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언론’ 제재?

집단이기를 말하곤 하지만 정치권처럼 집단이기가 철저한데는 아마 다른데선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단연 챔피언감이다. 여야가 사사건건 맞서 산적한 민생법안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세비인상엔 짝짝궁이 맞아떨어지더니, 정치개혁특위에서 ‘불공정언론’ 제재라는 해괴한 여야합의사항을 내놨다. 이는 선거법협상과정에서 역시 여야합의에 의한 선거비지원에 이어 나와 또한번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거관련 보도를 불공정하게 보도한 취재기자나 편집기자는 ‘심의위’결정으로 1년동안 취재 및 편집업무를 중단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2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이 선거법개정안의 요지다. 말이 1년동안의 업무정지지 사실상 직장을 박탈하겠다는 어마어마한 협박이다. 불공정보도의 객관화된 기준도 없다. ‘심의위’의 주관적 판단은 남용될 우려가 다분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는 덮어놓고 불공정보도로 매도하는 정치권 풍조에선 더욱 그러하다. 불공정보도를 제재하는 장치는 지금도 있다.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것 말고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보도에 책임을 따지는 민·형사소송이 증가추세에 있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의 ‘불공정언론’ 제재 조항은 언론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이다. 기본권에 속한 양심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짙다는 비판이 높다. 정치개혁특위에서 한다는 짓이 기껏 이정도인 것은 실망이다. 정치개혁이 마치 거꾸로 가는 것같다. 미국의 언론은 선거때면 각사가 지지하는 정당을 공개 선언한다. 이에대한 심판은 독자가 내린다. 차라리 우리도 이같은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白山

정기국회가 마지막 할일

지난 9월 10일 회기 100일의 정기국회가 개회되었을때만 해도 그 동안 식물국회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사던 국회였지만 혹시나 하면서 기대를 했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거의 다 끝나는 이 시점에서 국회에 대한 기대는 ‘혹시나’에 대한 기대는 ‘역시나’로 변해 마찬가지로 실망스럽다.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제15대 국회의 활동을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의 틀을 준비하는 국회이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그러나 정기국회가 오는 토요일인 18일로 끝나 오늘부터 비록 사흘 남은 회기이지만 국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재삼 요구ㅎㄴ다. 오늘부터라도 지역구에 가서 내년 총선을 겨냥하는 사전선거운동이나 하지말고 여의도로 돌아와 산적한 각종 민생법안을 입법화하는데 최선을 다 해야 될 것이다. 지금 얼마나 많은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는가. 의원세비나 인상할 생각말고 국민들의 생활에 직결된 각종 중요법안 통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각종 개혁입법에 대한 최선의 심의로 15대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 정치개혁관련법은 이미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되고 있어 문제점이 무엇인지 의원들 대부분 알고 있다. 결코 당리당략이 아닌 21세기에 걸맞는 정치개혁안을 여야 합의로 만들어야 된다. 선거구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당민주화와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정치자금법의 개정이다. 아무리 선거구를 고쳐도 정당민주화와 투명한 정치자금 구조의 정착없이 민주정치는 발전되지 못한다. 아울러 한국정치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발전에 있어 발목을 잡고 있는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반부패기본법을 이번 회기에 통과시켜야 한다. 다소 미흡한 내용이 있더라도 반부패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기본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는 결국 국회의원들 자신들이 반개혁적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국회의원들은 이번 정기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국회의원들은 이번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소각장 마찰 대화로 풀어야

영통아파트입주민과 수원시간 극도의 대립을 보여온 수원 영통 소각장 문제가 해결점 없이 드디어 항의주민의 분신(焚身)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전개되었다. 지난 14일 오전 수원시가 소각장 가동을 위하여 쓰레기 반입을 시도하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이 분신, 병원에 입원함으로써 수원시와 주민은 소각장 문제 해결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갖게 되었다. 양측의 주장이 어떠하든 귀중한 인명에 손상을 가져 온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무려 1천원억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된 소각장은 지난 5월21일 점화식을 갖고 같은 달 21일부터 쓰레기를 반입해 시운전을 거쳐 지난 10월2일 정식으로 준공검사를 받았다. 때문에 예정대로라면 지금은 본격적인 쓰레기 처리가 되어야 하나 소각장은 가동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준공된 지 2개월이 되었으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의 배출을 우려한 주민들이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가동 중지를 요청하고 있으며, 최근 재검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상호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이번 분신과 같은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영통 지역 소각장 시설은 아파트 단지 조성계획때부터 이미 발표된 것이며, 또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된 것이므로 당연히 소각장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만 확인되면 즉시 가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주민의 건강을 염려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수원시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주민들이 재검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안전성에 자신있다면 당당하게 재검사에 응하는 것이 수원시의 도리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과의 합의아래 대학연구소와 같은 객관성이 담보되는 검사 기관을 선정하여 재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까지 소각장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게 확대된 것은 수원시와 주민과의 상호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측은 서로 양보하여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된다. 특히 수원시가 주민들의 요구를 인내심 있게 받아주고 또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세가 아쉽다. 양측의 성의있는 대화를 통하여 영통 소각장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

