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기도, 전국체전 14연패 도전

올해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는 경기도가 오른다. 오는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주 개최지인 강릉시를 비롯한 강원도 일원에서 국내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제9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가 열리는 가운데 경기도가 출전사상 첫 종합우승 14연패 달성에 도전한다. 체육웅도를 자부하는 경기도는 2002년 제83회 대회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서울시가 세운 역대 전국체전 16년 연속 최다 연속 우승기록(1952년~1967년) 경신을 향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하계 전국체전보다 앞서 열리는 동계체전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가 지난 2월 열린 제96회 대회서 이미 14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강원도 대회에서 경기도가 우승하면 동ㆍ하계 전국체전에서 모두 14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는 것이다. ▶이 같은 경기도의 연속 우승 행진에 전국 16개 시ㆍ도는 공동전선을 형성하며 개최지에 대한 가산점 부여, 체급 종목의 출전 쿼터제, 국군체육부대의 개최지 출전 등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며 연승을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경기도가 전국 시ㆍ도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얻어지는 당연한 결과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경쟁 시ㆍ도의 평가뿐 만 아니라 경기도 내에서도 전국체전 종합우승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언제부턴가 자리하고 있다. 매년 예산 심의 때면 도 집행부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많은 예산을 안 들이고) 그냥 나가도 당연히 우승하는 것 아니냐라며 전국체전의 우승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에 있어서 경쟁은 필수적이고,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번 강원도 전국체전에 경기도는 47개 종목(시범 3개 종목 포함)에 걸쳐 1천598명의 선수가 참가해 타 시ㆍ도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다. 이들은 이번 전국체전을 위해 혹한기 추위와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 혹서기를 이겨냈고, 지난 추석 연휴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기량을 연마해 왔다. 또한 이들이 고된 훈련을 이겨내며 흘린 피와 땀은 개인의 영광만이 아닌 소속 팀과 경기도의 명예를 빛내기 위함이다. 전국체전 14연패 달성을 향해 출정하는 경기도 대표선수들에게 지금 가장 힘이 되는 것은 도민들의 소리 없는 응원과 성원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멕시코 시티·수원시

서울이 탈락했다. 2017 U-20 월드컵 개최도시 선정에서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이런 결정이 충격적이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대한민국 스포츠의 수도다. 숙박 교통 미디어 등 모든 인프라가 완벽하다. 다른 국내 도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88 서울 올림픽, 2002 한ㆍ일 월드컵 등 모든 국제 대회도 서울이 중심 도시였다. 나머지 도시들은 서울에서 분배(?) 된 잔여 경기를 소화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런 서울이 이번 선정에서 탈락했다. 국내외 언론이 모두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U-20 월드컵은 FIFA가 개최하는 국제 대회다. 24개국 1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2017년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20일간 치러진다. 세계적인 차세대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1천억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와 605억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심 도시의 기대 효과는 훨씬 크다.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린다. 세계 미디어의 총 본산이 꾸려진다. 도시의 세계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더 없는 기회다. 서울이 탈락하면서 그 중심 도시가 무주공산이 됐다. ▶상황이 이렇자 수원이 그동안 펴온 중심 도시 선정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수원은 일찌감치 월드컵 개최도시가 아닌 중심도시 선정을 목표로 세웠다. 수원 삼성을 앞세운 프로 축구 열기가 어느 지역보다 높은 도시다. 결정적으로 U-20 대회 유치로 FIFA가 주관하는 4개 국제 대회-2001 컨페더레이션 컵ㆍ2002 월드컵ㆍ2007 U-17 월드컵-를 모두 개최한 도시가 됐다. 세계에서 이 4개 대회를 모두 개최한 도시는 지금껏 멕시코시티가 유일했다. 수원은 이런 점을 앞세워 2014년 2월부터 모든 현수막에 U-20 월드컵, 중심 도시 선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유사시 서울시와 담판을 벌이겠다는 당찬 구상도 밝혔었다. 때마침 서울이 탈락했다. 황당해 보이던 수원시 구상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때마침 내년은 2016 수원화성방문의 해다. 수원화성 방문의 해는 우리 문화를 세계에 판매하는 문화 세일즈다. U-20 월드컵은 우리 축구 열기를 세계에 판매하는 스포츠 세일즈다. 수원의 U-20 월드컵 중심 도시 선정은 이런 문화 세일즈와 스포츠 세일즈를 역동적으로 엮어내는 용광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개최도시 선정 이후 염태영 수원시장도 (중심도시 선정을 통해) 문화관광의 도시이자 스포츠 메카인 수원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인천 대전 천안 전주 제주의 이목이 쏠릴 중심 도시 결정은 10월에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추석 ‘단상’

