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살까지가 미성년?

청소년지도의 근간이 되는 미성년기준은 도대체 몇살이 맞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민법상의 20세미만은 법률행위능력으로 보아 일단은 그렇다고 칠 수 있다. 그러나 사실행위를 제한하는 미성년자 연령까지 들쭉날쭉하여 청소년지도에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혼선은 이미 오래된 일이어서 더이상 그대로 놔두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청소년보호법,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만 19세 미만을, 또 식품위생법은 만 20세미만을 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공연법, 영화진흥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법률, 아동복지법은 만 18세미만으로 하고 있다. 법률마다 이토록 기준이 달라 미성년자의 개념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청소년지도에 있어 현실적 문제의 하나인 음주연령만 해도 그렇다. 만 20세 미만을 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는 식품위생법은 고등학교를 갓나온 대학생이나 사회인이라 할지라도 주점 출입을 금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대학신입생이나 갓사회인의 주점출입 제한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는 젊은이들의 음주를 좋게 보고 나쁘게 보고 하는 것을 떠나 법리상 고려돼야 할 점이다. 어느 정부관계자는 ‘미국의 음주허용기준은 만 21세라며 우리도 오히려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의 그같은 규정이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과문한 탓으로 잘 알 수 없으나 우리의 경우는 만 20세 규정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미성년자출입금지업소서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맹점조차 있다. 더욱이 미성년자 규정이 공무원 임용시행령이나 병역법등까지 만 18세 미만으로 돼있는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 민법상 행위무능력자에게 공무를 담임시키는 것은 실정법의 모순이 아닌가 생각된다. 법규마다 미성년자 규정이 다른것은 부처할거주의 산물이다. 이로인해 유발되는 부작용이 법규의 권위실추다. 법률이 권위를 잃으면 준법정신이 약해진다. 청소년지도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이 미성년자의 개념을 분명히 정립, 법규의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다. 중앙정부가 이에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통일할 필요가 있다. 무척 어려운 작업이긴 하다. 현행 학제와 사회실정을 감안도 해야하고 정책적 목표도 내포돼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관련법률의 미성년자 연령 통일은 이처럼 쉽지 않지만 더 놔둘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포기한 식수댐 왜 거론하나

식수전용댐 건설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경기도가 이미 정부와 여당이 백지화한 식수전용댐 건설을 위해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을 발주키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당초 국민회의가 지난해 9월 대통령에게 보고해 검토에 들어갔던 식수댐문제는 수몰로 인한 대규모 환경파괴와 집단민원유발 등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하여 스스로 포기한 묵은 과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물부족 사태에 대비한다며 식수댐 건설에 미련을 갖고 다시 시도하는 것은 도 당국의 환경을 보는 시각과 물관리정책의 기획능력에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케 한다. 환경부가 지난 9월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개선하기 위해 북한강·남한강·경안천변 양안 0.5∼1㎞를 수변구역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수댐을 건설해 팔당식수취수원을 이전하려는 것은 팔당상수원을 아예 포기하려는 의도로 정부의 환경정책과도 어긋나는 일인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 94년 경기·강원지역에 8곳의 식수전용댐을 건설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어 이번 용역에서도 같은 내용의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 당국은 작년 식수댐 건설을 검토한 청와대가 이를 백지화한 이유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강상류에 수억톤에 달하는 댐을 5∼7개 건설할 만한 입지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만일 무모하게 한강 최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거기서 원수를 취수한다면 댐아래의 강물이 말라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게 해서 팔당 상수원을 포기하면 주변에 공장과 러브호텔 음식점이 제한없이 들어설 것이고, 한강수계는 아예 하수도로 변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 당국은 식수댐 건설의도가 상수원 보호정책의 실패로 수질이 악화일로에 있는 팔당상수원을 포기하고 그 주변을 개발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선 안된다. 댐 건설 입지가 이미 고갈돼버린 상황에선 팔당호의 준설 등 담수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수요관리 중심의 획기적인 물정책의 전환이 바람직한 것이다. 도 당국의 신중한 재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운전중 휴대폰’ 규제해야

