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학교급식 오디션

1977년 가을 서울의 상당수 초등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해 학생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등 난리가 났었다. 원인은 학교에서 나눠 준 급식 빵인 크림빵이 문제였다. 당시 8천여명의 초등학생이 식중독 피해를 입었다. 1970년대 국민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했는데 주로 빵과 우유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원조기관에 의한 무상급식이었지만 1973년 부터는 정부와 학부모가 부담, 급식이 제공되던 시절이다. 최근 고름을 제거한 돼지 목살이 서울지역 학교 급식으로 대량 유통됐다는 의혹이 한 언론에 의해 제기됐고 이에 서울시는 돼지고기 가공과정에서 화농 부위만을 제거하고 유통하도록 농림축산부가 권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급식 비리보도를 접하는 부모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1981년 학교급식법이 만들어지고 1998년에 들어서는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실시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초중고 모두 급식을 하고 있다.핵가족,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등 사회가 변화하면서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깃든 도시락에서 학교급식으로 바뀐 것이다. 부모들이 예전처럼 자녀들의 도시락을 매일 싸야하는 육체적 노동은 사라졌지만 안전한 농산물로 급식이 이뤄지는 지에 대한 걱정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경기도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주 경기도내 50여개 학교가 참가한 친환경 학교급식 레시피 오디션이 열렸다. 경기도가 마련한 이 오디션에서는 학교 영양사, 학부모, 학생 등 3명이 한 팀을 이뤄 전시용이 아닌 당장 급식메뉴로 내놓을 수 있는 실용성을 비롯해 창의성, 건강성, 적합성에 맞는 메뉴를 만들어 냈다.본선에 오른 20팀이 가려졌고오는 11월20일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G-푸드 비엔날레 행사 둘째날 7팀을 선발하게 된다. 대상, 최우수상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도전한 50팀에 박수를 보낸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팀들이 도전하기를 바란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수원·인천에 올 축구스타들

‘서울운동장은 오후 6시께 이미 초만원을 이루었고,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일천원권이 이천원, 삼천원으로 프리미엄이 붙은 입장권을 구하느라 동분서주. 로얄 박스에는 김종필 총리의 모습도 보였고 박 대통령의 영식 지만군이 급우 1명과 함께 나와 경기를 관람했으며…’(1972년 6월 3일. 동아일보). 펠레(산토스 소속)였다. 국민소득(GNP) 1천700달러의 한국에 펠레가 왔다. 머리카락까지 잘라 수출하던 가난한 나라에 온 그였다. ▶후반 24분, 차범근의 강슛이 골문을 갈랐다. 2분 뒤, 이회택이 단독 드리블로 추가 골을 얻었다. 역시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국민의 응원이 펠레 쪽이었다. 거칠게 펠레를 방어하던 김호와 이차만에게 야유가 쏟아졌다. ‘우리가 펠레 보러 왔지 너희 보러 왔냐.’ 주심 김영진씨도 곤욕을 치렀다. 한국 팀에 유리한 판정을 계속하다가 호된 비난을 받았다. 그렇게 펠레의 방한은 선수보다 국민을 더 흥분시켰다. 그도 그럴게, 세계적인 운동선수, 영화배우를 한국에서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던 시절이었다. ▶‘이승우의 한국 대표팀’이 칠레에서 맹활약 중이다. 사상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서 브라질을 꺾었다. 예선 2연승도 남자축구 사상 처음이다. 요 며칠 ‘-17 월드컵’은 국민이 가장 행복해하는 검색어다. 덩달아 상종가를 달리는 검색어가 ‘이승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속 이승우를 우리뿐 아니라 세계 축구계가 연일 띄우고 있다. 이것이 성인 월드컵과 다른 ‘-17 월드컵’만의 특징이다. 팀 성적보다는 기대 유망주에 대한 조명이 훨씬 크다. 그렇게 주목받으며 성장한 선수가 마라도나ㆍ메시(아르헨티나), 피구(터키), 오언(잉글랜드), 앙리(프랑스)다. ▶이런 예비 스타들이 2년 뒤 고스란히 수원과 인천에 옮겨온다.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한다. 제2의 마라도나, 제2의 메시가 수원시민과 인천시민 앞에서 뛴다. 제2의 피구, 제2의 앙리가 수원시내와 인천시내에서 쇼핑을 한다. 이들을 취재하는 세계 유수의 언론사 카메라가 수원과 인천을 생중계한다. 1972년 펠레 단 한 명에 흥분했던 대한민국. 45년이 흐른 2017년에는 펠레와 같은 세계적 스타 수십명이 찾아온다. 그 명성에 올라타 세계로 뻗어갈 시정(市政)은 준비되고 있는가.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인문학에 대한 이중잣대

삶의 가치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업과 사회단체, 자치단체 등에서 인문학 강좌가 늘어났고, 인문학 관련 베스트셀러도 많아졌다. 시대가 바쁘게 변할수록 인문학을 통해 근원과 균형을 찾고자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인문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는 이들을 위한 잔치가 26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인문학대중화운영위원회가 진행하는 ‘제10회 인문주간(Humanities Week)’ 행사다. 인문주간은 매년 10월 마지막 주에 시민들이 다양한 강연, 공연, 전시 등을 통해 인문학을 가까이서 접하고 즐길 기회를 만들어주는 행사다. 10년 차인 올해는 ‘인문학,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인문학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융복합의 근본도 되는 소중한 학문”이라며 “요즘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가 커지면서 실용교육이 강조되긴 하지만, 그럴수록 인문학을 소홀히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은 모든 것의 원천이 돼 스토리텔링과 혁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교육부의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다. 교육부는 최근 사회 변화와 사회 수요에 맞도록 기존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신설하는 등 구조개혁을 하는 대학에 2천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학과를 늘리는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교육부 방침에 대학들은 벌써부터 인문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기초학문은 대학 지성의 중심이자 학생 사고력의 바탕이 되는데 대학들이 지나치게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니 인문학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교육부가 인문학을 죽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학이 배제된 대학교육은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에서 암기위주의 교육방법을 탈피할 수 없게 돼 결과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 지금 사회는 인문학의 실용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했고, 다수의 기업들이 인문학을 통한 애플의 성공비결을 배우느라 애쓰고 있다. 인문학 열풍은 대학에서부터 불어야 맞다. 우린 대학에선 외면하고, 사회에선 ‘인문학적 스펙’을 쌓느라 열 올리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김훈과 양은냄비

