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존경받는 부자

1870년대 후반 미국 석유시장의 95%를 독점하며 미국 경제를 주무르던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온갖 편법을 써서 석유사업의 동맥인 철도를 장악하고, 뇌물과 리베이트로 경쟁자를 물리치고, 노동운동을 철저히 탄압했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록펠러가 얼마나 선행(善行)을 하든 그 부를 쌓기 위해 저지른 악행(惡行)을 갚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인들은 그에게 우리 시대에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나 록펠러는 말년에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에게서 돈을 버는 재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면서 외아들 록펠러 2세가 자선사업가로 설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사업에서 손을 뗀 후엔 검소하고 신앙심 깊은 농부로 살다가 죽었다. 록펠러는 죽기 전 위대한 기부자라는 말을 들었고,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함께 존경받는 부자 패밀리의 선구자가 됐다. 카네기 또한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소신대로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했고 은퇴 후엔 자선사업에 헌신했다. 당시 최고 부자였던 카네기와 록펠러가 경쟁적으로 자선사업에 나선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행운이었다. 큰 부자가 큰 자선사업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오늘날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미국 부자들의 통 큰 기부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카네기와 록펠러가 만든 부자의 전통이다. 사람들은 게이츠와 버핏의 기부와 헌신을 부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행동이라는 찬사로 답했다. 며칠 전 세계 34위 부자인 사우디아라비아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두 자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전재산인 320억 달러(총 35조8천56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돈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왕자가 만든 자선기구인 알왈리드 자선사업에 기부돼 문화적 이질감 해소와 여성인권 향상, 재난 구호 등에 쓰일 예정이다. 왕자는 이미 이 자선기구에 35억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부자들의 기부는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기부는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윤활유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자들은 기부에 인색하다. 사회적 나눔보다는 대물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존경받는 부자를 만나고 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소방차 길 터주기

2015년 1월 10일, 의정부의 대봉그린아파트에서 화재가 나 5명이 사망하고 127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있었다. 대봉그린아파트는 10층짜리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바로 옆 드림타운ㆍ해뜨는마을 아파트에까지 불이 옮겨붙어 피해가 커졌고 289가구 37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지역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다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신고 6분 만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소방차 진입이 안되는 도로,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소방도로라 해도 평상시 불법주차 차량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은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이다. 소방차가 와도 가까이 접근을 못해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피해가 커진다. 조사에 의하면 소방차가 못 다니는 도로가 전국에 271곳이나 된다. 철길(굴다리), 지하차도, 육교 등의 구조물 설치로 사다리차와 펌프ㆍ탱크차가 통행할 수 없는 것이다. 경기도도 151곳에 달한다. 이들 시설은 철거하거나 개량해야 한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도로를 지나면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에 대한 우선통행 규정에 따라 운행하는 다른 자동차들은 길을 터줘야 한다. 자동차들이 소방차가 통행할 수 있도록 양보해야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 타임 5분을 지킬 수 있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 진입이 어려워진다. 소방관들이나 화재 속에서 소방관을 기다라는 사람 모두에게 5분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국민안전처가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다. 민방위의 날에 교통량이 많고 혼잡한 주요 도로나 재래시장 등 소방통로 확보가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소방차 사이렌이 울려도 양보를 않거나 모른체 하기 일쑤다. 양보는 차량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소방차가 지나가면 보행 신호라 하더라도 보행자는 건널목에서 잠시 멈춰야 하는데 이 또한 잘 지켜지지 않는다. 국민 안전의식이 많이 부족하다. 화재나 구조 상황에선 1분 1초가 생명을 좌우한다. 길을 가다 소방차를 만나면 바로 좌우로 최대한 비켜서야 내 가족, 내 이웃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어디선가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운전을 하든 걷고 있든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시원하게 터주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간통죄 폐지 그후

최근 수원에서 40대 여성이 내연남의 부인과 두 딸을 밀치고 때린 일이 발생했다. 내연녀는 지난달 21일 밤 9시55분께 수원시에 있는 내연남의 가게에서 단 둘이 술자리를 갖던 중 내연남의 부인과 두 딸이 찾아와 지금 뭐하는거냐고 따져 묻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들을 폭행한 것이다. 내연녀는 내연관계를 유지해오면서 본부인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내연녀는 불구속 입건됐다. 이를 놓고 한 경찰관은 내연녀가 본부인을 폭행한 것은 과거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간통죄가 폐지된 영향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하고 폐지했다. 당시 많은 이들은 이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물론 간통죄 폐지 이후 즉석만남이 가능한 나이트는 더 붐빈다고 한다. 또 기존에는 자정을 전후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렸다면, 요즘은 피크타임이 두세시간 빨라졌다고도 한다. 기혼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까지도 등장하는 등 조금은 더 개방적인 분위기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다행히 4개월 가량이 지난 시점에 간통죄 폐지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아직까지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간통을 저질렀을 때의 법적 책임이 완전히 자유롭지만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향후 법원의 판단이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결혼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이혼 시에 재산분할에 앞서 손해배상의 책임을 인정하므로 유책배우자는 위자료도 지급해야한다. 이같이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남아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으로 이뤄진 건전한 대한민국의 존재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해야한다는 시대상을 반영해 간통죄는 폐지됐지만, 형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가정을 지키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대한민국의 구성원 중 한명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한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폐광의 변신