거대 송전탑설치 반대 이유

시흥시 정왕동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철탑이 주택가 인근에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더욱이 한전측은 시의회가 시흥변전소 건설과 관련, 초고압선 지상설치 계획의 철회와 합리적인 사업계획 변경을 요청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는데도 이를 무시하면서까지 송전선로 설치를 강행, 거대기업의 뚝심(?)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대해 정왕동 주민들은 주택가 인근에 초고압 송전선로가 통과할 경우 자기장과 전자파 등으로 인한 환경피해 등이 우려된다며 선로지중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한전이 서울과 경기 일원의 전력공급을 위해 총 1조8천여억원의 예산을 투입, 2005년 완공목표로 영흥도에 160만㎾급 설비용량의 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착공한 것은 지난 95년. 그러나 한전측은 주민들의 반대는 아랑곳 하지 않은채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34만5천v)을 신시흥전력소에 공급하기 위해 정왕동 주택단지 인근에‘초고압 송전선로’를 설치하기 위해 초대형 송전탑 설치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심각한 환경피해로 인해 고통을 받아온 정왕동 주민들에게 또다시 혐오시설이자 기피시설인 초고압 송전탑을 설치한다는 것은 이중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업일 수 밖에 없다. 한전측이 예산과 시간을 이유로 고압선 지중화를 무시한채 공사를 강행할 경우 주민들은 고통 이상의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번 기회에 시와 시의회도 이제는 정왕동 주민을 위해 보여주기 위한 송전선로 지상화 반대가 아닌 실질적으로 사업이 조정될 수 있도록 현실적 접근안을 제시해주길 기대해본다./시흥=구재원기자(제2사회부) kjwoon@kgib.co.kr

누구를 위한 반대인가

지방자치는 지역내 살림, 분쟁 등을 해당 지역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도 마치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기초자치단체의 소유권을 가진 양 지역주민들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찬반을 논하고 나선 것을 볼때면 아직도 지방자치 정착은 요원하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최기선 인천시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강화군 주민과 경기도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강화군과 김포 검단면의 도 환원추진’에 대해 “지역갈등과 주민 분열을 초래하는 소모적 논쟁” 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강화군행정구역 경기도 환원추진위(상임위원장 강필희)는 15일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환원추진위는 ‘최기선 인천시장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강화군의 행정구역문제는 인천시나 경기도의 문제가 아니라 강화군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환원추진위는 “지난 3월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강화군 주민중 70.3%, 검단동 주민중 63.1%가 환원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강화군과 100여리나 떨어진 계양1동과 한 선거구를 만들면서까지 강화군과 김포 검단면을 인천시에 편입시킨 것이 누구인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반문했다. 환원추진위는 “통합의 원죄를 안고 있는 최 시장이 통합후 매년 300억원 규모의 시비를 지원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 95년 편입되면서 약속한 도로개설 등 공약도 지키지 않다가 환원추진위가 구성되자 부랴부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행위인지는 명약관화하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논쟁을 바라보면서 지역주민들이 주인돼서 이뤄지는 행정,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회풍토조성이 새천년을 맞는 우리사회에서 하루속히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명성황후기념관의 부실

