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시급히 할 일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국민주권의 정당한 행사’차원에서 12일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칭 시민연대)’를 발족하고 ‘새 천년 공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여론조사를 실시, 18일께는 공천반대 명단을 공개, 이들이 출마하면 낙선운동까지 전개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6대 총선 출마예상자 가운데 공천 ‘부적격자’ 167명을 자체적으로 선정, 발표해 정치권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부적격자’리스트에 오른 여야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개인, 또는 집단적인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초유의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질 것 같다. 공명선거 실시를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 근본취지를 우리는 지지한다.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시민의 이름으로 각종 부정부패·비리를 감시하고 고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민단체들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선거감시운동을 벌여야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가 선거에 관여하거나 발언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선거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다원화 사회에서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는 바람직하고 확대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차제에 선관위는 노조를 제외한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87조의 개정, 또는 폐지를 적극적으로 논의, 검토하여야 한다. 노조의 예외적인 선거운동 허용이 시민단체와의 형평성 문제점으로 계속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특히 12일 발족되는 ‘2000년 총선 시민연대’가 낙선운동을 벌이려 하는 상황에서 선관위는 이번 경실련의 소위 ‘부적격자’ 명단발표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 발표해야 할 것이다. 16대 총선 후보자 등록도 안된 상태에서 야기되는 혼란을 국민들은 원치 않는다.

‘1시간내 통보했다’고?

파주의 미군기지폭파테러설을 둘러싼 대피 전말이 당초에 알려진것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와 주한미군은 이와관련, “지난 4일 오전11시 주한미군은 폭탄테러위협 사실을 본국에서 통보받은 뒤 1시간 이내에 한국군 관계관에게 첩보를 전달했다”고 공동입장을 밝혔다. 이는 7시간뒤에 한국군에게 첫 통보, 주민안전을 저버린 가운데 미군만 대피했다는 당초의 비난을 부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로버트 F 디즈 미2사단장 또한 본지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공조체제를 강조하면서 ‘당일 오후에는 파주경찰서등에도 폭파설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파주경찰서등에 통보된 당일 오후가 몇시인지 분명치 않으나 만약에 적정통보한 것이 사실이고, 한·미 공동입장 발표내용이 틀림이 없다면 귀책사유는 순전히 우리 군과 경찰에 돌아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즉 한·미 공조체제는 이상이 없었는데도 대응조치라할 주민대피에 이상이 있었다는 것은 우리 내부의 지휘계통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정보로 평가분석되지 않은 첩보를 두고 기민하게 대응하기란 물론 어려움이 따른다. 미군측도 4일 늦게 추가입수된 첩보로 만일의 경우 그 위력이 민간거주지역까지 파급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측에서 통보받은 첩보를 두고 무엇을 했느냐는데 있다. 첫 첩보통보를 받은지 12시간이 지난 이튿날 새벽 1시30분이 다 되어 예고한마디 없다가 잠자는 주민들을 깨어 영문모른 늑장대피를 하게 한 것은 조직력있는 처사라 할 수 없다. 다행히 폭파설이 사실이 아닌 해프닝으로 끝났기에 망정이지 실황이 발생했다면 엄청난 희생을 면치 못했을 수가 있다. 또 유사한 실황은 언제든지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점에서 심각한 교훈을 일깨운다. 우리는 이에 두가지가 궁금한게 있다. 미군측으로부터 첫 첩보를 받은 사람이 없어 확인중이라는 말과 중령인 한국군관계관에게 전했다는 상반된 과정에서 어떻게 공동입장 발표가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또 하나는 미2사단이 파주경찰서에 통보했다는 확실한 시간이 몇시며 경찰은 이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한·미 공조체제의 이상징후를 더는 드러내선 안되는 공고한 다짐이다.

시어머니

고부간의 갈등은 영국이라고 하여 다를바가 없는것 같다. 한 조사에 의하면 며느리를 나쁘게 평가한 시어머니가 10명인데 비해 좋게 평가한 시어머니는 3명 비율이었다. 그 시어머니들이 보통 여성들은 아니다. 젊은 시절엔 선구자적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여권신장을 목소리높여 외쳤던 여성들이다. 그러나 막상 시어머니가 되고 나서는 자신이 그토록 거부했던 전통적 부덕을 며느리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이 지난 70년대의 여성운동가 등 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이러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회적 성취욕을 중요시하던 여성들도 정작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며느리의 사회적 성취욕구보다는 아들을 극진히 위해주는 주부역할을 더 주요시 한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이를 시어머니의 이중성이라고 설명했다. ‘시어머니가 된 많은 여성은 자신의 입장을 얘기할땐 여성으로서 겪는 갈등을 동정적으로 말하면서도 며느리에 대해서는 남편과 아들을 잘 돌보는 일을 우선해서 말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성취욕도 이루고 남편과 아들을 잘 돌보는 가정적 성취도 다같이 병행하면 더 말할 수 없이 좋을 것이지만 그게 아마 어려운 모양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가정의 안정없는 사회적 성취는 뿌리없는 허상이라는 사실이다.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그렇다. 인간은 그 누구도 가정을 떠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조사내용은 우리에게도 시사해주는 일깨움이 없지 않다. 시비가 어떻든 음미해 볼만 하다. /백산

