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복면

오랜만에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사전적 의미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 전부 또는 일부를 헝겊 따위로 싸서 가림. 또는 그러는 데에 쓰는 수건이나 보자기와 같은 물건’이라고 명시돼 있다. 최근 모 방송국의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직 시간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모르는 필자의 5살 난 딸도 일요일, 이 방송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시간에는 귀신같이 엄마에게 “복면가왕 틀어줘”라고 말한다. 노래를 하는 출연진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로 만든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한다. ‘코스모스’, ‘니가 가라 하와이’, 기타 등등 캐릭터도 재미나다. 복면가왕을 보는 시청자들은 항상 의문점을 갖는다. “어 누구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또는 친구간ㆍ형제간ㆍ가족간에 내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난단다. 그래서 재밌다. 내가 복면을 쓴 출연진을 맞추면 그 재미는 배가된다. 또다른 종류의 복면이 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의 심장부에서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가 발생했다. IS의 소행으로 일단락 난 이번 테러에 가담한 테러범들은 모두 복면을 착용했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과 이념 등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얼굴을 가린 채 테러를 자행했다. 같은 복면을 착용했지만 위에 언급한 두가지 사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복면. 그리고 누군가에는 평생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슬픔을 준 복면. 얼굴을 가려 내가 누군인지 알 수 없도록 할 때는, 대다수가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다. 11월25일 일부 국회의원들이 평화적인 집회ㆍ시위에서는 복면을 쓸 수 있지만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나 시위’에서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복면을 착용하거나 소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집회 및 시위에 관관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복면 금지 등)’을 발의했다. 개정안 발의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으로 제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떳떳하다면 당당히 자신을 공개하는 성숙한 자세가 오히려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세종대왕 패혈증

‘主上不喜游田 然肌膚肥重 須當以時出遊節宣’(주상은 사냥을 좋아하지 않지만, 몸이 비중하지 않나. 마땅히 때때로 나와 놀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세종이 즉위한 1418년 10월. 상왕 태종이 아들 세종에게 한 충고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걱정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갖가지 질병이 세종을 괴롭혔다. 실록을 바탕으로 추정되는 병명만 수두룩하다. 당뇨, 풍질, 부종, 임질, 수전증…. ▶그런 세종의 직접적 사망 원인은 소갈증과 등창 합병증이다. 현대 의학은 이를 전형적인 패혈증으로 본다(강영민 著 ‘조선왕들의 생로병사’ 등). 공교롭게 아들 문종의 사인도 패혈증이다(김정선 著 ‘조선시대 왕들의 질병치료를 통해 본 의학의 변천’). 아버지 세종의 생활 습관을 그대로 따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들 문종이 같은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오늘날의 표현대로면 전형적인 가족력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패혈증에 좋은 음식으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든다. 과일과 야채 중에도 항염작용이 강한 것과 소화 효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을 권한다. 신선한 파인애플, 파파야, 모과, 유자 등이다. 호도 등의 견과류도 패혈증을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세종의 식생활은 철저하게 고기 위주였다. 오죽하면 태종이 ‘주상이 고기가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한다’는 걱정을 유언에서 했을 정도다. 패혈증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 식생활이다. ▶다른 견해도 있다. 세종은 지독한 책벌레였고, 일 중독자였다. 아버지에게 빼앗기지 않은 책 ‘구소수간(歐蘇手簡)’을 1,100번이나 읽었다는 기록도 있다(연려실기술). 왕이 되어서도 그랬다. 새벽 2~3시에 일어나 하루 20시간을 정사에 매달렸다. 재위 32년 대부분을 이렇게 보냈다. 세종의 병증(病症)을 과중한 업무와 지나친 스트레스로 해석하는 현대 학자들이 많은 이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운동을 많이 했다. 야당 시절에는 등산이 곧 투쟁이었다.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내 조깅도 유명하다. 운동을 싫어했던 세종대왕과 다르다. 그런데도 사인은 같은 패혈증이다. 물론 600여년의 차이가 있고, 54세와 88세라는 차이도 있다. 두 지도자의 사인을 패혈증이라는 하나의 화두로 엮어보려는 것은 억지다. 그럼에도, 함께 엮어 생각할 부분이 있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 이전에 가장 스트레스가 많았던 지도자들이라는 점이다. 종사(宗社) 스트레스 32년(세종대왕)과 야당(野黨) 스트레스 35년(김영삼)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YS 어록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월간지의 취재 요청을 수락했다. 기자가 물었다. “박정희 정권 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었죠?” YS는 격세지감을 느끼는 듯 의미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가 어디서 이런 착상을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YS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지금 생각해도 참 괜찮은 말인 거 같아. 그때 내가 생각해 봤지. 돼지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개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좀 이상하지? 또, 소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다 내가 비틀 수 없는 거잖아. 그래서 내가 비틀 수 있는 게 뭔가 곰곰이 생각해봤지. 그런데 딱 닭이 떠오른 거 아이가”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유머집 ‘YS는 못말려’의 한 대목이다. YS의 문민정부는 최고 통치자도 공개적인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시대였다. 당시 세간엔 ‘학실히(확실히)’ ‘씰데(쓸데)없는 소리’ ‘이대한(위대한) 국민 여러분’ 같은 말이 유행했다. YS는 특유의 발음과 말실수로 국민들에게 웃음을 줬지만 오래 기억될 어록을 많이 남겼다. 굴곡진 현대사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결정적 한마디’를 했다. 직설적이고 함축적이었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다. YS는 서슬퍼런 유신정권에 계속 쓴소리를 했고, 1979년 10월 4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에서 제명당하며 이 말을 남겼다. YS는 ‘올바른 길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의 ‘대도무문(大道無門)’도 자주 언급했다. 군사정권에서의 ‘저항 어록’도 유명하다. 19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 정치가 없다. 정치가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고 했다. 1983년 민주화 요구 단식투쟁을 하던 YS에게 전두환 정권이 출국을 권유할 땐 “나를 시체로 만들어 해외로 부치면 된다”고 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변절’이란 비판을 받을 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정면 돌파했다. 1995년 일본 정치인들 망언에는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쳐놓겠다”고 했다. 2003년 단식 중인 최병렬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선 “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그의 어록과 그와 관련된 유머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민주화의 주역이자 서민적인 대통령이었던 YS는 많은 국민에게 ‘학실히’ 기억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미혼부 ‘사랑이법’