가끔 본품보다는 사은품 때문에 물건을 사는 경우가 있다. 예쁜 디자인의 보온병 때문에 커피를 사고, 맘에 드는 고급진 스카프 때문에 월간지를 구독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CD 때문에 가방을 산다. 물론 마케팅에 넘어간 거지만, 원가 계산을 해 남는 장사라고 생각되면 저지르게 된다. 이번엔 작가 김훈의 라면냄비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김훈의 신작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출간하며 김훈의 얼굴이 새겨진 양은냄비와 김훈이 즐겨 먹는다는 라면을 예약 이벤트로 내놨는데 책 1천800부가 이틀 만에 동났다. 잘 나가는 작가의 책에 라면냄비 같은 사은품을 끼워주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문단과 출판계 일각에선 ‘김훈 정도면 글로 승부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식의 못마땅한 반응이 있었다. 독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책 팔려고 별짓 다한다’는 부정적 반응과, ‘재밌는 마케팅에 괜한 시비’라는 옹호의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최근 김훈의 라면냄비 출간 이벤트를 도서정가제 위반으로 판정했다. 정가(1만5천원)의 15%인 경제적 혜택 제공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신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도서 판매시 최대 10% 할인과 5% 적립금 제공이 가능하며 그 이상의 혜택은 불법이 됐다. 문학동네는 양은냄비 주문 제작에 1천800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함께 제공한 라면은 개당 554원을 주고 구매했다. 최소 2천354원의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간 것인데, 이는 ‘라면을 끓이며’의 5% 적립금인 750원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심의위는 양은냄비의 시중가를 개당 3천원으로 봤으니 그 금액은 더 늘어난다. 문학동네는 도서정가제 위반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1년여간 많은 위반 사례가 신고 접수돼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알면서도 외면했다는 게 맞을 거 같다. 대형 출판사들이 이런 행위로 적발된다 해서 실보다는 득이 크다. 도서정가제 위반으로 신고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벤트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면 그 이득은 100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그러다보니 편법으로 도서정가제를 어기고 있다. 책을 잘 안 읽는 풍토다. 책이 안 팔리니 ‘오죽하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무조건 나쁘다, 안된다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책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은 어느 선까지 허용돼야 하는 걸까. 연필이나 책갈피는 되고, 양은냄비는 안되는 정도?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도의회 양근서송낙영 의원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답게 되는 것, 그렇게 되도록 인도하는 것이 정치라 했다. 이른바 공자의 정치사상인 정명사상(正名思想)이다. 정명이란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이는 곳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음을 뜻한다. 정치인에게 주어지는 덕목은 많다. 으뜸이 덕이다. 도덕과 윤리, 필요한 학문, 인생경륜,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사람 등등 덕의 범주는 무한하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정치인도 많고 요구되는 덕목도 다양하다. 그 중 소신과 나눔의 실천은 절대적이다. 소신은 자신만의 정치철학이다. 물론 토대는 바른 가치, 공명정대함 등이 전제돼야 한다. 지난 15일, 경기도의회는 격전장을 방불케 했다. 정치권에서 촉발된 국정화교과서 갈등이 도의회 의사당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본회의장은 여야의원들간 몸싸움장으로 변모했다. 아수라장에도 도의원 2명의 행보는 돋보였다. △도시환경위 양근서 의원(새정치·안산6). 그가 대표발의한 조례가 이날 본회의를 무사히 넘겼다. 이른바 ‘경기도 일회용 병입수의 사용 제한 및 수돗물 음용 촉진 조례안’이다. 조례는 지난회기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쳐 부결됐다. 취지는 공감했으나 정작 찬성표를 얻지 못했다. 일회용 병입수(페트병) 사용에 익숙해진 탓 때문이다. 이면에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도 팽배했다. 공기관이 애써 권장 보급하는 수돗물의 현실을 보여준 단적 사례다. 양 의원은 그러나 옳음을 확신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공청회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또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이날 표결에서 찬성표가 쏟아졌다. 소신과 뚝심의 결과물이다. △교육위원회 소속 송낙영 의원(새정치ㆍ남양주3). 비슷한 시간, 파행정국 속에 의사장 앞마당에서는 헌혈캠페인 차량이 목격됐다. 도의회가 제정한 헌혈장려 조례를 기념한 행사 일환이다. 당연 의원 모두가 참여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참여자는 단 1명이 그쳤다. 파행 속에 그럴 겨를이 없었다는 핑계다. 관심이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해야 할, 또 나눔의 덕목을 앞서 실천하는 의로운 행보임에 틀림없다. 김동수 정치부 차장

