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인천 남구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119 구급대원이 출동했다. A씨는 다짜고짜 기분 나쁘다며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작년 9월 부산 연제구에선 노래방 내부에 갇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구조하려던 B씨가 던진 맥주병에 맞아 귀가 찢어지고 얼굴에 유리파편이 박혔다.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소방관들이 구급ㆍ구조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들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년∼2015년 6월) 538건의 소방관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폭행 사유는 ‘음주 폭행’이 488건(90.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단순폭행 43건(7.9%), 정신질환자 7건(1.3%)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40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97건, 강원도 35건, 부산ㆍ경북 각각 34건 등의 순이었다.
소방관을 폭행하는 가해자는 이송환자가 396건(73.6%)으로 가장 많았고 가족ㆍ보호자가 105건(19.5%), 행인 등 3자가 37건(6.8%)이었다. 폭행피해 소방관의 99%는 환자이송을 담당하는 구급대원이었다.
소방관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격무 직종에 근무하며 업무 중 매까지 맞는다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 소방기본법 50조에 따르면 소방대원 폭행 및 소방 활동 방해사범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
하지만 그동안 소방관을 폭행한 이들 10명 중 7명은 벌금형 이하로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수사도 96.7%가 불구속 수사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매맞는 소방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관을 폭행하는 행위는 1분 1초를 다투는 환자의 목숨을 좌우하는 구급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가벼이 봐줄게 아니라 더 엄격한 법적용으로 소방관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열악한 소방장비를 걱정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국회의원 월급을 소방관들에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매맞는 소방관만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게 또 있을까. 소방관들의 당부 중 하나가 ‘때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란다. 요즘 아이들 말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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