1천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에는 파독 광부들이 등장한다. 한국 광부들의 땀이 스며든 독일 딘스라켄의 로베크르 폐광산. 이 폐광산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시민 휴식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잘 나가던 광산은 채산성 등이 떨어지면서 결국 폐광됐고 주변 도시는 한동안 흉물로 변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폐광산 주변을 환경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 시켜놓았다. 국내에서 폐광하면 떠오르는 곳 중 한 곳이 강원랜드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강원도가 주도하는 범 국가적 사업체이자 국내 유일의 내국인이 출입하는 카지노로, 지역경제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40년간 폐광으로 방치됐다가 최근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 떠오르는 명소가 있다. 바로 광명동굴이다. 광명동굴은 1972년 폐광됐으며 1987년부터는 새우젓을 저장하는 장소로 활용되면서 시민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명시가 폐광 광명동굴의 가능성을 발견, 2011년 광산을 매입한 뒤 같은해 8월 무료 개방했다. 특히 지난 4월4일부터는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 재개장하기에 이르렀다. 무료 개방이던 2014년 한 해 동안 47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로 자리잡았다. 유료로 전환한 이후 85일 만인 6월28일에는 관광객 20만명을 돌파해 7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5월5일 어린이날 하루에만 1만1천465명이 찾았다고 한다. 동굴입장을 위해 2시간여씩 기다리면서까지도 광명을 찾은 것이다. 이처럼 유료전환에도 시민들이 모여 드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행사 이외에도 황금폭포, 와인동굴 등 20여종의 새로운 콘텐츠가 접목됐기 때문이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가족과 함께 다녀올 만한 곳으로 광명동굴이 소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명동굴의 무한한 변신을 기대해 본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일자리 쪼개기