[지지대] 만산홍엽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다. 말 그대로 온 산이 단풍이 들어 붉게 물들었다. 동네 앞뒤 산은 물론이고 멀리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이 울긋불긋하다. 주말에만 수도권에서 30만~40만 대의 차량이 빠져나간다고 하니 이곳에서만 대략 200만 명 가까운 인파가 이 가을이 선사하는 절세 풍광을 가슴속에 새기려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을이 주는 선물은 단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풍성함만은 아닌듯싶다. ▲단풍으로 유명한 산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우선 흔히들 생각하는 산이 설악산과 내장산이다. 설악산은 웅장한 바위와 어우러져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이 그야말로 하늘에서 오색의 물감을 뿌리듯 아름답기 그지없고, 내장산은 그 붉디붉은 단풍이 산을 끼고 흐르는 계곡마저 물들여 붉은 마음을 갖게 한다. 어디 이뿐인가? 바로 가까운 광교산과 청계산 단풍도 수백만에 가까운 등산객들의 단심(丹心)을 흔들기에 그리 부족함이 없고, 화성 융건릉내 활엽수림도 이 가을 연인이나 가족이 단풍비를 맞기에 적합하다. 아마도 모든 이가 홍엽에 빠져 볼만한 산을 하나 이상쯤은 기억하고 있을게다.▲금수강산(錦繡江山), 우리의 자연은 이 가을에 그렇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화답(和答)은 과연 어떨까?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얼마 전 오른 광교산 곳곳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고성방가에 방뇨까지 행해지면서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집 근처 수원과 용인 경계인 매미산도 보이지 않는 붉은 낙엽 속에서 버려진 술병과 먹다 남은 음식, 심지어 집에서 가져온 듯한 가재도구까지 정성스럽게(?) 감춰져 있었다. ▲부메랑 효과로, ‘준대로 받는다’는 법칙이 있다. 자연의 품이 아무리 넓고 깊다고 하지만 무작정, 무한대로 주지만은 않는다. 우리가 만산홍엽을 만끽하는 기쁨을 선사받으면서도 그에 대한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면 자연은 언젠가 인류를 버린다. 그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는 보전이니, 보호이니 하며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먼 곳에 있지 않다. 오늘, 혹은 내일이어도 좋다. 낙엽 속에 묻히고 싶어 산에 오른다면 한 번만이라도 이 가을, 낙엽의 선물에 붉은 마음을 담은 화답을 하고 오자.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2017 대선, 연정 협상

“대선에 연정을 던질 겁니다. 연정을 받는 쪽을 지지하겠다고 할 겁니다.” 연정 전도사 남경필 지사의 말이다. 여기서 대선은 ‘2017년’을 의미한다. 앞서 논설위원들이 그에게 던진 질문도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였다. 이에 대한 답은 ‘얼마 전 토크쇼에서도 밝혔습니다. 안 합니다’로 간단히 정리됐다. 그 뒤를 이어 나온 말이다. 각 대선 후보들에게 연정을 제안할 것이고, 이 제안을 받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궁금한 건 그가 말하는 대선 후보의 범위다.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확실치 않다. 새누리당 내부 후보만을 얘기할 수도, 다른 정당 후보까지 포함할 수도 있다. 얼핏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당내 후보다. 그렇치 않고, 다른 정당의 후보까지도 포함한다면-다시 말해 다른 정당 후보라도 연정을 받으면 지지하겠다라는 뜻으로 풀이한다면-파문은 커질 수 있었다. 정당정치에 포위된 우리 현실에서는 그만큼 상상키 어려운 발상이다. 일단 참석 논설위원들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국한된’ 것으로 이해하는 듯 보였다. ▶정치인에게 대선 후보라는 별칭은 최고의 몸값을 담보한다. 민선 경기도지사가 늘 그런 대우를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쉽사리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도정에 전념할 뿐이다’라는 말로 불씨를 살려가곤 했다. 손학규 도지사도, 김문수 도지사도 그랬다. 그에 비하면 남 지사의 불출마 발언은 다소 이채롭다. 생각보다 일찌감치 정리했다. “중요한 건 2017년은 아닙니다. 지금은 대권도전을 생각할 여력이 없고요.”(7월2일. TV조선 인터뷰 중에서) ▶그랬던 남 지사가 밝힌 ‘연정 대선 제안’ 발언이다. 물론 격식을 갖고 나온 말은 아니다. 15일 수원을 방문한 서울 지역 언론사 논설위원들을 맞는 자리에서의 던진 말이다. 하지만, 대화의 상대가 현직 논설ㆍ해설위원들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대(對)언론감을 갖고 있는 그다. 전혀 심중(心中)에 없는 말을 꺼냈다고 보기 어렵다. 어쩌면 2017년 어느 날부터 등장할 ‘대선-연정-남경필’이란 대선 화두를 한 박자 빨리 귀띔했는지도 모른다. ▶남 지사의 정치는 늘 ‘역발상의 정치’였다. 계파나 정파의 고정관념을 자주 넘나들었다. 이명박 정부 초기, ‘형님 권력’ 이상득 의원에게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그였다. 2010년 지방 선거에서 정당을 달리하는 염태영 수원시장 후보 출판 기념회에 축하 동영상을 보내 모두를 놀라게 한 것도 그였다. 어찌보면 그런 그가 연정을 매개로 모든 정파와 폭넓은 대선 협상에 나선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닐듯싶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감정노동자’ 경찰관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나타내야 하는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 한다. 은행원이나 승무원 같이 직접 고객을 대해야 하는 서비스ㆍ판매 종사자들이 거의 해당된다.앨리 러셀 혹실드 캘리포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가 1983년 ‘감정 노동(The Managed Heart)’이라는 책에서 처음 거론한 개념이다. 혹실드는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감정노동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누른 채, 자신의 직무에 맞게 정형화된 행위를 해야 하는 감정노동은 감정적 부조화를 초래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할 경우 좌절, 분노, 적대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게 되며, 심한 경우 정신질환 또는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치안 유지와 법 집행의 최일선에 선 경찰도 감정노동자도 분류된다. 정상적 국가에선 제복 입은 경찰은 그 자체로 법과 권위를 상징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선 민원인과 범죄자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감정노동자가 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은 한국의 주요 직업 730개 중 ‘화나게 하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만나는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나게 하는 사람을 상대하면서도 자기 감정을 억제하고 나타내선 안되는 대표적 감정노동자로 꼽히는 텔레마케터, 보건위생 및 환경검사원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지난달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관에게 “인터넷에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한 여대생이 찾아왔다. 