핏 신열이 나고 얼굴이 달뜬다. 마음이 그러하다. 가슴이 그러하고 머리가 그러하다. 봄이다, 완연한 봄이다. 곳곳에서 시작되는 봄의 축제들관습과 경직의 사고를 내려놓고 봄의 기운에 온 몸을 맡길 일이다. 무엇보다 그것은 자연의 명령이다. 다시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리기 위해 혼돈의 현실을 자연 속에 내맡겨야 한다. 긴장도 갈등도 잠시 내려놓을 일이다. 발끝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그러한 자연의 명령이 하달되고 있음을 느낀다. 거역할 수 없는 일이다.도처에서 봄의 축제가 시작되고 있다. 물리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잠시 기대어 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의미일테다. 남녘의 벚꽃이 제 아무리 아름다웠기로서니 지난 일일 뿐, 지금 봄은 오롯이 우리들의 것이다. 이제 한바탕 축제를 벌일 시간이다.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경기도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우리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원없이 취하기에 벚꽃 하나론 단조롭지 않느냐고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테다. 고양국제꽃박람회(4월 26일~5월 13일)에 가볼 일이다. 책과 철쭉과 가족이 함께 어우러진 행복의 공간으로 들어서고 싶은 사람이라면 군포시의 철쭉대축제(5월 4일~13일)도 기대해 볼 일이다. 더 깊은 자연 속으로, 더 오래된 미래를 만나려거든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5월 4일~8일)가 그만일 듯하다. 봄을 즐기며 충전의 시간 가지자잊지는 말자. 꽃의 축제라 해서 꽃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오래된 미래로의 여행이라고 해서 과거로의 회귀를 기획한 것은 아닐 것이다. 축제란 본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함께 어우러지자는 제안이다. 정치과잉으로 외려 정치혐오를 키우는 역설의 시대를 제정신으로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이제 좀 쉬어야 한다. 하마 세상이 어지럽고 혼란스럽기로서니 그예 휩쓸릴 일이 아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듯이 내려놓으면 비로소 얻는 것이 있다. 내려놓고, 낮추고, 풀어 헤치고, 덜어내는 것, 거기서 새로운 희망의 싹이 움튼다. 잔인한 4월과 계절의 여왕 5월엔 오롯이 봄의 축제에 몸과 마음을 맡길 일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우리 강토의 넓이와 깊이를 음미해 볼 일이다. 우리들의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최준영 작가거리의 인문학자

[경기시론] 수원 여성 살인사건의 교훈

수원 여성 살인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신뢰가 위협을 받고 있다. 신고전화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한 점, 시간을 축소한 점, 정보공유를 제대로 못한 점 등에 대해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개별 경찰관이 비리를 저지른 여타 사건과는 달리, 경찰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즉, 112의 신고체계와 대응 능력, 경찰의 사법적 신뢰성에 대한 의심, 정보 처리 역량, 그리고 공조 능력 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말하듯,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허점을 보인 사건으로 규정될 수 있다. 경찰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전문가인가? 라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틀 레빈은 자신의 저서에서 맨해튼에 문을 연 식당의 70%가 도산하는 이유는 음식 맛이 없거나 소비자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알고,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일이 어쩌면 경찰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최고 권위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날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들은 매우 답답해 할 것이다. 밤새워 수사를 하는데, 잠이 든 개인 가정집을 일일이 두드려 볼 수 없는 상황에 속만 태웠을 수도 있다. 사건 현장이 밝혀지면 겨우 몇 백걸음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넓은 지역이 될 수도 있다. 안전지킴이 경찰 대한 불신 초래이번 사건은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을 남긴 사건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웠고, 그것을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여,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훈련이란 평상시에는 귀찮지만, 실제로 어떤 상황이나 조건이 주어졌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끝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훈련이 되어 있는 경우, 훈련받은 대로 행동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훈련은 긍정적인 요소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만 하고,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성공사례는 무엇인가 등을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웬디 정, 벌리 헤스캐스, 앤드류 닐의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이들은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 사례에서 배우는 것보다도 실패 사례를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음을 제시한다. 실패나 실수한 사례를 통해 그 원인과 경과,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터득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 정신 갖추고자 노력해야이번 사건에서 발생한 실수와 실패의 요인들을 점검하고, 다른 대안은 무엇이 가능한가를 찾아보아야 한다. 또한 수사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임을 명심하고 최고의 전문가다운 능력을 갖추고자 끝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경찰을 통한 사회적 신뢰감이 확보되고, 안전한 사회에 대한 믿음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경기시론] 쉼과 텅빔

최근에 베스트셀러를 통해 소개된 놀이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여기서 놀이는 직업이 없이 단순히 논다는 의미가 아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 짜여진 업무 가운데에서 휴식이 사치라고 생각하던 세대에게, 논다는 것은 꽤나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 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 휴식은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게 하며, 부드러운 교류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놀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내 몫이 아니다. 다만 놀이문화를 통해 현대인들이 쉴 수 있고, 재충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놀이는 행태상으로는 놀이일 수 있지만, 의미상으로는 쉼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는,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어쩌면 쉼을 잊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놀이방식도 일천하다. 아마도 술이 우리나라 대부분 40~50대 중년층의 놀이문화일 것이다. 그러나 정보와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이제 여가와 휴식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다양한 놀이문화를 즐기면서 교류하고, 여가와 휴식을 가짐으로써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을 때, 보다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에너지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오히려 창조적인 사업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의 단축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5인 이하 사업장에까지 일주일 40시간 근로시간이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만큼 경제가 위축되거나, 개인적 생활이 궁핍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여가가 개개인의 개성을 찾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창의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여가휴식, 창의적 에너지 원천얼마 전 어느 변호사님의 텅빔에 대해 쓴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원자는 99.99%의 진공상태로 되어 있고, 우주 역시 전체 평균 밀도는 1㎥당 대략 수소원자 5개가 있을 정도의 극단적인 진공상태라는 것. 태양을 야구공에 비유하면 지구는 1㎜짜리 모래알에 불과하고, 명왕성은 더 작아서 6분의 1㎜에 불과한데 야구공 주위를 400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248년에 한 번씩 회전하는 셈이 되며,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들도 4광년 이상이나 떨어져 있다는 것. 이렇게 광할한 우주에서 먼지 위에 먼지같은 우리 소소한 인간들. 그러니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더라도 텅빔을 생각할 여유를 가져보자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쉼과 텅빔은 그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오늘날의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남보다 한 치라도 앞서기 위하여 마음의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내달려 오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또 우리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지나치게 채워넣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달리기만 한다고 해서, 또 채우고 또 채우기만 한다고 해서, 우리가 목표하는 바를 꼭 빨리 이루리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행복한 인생을 꿈꾼다면 더더욱 거리가 먼 얘기가 된다. 오히려 때로는 그것이 무리한 판단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쟁사회서 비움의 여유 갖자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하고, 기대보다 작은 성과에 쉽게 좌절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은 쉽게 지치고, 이르지 못한 조급증과 채우지 못한 불안감에 늘 잠을 설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노동시간을 늘려야 했던 시대는, 이제 기발한 아이디어와 사회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화 시대로 바뀌었고, 자본과 지식의 축적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는 이제 공유와 나눔의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된 시대에,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짧게나마 쉼과 텅빔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이재진 변호사

