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행복감과 지속가능발전

요즘 한 공중파 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가운데 빵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지난 주 방영분에서는 두 사람이 기능장 자격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둘의 대사가 사뭇 대조적이다.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더 탄탄하고 가진 것이 많은 쪽은 그 녀석을 이겨야겠어요. 어떤 방법을 쓰든이라고 말하는데, 가진 것이 없어서 잃을 것도 없는 쪽은 나는 지금 누구를 이기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니야. 나같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를 믿어준 식구들, 나같이 버려진 존재를 거둬준 스승님을 위해, 그 분들의 마음을 지키고 싶어서 지금 이 빵을 만드는 거다라고 말한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이겨야 할 이유도 많아지는 법이다. 반면 가진 것이 적으면 존재에 집중하기가 더 수월하다.21세기 대한민국은 과거에 비해 가진 것이 많은 나라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국가 단위로 보면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에 해당하는 나라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사람들은 행복하지가 않다고 한다. 배고픈 사람도 전보다 적어지고 배우지 못해 한이 맺힌 사람들도 줄고 먹을거리, 놀거리도 풍부해지고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국제적 지위가 바뀌었는데도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감은 높아지는 기미가 없다. 2010년도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63점으로, 2007년도의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97개국 중 58위라고 한다. 살림살이가 한결 나아졌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한경쟁에 묻힌 현재의 행복우리가 일반적으로 행복지수 혹은 행복감이라고 번역하는 단어는 영어로 subjective well-being인데 풀이하자면 주관적으로 자신의 존재 상태가 괜찮다고 느끼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 수준이 낮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상태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자신의 존재 상태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존재감 확인을 위해 과도하게 애쓰기 마련이고 그런 삶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존재감을 대외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선 체면치레와 과시가 필수이며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심리학회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체면을 중시하고 과시욕이 있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실제로 낮다.나를 믿어주는 이들을 위한 삶을그런 삶의 또 다른 특징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지나치게 희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취를 위해, 자녀의 성공을 위해, 앞날의 더 큰 풍요를 위해 지금 힘든 것은 당연히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는 것은 우리 문화에서 오랫동안 미덕으로 간주돼 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국가 선진화를 위해 평균 8년 정도는 더 고통 분담을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미래의 풍요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기꺼이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주의가 대세인 모양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트렌드를 보면 이제는 개발주의가 아니라 지속가능발전이 대세이다. 지속가능발전은 개인에게도 얼마든지 적용되는 개념이다. 무한 경쟁을 통해 무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 현재를 조화시키고 존재 상태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바로 개인 수준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이 아닐까 한다. 어떤 방법을 쓰건 이길 생각밖에 없는 사람보다 내 존재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더 행복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당연히 더 행복한 삶의 방식을 따르기가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손영숙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교육부장

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아이가 물에 빠졌다. 아이는 수영을 할 줄 모르고 주변에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오직 당신만이 아이가 물에 빠진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대로 둔다면 아이는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당신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어쩌면 당신은 새로 산 구두와 옷이 물에 젖을까봐 머뭇거릴지도 모른다. 내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냥 지나치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외면한다면 당신은 평생 가슴에 멍에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의 저자 피터 싱어는 이런 상황에서는 당장 물 속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구하는 일이 중요한 약속이나 옷이 물에 젖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고 인간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즉 기부를 당장 실천하라는 것이다. 매년 1천8백만명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 세상에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나 한 사람의 기부로 인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과 적은 금액으로 기부해본들 바다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것과 같이 별 변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나 큰 금액을 기부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므로 여전히 더 많은 기부가 필요하다. 적은 금액이라도 우리가 더 많이 기부할수록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은 늘어난다. 구할 수 없다고 시도하지 않는 것은 물에 빠진 아이를 보고도 지나치는 반인륜적인 행위다.年 1천8백만명 빈곤으로 죽어가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일상에 매우 무감각하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점심 값과 비슷한 비용을 쓴다.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지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출습관은 일상이 되었다. 이 자연스러운 행동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습관적인 지출을 줄여 가난한 사람을 돕자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절대빈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가장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빈곤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동안 죽어간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절대빈곤으로 죽어가고 있다. 하루 1.25달러로 전 세계 14억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돕는 데 미국인 95%가 소득의 5% 이하만 기부하면 절대빈곤을 많이 줄일 수 있는 비용이 된다.동시대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우리는 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싱어는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절대빈곤의 덫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세계인으로서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고 인간적으로 올바른 윤리적인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 모두가 더 많은 소득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일깨우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매일 사는 생수 한 병 값보다 적은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10억 명이나 있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빈곤 때문에 죽는 사람의 수가 현저히 줄긴 했지만 거의 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매년 피할 수 있는 죽음을 맞아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필자가 몸담고 있는 어린이재단은 KBS와 함께 세계 최빈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10개 나라의 빈곤아이들을 돕는 희망로드 대장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을 돕는데 국민들의 참여가 높아 마음이 참 즐겁다. 당신이 내미는 손길이 가난한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대·중소기업간 상생관계 만들어야

최근 들어 대기업을 질타하는 고위층들의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제주하계포럼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고 사업파트너로서 배려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은 그동안 말썽이 많았던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대기업이 인하할 때, 대기업에게 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시했다. 또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3자가 조사를 신청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상시적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임을 밝혔다.정부에서 대기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너무 세게 나오자 오히려 중소기업 측에서 대기업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오전에 중소기업중앙회가 공정거래 촉구 기자회견을 하게 되어 있었으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행사 자체를 돌연 연기했다. 당초 중앙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정부의 조치와 대기업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었다. 기왕 형성된 중소기업 지원 분위기를 몰아 정부로부터 확실한 대책을 받아내야 할 중앙회가 대기업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난여론이 제기되고 있다.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도산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고, 금년 상반기에도 기대 이상의 경영성과(어닝서프라이즈)를 내고 있다. 대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노력 외에, 우리 정부의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막대한 경기부양 자금이 집행되었고,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들은 고환율의 덕을 톡톡히 봤기에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친기업, 비지니스프렌들리 정책을 표방한 현 정부는 대기업의 성장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중소기업과 서민들도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점을 국민들에게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더 악화되고, 대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깎는 관행이 오히려 심화되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게 환율인상을 납품단가에 반영시켜 주기보다는 거래중단 위협으로 오히려 단가를 깎는 상거래 관행의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다.지난 7월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소기업 체감경기와 애로사항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매출액과 가동률 측면에서는 금년 들어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소기업 가동률은 68%였으나, 금년 2/4분기 평균 74%로 높아졌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 등으로 체감경기의 개선은 아직 부족하며, 응답 업체의 50.3%만이 지난해보다 경영상황이 개선됐다고 응답할 정도로 대기업에 비해 경영상의 회복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긴장관계는 어느 국가에서나 있지만, 이번 논란이 자칫 대중소기업간 대립관계로 악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경제 발전에 대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정부와 사회의 질타에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불량부품으로 회사가 위기를 겪는 토요타 사태에서 보듯이, 대기업도 중소기업과의 상생 없이는 생존이 어렵게 된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나서서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는 노력과 올바른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게 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파급영향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