몇일후면 추석(秋夕)이다. 예부터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로 부르기도 한 추석. 전통적으로 한국인에게 가장 큰 명절이다. 설날이 있지만 가을 추수 후 풍요로움 때문인지 더욱 더 귀한 명절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단골 뉴스가 있다. ▲민족 대이동이다. 이른바 귀성행렬이다. 지금은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 때만 되면 고속도로는 주차장이다. 끝 없이 길다랗게 늘어서 있는 차량행렬은 생각만해도 왕짜증이다. 하지만 가는 길은 기분 좋다. 천리길이 주차장 같아도 마냥 즐겁다. 이런저런 핑계로 한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가족, 친구도 만난다. 바닷가에서 들이키는 친구들과의 술잔은 흥겹다. 어릴적 토끼몰이하던 순간들을 이야기 한다. 껄껄거리고 제 잘난척도 한다. 타향살이의 애환도 읍조린다. 친구들은 귀찮아 하지 않고 들어준다. 마치 자기들의 일처럼. 그래서 고향이 좋은 듯 하다. 다른 한켠, ▲체불임금ㆍ비정규직 등 소위 을의 서러움이다. 전자에 비해 다소 마음 아픈 팩트다. 체불임금은 명절 앞 뉴스를 장식하는 단골메뉴다. 특히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한 체불은 우리사회에서 치유돼야 할 고질적 병폐다. 하도업체의 서러움이 그대로 배어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보다 더 가슴 아프다. 최근 울산지역 학교비정규직은 명절 상여금 지급을 교육공무직과 동일하게 적용해 달라며 항변했다. 동일한 단체협약 대상이지만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슬픈 단면이다. 기자는 경기지역 교육혁신지구 사업 현장 인력지원문제를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차기 사업부터 이 분야를 제외하겠다는 소식에 가슴이 답답했다. 물론 6개 혁신지구내 비정규직 문제만 봐서는 안된다는 것도 일리 있다. 아직도 많은 비정규직이 일선 학교 현장에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러난 현안은 당장의 치유가 필요하다. 하나 둘 하다보면 큰 것도 쉬이 해 낼수가 있다. 또 명분도 있다. 해당 지자체 모두가 이 문제 해결을 간절히 바라고 고민하고 있다. 늦지 않다. 대안을 찾아보자. 모두가 행복한 기분좋은 추석을 만들어 보자. 김동수 정치부 차장

[지지대] 하피첩, 또다른 교훈

다산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를 떠났다. 무려 18년이나 유배생활을 했다고 하니 두고온 가족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는 어느 날 아내가 보내준 치맛감에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내용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두 아들과 아내가 경계해야 할 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 등을 정성껏 기록했다. 다산의 가족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 서첩은 후대에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으면서 보물 제1683-2호로 지정됐다. 이것이 바로 하피첩이다. 하피첩이 세인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한 사업가가 방송사 골동품 감정 프로그램에 가지고 나오면서다. 당시 감정가는 1억원의 고가로 화제가 됐다. 이후 하피첩은 지난 14일 서울옥션 경매 목록에 오르면서 다시한번 관심이 집중됐다. 부산 모 사업가가 파산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피해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하피첩 등을 경매에 내 놓은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보물 하피첩은 이날 나온 고서적 중 최고가인 7억5천만원에 낙찰됐다. 경기도 실학박물관도 하피첩을 소장하기 위해 경매에 참여했지만 낙찰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학박물관이 제시한 금액과 낙찰가의 차이는 2억5천만원에 달했다. 실학박물관은 최고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보물급 유물을 소장해 박물관 격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또 국내 유일의 실학박물관에서 하피첩을 소장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설득력을 얻어 경기도의회에서 경매에 참여할 예산지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하피첩이 있어야 할 자리는 실학박물관이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그러나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실학박물관 소장품 구입예산은 수년째 전무했다. 또 실학 박물관 전시품 중 70~80%가 복제품이라니 충격적이다. 이같은 현실은 비단 실학박물관에 국한돼 있지 않다. 경기도박물관, 미술관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무엇이든지 일의 순리가 있다. 평소에 방치하다시피하다가 갑자기 무엇을 이루려면 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미래 만큼 과거도 중요하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경기도는 지금이라도 도립 박물관, 미술관에 대해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아부지’ 영조

