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군의 보신행정

어느 지자체나 각 실과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시책과 단속행정은 계획단계서부터 ‘보도자료’라는 형태로 언론에 공개된다. 그러나 단속이나 실사조사 등이 마무리돼 일정기간이 돼 단속결과가 도출될 즈음의 해당 실과소는 어느새 입을 다문다. 단속을 실시한 해당 실과소가 분명히 나름대로의 업무를 수행해 단속실적을 올렸음에도 적발된 해당 업소나 내용에 대한 공개는 극히 꺼리는 것이다. 양주군은 이달초 관내 대형음식점 45개 업소에 대한 각종 시설기준 및 준수사항 등에 관한 단속에 나서 지난 97년 식품위생법을 위반, 과태료를 부과했던 군의원 김모씨(41) 부인 소유의 작은영토Ⅱ(양주군 백석면 기산리) 등 식품위생법 위반 7개 업소에 대해 과징금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군 위생계는“단속결과가 언론에 공개되면 골치만 아파지고 이로울 게 없으니 우리 좀 잘 봐달라”며 끝내 단속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잘 봐달라’는 것인가. 위생부서의 가장 주요한 업무는 관내 위생업소들의 철저한 위생관리에 있다. 업소의 잘잘못을 가려 군의 행정처분을 비웃으며 시정을 하지않는 업소를 또다시 적발해야하는 반복업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군은 규정을 위반한 업소를 비호할 이유가 없다. 비호할 업소라면 뭣하러 적발을 했단 말인가. 이를 보면서 아직도 공무원사회에 잠재해 있는‘보신행정’의 낡은 의식구조가 그동안 얼마나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왔던가를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양주=조한민기자(제2사회부) hmcho@kgib.co.kr

신진세력의 귀경인파 대조적

23일 (가칭)새천년 민주신당과 국민회의, 한나라당 등 각 당은 때 아닌 ‘귀경인파’ 들로 술렁거렸다. 정기국회를 비롯 임시국회에서도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으로 인해 각종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현역 의원들이 서둘러 ‘귀향’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한나라당은 지난 20일 열린 조강특위와 관련된 언론보도를 보고 찾아온 경기지역 김모 전 의원이 당직자들과 언성을 높이는가 하면 의원회관의 2XX호 등 각 당 실세들의 방에는 출마 지역이 겹치는 예비주자들간에 눈 인사조차 피하기까지 한다. 내년 4·13 총선주자를 선발하기 위한 조직책 선정작업이 착수된지 불과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예비주자들이 ‘줄’을 찾아 속속 여의도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예비주자들의 ‘연줄 찾기’ 때문인 듯 각 당의 조직책 선정에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한나라당은 총 11곳의 조직책을 선정해야 하는 도내의 경우 광명을(손학규 전의원) 정도만이 확정적이며 나머지 지역은 ‘계파간의 충돌’ 또는 ‘낙하산 인사는 안된다’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예비주자는 “도대체 누구를 잡아야 공천이 확실한가, 돈(공천 헌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민주신당도 성남 분당, 고양 일산, 용인 등 분구 예정지역의 경우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조직책 선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료를 받아보지 못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벌써 잘 부탁한다는 전화를 수십통이나 받고 있어 사무실나 집에서 전화받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새 천년, 새로운 세기를 맞아 첫번째로 뽑을 ‘우리들의 선량’의 뒤 모습을 지켜볼 유권자들이 안스럽기까지 하다”는 한 당직자의 말이 서글프게 들린다. /이재규기자 jklee@kgib.co.kr

광교산

해발 582m의 수원 광교산(光敎山)은 수원 시가지를 품에 안고 있는 명산이다. 원래 이름은 광악산(光嶽山)이었다. 고려태조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친정(親征)하고 환궁하는 길에 광악산 행궁에서 군사들을 위로할 때, 이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 올랐다는 고려야사가 있다. 이 광경을 본 왕건이 부처의 가르침을 주는 山이라 하여 명산광교(名山光敎)라고 사명(賜名)하였다고 전해 온다. 광교산에는 창성사(彰聖寺)를 비롯한 89암자가 있었다는데 지금 89암자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다만 몇 군데의 절터와 산중에서 가끔 기왓장과 와당(瓦當)이 출토되어, 불령(佛靈)과 호국의 얼이 어려있는 산이라는 전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사시사철 삼림이 울창하여 옛날에는 인근의 5개 부읍 주민들이 땔나무 걱정없이 살았으며, 오늘날은 많은 사람들의 등산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광교산이 무속인들 사이에 계룡산에 이어 굿이 잘 듣는 명산으로 소문나면서 무속인들이 연일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이들 무속인들은 산림감시가 소홀한 밤을 이용해 형제바위, 약사암 등에서 굿판을 벌인다는 것이다. 광교산이 명산인 것은 사실이지만 굿판에 사용했던 돼지머리, 떡, 약과, 색실 등이 산속에 마구 버려져 있는 것은 산림도 훼손되지만 보기에 흉칙스럽다. 더구나 굿에 사용했던 촛불을 켜둔채 하산한다 하니 산불이라도 나면 어쩌려는가. 산불감시원들의 단속보다는 밤에 입산, 굿을 한다는 무속인들의 자제가 먼저 필요하다. /淸河