[경기시론] 4월의 결정을 목전에 두고

총선이 두 주 앞이다. 속속 국회의원 후보 명단이 밝혀지면서 이제 피니쉬 라인을 향해 각 당의 공천자들은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물의로 인해 제대로 링 위에 한 번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탈락하는 후보들도 존재하지만, 그 즉시 새로 교체된 선수를 성심껏 응원하는 모습 또한 다른 때의 총선과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이번 총선은 한미 FTA나 국가보안법에 대한 심판 등 그동안 묵혀 왔던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한 대국민 의견 개진의 장이 될 전망이다. 연달아 이어지는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하는 관객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총선의 결과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쉬운 점 또한 존재한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혜성과 같이 나타난 촉망받는 별들도 있는가 하면 작은 실수에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추락하는 인사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의 이모 대표나 새누리당 나모 의원 등이 대표적인 예인 바, 이들의 추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권력의 무상함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성 후보 늘린다 했지만 줄어들어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 이라 했던가. 아무리 붉고 탐스러운 꽃이라 해도 열흘을 넘기기 힘들며, 제아무리 권력가라 해도 그 권세가 10년을 넘길 수 없다 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라 해도, 제대로 된 여성정치인 한 명을 키워내기 힘든 우리의 척박한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의 추락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각 당은 모두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를 많이 늘리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여성 후보는 7.1%로서 18대 총선의 11.8%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더욱이 이들 중 과반 이상이 서울 경기권에서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지방의 경우 어느 때보다도 여성정치인 발굴에의 노력이 취약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이 같은 여성정치인의 감소 추세는 민주통합당보다는 새누리당에서 더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은 지역구 공천자 210명 가운데 21명(10%)이 여성이었으며, 새누리당은 230명 가운데 16명(7%)만이 여성이었다. 기존의 여성정치인에 대한 천거만을 놓고 보더라도 민주통합당의 후보군에는 기존 의원들이 상당수가 포진해 있는데 반해, 구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 중 공천자들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여야, 여성 정치인 양성 힘써야 물론 이런 추세가 당내 세력 간 충돌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라 할지라도 한 명의 경쟁력 있는 여성 정치인도 길러내기 힘든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새누리당은 전문 여성정치인의 성장에 과연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을 의심하게 된다. 이제 세 집 건너 한 집은 여성이 생계를 책임질 정도로 여성 가구주는 증가 일로라고 한다. 반면 저임금 노동에서 남녀 간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심해, 남성 중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은 17.3%인데 반해 여성은 과반수에 가까운 42.7%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통계치만 놓고 보더라도 생활조건이 열악한 차별적 지위의 고유성을, 여성의 입장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여성 정치인의 양성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면 4월이다. 총선의 돌풍 속에서 국민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는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여성들의 미래 지위에 대한 고민도 심각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경기시론]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서점집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소설이 사라진지 오래다. 더러 한 두 권 끼긴 하지만 그조차 온전한 소설의 힘이라고 보기 힘들다. 드라마 혹은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반짝 관심을 받고 있을 뿐이다. 무관치 않은 얘기겠다. 국내 저자 중 순전히 글만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은 열 손가락을 다 펴지 못할 만큼 그 수가 적다. 그중 소설을 쓰는 사람, 소위 전업작가는 굳이 열 손가락을 동원할 필요조차 없다. 신경숙, 이외수, 공지영, 김훈 정도나 그에 해당될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어쩌다 우리의 소설문학이 이토록 찬밥 신세로 전락한 걸까. 이유가 있을 테다. 가만 들여다보자. 거두절미, 소설보다 현실이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 없다. 정치만 보면 알 수 있다. 점입가경이다. 예측불허의 파행을 거듭하고, 매일 아침 코미디를 연출한다. 선거를 앞둔 요즘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지금 웃기지 않으면 영원히 묻힐 것이 두렵기라도 한 듯 너도 나도 촌극을 벌인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정치현실이다.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문단 내부와 출판계도 둘러 볼 필요가 있다. 문단 내부라 하면 문학의 본령에 대한 논의여야겠지만 여기선 한 가지만 언급하기로 하자. 어찌 보면 그게 본질일 수 있다. 요는, 작가다. 어느덧 우리 문단은 문창과 출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문창과 출신들의 소설은 말 그대로 웰-메이드 소설이다. 딱 거기까지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기본기가 충실한 소설이 아니다. 보다 깊이 있고, 보다 재미있으며,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긴 소설을 원한다. 페이소스와 웅숭 깊은 이야기의 맛을 즐기려 한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세계와 당당하게 맞설 경험과 배짱을 가진 작가가 필요한 거다. 소설의 총체적 난국 그러나출판계는 어떤가. 영세하다거나 불황의 늪에 빠졌다는 말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으니 그만 하도록 하자. 요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일 테다. 당장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소위 좀 떴다 싶은 스타들, 특히 폴리테이너에 의존하느라 정신없다. 근래 출판계는 몇몇 대중적 인지도로 무장한 사람들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베스트셀러 목록이 입증한다. 성직자 몇몇과 김어준, 박경철, 김난도 등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으니 말이다. 다양하고도 참신한 기획이 보이지 않는다. 순수문학에 대한 투자는 일천하다. 스스로 제살깎기 경쟁을 하고 있는 거다. 이쯤되면 총체적 난국이란 말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섣불리 절망을 말하진 말자. 희망이 없지 않다. 찾으려 노력하고, 발굴하려 애쓰면 보인다. 역량을 갖춘 몇몇 작가들의 선전이 눈에 띄어서다. 김훈, 신경숙의 뒤를 받혀 줄 든든한 문단의 허리가 있다. 정유정, 김연수, 김영하, 천명관이 그들이다. 일찍이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문단의 기대와 독자들의 지지를 골고루 받아왔던 김연수의 느린 걸음이 어느새 독자들의 호흡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정유정의 꼼꼼한 취재에 바탕한 탄탄한 내러티브가 독자들의 마음을 출렁이게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 김영하의 농익은 상상력이 소설읽기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으며, 천명관의 눙치는 이야기꾼 기질이 사뭇 반갑다. 그들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뚝심 행보로 밀고 나아가는 한 우리 소설은 희망을 말할 수 있다. 더 박차를 가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을 능가하는 소설미학의 본령을 불러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나저나, 소설은 왜 읽어야 하는 건가. 천만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게 해줘서다. 겪은 것과 보이는 것만을 진실이라 믿으며 사는 건 어쩜 위험한 일일지 모른다. 소설읽기를 통해 세상사의 숱한 국면들을 겪어내는 것이야 말로 삶을 살찌우는 방법일 수 있어서다. 최준영 작가거리의 인문학자

