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JP총리공관 방문회담 결과는 예상한 그대로였다. JP의 자민련복귀 및 개각연기(내년 1월중순), 공동정부 연대 다짐(후임총리 천거), 14박15일의 남미순방후 논의(합당문제) 등으로 요약된 세가지 합의사항은 예측하기에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첫째, 둘째 사항은 원론적 수준으로 별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합당불가에서 합당으로 돌아섰다가 다시 불가 천명에서 합당논의로 재선회한 세번째 합의사항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DJ의 이례적 삼청동공관 공개 방문의 목적도 실은 여기에 있었다. 합당논의가 재(再)시사된 JP의 심경변화는 DJ와 가진 25분간의 밀담에 고무된 것이라는 객관적 추리가 가능하다. 밀담의 내용은 알길 없으나 JP로선 신당의 당권장악이 확실하게 보장되면 신당창당에 앞서 양당 합당을 급조할 공산은 충분히 있다. DJ가 아닌 신당총재는 곧 다음 대권후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프리미엄이 없는한 평소 DJ에게 지녀온 국정운영의 독주에 JP의 의문을 DJ가 극복할 수 없다. DJ의 보수노선에도 JP는 곧잘 회의하곤 했다. 무조건 합당은 자민련 정치세력의 투신행위임을 그 누구보다 JP는 더 잘 알고있다. 만약 밀담가운데 이에 언질이 없었는데도 순방귀국후의 합당논의를 JP가 말했다면 공관방문에 대한 의례적 화답일 뿐이다. 그러나 우선은 듣기좋은 어떤 언질이 있었다해도 실현되기엔 많은 암초가 깔려있다. DJ의 진정한 속셈도 그렇고, 신당창당의 여러 여건이 그렇게 돼있다. 동교동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합당에 대한 JP의 말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4·13총선이다. 신당(국민회의)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자신이 확실히 서면 오히려 짐이되는 자민련과의 합당을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다. 과반수가 되면 공동정부도 깨져 자민련은 제풀에 나가떨어질 판이다. 그러나 단독 과반수 의석 확보의 가능성이 여전히 희박하면 국민회의는 합당이든 공동여당이든간에 자민련을 끼고가지 않을 수 없다. DJP내각제로 시작된 DJP의 줄타기 노름은 정말 정교하긴 하다. 합당카드로 가는 DJP흥정의 전망은 계속 불투명하다. 정치고수끼리의 살아남기위한 몸부림은 JP귀국후의 DJP회동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정치가 기교란 시대는 지났다. 그보다는 정직성을 요구한다. DJP 저들의 밀실담합만으로 정치가 좌지우지되는 시대가 아니다. 국민은 주권행사를 통해 그것을 심판할 줄 안다.
환경부가 각 공단과 대기업의 환경오염 단속권을 지방에 이양하지 않으려고 고집부리는 것은 지방화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지방자치가 이제 뿌리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권한 및 업무의 지자체로의 이관이 각 부처별로 이미 상당히 이루어졌고 또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데도 환경부가 되레 91년부터 시·도에서 가져간 환경오염 단속권을 계속 움켜 쥐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와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이제 공장 등 산업시설이 지방 곳곳에 들어서면서 주민건강을 해치는 공해발생등으로 지역의 주요현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와 직결된 지방소재 대기업의 공해단속업무를 환경부가 관장하고 정작 적극적으로 관여해야할 지자체가 국외자(局外者)로 밀려남으로써 폭주하는 환경민원의 즉각 처리가 어려워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환경업무는 경제 교육 문화 농림수산 건설업무와 같이 중앙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업무분야로 지방정부가 어떻게 협조하고 추진해 나가느냐하는 문제는 지자제의 성패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갖는 권한이란 전국적 통일을 기해야하는 행정기능으로 종합적인 기획 및 조정업무와 예산배정을 통한 견제기능에 그쳐야 한다. 혹시 환경부가 대기업의 공해단속권을 계속 고수하려는 이유가 그동안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몸에 밴 권위주의와 독점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앞으로 지자제발전을 위해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자제 초기의 미숙성과 지방정부의 환경의식 수준을 구실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면 이 역시 우리가 단연코 경계해야할 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지자제는 중앙집권시대에서 지방분권시대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획일주의 행정은 지자제의 바람직한 정착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집권체제에서 중앙정부가 독점하던 권한과 업무를 대폭 지방에 이양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업무의 성격상 전국적 통일을 기해야 할 유해성분의 종류와 배출허용기준치 및 단속기준설정 업무 등 기획 조정업무는 환경부가 맡고 단속업무는 시·도에 넘겨야 한다. 