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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4 (금)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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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행복해질 수 있을까?

스트레스에 취약한 요즘 아이들

지나친 기대말고 믿고 기다리자

OECD 23개국 중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꼴찌다.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 청소년 자살률도 세계 1위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대해 조사연구를 실시하여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였다.

 

굳이 공식적인 통계치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최고학부에서 벌어진 연이은 자살사건이나, 모친을 살해하고는 사체를 집안에 방치한 고3 수험생의 패륜범죄 등은 아이들이 경험하는 심적 고통이 가히 자기 파괴적임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원인을 지적하는 많은 사람은 그 같은 불행이 다만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딸아이는 지금도 학기말 시험이나 과제물을 대할 때, 먼저 ‘화’부터 내곤 한다. 그리고는 연이어 고3 때나 하던 신세한탄, 즉 자신의 삶을 아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불평이다. 물론 그 같은 고통은 얼마지나지 않아 지나가겠지만, 문제는 요즘 아이들이 너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는 과제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도전에 상습적으로 시달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동시에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기보다는 부모의 기대나 사회적 압박 등, 통제불가능한 요인에 기인한다고 생각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불행한 아이들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부터 가르쳐라’라는 책의 저자 에언스트 프리츠 슈베어트 이 질문에 대하여 ‘그렇다’라고 답한다. 슈베어트 선생은 2000년 이후부터 하이델베르크 빌리-헬파흐 학교 교장으로서 ‘행복’이란 이름의 교과목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왔다. 그가 주장하는 아이들의 ‘행복’은 타인에 의해 강요되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아이가 스스로를 의미 있는 존재로 여길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는 지나친 개입보다는 늘 아이를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심리적 지원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할 것을 권한다.

 

아이들은 직접 세상에 뛰어들어 제 손으로 세상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고 내재적으로 동기화될 때, 아이들은 세상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비로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행복 수업은 매우 상식적인 내용으로 구성됐는지도 모르겠다. 즉,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했던 내재적 동기를 구체적인 수업재료로 체험할 기회를 준 것이라 간주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아이들의 행복을 부모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극성으로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모의 극성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

 

아이들의 존속살해나 자살의 중심에는 언제나 스스로를 비하해 불행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처받은 영혼이 있다.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책임은 물론 일차적으로는 무력한 자신에게 있겠으나, 그보다 더 큰 책임은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과 맞서 볼 기회조차 박탈하였던 인내심 없는 부모와 사회에 있다. 물론 기대만큼 성장이 빠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정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믿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편이 직접 다그치고 책망하는 것보다 아이들을 훨씬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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