일본은 11월 1일부터 자동차 운전중 휴대폰, 카폰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면 벌점과 벌금이 무거워져 보험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독일도 내년부터 자동차 운행중 스피커 폰을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통화할 수 있는 장비 없이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60마르크(한화 약 3만7천원)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 독일 이외에 많은 나라들이 휴대폰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의 경우 더러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이 거의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고 있을 정도로 많이 보급되었다. 그러나 휴대폰 보급에 걸맞는 휴대폰 사용 문화가 바로 정립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버스나 기차는 물론 식당 등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때로는 갑자기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 때문에 놀라는 경우도 많이 생기는 등 공해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운전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수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 운전중 운전 이외에의 일에 신경을 쓰게 되면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실제로 많은 자동차사고가 운전 중 휴대폰 등을 사용하다가 발생한 사고가 많다. 97년 한 의학전문지의 연구에 따르면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사고위험이 무려 4배가 늘어난다고 하니 이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아직 우리 나라에는 휴대폰 사용 중 얼마나 많은 자동차 사고가 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구체적인 건수는 알수 없으나, 많은 사고가 휴대폰 사용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휴대폰 증가에 비례하여 이에 대한 사용 방법도 개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주의에 의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비문화적 행위는 없어야 된다. 특히 정부는 운전중 휴대폰 사용으로 인하여 대형 사고가 발생하여 귀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수원의료원, 민영화‘부당성’

본란은 얼마전 경기도에 수원의료원 민영화의 재고를 촉구한바가 있다. 그럼에도 도의 생각이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은 지역사회의 공공복리를 위해 유감이다. 수원의료원 민간위탁경영 저지투쟁본부가 농성, 시민서명운동, 도청앞 항의집회에 들어가면서 천명한 민간위탁의 공공성상실 및 의료장사 전락지탄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대행업자가 경영에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는 없으며, 손해를 보고자 하지않는 영리추구의 수탁경영이 공공성을 살리는 것은 있을수 없다. 그래도 우긴다면 거짓말이다. 경기도는 감사원 지적에 지나친 강박관념을 갖는것 같다. 만성적자를 내고 있으므로 민영화하라는 감사원권고는 단순 수치상의 개념이다. 의료원운영은 수익성고려가 전제되는 일반 투자사업과는 다른 복지분야 사업이다. 여타 공공단체 사업의 상당부분에 대한 과감한 민간위탁경영은 본란 역시 권고하면서 수원의료원 민영화를 다르게 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연간 적자 33억원이 지방세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손실로만 단정지을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공공단체의 사회복지분야 투자사업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광역자치단체쯤 되면 주민복지분야의 그만한 손실보상은 지방자치의 합리적 소임에 부응하는 것이라 믿는다. 감사원기능은 마땅히 존중돼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살림을 책임지는 것은 감사원이 아닌 자치단체 자신이다. 문제는 감사원의 권고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경기도의 무소신과 무사안일을 탓할수밖에 없는데 있다. 더욱이 특별도제정의 추진을 바라보는 전국 최대의 웅도, 경기도의 입장에선 더욱 그러하다. 물론 수원의료원이 공공성과 함께 채산성을 갖춘다면 더 바랄것이 없다. 하나, 아무리 채산성이 미흡하다해도 그를 이유로 공공성을 포기하고자 하는 것은 웅도다운 자치행정이라 할수 없다. 우리는 또 경기도가 수원의료원의 채산성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으나 이는 본란이 일찍이 밝힌 지방공사의 흑자방안제시와 중복되므로 여기서는 더 언급않겠다. 지역사회 서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수원의료원 민영화는 주민복지행정을 스스로 포기하는거나 다름이 없는 현실을 경기도는 바로 보아야 한다.