증거 사진도 없고 진술도 오락가락해 수사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이런 사정을 설명하자 여대생은 욕을 하며 짜증을 냈다. 점심을 먹으러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그의 노트북엔 여대생이 마시던 커피가 부어져 있었다. 지난 3월 제주의 한 커피숍에선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얼굴을 수차례 주먹으로 가격해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고성과 반말, 욕설은 보통이고 심지어 폭력에 시달리는 경찰관의 수난이 도를 넘고 있다. 경찰관들은 강력범 대처나 징계ㆍ승진 스트레스보다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고통과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한다.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감정노동자가 된 경찰의 노고를 한번쯤 생각하는 날이 됐음 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아파트에서 돌 던지기

‘캣맘’(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 핫이슈였다. 지난 8일 용인의 18층짜리 한 아파트 화단 앞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여성이 누군가 던진 벽돌에 맞아 숨지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벽돌을 던진 이는 길고양이에 극도의 혐오증을 가진 사람의 소행이 아닐까 추정됐다. ‘용인 캣맘 사건’을 계기로 고양이 애호가를 두고 인터넷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길고양이를 동물보호 측면에서 돌봐야 한다는 이들과,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 보호해선 안된다는 이들로 나뉘어 시끄러웠다. ‘캣맘 엿 먹이는 방법’이 포털사이트를 도배하는 등 캣맘 혐오증도 대단했다. 사건 초기 단서를 찾지 못했던 경찰은 현상금을 내걸고 전단지를 뿌렸다. 범행에 쓰인 벽돌이 범인 몽타주를 대신했다. 경찰은 벽돌이 날아온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3차원 스캐너까지 동원했다. 또 아파트 입주민들의 DNA를 확보하는 등 범인 찾기에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 한 초등학생이 용의자로 밝혀졌다. 이 남학생은 친구들과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실험을 해보기 위해 ‘옥상에서 물체를 던지면 몇 초만에 떨어질까’를 놓고 놀이를 하던 중 벽돌 하나를 아래로 던졌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어쩌다 고양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논쟁이 뜨거웠지만 정작 심각한 건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뜨리는 물건으로 인한 피해다. 용인 사건처럼 고층 아파트에서 날벼락처럼 물건이 떨어져 주민이나 행인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차량 파손 같은 재물 피해는 물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고의라면 살인이나 살인미수로 볼 수 있는 중범죄임에도 범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달 15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도 초등학생 3명이 10층에서 주먹만 한 돌을 던져 지나가던 40대 여성이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이 여성은 이마 부위가 8㎝ 정도 찢어졌고, 당시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뇌의 충격이 컸다. 아파트에서 물건 던지기는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다. 장난으로 우유팩을 던지기도 하고, 뜨거운 컵라면을 던지기도 한다. 침을 뱉고 계란도 던진다. 고층에서 던지는 물건은 중력이 가해져 흉기나 다름없다. 3kg의 물풍선을 5층 아파트에서 떨어뜨리는 실험 결과, 차량 유리가 깨지고 보닛이 찌끄러졌다. 초등생들이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던지는 물건이 흉기가 되고 살인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인간과 기계의 협업

사람과 기계가 협업을 한다. 사람이 기계를 조작하고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해야 한단다. 지난 13일 경기도가 빅데이터에 대한 국제교류를 촉진하고 데이터 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마련한 2015 빅포럼에서 세계 3대 경영전략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토마스 데이븐포트(Thomas H. Davenport) 밥슨대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과 자동화가 고용에 미치는 위협’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스마트한 인간과 스마트한 기계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이 기계보다 잘 할 수 있는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과연 인간이 기계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모두 예상하듯 데이븐포트 교수는 “기계분석에 의한 의사결정의 자동화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들을 위해 인간의 능력을 강화(Augmentation)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정부와 교육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데이븐포트 교수는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에게 소득보전을 해주기보다는 기계들이 할 수 없는 일자리를 찾아 고용보장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며 “예술이나 감성적인 분야 등에서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빅데이터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에 대해 사람들이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선 6기 남경필 경기지사는 일자리가 넘치는 따뜻한 경기도를 만들겠다며 7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특히 남 지사는 내년 도지사 가용 예산 2천억원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한다. 재정적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물 흐르듯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데이븐포트 교수가 얘기한 ‘인간과 기계의 협업’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하는 일자리의 형태에 대한 구체적 예시다. 바로 지금이 스마트한 인간과 스마트한 기계가 어우러진 미래 사회의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지지대] 물 부족