[경기시론] 남는 자, 떠나는 자, 포기하는 자

예전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줄여서 놈놈놈이라고 불렀다.1930년대 만주 벌판에서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 최고가 아니면 안 되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 자신이 훔친 지도가 보물지도인지도 모르고 훔친 태구. 끝없는 추격 끝에 보물이 묻힌 장소에 도달해 마지막 결투를 벌이고, 태구의 승리로 끝나는 영화다.누가 좋은 놈이고, 누가 나쁜 놈이며, 누가 이상한 놈인가는 영화를 보고서 판단해야 한다.최근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총선 후보 공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자꾸만 이 영화가 겹쳐진다.각 당에는 후보로 등록을 마친 사람들 가운데 살아남아 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이 있다.또 그중에는 공천을 받지 못해 당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이런저런 사유로 당을 떠나지도, 남아있지도 못하고 선거 자체를 포기하는 자도 있다. 남은 자와 떠나는 자, 포기하는 자 중에 누가 좋은 자이고, 누가 나쁜 자이며, 누가 이상한 자인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명확한 기준 없는 여야 공천참 어려웠다. 남은 자는 왜 남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공명정대한 기준에 의해, 기준을 바꾸면 전체 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 바꿀 수 없는 원칙에 의해 공천을 했다고 하는데, 남아 있는 자의 면면을 보면 어떤 기준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각 당의 정강 및 정책에 합당한 사람을 남겼는가에 대한 확신보다는 다른 기준이 작용한 느낌이 드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남은 자도 아직은 서로서로 필요로하고 있다는 생각만 남는다.떠나는 자를 보면 왜 떠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위한 거국적 결단도 아니다. 과거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일을 이루려고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렸다고 변명이라도 하고 떠났다.요즘은 아닌 것 같다. 정당 강령이나 철학이 자신과 갑작스럽게 달라져서도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뛸 수 있다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공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떠난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다.포기하는 자를 보면 왜 포기하는가를 알 수 없다.할 말은 많지만, 본인이 모든 짐을 떠안고 가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주장한다. 어떤 짐을 떠맡았으며, 누가 맡겼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들의 내려놓음이 국가 미래에 어떤 짐이나 과제를 해결해 주는지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다. 시급한 현안에 관심 기울여야당과 국가를 위해 백의종군하면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말을 한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해외사례를 인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그럼에도, 정당제도를 발전시켜 각 당의 정신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온 미국을 바라보면, 우리의 정치 형태를 돌아보면 민망할 때도 있다.후보로 공천을 받지 못한 많은 사람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또 그 이름을 한나라당으로 하겠다는 뜻을 보인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참 이상한 나라다. 북한주민들이 중국에서 북송될 때,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이 이어도를 자국의 영토에 편입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과 대책을 모색하지 않는다. 상생발전을 하자고 하면서도 독도는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서 국가가 취할 자세를 지속적으로 연구하지 않는다. 공천을 마치고 나면, 이런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까?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 가운데 누가 남을 것인가? 영화처럼 이상한 사람만 살아남을까? 좋은 사람만 있을까? 나쁜 사람만 남아 있을까?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가족과 돈의 가치

최근에 가족간의 재산 분쟁을 종종 보게 된다. 주로 과거에는 부모님 재산을 장남이 독차지한 것을 문제삼거나, 딸들이 자기 몫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근자에는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가서는 재산을 물려주는 유언장을 작성케 한다든가, 심지어는 서류를 위조하여 재산을 물려받으려는 사례들도 보게 된다. 물론 심하게는 재산 때문에 부모를 살해한 사건까지도 우리는 가끔씩 접하게 된다. 며칠 전에도 수십만원의 상속 문제 때문에 형제가 갈라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대기업의 상속법정분쟁이 사회 이목을 받기도 했다.과연 돈이란 무엇일까. 사실 돈은 가치를 표창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돈은 수단이 아니라, 이제 최대의 목적이요, 최고의 가치가 된 듯하다. 왜 부모를 살해하면서까지 돈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물론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면, 가능한 논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보다, 명예나 삶의 다른 가치들보다 돈이 소중하다면, 그것을 갖기 위하여 다른 것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우리는 그토록 돈을 열망하는 것일까. 절대생계비로 쓰기 위하여? 아니면 추위를 막아줄 옷이 없어서? 아마도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 교육비를 위해서? 그러나 교육을 위해 가족을 해치거나 가족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한 생활을 위하여? 돈이 삶의 목적이 된 사회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면, 우리는 돈을 적절한데 사용하기 위하여 욕심을 부린다기보다, 상대적인 우월감을 갖기 위하여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우월감은 그를 존재케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계급제 사회에서 계급은 하위계급에 대한 우월감이었고, 우월감이야말로 그 계급의 자존이었을 것이다. 현대는 계급이 없어진 사회이지만, 우리는 또 다른 의미의 계급의식을 갖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돈 있는 계급과 돈 없는 계급. 또 돈 있는 계급에서도 돈이 매우 많은 계급과 돈이 조금 많은 계급. 이렇게 되면 돈은 계급의 기준이 되고, 추구하는 목적 그 자체가 된다. 상위계급으로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돈은 삶의 표준이 되고, 삶의 의미가 되며, 삶의 양식이 된다. 그러고 보니 가족관계를 깨뜨리면서까지 돈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그 돈이 없으면, 나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목적이 돈을 지배해야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돈만으로 과연 풍족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돈이 과연 가장 소중한 가치일까. 아무 문제없던 가정에 로또가 당첨되면서 가정이 산산조각으로 파탄나는 예도 보았고, 평안했던 형제에게 상속재산이 생기면서 폭력다툼으로까지 번지는 예도 있었다. 돈은 절대적으로 유용한 것이지만, 그만큼 사악하다. 의미를 잃은 돈은 처치곤란한 쓰레기가 될 수도 있고, 욕심에 눈이 먼 돈은 비수가 되어 우리 가슴을 찌를 수 있다. 물질적 풍요가 당연히 정신적인 안락이나 기쁨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반면 마음속에 진정한 기쁨과 정신적 안정을 가질 수 있다면, 물질적 빈곤은 그리 큰 불편이 아니다. 돈은 하나의 수단이 되어야 하고, 보다 가치있는 목적이 오히려 돈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 돈이 수단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그런 날이 올 수는 없는 것일까.이재진 변호사

작금의 현실, 무엇이 필요한가?