수원의료원 ‘위탁’ 안된다

경기도가 도민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원의료원을 경영 수지가 안좋다는 이유로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려는 것은 시책의 모순이다. 투자비용 20억원에 해마다 5억원을 주면서까지 민간위탁하느니 투자증대 등 공격적 경영의식의 발상전환으로 공공병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진정 도민복지를 위한다 할 것이다. 경기지역 시민단체들은 위탁경영을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수원의료원 노동조합을 중심한 시민단체들은 경기도청 앞에서 간곤한 천막농성을 하고 있으면서 계속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 대표들은 수원의료원은 서민과 소외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을 중요시해야 되며, 따라서 경영수지 악화라는 이유만으로 민간병원에 위탁시키는 것은 도가 수원의료원의 공공성을 무시한 발상이기 때문에 민간위탁 방침을 철회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수원의료원을 비롯 6개 의료원이 있으며, 이들 기관에 지원하는 재정은 연간 69억원으로 전체 재정지출에 있어 겨우 0.17%에 그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이만한 지출결함을 구실삼아 수원의료원마저 민영화책동을 벌이는 것은 행정의 궁극적 지표가 되는 복지행정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같다. 또 이미 민간위탁된 일부 의료원이 공공병원의 기대를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수익이 전제되는 민간경영에서 공공병원처럼 공공성을 살린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허언이다. 그보다는 공공병원의 강화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수지악화를 줄일수 있는 더 가까운 방법인데도 경기도는 이를 외면한채 민간위탁만 안일하게 고집하고 있다. 더구나 의료보호 대상자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값싸고 질높은 의료기관을 갖는 것이 경기도의 책무가 아닐지. 따라서 우리는 의료원의 공공성과 수익성 양면가운데 공공성을 살리는 것이 지역사회의 기대에 합치된다고 믿는다. 수원에 하나뿐인 공공병원을 없애려는 것도 단견이지만 민간위탁으로 영리도구로 전락시키는데는 시민들의 공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시급한 접경법 시행령

접경지역지원법이 지난 16일 의원입법 발의로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인천에서 경기북부, 강원도에 걸친 접경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개발을 통해 통일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것이 접경지역지원법이다. 그런데 이 접경법에 대상지역을 정하는 시행령이 아직 없어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대단하다. 이는 마치 아기를 출산해 놓고 젖을 먹이지 않는 경우와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접경지역 시·군 가운데 경기북부지역인 동두천, 포천, 양주, 고양 등이 특히 접경지역으로의 포함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연한 요구이며 또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동두천시는 군과 미군에 관련된 면적이 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오래 전 부터 쌓여 왔었다. 고양시와 포천군, 양주군도 사실상 접경지역과 같은 피해를 입고 있어 역시 접경지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접경지역은 남북분단 이후 50여년간 한반도에서 가장 낙후돼 왔다. 또 접경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정지되다시피해 행정에서 소외된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여의 산고 끝에 제정된 접경지역지원법 가운데 종합개발계획은 다른 법령에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단지, 도로, 전력,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대폭 확충되고 양로원, 장애인복지관, 보육원, 병원 등 사회복지 시설이 접경지역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접경지역의 대상범위 자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개발이 늦어지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경기북부지역은 내년 2월 1일 출범하는 제2부지사 체제의 경기도 제2청사 개청을 앞두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런 때에 동두천, 포천, 양주, 고양 등이 접경지역에 포함된다면 2000년대 경기북부지역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대상지역 선정, 사업계획수립, 국고보조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접경지역지원법 시행령을 하루 빨리 제정,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를 촉구한다.