연말물가 걱정스럽다

물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 불안과 이상 저온으로 인한 채소값 급등으로 10월중 경기 인천지역 소비자물가가 전달보다 0.8%나 올랐다. 월간 물가 상승폭으로는 지난 8월(경기 1.1%, 인천 1.4%)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에너지 절약과 공공부분 적자개선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연말을 앞둔 물가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지수(경기 1.6%, 인천 1.1%)는 농산물값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아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위험수위를 육박하고 있다. 특히 전철환 한국은행총재는 엊그제 ‘향후 물가상황을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전망하면서도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저금리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혀 물가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한은총재말대로 금융시장안정책으로 금리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의 고삐를 계속 풀면 소비가 조장되고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인플레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당장 금융시장 안정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과제라고 하더라도 인위적인 저금리 및 통화증발이 초래할 물가불안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대우사태 등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해소되는대로 저금리기조 등 기존의 통화신용정책을 긴축기조로 바꾸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공요금을 한꺼번에 인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당장 국민들의 부담이 너무 클 뿐 아니라 다른 물가도 자극,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공요금은 공기업의 경영개선과 원가절감노력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우선 내부에서 흡수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중산층 및 서민층 보호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게 되고, IMF체제 이후 심화한 빈부의 양극화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봉급생활자들은 또다시 감봉당하는 것과 같다. 정부는 물가지수상 수치에만 신경쓰기보다 피부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손을 써야 할 것이다.

‘이회창총재’에게 충고한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 지도노선의 의문에 더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단계가 됐다. 우리는 법관출신의 이총재가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도 이총재가 이따금씩 보인 돌출행각으로 그같은 믿음에 의문이 일곤했던 것은 유감이었다. 더욱이 부산에 이어 오는 9일 수원서 가질 것이라는 야외집회계획은 이제 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정말 실망이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를 두둔하기 위해 이총재를 힐난하는 뜻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이총재를 위해 충고하는 것은 정기국회까지 외면서 장외집회 일변도로 치닫는 외도는 정부로부터 이반된 민심이 결코 이총재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의 언론대책문건 규명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 못지않게 수단방법을 중요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덕목으로 안다. 이총재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면 언론문건을 빙자한 작금의 장외행각이 합당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실체규명의 본질보다 그를 트집삼아 선동공세를 일삼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지역감정 충동은 가능할지 몰라도 국민적 영합은 불가능한 것이 우리의 민도임을 인식해야 한다. 걸핏하면 내세우는 ‘이회창 죽이기’란 당치않다. 자신이 대접받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가 대접받을 일을 해야하는 사회통념은 정치인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부산집회에서 DJ를 가리켜 ‘지리산 빨치산수법’운운한 정형근의원 연설은 이만저만한 논리의 비약이 아닌 국가원수의 모독에 해당한다. 또 형사면책권을 갖는 대통령과의 대질신문 요구가 불가한줄 알면서도 주장하는 정의원의 정치쇼는 치졸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를 모르지 않을 이총재가 그에 편승하는 것은 편협스런 면모로 국민의 기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치는 무엇보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 ‘국민의 정부’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하는 점이 없지않다. 그런데 야당은 그보다 한술 더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장외집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진정 얽히고 설킨 언론문건을 규명할 의지가 있으면 당사자의 한사람인 정의원을 검찰에 출두시켜야 설득력이 있다. 아울러 정기국회에 한시바삐 복귀하여 산적한 민생현안의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 국민에게 정책대안으로 신임을 묻고자 하는 성숙된 정치의식을 거듭 촉구해마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장외집회인가