사랑이(가명)는 재작년 7월에 태어났다. 사랑이의 부모는 결혼을 하지않았고 동거 중이었다. 엄마는 사랑이의 출생신고를 하지않은 채 집을 나갔다.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려했지만 불가능했다. 혼외 자녀의 출생신고는 생모가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사랑이 아빠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과 보육비 지원 등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강남역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혼인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는 엄마든 아빠든 상관없이 소정의 서류를 갖춰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법률상 혼인 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는 엄마만 할 수 있다. 미혼모가 자녀를 출생신고 할때 아이 생부를 알 수 없는 경우 아빠 이름없이 출생신고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반면 미혼부는 아이가 친자라 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아이의 생모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쓰지 않고는 자녀 출생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미혼부가 고아원에 아이를 맡긴 뒤 입양하는 편법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미혼부들도 자녀의 출생신고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사랑이법’이 마련됐고, 지난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미혼부가 생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유전자 검사서 등을 가정법원에 제출해 확인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고있는 저소득 부자가족은 4만8천892세대다. 이 중 아버지가 미성년자인 부자가족은 260세대다. 부자가족 중 미혼부만의 현황은 정확하진 않지만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혼부들은 상당수가 경제적 궁핍을 호소한다. 미혼부 중 차상위계층인 경우가 미혼모 중 차상위계층인 사례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미혼모의 경우 육아를 하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나름의 법적장치가 마련됐지만 남성은 육아휴직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미혼모 시설은 여러 곳 있지만 미혼부 시설은 없다. 여기에 ‘사랑이법’ 시행 이전엔 아이의 출생신고조차 못해 기본적인 국가 지원도 받기 힘들었다. ‘사랑이법’ 시행과 더불어 미혼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제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짜고치는 고스톱

제304회 정례회 기간중 열리는 2015년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오는 23일까지 14일간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 등 32개 기관을 상대로 11개 소관 상임위원회가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정치부로 전보된 이후 첫 행정사무감사다.사회부와 경제부 등 타부서에 있으면서 도 산하기관들에 대한 행감과 국회가 진행하는 국감 등의 취재를 경험했다. 공통적으로 느낀점이 있다면 어느 감사에나 눈에 보이는 ‘짜고치는 고스톱’이 있다는 것이다. 예산을 얻기 위해 피감 기관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감사자인 의원에게 흘린다. 피감기관은 외형적으로 질타를 받은듯 하지만 정작 그것을 지적한 의원들은 “예산을 빨리 확보하도록 하세요”라며 실제로는 피감기관의 예산 확보를 거드는 멘트를 날린다. 또 일부 기관은 앞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에 필요성을 의원들에게 주고 호된 질책을 받은 뒤 서둘러 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한다. 정말 도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이 예산 확보가 어려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의원과 피감자가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의기투합하는 것은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아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적당한 선에서 감사자와 피감자가 타협하는 경우가 있다. 이 정도는 그래도 양반이다. 아예 피감기관이 질문지를 의원들에게 만들어주고 그것을 ‘앵무새’ 마냥 그대로 낭독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짧은 기간에 도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겠으나 충분한 준비를 통해 그릇된 행정을 바로잡고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내실 있는 행감이 진행되길 바란다. 도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의원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피감기관의 맹목적 질타, 행감만 벗어나면 된다는 행정기관과 산하기관의 대안 없는 변명 등 도민을 우롱하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짜고치는 고스톱’이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만큼은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정치부차장

[지지대] 따뜻한 겨울

△겨울을 재촉하듯 며칠 새 세우(細雨)가 내리더니 어느새 거리의 가로수들도 낙엽 옷을 벗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삭풍이 한번 오고 가면 조만간 사람들의 코트 깃도 한층 올라갈 것이다. 올해도 여지없이 동빙한설(凍氷寒雪)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동자연지여(冬煮年之餘)라며 겨울의 의미를 달리 보기도 했다. 봄, 여름, 가을을 바쁘게 보낸 만큼 겨울은 휴식이자 나눔의 계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겨울은 살갗이 아릴 정도로 춥다. 더욱이 올해는 눈도 많이 내린다 한다. 분명 체온으로 느끼는 겨울은 모든 이를 움츠리게 만든다. 하지만, 겨울 가슴은 따뜻하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김장 담그기 행사가 분주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추위에 떨 이웃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가고 일각에서는 연탄이나 화목 등 땔감 준비가 한창이다. 이밖에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겨울나기 프로그램은 부지기수다. 봉사자들이 피부로 와 닿는 추위를 무릅쓰고 이런 애를 쓰는 것은 내가 아닌 우리 이웃과 함께 추위를 이겨보자는 따뜻한 가슴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아는 자원봉사자는 말한다. “봉사를 왜 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주저 없이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나누고 베푸는 것은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내가 갖지 못했던 따뜻한 가슴이 어느새 자리하고 있지요. 그런 기분을 한번 느끼면 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라고 한마디를 더 전한다.△겨울은 춥다. 더구나 올해처럼 경제사정이 녹록지 않은 해에는 몸도 마음도 모두 꽁꽁 얼어붙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 주변에서 소외받는 이웃은 더욱 음지로 내몰리고 만다. 그들은 그 누군가가 내미는 손을 말없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빙탄상애(氷炭相愛)라 했다. 얼음과 연탄이 어찌 서로를 만나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만 갖지 말고 이런 사자성어가 오랫동안 전해져 오고 있는 만큼 올겨울에는 그 예를 현실로 구현해 보자.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테러와 종교