무안해지는 독지가

원혜영부천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사랑의 전령사로 사회복지시설을 방문, 관계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또 시는 내년부터 자랑스런 공직자 발굴을 위해 ‘칭찬릴레이 운동’을 전개, 반목과 질시대신 칭찬풍토와 화합분위기가 충만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언뜻보면 모든 일이 물흐르듯 순조롭게 이뤄지는듯 하다. 그러나 기자가 30여년간 불우이웃에 대한 사랑의 전령사역을 실천하고 있는 모 독지가를 쫓아 대상기관을 찾아가본 결과 그들의 냉대와 무관심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무안하고 쑥스러워 얼굴이 빨개질 지경이었다. 독지가는 20kg짜리 쌀20포대를 각각 동사무소와 장애인 협회에 기증하는 한편 할머니 경로당에 100만원 상당의 의약품과 라면 30박스를 전달했다. 이날은 기온이 영하 7도로 매서운 날씨임에도 그는 일년에 한번씩 만나는 정겨운 얼굴들과 그를 반겨주는 세밑인정을 떠올리며 상당히 상기됐으리라. 그러나 원미구의 한 동사무소를 방문했을때 독지가를 맞아주는 공무원은 사회복지담당 한명뿐 누구하나 관심을 갖고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잘난체 하고 있네” “먹고 살만 하니까…”등 힐난의 눈초리가 역력했다. 할머니 경로당을 찾았을때 박수로써 고마움과 존경을 표현했던 환대와는 너무나 다른 비인간적인 공직사회의 이중성. 독지가의 헌신적인 사랑의 메시지들이 공무원들의 일편단심(?) 변치않는 무뚝뚝함과 편협한 사고방식에 빛을 잃고 있는 것이다. 피와 땀과 눈물이 배인 성품을 가슴에 안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독지가들에게 인간적인 배려는 둘째치고라도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주길 기대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부천=조정호(제2사회부) jhcho@kgib.co.kr

접적지역주민의 바램

접경지역지원법(이하 지원법)이 마련되자 접적지역 주민들이 이제 무엇인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과연 그렇게 될까하고 반신반의 하는 눈치다. 6.25전쟁당시 어디든 예외는 없었지만 특히 격전지였던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50년 가까이 생활의 많은 불편과 크고작은 사고로 인해 장애자가 됐는가 하면 목숨까지 잃은 사례도 허다하다. 전쟁의 잔재로 인한 각종 폭발물 사고, 주변 사격장에서의 폭음, 훈련때마다 겪어야 하는 교통체증, 집 한칸, 한 평의 축사도 군부대 동의없이는 지을 수 없었기 때문. 더욱이 연천읍과 군남면 일부지역 상공은 포 사격시 포탄이 날라다니고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위기속의 생활은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고 본다. 국가안보는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중요성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지금까지 안보라는 이름하에 이곳 주민들의 생활은 외면당해 왔고 소외돼왔던 것도 사실이며 지역의 낙후도 어쩔 수 없는 지역특성으로 돌려야 했다. 이에 늦게라도 지원법이 마련된 것에 주민들은 환영하며 지역개발의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지원법이 군사시설법의 하위법이라 충족할 만큼의 기대는 성급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금 주민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대도시처럼 바뀌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대단위 공업단지가 유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오직 생활불편없이 자녀들의 진학문제가 이곳에서 해결될 수 있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활터전으로서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통일시대 한반도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땅이 되길 바랄 뿐 이다./연천=장기현기자(제2사회부) khjang@kgib.co.kr

대통령 年俸이 ‘1억원’

정부의 ‘공무원 보수현실화 및 사기진작대책’과 관련해 몇마디 해야겠다. 내년 1월 1일부터 공무원보수를 9.7% 올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긴 본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연간 수조(兆)원대의 부담을 떠안는 것이지만 올릴 필요는 있다. 5년뒤엔 민간기업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의 IMF고통분담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붕괴된 중산층이하 절대다수의 국민은 어두운 고통분담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때에 고관현직의 봉급까지 덩달아 올리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못된다. 이런 일들일수록 인상비율에 따른 금액차이는 높아 연봉이 대통령은 1억4백20만6천원, 국무총리는 8천90만원, 장관들은 5천6백91만3천원으로 뛰어오른다. 공무원을 구실삼아 정부고위직들만 더 좋은 일 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봉급 인상은 마땅히 직업공무원에 국한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 총리 및 장·차관등 정무직공무원 봉급은 동결, 국민부담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참다운 고통분담의 자세일 것이다. 아울러 직업공무원의 사기진작은 자긍심을 살려주는 것이 보수개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신분이 보장되고 열심히 일하면 승급, 승진이 내다보이는 투명한 공무원사회가 조성돼야 한다. 걸핏하면 일삼는 중하위직 공무원 사정이다 뭐다 하여 공무원사회를 들쑤셔 마치 우범시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 사정은 통상적이어야 한다. 정치수단화 하는 사정은 설득력이 없다. 전통적으로 공무원사회 조직은 인간관계가 한 축을 이루었다. 이런 인간관계마저 깨져 공무원조직의 활성화가 저해된 책임은 정부에 있다. 과거 문민정부가 실패한 이유의 하나로 직업공무원들에게 복지부동을 유발할 만큼 적대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더했다. 구조조정과 사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 효과는 없고 상처만 남았다. 공무원이 개혁의 객체가 아니고 주체라고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어느 정권이든 공무원사회가 등돌리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컨대 부처장악을 못한 장관은 무능하게 보이기 일쑤지만, 부처 공무원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그렇게 된다. 정부시책이 수직으로 단순 시달돼서는 별 효력이 없다. 내려가는 단계마다 시책을 위한 가치창조가 구현돼야 살아 숨쉬는 정부시책이 된다. 직업공무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문교육 정신교육도 필요하다. 지금은 교육도 적지만 그나마 있는 교육마저 지극히 형식적이다.