다시 금연을 시작합시다

지난 새 해에 결심했던 금연 계획이 지금쯤이면 포기하고 잊혀질 때다. 수년간 호흡곤란, 객담, 기침을 호소하며 한 달에도 수차례 외래를 다니던 70대 환자가 조기 폐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암을 진단 받고 수술까지해서인지 금연을 시작하고 호흡 곤란과 기침이 없어졌다며 자랑을 했다. 더 일찍 금연을 시작했다면 그동안의 고통스러운 시간도 없었을 것이고 암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치료 경과가 좋아 불행 중 다행이지만 애연가 모두에게 그런 행운을 기대 할 수는 없다.담배는 다양한 유독성분과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폐암 발생률을 보면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하는 남자에서 약 23배, 여자는 13배 더 높다고 한다. 흡연은 자동차 배기통에 코를 대고 숨을 쉬는 것만큼 치명적인 행동이다. 전 세계적으로 6.5초당 한명이 담배로 사망 한다고 한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담배를 찾는 다면 상당한 니코틴 중독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성공하고 있고 나에게도 필요한 것이므로 당장 결심하고 시작 하는 것이 필요하다.주위 사람들 도움 필요해그러나 담배는 무작정 끊으려 하면 실패 할 수 있다. 금연이 힘들지 않다는 자기 확신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 도움을 청하고, 의미 있는 날로 금연 시작 일을 정하는 등 착실한 준비 단계를 갖는 것이 좋다. 담배를 끊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단숨에 끊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어떠한 이유로든 절대 피워서는 안 된다. 무심코 피우던 습관에서 벗어나야한다. 담배를 끊은 지 두 시간 후부터 서서히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심호흡을 하고 자리를 옮기고 다른 일에 몰두 하는 등 생각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연 보조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술자리를 피하고 특히 흡연하는 동료들을 피해야한다. 적극적으로 모든 방법을 이용해 3개월 정도 금연이 유지되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여성 흡연자 증가도 문제금연 후에 체중 증가가 있을 수 있는데 담배에 의해 증가된 에너지 대사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줄이고 적당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객담이 늘어나기도 하는데 이는 기관지 상피의 섬모운동이 정상화 되면서 노폐물 배출이 촉진되는 것으로 수개월 이상 지속 될 수 있다. 금연 5년이 돼야 심근경색의 위험도가 비흡연자와 같아지고 15년이 되어야 한 번도 흡연을 안한 사람과 폐암의 위험도가 같아진다. 최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자치단체가 실외에도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도 마련되고 있다. 담배 값을 올리고, 경고 문구를 표시하고, 흡연 할 수 있는 장소를 없애는 등 우리 사회가 노력 하고 있다. 이제는 당신이 답할 때이다. 보건소에서 하는 무료 금연 클리닉이나 금연길라잡이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단 증상을 완화시켜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약도 있으므로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도 좋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다시 결심하고 차분히 치밀하게 준비하고 시작 하자. 꼭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류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나눔 휴가’를 떠나보자

방학 중에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후원자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다. 방학 중에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직장에 다니는 아빠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딸과 함께 왔다. 아이들과 함께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아빠도 휴가를 내고 자원봉사 활동에 함께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복지관에서 결식어르신과 아동들에게 보낼 점심 도시락을 직접 준비하고 주소와 약도만 들고 매일 세 가정을 방문해 도시락을 배달하는 활동 등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번 활동을 통해 이 가정의 아이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을 접하게 됐다.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아동들은 외진 곳이나 지하방 등에서 생활하거나 주소가 00동 산 00번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산 00번지는 대부분 무허가 주택이기 때문에 가가호호 번지가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전체가 산 00번지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 집배원도 어려워 하는 지역이다. 또한 어르신들의 주거공간은 지하나 창이 없는 단칸방이 대부분이며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아 악취가 코를 찌른다.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텔레비전을 통해 본 적은 있지만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일주일 동안 스물 한 가정의 어르신과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한 후원자 가족은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됐다. 반찬 투정을 하거나 매번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아이들에게 자원봉사 활동은 가치관을 변화시킬 만큼 소중한 경험이 됐다.자원봉사 활동을 마친 큰 딸은 개학 후 학교에서 실시한 방학 중 체험활동 글쓰기 대회에서 전교 1등을 했다. 이 가족은 매월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고 부모를 포함해 아이들까지 모두 후원자가 되었다. 휴가 때 자원봉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아프리카 빈국 등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권하고 싶은 방법이 아니다. 나눔이나 자원봉사 활동은 그 자체가 순수해야 한다. 해외에서 하는 자원봉사 활동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봉사활동이라는 목적 하에 여행과 관광에 더 큰 비중을 두거나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면 해외 봉사활동을 한 번 나가기 위해 적금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해외 자원봉사 활동이 또 다른 계층화를 만든다면 자원봉사 활동의 고유한 가치는 멍들게 된다.자원봉사 활동은 일방적인 베품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이해하고 체험을 통해 하나가 되는 소중한 만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자원봉사는 기관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삼가야 하며 점심도 봉사자가 준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봉사자는 기관과의 약속을 지키고 책임감 있게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봉사활동 중에 아이를 돕거나 선물을 전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기관의 직원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도움을 준다는 순수한 의미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아이에겐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앞으로 우리 사회는 나눔과 자원봉사라는 영역을 등한시하면서 가치 있는 삶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일상에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미 우리 시대의 최고의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눔 휴가를 떠나보자.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이웃을 생각해보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보자. 아이의 꿈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우리의 삶도 풍성해지고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질 때마다 우리의 행복도 커져간다.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남녀가 함께 행복한 경기도 만들기