환경부의 기획 조정기능과 시·도의 단속기능이 조화를 이루고 협력이 강화될 때 지자제의 참뜻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91년 1월 법률 제4219호로 제정·공포한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고용에 관하여 사업주나 국민일반의 이해를 높이고, 사업주·장애인 기타 관계자에 대한 지원과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직업재활의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며, 기타 장애인의 고용촉진 및 직업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종합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장애인고용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시한 것이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장애인이 소속 공무원 정원의 100분의2 이상 고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고용의무를 강조해 놓았다. 그러나 작금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정책은 우울하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전체인구의 약 2.8%의 장애인 구성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도 이들에 대한 기회의 제공은 단지 소극적인 측면에서 복지혜택을 주는 것에 치중할뿐 장애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재활토록하는 데에는 소홀한 실정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얼마 전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경기도와 일선 시·군의 복지정책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지적된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장애인 재활작업장의 지원액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월평균 인건비는 매년 감소, 99년의 경우 17만원으로 줄었으며, 도내 공공시설에 설치된 매점 및 자판기도 장애인 및 상이군경회에서 운영하는 곳은 2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구가 980만명에 이르는 경기도에 1만260여명의 장애인이 있는데 담당 공무원은 5명에 불과하고, 일선 시·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전문요원들중 대부분이 고유 업무보다는 통·반업무, 방역, 공공근로사업 등에 종사하고 있는 것도 장애인 복지정책을 경시하고 있는 상황을 말해 준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때는 늦지 않았다. 경기도는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대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 수립 및 시행에 각별히 만전을 기해주기를 기대한다.
요즈음 중고교 교실에 가 보면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조용하게 공부하여야 할 수업시간이 어수선하다. 여기저기 듬성듬성 비어있는 자리는 한마디로 정돈안된 교실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제자리를 못 찾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현상은 내신성적의 불리 때문에 자퇴생이 많은 특수목적고 뿐만 아니다. 인문계, 실업계는 물론 초중고 모두 비슷한 현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교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선생님들이 교실에 대한 애정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년단축, 구조조정, 연금삭감, 노조결성, 무원칙하게 변하는 교육정책 등 여러가지 잡다한 사건들은 이미 선생님들로 하여금 단순한 봉급생활자로 전락시켰다. 학교내에서는 물론 사회에서도 선생님들의 권위는 이미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무슨 애정이 있어 교실에 애착을 갖겠는가. 학부모도 교실 붕괴에 책임을 져야 된다. 일단 학교만 보내면 모든 것을 학교 당국에 미루고 있으며, 동시에 학부모 스스로가 선생님들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다. 자기 자식만 최고라는 이기주의적 발상을 가지고 학교 교육을 무시하고 고액 과외에 의존하고 있는가 하면, 자녀들에 대한 올바른 가정교육에 신경쓰기 보다는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자녀들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한 교실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교실붕괴에 가장 큰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당국은 선생님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권위를 높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깎아 내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교육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선생님들을 부도덕한 반개혁적인 존재로 타락시킨 교육부의 정책은 오늘의 교실 붕괴의 주요 원인이다. 교육 현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단순화된 경영마인드만을 주장하면서 교육개혁을 주창한 교육당국은 책임을 져야 된다. 교실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 더욱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재정 및 행정지원 이외엔 학교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운영권, 인사권 등을 학교에 주어 학교 스스로 자율성을 갖고 교실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고침 6일자 ‘검찰, 이젠 정신차려야’ 제하의 사설 본문 가운데 ‘검사통일체의 원칙’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므로 바로잡습니다.