첫째, 종교적 테러리즘은 정치적 기능보다는 현실 초월적 기능을 갖고 있다. 둘째, 종교적 테러리스트는 세속적인 테러리스트와 달리 광범위하게 정의된 모든 적들을 제거할 것을 추구한다. 셋째, 자신들의 종교집단 외에 어떤 다른 시민이나 다른 정치체제에 지지를 호소하지 않는다. 랜드 연구소-미국의 민간연구소로 미국의 국방ㆍ행정 분야의 대표적인 우파 두뇌집단이며 ‘싱크탱크(think tank)’라 불린 첫 단체-소장 호프먼이 정의한 종교적 테러리즘의 핵심적 성격이다. ▶데이비드 라포포트도 대표적 종교 테러조직 3개의 특성을 분석했다. 유대 광신도는 로마의 지배에 대항해 일반적인 유대인들의 반란을 선동하려 했다. 메시아적 구원과 정치적 테러리즘의 결합이었다. 이슬람 암살단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정치적 테러를 활용한 최초의 집단이다. 성스러운 자살을 통해 십자군 국왕을 단검으로 살해하는 방법을 택했다. 힌두교 암살단은 이방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 대상을 삼았다. 애초부터 정치적 행동과는 무관한 테러조직이었다. ▶미국의 대학교재에 이런 서술이 있다. ‘알라신의 이름으로 피의 강이 넘치고 계속 흐를 것이다. 왜냐하면 광신도들은 어떤 성과에 대해서도 결코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종교적 폭력을 정의한 표현이다. 테러리즘이 아니라 광신주의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랜드연구소의 통계 분석에 기반해 라포포트가 내린 결론에도 부합한다. ‘동시대 테러를 정당화하는 원리가 종교라면, 그 결과는 더욱더 치명적이다.’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의 지령자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가 지목됐다. 벨기에 출신의 그는 올 초 IS 홍보 잡지 ‘다비크’에서 “십자군(기독교)을 테러하기 위해 신의 선택으로 벨기에인 동료 2명과 함께 유럽(벨기에)에 갔다”며 테러를 예고했다. 잡지에는 총을 든 군복 차림의 그의 모습도 있다.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의 지휘자라고 보기엔 너무도 평화롭기까지 하다. 라포포트가 예고한 이슬람 종교 테러의 목적을 그는 여전히 말하고 있다. ▶‘파괴할 것인가 또는 설득할 것인가.’ 랜드 연구소의 분석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쾌히 내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는 테러 이틀 만에 전투기 12대를 동원해 시리아 라카를 폭격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연합군이 동참했다. 이슬람 테러의 본산에 대한 기독교 국가 중심의 보복이다. 과연 파괴가 옳은가. 아니면 설득이 옳은가. ★참고문헌: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찰스 타운센드 지음)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Pray For Paris

프랑스 국기는 파란색ㆍ흰색ㆍ빨간색으로 된 삼색기(La Tricoloreㆍ라 트리콜로레)다. 파란색은 자유, 흰색은 평등, 빨간색은 박애를 상징한다. 요 며칠 인터넷과 SNS는 프랑스 국기로 도배됐다. 11월 13일 금요일 밤 파리에서 벌어진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무차별적인 연쇄 테러로 15일 밤 10시 현재(현지시간) 132명이 사망했고, 부상자가 349명이나 된다. 프랑스로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테러다. 12명의 사망자를 낸 1월 7일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10개월 만에 또 테러가 일어나 프랑스는 지금 불안과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은 조명을 껐지만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독일의 브란덴부르크 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뉴욕 워싱턴스퀘어파크의 개선문 등 세계의 주요 상징물들은 프랑스 삼색기의 불을 밝히며 자유ㆍ평등ㆍ박애 정신을 이어나갔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Pray For Paris(파리를 위해 기도하자)’ 등 해시태그를 통해 희생자를 애도했고,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프랑스 국기를 배경으로 자기만의 사진을 덧입힌 프로필 사진으로 애도를 표현했다. 파리 공화국 광장 조각상 주위엔 초와 꽃다발, 추모의 글이 가득하고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테러 이후 우린 더 강해질 것이다. 공포는 없다’ ‘흔들릴지언정 침몰하지 않는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14일 파리 11지구의 바타클랑 극장 앞에선 한 음악가가 ‘이매진(imagine)’을 연주했다. 이 곡은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이 1971년 베트남 전쟁 당시 세계 평화를 기원하면서 만든 노래다. 파리 시민들은 위기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테러 직후 시민들은 SNS를 통해 테러 생존자와 관광객에게 대피처를 제공하는 운동을 벌였다. 인터넷에 ‘열린 문(PorteOuverte)’이라는 메시지를 올리고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숙소를 제공했다. 일부 택시는 테러 지역으로 가 무료로 시민을 수송했다. 테러 부상자들이 실려간 병원엔 헌혈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을 응원하며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부상장병 예우