한나라당은 정기국회를 마냥 허송세월만 할 것인지 도시 이해가 안된다. 93조원규모의 2000년도 예산안을 비롯, 463건의 법률안등 모두 556건의 안건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인권법 통신비밀보호법 부패방지기본법 독점규제및 공정거래법 세정개혁관련법 기업지배구조개선법 남북협력기금법 민주화운동법 통합방송법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발제한구역관리특별법등 주요 민생현안은 이밖에도 허다하다. 선거구제 및 정치자금제도 개선등 내용을 확정짓는 정치개혁입법도 시급하다. 이런 가운데 대우사태는 국내외에 걸친 초미의 관심사가 돼있다. 정기국회가 일을 부지런히 해도 오는 12월18일까지의 회기내에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는지 국민은 이런저런 걱정속에 있다. 이러한 터에 어제 당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언론자유말살규탄대회’를 가진 부산집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자 한다. 지역감정을 부추겨 민심을 소란코자하는 당리당략의 회기중 장외집회를 공당이 취할 자세라고는 볼 수 없다. 언론대책문건 규명은 마땅하다. 그러나 국회가 할 일은 해가면서 규명해도 해야 한다. 정기국회를 개점휴업상태로 만든 파행으로도 모자라 장외집회를 일삼는 것은 직무유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회기일자를 이토록 허비하는 것은 야당이 여권단독국회운영의 빌미를 제공해 주는 것밖에 안된다. 예산안처리의 법정기일을 넘겨 여당만으로 부랴부랴 일괄처리하는 전철을 되풀이 해서는 성의있는 심의다운 심의를 못했다는 비판을 야당도 모면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언론문건규명의 정치투쟁을 해도 장내로 들어와 국회를 정상화해가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라고 믿는다. 만사를 제쳐둔 정치투쟁의 명분은 그 무엇에도 있을 수 없다. 하물며 전부가 아니면 전무의 전근대적 투쟁을 일삼는 한나라당은 국민을 심히 실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기국회 정상화는 무슨 조건이 있을 수 없는 의무다. 야당은 막중한 의무이행에 주저없는 도덕적 용단을 보여야 할 때다. 국회 정상화는 정국을 주도할 책임이 있는 여당의 몫이 크긴하다.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장외로 뛰쳐나간 야당을 나무랄 수밖에 없는 탈선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화재참사와 地自體행정

동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심각하게 되새겨볼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안전의식결여와 뿌리깊은 부패구조는 말할 것도 없고 민선 지방자치단체의 빗나간 행정행태도 큰 문제다. 지난 92년 민선 지방자치시대 개막이후 일선 기초단체장들이 인기관리에 치우친 나머지 예전에 없던 소모성 행사를 해마다 늘리고 있어 공무원들이 수시로 행사준비에 동원돼 행정공백을 일으키고, 규제나 단속행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은 무심히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번 화재참사 사건이 일어난 호프집 관할 행정관청인 중구청의 경우 구청장의 인기관리용 행사는 연간 20건에 달한다. 특히 화재사건이 발생한 지난달엔 무려 8건이나 됐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제쳐둔 채 행사준비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접객업소의 불법영업행위 단속 등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푸념이다. 물론 본란이 일선 공무원들의 이같은 고충을 거론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일부 공무원의 직무태만을 옹호하거나, 비리의혹 공무원을 두둔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자체장의 그릇된 인기영합 행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다. 민선장의 인기관리행사의 부작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주민들을 모아놓고 푸짐하게 잔치판을 벌이는 등 단체장이 자리지킬 틈이 없을 정도로 행사도 많고, 씀씀이도 전보다 커지니까 다른 예산을 전용하는가 하면 지역업체나 업소로부터 협찬금을 모집하는 사례도 한 두번이 아니어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중구청도 지난 4월 벚꽃축제때 이런 말썽을 빚었었다. 지자체가 이처럼 행사 때마다 이들에게 협찬금을 요구해야 하니 기업체의 불법행위나 불법업소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형식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선시대에 지자체장이 주민을 접촉하고 위로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행사가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잘못된 행정’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소모성 행사로 행정공백이 초래되고 협찬금 때문에 단속행정이 느슨해져서는 안된다. 지역주민을 위해서는 ‘인기행정’이 아니라 ‘봉사행정’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李根安 비호세력 색출해야