검찰사상 최대의 치욕이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 및 법무부장관의 구속은 검찰내부에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옷사건의 사직동팀 내사보고서 유출과 관련, 공무상비밀누설, 공문서변조 및 동행사등 혐의로 구속된 김전총장의 사법처리배경이 어떻든간에 검찰은 이 기회에 거듭나고자 하는 자정의식을 가져야 한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란 소릴 들은지는 이미 오래 됐지만 지금처럼 위상이 전락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조폐공사파업유도사건으로 전 대검간부를 소환조사 하는것을 비롯, 서경원사건의 조사를 맡았던 현직고위검사를 불러 조사하는 등 작금의 검찰은 감당키 어려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도 모자라 전직검찰총수를 구치소에 수감해야하는 더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검찰조직의 근간인 검사통일체의 원칙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를만큼 난맥상인것이 작금의 검찰상이다. 검찰이 정권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병폐가 누적되어 온게 그 요인이다. 전 정권에선 시(是)로 형식화 됐던 검찰수사가 뒷 정권에서는 비(非)로 반전되는데 그치지 않고 이젠 같은 정권에서 조차 검찰수사의 시비가 엇갈리는 것이 다 중립화를 이룩하지 못한 탓이다. 본란은 기회 있을때마다 검찰의 중립화를 국가개혁 차원에서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부’역시 검찰을 법률로 중립화 시킬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부턴 검찰자력으로라도 이룩하는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스스로 독립을 시도하기엔 지극히 어려운 노릇이지만 더이상 정권의 눈치만을 살필 수 없는 최악의 시점이 됐다. 명목상 임기가 보장된 박순용검찰총장이 중심이 되어 국민에게 검찰의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그같은 중립화로 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검찰이 떠안은 난제는 아직도 신동아로비실체 규명등 허다하다. 이를 종전과 같은 정치논리로 수사하다가는 현 수뇌부가 ‘김태정사건’의 재판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듯한 결단이 요구된다. 검찰내부의 혁신적 기풍이 이는 신선한 변화를 기대하고자 한다.
경기문화재단이 2000년도 문화예술진흥지원금 신청 접수를 지난 11월 30일 마감했다. 문학 미술 사진 건축 음악 무용 연극 영상 전통예술 대중예술 지역축제 전통문화연구 등 12개 분야의 연구, 창작, 보급사업을 지원하는 경기문화재단의 이 사업은 이번에도 수많은 신청이 접수됐다고 한다. 경기문화예술진흥지원금 제도는 그동안 경기도의 문화예술인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98년의 경우 584개 사업에 17억8천9백30만원을 지원했으며, 99년에는 487개 사업에 21억1천7백50만원을 지원한 사실이 그를 증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만을 사게 한 부문도 많았다. 99년의 지원사업 가운데 개인 창작집 발간과 개인 미술전 등과 같은 경우 단 1건도 지원이 안된 점이다. 개인보다 단체를 우선한다는 심의방침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개인 창작집이나 개인 미술전 등은 애당초 접수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난을 거세게 받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막대한 예산을 이미 받고 있는 몇몇 곳에도 지원했는가 하면, 특히 ‘제1회 청소년 대중예술축제’등과 같은 사업을 경기문화재단이 직접 주최·주관한 적도 있다. 행사를 후원해야 할 경기문화재단이 직접 주최한 것은 문화예술단체를 경시한 관료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2000년도에 시행할 문화예술진흥지원은 99년과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문화예술진흥지원금은 경기문화재단이 선심 쓰는 돈이 아니다. 어느 특정기업에서 희사하는 성금도 아니다. 경기도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문화예술인이면 누구든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지방문화예술 진흥을 선도하기 위해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이 2000년대의 첫 사업으로 시행하는 경기문화예술지원금이 과거의 일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말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역을 차별하지 말고 형평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골고루 혜택이 주어지도록 시행하여 주기를 바란다.