승진은 곧 명퇴다

‘승진은 곧 명퇴다.’ 평택시청 직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이야기다. 지난해 10월 지방행정 서기관, 사무관으로 각각 승진했던 서기관급 3명과 사무관급 3명이 명퇴를 또 강요받고 있어 술렁이고 있다. 모두 40년생인 이들은 명퇴를 조건부로 승진했다는 것이 명퇴요구의 명분이다. 그러나 ‘조건부’는 일방적이었다는 것이 명퇴를 강요받고 있는 이들의 항변이다. 한 명퇴대상자는 “연금법이 유리하게 개정되므로 그동안만 좀 참아달라고해도 득달같이 나가라”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어떤 이는 “공무원법에 보장된 공직자의 신분이 개인회사 사장같은 민선단체장의 횡포로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고 불평했다. 새해 벽두들어 시작된 평택시청의 명퇴한파는 마침내 요구받은 대부분의 대상자가 굴복(?), 나가기로 했으나 몇몇은 아직 완강히 거부해 임명권자로서는 마무리를 짓지못하고 있다. 김선기 평택시장이 이처럼 명퇴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오는 2월에 있을지 모를 ‘모종의 조치’에 대한 대대적 대비인사를 위한 것이라는 설(說)이 청내에 파다하다. 이같은 설의 진위는 앞으로 두고보면 알일이겠으나 아무튼 평택시청이 잇단 명퇴바람에 휘청거리는 것은 지방행정의 안정을 위해 우려스럽게 보는 것이 객관적 시각이다. 그동안 명퇴로 나간 간부만도 10여명이나 된다. 구조조정에 의해 그만둔 예도 있지만 구조조정을 빙자해 쫓겨나간 사례도 없지않다는 것이 시직원들 얘기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승진은 곧 명퇴다’라는 말이 나와 승진이 달갑지 않다는 기현상까지 일고있다. 지방공직사회의 안정은 요원한 것인가. /평택=이수영(제2사회부) sylee@kgib.co.kr

밀레니엄 이변

소한 추위를 톡톡히 치렀다. 눈이다 바람이다 하여 이 며칠새 밀어닥친 강추위는 겨울맛이 물씬했다. 소한 추위와 함께 들이닥친 밀레니엄 독감이 휩쓸고 있다. 국내 독감환자가 날로 늘어 병원마다 약국마다 독감환자로 만원이다. 가히 세계적인 독감이다. 일본 열도가 독감공포에 싸였다. 미국은 병원마다 독감환자가 평소보다 세배나 많이 찾아 줄을 잇달고 있다. 영국은 독감환자가 8백만여명에 이르러 입원실이 모자라 복도에 간이침대를 놓고 치료하는 지경이다.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도 걸릴만큼 무서운 이번 독감은 연초 연휴이후, 다중이 접촉하면서 급속확산된 것으로 보도됐다. 독감도 독감이지만 밀레니엄 벽두 기상이변 또한 대단했다. 중동 골란고원에 눈이 펑펑 쏟어졌는가 하면 태국,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서 기온이 영하로 갑자기 떨어져 동사자가 나왔다. 방글라데시는 60여명, 인도, 파키스탄만은 280여명이 얼어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의 나라에 눈송이가 내리고 얼어죽는 사람이 사태난 것은 이만저만한 이변이 아니다. 지구남반부 브라질 등 남미에서는 새해들어 대홍수가 곳곳에 일어나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우리의 독감은 그래도 일본 미국 영국 등에 비하면 좀 낫지않나 싶다. 열대지방에서 동사자가 나오는 것에 비하면 이번 소한 추위쯤은 예사다. 열대 기상이변의 밀레니엄 현상이 어떤 지구촌의 조짐인지 몰라 그것이 걱정이 된다. /백산