릭 클레먼트는 5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다리를 잃은 35세 영국 상이군인이다.17세에 육군에 입대해 중사까지 진급했던 그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6개월만인 지난 2010년 5월, 도보정찰 중 도로에 매설된 지뢰를 밟아 두 다리와 왼쪽 팔꿈치에 큰 부상을 입었다. 클레먼트는 긴급히 헬리콥터로 이송되던 중 2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의사들은 부상 정도가 심해 의족 사용도 어려울 것이라 했다. 클레먼트는 포기하지 않았고, 정부 보상금 57만5천파운드(약 10억원)와 특별재활센터의 도움으로 5만파운드(약 8천700만원) 상당의 맞춤형 특수 의족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재활에 힘써 지난 8일 영국군 전사자를 기리는 ‘전사자 추모일(Remembrance Day)’ 행사에 참여해 몇 발자국을 내딛었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영국 국민은 그에게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사고로 부상을 당한 곽모(30) 중사의 진료비 문제가 논란이 됐다. 민간병원 치료비 일부를 곽 중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포털과 SNS엔 “누가 이런 나라에 목숨을 바칠까”라는 비판이 거셌다. 곽 중사는 작년 6월 비무장지대에서 작전 수행 중 원인 미상의 지뢰에 의해 폭발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지난해에만 4차례 수술을 받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민간병원에서 119일 동안 치료를 받았고, 앞으로도 추가 수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곽 중사와 가족들은 치료비 1천750만원 중 750만원을 부담했고, 이 과정에서 빚까지 얻었다. 군인연금법상 민간병원 요양비를 최대 30일까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북한군의 지뢰 도발에 부상을 당한 장병들은 이후 군인연금법 시행령이 개정돼 정부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준다. 곽 중사는 소급적용이 안돼 치료비 지원이 어렵다해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네티즌들은 “부상 병사에 대한 지원도 골라서 해주는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며 비아냥댔다. 지뢰사고를 당한 이후 정부 지원에 있어 영국군과 한국군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런 정부를 믿고 누가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할까 싶다. 군 복무중 다친 장병의 치료비는 당연히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도리이자 책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택배 수난시대

클릭 한번으로 생필품부터 고가의 제품까지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 같은 택배문화는 이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각 가정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 택배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수령인이 있지 않으면 배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돈이 없는 20ㆍ30대 백수나 명퇴자 등을 설정해 돈을 내야하는 상황이 되면 ‘집에 택배 받으러 가야한다’고 풍자, 씁쓸한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령인이 집에 없을 때면 경비원이 대신 받아주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제는 당연히 경비원이 이를 처리하고 있다. 물론 택배 수령은 경비원의 고유업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히 명절 때는 경비실이 택배로 가득차 발디딜 틈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대신 택배물건을 받았는데, 잠깐 순찰을 나갔다 온 사이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경우 등 경비원의 수난은 이어지고 있다. 택배와 관련한 각종 문제로 입주민과 경비원의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께 시흥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대표와 언쟁을 벌이던 경비원이 흉기를 휘둘러 입주자 대표가 숨졌다. 경비원은 경비실로 배송된 택배를 주민들이 새벽 시간대에 찾아가는 문제를 놓고 입주자 대표에게 애로사항을 얘기하던 중 입주자 대표가 “그럴 거면 사표를 써라”고 한 말에 격분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찔러 살해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물건을 가져가라는 경비원의 전화에 화가 난 30대 입주민이 60대 경비원의 목을 조르고 발길질까지 한 사건도 발생했다. 택배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자 아이디어 상품으로 현관문에 설치할 수 있는 무인택배함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특정회사는 익일배송을 내세운 ‘로켓배송’이라는 서비스를 시도해 고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한국전력 배구단 이전 안된다

최근 수원시 연고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 빅스톰의 연고지를 광주광역시로 옮겨달라는 광주지역 정계ㆍ체육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들의 논리는 지난해 한국전력 본사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이전함에 따라 당연히 배구단도 광주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2014년 말부터 나돌기 시작한 한국전력 배구단 이전설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여자팀 한국도로공사가 성남에서 본사가 이전한 김천시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본격화 되고 있다.▶이에 한국전력은 광주시로의 이전에 대한 검토를 고려한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배구단의 광주시 이전은 단순한 연고권 이전이 이나라, 경기장과 전용 훈련장 확보, 선수단 숙소 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에는 충분한 준비를 통해 실행에 옮긴 반면, 광주시는 9천석이 넘어 배구장으로는 부적절한 염주체육관을 제외하곤 인프라가 전혀 구축이 돼 있지 않다. 특히, 프로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흥행성을 장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타 팀들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려 있어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선수들의 피로감은 성적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그럼에도 이전 논란이 이어지자 현 연고지인 수원시의 염태영 시장이 지난 8일 한국전력의 홈 경기가 열린 수원체육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전력은 지난 2008년부터 성적이 나쁠 때나, 좋을 때나 수원 팬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왔다”면서 “내년 4월 연고 계약이 만료돼도 재계약을 통해 함께 하겠다. 프로팀이 정치나 외부의 영향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연고지 이전 논란을 중단해 줄 것을 경고했다.▶광주시가 주장하는 본사 소재지로의 배구단 이전은 그동안 본사와 관련없이 연고지 정착을 하고 있는 타 구단과 비교해볼 때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한국전력 배구단의 연고지인 수원시에는 1천명 가까운 직원이 근무하는 수도권 남부지역본부가 소재해 있다. 연고지 이전 문제는 결정권자인 CEO에 달려있지만, 지난 8년간 배구단에 보여준 수원 팬들의 사랑과 신의를 저버리고 정치 논리에 스포츠가 희생되는 결정은 없어야 한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용인시장, 광개토시장?