정부의 수도권정책이 줏대없이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어 국정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얼마전 산자부와 건교부가 입법예고까지 했던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비(非)수도권 지자체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더니 이번엔 국무조정실이 흔들리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차관회의에서 지난 4월 입법예고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 외국자본의 대규모 관광지 조성을 허용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개정안을 역시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대로 수정키로 했다. 경기도의 외자유치사업이 무산될 처지인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주요 핵심정책으로 추진된 외자유치 및 규제완화 시책이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지자체의 억지때문에 국정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크게 우려할 일이다. 이러고도 앞으로 어떻게 주요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는지 정부의 국정수행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건교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작년 경기도를 방문한 김대중대통령의 확약으로 마련된 것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시책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이 지역간 균형개발과 외자유치의 시급성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주요정책을 뒤집는 것은 국정의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사실 그동안 경기 인천은 각종 수도권관련법에 묶여 주민들이 생활불편은 물론 경제활동에 많은 지장을 받아왔다. 특히 자연보전권역내 관광지조성 허용규모를 제한함으로써 경기도가 IMF이후 주력해온 외자유치가 순조롭지 못했다. 이런 터에 건교부가 관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이제까지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결국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임을 깨닫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하고 환영했었다. 그럼에도 강원도의 반대로 1개의 특정 외국기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불허하려는 것은 형평성 논란과 함께 국제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이제 경쟁력제고와 국익차원에서 대폭 풀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비수도권 지자체가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근시안적 이기주의의 아집일 따름이다. 정부는 이제 세계화·지방화가 가일층 성숙되는 시대여건에 맞게 규제일변도의 수도권정책을 보다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전환해야할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행복추구권은 지역등 여건에 따라 가변성이 용인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은 물론이고 어떤 사회적 환경조건에서도 다같이 균점돼야 한다. 만약 법률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헌법 합치여부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환경공해 분야인 소음은 시민생활의 쾌적성을 크게 저해한다. 이때문에 관련 법률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각종 소음에 상응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소음발생 요인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배상의 의무까지 지운다. 산업문명의 발달이 유발한 소음공해는 정보화시대 들어서도 여전히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 항공기소음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항공기소음이야 말로 그 진동의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에관한 규제가 없다가 ‘소음·진동규제법’이 뒤늦게나마 제정된 것이 민간항공기만 대상으로 한것은 사려가 깊지 못했다. 군용항공기의 소음 및 진동은 민항기와는 비할바가 없을만큼 더욱 막심한데도 인근주민들은 그같은 폐해속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왔다. 법률의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소음·진동규제법’개정법률안이 김인영 의원을 비롯한 여·야의원 29명에 의해 국회에 발의돼 기대되는바가 크다. ‘군용비행장주변지역은 군용기의 비행 및 이착륙시의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가 막심하므로 이의 피해방지와 쾌적한 생활환경보호를 위해 항공기 소음규제 대상에 군용비행장을 포함한다’는 제안이유는 지극히 타당하다. 개정안은 이에 따라 항공기소음방지를 위한 필요조치로 ‘군용비행장을 포함한 정기국제노선이 개설된 공항으로 한다’는 규정을 모 법에 반영해 놓고 있다. 또 항공기 소음의 규제대상 공항을 정하는 협의조항을 신설했다. 군용비행장은 막중한 국가안보의 작전을 맡아 수행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非) 비상시에 이착륙항로권에 드는 특정지역의 국민들 고통만을 더이상 담보로 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 재고돼야 한다. 이는 지역에 구애됨이 없이 모든 국민이 다같이 향유하는 행복추구권의 기본권보장에 위배된다. 불가피한 소음공해에는 민항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마땅히 응분의 피해보상을 해줄 의무가 있다. 수원의 서부지역과 남부지역 일부는 군용비행장의 항로에 속해 많은 시민들이 체험하지 않고는 말못할 엄청난 소음 및 진동에 시달리고 있다. 비단 수원만이 아니다. ‘소음·진동규제법’개정의 필요성은 상당한 지역이 겪고 있는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다.