실록에는 뒤주라는 표현이 없다. 自內嚴囚(자내엄수ㆍ안에다 엄중히 가두었다)라 기록됐을 뿐이다. 뒤주라는 도구를 언급한 것은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다. 회고록 한중록에 사도세자를 뒤주 속에 가두었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어 정조실록도 一物(일물ㆍ한 물건)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쓰고 있다. 혜경궁 홍씨와 정조 모두 사도세자의 죽음을 지켜봤을 신분이다. 그래서 뒤주 참변은 정설로 여겨진다. 실록 속 영조는 매정하다. 세자가 뒤주에 갇힌 5월 13일 이후에도 국무를 계속한다. 육상궁(毓祥宮ㆍ역대 일곱 후궁의 신위를 모신 곳)에 나아가 전배했다. 문을 지키는 군사를 위로했다. 주강에 참석하고 인사도 처리했다. 세자를 추숭하지 못하도록 지침까지 내렸다. 한 글자라도 더 높여서 받들면 그것은 할아비를 잊는 것이고(갑신처분). 그렇게 실록은 영조를 자식 죽인 냉혹한 군주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실록도 감추지 못한 아버지 눈물이 있다. 참변 두 달 만에 묘를 찾았다. 정자각에 들어가 곡림(哭臨ㆍ임금이 친히 곡하고 조문함)했다. 그러면서 그때(참변)에 비로소 아버지라 부르는 소리를 들었으니, 오늘은 아버지를 부르는 마음에 보답하려 한다며 슬퍼했다. 신하들이 신들도 곡하는 예를 올려야 합니까라고 묻자 참여하라, 또한 백관도 참여하라고 했다. 실록조차 감추지 못한 아부지 모습이다. -아들이 갇힌 뒤주 위로 비가 내린다. 그 비를 맞으며 아버지가 홀로 섰다. 죽어 가는 아들을 향해 눈물의 인사를 건넸다. 이어 뒤주가 열리고 절명한 아들 앞에 아버지가 앉았다. 아들의 얼굴을 만지며 아버지가 오열한다-. 영화 사도의 한 장면이다. 천만 배우 송강호가 홀로 연기한 5분여의 롱 테이크다. 그런데 대사 전달력이 천만 배우답지 않다. 무슨 대사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관람객의 후평이 많다. 그런데도 많은 아버지들이 이 장면에서 울었다. 아들이 죽어 갈 때서야 속을 털어놓은 아버지. 미치지 않은 아들을 미치광이로 기록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 눈 감은 아들 앞에서 마지막 숨결을 거두어 내는 아버지. 여기에 무슨 대사 전달력이 필요한가. 연기자든 관람객이든 그저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두는 것으로 족하다. 영화 사도를 통해 역사 속 아버지와 이 시대 아버지들이 함께 느끼는 아부지의 정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허니문의 진화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여러 지원대책을 내놓지만 좀처럼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고있다. 결혼한 부부들이 아이를 안 낳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결혼을 하지않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으로 젊은이들의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게 되면서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해 결혼은 엄두고 못내는 경우가 많다. 취업이 늦어지면서 결혼 적령기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골드미스라 불리는 능력있는 직장 여성들의 결혼 기피현상도 한 요인이다. 결혼 적령기의 인구가 감소하고, 결혼을 꼭 해야한다는 인식이 약해지면서 당연히 혼인 건수가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천507건으로 전년 대비 1만7천300건(5.4%) 감소했다. 2012년(-0.6%), 2013년(-1.3%)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粗)혼인율은 전년보다 0.4건 감소한 6.0건으로 집계됐다. 결혼 안하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혼인구의 감소는 사회 각 분야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신혼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허니문 상품의 다양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베이비문ㆍ리문ㆍ리마인드 허니문이다. 베이비문(Babymoon)은 혼전임신 커플을 위한 신혼여행 상품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기가 혼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혼전임신이 일반화 됐다. 신혼여행도 태교 허니문 베이비 허니문 등의 이름으로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부와 아기의 안전을 위해 비행시간이 5시간 이내인 사이판과 괌, 세부 등의 휴양지가 인기다. 무리한 관광일정이나 해양스포츠 등을 제외하고 기본적인 관광과 마사지, 해변휴식, 주변 산책 등 휴양과 태교 등으로 진행된다. 이혼이 늘면서 재혼 커플이 증가하다 보니 이들을 위한 리문(Re moon)도 나왔다. 황혼 커플들을 위한 리마인드 허니문(Remind-honeymoon)도 있다. 이 상품은 일정 중 웨딩 촬영도 하는 등 수십년 함께 산 부부들이 신혼 때의 설렘을 느끼게 해줘 인기가 좋다. 이처럼 요즘은 일반 허니문보다 특수 커플을 위한 기획 허니문 수요가 더 많다. 허니문 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수원시 ‘2천원의 아침’

온라인 광고대행사 코이스(KOIS)는 직원들의 식사를 제대로 챙긴다. 아침에 출근한 직원들은 회사 카페부터 들러 커피와 김밥을 무료로 가져간다. 점심식사에는 6가지 반찬과 즉석에서 부친 전을 먹을 수 있고, 오후에는 생과일주스에 약밥을 간식으로 즐긴다. 게임개발업체인 데브시스터즈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아침부터 브런치 카페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샌드위치에 커피와 음료, 과일이 무한대로 제공된다. 점심은 고급 레스토랑과 다르지 않다. 직원들이 주문을 하면 유니폼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웨이트리스가 서빙해 준다. 지난 7월 MBC 다큐스페셜 회사가 차려주는 밥상에 소개된 회사들이다. 방송엔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조선소도 소개됐다. 이시다 사장은 직원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철판 볶음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료 준비부터 시작해 누구의 도움도 없이 20인분의 요리를 만들고 직원들과 나누어 먹으며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시다 사장은 사장이라는 위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직원은 나의 보물이다. 내일부터라도 직원이 없어지면 회사 운영이 안 된다라고 철학을 밝혔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낸다. 일터는 성과를 내서 밥벌이를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한 밥상을 차려주다니, 직원들은 감동을 먹는다. 밥 한 끼를 나누어 먹는 일은 가족이며 사랑이기 때문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우연히 이 방송을 본 후 시청 공무원들을 위해 2천원의 아침을 준비했다. 염 시장은 방송을 보며 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참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단다. 해서 이런저런 제약이 많기는 했지만 아침밥을 거르고 나온 직원들을 위해 아침 한 끼라도 챙겨 주려는 마음으로 소박한 2천원의 아침을 마련했다. 비록 공짜 아침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는 시장의 마음이 듬뿍 담겨있는 밥상이다. 염 시장은 페이스북에 2천원의 아침으로 공직자의 사기도 높아지고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의 질도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썼다. 2천원의 소박상 아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금융 IQ