아들 A는 대학생이다. 방학을 맞아 정부 투자 기관에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 최장 두 달간 일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찾았다. 하지만, A에게 할당된 근로 시간은 한 달 60시간이 전부다. 하루 6시간 기준으로 10일을 넘을 수 없다. 시급 5천800원을 기준으로 한 달에 34만8천원 이상을 가져갈 수 없다. 30일 근로에 104만4천원을 벌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아르바이트 고용자를 늘리기 위한 정부 지침이 그렇다. ▶엄마 B는 가정주부다. 전업주부 생활 십수 년 만에 직장을 얻었다. 그것도 꿈의 직장이라는 삼성전자다. 오전에 출근해 4시간만 일하면 퇴근이다. 적지 않은 월급에 정식 직원이 누릴 혜택도 모두 받는다. 지원 경쟁도 대단하다. 지역 내 알 만한 인사의 사모님들도 상당수 일하고 있다. 정부의 여성 고용과 시간 선택제 일자리 창출 대책에 따른 효과다. 대신, 삼성전자에서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사라졌다. ▶아빠 C는 직장인이다.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시행된다. (노동 시장 개혁 없으면)전체 고용률이 2017년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하락할 것이라는 한은의 으름장에 회사도 피해갈 도리가 없었다. 55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60세까지 일하게 된다. 이 경우 5년간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직전 임금의 240~290% 수준이다. 본봉을 500만원으로 기준할 경우 5년간 덜 받게 되는 돈은 1천500~2천만원이다. 명예퇴직을 하지 않는 한 감수해야 할 손해다. ▶모든 게 일자리 쪼개기다. 아르바이트 한 자리가 셋으로 쪼개졌다. 임시직 자리가 아줌마 고용으로 쪼개졌다. 장기 근속자의 임금이 신입사원에게 쪼개졌다. 아들 A가 받게 된 아르바이트 수입과 엄마 B가 받게 된 여성 취업 수입은 가정의 +다. 하지만, 아빠 C가 잃게 된 5년간의 기대 수입은 가정의 -다. 이 가정의 총 계산은 결국 0다. 1명(아빠 C)이 하던 근로에 3명(아들 Aㆍ엄마 Bㆍ아빠 C)이 투입된다는 점만 달라진다. ▶박근혜 정부가 시간 선택제 일자리 만들기에 공들이고 있다. 공공분야에서 1만7천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10대 기업에도 1만3천여개를 요청해놓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 시장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희생이 미래 세대를 살린다는 감상적 구호가 나붙기고 있다. 정부 뜻대로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가장 C의 가족 고용률이 33%에서 100%로 늘어났듯이. 문제는 C 가족의 수입과 대한민국의 부(富)는 변함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발표할 고용률만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게 숫자 놀음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이산가족 영상편지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김인명(90) 할아버지는 1950년 초겨울 26살 나이에 아내와 헤어져 남쪽으로 떠나왔다. 마을 치안대에서 근무하다 인민군에 쫓겨 마을 뒤 목화밭에 몸을 숨길 때까지만 해도 금방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로 생각했던 생이별의 시간은 65년이 지났다. 20대 청년은 백발의 노인이 됐고, 북에 두고 온 가족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길이 없다. 김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야속하게도 가족을 만날 기회는 오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처럼 6ㆍ25전쟁 때 가족과 헤어져 지금까지 떨어져 사는 이산가족이 지난달 말 기준 남한에만 12만9천688명이다. 북에 남은 가족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등록하지 않은 이산가족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다. 이산가족 중 절반 가량인 6만2천845명은 이미 숨져 생존자는 이제 6만6천843명에 불과하다. 남북의 이산가족이 처음 만난 것은 분단 40년 만인 1985년 9월 20일 남북 예술단 교류 및 이산가족 상봉 시범사업이었다. 하지만 생사확인 작업없이 고향 방문을 목적으로 진행한 사업이라 실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된 경우는 절반에 그쳤다. 사전 조사를 거친 본격적인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8월 15일 제1차 대면상봉 행사를 통해 처음 성사됐다. 이후 2007년까지 매년 상봉행사가 열렸지만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인원은 8001천200여명에 불과했다. 그 마저도 남북관계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금까지 19차례의 대면상봉으로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은 총 3천934가족, 1만8천799명이다. 이 가운데 남측 인원은 1만2천297명 정도다. 이산가족은 고령으로 인해 매년 3천명 가량이 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가 생존자들을 상대로 유전정보 보관사업에 나섰다. 이산가족의 혈액과 머리카락,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사후에라도 북에 있는 가족과 혈연관계가 맞는지 확인하려는 조치다. 적십자사는 북측 가족에게 남기는 영상편지도 만들고 있다. 영상편지는 10~13분 분량으로 안부 인사를 전하고 고향, 가정, 추억 등 일상적인 얘기 등을 담는다. 현재 남북 이산가족은 대면상봉은 커녕 화상ㆍ서신교환도 올 스톱 상태다. 이산가족이 사후 영상편지로 만나기보다 살아있을 때 뜨거운 상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메르스 트라우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의 절반 가량을 감염시킨 수퍼 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완치돼 지난 23일 퇴원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24일 만이다.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14번 환자는 5월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면서 다른 환자와 가족, 의료진을 감염시켜 2차 메르스를 유행시켰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에서만 83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평택굿모닝병원에선 3명을 감염시켰다. 평택성모병원에서도 그로 인해 감염이 추정되는 환자가 5명 안팎이다. 14번 환자는 병세가 호전돼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자신이 슈퍼 전파자인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은 완쾌됐지만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평택에 사는 조모씨는 메르스로 어머니(54)를 잃었다. 대상포진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감염돼 19일 만에 숨졌다. 병원 측의 배려로 숨진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볼 수 있었지만 메르스 환자라 염은커녕 수의도 입혀줄 수 없었다. 몸은 이중 비닐백과 나무 관에 담겨져 곧바로 화장터로 갔다. 조씨는 그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았다면하는 후회와 죄책감, 우울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메르스 트라우마를 앓는 이들이 늘고 있다. 메르스 환자나 의심환자, 자가격리자, 사망자 유가족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신체적 고통과 불편에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메르스 트라우마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메르스를 겪었던 이들의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큰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죽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감과, 메르스 감염자나 감염위험군이었다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 등에 심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염됐다 완치된 뒤 퇴원한 사람들이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례도 많다. 메르스로 인한 정신적 상처가 모두 병적인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화가 나거나 분노 조절이 안되고, 슬프고, 불안한 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기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다만 이런 증상이 오래가거나 화를 내다 못해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든지 본인이 조절할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심해진다면 문제다. 이런 상황은 제때 치유하지 못하면 정신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메르스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이 시급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어릴 적 공사장에서 한 손을 모래에 묻고 놀던 기억이 난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를 흥얼거리며 모래로 집을 지며 놀다가 공사장 아저씨의 호통(?)에 깜짝 놀라 도망가고 다시 장난치곤 했던 추억이다. 경기도 신청사 이전을 놓고 민선 3기부터 10년 넘게 이전 여부를 둘러싼 잡음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도가 신청사 건립을 위해 현 도청사와 수원시청사 간 맞교환을 제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시가 현 도청사와 도의회 건물을 매입하면 수원시의회 의사당을 지을 필요가 없고 경기도는 매각 자금으로 신청사 건립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윈-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서로 얼마의 예산을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하게 공공청사를 건립할 필요도 없다는 등등의 장점들에 대한 여론몰이가 이뤄지고 있다. 또 경기도 문화의 전당이나 수원월드컵재단을 둘러싼 경기도와 수원시의 지분 싸움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까지 나오고 있다. 수원시 출입기자로 등록한 지 3일째인 기자로서는 구체적인 분석이나 빅딜의 효과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냥 수원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수원시가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제안인 것은 명확하다. 수원시청사를 팔고 그 돈으로 경기도청사를 사는 게 말처럼 쉬울까 하는 생각이다. 국가 단위의 공공기관들도 매각을 통해 비수도권 이전에 나섰지만 아직도 매각하지 못한 채 수년째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 메르스 사태로 나라 전체가 난리인데 이런 얘기들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알고 지낸 경기도청 공무원과 통화 중에 했던 농담 같은 진담이 생각난다. 청사 빅딜을 쉽게 말하면 형님이 새집 사야 하는데 살 사람이 없어서 동생한테 내 집 좀 사줘하는 거 같아요라고 했더니 정확한 비유입니다라면서 서로 웃었다. 김동식 사회부 차장