화장보다는 매장을 선호하는 구태의연한 장묘문화로 인하여 아름다운 우리의 국토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에서 심지어 보조금까지 주면서 납골당을 만드는 운동을 장려하고 있으며, 종교계를 비롯한 일부 사회지도급 인사들은 사전유언으로 화장을 한 다음 납골당에 보관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약속하여 납골묘 장려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이런 장묘문화 개혁운동에 역행하는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포천군은 납골묘지를 유치하려는 주민들의 요구에 외면하고 있어 과연 지자체가 장묘문화 개선운동의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님비(NIMBY) 사고(思考)에 의해 납골당과 같은 일종의 협오시설을 유치하기보다는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해도 오히려 유치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95%이상이 유치를 찬성하고 있다면 이는 지자체가 권장할 사항이 아닌가. 모든 지자체가 이런 것은 아니다. 최근 안양시는 오는 2001년까지 4천1백위를 안치할 수 있는 공설납골당을 설치할 방침으로 각종 장묘문화 개혁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안양시 소속 공무원 970여명이 ‘화장 공동 유언장’에 서명하였으며, 일반시민들도 2천여명이 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 청사내에 지난달 29일 가족 납골묘 2기를 설치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안양시의 장묘문화 개혁운동은 다른 지자체의 모범적 사례로써 부각되고 있다. 양평군도 최근 용도지역 변경을 통하여 대규묘 납골묘지 조성허가를 해 주었다. 포천군과 유사한 상황인데도 양평군은 긍정적으로, 포천군은 부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자체는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 차원에서 매장으로 인하여 점차 줄어드는 토지를 계획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정책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탁상행정이나 또는 규정에 얽매이기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는 유연한 행정, 개혁적 행정이 필요한 것이다.
인천 문학산 일대의 역사유적과 중요 유물들의 보존이 위기직면에 놓여 있다는 보도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인천시가 문학산을 답사한 향토사학자들로부터 백제우물터와 함께 그 주변에서 선사시대 유물이 다량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도 수년간 이에 대한 고증작업을 벌이지 않고 방치하고 있어 보존되어야 할 우리민족의 유적 유물이 인멸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문학산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적 유물이 다량 발견되고 있는 역사유적의 보고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조 안정복(1712∼1791)은 ‘동사강목’에서 문학산 성내에 비류정(沸流井)이라는 우물이 있다고 했고, 김정호(1800∼1864) 역시 대동지지에서 ‘비류정’의 존재를 기록했다. 향토사학자들은 이에따라 수년전 답사를 통해 백제정이라고 불리는 우물을 찾아냈으며, 지난 93년 미추홀문화연구회는 백제우물터 주변 지표조사에서 선사시대의 빗살무늬토기와 그물추, 그리고 삼국·고려시대 추정의 도자기파편 수십점을 발견 인천시에 보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시측은 문화재위원 등이 1∼2차례 현장답사만 했을뿐 고증작업을 하지않았고, 백제우물터를 도로부지로 편입했다가 향토사학자들의 반발로 취소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우리민족의 유적 유물을 발굴 보존해야할 행정기관이 향토사학자와 학계가 발굴한 유적을 고증도 하지않고 깔아 뭉개려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인천시의 역사유적에 대한 무지와 무식견이 한심스럽기만 한 것이다. 시측의 무지로 인한 유물수난은 이것뿐이 아니다. 지난 봄엔 문학터널공사를 하면서 학산서원터의 표지석과 다량의 유물들을 흙과 함께 버렸고, 문학운동장 공사때도 삼국·조선시대의 각종 유물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다못한 향토사학자와 경기문화재단 학예사들이 10여점을 수거하기도 했다. 문화재와 역사유물은 조상의 숨결을 만나고 역사의 향기를 체험할 수 있는 민족문화의 자랑스런 유산이다. 이 소중한 국가의 문화적 자산이며 사료가치가 큰 유물이 무분별한 개발에 밀려 인멸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 당국은 유물발견지역에 대한 지표조사와 함께 발굴된 유물은 고증을 거쳐 보존관리에 철저해야 함은 물론 그 지역이 개발논리로 마구 파헤쳐지는것도 중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