신문을 열어도 티비를 봐도 심란하기 짝이 없는 소식들로 마음이 어지럽다. 지난 연말 한참을 아이들의 안전이 위험하다고 떠들던, 그래서 학교폭력은 꼭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던 많은 사람들은 신년맞이와 함께 정치권의 돈봉투 사건으로, 권력실세의 다이아몬드 발굴권과 그로 인한 부당이익으로, 그리고는 전직교수의 석궁사건과 법원의 연이은 미스테리한 판결들로 주의를 옮겨가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부정부패와 질서 파괴는 가히 총체적인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재벌 2~3세의 빵집 논란까지를 더하고 보면, 우리 국민들의 권력 실세들과 정치권, 그리고 부유층과 심지어 사법권에 대한 불신의 수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총선이다. 그러다보니 여권도 야권도 서로 협동하려기보다는 상대의 허물을 어떻게 더 적나라하게 폭로하느냐에 혈안이 돼 있다. 심지어 법원이나 검찰 역시 영화 한 두 편으로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가 영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날마다 공청회나 토론회를 연다고 해서 이미 허물어진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 시민들은 국가라는 것이 우리를 위해 봉사하고 안전한 삶을 살도록 보호해 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이 같은 믿음이 근본부터 허물어지는 느낌이다.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아이들은 학교에서 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대기업은 동네 상권까지 진출해 소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정치권은 부패했으며, 사법권은 그들만의 정의를 위해 실체적 진실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총선이 가까워 올수록 이 같은 사회적 위기는 더욱 우리의 촉각을 곤두서게 만들 전망이다. 임진년이 겨우 두 달의 문턱을 넘고 있다. 벌써 이리도 시끄러운데 총선 후 대통령 선거 시까지 어떻게 지내야 할 지 심히 걱정이다.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일반 시민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권세가들은 모두 꼼수를 동원해 삶을 누려왔는데 나만 엄격한 법의 잣대 속에서 힘든 일상을 허우적거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갑자기 재작년에 법원에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했던 어떤 사건이 기억났다. 증거물이라고는 백 원짜리 동전 열두 개뿐인 사건이었다. 이미 절도 전과가 있었던 피고인의 상습성 및 도벽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것이 재판부의 감정 요구사항이었다. 결국 피고인을 대면할 수밖에 없었고, 대면한 자리에서 수의를 입고 추레하게 앉아있던 피고인의 모습은 지금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과연 보통사람들의 이 같은 현실을 높디높은 분들이 상상이나 하고 계실지 의문이 든다. 기껏 동전 몇 푼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피고인이나 그를 처벌해달라는 고소인이나. 이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척박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은 당시 국민참여재판에 할당됐던 것이었다. 전문증인으로 법정에 참여하여 의견서에 대한 답변을 했을 때, 세 분의 판사들과 배심원들은 참으로 진지했었다. 기본 갖추는 것부터 시작하자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더라도 피고인에게 적절한 정의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찾으려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한편으로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어쩌면 당연하기도 한, 공정한 재판과정을 보고 나오려니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을 갖추는 일이 또한 감동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탄복하면서 법정을 나설 수 있었다.법원이나 검찰을 포함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바로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기본을 갖추는 일, 바로 그것 인 것 같다.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범죄와의 전쟁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출연 배우는 물론 실제 인물, 심지어 촬영장소와 소품까지 덩달아 인기상종가를 치게 마련이다. 각진 구형그랜저 향수와 정동진을 관광명소로 만든 드라마 모래시계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최근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은 영화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실제 범죄와의 전쟁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편이다.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실제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데다 걸출한 스타들의 연기대결이 관객의 시선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하정우의 작렬하는 포스와 최민식의 연기력에 감탄하긴 해도 영화의 스토리나 1990년의 실제의 사건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스타 파워가 현실을 밀어낸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원인은 따로 있다. 어느새 관객들이 실제 범죄와의 전쟁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시감이다. 역대 정권, 특히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일수록 정권안정을 위한 기만술로써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다양한 가면극을 연출했다. 516세력이 정치깡패 소탕전을 벌였던 것이 그렇고, 전두환 정권의 반인권적 만행인 삼청교육대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노태우 정권의 민생침해사범일제소탕이라는 이름의 범죄와의 전쟁 또한 괘를 같이 했다. 사회 곳곳 자리 잡은 중범죄자들새로운 정권은 늘 자신들의 빈약한 정통성을 만회하기 위해, 그리고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정권의 구린내를 없애주는 동시에 사회적 병폐일소라는 미명하에 여론 기만술을 활용해왔다. 특히 노태우 정권에게 깡패 혹은 조직폭력배들을 쳐내는 일은 토사구팽의 의미까지 내포한 것이기도 했다. 무릇 올바른 정권이라면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 그래서다. 다가오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중요한 이유이다. 소위 2013년 체제의 도래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에게 직면한 국내외적 도전에 맞서 전쟁을 치를 능력과 의지, 철학을 가진 정부가 탄생해야 한다. 그중 시급한 것은 좀도둑이나 깡패나부랭이와 숨바꼭질하는 좀도둑과의 전쟁이 아니라 진짜 나라의 경제와 법체계를 좀먹는 중범죄자와의 범죄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진짜 범죄자는 누구인가. 마침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에 범죄 집단의 단서가 등장한다. 진짜 범죄와의 전쟁 필요한 나라의 부를 몽땅 차지한 한줌의 독점재벌과 그들의 정권은 국가의 행정 기관을 자신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주는 무료 서비스 기관으로 축소시키고, 국가의 사법 기관을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고 불법을 무마해주는 로펌으로 전락시키며, 국가의 공권력을 용역(깡패)회사로 만든다. 제2 롯데월드와 삼성 에버랜드는 이들이 어떻게 국가와 정부를 서비스 기관으로 만들고 로펌으로 만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용삼참사의 경우, 경찰이 용역회사의 직원을 불러 물대포를 잠시 잡고 있으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조금 있으면 일개 용역회사의 말단 계장님이 용산경찰서 서장을 불러 너 물대포 잡아!라고 시키게 된다. 이게 과두계급의 지배다.조폭과 결탁해 폭력을 휘두르고, 맷값을 정해놓고 사람을 패고, 배임횡령에 비자금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버젓이 국가경제의 리더 행세를 하고, 부모가 편법으로 숨겨두었던 차명재산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형제간 법정다툼을 벌이는 이들이야말로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도려내야 할 중대범죄자들이 아닌가. 그들을 소탕하는 것이 진정한 범죄와의 전쟁이다.최준영 작가거리의 인문학자

왜 도덕인가?

최근 마이클샌들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인기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저술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의 강의는 매우 품격높고 독특한 강의스타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그런데 왜 그의 정의론이 한국에서 관심을 끌게 된 것일까. 왜 하필 정의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연 샌들 교수의 이론에 관심이 있어서일까. 아마도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이론은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니다. 그가 사례를 들어 쉽게 해설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순수철학과 법철학에 뿌리를 둔 정치철학의 깊은 담론을 담고 있다. 그 때문에 정의에 대해 한 마디의 해답을 쉽게 찾고자 책을 구입하였던 일반 독자들이라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결론적으로는 실망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정치, 사회 상황이 정의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예컨대 이 시대 우리나라 최고의 가치는 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돈 잘 벌게 해주는 지도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에 표준을 둬야 할까. 어디에서 가치를 찾아야 할까. 우리는 방황할 수밖에 없다. 샌들 교수는 말하고 있다. 경제가 화두인 시대, 경제적 풍요가 최고의 선이 돼버린 상황에서 여타의 가치들은 쉽게 무시되곤 한다. 물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가장 기초적인 가치, 도덕의 목마름을 호소한다고.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또 다른 큰 변화가 우리 주변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즉 가치의 기준을 정해주는 도덕의 결핍이 우리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유교적인 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었고, 그 원리는 국가와 사회, 가정을 이루는 기본적인 틀이었다. 안정된 사회를 위해 이러한 정신적인 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금까지도 우리 가정에서 자식들을 교육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결국 유교적인 문화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유교문화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근엄한 가부장적인 아버지에서 친근한 아버지상으로 변하고 있고, 부부간 또는 남녀간에 차별은 이제 더 이상 환영받는 덕목이 될 수 없게 됐으며, 지금같이 능력과 효율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더 이상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 어른으로 대접을 받기는 어려운 사회가 됐다. 새로운 정신문화 필요과거에는 기본적인 삶의 표준이나 사태의 해결원리를 유교원칙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현대사회에 잘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적인 공황상태는 안정적인 사회형성을 해치게 된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고, 부모가 자식을 야단칠 수 없으며, 국가가 국민들을 설득할 수가 없다. 이러한 시대에 도덕을 강조하는 샌들 교수의 정의론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찾아낸 이정표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샌들 교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단지 이는 샌들 교수나 그 이론에 환호한 것이라기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적 공황상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역사적으로도 나라를 세우거나 영토를 확장한 후 안정을 추구하고자 할 때, 등장하는 것은 종교였다. 그 사회의 정신적인 근간을 형성하는 원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 상황에서도 유교를 대체하거나 유교를 변형한 새로운 정신문화의 자리매김이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돈 중심의 사회가 된 채, 정신적인 의미를 잃어버린 사회가 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고 강해질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재진 변호사