[지지대] 한숨

지금이나 과거나 어르신들 앞에서 한숨을 내쉬면 복 달아난다며 꾸중을 듣게 된다. 근심이나 설움이 몰려올 때 길게 몰아서 내쉬게 되는 한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한숨들이 장기간에 걸쳐 대한민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가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어 놓더니 1년이 지난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초강력 태풍이 휘몰아치며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메르스 여파는 소매, 유통, 관광, 문화, 운송분야 등 경제 전반적으로 메가톤급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경제원이 내놓은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보면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최대 경제손실액이 무려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국제투자기관들은 메르스 사태로 2015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5%에서 최대 1.0%p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하늘도 무심한 듯 100년 넘게 찾아온 최악의 가뭄 또한 국민들의 근심을 더하게 하고 있다. 당연히 한숨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힘들고 힘든 구석으로 몰리고 또 몰린다 해도 막연한 한숨보다는 숨을 크게 들어 마신 뒤 조심스레 뱃속으로 내뿜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한숨은 하품(?)과 마찬가지로 주변인들에게 전파되는 도미노 현상으로 여겨지는 만큼 남들에게 한숨 쉬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는 것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과 관련해 한숨을 깊게 내쉬는 모습이 TV를 통해 여과 없이 방영된 뒤 국민들의 근심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킨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주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한숨을 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꾹 참아보자는 것이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했다. 이용성 사회부장

[지지대] 메르스와 장마-說

메르스와 관련된 설(說)이 많다. 대부분 불안감을 조장하는 내용들이다. 간혹 병원 경영에 치명타를 주기도 한다. 드물게는 희망을 섞어 유포되는 설이 있기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메르스와 비의 관계에 얽힌 내용이다. 메르스 균이 습기에 약하다거나 비가 오면 메르스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적어도 사회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는다. 병원이나 자영업에 주는 타격도 없다. 그저 비라도 와서 메르스 균을 쓸어 갔으면하는 바람이 표현됐을 뿐이다. ▶201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의 조사 결과가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기온 20도, 습도 40% 환경에서 48시간 이후까지 살았다. 30도, 80% 환경에서는 8시간밖에 살지 못했다. 기계적 방식을 도입한 다른 조사도 있다. 환자가 기침할 때처럼 바이러스를 내뿜고 10분 뒤 다시 포집했다. 기온이 같은 20도를 기준으로 습도가 40%일 때는 바이러스의 7%가 줄었다. 습도가 70%일 때는 89%나 줄어들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비에 약하다는 설의 근거가 되는 통계다. ▶지난 20일, 메르스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지난 3일 이후 16일 만에 처음이었다. 마침 이날은 경기북부 등에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파주시에는 호우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기온도 평소보다 7~8도 낮은 23도 안팎을 기록했다. 감염 사태 종식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졌다. 많은 이들에게 메르스와 비의 관계가 설이 아닌 진실로 다가왔다. 이후 21, 22일은 메말랐다. 공교롭게 다시 확진자가 발생했다. ▶메르스와 비의 관계. 이 설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근거 없다다. 미국의 실험 결과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금의 메르스는 미국 등에서 보였던 전파 형태와 전혀 다른 추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감염의 대부분은 대기 감염이 아니라 병원 내 감염이 주를 이룬다는 점도 부정적 견해의 근거다. 여기에 에어컨을 주로 사용하는 실내 환경이 습도를 낮게 유지해 비로부터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래저래 메르스와 비를 연결하는 설에는 허술한 구멍이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메르스가 비에 약하다는 가설을 믿고 싶어 한다. 쏟아지는 비가 몹쓸 병균을 완전히 쓸어 가 줄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지금 도처에서 치러지는 기우제에도 그런 희망이 포함돼 있다. 의술이 해결 못 한 질병 사태를 비에라도 기대해 보려는 절박한 기원이다. 메르스와 비에 얽힌 설. 혹,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더라도 곧 있을 장마철에서만은 맞아떨어지기를 바란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집밥