구한말 열강의 국권찬탈싸움 속에서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를 구하고자 애쓰다 극악무도한 일인의 칼날에 피흘리며 비명속에 숨진 명성황후의 모습이 지금도 국민들의 가슴속에 쓰라린 악몽으로 져며오게 한다. 수년전부터 그동안 잊혀지고 있던 명성황후의 역사적 업적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여주군 여주읍 능현리에 위치한 생가를 찾는 방문객들도 날로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박용국 여주군수가 지난 95년 대표적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명성황후 성역화사업이 결실을 맺어 지난7월 기념관건립공사에 착수, 내년 4∼5월이면 명성황후관련 전시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예정으로 있어 잔뜩 기대에 부풀게 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공정율 90%에 이르고 있는 기념관 곳곳에서 부실시공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완공후 하자보수공사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결과는 우리모두에게 큰 실망을 주고 있다. 특히 명성황후기념관이 공사금액 50억원이하로 전문감리를 둘 필요가 없다는 규정을 이유로 전문지식이 부족한 직원을 감독으로 두면 된다는 군관계자의 사무적인 설명은 기념관건립의 본래 취지보다는 성과에만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만일 전문감리비용 절감차원에서 기념관 건립이 다른 건축공사 규정과 똑같이 받아도 된다는 논리가 작용, 역사적 취지를 잊게 한다면 슬픈일 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해마다 3.1절, 8.15광복절을 맞아 찾아올 국내뿐아니라 외국인 특히 일본인이 자신들의 조상이 저지른 죄과에 대한 조그만 사죄라도 할 생각으로 이곳 기념관을 찾아왔다가 부실시공된 현장을 목격하고 지을 엷은 비웃음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긴 한숨이 나온다./여주=심규창기자(제2사회부) kcshim@kgib.co.kr

마카오

마카오는 남유럽풍의 주택과 중국식 고풍의 상점이 거리를 공유하고 있다. 동·서문화가 혼재한다. 중국 광뚱성(廣東省) 주장강 델타 남단부에 있으며 면적은 16㎢, 인구는 30만여명이다. 대부분이 중국인이며 포르투갈인이 1만여명쯤 된다. 우리나라 사람도 250여명이 살고 있다.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해외령(海外領)이 된것은 1553년 대(對)중국 무역권 획득과 함께 실질적인 사용권을 인정받음으로써 시작됐다. 1887년엔 청나라와의 조약으로 식민지 건설이 합법화됐고 1951년에는 포르투갈 본국의 일부로 편입됐다. 중국의 문화혁명을 계기로 마카오 정청과 현지 중국인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자치령이 된게 1973년 3월이다. 1979년 중국과 포르투갈간에 국교가 수립되어 1986년 마카오반환협정을 맺었다. 그 반환기약일인 1999년 12월 20일을 며칠 앞둔 지금 베이징거리는 경축일색이다. 홍콩반환에 이어 마카오를 돌려받음으로써 대륙에 남아있던 서구의 침략세를 완전히 몰아내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예부터 동서문화가 교류하는 접경지였다. 국내 최초의 천주교신부로 성인의 반열에 오른 순교자 김대건이 열여섯살때 마카오의 외방전교회(外邦傳敎會) 신학교에서 서양문물을 배웠다. 관광수입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의류제조, 신발가공 등 경공업이 발달했다. 한동안은 무역업이 성해 50년대엔 멋쟁이를 가리켜 ‘마카오신사’라는 유행어가 성행하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는 실로 446년만에 포르투갈로부터 되돌려받는 것이어서 1839년 아편전쟁으로 빼앗겼다가 지난 97년 7월 1일 되찾은 홍콩 못지않게 감회가 깊을 것이다. 역사란 정말 심오하다. /白山

두 광역단체장의 회동

교통통신 과학기술의 발달, 그리고 경제발전에 따른 주민생활권 확대는 광역행정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는지 오래다. 행정의 능률성, 효과성, 합목적성을 드높이는 광역주의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 자치권 옹호라 할 수 있다. 임창열 경기도지사와 고건 서울시장이 현안의 교통·환경문제 해결에 공동대처키 위해 양자 회동을 가진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서울시나 경기도 단독시책으로는 이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교통·환경문제를 협의주제로 삼은것 역시 시의적절하다. 또 수도권 행정협의회의 다자간기구와는 별도로 두 광역단체장간의 행정협의가 제기된 것은 당사자간 해결의 실효성과 기민성을 또한 기대할 수가 있다. 도로의 효율성확보를 위해 서울시 교통정책위원회에 경기도의 교통전문가를 참여시키기로 한 것은 행정상 직원파견형식의 공동처리방식에 속한다. 도로개설을 위해서는 타당성 조사부터 상호 협의속에 예산을 동시확보, 공정에 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은 광의의 공동협력방식 형태로 보아 진일보했다할 수 있다. 그러나 우려도 없지 않다. 예컨대 광명시와 서울 구로구간의 쓰레기처리 및 하수종말처리장 빅딜추진은 전에도 시도됐던 일이다. 이것이 무산된 것은 서울시의 무리한 요구조건 때문이었다. 과천∼우면산간 도로의 서울구간 공사문제도 논의된 적이 있었으나 서울시측의 무성의로 지지부진 하였다. 또하나 걱정되는 것은 두 광역단체장의 임의회동에 대한 신뢰성이다. 법정 규제력이 없는 두 단체장의 회동 내용이행은 신의성실의 원칙이 생명이다. 공동의 입장에서 서로의 입장을 살려주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1천9백만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공공복리와 연결된다. 두 광역단체장의 총론적 합의사항이 실무자간의 각론적 이견에 조율이 가능한 세심한 배려가 서로 있어야 한다. 아울러 두 광역단체장의 회동이 정기화되기를 희망한다. 월례회의 형식의 회동은 서울시와 경기도를 위해 유익할 것으로 믿는다. 두 광역단체장은 새삼 말할 것 없이 경륜이 풍부한 거물급 단체장이다. 광역행정의 진수를 꽃피우는 시범적 노력으로 새로운 행정관행에 의한 성숙된 광역자치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여전한 예산떨이 年末공사