[시론] 학교폭력, 학생들이 답이다

연일 오르내리던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춤한 상태다.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고, 모두의 관심사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제는 아무의 일도 아닌 것 처럼 조용한 상태다.당장에 전국적인 조치와 학교현장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염려는 높았지만, 이제는 정책을 준비하고 심의하는 과정에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느낌이다.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은 높으면서도 정작 대응방안은 느리게 작동하고, 시간이 가면 누구의 책임도 아닌, 그래서 또 한동안 잠잠했다가 다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는 과정은 왜 반복될까?이는 학교폭력의 일차적 대상자가 누구이며, 대응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동안 학교폭력 문제는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언론에서는 각종 토론회와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실상과 원인 및 대책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가해학생 및 학부모 그리고 피해학생 및 학부모와의 의견을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지원청과 더불어 다양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고, 국회는 국회대로 대응 방안을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폭력 대책방안 시들어가학생들에게 폭력예방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며, 교사들의 대응 능력을 육성하는 일은 모두 필요한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폭력의 주된 대상이 되는 학생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현재와 같은 탑 다운 (top-down)방식의 학교폭력 대응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학교폭력의 제 일 대응 주체는 학생들이다. 이들이 학교폭력을 어떻게 인식하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를 알고 있다면, 1차적으로 학교에서의 폭력이 사라질 수 있다.문제는 학생을 학교폭력의 대응주체가 아닌 보조자 혹은 정책 수혜자로서만 인식한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학생들에게 스스로 학교폭력에 대해 논의하고, 예방책을 찾게 하고, 다른 대안들을 찾아보게 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학교폭력에 대해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점검하게 하고, 전체 학생의 인식이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될 때, 학교폭력은 학교에 남아 있을 수 없게 된다.다시 말하자면, 학생중심의 자생적 폭력예방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다. 폭력 용납 안하는 학생 대안 필요물론 학생들이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역량은 모자란다. 그러한 부분은 자료로 혹은 교육으로 혹은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어주는 것, 그들이 강사를 선정하도록 돕는 것, 모임을 준비할 장소를 제공하는 것, 학교 수업시간을 할여해 주는 것 등은 어른이 정책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지원할 것들이다.학생들 스스로 무엇 때문에 방관자로 남아 있었으며,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는 일은 폭력을 대응하는 방법이 이성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기회다.학생들은 학교폭력 대응방안에 대해 토론하면서, 폭력에 대한 문제일지라도 이성적인 절차를 따라 해결된다는 것을 학습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자기도 모르게 폭력과 예방에 대한 학생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다.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비교하지 않는 새해가 되길

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보채는 어린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객관적인 노동량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아내들이 겪어야 하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식구들이 모여 온 끼니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설 연휴 때는 특히 가사로 인한 신체적인 노동의 강도는 상당하다. 겨우 상을 차려 한술 뜨고 돌아서면, 또다시 상을 차려 내야 하는 명절시즌은 틀림없이 아내들에게 평상시와는 다른 노동 강도를 요구한다.한편 명절기간, 남편들이 겪어내야 하는 고달픔도 적지만은 않다. 장시간 운전과 친지들과의 연이은 음주자리로 인한 피로는 직장에서의 그것 못지않게 몸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오랜만에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육체의 고단함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서로 간에 얽혀 있던 인간관계에서 오는 말썽들 때문이다. 즉 심리적 스트레스가 결국에는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적 비교를 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심리학자 페스틴저가 지적하기를 인간은 자신의 의견이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언제나 타인을 비교준거로 삼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의 현상은, 비교 기준이 되는 준거가 나와 유사할수록 더욱 심해지며, 만일 준거가 너무나 다르게 되어 비교를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면 그에 대한 적대감까지도 갖게 된다고 한다. 비교에서 오는 명절 스트레스사회비교이론에 근거하자면 형제들은 우리가 가장 손쉽게 선택하게 되는 비교의 준거일 것이다. 또한 명절은 이 같은 비교의 과정이 가장 손쉽게 발생하는 시즌이 된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 자매들은 그동안 떨어져 살던 외로웠던 나날들에 대한 심적 보상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철저한 비교 또한 하게 되는 것이다. 누가 누구보다 어떤 면에서 더 나아진 것인지, 그렇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지원이 얼마나 있었던 것인지 등등. 결국 내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이유 때문에 유사한 조건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그 점은 두고두고 말썽의 씨앗이 된다.그 같은 비교과정은, 경우에 따라서는 말싸움으로 또는 몸싸움으로 극단적인 경우에는 심각한 친족 간 범죄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명절기간 중 교통사고 이외에 친족 범죄의 숫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오랜만의 명절맞이는 몸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명절(스트레스)증후군이라는 진단명까지 등장하게 된 연유에는 이 같은 마음의 고단함도 틀림없이 일조했을 것이다. 마음의 여유 갖고 비교하지 말자모든 형제들이 외국에 거주하는 연유로 필자는 언제나 외로운 명절맞이를 해왔다. 식구들이 북적이는 이웃을 볼 때마다 부럽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사회적 비교이론의 차원에서 보자면 부모를 모심에 있어 비교대상이 존재치 않는다는 점은 꼭 한탄할 일만은 아닌 것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촌 숙모들로 북적이는 집안에서 또래들과 신나게 웃고 떠드는 이웃 아이들을 볼 때면, 비록 어른들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명절이 아이들에게 주는 자산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값진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이제 다시금 신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2012년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이다. 신년에는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회적 비교의 틀에서 벗어나보자. 어쩌면 서로 간의 비교로부터 마음을 고단하게 하지 않는다면, 함께 나누는 온기만으로도 행복이 더 가까이 찾아올 것은 틀림없지 않겠는가?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학교폭력의 근본적 대응