지상파와 케이블을 포함해 요즘 텔레비전은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 방송)이 유행이다. 예전엔 맛집을 찾아가던 방송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직접 요리를 하고 먹어본다. 집밥 백선생 삼시세끼 한식대첩(이상 tvN),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 냉장고를 부탁해(JTBC)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집밥 백선생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백종원씨는 쿡방계를 평정했다고 할 정도로 인기다. 백주부라는 별명도 생겼다. 요리가 예능을 만나 재미까지 더하면서 안방 티비를 장악했다. 판ㆍ검사 시대는 가고 이젠 요리사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요리사의 인기도 높다. 먹방ㆍ쿡방의 인기와 함께 집밥 열풍도 일고 있다.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씨가 요리 불능 네 남자에게 집에서 쉽게 요리를 할 수 있게 전수하는 생활 밀착 예능 프로다. 그만의 비법으로 맛깔스런 김치찌개를 끓여내고, 백주부표 만능간장으로 마늘쫑볶음과 두부조림을 뚝딱 만들어낸다. 그리고 따끈한 밥을 지어 함께 먹는다. 집밥이다. 집밥은 바깥에서 사먹는 밥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1인 가구가 늘고,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 또는 바쁘고 귀찮아서 집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여성포털 이지데이가 집밥 인식조사를 했다. 집밥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35.3%가 집에서 먹는 밥이라 답했다. 다음으로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밥(28.2%)이란 답이 많았고, 부모 또는 배우자가 차려준 밥(21.3%)이 뒤를 이었다. 집밥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선 41.8%가 따뜻하다고 답했고 이어 건강하다(27.8%), 맛있다(26%) 순으로 답했다. 집밥을 먹는 이유로는 정을 느낄 수 있어서(41.6%), 정서적으로 좋다고 생각해서(20.1%), 맛있어서(17.8%)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집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먹방ㆍ쿡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밥을 못먹어서가 아니라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들,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 집밥의 감성을 그리워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나 지금이나 밥은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밥을 나눈다는 것은 음식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것 이상의 많은 것을 함축한다. 집밥을 통해 진정 찾고 싶은 것은 단순한 맛보다는 정이고 엄마의 온기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영화 ‘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대한민국은 한ㆍ일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때마침 대한민국과 터키의 3, 4위전이 열리던 날이어서 온 국민의 시선은 월드컵으로 쏠렸다. 이날 오전 10시, 북한 경비정 684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참수리 357호 고속정을 기습 공격했다. 연평도 인근에서 한바탕 해상 전투가 벌어졌다. 북한의 공격에 조타실에서 피를 쏟던 한상국 중사는 자신을 도우려는 의무병 박동혁 상병에게 난 배를 살릴 테니, 넌 가서 사람들을 살려라며 마지막까지 죽을힘을 다해 키를 잡았다. 참수리 357호를 이끄는 윤영하 대위는 온몸에 총알이 박혀 숨이 멎을 때까지 대원들을 독려했다. 30분간 이어진 치열한 격전으로 참수리 357호는 침몰하고 우리 군에서 전사자 6명, 부상자 19명이 나왔다. 제2연평해전이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은 제2연평해전이란 실화를 소재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학순 감독이 각본ㆍ연출을 맡았고, 김무열 진구 이현우 등이 열연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후반부 30분에 달하는 전투 장면이다. 실제 교전 시간과 거의 같다. 평화롭던 참수리 357호는 북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고통스런 비명 속에 손과 발이 떨어져 나가고 미소 짓던 대원들의 얼굴은 피범벅이 된다. 연평해전은 당시 온 국민이 열광했던 한ㆍ일 월드컵과 꽃다운 청춘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을 대비시키며 잊혀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되살린다. 김 감독은 모두가 월드컵 열기에 들떠있던 그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친 대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엔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도 등장한다. 대통령(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사자들의 장례식을 찾지않고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폐회식에 참가하는 장면이다. 제작사측은 사실을 그대로 보여줄 뿐,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고 말한다. 영화 연평해전은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을 통해 7년의 제작기간과 6개월의 촬영 끝에 빛을 보게 돼 화제이기도 하다. 60억원의 제작비 가운데 20억원이 7천여명의 크라우드 펀딩과 후원금 등으로 모였다. 6ㆍ25 전쟁 전날이자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즈음에 개봉하는 이 영화는 호국 보훈의 달에 어울리는 영화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의식의 역병’

괴질(怪疾)은 조선시대 유행했던 가장 무서운 전염병 중에 하나였다. 병명이 없다는 것은 질병에 대한 무지와 정부 차원의 속수무책 등에 기인한다. 근대 의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전염병은 하늘이 내린 말 그대로 역병이었다. 수백년 전 조선땅에 처음 나타나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콜레라는 호랑이가 살점을 찢어내는 듯한 고통과 함께 죽음으로 몰아가는 돌림병으로 통했다. 온몸이 타는 고통을 겪으며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되는 장티푸스도 매한가지였다. 요즘에는 말라리아라는 병명을 얻은 학질은 한기와 고열을 반복하는 지긋지긋함 때문에 학을 뗐다는 말을 파생시켰으며, 공포의 대상이었던 천연두는 마마라는 극존칭까지 따라다녔다. 전염병의 유행은 조선시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흑사병, 16세기 신대륙의 아즈텍ㆍ잉카 문명의 멸망을 초래한 천연두, 19세기의 결핵과 콜레라, 20세기 스페인 독감, 21세기 들어서는 에이즈를 시작으로 사스(SARS)와 조류독감(AI), 신종플루에, 현재 맹위를 떨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까지, 전염병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진화와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 사태에서 보듯이 의학이 발달한 현대사회에도 전염병의 공포는 항상 존재한다. 전염병이 없는 시대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앞으로도 인간의 탐욕과 자연 그리고 생태계 파괴는 더 진화된 전염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여기에 있다.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태가 터질 때마다 재확인되는 정부의 대응능력 부재와 관료사회의 경직성. 이를 뛰어 넘는 국가 위기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태 진정보다는 당리당략에 연연하는 정치권과 공개보다는 감추기 바쁜 정부, 소문을 양산하며 서로를 져버린 네티즌까지. 우리 모두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의식의 역병이 고쳐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더욱 혼란스러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메르스