지난달 휴일에 아이와 함께 집 앞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 갔다. 모처럼 아빠 노릇한답시고 도서관에 갔는데 내 인생을 바꿔 줄만한 책을 한 권 만났다. 그 책은 로버트 기요사키가 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인데 지난 1997년 출판돼 전 세계 3천만 명이 읽었단다. 물론 책을 선전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계기로 꿈이 생겼다. 부자가 되는 것이다. 부자의 꿈, 왜 나는 자본주의 국가에 살면서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번도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너무 바보 같고 멍청하고 한심하다. 이 책이 나온 18년 전에 그 생각을 했다면 삶의 질이 지금보다는 나아졌을 것 같다. 요즘 하는 일도 즐겁고 세상을 사는 게 매우 유쾌하다. 부자의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 독자들이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르겠지만 핵심은 금융지식(IQ)을 높여 돈을 다루는 방법을 알라는 것이다. 책을 완독한 후 부동산개발로 재산이 좀 있는 형님을 찾아갔다. 몇 달 만에 만났지만 너무 다급한 마음에 형님한테 부자가 되려면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죠라고 물었다. 형님은 그놈 성질 급하네라고 말한 뒤 1번은 부동산, 2번은 주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로버트 기요사키의 왜 A학생은 C학생 밑에서 일하게 되는가라는 책을 읽고 있고 부동산투자서와 주식 입문서 등을 구매했다. 돈을 다루는 법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42살이 되기까지 왜 한 번도 금융관련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월급을 가지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간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소득에는 △월급소득 △투자소득 △비활성소득이 있다고 했다. 이중 부자들이 얻는 소득은 비활성소득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비활성소득을 만들고 그것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이제 시작한 신출내기가 건방지지만 충고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금융IQ를 높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지지대] 복면가왕

상남자, 연필, 하와이, 클레오파트라, 나비부인, 키타맨. 요즘 예능 대세의 한 축은 복면가왕이다. 스타들이 특수 제작한 가면을 쓰고 노래실력을 뽐내는 복면가왕이 시청자들에게 처음 선보인 것은 올 초 설날이다. 한 방송사의 설날 특집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뒤 4월부터 정규 방송 프로그램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복면가왕의 시청률은 올 초 파일럿 프로그램일 때만 해도 5~6%에 그쳤으나 이제는 10% 중반대를 점유하고 있다. 오로지 노래로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아이돌 가수부터 우리에게 잊혀졌던 가수, 배우 등 다양한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시청자들도 자신의 귀를 통해 실력파를 찾아내는 묘미와 복면 뒤에 숨어 있는 스타를 맞혀 가는 과정에 몰입하면서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복면가왕이 된 한 가수는 행사와 CF섭외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복면가왕 열풍은 고교나 대학축제에서도 꼭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4년의 임기를 8개월 남긴 19대 국회의원들이 마지막 국정감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올 국감이 2주차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생과 정책국감보다는 여야 간 공방과 비난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이유다. 복면가왕 프로그램처럼 정당구분없이 의원들의 명성, 선수 등을 모두 배제한 채 공약과 공약이행, 법률제정 등으로만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면 몇 명의 국회의원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같은 도전이 가능하더라도 과연 몇 명의 국회의원들이 도전장을 낼 수 있을까. 19대 국회의원들과 20대 총선을 준비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이번 추석에는 복면가왕을 시청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복면가왕이 오로지 노래실력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국회의원들도 고민해주길 바란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두 개의 인천 상륙

1882년 8월 12일. 일본 하나부사(花房義質)가 제물포에 상륙했다. 군함 4척과 1개 대대 병력의 호위를 받았다. 임오군란(6월 9일)으로 입은 일본측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조선 조정은 고민 끝에 이유원과 김홍집을 회담 대표로 내세웠다. 회담은 이미 군사력에 의해 강압되어 있었다. 8월 28일 오후 시작된 회담 분위기가 그랬다. 제물포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일본 군함 히에이(比叡) 함상이 회담 장소였다. 일본군이 회담장을 삼엄하게 에워쌌다. ▶30일 조약-제물포 조약-이 체결됐다. 분위기만큼이나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일본에 10만원씩 5년간 50만 원을 지급할 것ㆍ일본에 조선 사죄단을 파견할 것ㆍ제물포 등 개방된 항구의 범위를 확장할 것ㆍ일본 관리의 조선 내 여행을 융숭히 대접할 것. 임오군란 피해 보상을 넘어 경제 침탈에까지 이르렀다. 이후 박영효, 김옥균, 김만식이 수신사-사죄단-로 일본에 갔고, 일본 공사관 수비를 구실로 일본군 1개 대대 병력이 한성에 주둔하게 됐다. 조선 국권을 침탈한 일본의 한반도 상륙이 곧 제물포 상륙이었다. ▶68년 뒤인 1950년 9월 15일. 인천에서 또 다른 상륙이 시작됐다. 오전 6시, 한미 해병대가 월미도에 상륙해 2시간 만에 작전을 끝냈다. 이어 한국 해병 4개 대대, 미국 제7보병사단, 제1해병사단이 상륙했다. 파죽지세로 인천을 점령하고 김포비행장과 수원까지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해병 2개 대대, 미국 제1해병사단이 진격해 한강을 건넜다. 27일 정오 중앙청에 태극기가 게양됐다. 낙동강까지 남진하던 북한 인민군의 패퇴가 시작됐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인천 상륙이다. 일본군의 상륙이고, 미국군의 상륙이다. 하나부사가 전권 대사고, 맥아더가 총사령관이다. 국권을 침탈한 상륙이고, 국권을 수호한 상륙이다. 역사 교과서는 1882년 것을 치욕의 역사로, 1950년 것을 극복의 역사로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런 평가의 주체는 과거 조선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당시 국가의 한쪽-통상 대한민국이라고 통칭되는-에서만 내려지는 정의(定義)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5월. 인천 자유공원 내 맥아더 장군 동상에 많은 인사들이 몰렸다. 동상을 철거하겠다는 일부 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6ㆍ25 참전유공자회 등 보수단체들이 그 자리를 지켰다. 이번엔 동상 수호가 목적이다. 지금의 맥아더 동상 처지가 이렇다. 한국 이념 논쟁의 상징이다. 그만큼 6ㆍ25 전쟁에서의 맥아더 역할은 컸다. 대한민국의 존재와 부존재를 그가 결정했다. 그래서일까. 인천 상륙 작전을 보는 인식 속에서 종북(從北) 판단의 기준점이 어른거린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매맞는 소방관