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으로 있으면서 군부 권위주의 정권 때 재야인사와 운동권 학생들에게 일제하에 고등경찰보다도 더욱 악랄하고 잔인하게 고문을 했던 악명높은 ‘고문기술자’인 이근안(李根安)씨가 자수하여 경찰에서 밝힌 내용은 우리로 하여금 실소(失笑)와 동시에 분노(憤怒)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3-5 공화국때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던 수많은 양심적 인사들에게 평범한 시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인륜적 고문을 행하여 고문 받은 민주화 운동 인사는 물론 한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천추의 한을 남긴 고문기술자가 후배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하여 자서전까지 집필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닌가. 무엇을 잘 했다고 기록까지 남기려 했는지 이근안씨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우리에게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일은 이근안씨가 11년 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어떻게 검문 한번 받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 의문이 간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공무원 아파트에 은신하면서 수시로 지방을 기차여행 하였다는데 수많은 이근안 수사팀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경기경찰청을 비롯 6개 경찰청 14개 경찰서 79명의 전담수사팀은 매번 ‘특이없음’이란 일관된 동향 보고만 했으니, 이는 직무유기가 아닌가. 연인원 3백98만명을 동원하고 5백만장의 수배전단을 살포하였는데 수사팀은 서울에서 10년동안 살고 있는 이근안씨에 대한 단 하나의 단서도 못 찾았다는 것을 믿을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10년동안 사용된 수많은 생활비는 어떻게 조달되었으며, 또한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이근안씨에 대한 미스테리가 너무도 많다. 집에서 숨어 살고 있는 동안 가끔 경찰이 찾아 왔으나 골방에 숨어 있어 발각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를 믿을 국민들이 있겠는가. 이근안씨에 대한 비호세력이 있지 않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도피행각이다. 비호세력을 밝히지 않는 한 이근안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정서임을 알고 수사에 임해야 될 것이다.

경찰비호의혹 검찰수사 마땅

동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역시 관재(官災)라는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이미 본란이 지적한대로 주변사람들의 진술과 여러가지 비리의혹의 정황은 참사의 원인이 업자의 불법영업에 대한 단속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참사를 부른 무허가 불법영업행위가 공무원의 비호아래 이뤄졌음을 확인시켜주는 의혹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관할 경찰서인 중부서의 교통지도계장이 97년부터 호프집 업주의 살림집에서 집세도 내지 않고 2년이상 공짜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찰간부는 94년부터 97년까지 청소년 지도업무를 담당하는 소년계에 근무할 때부터 호프집 업주와 형-아우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호프집 업주가 이런 친분을 바탕으로 경찰과 더욱 유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군다나 이 경찰간부가 중부서 방범순찰대장으로 근무하던 97년 경찰서 차량1대와 전경3명을 동원해 호프집업주의 또 다른 호프집 수리를 도와줬다니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관할소방서는 정기점검때 창문도 폐쇄한 채 인화물질로 내장된 업소를 이상없다고 판정했고, 관할파출소는 청소년에 술을 판다는 주민의 잇단 신고를 받고도 묵살했다. 그뿐 아니라 종업원들은 경찰이 단속정보도 사전에 알려줘 단속망을 번번이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대규모 관재참사는 이미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경찰관의 비호혐의는 이로써 의심할 여지없이 명백한 것이다. 호프집 업주와 공무원들과의 유착의혹은 이밖에도 많다. 호프집 업주의 노래방 등을 관리했던 퇴직 종업원과 현 종업원들은 업주로부터 경찰 구청공무원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상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주변업소 업주들도 문제의 호프집은 심야영업규제가 풀리기 전에도 새벽 5시까지 영업하기 일쑤였다며 경찰의 비호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처럼 호프집 화재참사가 공무원과의 유착, 특히 경찰의 비호로 비롯됐다는 의혹이 뚜렷한데도 비리수사를 경찰에 계속 맡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호프집 화재참사를 계기로 또 다시 드러나고 있는 비리사슬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선 검찰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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