매년 7월1일부터 7일까지는 여성주간이다. 때문에 지난 한 주일 동안 여성 관련 각종 기념행사가 풍성했다. 여성주간 기념식에서는 여성의 권익 향상과 양성 평등 실현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포상도 이루어진다. 올해의 여성주간 기념식은 경기도가 특별한 상을 받았기에 더욱 뜻 깊었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09년 성별영향평가 추진실적 종합평가에서 경기도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성별영향평가란 교통영향평가나 환경영향평가처럼 각종 공공사업이나 정책을 집행할 때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특성, 요구, 사회적 조건 등을 고려하여 남녀가 모두 만족하고 행복해지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이다. 경기도가 성별영향평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서 남성들이 받고 있는 정책적 수혜를 여성들도 동등하게 받고 있는가를 체계적으로 점검하여 성별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성별영향평가 최우수 기관 경기도큰 상을 받고 나니 새삼스레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경기도의 실제 성평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성평등 수준을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국제적인 비교를 위해 국가 단위로 산출되었기 때문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지자체 단위의 성평등 수준을 종합적으로 나타내주는 지표는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별 성평등 지표를 산출하고 비교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국제적으로 비교되는 여성권한척도나 성별격차지수 같은 주요 성평등지수의 우리나라 순위가 경제적 지위에 걸맞지 않게 매우 낮다는 부끄러운 현실이 존재한다. 낮은 성평등 수준이 국가 이미지나 국가 브랜드 가치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국격 제고를 위해 성평등지수를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를 위해 지자체별 지표 관리도 필요해진 것이다.이러한 움직임의 하나로 올해부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인지 통계 웹사이트에 16개 자치단체의 5가지 성평등 지표 순위가 공개되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 순위 향상을 위해 반드시 끌어올려야 할 중점 관리 대상 지표들이다. 웹 사이트에 공개된 각 지표별 경기도의 순위를 살펴보면 여성경제활동참가율 12위(47.8%), 관리자 중 여성 비율 8위(8.3%), 전문가 중 여성 비율 14위(41.6%), 성별 임금 격차 6위(65.6%), 광역의원 당선자 중 여성 비율 5위(14.3%)이다. 5개 지표를 종합한 경기도의 점수는 하위에 속한다. 이에 비해 2006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개발한 지역성평등지표에서의 경기도 순위는 16개 지역 가운데 종합 5위였다. 2006년 지표는 총 9개 항목으로 출생 성비, 평등 대우 인식의 성별 차이, 야간보행에 대한 두려움의 성별 차이 등이 추가로 포함되어 있어서 국제적인 성평등지수에 포함된 핵심 지표만을 비교했을 때와 순위가 달라진 탓이다.성평등정책 타 지자체 본보기 돼야큰 상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큰 기대와 책무를 떠안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국가성평등지수를 정기적으로 작성하여 발표하고, 각 지자체별 성평등지수의 개발도 장려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제기구에서 해마다 국가별 성평등지수 순위를 공개하듯이 머지않아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의 자치단체별 성평등지수가 해마다 공개될 것이다. 전국 16개 자치단체와 모든 중앙 부처의 본보기로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행복한, 성평등 경기도를 만들기 위한 경기도의 진정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손영숙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교육부장

한·일 FTA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

최근 들어 일본의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 요청이 강도높게 전달되고 있다. 지난 2003년 말 한일 정부는 양국간 FTA 협상을 시작했으나, 입장 차이로 1년만에 협상을 중단했다. 하지만 미국, EU, 인도와의 FTA 타결에 이어 중국과의 FTA 협상까지 논의되는 시점에서 한일 FTA를 더 이상 미뤄두기만 할 수는 없다.글로벌 FTA 추진전략 아래 우리 정부는 웬만한 국가와도 FTA를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일본과의 FTA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년 들어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오카다 가쓰야 외상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우리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한일 FTA 협상 재개를 요청했고, 지난주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 상공회의소 수뇌회의에 참석한 일본 경제인들도 한일 FTA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국내 기업인들에게 요청했다.일본측은 이명박 정부에 있어 FTA는 가장 중요한 통상정책이므로, 실무협의에서 벗어나 양국간 공식협상이 재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고성장을 지속하며 FTA 체결 확대로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FTA 추진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한 사례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FTA 협상 재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협상에 대한 입장차이가 너무 크고 2004년말 협상 중단시 우리측이 제기했던 사항에 대해 일본의 입장이 바뀐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과 낮은 관세구조를 가진 일본과의 FTA 체결시 우리나라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 확대, 무역피해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무역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농산물 시장개방, 산업기술협력, 일본의 대한국 투자 확대 등을 요청해 왔다. 일본측은 우리측 요구사항이 기업들 간 협력 사항일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어 협정 이익의 균형 달성에 우리 정부관계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두 번째는 한일간 협상구조 차이다. 우리나라는 협상단 수석대표를 외교통상부 소속 고위직에게 맡기고, 수석대표가 사전에 부처간 협의를 통해 확정한 협상전략(훈령)에 따라 협상을 주관하는데 비해, 일본은 이슈에 따라 수석대표가 사실상 바뀌는 구조로 우리 당국자들은 일본과의 실무협상에서 혼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도 외무성 관계자가 수석대표를 맡지만, 수석대표의 존재가 무의미할 정도로 실무부처의 권한이 크고 농업과 제조업 실무부처간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부처의 고유 입장만을 주장함에 따라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측 의견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과거 실패로 인한 휴유증이다. 일본과의 FTA 협상에 대한 경제효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FTA 협상을 재개했다가 또 다시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우리 정부는 빠르면 금년 말 한중 FTA 협상개시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무역전환, 중국의 위상 강화 등의 이유로 일본측은 한일 FTA 추진을 더 강도높게 요청하게 될 것이고, 우리 정부의 긍정적인 입장 표명이 없다면 한일 관계가 경색될 우려가 없지 않다. 우리 정부는 협정의 이익이 균형될 수 있는 합리적인 요구사항을 일본측에 제시하고, 일본측이 일정수준 수용할 경우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