기원전 460년 그리스의 코스섬에서 태어난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의 선서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며 바람직한 의사상의 상징이 됐다. 의대를 졸업하는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의료인으로서 윤리적 지침을 따르겠다고 다짐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의술을 인류봉사를 위해 바치고, 인종, 종교, 국적 정파, 지위를 초월해 환자를 치료하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등 인간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들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확산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 내용대로 메르스 치료에 나선 용감한 의사들이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이들 의료진들의 노고가 되레 사회적 기피대상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학교, 아파트 단지 등 지역사회에서 메르스 치료 병원의 의료진, 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왕따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메르스 전파 경로를 보면 주로 병원 감염이 많아 병원과 의료진이 가장 위험하다고 인식된다. 그러나 메르스를 차단하고 치료하는 곳 역시 병원과 의료진이다. 감염 위험 속에서도 메르스 치료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없다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격리된 공간에서 소수 인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메르스 치료에 집중하는 의료진들은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는커녕 기피대상으로 낙인찍고 의료진 가족들을 따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다행히 메르스 방역 현장에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집중 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담벼락에는 우리가 함께 당신을 응원합니다 진정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등 의료진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내 걸렸다. 경기도는 메르스 치료 현장의 의료진에게 응원글을 남길 수 있는 SNS를 개설했다. 메르스는 우리 모두가 서로 공동 대응해야 극복할 수 있다. 메르스 현장의 의료진을 기피하기 보다 따듯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레소토=대한민국

짐바브웨(1134.9명), 레소토(929.6명), 스와질랜드(855.9명), 남아프리카공화국(555.7명), 말라위(493.9명), 보츠와나(466.0명), 잠비아(404.6명), 나미비아(375.4명), 모잠비크(372.7명), 중앙아프리카공화국(353.4명), 우간다(296.7명), 케냐(293.5명), 탄자니아(278.5명), 코트디부아르(248.2명), 카메룬(230.6명). 에이즈 사망자 수가 많은 상위 15개 국가다. 10만명당 사망자 수로 표시한다. 2014년 말 현재 순위다. ▶짐바브웨(115위), 레소토(160위), 스와질랜드(155위), 남아프리카 공화국(34위), 말라위(147위), 보츠와나(112위), 잠비아(98위), 나미비아(120위), 모잠비크(110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165위), 우간다(100위), 케냐(69위), 탄자니아(79위), 코트디부아르(93위), 카메룬(97위). 에이즈 사망자 상위국들의 GDP 순위다. GDP랄 것도 없는 100위권 밖이 대부분이다. 에이즈 사망국의 공통점은 지역이 아니라 가난이다. ▶에이즈는 죽는 병이 아니다. 약물이 개발되면서 보균 상태로 평생을 살 수 있다. 가난해서 약을 살 수 없는 나라의 국민만 죽어간다. 같은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는 남북한 간에도 차이가 있다. GDP 11위 대한민국은 0.1명, 100위권 밖 북한은 0.4명이다. 인접한 일본(GDP 3위)은 0명이다. 이제 에이즈는 후진국에선 죽을 병이고 선진국에선 죽지 않을 병이다. ▶메르스 사망자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로 453명이다. 2012년 발병한 이래 지금까지의 누적 통계다. 그 다음 자리에 한국이 올랐다. 16일 현재 19명이 사망했다. 발병자 대비 사망률이 12.3%다. 5월 20일 1번 환자가 확인된 이후 한 달도 안 된 통계다. 여기에 현재 격리자(병원ㆍ자가)가 5천500여명에 이른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병원이 아니라)국가가 뚫린 것이라는 망언이 나온 것은 11일이다. 삼성서울병원 정두련 감염내과 과장이 국회에서 한 말이다. 초일류 병원이라는 자만이 절절히 배어난다. 바로 그가 근무하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를 온 나라에 퍼뜨리고 있다. 그의 말대로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뚫고 있는 것이다. 에이즈 사망 2위는 GDP 160위 레소토, 메르스 사망 2위는 GDP 11위 대한민국. 메르스에 뚫린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이렇게 추락하고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메르스 新풍속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장기화 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생활 풍속도까지 바꿔 놓았다.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메르스를 피해 생활하는 법이 공유되고 메우세(메르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등교 전엔 마스크와 비타민, 하교 후엔 체열이 기본 공식으로 통하고 있다. 많은 학교가 휴업을 했다가 다시 등교하게 되면서 학부모들은 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있다. 10대 학생이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고, 격리 학생이 200명 가까이 되자 많은 학부모들이 손 세정제와 마스크를 사용토록 하고 비타민도 챙겨 먹이고 있다. 또 귀가하는 대로 손을 씻게 하고 체온까지 재고 있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선 인사법이 달라지고 있다. 손바닥을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악수를 자제하고 있다. 실제 지난 주말 한 대형교회에선 성도 간의 인사는 악수가 아닌 가벼운 목례로 대신하자고 공지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서로 주먹을 부딪쳐 인사하는 피스트 범프(Fist Bump)가 등장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즐기는 주먹 인사가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보다 위생적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회식에서도 변화가 있다. 메르스가 침을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잔으로 함께 술을 마시는 술잔 돌리기에 대해 일부 기업에선 자제령을 내렸다. 메르스로 예민한 시기라 술 문화 자체를 조심스러워 해 음식점 매출도 부쩍 줄었다. 모임이나 술자리가 대폭 줄면서 경찰서도 조용해졌다. 실제 파출소나 지구대엔 신고 건수가 메르스 발병 이전보다 20~30% 줄었다고 한다. 메르스 감염 위험에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으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상도 급감했다. 영화관과 공연장의 관람객도 부쩍 줄었다. 대신 식재료와 생활용품 등을 온라인 쇼핑을 통해 주문하면서 인터넷 쇼핑 이용이 급증하고 배달식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일상 생활 자체를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도 늘었다. 학원이나 교회에서 동영상으로 수업 및 예배를 하는가 하면, 학부모 모임 등을 단체 카톡이나 카카오스토리에서 펼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경제ㆍ사회적으로 피해가 크고 불편이 많다. 하루 빨리 진정돼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뉴욕페스티벌 in 여주