-지난 추석연휴를 맞아 수원 광교산을 찾았다…산 정상 시루봉(해발 582m)에는 광교산의 유래가 수원성곽 모양의 석물에 상세하게 안내돼 있어 유익하다고 느꼈는데, 뜻밖에도 한쪽 옆에 새로이 설치된 듯한 수원시의 행정구역 관내도가 있었다. 광교산은 수원시를 비롯해 용인시 등에 두루 걸쳐 있어 주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등산로인데 수원시의 행정구역 관내도를 해발 582m의 등산로 정상에 설치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2002년 9월 24일자 모 언론에 실린 독자 최모씨의 투고다. ▶광교산은 수원 용인 의왕을 품고 있다. 수려한 경관과 맑은 계곡물이 압권이다. 도심과 가깝다 보니 찾는 등산객들도 많다. ㎢당 등산객이 591명에 달한다.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북한산(175명/㎢)보다 3.4배나 많다. 그 정상 582m에 시루봉이 있다. 수원시민, 용인시민, 의왕시민이 함께 만나는 곳이다. 2002년 그 정상 부근에 수원 행정구역 관내도가 세워졌다. 도심을 탈출해 온 등산객들에 나타난 또 다른 도심 흔적이었다. 투고를 한 독자의 눈에 어지간히 밝혔던 모양이다. 지금은 없다. ▶그 정상에 이번에는 용인시가 깃발(?)을 꽂았다. 지난 7월 등산로 정비 사업이 이뤄졌다. 낙석 위험이 상존했던 수리봉(565m) 주변이 깔끔히 정비됐다. 경사가 급했던 주변 등산로도 목재 계단으로 다듬어졌다. 이때 시루봉에서도 공사가 이뤄졌다. 목재 데크를 깔아 바닥 훼손을 방지했다. 흙이 패여 나가고 바위가 닳아가던 정상이 아름답게 정비됐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용인시의 상징마크가 2개나 등장했다. ‘사람들의 용인, 용인시’. ▶‘시루봉이 용인이었어?’ 적지 않은 등산객들이 말한다. 주로 수원 쪽 등산객들이다. 이들에게 광교산은 수원의 상징이었고, 시루봉은 그 광교산의 상징이었다. 수년 또는 수십년간 그렇게 알고 지냈다. 그들 앞에 갑자기 ‘사람들의 용인, 용인시’가 나타난 것이다. 시루봉의 행정구역은 용인시다. 어찌 보면 용인시에게 시루봉은 수십년간 잃어버렸던 영토(?)였을 수 있다. 그 영토를 회복하는 효과로 이번 푯말 설치만한 작업도 없을 것이다. ▶다만, 등산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별개다. 13년 전 그 독자였다면 뭐라고 했을까. 혹시 ‘582m 정상에 행정구역 표시가 꼭 필요합니까’라고 쓰지 않았을까. 용인시는 지금 영토 전쟁 중이다. 정수장 문제로 평택과 싸우고, 광교 개발금 문제로 수원과 힘겨루더니 급기야 시루봉 꼭대기까지 밀고 올라갔다. 그 중심에 정찬민 시장이 있을 텐데…. 이러다가 ‘광개토시장’이라 불리는 건 아닐지.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선감학원의 진실

1942년 5월, 일제는 안산시 선감도에 선감학원이라는 감화원을 세웠다. 이 시설은 8~18세의 부랑 소년들이나 불량 행위 우려가 있는 고아들을 격리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고아라는 이유로 끌려온 500여명의 아이들은 군수물자 제작에 동원됐고 굶주림과 체벌ㆍ고문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숨진 소년들은 학원 근처 야산에 암매장됐다. ‘어린이근로정신봉사대’로 불렸던 선감학원 원생들의 이야기다. 이 비극은 2000년 일본인 이하라 히로미쓰(井原宏光)씨에 의해 알려졌다. 이하라씨는 선감도에서 보낸 2년을 바탕으로 ‘아! 선감도’라는 소설을 통해 선감학원의 실체를 알렸다. 일제가 패망하고 1946년 2월 선감학원 관리는 경기도로 이관됐다. 일제강점기가 끝났지만, 1982년 경기도가 선감학원을 완전 폐쇄할 때까지 인권유린은 끝나지 않았다. 이곳에 수용됐었다는 증인들이 선감학원의 비극을 잇따라 폭로했다. 선감학원 출신들에 따르면 1960~70년대 거리를 떠돌던 아이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범법자 취급을 받으며 바다를 메워 염전을 만드는 등 강제노역에 동원됐다.노역과 폭력,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다 조류에 휩쓸려 숨진 아이들이 상당수였고, 일부는 상급생들의 성폭력에도 시달렸다. 선감학원은 국립 고아원이긴 했지만 부모나 보호자가 있는 아이도 많았다. 부랑아들이 사회불안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구두닦이나 신문팔이 등이 주요 타깃이 돼 끌려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대부도 옆, 3.7㎢에 불과한 조그만 섬 선감도는 1988년 5월 방조제가 생기며 육지와 연결됐다. 이후 선감학원 자리엔 경기창작센터가 세워졌다. 그동안 선감학원의 청소년 학대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선감학원 출신들 역시 부끄러운 과거로 여기며 수십 년 동안 함구해왔다.숨겨져있던 선감학원에 대한 진실은 ‘선감학원 원생 출신 생존자회’가 구성되면서 드러나게 됐다. 이제 60대가 된 생존자들이 다시 있어선 안될 인권유린의 현장, 선감학원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감하게 나선 것이다. 남경필 지사가 지난 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선감학원 관련 진상조사가 필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늦었지만 베일에 가려진 선감학원의 진실이 밝혀지리라 기대한다. 경기도의 책임있는 조사와 함께 그에 따른 사과ㆍ보상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수능 대박’ 선물