의약분업 10년

2000년 6월 의약분업을 거부하면서 파업을 한 지 10년이 지났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투쟁을 했던 의사들의 원죄는 씻을 수 없게 되었으며,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의사들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의심받게 하는 등 여전히 의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의료 정책에서 협력자의 지위를 잃어 버렸고 수많은 규제와 견제의 대상이 되는 단초가 되었다.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계속되고, 건강보험공단은 의료보험 지출이 늘어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자누적 우려가 현실로10년 전 정부는 의약 분업을 시행하면서 대국민 설명 자료를 통해 의사와 약사가 전문성을 상호 보완해서 국민에게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약제 과다 사용 같은 국민 건강 위협요소 감소와 의약품 부작용 예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의약품 소비가 감소되고 약국 의료보험제도 폐지로 인해 재정이 절감되어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약분업이 건강보험재정을 파탄낼 것이며, 국민 불편 및 부담 가중의 문제점이 있어 시범 사업과 보완책을 마련하자고 했었다.그 후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재정 통합을 추진하는 동안 2000년 1조3천671억원이던 누적 수지 적자는 2001년 1조8천109억원, 2002년 2조5천71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의약 분업 이전에는 없던 약사 조제료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8조4천324억원을 건강 보험 재정에서 부담해야 했다. 인구 노령화와 의료 이용의 증가에 따른 의료 보험 지출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의약분업의 영향도 작다고 할 수 없다.이후 정부는 담배 부담금 지원과 진찰료와 처방료 통합, 차등 수가제, 야간 가산율 적용 시간대 조정, 주사제 처방료 및 조제료 삭제, 일반의약품 비급여 확대, 심사 기준 강화, 급여기준 합리화, 약제비 적정성 평가 등 의료계 특히 의원급 의료 기관에 집중된 건강보험 재정 절감대책을 통해 재정 파탄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결국 의약 분업을 반대하고 경제적 이득도 갖지 못한 의사들에게 정책의 책임을 지게 하고 있다.국민부담 줄일 대안 찾아야 할 때의약 분업이 약국에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등 오남용이 염려되는 전문의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고, 환자가 전문적인 진단 과정을 거쳐야만 조제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국민 건강에 기여한 부분도 인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준비 없이 시행된 의약 분업이 국민의 불편과 비용을 증가시킨 것을 수치로 설명하지 않아도 의료기관을 이용해 본 대다수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누가 더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 있고 그에 따른 이익을 가져간 것이 누구인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명백하다.지난 4월 의협 대의원회는 국민이 병원과 약국 중 조제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국민선택 분업을 제안 했다. 약국 관리료나 조제 기본료 등을 병원에는 주지 않아도 되어 비용 절감과 시간 절약이 가능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선택분업은 상당기간 검증을 거쳤다는 점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원내약국을 허용하는 직능 분업을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병원에 약사가 있다면 원내 조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약사와 의사의 직능 전문화를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이제는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규명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파업이라는 원죄를 씻을 수는 없겠지만 전문가로서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기를 희망한다. 또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한 축으로 인정받고 의견을 들어볼 가치가 있는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찾기를 원한다. /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유연근무제 유감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 계층인 여성과 청년층의 취업률이 드디어 상승 기조로 바뀌었다는, 미심쩍지만 반가운 기사가 눈에 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장인 연간 2천250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2020년까지 1천800시간대로, 무려 450시간이나 단축하기로 합의했다는 노사정 위원회 소식도 들려온다. 연간 450시간이면 무려 30주일 동안 매일 3시간씩의 초과 근무에 해당하는 양이니 계획대로 실현만 된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많은 근로자들이 야근 없는 일상의 축복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노동부와 여성가족부에서는 일자리 나누기와 일생활의 조화를 위해 시간제 근무와 유연근무제도 도입 방안을 연일 모색중이라고 한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렇게 근로 여건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뜨겁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 유연근무제도 도입 관련 소식이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여성, 노령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라거나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포기했던 구직자들(즉, 소위 경력 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라는 설명이다. 이는 유연근무제 사용자로 여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노동부와 여성가족부에서 일가정 양립 혹은 일생활 조화라는 화두를 들고 나올 때에도 그 앞에 여성의라는 말이 생략돼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시간제 근무, 유연근무 등의 제도가 모두 우선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사와 육아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초강력 대 전제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이 전제의 유효성이 유지되는 한 이 모든 제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여성(특히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이나 출산율 제고 같은 목적은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기혼부부의 맞벌이 비율은 40%이고 결혼한 남성의 82%가 여성 취업에 긍정적이다. 가사나 출산, 육아와 상관없이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게 좋다고 말하는 남편이 47%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남편이 가사일에 할애하는 시간은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24분(맞벌이)~19분(홑벌이)이고 가족 돌보기에 할애하는 시간은 역시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13분(맞벌이)~20분(홑벌이)이다. 흥미롭게도 맞벌이 남편이 가족 돌보기에 더 인색하다. 맞벌이가 아닌 가정에서는 주말이면 아내의 가족 돌보기 시간이 평일보다 줄고 남편들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가족 돌봄에 투자한다. 하지만 맞벌이 남편들은 주말에도 평일과 별로 다르지 않게 가족 돌봄에 인색하다. 그래서 맞벌이 여성들의 노동 시간을 더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주고자 온 사회가 이처럼 힘을 쏟나보다.여성의 노동 시간이나 고용 형태를 더 유연하고 탄력있게 해주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는 정체된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가 함께 들어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현안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 전반의 무수히 많은 실제 변수들을 모두 상수로 묶어둔 채 여성 요인만을 변수로 이리저리 조작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여성 요인을 상수로 묶어 두고 일 중심,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와 가치관 등을 주요 변수로 조작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유연근무제 유감은 그 때문이다. /손영숙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교육부장

출구전략 유연하게 검토하자

지난 주말 부산에서 폐막된 G20 정상회의의 최대 이슈는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와 은행세 도입 등 금융규제였다. 이번 재무장관회의는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안건을 사전조율하는 의미가 큰데, 회원국들의 다양한 입장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국가 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출구전략 시행을 언급하는 표현으로 된 부산선언문(코뮤니케)을 남기면서 회의를 마칠 수 밖에 없었다.출구전략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경기부양을 위해 국제공조를 했던 것과 같이 출구전략 역시 국제공조 토대위에서 조화된 모습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고 재정지출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5개월 후 서울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로서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그리스 사태 등과 같이 외부적 불안요소에 우리 원화 환율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천안함 침몰 등과 같은 정치안보적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돈줄을 조일 경우 그나마 살아나던 경제가 다시 곤두박질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캐나다, 호주, 인도, 중국까지 부분적이거나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어 국제공조를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 6월말 토론토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캐나다가 0.25%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등 이미 출구전략을 시행한 상태에서 국제공조 주장은 힘을 받기 어렵다. 이로 인해 각국 상황을 고려한 차별화된 방식으로 신뢰성 있고, 성장 친화적인 재정 건전화 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재정 문제가 심각한 국가들은 재정구조조정의 속도를 가속화 해야 한다라고 재무장관들은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또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풀었기에 경기상승시 물가불안과 거품생성, 재정악화 등을 고려하면 출구전략을 늦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여건이 열악한 국가들이 하나둘씩 기준금리인상, 재정지출 축소 등을 시행하거나 검토하는 상황이고, 얼마전 한국은행 국제회의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이사회(미국 중앙은행) 의장까지 우리나라의 출구전략 도입 필요 견해를 밝히고 있어 우리 경제당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아직 판단이 이르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출구전략은 동아시아에서 먼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은 금년 들어 두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과 홍콩 등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많이 풀린 유동성을 회수해야 해야 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도 지난 1분기에 8.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과 헝가리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자, 부산 G20 재무장관회의 폐막직후 기자회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남유럽 위기가 출구전략 지연에 기여할 것이란 점을 언급했다. 출구전략 국제공조에 대한 미련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출구전략 시행시 더블딥 우려가 있지만, 다른 국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국제공조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전세계가 사상 최악의 경기악화를 당면한 시점에서는 경기부양에 대한 국제공조가 가능했지만, 국가별 경제여건이 다른 현 상황에서는 국제공조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다. 우리 경제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선의 정책을 모색해야 하고, 국내외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

우리 도시 주치의는 보건소

보건소는 해방직후 미군정에 의해 예방보건사업 중심으로 처음 시작되어 1956년 보건소법이 만들어지면서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현재 보건소는 시, 군, 구 별로 1개소씩 설치되어 있다. 보건소의 조직은 보건사업과, 위생과, 건강증진과로 이루어지며 다양한 보건 행정과 식품위생, 공중위생, 건강증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일반내과, 치과, 한방, 물리치료시설을 갖추고 직접적인 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70년대 보건소는 가족보건 사업, 결핵 퇴치 사업, 전염병예방 사업처럼 산업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21세기 보건소는 건물이 커지고 인원은 늘어났지만 일부 행정적인 문제와 적절할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역보건법에 보건소장은 원칙적으로 의사를 우선 임용하게 되어 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인사권이 있는 지자체장이 의사 지원자가 있는 경우에도 비의사를 임용하고 있어 염려를 갖게 한다. 충원이 곤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남용하는 것이다. 지역보건법령에서 보건소장의 자격을 원칙적으로 의사면허증을 소지한 의사로 제한한 것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보건, 위생 문제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보건소장에는 전문성과 임상경험을 갖고 있는 의사면허소지자가 적격이기 때문에 규정한 것이다.시군구 전체를 책임지는 보건소가 행정관청이 있는 작은 지역을 위한 진료에 집중하고 비용을 사용하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라고 할 수 있으며 본연의 의무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수많은 민간의료기관에서 하고 있는 정도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 도시 전체의 건강과 보건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보건소가 관청이 소재해있는 주변 마을 주민들의 진료에 집중하는 것은 제 역할에서 벗어난 것이다. 환자 개개의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은 수많은 민간의료기관에 맡기고 지역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해 효율적인 치료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한 도시의 주치의의 역할을 찾는 길이다. 이런 역할은 민간의료 기관이 할 수 없으며, 심지어 수천 개의 병상을 갖고 있는 서울의 대학병원들도 못하는 일이다. 보건소가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예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보건진료소의 폐쇄결정이 내려진 후에도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이렇게 낭비되는 행정 비용은 민원을 제기한 일부 주민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세금이다. 대다수의 말없는 지역민의 이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의 여러 곳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무의촌이 없어지고 어디에나 이용할 수 있는 의료 시설이 있는데도 아직까지 아파트 사이에 90년대 초에 만들어진 보건진료소가 존재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보건진료원이 진료를 하고 투약까지 하고 있는 것은 빨리 개선 되어야한다.내일이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하게 된다. 보건소에 관한 후보들의 공약이 없어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좋은 일꾼이 선출되어 작은 부분에도 원칙을 지키고 합리적인 행정을 하게 된다면 보건소가 도시의 주치의로 제자리를 찾게 되고 우리의 삶도 더 건강해 질 것이다. /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어려운 아이들에게 1%는 자존심이다