학교폭력으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연일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각 시도교육청은 나름대로의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국정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까 하는 마음에 학교폭력대응에 관한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은 높아지고, 언론에는 연일 기사가 올라오고 있는데, 정작 떨어진 학생은 다시 올라올 길이 없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는 귀뜸이라도 했으면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고 통곡을 한다. 교사는 그렇게나 심했으면 말이라도 한 번 더 해 볼 것을 하면서 아쉬워한다. 피해학생을 그냥 바라본 학생들은 극단적인 행동이 있고 나서야, 실제로는 이랬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학교는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싶어하고, 피해학생은 난처해 하다가 그냥 놀이였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 단편분절적 대응 한계 있다이제는 진정으로 학생, 부모, 교사, 학교, 지역사회가 한 마음이 되어서 학교폭력을 어떻게 대응하고, 건강한 학교문화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모두가 걱정을 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방관자로 머물거나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가해학생과 학부모는 성장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피해학생과 학부모는 엄벌을 통해 다시는 폭력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사는 다 같은 제자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당혹감을 표현한다. 각 기관과 단체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기관은 자신이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 교육시키면 된다고 한다. 인성교육을 강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이런 고차원적 토론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학교폭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다음 상황을 살펴보자. 수업시간에 교사가 한 학생이 책상을 뒤로 쭉 빼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적절한 행동이 아닌 것 같아서 지적을 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 필요○○야, 책상을 앞으로 붙이고 앉아야지, 그렇게 뒤로 쑥 빠져 있으면 어떡하냐? 그러자 학생은 책상만 앞으로 밀어 붙이고, 그냥 의자는 그 자리에 둔채 앉아 있다. 교사는 의자도 앞으로 당겨야지. 책상만 밀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은 의자만 앞으로 민 채, 자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것이 강력한 처벌로 해결될 문제인가? 학교폭력에 관한 처벌법을 더욱 많이 만들어 내면 해결될 수 있는가? 인성교육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정작 적절한 가정교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단편적이고 분절적인 대응책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가해학생, 피해학생, 가해학생 학부모, 피해학생 학부모, 교사, 교장, 교육부관계자가 함께 자리를 해야 한다. 폭력행동의 문제는 학생들에게 있는 것이고, 그 상황을 예방하고 발굴하는 것은 부모와 교사에게 있으며, 폭력을 넘어설 수 있는 교육시스템과 문화를 창출하는 일은 각급 교육지원청과 교과부에 있다. 따라서 이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거나, 서로가 해결할 수 있다거나,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각 학급에서, 각 학교에서, 각 교육지원청에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그리고 국회에서 이들이 함께 모여 전국적인 평화로운 학교만들기 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이다. 몇몇 전문가의 손에 의해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로스쿨 졸업생 배출 첫해에 거는 희망

드디어 새해가 시작됐다. 나라 전체로 봐도 올 한 해는 적지 않은 큰 변화와 고비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법조계에도 올해 매우 큰 사건이 노정되어 있다. 말도 많았던 로스쿨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첫 해인 것. 금년 로스쿨졸업생 가운데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1천500명 정도로 내다보고 있고, 사법연수원에서 1천명 정도가 수료한다고 볼 때, 약 2천500명의 법조인이 새로 유입된다. 2010년 변호사 숫자가 1만1천667명이었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에 변호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길게는 약 90년, 해방 이후로 보아도 약 60여년만에 배출된 변호사 숫자가 1만명을 조금 넘는 숫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한 해에 2천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된다. 여기에서 300명 내지 400명 정도가 비변호사 직역으로 간다고 가정해도, 약 6년 정도가 지나면 기존 변호사의 2배로 그 수가 늘어나게 된다. 청년변호사 실업문제 대비해야이미 젊은 변호사들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개업변호사의 경우 사건선임이 쉽지 않아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앞으로 매년 2천명 이상의 변호사가 유입된다면, 이 문제는 법조계에 국한된 문제나 혹은 변호사들의 밥그릇싸움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변호사의 권위주의가 팽배해 있던 시대에는 변호사의 문턱이 높아 일반 시민들이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 어려웠고, 변호사 비용이 고가였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변호사의 숫자를 늘려서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고 친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출발의식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가 늘어나는 것이 시민들의 이익증대로 바로 연관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변호사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반대로 저질의 법률서비스가 난무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또 다른 분쟁거리를 만들게 되며, 변호사 실업자의 증대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법조 시스템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 수년 앞서서 동일한 로스쿨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역시 청년변호사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국가기업의 적극적 채용 필요일본에는 법률사무소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변호사를 이소벤이라고 하고, 그 이외에 법률사무소에 취직은 했지만 월급없이 의뢰인을 직접 찾아야 하는 변호사인 노키벤 부류가 등장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지 못해 집에서 혼자 독립해 의뢰인을 찾는 쇽독벤코시 부류가 등장했다고 한다. 로스쿨 문제에 대해 일본의 한 전문가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해결해야 할 더 많은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서 사건이 증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운용해 본 결과 사건 수는 증대하지 않았다고 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늘어나는 변호사에 비해 사건 수가 증대되지 않는다면, 상당한 숫자의 변호사 실업자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유능한 전문가를 키우고 양성해 두고도, 이들을 실업자로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에서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적재적소에 이들 로스쿨 졸업생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가나 기업 나아가 시민이익에 부응하고, 변호사실업을 해결하는 근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로스쿨 졸업생 스스로도 과거의 권위적인 변호사 상을 탈피해, 보다 더 가까이 시민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이웃으로 자리잡아갈 필요가 있다. 마치 시민들이 편하고 가깝게 약국과 개인병원을 이용하듯이, 시민들이 법률적으로 불편하거나 궁금한 것을 언제나 가깝고 편리하게 상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제도의 현실적인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도록 서로 지혜를 모을 때다.이 재 진 변호사

임진년, 학교에 바란다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한반도에 넓게 드리운 구름층처럼, 2012년은 모두가 예측하기 쉽지 않은 격동의 한 해가 될 듯하다. 점점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자살 급증 등 사회병리 속에서 치러내야 하는 두 번의 선거는 우리의 삶에 적잖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운은 상승할 수도 또는 암울해질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정치의 회오리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신년을 시작하는 지금, 이런 차원에서 서둘러야 할 것은 작년 말 이미 심각한 문제로서 지적받았던 사안들에 대하여 구체적 대안을 찾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학교폭력은 학령층 아동들과 그들의 가족이 당면한 문제이며, 미래의 부모가 될 젊은 층도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 모두의 고민이다.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위기로 내몬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작년도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구 수성구에서 발생하였던 중학생의 자살사건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학생을 구제하여 줌에 있어, 학교가 전혀 기능을 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학교폭력 대안 마련 시급학교에 배치되었다고 알고 있었던 전문상담교사나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존재는 유명무실한 제도로서만 존재할 뿐, 학교폭력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구원의 손길이 되지 못하였다. 학교에서의 아이들의 안전이 보다 더 극단적으로 위협받는 사건은 바로 인화학교 사건일 것이다. 이 사건은 교사가 학생의 안전을 조직적으로 위협하는 경우 그 누구도 사실상 개입이 불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동시에 학교라는 조직이 어디까지 문제를 은폐하고 왜곡할 수 있는지 그 극한을 확인케 하였으며, 나아가 사법제도조차 피해자의 편이 될 수 없음에 국민들을 분노케 하였다. 결국 비등한 여론은 장애인과 아동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을 도입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사법절차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화학교의 허가 취소만으로는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학교 전반의 안일한 태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심심찮게 보고되어 온 유사 성폭력사건과 폭력사건들의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교나 교사에게만 책임을 묻고는 흐지부지되어버리는 현상 때문이다. 그 어떤 폭력에의 예방교육도 막상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다. 배타적인 조직환경으로 유명한 학교라는 조직은, 만일 담장을 열어젖히는 경우 오히려 긁어 부스럼만 만들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대구 수성구의 중학교나 인화학교의 문제는 그들 단위학교의 문제일 뿐, 나머지 학교 종사자들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채 현실의 벽만을 한탄하고는 뒤돌아선다. 아이들 안전이 교육의 근본폭력이라는 문제는 당사자인 개인만 책임지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특히 안전해야만 하는 학교에서 폭력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보다 총체적인 교육 부실의 문제인 것이다. 학교는 구성원들의 안전에 가장 민감하게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이다. 학생의 안전에 관한 무한 책임이 학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해자나 그 부모, 혹은 해당 교사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처럼 학교는 철저히 문제를 외면한다. 정부는 이제 학교법인과 학교 조직의 총체적 부실을 심도 깊게 분석해보아야 한다. 왜 조두순은 학교 교정에서 자유로이 피해자를 물색할 수 있었는지, 왜 마산의 윤간사건에서는 피해자만이 학교를 떠나야만 했던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이야말로 교육의 근본인 것이다.이 수 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새해, 태권도를 통해 청소년에 꿈과 희망을