지난 1월 인천 남구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119 구급대원이 출동했다. A씨는 다짜고짜 기분 나쁘다며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작년 9월 부산 연제구에선 노래방 내부에 갇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구조하려던 B씨가 던진 맥주병에 맞아 귀가 찢어지고 얼굴에 유리파편이 박혔다.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소방관들이 구급ㆍ구조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들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년2015년 6월) 538건의 소방관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폭행 사유는 음주 폭행이 488건(90.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단순폭행 43건(7.9%), 정신질환자 7건(1.3%)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40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97건, 강원도 35건, 부산ㆍ경북 각각 34건 등의 순이었다. 소방관을 폭행하는 가해자는 이송환자가 396건(73.6%)으로 가장 많았고 가족ㆍ보호자가 105건(19.5%), 행인 등 3자가 37건(6.8%)이었다. 폭행피해 소방관의 99%는 환자이송을 담당하는 구급대원이었다. 소방관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격무 직종에 근무하며 업무 중 매까지 맞는다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 소방기본법 50조에 따르면 소방대원 폭행 및 소방 활동 방해사범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 하지만 그동안 소방관을 폭행한 이들 10명 중 7명은 벌금형 이하로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수사도 96.7%가 불구속 수사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매맞는 소방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관을 폭행하는 행위는 1분 1초를 다투는 환자의 목숨을 좌우하는 구급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가벼이 봐줄게 아니라 더 엄격한 법적용으로 소방관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열악한 소방장비를 걱정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국회의원 월급을 소방관들에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매맞는 소방관만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게 또 있을까. 소방관들의 당부 중 하나가 때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란다. 요즘 아이들 말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노역장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탈세와 횡령 혐의로 2010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추가로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1일 5억원으로 계산해 노역장(勞役場)에 유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당 5억원으로 51일간 노역장에 유치되면 벌금을 면할 수 있는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황제노역 논란이 일었다. 보통 노역형 일당이 5만~1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당 5억원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일당 5억원은 시급으로 치면 약 6천만원이다. 알바생의 시급은 6천원에도 못미친다. 이 판결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초유의 특혜였다. 국회는 지난해 4월 황제노역 방지법(형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벌금을 노역으로 대체하는 경우 벌금액 구간이 상승할수록 최소 노역일수 역시 증가한다. 벌금액이 1억~5억원이면 300일 이상, 벌금액 5억~50억원이면 500일 이상, 벌금액 50억원 이상이면 1천일 이상의 노역을 해야 한다. 그러나 노역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3년(1천95일)을 넘을 수 없다. 50억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하는 사람은 노역일수가 길어도 1천95일에 불과하다. 허 전 회장은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최대 1천95일의 노역형을 받아 일당이 약 2천540만원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귀족노역 판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 재용씨는 일당 400만원의 노역을 하게 됐다. 지난달 세금 포탈 혐의로 40억원의 벌금형을 받았는데 돈이 없다는 주장에 따라 1천일의 노역을 해야 한다. 황제노역ㆍ귀족노역 논란 속에 매년 수만 명이 벌금 낼 돈이 없어 노역장을 택하지만 생계가 어려운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벌금 미납 노역장 유치처분 현황에 따르면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이는 지난해 3만7천692명이었다. 2011년 3만4천361명, 2012년 3만5천449명, 2013년 3만5천733명 등 최근 4년 연속 3만명을 훌쩍 넘었다. 몇백만원의 벌금을 못내 노역장을 하는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기에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노역장도 늘고 있다. 최소한 생계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통일의 주요 키워드 ‘탈북자’