빅딜통한 환경시설 해법

오늘날 우리는 모두가 쾌적한 환경을 원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에 환경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누구나 거세게 반대한다. 환경시설이 혐오시설로 잘못 인식됐기 때문이다. 내 지역 내 고장에 환경시설이 건설되면 무조건 나쁘고, 다른 지역은 어디에나 괜찮다는 극단적인 이분법도 횡행하고 있다. 더구나 집단이기주의, 님비현상이 팽배하면서 환경시설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다. 기본적인 도덕성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장이나 화장장은 물론, 특정 종교건물, 사회복지시설까지 기피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님비현상은 이것을 이용하려는 집단들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민·지주들의 경제피해 과장과 일부 전문가들의 무책임한 조사결과 발표,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세력 등이 문제를 사실 그대로 보지 않고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가 추진하던 장지동 쓰레기소각장 건립이 인근 성남시 주민들의 반발로 끝내 무산됐고, 서울 중랑구 망우소각장도 주민들과 구리시의 반발로 답보상태에 있다. 전국 각지에서 환경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론하거니와 님비현상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쓰레기나 오·폐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과 함께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무작정인 반대보다는 참여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지난 7월 구리시와 남양주시는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장을 각각 지역에 나누어 설치, 공동사용키로 합의했으며 인천시 계양구, 부천시, 서울 강서구도 3개 시의 경계에 공동소각장을 설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무조건적인 시위로 환경시설 건설을 막는 것 보다는 전문가와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 감시활동을 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5년부터 소각장의 안전가동과 오염원 배출을 지속적으로 감시, 다이옥신 배출을 선진국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린 고양시 백석동 이산쓰레기소각장 시민대책위원회가 그 좋은 본보기이다. ‘내 고장엔 절대로 안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배제하는 가운데 빅딜을 통해 공동체 삶을 가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자치단체끼리의 공동건설·사용, 각종 공원지하를 활용하는 신기술 개발, 그리고 건설 뒤에 효과적인 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야 하는 것이다. 2000년을 맞아 경기일보가 펼치고 있는 다양한 기획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쟁점시대’를 심층보도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4·13총선, ‘보수양대’체제로

우리가 4·13총선을 보수양당체제로 가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정치발전을 위해서다. 이번 총선은 국민회의(신당), 한나라, 자민련등 3당이 총선구도의 주축을 이루긴 하나 국민회의, 자민련등 두 공동여당은 연합공천을 할 것으로 보아 두 여당과 한나라당으로 압축되는 보수양대세력 다툼의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보수양당체제는 아니더라도 양대세력대결로는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같은 양대정당세력에 대한 국민의 완전심판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 정치진로가 모호한 무소속출마의 자제를 권고하고 싶다. 막상 당선되고 나면 민의를 왜곡하는 또 어떤 변신을 보일지 모르는 것이 그들이다. 군소정당 출마자들도 사정은 거의 비슷하다. 총선에 나서봐야 원내교섭단체 구성조차 못할 것이 이미 객관화된 군소정당의 태동은 심히 우려되는 점이 많다. 영남권의 제3당, 개혁신당, 노동조직을 발판으로 하는 진보정당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밖에 또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 건국이래 반세기가 넘도록 책임있는 양당체제가 확립되지 못한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군소정당의 난립 또한 부정될 수 없다. 광복이래 무려 420여개의 군소정당이 명멸했다. 야당 대통합을 못이루어 집권당에 반사이익을 주는 다당체제는 쇠꼬리가 되기보단 닭대가리가 되겠다는 소영웅주의의 산물이다. 그러면서도 선거, 특히 총선은 지역적으로 더러 영향을 미쳐 양대정당제 발전에 부정적 작용을 한 것도 사실이다. 외국의 예에 비추어 통상 보수양당 보다는 보수대 진보정당의 양당체제가 관행이었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특성이 세계적으로 희석된 마당에 국내에서 진보정당이 보수정당에 대응할 만큼 자생할 수 있을지는 심히 의문이다. 영국 블레어정권, 프랑스 조핑정권, 독일 슈뢰더정권 등 이른바 유럽 좌파지도가 결국은 미국의 공화, 민주 양당의 보수대 진보 수준 차이를 넘지 못하고 있다. 양당체제 확립은 정치안정의 첩경이며 다당체제는 정정불안의 요인이다. 군소정당의 난립은 바람직스럽지 않으나 막을순 없는 일이어서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긴 보수정당마저 전통있는 당은 있다할 수 없다. 국민회의나 신당이나 자민련도 그렇고 한나라당도 뿌리깊은 정당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을 떠난 정치는 있을 수 없으므로 좋든 궂든 양대세력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보수양당체제를 이제부터라도 싹틔울 수 있는 4·13총선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허울뿐인 사이버노믹스