12일 치러지는 201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을 위한 합격 기원 선물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수능 특수를 잡기 위해 ‘수능대박’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가엔 찹쌀떡과 엿, 초콜릿 등 전통적인 응원 선물의 인기도 여전하지만 올해는 소원 팔찌와 걱정 인형, 이태리타월 등 이색 아이디어 상품들이 등장했다. 특히 손목에 차고 다니다가 저절로 끊어지거나 풀어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원 팔찌’의 인기가 높다. 마야 인디언들이 작은 인형에 걱정을 말한 뒤, 베개 아래에 넣고 자면 걱정을 갖고 간다고 하는 ‘걱정 인형’도 사랑을 받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그물과 깃털, 구슬 등으로 장식한 작은 고리 형태로, 갖고 있으면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는 ‘드림캐처’ 팔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웹 예능 ‘신서유기’에 나와서 화제가 된 ‘드래곤볼 7성구 구슬’과 지니고 다니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위시본 목걸이’도 많이 팔린다. ‘수능 대박’ 등 합격을 기원하는 부적 이미지를 새긴 보조 배터리와 ‘잘 찍자’는 의미를 담은 도끼 모양의 볼펜, ‘팍팍 밀어준다’는 뜻을 지닌 이태리타월 등도 아이디어 상품이다. 최근엔 수험생이 꿈꾸던 대학의 로고가 있는 특별한 선물도 인기다. 서울대 독서등,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의 이미지로 표지를 장식한 ‘SKY 노트’ 등 해당 대학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거나 대학 로고가 새겨진 고득점 기원 학습용품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대학생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하버드ㆍ예일ㆍ컬럼비아대 후드티셔츠를 선물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제품 이름과 포장에도 수능 선물에 어울리는 아이디어들이 총동원됐다. 떡 전문점 빚은은 ‘정답의 신’, ‘백발백중’ 등의 이름을 단 ‘떡하니 합격’ 수능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파리바게뜨는 카스타드 찹쌀떡 등을 수험생 기호에 맞춘 제품 포장에 암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그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 등 네 가지 합격 기원 그림 메시지를 담았다. 수능시험은 단 한차례의 시험으로 몇 년간에 걸친 수험생활의 모든 것을 평가받게 돼 수험생들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저런 수능 선물도 좋지만 부담감을 덜고 최대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가 최고의 선물이지 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미술관장 없는 ‘SIMA’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 시작했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SIMA)이 지난달 8일 화려하게 공식 개관했다.염태영 시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시립미술관이 드디어 수원에도 생긴 것이다. 명칭을 놓고 워낙 말도 많았던 미술관이지만 일단 개관한 뒤 지역작가들 중심의 개관전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미술관은 개관했지만, 미술관 지휘자격인 관장 자리는 공석이다. 물론 전시감독 등 실무자들이 있어 개관전과 후속 전시 등이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지만, 미술관이 생겼는데 관장이 없다는 것에 대해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아니나 다를까 관장 공석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특정인이 이미 내정됐는데 그 사람 사정에 맞춰 공모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정치적 이용 목적으로 일찍 개관하다 보니 관장이 없는 것 아니냐?, 현대산업개발 개입설? 등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다. 시는 미술관 직제를 마련하지 못해 관장 공모는 조례 제정 뒤 해야한다고 밝혔다. 조례를 제정하려면 수개월의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관장 공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이 어제오늘 확정된 것은 아니다. 수년 동안 진행된 300억원의 시 핵심사업 중의 하나다. 그런데 미술관장 자리에 대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제주 등 일부 지역 뮤지엄들이 관장 없이 개관했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바람직한 조직 운영은 아니다. 물론 관장이 없다고 미술관이 멈춰서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술관 운영과 전시, 소장품 확보 등 큰 그림을 그릴 미술분야 전문가 관장이 존재해야 미술관을 대표할 것 아닌가. 당장 내년 예산 등에 미술관에 필요한 예산 확보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혹시 뒤늦게 올 미술관장은 자기가 주문하지 않은 밥상 앞에서 반찬이 없다며 반찬 투정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해법은 하나. 하루빨리 관장을 선임하는 것뿐이다. 그래야 주변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제대로된 미술관을 운영할 수 있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더 담그고 나눠 먹는 김장