지난달 4일 오전 파주시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북한 목함 지뢰 폭발 사건으로 남북관계는 최고조의 긴장국면을 맞았다. 다행히 남북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에 도달했고,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등 화해무드가 조성됐다. 통일과 관련한 얘기도 종종 들린다. 통일과 관련한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새터민이라 불리는 탈북자도 포함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양쪽 사회를 모두 경험한 새터민들은 일정 부분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새터민들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적응을 잘하고 있을까. 일부 새터민들은 대한민국 사회와 체제에 녹아들며 잘 적응하고 있지만, 상당수 탈북자들은 적응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 주소이다. 얼마 전 수원지검에서는 북한으로 재입국하려는 탈북자를 구속기소하기도 했으며, 이 같은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검찰은 이같이 재입국하려는 원인으로 수십년간 살아왔던 북한과 전혀 다른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빚까지 지는 등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 사회를 이념적으로 받아들이고 오는 탈북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 재입국하려는 사례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원지검은 지난 6월부터 새터민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새터민 전담검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탈북 피의자가 연루된 사건을 전담해 이들의 법률상담 및 구제방안 안내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위법행위를 저지른 탈북자들을 무조건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화선도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최근 수원지검은 0.18%로 면허취소 수준의 술을 먹고 운전한 40대 여성 탈북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한국에서 음주운전이 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음주운전을 처벌하지 않은 점, 이로 인해 북한 이탈주민들에겐 음주운전에 대한 죄의식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전혀 다른 사회와 체제, 이념 속에서 생활하던 새터민들을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비난하기보다는, 안아주고 품어줄 수 있는 여유와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요리하는 남자

▶나도 요리를 해야겠어. 모 대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친구녀석의 말이다. 20년 직장생활하면서 단 한 번도 요리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 언제부터인가 요리를 못하는(안 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와하는 녀석의 약간 푸념 섞인 읊조림에 문득 나는?하고 자신에게 되물어 봤다. 그러면서 참, 다행이다하고 혼자 씁쓸한 웃음을 지어 봤다. 2년 남짓한 대학 자취생활에 그나마 내 손으로 해 보겠다는 철없던 각오(?)로 총각김치, 김장김치까지는 담가 본 경험이 있어 나름 요리를 하면 맛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뜬금없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창 요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더니 어느 틈에 요즘에는 TV를 틀면 남자들의 요리 프로그램이 거의 전 채널을 망라할 정도다. 심지어는 TV를 뛰어넘어 화면도 볼 수 없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남자 요리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요리 시연은 가히 국경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들의 이름을 모르면 여성 직원들은 물론이고 아내와도 대화가 안될 정도다. ▶남자 세계만을 고집하는 이들에게 이런 대세는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가 불현듯이 생각난다. 할머니는 사내새끼가 부엌을 들락거리면 고추 떨어져라며 요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했다. 아마도 할머니 시대에는 남녀간의 역할과 영역이 분명하게 갈려져 있었고, 생각은 잘 나지 않지만 생전에 할머니가 들려주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남자의 권위는 여자 위의 군림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내가 나름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봄이었다. 아내를 앞장세운 장터에서 오이 20개와 열무 두 단을 사 오이소박이와 열무김치를 담갔다. 남은 쪽파와 부추로 (나는) 과감히 파김치와 부추김치에 도전했다. 포인트는 액젓이었고 맛은 더할 나위 없었다. 김치라는 요리는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감동을 줬다. 감동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팁은 사랑이다. 남자들이여 요리를 하는데 주저하지 마라.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편집’은 ‘베끼기’가 아니다

배우 윤은혜가 중국방송에 입고 나온 옷을 두고 촉발된 표절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여신의 패션에서 도전자로 활약 중인 윤은혜는 지난달 29일 나니아 연대기를 주제로 한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제의 의상은 하얀색 코트로 팔 부분에 달려 있는 날개 모양의 레이스가 특징이다. ▶방송이 나가자 패션브랜드 아르케의 윤춘호 디자이너는 해당 옷이 자신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패션방송에 우리 옷이 나왔다고. 그냥 협찬이 나갔나 하고 넘겼는데 다른 여자분이 만든 옷이었단다라며 불쾌하다고 했다. 공개한 두 장의 사진은 모델만 달랐지 흡사했다. ▶윤은혜 측은 이틀이 지나서야 소매 프릴의 위치와 형태는 유행하는 트렌드를 접목시킨 것이라며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한 적도 없고 표절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윤 디자이너의 표절의혹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마케팅으로 치부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을 띠면서 치열한 공방마저 예고했다. ▶연예계의 표절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출판계에서도 표절 논란은 단골 메뉴다. 지난 6월에는 소설가 신경숙 씨의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시끄러웠다. 신씨의 표절 논란은 문학출판계 권력문제로까지 확대돼 일부 대형 출판사들에 자정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는 저서 에디톨로지에서 창조는 편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창조의 본질을 낯설게 하기로 정의했다. 스위스 심리학자 피아제는 생각이란 어디서 한번은 본 것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윤은혜도 신경숙도 어설픈 초보다. ▶사람들은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수 없다고 믿는다. 그건 신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신이 창조해낸 창조물을 보고 흉내만 낼 뿐이다. 그러니 흉내를 내려면 제대로 냈어야 했다. 좀 더 세련되고, 낯설게 했어야만 했다. 그렇게 못 했다면 우기지 말고 사과하는 게 옳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아일란 쿠르디