아들이 일곱살 무렵이었다. 필자는 퇴근하면서 도시락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섰다. 아이는 아빠가 왔다고 아주 반갑게 달려왔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이를 안아 주려고 다가가는데 아이의 시선이 좀 이상했다. 아이들은 내가 반가운 것이 아니라 내 손에 들려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보고 달려온 것이다. 아빠가 퇴근하면서 맛있는 것을 사 온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물건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장난감이 있는 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직장을 잃거나 아니면 한 달 동안이라도 급료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유지돼 오던 모든 생활이 뒤죽박죽된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차 풍랑을 만난 배처럼 중심을 잃을 것이다. 몇 개월 내에 직장을 구하더라도 그 동안 부족했던 생활비를 보충하려면 많은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대기업 직원들이 500원 남짓 오른 밥값에 한숨을 쉰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구내식당에서 식단을 개선하면서 밥값을 2천500원에서 3천으로 올렸다는 내용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월 1만원 정도 추가비용이 드는 것에 몸을 사리는 것이다.이 두 가지 상황에서 어려운 아이들이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 봤다. 아이들이 매월 받는 후원금은 평균 3만원 정도다. 이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받는 급료의 1% 수준이다. 후원금이 매월 꾸준하게 들어온다면 아이들에게 적은 금액이 아니다. 소년소녀가장과 결식아동에게 지원되는 후원금은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들에게 이 정도의 후원금은 단비와 같은 존재다. 준비물도 사고 용돈으로 사용하고, 반찬을 사거나 모아 두었다가 책을 구입한다. 좀 더 성실하고 계획적인 아이들은 일부를 모아두었다가 미래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만큼의 수입이 줄어든다. 일반 가정의 한 달 수입이 들어오지 않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생활에서 직접 겪는 타격은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성인들이야 카드를 사용하거나 누군가에 빌리면 되겠지만, 아이들은 당장 학교 준비물과 반찬거리를 걱정해야 한다. 매월 3만원은 일반 가정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든든한 버팀목이다.후원금은 금액보다 정기적으로 지원되어야 아이들이 계획적인 지출을 할 수 있다. 궁핍함이 몸에 밴 아이들은 욕구를 억누르면서 생활하고 있다. 자기의 욕구를 캡슐에 넣어 땅속 깊숙이 묻어둔 채 지낸다. 그런 생활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아버지 세대보다 훨씬 더 이기적인 요즘 아이들은 밥 없으면 자장면 시켜먹으면 되잖아요 라고 말한다. 기특한 생각이다. 그러나 어려운 아이들에겐 웃을 일이 못된다. 그들에게 자장면은 특식이다.초등학생들이 받고 싶어 하는 용돈이 매월 3만~5만원임을 감안하면 3만원의 후원금은 값지다. 어린이재단에서 아이들이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후원금의 46%를 학업보조비로 사용하고, 22%는 주부식비로, 11%는 용돈으로, 21%는 나머지 생활에 활용하고 있었다. 이렇듯 후원금은 학용품비나 학교 준비물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후원금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냐는 물음에는 56%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대답했고 11%는 특기를 개발하는 데, 10%는 공부하는 데 의욕이 향상되었다고 했다. 이것이 나눔의 힘이다. 나눔은 내가 베푼 것보다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이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1% 후원금은 생명이요, 자존심이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부부의 날’ 의미 되새겨야

5월은 가족 행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나들이에 이어 어버이날 특별한 외식을 하고 성년이 된 자녀를 축하해주는 행사까지 치르고 나면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또 하나의 특별한 날이 온다. 부부의 날이다. 2004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는데,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21일로 정했다고 한다.그런데 역설적으로 해마다 가정의 달 5월을 앞둔 4월 말이면 통계청에서 전년도의 이혼 통계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된 자료를 보면 2009년도의 총 이혼 건수는 12만 4천 건으로 2007년도와 유사한 수준이며, 2003년에 16만 6천여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혼 건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하지만 이혼 건수를 동거기간별로 분석해보면 의미 있는 변화가 드러난다. 동거기간을 5년 단위로 구분했을 때 이혼이 가장 많은 시기는 결혼 5년 이내로 이러한 추세는 지난 10년 동안 변함이 없다. 그런데 유독 동거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1990년에는 전체 이혼 건수 중 20년 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 비중이 5%에 불과했는데 2000년에 14%로 늘더니 2009년에는 22.8%에 달했다. 5년 미만 부부의 이혼 비중인 27.2%와 맞먹을 정도다.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의 지속적인 증가는 결혼을 통해 맺어진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 비대칭적인 구조가 내재해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몇 가지 조사 결과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결혼한 남자는 아내의 잔소리 덕분에 독신 남자보다 건강상태가 더 좋고, 독신남과 이혼남의 사망률이 결혼한 남자보다 10% 더 높다(영국), 배우자를 잃은 남자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04.3명으로, 배우자를 잃은 여성의 자살률 10만명당 23.7명보다 4.4배나 더 높다(한국), 배우자가 있는 암 환자는 배우자가 없는 암 환자보다 생존율이 현저히 높다. 그런데 암과 같은 난치병에 걸린 아내들의 이혼율은 20.8%이고 마찬가지로 난치병에 걸린 남편의 이혼률은 2.9%이다. 즉, 여성이 불치병에 걸리면 남성에 비해 이혼당할 가능성이 7배나 더 높다(미국), 노후에 남편과 사는 여성은 남편이 없는 쪽에 비해 사망 위험이 2배나 높다. 그러나 노후에 아내와 사는 남성은 아내가 없는 쪽에 비해 사망 위험이 0.46배 낮다(일본).이러한 결과들이 일관성 있게 시사하는 것은 결혼생활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남편이 가족의 생계 부양을 책임지고 아내가 가족 돌봄을 책임졌지만 요즘에는 생계 부양의 책임도 아내가 나누어 지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들은 여전히 가족 돌봄과 가사노동에 소극적이다. 게다가 남편들은 일로 맺어진 관계 이외의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탓에 나이가 들수록 아내에 대한 정서적, 심리적 의존이 심해진다. 노부모가 계실 때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셔야 서로 편안하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평생 가족을 부양했으니 퇴직 후에는 아내의 삼시 세 때 공양을 받으며 평안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갖고 있는 남편들에게 묻고 싶다. 아내들도 일평생 가족을 위해 쳇바퀴처럼 밥하고 빨래하며 청소하고 아이 돌보는 노동을 하며 살았는데, 아내의 정년은 언제인가를. 아내도 늙으면 아프고 힘들다.건강한 부부는 둘이 하나로 합체되어 서로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아내와 남편이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립과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일 때 가능하다. 둘이 하나 되는 부부의 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손영숙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교육부장