뉴욕페스티벌은 클리오광고제, 칸국제광고제와 함께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로 꼽힌다. 1957년 시작된 뉴욕페스티벌은 텔레비전ㆍ영화 광고 52개 부문, 잡지ㆍ신문 광고 71개 부문, 라디오 광고 57개 부문으로 나눠 매년 5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다. 올해로 58회를 맞은 뉴욕페스티벌은 지난달 전세계 65개국에서 5만여점이 출품됐다. 올해는 뉴욕페스티벌의 일부가 여주에서 열린다. 뉴욕페스티벌을 국내에서 유치한 것은 여주시가 처음이고 아시아에선 중국 상하이ㆍ항저우(공동개최)에 이어 두 번째다. 뉴욕페스티벌 in 여주 2015는 오는 7월 1일부터 5일까지 남한강 일대 썬밸리호텔, 세종국악당, 도자세상, 여성회관 등에서 펼쳐진다. 뉴욕페스티벌 행사 출품작과 수상작 중 10%에 해당하는 5천여점을 엄선해 전시ㆍ상영하고 광고관련 세미나, 포럼 등 각종 학술행사도 열린다. 행사에는 미국에서 기아자동차 쏘울 바람을 일으킨 데이비드 안젤로 뉴욕페스티벌 심사위원, 토니 리우 난징대학 교수, 일본의 마사코 오카무라, 중국의 노만 탄 등 광고계 거장들이 대거 참석한다. 여주시는 여주만의 차별화된 페스티벌을 만들기 위해 세종 크리에이티브 어워즈를 신설, 세종대왕의 창조정신과 애민정신을 실천한 국내외 저명인사에게 시상할 계획이다. 뉴욕페스티벌 in 여주 2015는 여주대 광고홍보과와 컴퓨터정보과 등이 참여하는 SNS 서포터즈들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소개한다. 이 행사는 앞으로 5년간 매년 개최된다. 뉴욕페스티벌이 열리는 뉴욕과 여주는 닮은 점이 있다. 뉴욕에는 허드슨강과 자유의 여신상이 있고, 여주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남한강과 세종대왕(영릉)이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 세계를 비추는 자유의 빛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담고 있다면 세종은 한글 창제와 문화 창달, 과학기술의 창조정신이 빛난다. 두곳의 명소는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지구촌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프랑스의 칸은 주목받지 못하는 조그만 해안도시였지만 국제적인 광고제와 영화제를 통해 널리 알려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했다. 여주도 그런 도시를 세종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 원경희 여주시장의 각오처럼 여주가 뉴욕페스티벌 개최를 계기로 글로벌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블루골드 산업