차디찬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해안가로 떠밀려온 세 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의 사진 한 장이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아일란 쿠르디는 지난 2일 아침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빨간색 티셔츠와 청색 반바지 차림으로 해변의 모래에 얼굴이 파묻힌 모습은 시리아 난민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아일란의 비극적인 죽음에 전 세계가 슬픔과 충격, 분노에 빠졌다. 아일란의 가족은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민병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시리아 북부 소도시 출신이다. 이들은 IS를 피해 육로로 터키에 도착한 뒤 다시 그리스로 가려고 밀입국 브로커에게 부탁해 소형보트에 몸을 실었다가 배가 뒤집혔다. 깜깜한 바다 한 가운데서 거친 풍랑이 배를 덮치자 아버지 압둘라는 사력을 다해 가족을 보호하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거친 물살에 두 아이와 아내를 놓쳐버렸다. 5살짜리 형 갈립과 엄마의 시신도 아일란이 발견된 해변에서 발견됐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통곡했다. 그의 가족은 올해 초 캐나다 정부에 난민 자격으로 이민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한 바 있다. 이제 겨우 세 살밖에 안된 아일란의 참극에 전 세계 누리꾼들은 SNS에 애도의 그림과 메시지를 올리며 애도하고 있다. 아일란의 이름을 따 개설된 모금 펀드에 하루 만에 수천만원이 걷히는가 하면, 난민 수용에 완강한 태도를 보인 영국에선 난민 수용을 늘릴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시민 수십만명이 서명하며, 난민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들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 한 장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이기주의와 냉정함을 질타하는 동시에 난민의 참담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유럽 각국의 난민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유럽 각국이 난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쿼터를 정해 의무적으로 난민을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난민 수용에 미온적이던 영국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아일란의 죽음이 세계인의 도덕과 양심을 다시 한번 깨우는 계기가 됐지만 난민 문제는 아직도 심각하다. 유엔난민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한 사람은 누계기준 지난해까지 4천866명이나 된다. 아시아의 인권 선진국을 자부하는 우리의 난민정책도 되돌아봐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여초(女超)’ 사회

남존여비(男尊女卑)란 단어가 있었다. 남성의 권리나 지위 등을 여성보다 우위에 두고 여성을 업신여기는 관행이다. 조선시대에 유교 이념이 널리 퍼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특히 심했다. 당시 딸을 가진 어버이는 가사에서부터 모든 범절을 가르치면서 시부모 공대하는 법, 남편 섬기는 일 등을 일러줄 때 칠거지악(七去之惡)ㆍ삼종지의(三從之義)ㆍ부창부수(夫唱婦隨)ㆍ여필종부(女必從夫) 등의 말들을 강조하며 남성을 존대하고 여성 자신은 비하하도록 했다. 이러한 의식은 시대가 변하면서 남아선호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가부장적 전통가족제도가 낳은 것으로 가계 계승이 부부중심이 아닌, 부자중심으로 되면서 남자를 늘 우위에 뒀다. 결혼한 여성은 남아출산을 강요 당했으며, 아들을 출산하지 못할 경우 쫓겨나거나 이혼을 당했다. 여성의 입장에서도 아내와 며느리로서의 견고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남아를 더욱 선호하게 됐다. 이로 인해 1990년대엔 남성 출생성비는 최고 116.5까지 올라갔다. 자연상태에서 남녀 성비는 104대 100 정도다. 남녀 성비가 116.5대 100을 기록했다는 것은 뱃속 아이가 여성인 경우 낙태를 선택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남성 성비를 높였다는 의미다. 오늘날 남아선호사상은 거의 없어졌다. 아이를 한명만 낳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남아보다는 오히려 여아를 선호하고 있다. 남존여비의 뜻도 달라졌다. 남자의 존재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다라고. 우스갯소리지만 여자의 위상이 높아진 요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남초(男超)를 유지했던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여초(女超) 사회로 전환됐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여성 인구는 2천571만5천796명을 기록해 남성(2천571만5천304명)보다 492명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7월 말엔 남자보다 2천645명이 많아졌고, 8월에는 남녀 격차가 4천804명으로 더욱 벌어졌다. 남녀 비율이 역전된 것은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출생 성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에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사회는 여초 인구 구조를 갖는다. 앞으로 여초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건 남자가 많은가, 여자가 많은가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이웃사촌

오는 2017년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은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우며 2년마다 열리는 청소년 축구 대회다. 수원시를 비롯해 서울, 대전, 전주, 울산, 인천, 제주, 포항, 천안 등 9개 도시가 대회 유치를 신청, 경쟁도 치열하다. 22일 개최 도시가 최종 확정되는데 수원시가 유치에 성공하면 수원시는 FIFA 주관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유치한 전 세계 2번째 도시이자, 아시아 최초의 도시로 기록되게 된다. 이런 가운데 FIFA U-20 월드컵 개최 도시 유치를 위한 FIFA 현장실사단이 지난 1일과 2일 수원시를 방문, 현장 실사를 벌였다. 염태영 시장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수원시의 유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1천300만 경기도민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30개 시군의 지지서명서와 시민서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숫자가 틀린 부분이 있다. 경기도는 31개 시ㆍ군으로 이뤄져 있는데 30개 시ㆍ군의 지지서명서만 전달했다고 수원시를 밝혔다. 알고 보니 수원시와 맞닿은 화성시가 빠졌다고 한다. 수원시와 멀리 떨어진 가평군이나 파주시가 아니었다. 들리는 애기로는 화성시측에서 지지 서명 동참을 거부했다고도 한다. 뒷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최근 수원시와 화성시의 관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화성시가 수원시와의 경계 지역에 광역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이들 지역 주민들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데로 깊어진 상태다. 한때 형님, 동생하면 유독 친밀한 관계를 자랑하던 염태영 시장과 채인석 화성시장간의 우정도 소원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지서명을 놓고도 수원시와 화성시 실무자들간 감정도 악화된 상태다. 그러나 화성시는 FIFA U-20 월드컵 유치를 신청하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수원시만이 신청했다. 다른 지자체들이 수원시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유치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한다. 수원시는 화성시의 이웃사촌이지만 땅을 사지는 않았다. 김동식 사회부 차장