유로존 위기의 구조

그리스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인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국가(PIGS)까지 위기가 전염되면 유로화는 사실상 붕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지난 한 주 내내 그리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세계 금융계가 충격에 휩싸여 폭락하자, 지난 주말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EU 재무장관회의가 긴급소집되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책 마련을 요청하였다. 급기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대해 향후 3년간 총 1천100억 유로의 구제금융 패키지 지원안을 승인함에 따라, 세계경제는 다소 여유를 찾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리스 위기에 대한 EU 개별 국가들의 입장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그동안 유럽통합을 주도해 왔던 국가들은 그리스가 긴축재정 등 현재의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경우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영국은 유로화 문제는 유로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만약 스페인까지 위기에 휩싸이면 그 다음은 영국 차례가 될 것으로 전망됨에도 영국이 그리스 위기 해소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유럽통합에 대한 인식 차이가 깔려 있다.1950년대부터 시작된 통합과정에서 유럽은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했던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영국이 중심이 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두 진영으로 양분되었다. 전자는 국가주권의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유럽합중국 수준의 연합체를 구축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영국은 자유무역만 실시하는 소극적 통합체를 주장했다. 이후 전자는 구주공동체(EC)를 거쳐 오늘날 EU로 발전했고, 영국은 프랑스에게 굴욕적인 대우를 받으며 어렵게 EC에 가입했다.유럽통합 자체가 전쟁억제를 위한 구상에서 출발했고, 냉전이 와해되고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는 유럽통합은 성공적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통일 후 독일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경제통합만으로는 전쟁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또 다른 안전장치로 유로화를 도입하게 되었다. 물론 유로화 도입의 경제적 논리도 많이 제기되었으나, 실질적인 이유는 독일을 단일 통화권에 묶어 두는 것이었다.영국이 유로화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가입조건, 런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 등이 이유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영국은 프랑스에 비해 세계 1~2차 대전에서 피해를 덜 받았기에 프랑스만큼 독일의 부상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유로화가 전쟁억지를 위한 안전판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다수 국가들이 유로화에 가입했어야 했고, 그리스, 이탈리아 등 경제력이 약한 국가도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로화 화폐가치가 독일과 프랑스 경제수준을 반영하고 있어 PIGS 국가들의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좌파정부들이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대거 추진함에 따라 정부재정도 크게 악화되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유로존의 유사한 위기가 유럽과 세계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연일 도심을 메우고 있으며, 앞으로 여건이 나아지면 재정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 위기 상존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의 외환 및 재정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

올바른 음주 문화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남자 환자 이야기다. 술을 마시면 누군가와 싸우게 되고,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경우가 여러 번 있다고 했다. 평소 너무나 점잖고 온순하지만 음주 후에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상태가 되어 있다고 했다. 수차례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게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직업을 가질 수도 사회생활을 할 수도 없어 치료를 원했다. 너무나 극단적인 경우일 수도 있지만 우리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술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알코올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데 혈중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행복감, 흥분, 혼동, 무감각, 혼수상태, 호흡마비로 인한 죽음의 단계까지 다양한 효과를 보이며, 간에서 95% 이상이 분해된다. 흡수와 분해하는 능력은 개인차가 있어 주량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남성의 경우 하루에 5잔 이상을 마시거나 일주일에 15잔 이상을 마신다면 위험음주 상태라고 하며, 여성이나 65세 이상은 하루 4잔 이상을 마시거나 일주일에 8잔 이상을 마시면 위험음주에 해당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술을 좋아하는 모두가 이에 해당 된다고 할 수 있다.초기 알코올 의존단계는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음주 횟수가 빈번해지고 음주량이 늘어난다. 소위 필름이 끊기기 시작하며 혼자서도 술을 마시게 되고 남의 시선을 피해 몰래 마시기도 한다. 술자리에서도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혼자 처음에 몇 잔을 꿀꺽꿀꺽 마시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알코올 남용의 단계에서는 반복적인 음주로 인해 직장, 학교, 가정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운전이나 기계작동처럼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음주한다. 또 음주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기도 하고 음주로 인해 사회적 또는 대인 관계에 문제가 발생해도 계속 음주하게 된다.알코올 남용 단계에서는 술을 줄이거나 끊기가 매우 힘들다. 환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발동이 걸리면 브레이크가 안 잡힌다고 한다. 술에 취하면 평상시의 결심이나 계획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나오는 이중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두 개의 다른 인격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통제력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인격의 경계에는 여러 잔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한 잔의 술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병적인 상태를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적당히 조금만 마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술은 그러한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선택은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는 단주와 알코올 남용상태 만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는 권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거나 보호하는 데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위험음주 상태에 있으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알코올 남용 환자를 잘못된 주사를 가진 정도로만 생각하다 보면 술 한잔 권하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단호하게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현실에서 보면,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거나 병을 유발시키는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우리의 음주 문화는 적당히 마시는 것을 어렵게 한다. 받은 술잔을 비우고, 빈 잔을 채워주는 것이 주도라는 생각은 변해야 한다. 동료나 친구 중에 알코올 남용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고 노력하는 이가 있는지 살펴보자. 그들에게 권하는 술 한 잔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진정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형편에 따라 사양할 수 있는 올바른 음주문화가 돼야 한다./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천안함 장병들의 선행