농사짓는 부모 닮지 말라며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딸을 서울로 유학(?) 보내놓고는 행여 밥이라도 굶을까 염려한 어머니는 먼 친척 아주머니에게 나를 맡기셨다. 조용한데다 친절하고 음식 솜씨도 좋았지만 2년을 채 함께 살지 못하고 독립을 선언했다.서울 마포구 염리동 산 중턱, 소위 말하는 달동네에 자리한 조그마한 주택은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도 불편했지만, 걸핏하면 단수가 됐다. 그나마 미리 알려줘 급수차가 오면 물을 받아두었다가 쓰기도 했지만, 예고 없이 끊기면 난감하기 그지없었다.▶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이니 차라리 밥 물이 없어 밥은 굶을지언정 씻지 않고 학교에 간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겨울엔 연탄불 위에 올려진 커다란 솥에서 떠주시는 뜨거운 물 한 바가지에 찬물 서너 바가지를 받아썼는데, 물 배급받는 게 눈칫밥보다 더 싫었다. 그나마 고지대라 한창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에는 졸졸졸 흐르니 콸콸 쏟아지는 고향집 펌프 물을 그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높은 지대에 살면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물을 원 없이 사용하게 된 건 대학에 입학하면서다. 아버지를 졸라 결국 논 닷 마지기를 팔게 했고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연희동의 한 연립주택에 전세를 살면서였다. 물탱크에 저장된 물을 사용하니 단수가 돼도 하루 이틀은 끄떡없었다. 평지다 보니 물 나오는 소리도 시원했다. 이후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조차도 잊고 살았다. 물이 부족해 받아놓은 물에 그릇을 씻어 한두 번 헹구고 사용한 날도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채 설거지하는 습관마저 생겼다. ▶70~80년대 경험했던 단수를 대비해야 할 지경에 처했다. 올해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염려됐는데, 현실로 나타났다. 최악의 가뭄을 겪는 충남 서부지역에서는 지난주부터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안타깝게도 제한급수에 속이 타들어가는 건 소상공인들이다. 음식점, 세탁소, 다방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도내 저수율도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으니 제한급수가 비단 충청도만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옛말에 가뭄은 나라님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참에 물을 낭비하는 잘못된 습관이 있다면 고쳐볼 일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곽상욱 in 수원

2013년 1월 2일. 강원도 정선군청 시무식에서 낯선 모습이 목격됐다. 애국가도 아니고 군가(郡歌)도 아닌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그뿐만 아니다. 시 관계자들이 전에 없던 아리랑 홍보에 나섰다. 아리랑은 원래 강원도에서 생긴 소리라고 강조했다. 40여 년 전에 강원도 무형 문화재로 지정돼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됐다고 자랑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ㆍ폐회식에도 아리랑을 주제가로 쓰겠다고도 밝혔다. ▶이유가 있었다. 그 보름여 전,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리 전통 가요가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자 아리랑의 연고(緣故)를 만들려는 지자체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경남 밀양은 아리랑 파크 조성을 들고 나왔고, 경북 문경은 아리랑 박물관, 경북 영천은 대규모 경창 대회를 들고 나왔다. 전문가들이 ‘소모적인 경쟁’이라며 비판했다. 그래도 지자체의 전쟁은 계속됐다. 지방 자치가 나은 폐단 아닌 폐단을 여실히 보여준 예(例)였다. ▶지난 8일 오후 곽상욱 오산시장이 수원에 등장했다. 제52회 수원화성문화제 전야제가 열린 수원 연무대 무대였다. 각계 인사들이 보낸 축하 영상 순서였다. 정치인, 도지사, 외국 사절 등의 영상이 지나갔다. 그 속에서 곽 시장이 등장했다. “수원시민 여러분, 오산시장 곽상욱입니다. 수원화성문화제 개막을 축하드립니다.” 관객들도 이상했는지 여기저기서 ‘오산시장이네…’라며 술렁댔다. “우리 오산에도 독산성 문화제가 열립니다. 많이들 와주세요.” 곽 시장 인사의 마무리는 역시 오산시 실익 챙기기였다. ▶오산시청과 수원시청의 거리는 12.6㎞다. 승용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자전거 공식 소요시간이라야 47분이다. 이처럼 가까운 곳에 시장이 이웃 지자체를 찾아 인사말을 건넨 일이다. 하나도 이상해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시민들에겐 낯설었다. 작금의 시군 관계가 그렇다. 서로 자기네 문화 행사가 최고라고 고집한다. 때론 견제하고 때론 깎아내리기도 한다. 같은 정조대왕의 유업(遺業)을 두고도 서로 다른 행사를 개최한다. 수원화성문화제에 등장한 오산시장의 인사말이 이채롭게 보인 이유다. ▶며칠 전 경기 남부권 시장들이 모였다. 상생을 위해 서로 협조하기로 했다. 그 약속 중엔 문화행사 협조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오산시장이 수원화성문화제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지금부터라도 시군 간 문화행사가 협조될 것 같아 다행이다. 화성 행사를 찾는 염태영 시장, 수원 행사를 찾는 채인석 시장도 목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수원시립미술관 SIMA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은 세계 최고 수준의 근ㆍ현대 미술관이다. 영문 명칭의 머리글자를 따서 ‘MoMA(모마)’라고 부른다.MoMA는 10만 점이 넘는 회화ㆍ조각ㆍ사진ㆍ디자인ㆍ건축 등 방대한 분야의 소장품을 자랑한다. 고흐ㆍ모네ㆍ피카소ㆍ앤디 워홀 등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해 19세기 말부터 현대까지 미국과 유럽의 미술품을 폭넓게 소장하고 있다. 미술 작품뿐 아니라 만 편이 넘는 영화를 소장하고 있으며, 도서관엔 14만 권의 도서가 있다. 이곳에 두 번 갔었는데 교과서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명작들 앞에서 흥분했던 생각이 난다. 서울 한복판 덕수궁 돌담길 따라 정동길에 위치해 있는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은 줄여서 ‘SeMA(세마)’다. 하지만 SeMA로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SeMA가 서울시립미술관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곳은 유명 작품의 소장보다는 다양한 기획전과 교육ㆍ강좌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Suwon I’Park Museum Art)이 지난 8일 화성행궁 광장 옆에 개관됐다. 약칭 ‘SIMA(시마)’다.