[지지대] 돌아온 독서의 계절

책을 많이 읽어라. 대부분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다. 그러나 책읽는 것을 실천하기 쉽지 않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을 핑계로 어른들은 직장생활 등을 이유로 책을 멀리한다. 최근에는 스마트 기기들이 발달하면서 책은 더 우리와 더 멀어졌다. 이북(e-book)과 독서앱 등이 등장해 편리해 졌지만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책으로 여기고 보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손으로 느끼고, 코로 맡고 오감이 동원된다. 그 과정에서 감동적인 책 스토리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으나 대부분 정보는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같은 시대에 독서는 더 소중하다. 9월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이 끌리는 책을 들어보면 어떨까?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마침 9월 가을을 맞아 경기도 내 도서관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경기도립 도서관 10곳과 경기평생교육학습관은 꿈이 자라는 도서관! 북(Book)적 북(Book)적 책 축제라는 공동 슬로건을 내걸고 작가와의 만남, 부모교육 특강, 체험활동, 공연, 전시회 등을 마련했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나도 장영실 자격루 만들기, 독서 수첩 및 독서 가방 만들기,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손편지, 깔깔깔 캐리커처 그리기, 독서 및 도서관 표어 공모 이벤트, 독서퍼즐 이벤트, 로봇 체험활동 등이 준비돼 독서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전시와 공연은 한글깨침이 수강생의 교실 시화전 문해, 시와 그림으로 행복을 말하다, 한지 동아리의 공예작품 전시, 세계도서관 사진 전시, 마술 공연, 영화 상영, 인형극 등도 선보인다. 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에서도 수원지역 작가의 서예작품을 9월 19일까지 전시하고 이어 북아트 동아리 몬아미의 단체전시회가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연다. 올 가을 도서관을 찾아 마음의 양식인 책과 친하게 지내보자.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일본 여론 왜곡하기

8월 13일자 모든 신문을 장식한 사진이 있었다. 서대문형무소 추모비에 무릎 꿇은 하토야마 전 총리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보도됐다. 핵심 내용은 (일제의 탄압에 대해)깊이 사죄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여기 서 있다. 일주일 뒤에도 또 하나의 하토야마 기사가 나왔다. 12일 방문 때 행사비에 보태라며 3만엔(약 29만원)을 전달하고 갔다는 미담(美談)이다. 그는 실패한 민주당 정권 소속 야당 정치인이다. ▶와다 하루키 (和田春樹) 전 교수는 요사이 한국에서 더 유명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계속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제 침략도 원천적으로 무효인 강제 합병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학술대회에 단골처럼 등장한다. 한마디 들으려는 한국 언론이 늘 그를 쫓는다. 도쿄 대학 교수를 역임한 일본 학자지만 그의 신망은 요사이 한국에서 더 높아 보인다. 2013년(동북아국제협력상)과 2014년(파주북어워드 저작상)에는 한국에서 상도 받았다. ▶그제 한국 방송의 머리 기사는 일본 소식이었다. 일본 시위대가 아베 반대를 외치는 모습이 보도됐다. 일본 300여 곳에서 100만명이 참가했다는 설명도 붙었다. 다음날 신문 중에는 일본의 시민 혁명을 논하는 기사까지 있었다. 화면속 시위대의 어떤 푯말에도 위안부, 독도 등 한국 얘기는 없었다. 그런데도 사흘 앞으로 다가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소식보다도 비중 있게 한국 방송을 차지했다. ▶한국 언론의 대(對) 일본 보도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다. -와다 하루키를 포함한 일본 지식인들이 끝 없이 아베 정책에 비난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하토야마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의 반(反) 아베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급기야 일본 총리 관저가 포위 당하는 민란(民亂) 수준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결국 아베 정권은 국민에게 버림 받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같은 날(3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한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28~30일까지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지난달보다 8% 오른 46%였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은 10%나 줄었다. 이달 중순에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아베가 경쟁자 없이 재선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분석도 이 즈음 나왔다. 한국 언론이 끌고 오던 보도흐름과는 다르다. ▶왜곡이다. 우리 구미에 맞는 언사(言辭)만을 골라내 보도했다. 일본 여론의 다수는 빼고 소수만 전해왔다. 일본의 진짜 여론은 무엇인가. 아사히 신문이 5월에 발표한 여론조사다(일본 국민 2147명 조사ㆍ우편 설문). 식민지 사죄는 충분한가-충분하다 65%, 불충분하다 20%. 독도는 어떻게 보는가-시마네현에 속한다 62%,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63.1%. 우리 언론이 왜곡한 일본의 진짜 여론이다. 김종구 논설실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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