세계태권도연맹의 2011년 슬로건은 태권도를 통한 세계 평화 (World Peace through Taekwondo)였으며, 2012년 세계태권도연맹 슬로건은 태권도를 통한 세계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Hope and Dreams to the Worlds Youth through Taekwondo)이다.세계태권도연맹은 2011년 한해 보육원과 난민촌을 포함한 어려운 지역 사람들을 위한 태권도 무료 교육과 기술 및 재정 지원을 하는 범 세계적인 운동을 연맹 200개 회원국과 함께 전개해왔다. 또한 연맹이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태권도평화봉사단 활동을 올해는 아프리카를 포함한 태권도 저개발국에 집중해 올림픽 종목인 태권도의 국제 사회 이미지를 높여왔다.올림픽의 중요한 이념인 세계 평화를 위해, 세계태권도연맹은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태권도를 통한 인류 평화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2012년은 세계태권도연맹에게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해이다. 8월에 열리는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져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야 올림픽 종목인 태권도의 국제적인 위치를 더욱 확고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어떤 특정 국가가 몇 개의 메달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기가 관건인 것이다.태권도연맹에 중요한 2012년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은 스포츠맨십, 우승의 영광을 함께한다. 세계태권도연맹은 2012년에 이러한 꿈과 희망을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모든 인간이 각자의 삶에서 이러한 꿈과 희망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오늘날 이 권리가 가장 필요한 대상은 바로 청소년이다. 청소년은 내일의 챔피언이다.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서 제1회 청소년올림픽(Youth Olympic Games)이 열렸다. 이후 우리는 청소년올림픽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런던올림픽에도 참가하는 꿈을 이루는 것을 지켜보았다.지난 11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런던올림픽 아시아태권도경기선발전에서 청소년올림픽 태권도 메달 입상자 2명이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 참가 자격을 얻었다. 이러한 꿈과 희망은 전 세계 청소년들의 권리이기도 하다.한국이 세계에 준 태권도는 올림픽에서 우승자가 되고자 하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많은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는 총 64개 국가가 태권도 경기에 참가하여 22개 국가에서 최소한 1개 이상의 메달을 가져가, 다른 올림픽 종목보다 고른 메달 분포를 보여주었다. 태권도 통한 문화교류 힘쓸 터2012년 런던올림픽에는 더 많은 국가가 메달을 가지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것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가져가지 못한 많은 국가에서 태권도를 국가 육성 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지난 7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회 및 8월 총회 전자투표 결정에 따라, 연맹은 2012년부터 현재 한국인 위주의 태권도평화봉사단 및 시범단을 연맹 200개 전 회원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결정은 태권도 저개발국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꿈과 희망을 주어 이들이 인생의 확고한 목표 설정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2012년에도 세계태권도연맹과 태권도진흥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세계청소년태권도캠프를 개최하여 많은 국가 청소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훈련하며, 문화 교류와 올림픽 정신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하게 할 계획이다. 이러한 세계태권도연맹의 끊임없는 노력이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꿈과 희망을 주어, 궁극적으로 인류 평화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조 정 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가치중심 사회 구현

직업은 개인의 경제적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로서 삶의 제반 요소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며, 개인의 심리적 그리고 물리적 평안을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개인의 잠재력과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이에 부응하는 직업을 가지며, 안정적 직업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이다.현재 국내에서는 높은 청년실업률과 사회양극화, 그리고 노령인구의 증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직업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시도 지자체별로도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담부서 배치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하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1억씩 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일자리 창출의 비 효과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고는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저고용(underemployment), 예산투입 일자리(budget-based employment), 한시적 고용(temporary employment)이 많은 실정이다. 한계에 부딪힌 일자리 창출이런 이유로 직업에 대한 불안감은 사회적으로 더욱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의 자살은 그 직접적인 사건이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뒤따른다는 것 때문에 수능점수 기대치 미비로 인한 자살, 금전을 둘러싼 가족 간의 사건 등은 그 간접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로의 인재유출,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 위주의 창업 등은 이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헬리콥터형 부모의 등장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현재의 대증적 요법은 성공을 이끌어 내기 어려우며,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나빠지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것도 사실은 아니다.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더라고 임금이 개입되는 경우, 낮은 임금을 선택하기 위해 외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점점 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의 인력난은 개선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한 노동시장과 강성노조, 외국인력의 적절한 활용 문제 등도 또한 개입된다. 직업선택 인식 전환 필요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양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를 지탱하는 신념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을 요청하고 있다. 즉, 기업 및 산업 환경의 문제나 개인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직업훈련이나 이력서를 작성하는 방법 등을 배워서 취직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 사회를 직장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전환시킬 때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일자리에 대해 직장중심의 사고를 한다. 가치 중심의 직업선택이 아니라, 외형적 요소에 치중함으로써, 학벌중심의 사회, 유명 순서에 따른 직장선택 등으로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적 보상이 개인의 직업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에 됨에 따라 다양한 개인의 가치와 창의력 및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직업에 대한 불안은 개인의 결혼 및 자녀 출산, 나아가서는 노후생활에 까지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개인은 가치중심의 직장 선택 자세를, 사회는 개인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그리고 국가는 가치중심의 사회를 창출하는 선진복지국가 실현에 초점 맞출 필요가 있다. 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다시 ‘정치’의 계절이 오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야권은 벌써부터 통합을 외치면서 세몰이를 서두르고 있고, 여권은 여권대로 혁신을 외치고 있다. 지금의 여권과 야권은 현행 헌법 하에서 한 번의 정권교체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정권 획득의 달콤함을 알게 하였고, 그래서 내년도 선거에 모든 정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느낌이다.2011년 현재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역대 최고인 것 같다. 5% 지지율의 시민운동가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미증유의 사건이 일어난 것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의사를 나타내는 하나의 징표이다.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경제적인 풍족한 생활, 주택, 교육, 복지 등에 대하여 정치권은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해결을 위하여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시대의 변화상에 따르는 만큼 정치권의 변화가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우리 정치권은 그동안 민주 대 반민주의 이념이 오랜 기간 동안 지배하여 왔다. 그러나 현재의 젊은 세대는 이러한 이념에 별 관심이 없다. 자신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택을 얻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이념이란 한 시대의 장식물일 뿐이다. 우리는 2011년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젊은이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다. 시위를 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서구의 다른 나라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것은 아니다. 그저 시위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고마워할 뿐이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치는 존재 이유가 없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읽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그러한 정치가 아쉽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여기는 대화와 타협이 국회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 정치권에서 정치가 사라진지 오래다. 2012년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중요하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즉 철 지난 이념에 매여 정치하고자 하는 후보자가 있다면, 과감히 정치권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제적인 세계여건과 하나가 되어가는 우리 현실에서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국민과 호흡할 수 있는 참신한 인물이 필요하다. 여야를 떠나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그러한 정치인을 이제 국민이 선택하여야 한다.우리 국민은 정치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연(緣)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이러한 연(緣)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정치인을 선택하여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국민을 위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그러한 인물을 선택하여야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매순간마다 국민을 위하여 밤을 새워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그러한 인물을 선택하여야 한다.그동안 우리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정치하고자 하였던 신인들이 정치에서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 소신을 펼치고자 하여도, 이념의 대립, 여야의 대립, 지역의 대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정치권을 떠났다. 이제 정치권에서 정치꾼은 몰아내고, 진정한 정치인을 세워야 한다. 2012년에 있을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들이 하게 될 두 번의 선택은 향후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조성찬 변호사