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9천661㎡ 규모의 현대식 건물에 전시실 5개, 전시홀 2개, 교육실 2개 등으로 꾸며졌다. 2012년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4천800㎡ 시유지에 기업이윤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미술관 건립을 협약하고 3년여 공사 끝에 완공해 수원시에 기부했다. SIMA는 개관 전까지 미술관 명칭 문제를 놓고 시끄러웠다. 수원지역 시민단체와 문화예술단체들은 공공미술관에 재벌기업의 아파트 브랜드 명칭 사용을 반대하며 미술관 이름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여론을 의식한 듯 미술관 외벽엔 아이파크(I’Park)란 이름을 살짝 감추고 SIMA란 간판을 붙였다. 미술관 명칭에 대한 아쉬움도 남고, 위치 선정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젠 SIMA가 화성행궁과 함께 수원의 대표 문화명소로 자리잡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지금 이곳에선 개관기념으로 수원미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한 작가들의 ‘수원 지금 우리들(NOW US SUWON)’전이 열리고 있다. SIMA 개관이 수원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내는 물론 세계 미술과 교류하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유엔 제5사무국 유치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지난해 10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 제2사무국에서 열린 ‘2014 UN과 한반도 평화 국제회의’에 참석, 유엔 제5사무국의 경기도 유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천명했다. 이 국제회의에는 유엔 제네바사무국의 미하엘 뮐러 사무국장 등 유엔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가해 발제와 토론을 했다. 김 부지사는 ‘아시아에서의 유엔 역할과 유엔사무국의 아시아 유치 필요성’ ‘유엔과 대한민국과의 관계’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면서도 신냉전체제의 정점에 있는 한국의 상반된 두 가지 모습’ 등을 발표하며 유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경기도는 당시 “이번 회의가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유엔 사무국 유치를 위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엔 사무국 유치는 남북화해와 동북아 화합, 인류평화 등 현재의 신냉전체제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스위스 제네바에 제2사무국, 오스트리아 빈에 제3사무국, 케냐 나이로비에 제4사무국을 두고 있다. 세계 인구의 64%인 45억 인구가 살고 있는 아시아권에는 아직 유엔 사무국이 없다. 경기도의 유엔 제5사무국 유치 제안 이후 고양시가 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9월 8일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위한 범시민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들어갔다. 시는 유엔 5사무국 유치를 위해 최근 추경예산 1억500만원을 편성한 데 이어, 사무국 부지로 제이디에스(JDS, 장항ㆍ대화ㆍ송포동) 지구를 지정했다. 이달 중 유엔 5사무국 유치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도 나설 방침이다. 최성 고양시장은 “세계평화를 지키는 유엔의 사무국이 아시아에 없다는 것은 문제이며,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에 유엔 5사무국 유치가 논의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지난 2일 열린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위한 한민족 평화통일 음악회’에선 “평화통일특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의 지리적 여건과 시민들의 바람대로 유엔 5사무국의 유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이나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버하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우리가 먼저 제안하고 경기도에 유엔 제5사무국이 설치된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kt wiz 저력 보여준 2015년

“올해 kt wiz의 드라마 같은 반등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고요”올해 프로야구 제10구단 kt wiz가 1군 무대를 밟으면서 크게는 경기도민, 작게는 수원시민들은 하나의 작은 행복을 선물 받았다. 수원에 연고지를 둔 응원할 야구단이 생겼기 때문이다.시작은 미미했다. 지난 3월22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다. KIA 타이거즈와 대결을 끝으로 모든 시범경기 일정을 마친 조범현 kt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계산이 서질 않는다”며 “리그의 질이나 떨어뜨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내비쳤다.우려는 현실이 됐다. 개막 11연패로 시즌을 시작하며 ‘승수 자판기’ 취급을 받았고, 3~4월 25경기에서 3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5월에도 7승 20패로 부진했다. 승률은 1할대에서 허덕였고, KBO리그 34년 역사상 처음으로 100패를 당한 구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심지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t의 외국인 선수 한도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한다.그러던 중 ‘괄목상대’라 할 정도의 반전이 일어났다. 6월 이후 승률은 0.457(43승49패)까지 올라갔다. 공격력을 갖춘 포수 장성우를 데려오고 외국인 거포 댄 블랙을 영입하는 등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둔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가 반등의 원동력이었다. 5월까지 2할 초반대로 리그 최하위를 달리던 타율은 6월 이후 3할에 육박하는 불꽃 타선으로 탈바꿈됐다. 기존의 틀을 뒤엎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kt는 올 시즌 신생 구단 최다승 타이기록(52승)을 세웠다. 그 결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5강을 노릴 수 있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경기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상반기에는 원정팀이 홈구장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두산을 비롯한 타구단 팬들이 홈팬보다 더 많이 찾았고, 이들의 조직적인 응원은 kt wiz 응원단을 주눅 들게 했다. 