공권력 깔보는 세태

불법영업을 단속하는 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1명에게 부상을 입힌 구리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의 난동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엊그제 경찰에 긴급체포된 36명의 상인들은 농안법(農安法)상의 전대금지규정을 어기고 중도매인들로부터 시장을 재임대 받아 불법영업을 해오면서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단속공무원들을 폭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일엔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도로를 1시간동안 불법점거하고 단속나온 공무원들을 흉기로 폭행하는 불상사를 저질렀으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난동자들 중에는 청부폭력배가 상당수 끼어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어 더욱 놀랍게 한다. 상인들의 이같은 난동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까지 위태롭게 하는 반사회적 작태로 이같은 사례 하나만을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질서규범이 얼마나 엉망이고 준법정신이 퇴색했는지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더욱이 단속공무원들이 두달동안 단속때마다 폭행을 당했는데도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공권력의 무기력증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납치 유괴 강도 등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폭력배들이 대낮에도 날뛰는 불안한 치안상태속에서 살고 있다. 얼마전에는 인천에서 술취해 길거리에서 소란피우던 취객들이 제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파출소까지 떼지어 몰려가 집기를 부수고 난동부리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금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심각한 사회적병리현상은 공권력을 깔보는 풍조가 국민들 사이에 은연중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공권력의 경시풍조는 공권력과 행정력이 공명정대하게만 집행되지 않은데다 스스로 도덕성을 확립하지 못한 데 대한 불신탓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공권력자체의 책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가는 무질서로 인해 빚어지는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되돌려진다는 점에서 당국의 단호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탈법·위법자들로부터 되레 협박 폭행당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일 수 없으며 무법천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영업은 물론 이에 기생하는 청부폭력배를 완전소탕해야 할 것이며, 공무집행 방해행위도 엄벌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준법정신과 마비된 도덕성을 하루속히 되찾도록 해야 한다.

스쿠루지

부처님이 아시세왕의 초대를 받았을 때 일로 ‘아시세왕 수결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왕은 부처님이 설법을 마치고 돌아갈 무렵이면 밤이 깊을 것을 염려해 길에 등을 달았다. 왕궁에서 부처님이 머무르는 기원정사까지 만등을 달아 불 밝혔다. 한 여인이 있어 등을 밝히려 했으나 너무 가난하여 양초 살 돈이 없었다. 궁리끝에 머리를 잘라 판 돈으로 등 하나를 사서 바쳤다. 이윽고 부처님이 기원정사로 돌아가는 도중에 돌연 일진광풍이 일었다. 왕이 밝힌 만등은 일시에 꺼졌다. 오직 가난한 여인이 바친 등불만이 꺼지지 않고 부처님의 발길을 밝혔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썰렁하다고 한다. 동전 아니면 천원짜리 몇장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길도 뜸해 매서운 강추위가 더욱 춥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도 어쩌다가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이가 더러 있다는 이름없는 시민, 자선냄비속의 외로운 온정은 가난한 여인의 등불과 같은 ‘빈자의 한등’일 수가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욕심 많은 고리대금업자 스쿠루지앞에 나타난 유령은 7년전에 죽은 동업자 마테였다. 생전의 업보로 무거운 쇠사슬을 메고다니는 친구유령의 안내로 스쿠루지는 자기의 미래유령이 보여주는 종말을 보게 된다. 찢기고 더러운 시트에 싸여 돌보는이 없이 팽개쳐져 있는 가엾은 자신의 시체를 보는 순간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자선사업가가 될 수 있었다. 영국의 디킨즈가 쓴 ‘크리스마스 북스’의 첫번째 작품에 나오는 내용이다. 스쿠루지가 친구유령을 만난 것은 크리스마스 자선모금을 하는 조카의 권유를 냉정하게 뿌리친 후였다. 우리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이기적인 스쿠루지가 돼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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