날씨가 추워지면 주부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겨울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가 김장이다. 그런데 그 김장이라는 게 금방 되는 게 아니다. 우선은 좋은 마늘을 구해야 하고 마늘 까는 데만 몇 날이 걸린다. 고추며 생강, 젓갈 같은 재료를 준비하고 소금에 배추를 절이면 준비는 끝난다. 하지만, 임박해 준비해야 하는 파와 갓, 생굴까지 갖추고 김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쌈용 돼지고기까지 준비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김장하기가 시작된다.▶내 고향 연천군 동막리의 김장철 모습은 아직도 잔칫날을 연상시킨다. 집집이 김장하는 날이 정해지면 여자들은 김장 담그기 전날 무 채와 깍두기용 무를 썰어 주는 것부터 품앗이를 시작한다. 도시로 나간 자식의 김장까지 해야 하니 적게는 100포기에서 많은 집은 300포기에 달해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절인 배추는 산더미 같아도 동네 여자들이 모두 달려드니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난다. 김장 인심도 넉넉해 남은 재료와 배추를 버무린 겉절이를 나누어 먹고, 혼자 사는 경우엔 일 도운 몫으로 얻은 김치로 겨울을 날 수도 있다.▶발효 식품인 김치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젖산균이 정장작용을 해 소화를 돕는다. 특히 김장 김치는 채소가 부족한 겨울철에 비타민의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요사이 겨울철에도 채소나 과일이 풍부해 비타민 걱정이 없는데다 식생활의 변화로 김치 소비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담근 김장김치를 냉장고에 가득 채웠을 때의 뿌듯함은 여전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일 기준 4인 가족의 김장 비용은 21만278원으로 평년(2010∼2014년)보다 2만4천358원 저렴하다. 소금 등이 예년과 비교해 올랐지만, 배추와 무는 작황이 좋아 가격이 대폭 내렸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김장 채소에 대한 소비촉진을 위해 ‘더 담그고 나눠 먹는 김장’ 캠페인을 벌인다. 농촌마을처럼 넘치는 인심은 아니어도 몇 포기라도 더 담가 배추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고 이웃도 보듬는 미덕을 발휘해 보자. 미리 예약하면 배추도 절여주고 가격까지 깎아준다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역대 용인시장 - 묘지의 저주?

「…진천 아들과 용인 아들 사이에 아버지의 혼백을 서로 모시겠다고 분쟁이 일어났다. 명관으로 이름난 진천 군수에게 송사를 하게 되었다. “살아서는 어디서 살았느냐”고 군수가 묻자 아들들이 “진천서 살았습니다”고 했다. 그러자 군수는 “그럼 생거진천했으니 사거용인해라…」. 용인군지에 전해내려오는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의 유래다. 전설만은 아니다. 예부터도 용인은 ‘명당’ 자리가 많은 곳으로 정평 있다. ▶1997년 10월 8일. 국감장에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가족묘지 논란이 불거졌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이 ‘묘지가 법정 면적을 초과했다’며 공격했고, 국민회의 조찬형 의원이 ‘여기가 묘지 감사장이냐’고 맞받았다. 1995년을 전후해 조성한 김 총재의 부모 등 가족 묘지 3기를 두고 벌인 논쟁이었다. 김 총재는 두어 달 뒤 선거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다. 용인시(시장 윤병희)가 이 문제에 과감히(?) 나섰다. 이틀 뒤인 10월 10일, 김대중 총재의 장남 홍업씨를 산림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이듬해 7월 8일 윤병희 용인시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건설업자에게 돈을 받은 혐의였다. 수사를 한 곳은 관할 수원지검이 아니라 서울지검 특수부였다. 수사도 강도 높게 이어져 뇌물 액수는 처음 5천만원에서 2억원까지 늘어났다. 법원도 징역 6년에 추징금 2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그즈음 지역 정가에서는 ‘괘씸죄’라는 말과 ‘묘지의 저주’라는 말이 떠돌았다. ▶그 후 용인시장에 오른 이들이 모두 사법처리됐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2대 시장이 징역 3년(뇌물수수), 3대 시장이 징역 1년(뇌물수수), 4대 시장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인사비리)으로 처벌됐다. 그리고 엊그제 5대 시장(2010~2014)마저 본인의 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구속됐다. 민선 20년 동안의 전임 시장 전원이 사법처리되는 참담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개발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용인 시장 잔혹사’를 설명하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개발붐이 일었던 지역은 도내 다른 곳에도 수두룩하다. 또 4대 시장의 혐의는 개발비리와 무관한 인사비리였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묘지의 저주’다. ▶‘○○의 저주’처럼 비과학적이고 부질없는 말도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3대 저주가 있었다. 그 중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는 2004년 풀렸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블랙삭스의 저주’는 2005년 풀렸다. 마지막 남은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도 언젠가 풀릴 게 틀림없다. ‘○○의 저주’란 원래 언젠가 풀릴 것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말장난이다. 사거용인(死居龍仁)의 명당 용인, 그 천혜의 명소에서 이어지는 ‘묘지의 저주’도 이젠 끝날 때가 됐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웃픈 신어(新語)

