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인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국가(PIGS)까지 위기가 전염되면 유로화는 사실상 붕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지난 한 주 내내 그리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세계 금융계가 충격에 휩싸여 폭락하자, 지난 주말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EU 재무장관회의가 긴급소집되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책 마련을 요청하였다. 급기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대해 향후 3년간 총 1천100억 유로의 구제금융 패키지 지원안을 승인함에 따라, 세계경제는 다소 여유를 찾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리스 위기에 대한 EU 개별 국가들의 입장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그동안 유럽통합을 주도해 왔던 국가들은 그리스가 긴축재정 등 현재의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경우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영국은 유로화 문제는 유로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만약 스페인까지 위기에 휩싸이면 그 다음은 영국 차례가 될 것으로 전망됨에도 영국이 그리스 위기 해소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유럽통합에 대한 인식 차이가 깔려 있다.1950년대부터 시작된 통합과정에서 유럽은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했던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영국이 중심이 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두 진영으로 양분되었다. 전자는 국가주권의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유럽합중국 수준의 연합체를 구축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영국은 자유무역만 실시하는 소극적 통합체를 주장했다. 이후 전자는 구주공동체(EC)를 거쳐 오늘날 EU로 발전했고, 영국은 프랑스에게 굴욕적인 대우를 받으며 어렵게 EC에 가입했다.유럽통합 자체가 전쟁억제를 위한 구상에서 출발했고, 냉전이 와해되고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는 유럽통합은 성공적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통일 후 독일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경제통합만으로는 전쟁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또 다른 안전장치로 유로화를 도입하게 되었다. 물론 유로화 도입의 경제적 논리도 많이 제기되었으나, 실질적인 이유는 독일을 단일 통화권에 묶어 두는 것이었다.영국이 유로화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가입조건, 런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 등이 이유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영국은 프랑스에 비해 세계 1~2차 대전에서 피해를 덜 받았기에 프랑스만큼 독일의 부상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유로화가 전쟁억지를 위한 안전판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다수 국가들이 유로화에 가입했어야 했고, 그리스, 이탈리아 등 경제력이 약한 국가도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로화 화폐가치가 독일과 프랑스 경제수준을 반영하고 있어 PIGS 국가들의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좌파정부들이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대거 추진함에 따라 정부재정도 크게 악화되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유로존의 유사한 위기가 유럽과 세계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연일 도심을 메우고 있으며, 앞으로 여건이 나아지면 재정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 위기 상존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의 외환 및 재정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
오피니언
정인교
2010-05-10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