엊저녁 과음으로 샤워기를 틀어 놓고 물을 한참 맞고 있는데 TV에서 가뭄으로 인해 수도권 용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뉴스가 귓가에 들려온다. 바로 수도꼭지를 잠갔다. 춘천 소양강댐이 오랜 가뭄으로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역대 최저 수위를 나타냈단다. 가뭄에 물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니 일반 가정에서도 물을 아껴 쓰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때다. 가뭄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21세기 블랙골드로 비유되는 석유를 대체할 블루골드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물산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물시장은 과거 공공재의 성격에서 벗어나서 서비스 개념의 신산업모델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우리나라도 10년만 있으면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실제 현재 국내 생수(500㎖ 기준) 소비자권장가격은 400~700원이고 수입 생수의 경우 1천 원 중반 대에서 2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이미 물이 석유의 가격(휘발유 1리터 평균 1천572원)을 뛰어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산업은 원수를 취수해 각종 용수를 생산, 공급하는 정수처리산업에서부터 사용된 물을 이송ㆍ처리해 재이용 또는 순환시키는 하ㆍ폐수 처리산업과 해수담수화 등 수자원개발 산업, 배 관제, 약품, 계측기기 등의 기자재산업 및 엔지니어링, 연구, 교육, 컨설팅업 등 서비스 산업을 총칭한다. 세계 물시장은 지난 2013년 기준 611조 원 규모이며 오는 2018년까지 연간 4.2%씩 성장해 75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플랜트 산업 특성상 관련 산업에 파급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물산업을 미래 신성장 블루골드(Blue Gold) 산업으로 명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 개도국 시장은 연간 10% 이상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우리가 IT, BT, NT 등 신 산업만큼이나 물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지지대] 조범현의 ‘기다림의 미학’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으로 올 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한 kt wiz는 지난 3월 28일 개막전부터 역대 신생팀 최다인 11연패를 당한 것을 비롯,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4ㆍ5월 두 달동안 10승 42패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었다. 이 기간 승리는 가뭄에 콩 나듯 했고, 선수들은 패배에 오히려 더 익숙해지면서 연고지 수원지역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항간에는 당초 약속과 달리 투자를 하지 않은 kt가 5년 내에 야구단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떠도는 등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1할을 겨우 웃도는 승률에 머물면서 누구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바로 조범현 kt 감독이었을 것이다. 감독으로 SK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KIA의 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등을 일궈낸 명장 조범현 감독도 프로야구 경험이 없는 대다수 어린 선수들과 타 구단에 비해 몸값이 저렴한 외국인 선수들을 이끌고 1군 무대에서 승수를 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패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조 감독은 1군 무대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했다. 더불어 식물 타선이라는 혹평을 받은 타선의 보강을 위해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던 신인 투수 박세웅을 롯데에 내주고 공격형 포수인 장성우와 주력 및 장타력을 겸비한 하준호 등을 영입하는 4대 5 대형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이 트레이드에 무모한 도박이라는 비난의 여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조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이 트레이드는 성공을 거두면서 kt는 트레이드 직후인 5월 초 창단 첫 4연승을 거두는 등 승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5월 하순에는 제 몫을 못한 외국인 투수 앤디 시스코를 방출하고 야수인 댄 블랙을 영입해 타선을 보완했다. 조범현 감독의 선택은 연이어 적중을 했고, kt는 지난 9일까지 최근 6경기에서 4승 2패를 거두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마운드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다, 어느 구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타선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kt가 6월 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계획대로 서두르지 않고 팀을 이끈 조범현 감독의 기다림의 미학의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올 시즌 kt가 꼴찌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느 감독보다도 지략이 뛰어난 조갈량 조범현 감독이 펼쳐갈 야구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병원 피해-애국심?

5번 환자 A(50)는 의사다. 지난달 17일 B를 치료하면서 감염됐다. 예전부터 보던 환자였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찾아왔다. 고열에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였다. 의사로서 당연히 치료해야 할 상황이었다. 환자와 50㎝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주 앉아 10분 정도 진료했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정보를 받은 것은 20일이다. 이후 여러 증세가 나타났고 22일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지금은 완치됐고 다음 주부터 진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A의 병원은 365열린의원(서울 강동구)이다. 정부가 7일 공개한 메르스 병원에 포함됐다. 당장은 물론 향후 병원 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A의 생각은 뜻밖에 담담하다. (정부의 병원 공개는)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공개 안 하면 시간을 지체하게 돼 병이 깊어지고 많은 사람에게 옮긴다. 우리 병원은 당장 타격을 입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병원 운영 문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애국심마저 느껴지는 말이다. 이름이 공개된 병원들이 받고 있는 타격은 심각하다. 명단에 포함된 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2천여명이던 환자가 메르스 사태 이후 300~400명으로 줄어 매일 2~3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끝난 후에 다시 정상적으로 병원이 운영될지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병원 개원에는 천문학적 대출이 따르게 마련이다. 자칫 명단 공개로 인한 병원 도산이 줄을 이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다. 의료시설의 기본은 사립(私立)이다. 명단 공개 여부는 기본적으로 병원의 권리다. 그런데도 많은 병원이 정부 지시를 따랐다. 병원 공개에서 오는 피해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사태 초기, 병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다름 아닌 의료계였다. 병원의 이익보다는 환자나 국민을 생각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음에 많은 이들이 감사해 한다. ▶환자를 진료하려면 의사는 환자 곁으로 가야 한다. 환자 곁으로 가면 감염의 위험은 커진다. 메르스 확진 의사들도 이런 업무수행을 하다가 병을 얻었다. 그런 의사들에게 무한정 피해를 강요한다면? 어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어떤 병원이 환자를 받겠는가. 그래서 이제부터 논의해야 하는 것은 병원 피해 보상이다. 방법은 많다. 세금의 면제 또는 유예, 대출 상환의 연장 또는 감면을 생각할 수 있다. 책임의 경중을 가려 직접 보상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방법이든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 역시 메르스 사태가 남긴 숙제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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