천안함 사고로 온 국민이 비통해 하고 있다. 젊은 청춘들이 인생의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을 던졌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장병들의 명복을 빈다. 천안함 장병들은 2001년부터 천안에 있는 소년가장을 돕기 시작해서 10년째 남모르게 나눔을 실천해 왔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재단을 통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왔다. 장병들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매월 후원금으로 전달했고 아이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그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천안함으로 초대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렇게 10년 동안 도움을 받은 아이는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 성인이 되었다. 이들의 선행은 이번 사고를 통해서 우연히 알려지게 되었다. 천안함 장병들이 돕고 있는 아동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되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새로운 아동의 추천을 위해 연락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남몰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천안함 장병들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의 선행은 묻혀있지 않는다. 언젠가는 남을 도운 모범사례로 사람들이 기억하고 모방하게 된다.나눔이란 무엇일까? 내가 나누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운 행위다. 나눔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의 마음속에 자신감이라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준다. 희망이 있는 아이는 자신들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려움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능력을 키운다. 어려움이 있어도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한다.천안함 장병들의 숨은 선행은 많은 국민을 감동시켰다. 국가는 젊은 인재를 잃은 슬픔에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가슴 아파했고,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눈물로 보낼 것이다. 이 아픔, 이 슬픔을 나눔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그 빈자리에 나눔이라는 희망을 새로 싹 틔우는 것은 어떨까? 마음속에 새로운 자식을 키우는 것이다. 1분에 34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하고 하루에 5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짧은 순간에도 누군가는 목숨을 잃거나 위태로운 환경에서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천안함 장병들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도움을 받던 아이를 계속 돕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천안에 있는 한 여성단체에서 천안함의 선행을 이어가겠다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아름다움이 감동을 낳은 순간이다. 나눔은 이처럼 행복한 바이러스로 우리 사회를 물들여야 하는데 실상은 부족함이 많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하루 한 끼 이상 굶거나 굶을 우려가 있는 아이들이 약 50만 명에 이른다. 매일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복이 없어 쩔쩔매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가정형편이 좋은 아이가 헌 교복을 입으면 친구들이 멋있다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결식아동이 헌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면 왕따 취급을 당한다. 이것이 어려운 아이들이 겪는 비애다. 빈곤가정 아이들이 대학을 가려면 공부라는 학업성적 외에도 등록금이라는 큰 장애물이 있다. 공부는 자신의 의지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처럼 어려운 아이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넘기 힘든 장벽이 되고 있다. 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천안함 장병들의 소식으로 쓰리고 시린 아픔을 그들이 베풀었던 것처럼 나눔으로 채우자. 나눔은 슬픔을 아물게 하고 또 다른 아이의 생명에 무지개가 되어 줄 수 있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때를 아는 지혜

2010년의 봄은 참 이상하다. 때맞춰 와야 할 것들이 잘 오지 않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 4월 중순을 넘어서면 벚꽃도 한풀 꺾이고 햇살이 약간은 따갑게 느껴지기도 해야 할 터인데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한꺼번에 피어버린 개나리, 진달래, 목련, 심지어 매화꽃 사이에 벚꽃이 섞여 있다. 하늘은 파란 날보다 회색인 날이 더 많고 봄 같지 않게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바람도 자꾸 분다. 기상청의 설명에 따르면 꽃샘 추위가 길어지고 일조량이 부족해서 봄꽃 개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다고 한다. 제 때를 기다리다 뒤늦게 한꺼번에 몰려 핀 봄꽃들을 보니 때를 알고 때에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인간의 일평생을 두고 때를 말할 때 생애주기라는 용어가 종종 사용된다. 인간의 일생을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기와 성장이 완료된 이후의 성인기, 그리고 퇴화가 진행되는 노년기로 크게 구분해보면 각 주기 별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건강관리나 영양관리 같은 것도 생애주기에 따라 달리 조언해주는 추세이다. 성장기에는 올바른 식습관과 건강한 신체발달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성인기가 되면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허리둘레 관리가 중요해지고 노년기에 접어들면 치매와 골다공증, 관절염을 염려해야 하는 것이다.생애주기라는 개념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은 빈 토지에 건물이 신축되어 안정기를 거쳐 노후 건축물이 되고 수명을 다 한 후에 철거되는 생애주기를 거친다. 가족의 생애주기는 미혼 상태에서 결혼을 하면 신혼부부기가 되고 자녀를 낳고 기르며 중년부부기, 노년부부기를 거쳐 배우자를 잃은 후 다시 혼자가 되는 단계를 밟는다. 사람이건 가족이건 건축물이건 생애주기에 맞춘 적절한 대응과 관리가 있어야 한 생애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다.최근의 천안함 침몰 사건을 지켜보면서 사회적인 사건이나 사고에도 일종의 생애주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건사고는 짧은 시간 동안 뉴스나 신문 지면을 장식하다가 다른 사건사고로 대체되기 때문에 전체 생애주기를 지켜 볼 기회가 없다.그런데 이번 천안함 사건은 벌써 3주일 이상 각종 언론 매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침몰 원인 규명과 실종자 수색, 함체 인양, 희생자에 대한 예우와 보상, 장례 절차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으니 앞으로도 몇 주일 간 언론의 관심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평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인다.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사건 발생 시각과 경위 파악에서부터 구조와 수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제 때를 맞추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제 때 이루어진 조치가 있다면 오히려 실종자 가족들이 더 이상의 희생을 원치 않으니 수중 수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던 일이다.대부분의 실종자가 시신으로 돌아오고 함체와 기타 잔해물들에 대한 분석이 진행중인 이 시점은 사건의 생애주기에서 중반을 지난 시기에 해당할 것이다. 사람도, 가족도, 건축물도 전체 생애주기의 중반 이후에는 더 신중해지고 복잡해지고 고려할 것이 많아진다. 해마다 기온과 일조량을 봐가며 최대한 제 때를 맞추려 고심하는 봄꽃들로부터 때를 아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손영숙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교육부장

총액계약제가 해결책 될 수 있나?

건강보험공단은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바꿔 2012년부터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는 환자의 진료시 발생하는 행위 하나 하나에 상대가치 점수를 부여하고 이 점수를 모두 합한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즉 감기 환자가 기본 진찰만 받을 때 보다 방사선 사진을 찍거나 혈액검사를 더 하게 되면 점수가 가산되고 공단에서 지불하는 비용도 그만큼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개개의 진료에도 해당 되지만 전체적인 의료 보험의 1년간 지불 내용을 보아도 같은 결과를 보인다. 즉 환자가 많아지거나 의료 기관에서의 치료나 검사 등의 행위가 늘어날수록 보험에서 지불해야 되는 비용도 늘어나는 것이다.건강 보험 공단에서 제안한 총액계약제는 의료기관별로 지불할 보험 총액을 미리 정해 놓고 그 한도 내에서만 지불하는 방식이다. 건보공단은 1년 단위로 한꺼번에 의료비를 미리 지급하게 되고, 병원은 연간 급여비의 평균만큼 선불로 지급 받게 된다.이 제도는 진료량을 1년 단위로 통제해서 공단의 보험 지출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의료 보험 제도를 구성하는 환자, 보험공단, 의료 기관 중에서 보험 공단의 안정적 운영만을 전제로 한 발상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진료를 받고 싶지만 진료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과 나누어야 하는 문제로 지금처럼 쉽게 진료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의료 기관의 입장에서도 비용대비 이윤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진료를 엄격하게 제한해서 최소의 환자만을 치료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대기시간을 늘려 하루에 진료 가능 환자를 줄이고, 야간이나 휴일 근무도 없애는 것이다. 많은 비용이나 첨단 기술이 필요한 진료는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된다. 다양한 규제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지향점이 바뀌지 않는 한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우리나라에서도 현재 행위별수가가 아닌 DRG, 일당정액수가제, 차등수가제 등 다양한 형태의 과잉 진료를 제한하는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진료비 급증의 주원인이 의사의 과잉 진료에 기인한 것처럼 주장하며, 진료의 총량을 획기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진료비 급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있다. 정부는 올해에도 심장뇌혈관질환 본인부담률을 10%에서 5%로 낮추고, MRI 등의 보험급여를 확대하는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다양한 보장성 강화 방안들은 보험 재정의 부실을 키우고 있다. 인구노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약품비 상승 등 의료수요측면에서도 기인하고 있다. 경증 질환의 치료도 3차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의료 이용도 원인이 된다.국민 소득이 늘어날수록 비용을 아끼기 보다는 최고의 진료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것이 환자의 마음이다. 의료는 환자의 요구에 맞춰 나가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들이 더 많은 병상으로 규모를 키우면서도 경영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투자 여력이 없는 작은 병원들의 어려움은 증가하는 것을 봐도 비용 보다는 최고의 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더 많아 지는 것을 알수 있다.치료를 원하는 환자수가 늘어나고 높은 수준의 치료를 원하는 상황에서 진료를 제한한다면 환자와 의사 사이의 갈등만 늘어날 뿐이며, 결국에는 지금의 시점에서 많은 부작용을 예상 하면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보험제정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은 환자나 의료인 모두에게 중요하다. 최고의 진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고의 진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사랑보다 더 사랑스러운 감동의 편지