그러나 성적이 오르자 야구장을 찾은 홈팬들은 경기당 1천여명 가까이 늘어났고, 응원도 신이 났다. 2016년이 기대된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감기 조심하세요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한 내복약 선전문구가 떠오른다. D제약이 1968년 출시한 이 종합감기약은 어린시절 겨울나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다. 깜찍하게 머리에 물방울 무늬의 두건을 둘러쓴 왕눈이 인형 아가씨가 아리따운 목소리로 외쳐댔던 “감기조심하세요”는 여전히 귓전에 맴돌고 그 캐릭터는 시대가 변했음에도 아직도 상용되고 있다. ▲감기는 100여 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종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런 변종으로 코(비강)와 목(인두)에 염증이 생기는데 염증이 생기는 부위를 지칭해 상기도염이라고도 한다. 요즘 감기는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그래도 기온이 떨어지면서 실내외 온도차가 커지는 늦가을부터 겨울에 더 자주 발생한다. 이 시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초기에 감기를 빠르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10월 들어서면서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들의 독감예방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독감예방 접종은 정확치는 않지만 대략 1995~96년부터 권장됐던 것으로 어렴풋하게 기억된다. 당시 전 방송사마다 어르신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길게 줄을 서 주사를 맞는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올해도 정부는 무료독감 예방접종을 민간 의료기관까지 확대 시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독감무료 예방접종은 오는 11월15일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어 우려스럽다. 백신이 동이 나 제때 접종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더구나 민간으로까지 확대해 놨더니 주사비용이 1만5천원에서 3만원까지 천차만별이어서 어르신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물량이 제대로 확보됐는지, 민간확대 시 야기될 문제점은 없을지 등 사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감기조심하라며 무료접종을 적극 권장하면서도 정작 동일한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음에도 고치지 않는 것은 “감기, 방치하세요”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제라도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인형 아가씨의 낭랑한 목소리 같은 청량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김 주방·장셰프 Kim

Six times-Korean beef tartare-Yuk hwe(육회). Bear tang-Thick beef bone soup-Gom tang(곰탕). Knife cut noodle-Noodle soup-Kalguksu(칼국수). Potato soup-port on the bone soup with potatoes-Gamjatang(감자탕). Clear noodle pasta-Glass noodle with sauteed vegatables-Japche(잡채). 우리 음식 육회, 곰탕, 칼국수, 감자탕, 잡채를 표현하는 다양한 표현이다. 맨 앞이 엉터리 이름, 다음은 영어식 표현, 그다음은 로마자 표기다. ▶지금 육회를 Six times라고 엉터리로 표기한 식당은 없다. 그렇다고 Korean beef tartare라는 문법적 표현을 쓰지도 않는다. 2013년 10월 발표된 주요 한식명의 로마자 표기 및 번역(영ㆍ중ㆍ일) 표준안 덕이 크다. 200개 주요 한식의 이름을 이 표준안이 정리했다. 육회를 Yuk hwe라고 적고, 곰탕을 Gom tang이라 적는 너무도 당연한 표준안이다. 이렇게 당연한 표기법을 찾는데 반세기가 걸렸다. ▶이렇게 자리 잡은 음식 한글화가 요사이 엉뚱한 곳에서 망가지고 있다. 요리사 주방장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대신 셰프(chef)라는 영어 직함이 일반화됐다. chef에는 최고 또는 수석이란 의미가 있다. 프랑스어 chef decuisine에서 기원한 단어다. 넓은 의미의 요리사를 의미하는 cook과는 그런 면에서 차별화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 주로 양식 요리사를 표현할 때 썼다. ▶지금은 셰프가 요리사를 칭하는 일반 명사처럼 쓰인다. 언론에 등장하는 유명 요리사마다 셰프로 소개된다. 여기에 요리사들의 이름도 영어식 일색이다. 에드워드 권, 레이먼 킴, 샘 킴, 루이 강. 김소희 등 한글 이름을 고집하는 요리사들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최고라는 단어가 적정한지에 대한 객관적 검토는 없다.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셰프라 칭할 뿐이다. 그 배경엔 다분히 주방장이라는 우리 고유 단어와의 차별화 의도가 있다. ▶최고의 수원 갈비 가보정의 주방장, 40년 전통의 매향통닭 주인장, 억대 매출의 지동순대 골목 김 할머니. 대한민국 최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주인공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셰프라고 부르지 않고, 그들도 셰프라 불리길 원치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 그래서 가장 세계적인 음식은 이렇게 전통 비법으로 무장한 요리사와 주방장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주방장 또는 수석 요리사라고 하면 될 걸 왜 셰프라고 하나. 며칠 뒤면 한글날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좀비기업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불황이 빚어낸 신조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혼밥족은 혼자서 밥먹는 사람들의 줄임말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밥족이 늘었다. 혼밥족 중에서도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한끼를 해결한다면 편도족이다. 편의점 도시락 족(族)의 줄임말로 돈은 없고 바쁘고 혼자 있다보니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최근 깔세가 늘고있다. 보증금 없이 몇 달치 월세를 미리 내는 것을 가리킨다. 깔세 점포는 별도의 상호없이 눈물의 폐업처리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고 장사를 하다 사라지는 점포다. 20대 취업난을 반영하는 조어로는 인구론(인문계 구십%가 논다)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지여인(지방대 여자 인문대생) 등이 많이 쓰인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금융지원을 받아 계속 연명해 나가는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이 해당한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은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 좀비기업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났다. 