도내 일선 시군의 ‘예산떨이’ 도로 파헤치기 구태가 곳곳에서 또 재연되고 있다. 하수관을 바꾸기 위해 길을 파헤치는 곳도 있고 보도블록을 바꿔 깔거나 아스콘 덧씌우기 공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선 시군이 이미 책정된 예산을 해가 바뀌기 전에 모두 쓰기 위해 한꺼번에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엔 꼭 해야할 공사도 있겠지만 배정받은 예산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공사를 마구 벌이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무분별한 예산집행에 따른 낭비는 물론 겨울철 부실공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선 지자체로서는 이렇게라도 예산을 쓰지 않고 남기면 ‘불용처리’돼 공무원의 문책은 물론 다음해 유사사업에 대한 예산배정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런 무리가 되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식의 도로 파헤치기 공사에 대해 적잖은 의혹과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년 동안 아무 일도 않다가 땅이 얼기 시작하는 연말에 이르러 이런 공사를 벌이는 것도 괴이쩍을 뿐더러 이렇게 시일에 쫓기게 되면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가 우선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다 일관공사를 하지않고 파헤쳤던 도로를 또 다시 파헤치는 일이 있다면 국민의 아까운 세금만 축내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자기 돈이 아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지 몰라도 빡빡한 살림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하는 국민들로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무신경과 비효율적 공사관행에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의 울화를 더 치밀게 하는 것은 멀쩡한 보도블록을 마구 파헤쳐 깨어버리고는 그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새것으로 전부 바꾸는 식의 낭비공사가 되풀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니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업자와 결탁해서 또 하나의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 공무원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지만 이런 식의 행정관행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며 동시에 국민의 의구심만 키우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면 지자체의 예산은 편성목적에 따라 합리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지뢰

지뢰는 15세기에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명(明)나라 때 실전에 사용된 적이 있긴 하나 보편화 된 것은 먼 훗날인 서양에서 일어난 1차세계대전 부터였다. 폭발하기까지는 발견되기가 어렵고 발견한다 해도 제거하기에 꽤 까다로운 것이 지뢰다. 전투원들을 제어하기 위해 매설하는 것이지만 비전투원, 즉 민간인에게까지 살상을 입히기 쉬운 것이 지뢰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지난 97년 9월 오솔로에서 대인지뢰금지협약이 논의된 적이 있었다. 100여국이 참가한 가운데 가진 회의에서 미국대표는 한반도에 한해 특수성을 감안, 9년동안 유예조건을 단 것이 채택되지 않아 퇴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뢰생산의 주요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불참해 실효성에 의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지뢰가 비전투원인 민간인에게까지 불행을 가져오는 참상은 저 유명한 코소보 사태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내전으로 인해 매설된 지뢰를 철거하는 비용이 매설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지뢰를 잘못 밟아 억울하게 죽어간 인명과 불구자가 된 수가 부지기수였다. 다이애나가 지뢰사용금지 운동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었다. 한국전 직후엔 우리나라에서도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지뢰때문에 다치거나 죽은 이들이 수두룩했다.. 아직도 휴전선엔 남북이 묻어놓은 지뢰가 수만개나 깔려 있다. 언젠가 통일이 되어도 한동안은 지뢰수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김포시 사우동 뒷산 ‘장릉산’ 부근에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유실된 지뢰가 깔려 주민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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