어려운 아이들에게 후원자를 소개하다보면 아이들로부터 편지를 받아 후원자에게 전해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도움을 받은 아이들은 후원자께 감사하다는 말과 자신의 학교생활, 취미, 특기 등을 중심으로 편지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형태다. 그런데 최근에 도움을 받은 아이가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것이 너무 고맙다면서 편지 한 통 보내왔다. 노름으로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는 아이를 할머니에게 보내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아이를 양육할 수 없게 되자 다시 엄마에게 떠맡기면서 어머니 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가 엄청난 카드빚을 지고 8세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그 뒤로 집이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화장실도 부엌도 없는 흔히 쪽방이라고 부르는 1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어머니는 폐결핵과 대장결핵이라는 무서운 병이 들었다.아이의 어린 시절은 대한민국의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겪었을 법한 어려운 시기를 보는 듯하다. 희망도 꿈도 없던 어린 시절의 악몽 같은 생활은 초등학교 6년 동안 내내 변함이 없었다. 중학교를 갈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들어지자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가 정말 미안한데 중학교 포기하면 안될까? 미안해. 정말이라고 하면서 눈물로 밤을 보냈다. 학업을 포기해야 할 바로 그 무렵 어린이재단에서 교복 값과 등록비를 후원해주어 중학교를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마음이 담긴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중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겠노라고 얼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하지만 학원에서 선행(미리공부)을 해오는 보통의 아이들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떨어져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을 도와준 분들과 병마에 시달리는 어머니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죽을 각오로 미친 듯이 공부를 하게 된다.학교에서는 야자를 하고 야자가 끝나면 도서실을 가고 도서실이 쉴 때는 집으로 와 졸릴까봐 창문을 모두 활짝 열고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입술이 파랗게 되어 공부를 했습니다. 또한 시험기간에는 밤을 새었고, 시험 보는 모든 과목을 공책에 따로 정리했으며 항상 교무실에 가 선생님께 모르는 것을 여쭈어 보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에 제가 꿈꾸던 대학인 연세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어려움을 열정과 의지로 지혜롭게 극복한 아이에게 감동의 박수를 전하고 싶다. 아이는 극한 환경에서 자신도 모르게 생존본능을 찾은 듯하다. 보통의 아이들은 수십 번은 포기했을 상황이겠지만 아이는 현재를 극복하고 자신의 미래를 희망으로 수놓았다. 아이는 어려운 환경과 타협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아이가 가장 어려워하는 시기에 적절한 도움이 되었던 것은 재단입장에서도 매우 흐뭇한 일이다. 이것이 나눔의 묘미다. 나눔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작은 나눔이 큰 감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이의 감사편지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에게 도움은 받은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다. 이 한통의 편지에서 사랑보다도 더 사랑스러운 감동을 받았다.아이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어려운 형편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꿈을 키워갈 수 있게 롤모델(Role Model)이 되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이 받은 사랑에 2~3배로 사회에 봉사하며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TV 드라마나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를 접한 우리 직원들도 아이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로 했다.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자원봉사로 활용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아이가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편지에서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여성의 날, 남성의 날, 그리고 ‘나의 한 표’

지난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신문 첫 면을 장식할 정도의 기념일은 아니었지만 지역별로 여성단체 등에서 여성 인권과 성평등을 주제로 이런저런 행사를 주관하였다는 기사들이 지면에 보도되었다. 그런데 애초에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 배경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저 요즘은 곳곳에서 여성의 권리 주장을 하고 있으니 그 중 하나 아니겠나 하는 정도의 반응이 대부분이다.왜 세계 남성의 날은 없고 여성의 날만 있을까? 우선, 남성의 날도 있다는 사실부터 말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남성의 날을 기념하지 않지만 미국, 유럽, 호주, 아프리카 등의 여러 나라에서 해마다 11월19일을 남성의 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비롯한 행사를 갖는다. 그런데 행사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21세기 남성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거나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내용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남성들이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되찾고, 일 중심으로 생활하느라 잃어버린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나누는 자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또한 우리 사회의 평범한 남성들이 가정과 사회를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여성과의 조화로운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한 방법도 모색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남성의 날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왜 세계 남성의 날이 표방하는 캐치프레이즈가 여성의 날의 그것과 다른 것일까? 이는 여성의 날이 애초에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10년 독일에서 처음 제안되어 1911년 3월19일에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첫 번째 행사를 갖게 된다. 이때의 주제는 여성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평등 보장이었다. 20세기 초반까지도 여성들에게는 선거권이 없었고, 열악한 근로 조건 하에서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혹사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월19일에 첫 기념 행사를 한 이유는 1848년 프랑스 혁명 때 3월19일에 발발한 시위가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프러시아 황제가 여성들에게 선거권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권은 여전히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3월19일이던 여성의 날은 1913년부터 3 월8일로 변경됐는데, 1908년 3월8일 미국에서 노동권 보장과 선거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여성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투쟁과 항의, 시위 등을 통해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것은 영국이 1918년, 미국이 1920년이었다. 남성들은 선거제도가 만들어졌을 당시부터 당연히 선거권을 가졌다. 다만 흑인 남성들은 백인 남성보다 뒤늦은 1860년~1870년 무렵이 되어서야 선거권을 인정받게 된다. 여성들은 백인이건 흑인이건 20세기에 진입한 뒤에도 선거권을 좀처럼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현실이 그러하니 여성들의 경제적,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여성의 날이 필요했을 수밖에 없었다.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도 독립을 되찾으면서 1948년부터 성인 남녀에 대한 참정권이 동시에 보장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투표율은 남녀를 불문하고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그래도 60% 수준을 유지하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지역사회를 위해 직접 봉사할 인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특히 더 낮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 전국 투표율은 52.1%였는데 경기도의 투표율은 남녀 각각 47.5%와 46.1%로 인천광역시와 광주광역시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았다.오는 6월에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여성의 날 행사를 다채롭게 벌이는 것보다도, 남성의 날은 왜 없느냐를 따지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힘들게 싸워준 분들 덕분에 얻은 한 표의 권리를 여성도, 남성도 빠짐없이 행사하는 데 있을 것이다. /손영숙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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