21세기 지구촌에‘사이버노믹스’시대가 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새천년은 전자민주주의 실현, 인터넷 신문고 창설, 초고속통신망 조기완성, 차세대 인터넷 개발 등 정보혁명과 지식기반 산업이 경제발전의 주춧돌로 작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사이버 총선열풍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뽑을 금배지의 주인공은 정보화·지식화시대에 대한 이해와 요구가 그 어느때보다도 요구된다. 그렇다면 총선에 출마할 후보들의 정보화에 대한 대응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대답은 지극히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부천의 경우 4개 선거구에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대략 15명선이지만 실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해 사이버상의 쌍방향 선거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후보는 겨우 6명선. 이들은 홈페이지와 통신을 통해 지구당 소식 등 다양한 코너를 개설하고 사이버 미팅을 주도하는가하면 E-메일로 우편물 발송 등을 대체, 돈안드는 선거풍토 조성에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인터넷 활용은 대부분 총선을 겨냥해 급조된데다 사무실에 LAN조차 가설되지 있은채 전산팀마저 운영하지 않고 있어 진정한 민의수렴기구로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후보군들은‘21세기 디지털 권력’의 탄생이 목전에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재래식 민의수렴으로 일관, 네티즌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향해 뛰는 후보들은 가상공간을 장악해야 21세기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실컷 외치면서도 자신은 실제 구석기 시대에나 살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타락 공천부터 막자

4·13총선이 벌써부터 과열 혼탁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각 정당별로 16대 국회의원 후보공천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와 관련된 갖가지 음해성 악성루머가 출마희망자들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당 모두 각 계파끼리 대결지역은 물론 현역의원과 전국구 의원간의 각축지역, 그리고 고위공무원 및 지자체장출신 입후보 예상지역 등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공통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천경쟁자들은 하나같이 서로 상대방의 탈락설을 유포, 상대방의 기존조직을 와해시키거나 흡수를 유도하고 각종 유언비어를 퍼뜨려 공천에 영향을 주려는 비열한 흑색선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폭 물갈이설이 나돌고 있는 경기 인천 각 지역구에서는 이같은 행태가 더욱 두드러져 모함과 비방이 난무하는 타락선거를 부채질하고 있다. 연초부터 공명선거를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선관위 등이 펴고 있는 캠페인이 무색할 지경이다. 여야가 이미 총선에 돌입했다고는 하나 아직 선거일도 공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구태적 악폐가 벌어지고 있으니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 뻔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우리가 공천경쟁에서부터 자행되는 흑색선전 등 사전불법운동을 막지 못한다면 선거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정치적 장래는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일 것은 뻔한 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선거풍토가 쇄신되지 않으면 우리의 경제 사회도 위기의 벼랑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함과 비방 술수로 당선되어 국정을 논하는 의정에 나선들 이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국회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을 도태시키기 위해서 선거법 위반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고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 또한 어떻게 해서라도 당선만 되고보자는식의 사고나 논리는 이제 청산해야만 한다. 차제에 여야에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각 당이 공천하게될 인사는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체질을 개선하는데 앞장설 수 있는 개혁의지가 투철하고 높은 경륜과 분명한 철학을 가진 인물을 내세워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정부, ‘관광객억류’ 왜 숨겼나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당국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데도 정부당국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지난 4일 비록 10여시간만에 30대의 이 여성관광객은 풀려나긴 했으나 체제비판의 시인서 작성을 끈질기게 강요받는 고통을 당했다. 충격인 것은 통일부가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이다. 무고한 국민이 북한당국에 붙잡혀가 조사를 받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어서 굳이 발표를 안했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뭣이 대수로운 것인지 묻는다. 관광객이 북한환경감시원에게 대놓고 “김일성, 김정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북한측 입장에서는 적절치 않은 점은 인정한다. 또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민영미씨 사건이후 새로 맺은 합의각서는 관광중단, 추방조치이지 붙잡아가 조사한다는 대목은 없다.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관광객의 신변이상을 두고도 공개를 미룬 것은 심히 적절치 못하다. 우리가 이를 우려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밝힌 ‘남북평화정착 원년의 해’선언에 행여 흠이 갈까봐 그런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신년들어 김대통령이 밝힌 일련의 대북제의의 상당내용은 남북 기본합의서 등에 들어있는 현안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2000년이 됐다 해서 북한이 달라질 징후는 없다. 그들이 신년사에서 말한 강성대국건설은 헌법이 정한 ‘인민정권강화’, ‘인민민주주의 독재강화’로 조선노동당규약에 설정된 ‘남조선해방의 혁명과업완수’를 뜻한다. 북한은 주창준 주중대사를 통해 대통령이 재임중 희망한 남북정상회담 관련의 CNN방송 회견 내용을 거부했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언급치 않았던 국가보안법철폐, 국정원해산, 주한미군철수주장 등을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들고 나섰다는 점이다. 북한은 우리측 일각에서 북한 신년사가 종전주장을 되풀이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 조짐으로 평가하기가 바쁘게 그같은 일관된 종전주장을 발표했다. 섣부른 판단은 얼마나 큰 착각인가를 말해준다. 며칠전에 발생한 여성관광객의 억류엔 마땅히 엄중항의가 있어야 한다. 대북관계는 원칙에 입각해 진행돼야 한다. 정부당국의 각성을 크게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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