경쟁력이 없어 저금리의 정책자금 지원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떼면 언제든 죽지만 경제에 미칠 충격 등을 생각해 정부가 차마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를 한계기업으로 정의해 분석했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은 2009년 2천698개(12.8%)에서 지난해 말 3천295개(15.2%)로 증가했다. 좀비기업이 느는 것은 경기가 좋지않다보니 상환능력이 떨어졌고, 그 가운데 일부 기업은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구조조정이나 혁신 등 성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안정돼 위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차입금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된 것도 원인이다. 대출에 의존에 근근이 연명하는 기업은 국가 경제에 큰 해악을 끼친다. 국제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좀비기업은 우리 경제를 뒤흔들 시한폭탄으로 바뀔 수 있다. 금융사에서 신용평가를 엄격히 하는 등 기업의 위험성을 철저히 파악, 회생가능성이 없는 곳은 구조조정을 하는 등의 선제적 관리를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미국의 최대 규모 세일 행사 기간이다. 정확히는 11월 네 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 금요일을 일컫는다. 미국의 기업들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이어지는 홀리데이 시즌에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 행사를 한다. 추수감사절 이후 세일 행사는 1920년대부터 있었다. 현재의 블랙 프라이데이가 자리 잡은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이 시기에 이뤄지는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Black(검다)라는 표현은 상점들이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를 기록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제조업체들이 직접 참여해 재고떨이에 나서 최고 90%까지 할인을 한다. 월마트, 아마존, 타깃, 메이시스, 베스트바이 등의 유통업체들도 참여해 절반 이하의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 텔레비전이나 노트북 같은 가전제품이 할인폭이 커 인기가 많다. 이 시즌이 되면 찜해뒀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매장 앞엔 전날 저녁부터 줄을 길게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업체들도 평소보다 이른 자정이나 새벽에 문을 연다. 개장하자마자 먼저 물건을 차지하려는 소비자들 간에 쟁탈전이 벌어져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도입했다. 지난 1일 시작해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해 전통시장, TV홈쇼핑, 온라인 쇼핑몰까지 2만7천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원조 블랙 프라이데이와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연말까지 진행되지만 우리는 2주간만 열린다. 미국은 제조업체 주도로 이뤄지는데 반해 우리는 정부가 주도하고 유통업체가 참여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미끼 상품만 크게 할인한다든지, 품목만 많고 할인율은 정기세일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 소비자들의 체감 할인율이 낮다. 정부가 투자와 수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소비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위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도입한 것은 이해되지만 제대로 정착 시키려면 과제가 많다. 행사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반짝 이벤트에 그치질 않길 바란다. 그래야 지속성을 갖고 내년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 몬트클레어 대성당에서 한 유명인의 장례식이 미국 본토의 관심 속에 엄숙히 진행됐다. 장례식에는 데릭 지터, 티노 마르티네즈, 호르헤 포사다, 앤디 페티트, 마리아노 리베라 등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뉴욕 양키스의 전ㆍ현직 레전드 선수들이 참석해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그 유명인은 다름 아닌 메이저리그(MLB)의 전설로 통하는 요기 베라(Yogi Berraㆍ향년 90세)였다. 요기 베라는 18년 동안 뉴욕 양키스에 몸을 담았으며 MVP를 3차례나 수상했다. 또 통산 2천150안타, 358홈런을 기록했고 팀의 월드시리즈 10회 우승도 이끌었다. 요기 베라는 1972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그의 등번호 8번은 뉴욕 양키스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요기 베라는 야구 선수로서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의 뛰어난 언변과 승부 근성으로 야구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1973년 뉴욕 메츠 감독 시절 지구 꼴찌를 달리던 요기 베라에게 한 기자가 이번 시즌은 끝난 건가요?라는 질문에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을 했고, 이후 기적적으로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이후 이 문구는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에서 포기하지 않는 인생의 대표적인 문구이자 명언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인용돼 왔다. 특히 9회 말까지 승리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잘 빗댄 말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비유해봐도 들어맞는 말이기 때문에 요기 베라의 이 말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깊은 감명을 준 전설의 문구로 남아 있다. 인생의 첫 번째 선택의 갈림길에 선 수험생들, 88만원 세대로 힘겨운 인생의 1막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힘들어하는 40~50대 가장들. 이 모든 이들에게 이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해주고 싶다. 인생은 길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요기 베라는 떠났지만, 그의 포기할 줄 모르는 인생에서의 승부 근성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새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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