올 한해도 새로 생겨난 신어(新語)가 많다. ‘언어는 하나의 사회적 사실’이라는 언어학자 알베르 도자의 말처럼, 신어는 그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헬조선, 흙수저, 노오력, 편도족, 문송, 낄끼빠빠, 복세편살, 백금 세대…. 최근 TV나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신어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말이라는데 ‘도대체…’라는 생각이 든다. SNS나 인터넷과 가깝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헬조선’은 올해 최고 유행한 신어다. 취업난과 경제 불황 등으로 살기 힘든 한국을 ‘지옥(Hell)’에 빗대 ‘헬조선’이다. ‘흙수저’란 말도 자주 쓰였다. 서민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를 뜻한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힘입어 대학 입시와 취업을 쉽게 하는 부잣집 아이를 일컫는 ‘금수저’에 빗댄 것이다. 후천적 노력으론 신분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깔려있다. 청년실업과 관련된, 특히 인문계 대학생의 취업난을 보여주는 신어도 많다.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지여인’(지방대 여자 인문대생), ‘공바라기’(공대생이 되고 싶은 인문계생), ‘취업 깡패’(문과와 달리 기업이 선호하는 이공계 전공자)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 졸업후 장기간 취업을 못한 ‘청년 백수’ 관련도 적잖다. ‘화석 선배’(취업이 안돼 학교를 오래 다니는 고학번 선배), ‘장미족’(졸업후 장기 미취업자), ‘NG족’(No Graduationㆍ졸업을 계속 미루는 대학생), ‘대오족’(대학 5학년생) 등이다. 스펙을 많이 쌓아 만리장성처럼 됐다는 ‘만리장스펙’도 있다. ‘노오력’은 노력만 강조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사회를 풍자한다. 결혼을 미루거나 안하는 비혼이 증가하면서 1인 가구도 늘어 이와 관련된 신어도 나왔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편도족’, 혼자 밥 먹는 ‘혼밥’, 혼자 술 마시는 ‘혼술’ 등이 그렇다. 언어 유희로 현실을 도피해 보려는 것일까. 별 의미 없이 말을 축약하는 행태의 신어도 많다. 낄끼빠빠(낄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하다), 번달번줌?(번호 달라면 번호 줌?) 등등. 신어에 대해 말의 어휘를 풍부하게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올해는 청년층의 불안ㆍ분노 등이 반영돼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부정적 신어가 많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비만의 역설

지난 6월 영국 광고심의위원회는 패션잡지 엘르 영국판에 게재된 ‘생 로랑’ 광고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앙상한 갈비뼈에 종아리와 허벅지 굵기가 똑같은 저체중 모델을 이용한 광고는 무책임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영국에서 깡마른 모델을 쓰는 것은 단속 대상이 돼왔다. 비현실적이고 건강치 못한 환상을 심어 여성들의 신체에 대한 자신감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 탓이다. 지난 4월 프랑스 하원은 ‘말라깽이’ 모델을 패션업계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선 체중과 키의 상관관계를 계산해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가 일정 수치 이하일 때는 모델로 활동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고용하는 업주나 패션업체에는 최대 징역 6개월 또는 7만5천 유로(약 9천4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프랑스가 깡마른 모델에 강력 제동을 건 것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 거식증 환자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BMI 18.5~24.5를 정상으로 보고 있다. 17은 엄청 마른 편, 16은 심각한 기아 상태로 판정한다. 해외 톱모델의 BMI는 대개 16~18인 것으로 알려졌다. 늘씬한 몸매는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다. 남들 보기엔 살이 찐 것 같지 않은데도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해 체중 줄이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무척 많다.최근 ‘마른 사람보다는 적당히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팀은 2002~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포함된 30세 이상 100만 명을 대상으로 질병과 건강행태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비만의 역설’ 현상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 과체중(BMI 23~24.9)인 사람들의 사망위험률을 1로 봤을 때 중등도비만(BMI 25~26.4)의 사망위험률은 0.86에 머물렀다. 반면 저체중(BMI 18.5 미만)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사망위험률이 2.24였다. 지방이 적당량 있어야 좋은 면역세포가 만들어지고 외부 저항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 과체중은 문제지만 적당히 뚱뚱한 것은 마른 것보다 좋다하니 다이어트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겠다. 대신 유연성 운동, 근력강화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가우디 그리고 경기건축문화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 성당은 바로 ‘천재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미완의 걸작이다. 얼마전 이 성당이 착공 144년만에 완공될 예정이라는 외신을 접했다.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에 드디어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파밀리아 성당은 카탈루냐 출신의 가우디가 설계하고, 31세(1883년)부터 74세(1926년)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건축공사까지 진두지휘한 필생의 역작이다. 옥수수 모양의 첨탑과 직선 대신 곡선만 사용한 독특한 조형으로 유명하다. 가우디는 “곡선은 신의 선이고, 직선은 인간의 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이 머물 지상의 유일한 공간’, ‘인간이 만든 최고의 조형물’로 평가받는 파밀리아 성당 건축은 100년 넘게 진행 중이다. “작품은 긴 시간의 결과여야 한다. 건축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가우디의 평소 지론이 반영됐다. 가우디 사후 다른 건축가들이 공사를 진행했다가 1936년 스페인 내전과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 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중단됐다. 공사는 1952년 재개됐다.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았지만 성당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320만명이 넘는다. 바르셀로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지난 29일부터 ‘2015 경기건축문화제’가 경기도청 잔디광장에서 진행 중이다. 유치원 아이들의 작품부터, 현업에서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일하는 전문 건축사 작품까지 수백점의 전시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단청체험, 전통 한옥 만들기, 목수체험 등 다양한 현장체험 행사도 마련돼 도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문화제가 조금씩 경기건축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건축이 단순히 어렵고,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소수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도 조만간 ‘경기도의 가우디’를 배출해 매년 수백만명이 찾는 또 다른 형태의 파밀리아 성당을 갖게 되지 않을까.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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