우리 아이들, 행복해질 수 있을까?

OECD 23개국 중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꼴찌다.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 청소년 자살률도 세계 1위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대해 조사연구를 실시하여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였다.굳이 공식적인 통계치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최고학부에서 벌어진 연이은 자살사건이나, 모친을 살해하고는 사체를 집안에 방치한 고3 수험생의 패륜범죄 등은 아이들이 경험하는 심적 고통이 가히 자기 파괴적임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원인을 지적하는 많은 사람은 그 같은 불행이 다만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딸아이는 지금도 학기말 시험이나 과제물을 대할 때, 먼저 화부터 내곤 한다. 그리고는 연이어 고3 때나 하던 신세한탄, 즉 자신의 삶을 아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불평이다. 물론 그 같은 고통은 얼마지나지 않아 지나가겠지만, 문제는 요즘 아이들이 너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는 과제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도전에 상습적으로 시달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동시에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기보다는 부모의 기대나 사회적 압박 등, 통제불가능한 요인에 기인한다고 생각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불행한 아이들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부터 가르쳐라라는 책의 저자 에언스트 프리츠 슈베어트 이 질문에 대하여 그렇다라고 답한다. 슈베어트 선생은 2000년 이후부터 하이델베르크 빌리-헬파흐 학교 교장으로서 행복이란 이름의 교과목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왔다. 그가 주장하는 아이들의 행복은 타인에 의해 강요되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아이가 스스로를 의미 있는 존재로 여길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는 지나친 개입보다는 늘 아이를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심리적 지원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할 것을 권한다. 아이들은 직접 세상에 뛰어들어 제 손으로 세상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고 내재적으로 동기화될 때, 아이들은 세상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비로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행복 수업은 매우 상식적인 내용으로 구성됐는지도 모르겠다. 즉,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했던 내재적 동기를 구체적인 수업재료로 체험할 기회를 준 것이라 간주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아이들의 행복을 부모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극성으로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모의 극성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 아이들의 존속살해나 자살의 중심에는 언제나 스스로를 비하해 불행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처받은 영혼이 있다.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책임은 물론 일차적으로는 무력한 자신에게 있겠으나, 그보다 더 큰 책임은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과 맞서 볼 기회조차 박탈하였던 인내심 없는 부모와 사회에 있다. 물론 기대만큼 성장이 빠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정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믿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편이 직접 다그치고 책망하는 것보다 아이들을 훨씬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런던올림픽에 태권도 미래가 걸렸다

지난 23일 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태권도진흥재단, 대한태권도협회 등 태권도 관련 4개 단체장들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태권도의 올림픽 핵심 종목 유지에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한국이 종주국이며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인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남는 것이 국가 이미지 및 경쟁력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또한 단체장들은 세계태권도연맹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의 올림픽 스포츠인 태권도를 관장하는 국제스포츠연맹(IF)으로서 고유한 행정의 독자성은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태권도 올림픽 종목 유지 업무는 세계태권도연맹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이를 위해 국내 태권도계가 더욱 단합된 모습으로 긴밀히 협력해 각 단체별 자체 태권도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 2013년 IOC가 결정하는 25개 핵심종목 결정에 태권도가 포함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IOC는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공식 프로그램에 들어갈 종목을 최종 결정하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 26개 종목 가운데 하나를 제외한 핵심종목(core sport) 25개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핵심종목 25개는 일괄적으로 IOC 총회에서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올림픽 공식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돼 더 이상 올림픽 종목 탈락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세계태권도연맹은 지난 2004년 말부터 태권도 올림픽 종목 유지 노력의 일환으로 개혁위원회를 가동해 200페이지 가량의 개혁보고서를 만들었다. 개혁보고서에 들어있는 개혁 권고를 충실히 수행한 결과 2005년과 2009년 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2012년 및 2016년 올림픽에 공식 종목으로 포함될 수 있었다.세계태권도연맹 회원국 수는 현재 200개로서 런던올림픽 26개 종목 중 6위에 해당되며, 주요 대회에서 25개 정도의 국가가 메달을 가져가 고른 메달 분포를 보여줘 많은 국가들이 올림픽 전략 종목으로 태권도를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는 총 64개 국가가 연맹 세계 및 대륙선발전을 통해 참가해 22개 국가가 메달 한 개 이상을 차지했다. 연맹 회원국의 태권도 기량 평준화와 연맹의 공정한 심판 결과, 지난 5월 경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이란이 남자 종합 우승을 차지해 한국이 남자 종합 우승을 처음 외국에 넘겨줬다. 이는 태권도가 더 이상 한국이 독점하는 종목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 이다. 이에 앞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종합 우승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아닌 중국이 차지한 바 있다.이외에도 세계태권도연맹과 태권도의 국제스포츠계 이미지 강화를 위해 2008년 태권도평화봉사단을 발족시켜 여름, 겨울 방학을 이용해 대학생들을 태권도 저개발국에게 파견해왔다. 현재까지 총 7번에 걸쳐 520여 명의 대학생들이 약 70개국에서 태권도 봉사 활동을 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던가! 세계태권도연맹은 지난 2004년 말부터 태권도 올림픽 종목 유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왔다. 이제 남은 것은 내년 8월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성공적인 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기원해보자.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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